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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배상금 수령 후 이의제기 금지'…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위헌"
1.청구요지 청구인들은 세월호 참사 사망자들의 부모들로 2015. 3. 29. 시행된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피해지원법’)」과 관련하여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국가로부터 배상금 등을 수령하기 위해 4·16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하는 동의서 작성서식을 명시한 시행령 별지상에 ‘신청인은 배상금 등을 받았을 때에는 4·16세월호참사로 인한 손해·손실 등에 대하여 국가와 재판상화해를 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음에 동의하고, 4·16세월호참사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합니다’라 명시된 부분 중 밑줄부분(이하 ‘이의제기금지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표현의 자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외에도 배상금 지급의 결정에 대하여 입법자가 아닌 세월호피해지원법상의 심의위원회가 규정하도록 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며, 배상금 수령시에 국가의 책임여부를 묻지 않고 동의서를 받도록 한 점은 유가족들을 보상금이나 챙기려한다는 불명예스러운 인상을 주어 청구인들의 인격권이나 명예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 결정의 요지 다수의견은 이의제기금지조항은 세월호피해지원법에는 전혀 없는 표현으로 모법의 근거 없이 시행령에서 임의로 추가한 것으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 것이며, 피해자들이 이의제기금지조항이 포함된 동의서를 작성하면 향후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로 행동을 위축하는 효과를 발생시켜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의제기금지조항은 향후 재판상 문제가 될 경우 법률적으로 의미 없는 기재라고 해석될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재판단계이전에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행위를 하는 데 대한 자유권으로 이러한 가능성만으로 공권력이 행사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에 따라 이의제기금지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하였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반대의견 그러나 위 결정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은 피해자가 이의제기금지조항이 명시되어 있는 동의서를 제출하여 배상금 등을 지급받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다고 하더라고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세월호참사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나 손실 등 피해’에 한정되는 것이지. 더 나아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처벌 요구를 하지 못하거나 관련 형사소송에서 피해자로서 참여하는 권리 등을 잃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고, 이의제기금지조항은 전단 부분인 ‘국가와 재판상 화해를 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음에 동의한다’와 함께 붙여서 해석하여야 하며 이에 따를 경우 이의제기금지조항은 모법인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성립되는 재판상 화해의 의미와 효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하고 확인시켜 주는 의미만을 갖고 있을 뿐이므로 모법을 넘어서는 내용을 규정하여 피해자들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새롭게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4. 결정의 의의 법률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의제기조항은 반대의견과 같이 모법인 세월호피해지원법과 문구 전단의 내용을 볼 때 법률적으로 그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반국민의 입장 특히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는 동의서에 서명하기란 쉽지 않다. 사인간의 합의서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구를 보면 한번 더 망설이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국가기관에 제출하는 동의서에서 이러한 문구를 본다면 개인 입장에서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또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동의서가 형사소송이나 책임자처벌요구와는 별개라는 것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 결국 이번 결정은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의 제한에 대한 기준을 법률가의 기준이 아닌 일반 국민 특히 피해자의입장에서 행동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세월호
세월호피해지원법
이의제기금지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7-07-27
부동산·건축
주택·상가임대차
[판례해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권리금의 보호
- 대상판결 : 대전지방법원 2017. 5. 19. 2016나108968(반소)판결 - I.사실관계 및 쟁점 피고는 1992.경 C로부터 대상건물의 1층 부분을 임차하여 그 무렵부터 위 건물 부분에서 떡집을 운영하였는데, 원고는 2012. 6. 28. C로부터 대상건물을 매수하고 2012. 8. 9.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2013. 8. 30. 피고에게 대상건물의 1층 부분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50000만원, 차임은 월 100만원, 임대차 기간 2013. 8. 30. 부터 2015. 8. 29.까지로 정하여 임대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임대차계약에는 점포의 권리금과 시설비를 일절 인정하지 않으며 민·형사로 이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특약사항이 있다. 이후 원고는 2015. 6. 22. 경 및 2015. 7. 29.경 두 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통지하였다. 피고는 2015. 6. 27. D에게 이 사건 점포에 관한 유·무형의 시설과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D와 이 점포에 대하여 새로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2015. 12. 11.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5000만원을 반환하였다. 이후 피고는 위 점포에 관하여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D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주선하였음에도 원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여, 피고는 권리금 1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또는 “법”이라 한다) 제10조의4(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제1항 제4호, 제3항에 따라서 권리금에 상당하는 손해 금 1억원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II. 법원의 판단 1.제1심의 판단 [대전지방법원 2016. 9. 22. 선고 2015가단35192(반소) 판결]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반소를 기각하였다. ①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가치를 보호함과 동시에 임차인의 투하자본 회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는 20년 동안 점포를 운영하여 왔으므로, 투하자본을 회수할 기회는 충분하였다. ②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원고가 건물을 취득할 당시 이미 그 기간이 경과되어 피고는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었다. ③ 임대차계약상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사항이 있다. ④ 원고는 건물의 1층 부분을 스스로 사용 수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타인에게 임대하지 않는 것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므로, 원고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피고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항소심의 판단 [대전지방법원 2017. 5. 19. 선고 2016나108968(반소) 판결 ]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반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임대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하여 상당기간 영업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던 권리금을 상가임대차법에 규정하고(제10조의3), 권리금회수기회보호 등에 관한 법률조항을 2015. 5. 13. 개정에서 신설하였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의 각호를 준용하고 있으나,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의 시적 한계를 규정한 법 제10조 제2항을 명시적으로 준용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총 임대기간 5년이 경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임대인은 권리금회수 기회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명확하고, 입법자는 법 제10조 제1항의 각호가 규정한 사유가 있는 외에는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시켰을 뿐 그 의무의 시적 한계를 설정한다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법 제10조 제2항을 연계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 하는 것은 법률해석권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과정을 살펴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임차인의 계약생신요구권과 결부시키고자 한 논의가 발견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법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는 것이 입법상 흠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계약생신요구권을 규정한 법 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64307판결).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임차인이 임대인 또는 전임대인에게 지급 혹은 임차인이 지출한 투자금의 회수 외에도 임차인이 임대기간 동안 상가건물에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의미의 권리금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 제10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있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의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에 관한 제한을 받지 않고 임대차 목적물의 사용 수익권한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법 제10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의 사용 수익권한의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있어 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면, 결과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계약갱신거절에 대한 제재적 수단 및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의 강화된 이행강제수단으로 운용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는 임대인의 계약생신요구 거절에 대응하여 임차인에게 대응수단 하나를 더한 것에 불과하고, 임대차 종료시에 임차인의 노력으로 상가건물에 축적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임대인이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본래의 취지와 멀어지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도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금을 둘러싼 사회갈등 및 이익 충돌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책적 이유로 임차인의 권리금을 명문의 권리로 고양시켜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로부터 면제되기 위해서는 법률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있어 명문의 규정도 없이 법 제1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면 임차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받을 기회를 봉쇄 당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권리금포기 조항이 있는데,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법 제15조 규정에 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 제3호의 사유는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인 상가건물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서 원고가 비영리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II.판례의 평석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판단한 판결의 전체적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을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적용하지 않는 경우 영세한 임대인이 권리금을 반환할 자력이 없는 경우 등에는 임대인의 계약갱신거절권이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차인이 권리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경우로서, 임차인은 이 사건 점포에서 20년 이상을 영업하였고, 투하자본 등 권리금을 회수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임대인에게 권리금의 반환을 청구할 적법한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임대인이 당해 점포를 자기가 사용할 의도로 반환을 받으려 하는 경우이다. 만일 종전 임차인과 같은 종류의 영업을 임대인이 계속하는 경우에는 판례의 논지가 합리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임대인이 동종의 영업을 계속하지 않는 경우에도 권리금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권리금의 회수가 부인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제2항 제3호에 따라서 임대인이 1년 6개월 이상 공익목적에 사용할 예정이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상당한지 의문이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이 사건 법률조항 시행 이전에 체결된 것으로서 법률의 시행 이전에 당사자 사이에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었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종국적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가임대차
권리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2017-06-27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위법한 과세처분, 세 번의 과오
- 대법원 2017. 4. 20. 선고 2015두45700 전원합의체 판결- Ⅰ.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7. 4. 20. 선고한 2015두45700 전원합의체 판결로 세 번의 과오를 바로 잡았다. 첫째,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53 판결에서 이미 무효라고 판단한 부분을 여전히 남겨둔 대통령령의 잘못을 바로 잡았다. 둘째, 위법한 시행령에 근거해 조세를 부과해 온 과세당국의 그릇된 처분을 취소했다. 셋째, 합헌적 해석을 외면하고 법률과 시행령을 형식적으로 해석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뒤늦게나마 조세법률주의를 구현한 판결로 의미가 크다. Ⅱ. 첫 번째 과오, 위헌인 대통령령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41조는 특정법인이 재산을 무상제공 받아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이익의 계산’ 방법을 대통령령, 즉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었는지 따지지 않고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을 ‘주주 등이 얻은 이익’으로 간주해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했다. 최대주주 등은 실제 이익을 얻은 바 없더라도 증여세 납부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대법원은 위 시행령은 모법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93 전원합의체 판결). 무효가 된 시행령은 이상한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2010. 1. 1. 모법의 ‘이익’이라는 문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으로 개정됐다. 이제 ‘이익’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로 최대주주 등이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와 무관하게 여전히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시행령 규정이 존속하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오히려 법률을 개정해 무효인 시행령을 유지시키려 한 시도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였다. Ⅲ. 두 번째 과오, 과세당국의 위법한 처분 2010. 1. 1. 상증세법 개정 이후에도, 납세의무자가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고, 개정 법률 조항에서도 다르지 않다. 개정 법률이 부과하는 증여세 조항 역시 특정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으로 주주가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하는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이익이 있을 때 그 이익의 계산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익이 없는데도 이익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손법인에서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액이 증가하지 않은 경우라면, 증여된 이익 자체가 없으므로 여전히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과세당국으로서는 주주가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를 조사해 이익을 얻은 때에 한해 과세처분을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과세당국은 2010. 1. 1. 상증세법 개정을 이유로 시행령 조항의 효력이 유지된다면서, 아무런 이익을 얻지 않은 결손법인 주주들에게도 수억 원 혹은 수십억 원의 과세처분을 했다. 실질 이익을 얻지 않은 주주들은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세무조사 결과 과세처분이 내려지는 사례가 빈번했다. 과세당국이 과오를 반복해 빚어진 위법한 납세처분이 끊이지 않았다. Ⅳ. 세 번째 과오, 하급심의 위헌적 해석 위법한 과세처분에 대해 하급심 법원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판결과 같이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판단하고 과세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취소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2. 선고 2016누44362판결). 이 사건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5. 5. 19. 선고 2014누68715 판결처럼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보는 판결례만 쌓여갔다. 하급심 판결들은, 개정된 모법의 문언을 보면 주주가 얻은 이익을 계산하는 일뿐만 아니라 어떤 때 주주가 이익을 얻었다고 볼 것인지도 대통령령에 전부 위임하는 취지라고 판시했다. 모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이라는 위임의 근거가 새로 마련됨으로써 시행령은 더 이상 무효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어떤 경우에 주주가 이익을 얻었다고 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주주가 실제 이익을 얻는 바 없더라도 이익을 얻었다고 간주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으로까지 확대됐다. 서울고등법원은, 모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이라고 한 취지는, 특정법인에 재산을 무상제공하는 것과 같은 거래를 통해 최대주주가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시행령에서 규정한 이익을 얻었고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제규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2. 선고 2016누44362판결 등). 이익이 전혀 없는데도 이익이 있다고 취급해 과세할 수 있다는 놀라운 해석이다. 물론 개정 법률 조항의 취지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결손금이 있는 특정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특정법인에 재산을 증여하는 등 일정한 거래를 함으로써 특정법인은 그 증여가액을 결손금으로 상쇄하여 증여가액에 대한 법인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특정법인의 주주 등에게는 이익을 얻게 하는 변칙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 등으로 주주가 증여재산에 해당하는 실제 이익 얻은 경우에 과세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다. 여기서 재산의 무상 제공 등의 상대방이 특정법인인 이상 주주 등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 외에 다른 이익을 상정하기 어렵다. 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더라도 모법의 의미는 특정법인의 주주 가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이익, 즉 ‘주주 등이 보유한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증가분’의 정당한 계산방법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심과 같이 시행령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거래 전후 1주당 순자산가치가 모두 부수(-)로 산정돼 소유한 주식 가치가 상승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이익을 얻었다고 간주된다. 증여가액 또는 채무면제액 등 거래로 인한 가액을 주식수로 나눈 금액이 곧바로 과세표준이 되는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이처럼 법인이 얻은 이익을 주주 각자의 지분비율만큼 주주가 받은 이익으로 의제하는 것은 법인과 주주가 준별되는 우리 법체계와 모순된다. 법인이 얻은 이익과 주주의 지분가치 상승분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 결국 이 사건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시행령 조항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서 증여세 과세요건을 창설한 셈이다.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8조, 제59조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75조에도 반한다. 주주 등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였음을 증명한 경우에도 이익이 의제되어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하급심 법원에서 위헌인 시행령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이 거듭된 일은 퍽 아쉬운 대목이다. Ⅴ. 나오며 이 사건에는 과오가 하나 더 숨어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를 모법에 추가함으로써 시행령의 위헌성을 가려보려고 했던 입법자의 잘못이다. 헌법재판소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써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을 받은 자에 대하여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았다고 의제한 구 상속세법 제34조의4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고 위임입법의 한계마저 일탈했다고 판시했다(헌법재판소 1998. 4. 30. 선고 95헌바55결정). 법률에서 단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을 받은 자’로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에 위임해 버리면, 납세의무자인 일반 국민으로서는 과연 어떤 행위로 인한 어떤 이익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될 것인지를 법률만 보아서는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증여세의 과세대상 내지 과세물건을 법률로 특정하였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조세법률주의를 정한 헌법 제59조 위반이다. 납세의무의 본질적 내용을 하위법령에 포괄위임하고 있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75조에도 어긋난다. 이 사건에서도 입법자가 만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고려해 모법을 개정했다면,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만 추가함으로써 무효로 판단된 시행령을 유지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세당국 혹은 하급심 법원에서 과세의 근거가 되는 모법 조항을 합헌적으로 해석하지 않은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 입법자가 법률을 개정할 때에 실제 이익이 있는 경우 과세가 된다는 조세법의 내재적 한계를 법률에 분명히 못 박지 않은 과오가 애초에 있었다. 입법자부터 과세당국, 하급심 법원에 이르기까지 거듭되는 잘못 속에 납세처분을 받은 이들의 고통만 깊어가고 있었다. 늦게나마 조세법률주의 원칙이 확인되어 다행이다.
전원합의체
납세의무자
증여세
조세법률주의
부과처분
용산세무서장
서대문세무서장
무상증여. 과세대상
결손법인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6-01
행정사건
[판례해설]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지
- 서울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누50206 판결 - 1.들어가며 과거 직장인들은 양복 수트, 넥타이를 매는 것을 기본적인 복장으로 생각해 왔고, 심지어 여름에도 양복 수트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러한 직장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변경되어 왔고, 최근에는 다수의 기업에서 캐주얼 비니지스 드레스코드를 적용하여 정통 양복 수트가 아닌 복장을 허용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완전히 캐주얼한 복장(청바지, 티셔츠 등)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들에게는 여전히 정통적인 복장을 입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는 인식이 있다.항공사 역시 승무원들에게 엄격한 복장과 용모를 요구하고 있고,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 승무원을 생각할 때 잘 맞는 드레스와 단정하게 동여맨 헤어스타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내국인 승무원에게만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한 항공사 취업규칙이 헌법 제11조(평등권)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내부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상 운항승무원의 경우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하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 운항승무원의 경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턱수염을 기르던 비행기 운행 기장(이하 ‘A’)에게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규정 위반이므로 턱수염을 기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A는 외국인과 달리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 규정이라고 하면서 위 지시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원고는 A의 비행일정을 변경하여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이하 ‘이 사건 비행정지’)시켰다. A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서울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를 제한하는 규정이 위헌ㆍ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용모 규정은 노조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유효성에 논란이 있고, 용모 규정이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1심은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해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거나 국내 타 항공사와 달리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평등권)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을 기준으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은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무효인 이 사건 조항의 준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위법하다. 3.검토 가. 헌법 제11조 위반 관련 대상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이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에도 적용이 되고 하나의 법률관계를 두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여 헌법 제11조를 위반하였고, 수염의 정돈상태나 형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에도 내국인의 경우 수염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보았다. 그런데 평등권과 같은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공권력의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이고, 사법적 법률관계에는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칠 뿐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를 언급하면서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의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도 근거로 삼았다. 이는 대상판결이 이 사건 조항의 무효로 본 근거를 헌법 제11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라고 삼았다기 보다는 헌법 제11조가 일반원칙으로 발현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을 직접적인 근거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대상판결이 헌법 제11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라면 이는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간접적 효력)에서 볼 때 문제가 있고, 헌법 제11조의 내용이 입법화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라 그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대상판결의 1심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닌 사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헌법 제11조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헌법의 기본권 효력의 제3자적 효력을 정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관련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거나 특정 외국의 국적을 가진 근로자와 다른 외국국적을 가진 근로자 사이의 차별을 포함한다.그런데 대상판결은 반대로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외국인근로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근로자에게는 불허)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으로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과거에는 내국인근로자에 비해 외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되었는데, 대상판결은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내국인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도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여 무효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는 원칙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내국인근로자를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차별하였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여 무효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시 형사처벌이 된다 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용모(면도 금지)에 대한 제한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한데, 대상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면도를 금지한 이 사건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았다.물론 근로자의 용모나 복장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이를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용모나 복장에 대한 취업규칙 조항도 근로조건이라고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이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말한다(제17조).판례 역시 “구 근로기준법 제23조(현 제17조) 소정의 근로조건이란 사용자가 근로계약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명시한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이라고 판단하였다.그렇다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수염 기르는 것과 관련된 이 사건 조항을 ‘근로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으므로 추후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1심판결은 외국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콧수염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 중 소수자에 대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합리성 사유가 있다고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는 재량이 회사에 있는 이상 소속 외국인 승무원들의 관습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예외적으로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한 것을 재량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그러나 대상판결은 엄격하게 외국인 승무원이 소수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외국인승무원에게는 수염 기르는 것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승무원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적에 의한 차별로 판단하여, 추후 대법원에서 외국인 승무원에게 수염을 허용한 것을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볼지, 국적에 의한 차별로 볼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턱수염
취업규칙
수염
복장
항공
승무원
근로기준법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3-03
노동·근로
형사일반
판례해설 - 당연퇴직사유 존재는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43806 판결 1.사건의 개요 가.원고는 해군 군무원으로서 2012. 1. 2. 업무상횡령죄와 폭행죄 등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2012. 1. 12. 확정되었음. 나.해군참모총장은 2012. 5. 3. 원고에게 위 범죄사실이 품위유지의무위반, 청렴의무위반, 공정의무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하였음. 다.해군참모총장은 2013. 11. 11. 원고에게 군무원인사법 제27조에 따라 유죄판결 확정일인 2012. 1. 12.로 소급하여 당연퇴직되었음을 통지함. 라.이에 원고는 2014. 1. 6. 군무원인사법 제27조, 제10조 제3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2호(이하 ‘이 사건 각 조항’)가 군무원의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한 ‘형법 제355조 및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자’라 함은 횡령죄나 업무상횡령죄 또는 배임죄나 업무상배임죄(이하 통칭하여 ‘횡령죄등’)만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에 한정되고, 횡령죄등 이외에 다른 죄와 실체적 경합범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무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함. 마.제1심 법원은 2014. 6. 19.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함. 2.원심 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 가.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과 달리, 업무상횡령죄와 폭행죄 등이 경합하여 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것은 이 사건 각 조항이 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각 조항 소정의 필요적 당연퇴직사유를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횡령죄등만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 업무상횡령죄의 양형은 단순히 횡령금액의 차이만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인데, 원고의 횡령행위는 군무원으로서 책임을 저버린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고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의 횡령금액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가 업무상 횡령죄만으로 3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조항이 정한 당연퇴직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각 조항은 공무원의 금품 관련 비리를 근절·예방하기 위하여 공무원으로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하여 횡령죄등으로 일정한 형벌을 받은 경우를 공무원의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임용결격 및 당연퇴직사유 해당 여부는 횡령죄등만에 대한 선고 형량이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을 때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 횡령죄등이 다른 일반 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경우 형법 제38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를 인정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경합범 중 횡령죄등만을 분리 심리하여 그에 대해서만 형을 따로 선고할 수는 없다. - 형사재판에서 횡령죄등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다른 범죄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벌금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사후적으로 횡령죄등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당연퇴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형을 임의로 분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이 사건 각 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인 공무원의 청렴성 확보는 징계절차 등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3.해설 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2호의 해석이 문제된사건이다. 2014. 4. 8. 시행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2(벌금형의 분리 선고)가 공무원의 횡령죄등과 다른 죄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형을 분리하여 선고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위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횡령죄등과 다른 죄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형사사건에서 형을 분리하지 않고 3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하여 확정된 경우도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2호에 해당하는지 해석상 논란이 있어 온 부분을 처음으로 정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는 판결이다. 당연퇴직제도는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해 임용권자의 의사표시 없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법률상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고, 공무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별도의 행정처분을 요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8다92022 판결 참조), 당연퇴직사유의 존재는 객관적으로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33조의2가 신설되기 전)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문언만 보면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어서 해석상 논란있었다(실제로 이 사건 원고는 항소심에서 위 제33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으나 배척되었다). 만일 이 사건 각 조항에서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횡령죄등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에 횡령죄등과 다른 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당연퇴직시켜야 될 정도로 비난가능성이 있는 횡령죄등의 범위를 객관적(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확정)으로 정하고자 한 취지에 어긋나게 되고, 횡령죄등의 죄질이 극히 미약하여 횡령죄등으로만 기소되었을 경우 3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는 자임에도 직무수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사정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에도 공직에서 무조건 배제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2014. 4. 8. 시행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2도 결국 위와 같은 부당한 결과가 발생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반성적 고려에서 신설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인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2 신설 이전에 같은 내용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입법자의 의사가 이 사건 원고와 같은 경우까지도 당연퇴직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처 원고와 같은 자들이 존재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여 생긴 법적 공백에 더 가깝다고 본다. 한편, 횡령죄등과 다른 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자를 당연퇴직사유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횡령죄등만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자가 형을 선고받기 전에 고의적으로 경미한 다른 죄를 저질러 경합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아 위 규정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파면, 해임과 같은 징계 절차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대상판결도 이 점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면 곧바로 공무원 신분의 박탈이 수반되므로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헌법 제25조가 규정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 취임 기회의 보장뿐만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도 포함되므로(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바409 결정 참조), 이 사건 각 조항에 대한 해석은 공무담임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이 사건 각 조항에서 정한 당연퇴직사유의 문언을 합헌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입법 미비로 인해 공무담임권을 침해당한 원고를 구제하였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청련위반
품위유자의무
약식명령
폭행죄
업무상횡령죄
2017-02-16
국가배상
군사·병역
판례해설 - 군대간 아들이 사지마비가 되어 돌아왔다면? - 국가배상법과 이중배상금지원칙의 해석
서울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4나2011749 판결 오윤회(가명)씨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복무를 하다 결핵성 흉막염과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전역한 사람입니다. 입대 이후 체중이 102kg에서 62kg까지 줄었던 오씨는, 2010년 8월 유해발굴작업 도중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사단 의무대에 입원하게 됩니다. 오씨는 같은 해 11월 뇌 단층촬영(CT)을 반복한 다음에야 결핵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민간병원으로 옮겨져 최초로 결핵약을 투여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오씨는 사지가 마비되어 거동을 할 수 없고 의사표현도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오씨의 부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오씨가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공상군경으로 인정되어 국가보훈처로부터 보상금을 지급 받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부모의 위자료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군부대는 오씨가 위중한 상황이었음에도 부모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고, 오씨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국군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오씨가 의식을 잃어 대화도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오씨가 이미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결핵균이 잠복기를 지나 활성화된 11월에 이르러서야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오씨가 이미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 받은 이상,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씨가 이미 공상군경으로 인정되어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상금을 받고 있으니,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이른바 ‘이중배상금지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 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전사,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유족연금, 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 받을 수 있을 때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군인이나 유족이 법령에서 정한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에 별도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입법 당시부터 평등권 및 청구권 침해로 위헌논란이 끊이질 않던 조항입니다. 다만 1972년 유신헌법에서 헌법 조문으로 아예 이중배상금지를 못박아 버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바람에, 헌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국가배상법 규정의 효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법원은 손해배상청구권이 배제되는 당사자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본인’과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배제되고, ‘유족’의 사전적 의미는 ‘전사, 순직한 군인 뒤에 남은 가족’이니, 공상을 입은 군인의 가족은 이 ‘유족’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가유공자법에서 공상군경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나 지원금 내역을 보면 모두 공상군경 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가족들에게 이러한 지원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군인이 사망한 경우 유족들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는 점에 비추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사망군인 및 유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오씨의 부모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그간 이중배상금지원칙의 위헌성과 해결책에 관한 논의는 주로 사망군인과 유족들의 사례에 집중되었습니다. 정부는 군인연금법이나 국가유공자법의 보상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가배상법 단서 조항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해 왔는데, 공상군경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보상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배상법 해석을 통해 그 공백을 일부 메웠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 사지가 마비되어 돌아온 자식을 보는 부모의 찢어지는 가슴은 그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못할 것입니다.
국가배상
국가유공자
이중배상금지
2016-12-23
형사일반
판례해설 - '아이폰6 불법보조금' 사건에 관한 판례해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22 선고 2016고단1803 - 국내 대형 이동통신회사의 영업부 임원인 피고인들은 대리점에 지급하는 아이폰6 단말기에 대한 장려금을 상향함으로써 대리점으로 하여금 판매점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였다는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위반(이하 ‘단말기유통법위반’ 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이에 법원은 “①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특정 시기에 대리점에게 정려금을 상향 지급하여 결국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공시된 지원금 외에 추가 금원을 지급하였다거나 지급 상한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지급하였다는 사실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더 나아가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과 관련된 사실의 적시가 되어 있지 않다. 즉,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2항의 구성요건인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의 의미는 같은 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동일한 공시기간중에 동일한 이동통신단말기를 구임함에도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지역, 나이 등에 해당하는 사유로 서로 다른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하기로 제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위와 같은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② 또한 단말기유통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구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는 ‘지원금’과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 또는 판매점 등에게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에 관하여 제공하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는 ‘장려금’을 구분하여 규정하면서, ‘지원금’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는 고시하는 상한액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으나, 장려금의 지급에 대하여는 이동통신사업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고 별다른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업자가 특정한 기간에 장려금을 증액하여 지급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곧바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을 유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대리점과 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에 대한 구성요건적 사실의 적시가 없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 ③ 그리고, 피고인들이 대리점에 상향 지급한 장려금과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지급한 지원금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판매점이 고시된 상한액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지급하였더라도 시정명령, 과장금 또는 과태료 처분대상일 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2014. 10.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이후 기소된 첫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법원은 단말기유통법위반으로 처벌함에 있어,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2항의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에 대해 구성요건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시하면서 단지 판매점이 이용자에게 공시된 지원금보다 많은 지원금을 교부하였다는 공소장 기재 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하였다고 보지 않았다. 단말기유통법은 특정 시기에 단말기를 구입하더라도 구입 지역, 가입유형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몇 배씩 차이가 발생하여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자 제정되었으나, 보조금의 상한액을 제한함으로 인해 실제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통신사의 이익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음과 함께 통신사의 가격담합을 조장하여 헌법상 자유시장경제 원칙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의 종류와 내용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단말기유통법은 공정한 유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의 경우 과징금 부과 대신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규정이므로 현행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2항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의 지급’ 요건은 이번 판결내용을 토대로 좀 더 명확하게 정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이번 판결내용을 바탕으로 단말기유통법위반 수사에 있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 유도’에 대한 구성요건적 의미를 연구하는 등 사전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유통법
보조금
지원금
2016-12-02
산재·연금
헌법사건
판례해설 -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
- 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공보 제240호, 1474-1482. - 1.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 자기 차를 운전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다툼이 되었다. 2. 심판대상 조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사업장 규모나 재정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의사나 근로자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은 종래 해석을 통해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 정의 조항에서 요건을 끌어냈다. 근로자가 출·퇴근 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추출했다. 즉,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4. 대법원이 판시한 요건은 입법으로 반영됐다.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어 2008. 7. 1.부터 시행된 산재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했던 문구 그대로다. 개정이유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5. 입법자의 기대와 달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판례에 대한 찬반이 법률개정 논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구하는 청구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3. 9. 26. 선고 2012헌가16결정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 증가",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언급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선언에 필요한 6인에 미달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6. 이번 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은 3년 전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지었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은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근로자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교통수단을 제공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재해를 입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하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교통수단 관련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면서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3인은 여전히 합헌의견을 고수했다. 우선, 비혜택근로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줄곧 '공무원'이 출·퇴근하던 중 입은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누19309 판결 등). 일을 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고 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출·퇴근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 행위다.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직장이 없으면 통근이 없다. 통근이 없으면 노무 제공도 없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없다.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대법원 2007.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두6423 판결 등).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출·퇴근 재해를 제외하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9. 나아가 소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종전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12. 24. 98헌가1결정, 헌재 2001.6. 28. 99헌바32결정 등)를 원용했다. 이처럼 국가가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의 차별을 잠정적이고 불가피한 현실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비혜택근로자 보호를 위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단계적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으므로 평등원칙위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종래 단계적 실시를 평등원칙 위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취했다. 예컨대,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현상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결정). 중학교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하도록 한 입법에 대해서도, 전면실시할 때 수반되는 국가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결정). 10. 국가가 단계적 제도개선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입법형성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취급의 합헌성을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자가 택한 방법으로 발생한 잠정적인 차별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 개선을 위해 단계를 나눈 기준과 우선 순위 선택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섬이나 외딴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의 부유한 동네 중학교부터 먼저 의무교육혜택을 주었더라도, 단계적 실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4인 이하 사업장부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단계적 제도개선을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었을지 의문이다. 출·퇴근용 통근버스는 영세한 회사 근로자보다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제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 그럼에도 단계적 조치는 그와 반대의 순서로 취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입법자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국가가 단계적 입법을 형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 수단을 제공받는 혜택받은 근로자를 더 먼저 보호하는 입법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 과도기적 임시조치라는 이유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과도기'의 잠정적인 차별 역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재원이 유한한 현실에서, 입법자는 흔히 과도기를 되뇌이며 타협한다. 입법은 대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도기 입법의 합헌성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긴절하다. 11. 3년만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변경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창호 재판관이 견해를 바꿔 헌법불합치 의견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를 변경한 이유를 따로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해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성 심사를 하면 종전과 같이 합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로 견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 위배 심사를 할 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면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고, 그 외에는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합리성 심사를 해 왔다. 보충의견에 담긴 심사기준은 이러한 틀을 넘어선다. 산재보험수급권처럼 사회 보장수급권과 관련된 영역의 평등심사에서는 심사강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높일 필요성, 산재보험수급권의 잠재적 재산권성을 고려해 심사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의금지보다는 강화된 심사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의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① 보호영역의 특성, ② 보호의 긴절성,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데에 헌법상 허용될 만한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강화된 심사기준은, 자의금지원칙에 터잡은 합리성 심사 혹은 차별취급의 비례성 심사와 구분된다. 12. 보충의견과 달리 법정의견은 합리성 심사에 머물렀다. 합리성 심사보다 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충의견이 제시한 더 강화된 심사,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는 법정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자의금지보다 강화된 심사를 해야 하는지, 심사의 세부기준은 무엇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심사기준 제안은,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평등원칙위배 심사구조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심사기준은 주로 사회적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입법형성권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순차로 단계적 조치를 취할 때 합헌성을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세 가지 요소는, 단계적 조치의 합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잣대로 치환될 수 있다. ① '보호영역의 특성'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계적 개선이 문제되는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②'보호의 긴절성'은 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은 어떤 대상자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인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심사기준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수급권 침해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등원칙 위배여부를 살펴보는 심사를 했다. 이처럼 우회된 심사를 한 한계는, '정당하고 충분한 차별이유' 심사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원칙 위배를 심사하는 두 가지 방법, 합리성 심사와 엄격한 비례심사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더욱 정교해지길 기대한다.
촐퇴근재해
업무상재해
산재법제37조제1항
2016-11-15
노동·근로
판례해설 -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7.21. 선고 2014가합60526 판결 - 1. 사건의 개요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의 산하에 있는 각 지회의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라고 함)으로 결정된 기업별 노동조합들이 사용자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제29조의4 제1항의 공정대표의무(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하지 아니할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권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8곳의 노동조합(교섭대표노조)을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를 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3곳의 회사에서 체결된 단체협약들은 그 체결 과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확인을 구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 이 사건 판결은 공정대표의무의 도입 취지, 소수노조의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이를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의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는 물론,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도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하지 아니할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절차적 및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시하였다. ⑴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기준 교섭대표노조는 교섭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등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협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안 결정 이유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에게는 교섭요구안 의제를 선택하고 구체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구체적인 의제나 개별적인 협상 절차에까지 무조건적으로 소수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거나 참여를 보장해야 할 의무까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그 절차적 보장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거나 특별히 소수노조에게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교섭대표노조의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⑵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기준 소수노조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도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단지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협상을 통하여 얻어내는 결과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일단 차별적으로 보일 경우 그 차별의 합리성에 관하여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그 내용이 노조의 기본적 활동에 관한 것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 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 ⑴ 이 사건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노사협의, 노사합의 등의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조로 한정한 것,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을 교섭대표노조의 창립기념일로 제한한 것은 실체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면제 시간의 70%를 교섭대표노조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0%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도록 정한 것도 각 노조의 조합원 수를 비교하여 볼 때 실체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제세한 단체교섭요구안에 대하여 교섭대표노조가 어떠한 응답도 해주지 않은 행위, 교섭대표노조가 최종적으로 마련한 단체교섭요구안을 원고에게 알려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은 행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진행 과정도 전혀 알려주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하여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3곳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각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⑵ 원고보다 고작 1명의 조합원이 더 많다는 이유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취득한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절차적으로 더욱 강화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교섭요구안에 대한 공지나 설명,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 등을 불이행함으로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되나, 사용자와 사이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가 아직 현실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배척하였다. ⑶ 하지만 법원은 ①교섭대표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까지는 없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점, ②교섭대표노조는 노조법에 의해 독자적으로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자신의 사무로서 사용자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로부터 위 권한을 위임받아 타인의 사무로서 사용자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③교섭대표노조의 규약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조합원들의 찬반의사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점, ④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더 나아가 그 동의까지 받아야 할 의무는 인정되지 않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법이 부여한 교섭대표노조의 교섭체결권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워, 나머지 4곳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다. ⑷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하여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단체협약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그와 같이 체결된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3. 판결에 대한 평가 이 사건 판결은 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절차적 기준과 실체적 기준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시하면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교섭대표노조의 소수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에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한 점에 관하여는 납득하기 어려운바, 노조법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여한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의 보장에 어긋나지 않도록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협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 및 단체교섭 체결권한이 노조법에 의해 독자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사이에서 법정 위임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인바, 앞으로 대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대표의무
노동조합
교섭대표노조
2016-09-27
행정사건
헌법사건
판례해설 - ‘틱’장애를 배제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위헌성
서울고등법원 2016. 8. 19. 선고 2015누70883 판결[반려처분취소청구] '틱 장애'는 투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으로서,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motor tic)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vocal tic) 증상을 모두 1년 이상 보유한 것을 말한다(동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십여년간 틱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 왔는데, 장애인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이 틱 장애를 제외하고 있어 반려되자 그 취소를 구하였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제1심판결이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만 장애인복지법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평등원칙'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위 고등법원 판결은 [별표1]을 헌법상 평등원칙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원고가 [별표1]에 규정된 일부 장애보다 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제약적인 장애를 지니는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고, 반려처분을 취소하였다. 동 판결은 헌법상 '신체장애자의 보호'(제34조 제5항)를 실질화 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법원이 앞장 선 좋은 판결이라고 본다. 이런 판결은 정형화된 문구가 아니라 헌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이유를 전개하므로, 사건부담이 과중한 상태에서 쓰기 쉽지 않을 것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하므로(헌법 제103조), 동 판결과 같이, 헌법도 법원의 재판규범으로서 실효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의 원인은 법률이나 처분이 아니라 대통령령 때문이다. 헌법은 법원이 대통령령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으며, 이 사안에서 모법의 위임은 합헌이라 보이지만, 시행령은 그 위임범위 내라 하더라도 여전히 '헌법상 평등원칙'을 따로 준수하여야 했다. 이 사건 처분은 시행령에 따른 것이므로 그 위법성을 따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전형적인 '명령·규칙의 위헌성 심사' 사안이다. 따라서 [별표1]이 '틱 장애'를 배제한 입법 그 자체가 '평등원칙' 위반으로서 '위헌'이라고 선언되어야 마땅한데 동 판결은 다소 애매하다. 그러한 위헌선언이 있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과 달리, [별표1]의 효력 자체를 폐지시키는 효력은 없고 당해 사건에서 적용배제이므로, 법적 혼란이 크거나 공백이 초래되지 않으며(이 점에서 대법원 2011두6264 판결은 규범통제를 지나치게 자제), 추후 개선입법의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규범통제기능은 오늘날 '규범의 홍수'에서 법원이 지니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틱장애
장애인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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