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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형사일반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 대법원 2018도7658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세 소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세 소년은 소위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사이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은 평소 살인, 사체 해부, 인육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18세 소년이 손가락, 폐 등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공모하여 당시 7세 초등학생을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하고 손가락, 폐, 허벅지살을 18세 소년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Ⅱ. 1심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하여 시체 일부를 건네주기까지의 과정을 공모하거나,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였다. 1심법원은 ①17세 소년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18세 소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17세 소년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18세 소년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17세 소년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18세 소년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18세 소년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17세 소년과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17세 소년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18세 소년과 17세 소년 사이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18세 소년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도 인정하여 18세 소년에게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1심판결과 달리 17세 소년의 진술을 신빙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공모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모(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하고 18세 소년에게 살인방조죄만을 인정하였다. 원심법원은 ①17세 소년과 18세 소년의 관계가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 즉 18세 소년의 공모·지시 여부가 17세 소년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②17세 소년은 18세 소년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17세 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17세 소년은 자신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년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18세 소년을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으며,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17세 소년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17세 소년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④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17세 소년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18세 소년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⑤ 18세 소년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17세 소년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17세 소년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18세 소년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17세 소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법원은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17세 소년이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각 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Ⅳ. 대법원 판단 각 소년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18세 소년이 17세 소년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여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Ⅴ.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함의 본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시는 공모공동정범 성립에 있어서 필요한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 법리를 정확하게 설시한 판결로 매우 의미가 있다. 원심판례는 ①‘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여 설시하였고, ②‘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 증명에 방법에 대하여 설시하고 난 뒤 ③ 합리적 의심을 넘은 증명이 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원심은 공모공동성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여기서 요구되는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실행행위에 직접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즉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있음이 요구 되며, 객관적 요건으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 즉 ‘공동가공의 사실’이 있어야 하며, 공동가공의 사실은 범죄에 있어서 지위·역할이나 범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야 인정되어야 한다. ‘공모’ 혹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1) [각주1]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2) 판시하고 있다. [각주2]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본 저자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있고 난 뒤 2017년 10월 24일 판례 해석을 통하여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는 구별되며,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17세 소년과 18세 소년사이의 ‘공동가공의 의사’ 성립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심과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 성립에서 혼동하기 쉬운 ‘공모’와 ‘공동가공의 의사’를 구별하고 공동가공의 의사(혹은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하여 판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3) [각주3] 원심에서는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모’를 부정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경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공동정범의 법리를 설명한 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과연 대법원이 ‘공모’를 부정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공동가공의 의사 혹은 공모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굳이 별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명 ‘주교사 살인사건’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우리 판례가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고 방조범을 인정한 것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담한 여고생에게 공동정범에서 요구되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본 사건과 같이 방조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4) [각주4]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본 판례에서도 보듯이 ‘공동가공의 의사’와 방조범 성립요건으로 ‘정범의 의사’는 다르기 때문에 가담한 여고생에게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다고 평가하는 어렵다. 종래 공모공동정범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다수의 판례는 “ ~ 라는 이유에서 공모가 부정된다.” 라고 판시하면서 그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모’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그리고 ‘공동가공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모’가 부정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 사건을 개기로 본 사건에서 공모공동정범이 부정되는 이유를 설시할 때 통합적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가 부정된다.”라고 판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 라는 점에서 공모는 인정되나, ~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부정된다.” 는 식으로 판시해 줄 것을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살해
시신훼손
인천초등학생
살인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10-01
형사일반
대법원 법창조,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 대법원 2017도3443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5. 1. 9.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라는 유흥주점에서 여자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님으로 찾아 온 유부남인 피해자를 만나 그 때부터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성관계도 하고 그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온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 1. 21.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주점에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피해자와 성관계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해 두었던 동영상 파일을 피고인의 컴퓨터에 복사하여 놓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한 뒤 컴퓨터 모니터 화면상으로 재생된 성관계 장면을 다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처의 휴대전화로 발송한 사건이다. Ⅱ.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조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 사건의 쟁점이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과 제2항이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 사건에서 제3자에게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성관계 동영상은 처음에는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촬영물이라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후단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일견 당연히 처벌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제공한 방법에 때문에 1심과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동의하에 촬영된 성관계 영상물이 담겨 있는 매체를 통하여 전자송신 혹은 p2p의 방법으로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저장된 매체에서 그 영상물을 재생하고 난 뒤 그 재생된 영상물을 다시 촬영하고 난 뒤 그 촬영된 영상물을 저장하고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전자송신의 방법으로 제공한 점이다. Ⅲ. 1심 및 원심 법원의 판단 1심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가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촬영물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그 주체가 반드시 그 촬영물을 촬영한 자와 동일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1),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나중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각주1]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6172 판결 참조 또한 원심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가 촬영된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하여 그 촬영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에는 촬영물 자체를 직접 반포하는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그 밖에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이를 반포·판매·전시하는 등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반포하는 등의 경우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Ⅳ.대법원의 판단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각주2]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한편,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행위 등을 규율 대상으로 하면서 그 촬영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위 제1항과 제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위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Ⅴ. 대법원 판결의 함의 – 법창조와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본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죄형법정주의 유추금지원칙에 충실하게 따른 판결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법률 문언이 가지고 있는 가능한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처벌 흠결로 인하여 국민이 해당 사건 판결 결과에 대해 선득 납득을 할 수 없을 때, 법원은 법의 해석을 넘어 금지된 유추를 통해 법을 창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법의 창조는 일시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법의 해석이라는 원칙과 철학을 저버리면 인권과 정의 그리고 신뢰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얻지 못할 수 있다. 사실 본 사건의 결과는 이미 2013년 6월 27일 대법원 판결에서 예견되었다. 그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4세)과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카메라 기능이 내재되어 있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갑의 유방, 음부 등 신체 부위를 갑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는데,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화상카메라에 비추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상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피고인의 컴퓨터에 전송되었으며,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갑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갑의 신체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법 제13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벌법규의 목적론적 해석도 해당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3) 이 판결을 현 대법원은 원용하면서 본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각주3]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대법원은 수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과연 이 사건에서 법을 창조하여 원심의 취지대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판결이 일반국민에게 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으로 판결을 또 고치고 또 쓰면서 밤잠을 자지 못하였을 것이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에 그쳐야 하고 법률의 잘못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은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법원이 법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 유추를 통하여 법을 창조하는 순간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없으며,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소급효 금지 원칙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법은 국민을 처벌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법은 국민에게 법이 정해 놓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치원리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통치구조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 제도이다. 판결이 난지 이미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하루 속히 입법이 이루어지길 소망하고 소원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카메라
전송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성관계동영상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9-27
선거·정치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서울서부지방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제추행 등 사건-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모두사실 피고인은 2010. 7. 1.부터 2018. 3. 6.까지 충청남도 도지사로 근무하였고,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하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여, 33세)는 2017. 2.경부터 2017. 4. 17.경까지 피고인의 대선 경선캠프 홍보기획팀에서 홍보물 등 제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7. 3. 충남도청의 지방별정직 6급 상당에 임용되어 그때부터 2017. 12. 20.경까지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행사, 국·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조율·관리하고 수행하는 공적인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연락, 장소 예약, 담배·맥주와 같은 기호품 구입이나 전달과 같은 사적인 용무 관련 지시를 평일·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시로 수행하였고, 2017. 12. 20.경부터 2018. 3. 6.까지 정무비서로서 도지사실로 오는 각종 외부 요청 관리 및 정책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면서 도지사 행사에 나가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의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는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도청에서 정무적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대거 이동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비서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적인 직업공무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아니하여 자치단체장이 임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과오가 없어도 면직이 가능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피해자의 향후 진로에 피고인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피고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인계를 받은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도지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가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나. 구체적 공소사실 ① 2017. 7. 29.경 강제추행 2017. 7. 29. 저녁 러시아에서 충남도청 직원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던 중 피해자의 옆에 앉은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다리에 피고인의 엉덩이와 다리를 갖다 대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② 2017. 7. 30.경 피감독자간음 2017. 7. 30. 새벽 러시아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맥주를 가지고 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가 이에 놀라 수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손으로 피해자를 잡고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③ 2017. 8. 10.경 강제추행 2017. 8. 10.경 KTX 열차 안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④ 2017. 8. 12.경 강제추행 2017. 8. 12. 밤 호프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2층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던 피해자와 마주치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으며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고,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 ⑤ 2017. 8. 13.경 피감독자간음 2017. 8. 13. 새벽 호텔 객실에서 피고인의 부름을 받고 온 피해자에게 “나를 안게.”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안도록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자,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꽉 끌어안은 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고인의 행동을 피하여 움직이려는 피해자의 어깨를 꽉 누르고 1회 간음하였다. ⑥ 2017. 8. 16.경 강제추행 2017. 8. 16. 저녁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찬을 하던 중 피해자에게 ‘앞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하고 그 앞방으로 간 다음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⑦ 2017. 8. 중순 내지 말경 강제추행 2017. 8. 중순 또는 말경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를 껴안아 강제로 추행하였다. ⑧ 2017. 9. 3.경 피감독자간음 2017. 9. 3. 새벽 스위스 호텔 객실에서 담배를 가져온 피해자를 보고 ‘침대로 오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수 회 거절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⑨ 2017. 11. 26.경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2017. 11. 26.경 관용차(카니발)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무릎에 담요를 덮으면서 손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위로 음부 부위를 문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하자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며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도 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지퍼를 열려고 하였다. 지퍼를 열려고 시도하던 중에 벨트에 연결된 버클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게 되었는바, 피고인을 만류하기는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경우 관용차 운전자가 그 소리를 듣고 추행 상황을 알아차릴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스스로 지퍼를 내리자,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만졌다. ⑩ 2018. 2. 25.경 피감독자간음 2018. 2. 24.경 서울 소재 오피스텔에 있던 중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어디니. 뭐하니. 마포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전에 있던 피해자가 가족들과 식사 중이어서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피해자에게 ‘1시간 안에 와라. 늦더라도 오라.’며 수회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에게 위 오피스텔로 오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계속적인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다음날 새벽 위 오피스텔에 찾아온 피해자에게 ‘요즘 미투에 대하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투(Me Too)를 보며 그때 내가 너한테 했던 것들이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그때 너 괜찮았니? 괜찮니? 괜찮은 것 같니?’라고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문제 삼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겁을 먹고 ‘내가 어떻게 미투를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를 안으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지 않은 채 주저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안고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피해자를 침대로 데려가 1회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주장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하여 성관계 자체와 신체접촉(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는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피고인에게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위력과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은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인지하였을 뿐 위력에 의해 피해자가 의사를 제압당한 상태(또는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 있는 상태)라는 인식과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을 한다는 의사도 전혀 없었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신체접촉이 없었고, 설령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애정에 기한 성관계 전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으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지위·직책·영향력 등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 있어서의 위력이 피고인에게 존재하였다. 2) 피고인이 부당한 대우, 고용·승진·급여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피고인이 평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비롯한 도청 소속 공무원을 하대하는 등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직책)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정치적·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3)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유일의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수 존재한다. 4) 피고인이 상시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만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개별 구성요건상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함에 있어 ‘나를 안게.’라는 취지의 표현과 피해자를 껴안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일응 위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나아가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범죄사실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설령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통상적으로 볼 때는 거부나 저항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었으며,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6) 구체적 판단 가) 피고인 측 경선캠프 분위기가 피해자의 예상보다 경직되고 상명하복식 구조를 띠었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수인할 수 없거나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곧바로 피고인의 위력으로 연계시킬만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선캠프 분위기가 그대로 도청 비서실 등 정무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②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외로우니 위로해 달라. 나를 안으라.’고 반복하여 말하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아닌데요. 아니예요.’ 등을 중얼거리는 방법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들어 피고인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내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위력의 행사로 인식하였을지도 의문이다.성인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첫 간음을 당한 날 아침에 피고인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다른 직원 등을 동원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당일 저녁 도청 직원들이 발레공연을 보러간 사이에 피고인과 와인바에 동행하여 담소를 나누었으며,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예약하여 찾아갔고, 피해자와 가까운 제3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 다) ⑤ 공소사실 관련 : 이미 러시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불과 몇 시간 전 호프집 화장실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심야시간에 단둘만이 객실을 달리하여 투숙한 호텔에서 “씻고 오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별다른 저항이나 질문조차 없이 샤워를 한 후 피고인이 사용하는 객실에 들어간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라) ⑧ 공소사실 관련 : 호텔은 2동의 건물로 되어 있고, 각 동은 1층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원래 동을 달리하여 투숙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자의 교체 요청에 따라 피고인(421호실)과 피해자(513호실)가 같은 동에 속한 객실에 층을 달리하여 투숙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자니 ? 아니욤 ? 올래? - 주무시다깨심요? - ㅇ, ..., 담배, ...”라는 텔레그램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성관계가 있은 몇 시간 후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S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마) ⑨ 공소사실 관련 :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허벅지와 음부 부위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자 이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더욱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심한 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벨트를 푸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벨트 구조상 벨트가 묶여 있어야 딸그락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구조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⑩ 공소사실 관련 : ⓐ 사건 전날부터 범행 직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모두 삭제되었는데, 2018. 2. 25. 이후 피고인을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상황이었음에도 마지막 범죄의 피해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K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후 K가 피해자에게 ‘캡쳐해서 보내봐.’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막상 당일 피해와 관련한 중요한 대화 내용이 확보되지 않았고 오히려 K로부터 받은 위 문자메시지 자체를 삭제하였는바, 피해자가 유력한 증거인 텔레그램 대화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에 있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 유리한 자료로 삭제, 편집 및 선별하여 제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 간음의 ‘타깃’이 될 것으로 인식과 예상을 하면서도 심야에 긴급히 KTX를 갈아타며 대전에서 서울로 가서 카카오블랙 택시를 불러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도 뛰어서 로비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행동은 오피스텔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모순되는 점, ⓓ K는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하고 고소에 이르는 데에 핵심적으로 관여를 하였고, 2017. 1.경부터 2018. 2. 25.경까지 피해자와 K는 매우 빈번하게 통화를 하였는데, K가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삭제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및 K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강제추행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① 공소사실 관련 : 당시 요트 뒤쪽 자리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요트 뒤쪽의 자리로 오자 피해자와 그 옆 사람이 좌우로 공간을 넓혀 주어 피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옆자리로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S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거나 일관되지 않은 점(어깨동무를 하였다 →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에 비추어 피해자와 S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③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가 피고인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고 하다가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나중에 우연히 오른뺨을 도려내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오른뺨에 뽀뽀를 당한 것이어서 진술을 정정하였다는 경위 설명에 다소 의문이 드는 점, 고소장에는 이 부분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인 피고인이 다른 승객들이 있는 기차 객실에서 수행비서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④ 공소사실 관련 : 추행 직전, 직후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호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 4) ⑥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2018. 2.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가 2018. 3. 6.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고소장에는 대략적인 일자와 장소만 특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다수의 강제추행 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점점 기억이 났다는 피해자 진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담배 심부름을 시킨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 추행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⑦ 공소사실 관련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가슴 쪽에 터치가 있었고 손으로 스치듯이 만지며 껴안았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가슴 같은 데를 만지고 엉덩이인가 허리를 만졌다. 추행들이 너무 잦아서 특정한 장소가 아니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고, 추행의 구제척인 방법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모호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대상판결의 분석과 의의 가. 대상판결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피고인 운전비서의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태도 및 피해자의 이 사건 증언시의 태도 등에 근거하여, 피해자를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반면에 검사는, 피해자가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말투를 어눌하게 흐리거나 여리고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상정하여, 피고인의 위력에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성폭력 피해자성의 표지 혹은 피해자 개인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상판결은, 피해자 진술내용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치밀하게 검증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지 못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성실함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에게 보인 수많은 모순적, 비합리적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일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적법한 증거판단으로 보인다. 다. 특히, 대상판결은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자료로 삼았다. 상화원 사건은 상화원 211호의 2층을 피고인 부부가, 1층을 피해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2017. 8. 19. 새벽 무렵에 발생된 사건으로, 피고인 부부의 진술에 의할 때, 새벽 4시경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 객실로 몰래 들어와 침대 아래쪽에 서서 피고인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발각되자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까봐 211호의 2층으로 올라가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반투명 유리를 통해 객실 안쪽에 있는 피고인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당일 피고인의 처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한 점, 피고인의 처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이전에 이미 비서실장에게 상화원에서의 일을 이야기를 하며 수행비서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JTBC 인터뷰를 한 직후 다른 사람(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피고인의 처는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에게 전화하여 새벽 4시에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가 자는 방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부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라. 한편, 대상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견지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소의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 피해자의 행동은 긴장성 부동(不動)화 내지 심리적 얼어붙음 현상으로 설명되지 않고, 피해자가 그루밍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학습된 무기력, 해리, 피해자로서의 부인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관하여도 검토하여 배제하였다). 대상판결은, 피해자가 경선캠프에서의 성실성으로 인해 수행비서로 발탁된 것이지 피고인의 지시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선발된 것이 아닌 점, 2017. 7.말경 러시아 방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선물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고, 러시아 방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려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그루밍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마. 대상판결은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무죄 추정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한편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놓치지 않은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지방별정직
별정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8-28
인터넷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상 타인 행세의 법률적 책임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도607 판결 - 1. 공소사실 및 대상판결의 요지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피해자를 사칭하여 저속한 게시글들을 올림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1, 2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란 어느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고하거나 진술할 때 성립하는 죄인데, 타인을 사칭하여 마치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가장하여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므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취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타인 행세는 적법한가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전형적인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언론보도와 블로그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베’에 저속한 글들을 올리는 사람으로 보이면 명예가 훼손될 것은 뻔한 일인데, 어떻게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형사재판이 당연히 그러하듯'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일 뿐, 그러한 행위가 적법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타인을 사칭하거나 저속한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쁜 행동임은 누구나 아는바, 이를 대법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사칭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어떤 법적 대비책이 있을까요. 우선,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민법 제750조),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은 그때 그때의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의 보통인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2532 판결),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곧 민사법원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고, 기망이란 ‘위계’의 전형적인 태양입니다.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타인을 사칭하는 것은 인터넷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행위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업무방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검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되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게시글이 제3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담고 있다면 - 명의를 사칭당한 피해자가 아닌 -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도에도 불구하고 타인 명의를 사칭해서 나쁜 행위(표현)을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면 결국 ‘입법’을 통해야 할 것입니다. 3. 판례로서의 의미 그런데 대상판결은 타인 명의 사칭에 대하여 처음 나온 판결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0112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위 대법원판결은 대법원판결로서는 처음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제1, 2심의 무죄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위 대법원판결은 법률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대법원홈페이지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대법원판례와 어긋나는 판결을 하였으므로, 아무리 벌금 70만원 짜리 ‘고정(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이라지만 대법원으로서는 파기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통일적인 법리해석은 대법원의 핵심기능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위 대법원판결과 대상판결의 주심대법관은 같은 분입니다).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적시한 다음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는데, 주심대법관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명예훼손
명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사칭
정보통신망법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7-19
인터넷
형사일반
[판례해설] “비트코인”(Bitcoin) 몰수 가부를 중심으로
1. 사건의 개요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가상화폐의 적법성 여부” 등을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도박개장방조를 통하여 불법하게 “비트코인”(Bitcoin)을 취득하여 수익을 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하게 취득한 “비트코인”(Bitcoin)을 몰수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제2심 법원에서는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쟁점은 ①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②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③ ‘재산’이라면 몰수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④ 마지막으로 당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특정’되었는가? 등이다.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Bitcoin) 몰수와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 “비트코인”(Bitcoin)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의 논의 (1)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의 형법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몰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논의는 형법상의 몰수는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어 “비트코인”(Bitcoin)의 몰수여부 판단에 대한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1심 법원에서는 몰수의 적용 법조를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로 적시한 것으로 보아 비트코인 몰수와 관련하여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2심 법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죄를 중대범죄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재산’에 해당하는가? 제1심 법원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제1심이 형법 제48조상의 몰수 규정에 따라 몰수 가부를 살펴보는 경우 몰수의 대상은 ‘물건’ 즉 유체물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무형적 재화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그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제2심 법원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으며,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①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3) “비트코인”(Bitcoin)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재산’에 해당한다면 몰수 요건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의 논의가 없다. 다만 피고인은 블록체인의 운영체계를 들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2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4) “비트코인”(Bitcoin)이 몰수하기 위해 특정되었는가? 사실 이 부분 역시 제1심 법원의 논의는 없다. 다만 피고인은 압수된 비트코인에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만을 따로 분리하여 특정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2심 법원은 비트코인의 출처별로 살펴 ①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출처가 확인되는 비트코인, ②입금주소가 후원금 입금목록에서 확인되나, 그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 비트코인, ③관리자 ID로 입금된 비트코인은 음란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취득한 재산으로 평가하고 후원금 입금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여 특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는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인 “OOOOOOO.com”을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이 사건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며, 특정되어 몰수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본 판결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다르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해당 비트코인을 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디지털의 발전에 맞추어 법이 변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대학원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매번 강의할 때 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조인은 무한한 자기 발전을 하지 아니하면 어느 순간에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과 관심을 표명하고자 한다. 제2심에서는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었다는 점에서 몰수시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거래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심 법원은 적어도 압수한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과 몰수 시점의 비트코인에 대한 블록체인의 공시내용이 동일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제2심 법원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감의 작용으로 인지할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무형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향후 정부관계부처의 경제정책의 방향이며, 법조인의 관점에서는 몰수를 집행하는 검찰이 몰수를 위해서 압수와 별도로 새로운 전자지갑을 개설할 것인지, 또 종국적으로는 환가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가상화폐
비트코인
범죄수익
음란물사이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06-07
선거·정치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의미
-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도13103 판결 -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6. 2. 16. 12:00경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이런 사람은 안 된다고 전해라”, “최경환 취업청탁 채용비리?”,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라는 문구와 최경환 국회의원의 성명과 사진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다. 공직선거법(이하 “법”)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제90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선전물을 게시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법 제90조 제1항 제1호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 광고물 등을 게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행위가 법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소정의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한 행위인지가 쟁점이다. 제1심 및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 제256조 제3항 제1호의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는 ‘선거운동에 즈음하여,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라는 의미로서 ‘선거운동을 위하여’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위 조항에서 금지 대상이 되는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여야만 위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1인 시위는 피켓에 정당의 명칭과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성명·사진이 명시되어 있어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 제90조 제1항의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에 해당한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공직선거법은 선거일을 기준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선거운동을 위하여’,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관하여’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주체·기간·방법 등을 제한하고 있다. 법 제256조 제3항 제1호의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는 ‘선거운동을 위하여’보다 광범위한 개념임은 틀림없으나 문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선거에 관하여’보다는 ‘선거운동을 위하여’에 가까운 개념이다. 대상판결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를 ‘선거에 관하여’와 유사한 의미로 해석하였다. 대법원은 선거법상의 ‘선거에 관하여’에 관하여 일관되게 ‘선거에 즈음하여,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라는 의미라고 판시하여 왔는바(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5298 판결 등 참조),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선거에 관하여’에 대한 판례의 해석을 그대로 원용한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에 관하여’에서 말하는 ‘선거’는 선거일이라는 특정 시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거에 즈음하여’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지만(국어사전상 ‘즈음하다’는 ‘특정한 때에 다다르거나 그러한 때를 맞다’라는 뜻이다) ‘선거운동와 관련하여’라는 말에는 ‘누구의 선거운동행위’라는 것에 중점이 있지 그것이 ‘시점’의 문제는 아니므로 ‘선거운동에 즈음하여’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선거운동과 괸련하여’의 해석에 관하여 ‘선거에 관하여’에 관한 판례의 해석을 그대로 원용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운동에 즈음하여’는 국어 문법상 맞지 않으니 빼고,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정당이 최경환을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기도 전에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라는 내용과 최경환의 사진 옆에 빨간색의 동그라미 빗금 기호 안에 ‘공천’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는바, 이처럼 외부에 표시된 피고인의 행위는 사전 선거운동 행위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최경환의 정당 공천을 반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피고인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와 관련하여 1인 시위를 한 것일지언정, 이를 넘어 ‘(누구의)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 1인 시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1인 시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사건이다. 대상판결의 판지에 반대한다. 황정근 변호사
선거운동
총선
선거
공직선거법
황정근 변호사 (법무법인 소백)
2018-05-29
형사일반
[판례해설] 국방사업 수주 실패 불만… 대낮 ‘판문점 월북’ 시도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2009. 9.경 방탄소재 개발 및 군 특수전략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방탄복 성능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이 방탄기술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등의 이유로 실험 기회를 얻지 못하여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방탄복 성능실험 및 방탄복 제작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 제작 방탄복의 성능시험을 국내에서 받지 못하는 등 국방부에서 협조를 받지 못하고 방탄기술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위와 같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대남 공작거점 식당을 방문하여 북한 종업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지던 중 2010. 3.경에는 북한에 대한 찬양ㆍ고무 등 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 혐의로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쇄된 인터넷 네이버「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카페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게시글을 읽는 등 활동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0. 4.경 ‘보호 패널 적층체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방탄기술을 개발하고, 해양경찰청 함정용 방탄판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방탄장비 제조업을 지속하여 오던 중 2012. 1.경 육군전력지원체계 사업단 방탄복 연구개발사업 제안요청에 따른 예산소요 1,460억 원 상당(사업기간 5년)의 사업수주를 위하여 사운을 걸고 방탄성능 분석을 위한 북한 실탄을 구하려 하는 등 북한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14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2012. 3. 말경 위 사업수주가 무산되고 기존 군에 대한 방탄장비를 수주하여 왔던 방탄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가자, 대한민국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동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방탄기술을 북에 제공하여 남한 사회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2012. 5.경 개성공단 이동인구로 인하여 입북이 용이한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피고인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1번국도 남문 초소에 도착하여 잠시 출입차량 검문에 소홀한 틈에 개성공단 출입허가 차량 2대를 뒤따라 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통제보호구역의 기점인 통일대교를 통과하여 DMZ 최후 방책선인 1사단 관할의 5통문을 통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려 하였으나 발각되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방탄플레이트 등 방탄장비 개발ㆍ제조업체 운영자로서 방탄복 연구개발사업의 수주가 실패하자 그 과정에서 정신병적 조증과 더불어 국방부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반갑습니다” 문건에 적은 바와 같이 자신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위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기술은 비록 군사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북한에 유출될 경우 북한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또한 보안서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④ 피고인은 정신질환적 발작상태에서 세상의 종말을 피하기 위하여 폐쇄적인 북한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탈출 실패 후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 당시 탈출 동기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지위 및 당시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북한 지역으로의 탈출 행위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고, 피고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상판결의 해설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취지(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를 반영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죄, 찬양·고무죄, 회합·통신죄 등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1인 독재 내지 1당 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모든 잠입ㆍ탈출행위, 특히 북한으로의 밀입북행위가 모두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잠입ㆍ탈출행위만이 잠입ㆍ탈출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국방사업 수주에 실패하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방탄장비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려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월북
국가보안법위반
초소침범
조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8-04-24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할 경우의 형사책임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8230 판결 - 실제 저자가 아닌 자를 저자라고 표시하여 책을 발간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행위는 잘못된 것이니 당연히 처벌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어느 정도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는 헷갈리기 쉽다. 무죄판결 및 1, 2심의 결론이 다른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의미한다. 우선 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 엉뚱한 사람을 저작자라고 표시한다면 이는 ‘지적재산권침해죄’ 즉, 사권(私權)을 침해한 죄이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 중 어느 하나만 저질렀더라도 - 처벌된다(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소수의 사람들만 보거나 돈벌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행위를 한 경우에만 고소 없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40조). 다음으로 저작자의 동의를 받고 그런 행위를 한 경우를 살펴보자. 관여하지 않은 책의 초판부터 이름을 올리는 ‘부당저자표시’와 다른 사람의 저술한 책의 내용물은 그대로 둔채 저자로서 이름만 추가하는 ‘표지갈이’가 그 예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행위에 분노하는데 법은 이러한 분노를 보호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규정이 실제 저작자(혹은 비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저작자 명의를 허위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사회 통념에 비추어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범죄는 성립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도16031 판결). 그러니 만약 실제 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저작자 명의를 허위로 표시한다면 지적재산권침해죄(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위반)와 부정발행죄(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이제 대상판결을 보자. 이 사건은 저술에 관여하지 않은 교수들이 실제 저자의 동의를 얻어 자신들의 이름을 전공서적의 공저자로 추가했다가 저적권법위반(제137조 제1항 제1호)으로 기소된 사안인데, 공교롭게도 인쇄된 책이 창고에 입고된 직후 검찰로부터 압수당하는 바람에 시중 서점에 출고되지는 않았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조 제25호는 “공표는 ······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2조 제24호는 “발행은 ······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복제·배포’의 의미가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아니면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문제 되는데, 대법원은 법개정연혁, 문리해석, 죄형법정주의의 견지에서 ‘복제·배포’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저작물을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가 있어야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고, 저작물을 복제한 것만으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상판결은 실제 저자의 동의를 얻은 부당저자표시의 경우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기에 아직 서점에 풀리지 않아서 일반 독자들의 오해를 살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죄임을 보여주며, 기존 판례의 연장선에서 저작권법위반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피고인들의 부정발행죄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서점으로 출고되지 못한 것이므로 ‘장애미수’라고 볼 수 있는데 미수범처벌규정이 없기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것은 피고인들을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한 것도 검찰이지만,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중인 범죄에 ‘압수’라는 장애물을 놓아준 것도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저작권법
복제
발행
서적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3-13
형사일반
[판례해설] "마약 피의자가 제출한 모발·소변, 그 자리서 봉인 안했다면…"
-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422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0월의 형을 복역하고 2015년에 만기 출소하였는데, 2016. 8.말 경 피고인의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 나. 피고인은 2016. 9. 26. 서울OO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여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경찰관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동의하였다. 다. 경찰관은 조사실에서 아퀴사인 시약으로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필로폰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관은 그 직후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로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피고인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치를 하지 않고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경찰관은 조사실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수사서류가 있는 등 공간이 협소하여 불편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소변을 밀봉하고, 모발채집종이에 머리카락을 붙였다고 말했다). 라. 경찰관은 조사실 밖에서 봉인하여 가져온 소변·머리카락 봉합지에 피고인의 날인을 받았고, “직접 저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여 봉합지에 넣어 날인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된 소변모발채취동의서에 피고인의 무인을 받았다. 마. 서울OO경찰서는 2016. 9. 27. 위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반환하고, 같은 날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마약성분 검출 여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바. 피고인은 “2016. 9. 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서울, 인천 또는 천안시 동남구의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양의 메트암페타민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 감정결과가 필로폰 투약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이다. 2. 하급심의 판단 ㉮ 서울OO경찰서가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무렵에는 다른 마약 관련 피의자의 시료가 없었고, ㉯ 서울OO경찰서가 2016. 9. 19.부터 같은 달 30.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머리카락의 감정을 의뢰한 내역은 1건만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1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3. 대상 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혐의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 혐의를 부인하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②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며, ③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감정물이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위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원심 파기). 4.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려면, ㉠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하였어야 할 뿐만 아니라, ㉡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77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위 ㉮, ㉯의 사실 및 ㉰ 경찰관이 피고인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건네받아 피고인이 없는 다른 장소에서 봉인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가져왔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밀봉된 봉합지 위에 날인하였고, ㉱ 피고인이 위 감정결과를 알게 된 후 출석을 거부하다가 2016. 11. 25.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후 위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머리카락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실 등에 근거하여,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대상 판결은,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점 등에 비추어 위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료의 동일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인데, 검사가 그 의문점을 해소하는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 판결의 원심이 내세운 위 ㉮,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나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고 할 수 없는데, 대상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하게 검사의 이 부분 증명부족을 지적하면서, 감정의뢰 대상물인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의 시료의 동일성 인정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증거
증거능력
훼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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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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