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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창조,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 대법원 2017도3443 해설 - 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2015. 1. 9.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라는 유흥주점에서 여자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님으로 찾아 온 유부남인 피해자를 만나 그 때부터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성관계도 하고 그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내연관계로 지내온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 1. 21.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주점에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피해자와 성관계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해 두었던 동영상 파일을 피고인의 컴퓨터에 복사하여 놓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위 동영상 파일을 재생한 뒤 컴퓨터 모니터 화면상으로 재생된 성관계 장면을 다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처의 휴대전화로 발송한 사건이다. Ⅱ.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조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 사건의 쟁점이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과 제2항이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 사건에서 제3자에게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성관계 동영상은 처음에는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제공된 촬영물이라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후단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일견 당연히 처벌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제공한 방법에 때문에 1심과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동의하에 촬영된 성관계 영상물이 담겨 있는 매체를 통하여 전자송신 혹은 p2p의 방법으로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저장된 매체에서 그 영상물을 재생하고 난 뒤 그 재생된 영상물을 다시 촬영하고 난 뒤 그 촬영된 영상물을 저장하고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전자송신의 방법으로 제공한 점이다. Ⅲ. 1심 및 원심 법원의 판단 1심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가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촬영물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그 주체가 반드시 그 촬영물을 촬영한 자와 동일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은 누가 촬영한 것인지를 묻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1),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나중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각주1]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6172 판결 참조 또한 원심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후단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가 촬영된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하여 그 촬영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에는 촬영물 자체를 직접 반포하는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그 밖에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이를 반포·판매·전시하는 등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반포하는 등의 경우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Ⅳ.대법원의 판단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각주2]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한편,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여 촬영한 촬영물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행위 등을 규율 대상으로 하면서 그 촬영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제1항의 촬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촬영’의 의미를 해석할 때 위 제1항과 제2항의 경우를 달리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만이 위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Ⅴ. 대법원 판결의 함의 – 법창조와 법해석 그 사이의 고민 본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죄형법정주의 유추금지원칙에 충실하게 따른 판결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법률 문언이 가지고 있는 가능한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처벌 흠결로 인하여 국민이 해당 사건 판결 결과에 대해 선득 납득을 할 수 없을 때, 법원은 법의 해석을 넘어 금지된 유추를 통해 법을 창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법의 창조는 일시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모르나, 법의 해석이라는 원칙과 철학을 저버리면 인권과 정의 그리고 신뢰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얻지 못할 수 있다. 사실 본 사건의 결과는 이미 2013년 6월 27일 대법원 판결에서 예견되었다. 그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4세)과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카메라 기능이 내재되어 있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갑의 유방, 음부 등 신체 부위를 갑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는데,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화상카메라에 비추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상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피고인의 컴퓨터에 전송되었으며,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갑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갑의 신체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법 제13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벌법규의 목적론적 해석도 해당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3) 이 판결을 현 대법원은 원용하면서 본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각주3]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참조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대법원은 수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과연 이 사건에서 법을 창조하여 원심의 취지대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에 합치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판결이 일반국민에게 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으로 판결을 또 고치고 또 쓰면서 밤잠을 자지 못하였을 것이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에 그쳐야 하고 법률의 잘못으로 인한 처벌의 공백은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법원이 법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 유추를 통하여 법을 창조하는 순간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없으며,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소급효 금지 원칙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법은 국민을 처벌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법은 국민에게 법이 정해 놓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치원리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통치구조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 제도이다. 판결이 난지 이미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하루 속히 입법이 이루어지길 소망하고 소원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카메라
전송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성관계동영상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9-27
민사일반
의료사고
[판례해설] 유방확대수술 후 5년이 지나 보형물이 파열되어 실리콘이 모유에 섞여 나온 경우 수술한 의사의 책임
1. 사건 개요 원고는 2011. 6. 10. 피고로부터 미국 A사가 제작한 실리콘 젤 성분의 보형물을 양측 유방에 삽입하는 유방확대성형술을 받았다. 이후 원고는 2013. 5경까지 피고로부터 유방마사지시술과 이 사건 수술부위 반흔에 대한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6. 4. 21. 딸을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하던 중 2016. 7.말경 좌측 유방에서 실리콘 젤 형태의 끈끈한 점도의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 8. 17. B대학병원에 내원하여 좌측 유방에 삽입한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을 통해 실리콘 젤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 2016. 8. 26. 위 병원에서 양측 유방에 삽입된 이 사건 보형물을 제거하고 유방 내에 유착된 젤 성분을 제거하는 미세유관절제술 및 인공보형물제거술을 받았다. 원고는 위 인공보형물제거술 등을 받은 이후에도 유방 내에 유착되어 남아있는 실리콘 젤 성분으로 인해 실리콘 육아종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태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유방확대수술과정에서 보형물에 손상을 일으켜 보형물이 파열되도록 한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해 원고의 유선조직이 손상되어 파열된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이 손상된 유선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었으며, 원고의 딸은 피고의 과실로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먹게 되었고, 피고가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조직이 손상될 우려가 있고,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모유에 유입되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이 사건 보형물을 파열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과실을 부정하였고, 피고가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킨다거나 손상된 유선조직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어 아기에게 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3. 쟁점 가. 집도의의 과실 여부 유방확대수술 과정에서 삽입한 보형물이 수술 후 5년이 지나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된 인공보형물이 파열되는 원인으로는 수술도구에 의한 파열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인공보형물의 삽입시 형성되는 피막 내에서 파열이 발생하는 경우 증상이 없어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운바, 집도의인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킨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보형물을 파열하였다고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점, 미세유관절제술 및 인공보형물제거술을 시행한 B대학병원 의료진도 보형물이 파열된 이유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된 인공보형물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모양에 대한 불만족이나 파열 등을 이유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 점, 이 사건 보형물과 같은 종류인 ‘Natrelle Round Devices’의 경우 수술도구에 의한 손상 외에 원인불명 및 제품 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도 각각 36.6%, 3.1%에 이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수술 후 약 2년간 피고로부터 반흔 부위에 대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과실로 이 사건 보형물을 파열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과실을 부정하였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보형물이 파열되어 유선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모유에 유입되어 아기가 먹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원고가 이 사건 수술을 받지 않았거나 최소한 수술 시기를 출산과 모유수유 후로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원고가 2016. 7.경 모유에 실리콘 젤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고, 위와 같은 결과가 유방확대성형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없는 점, 유방확대성형술에 사용되는 인공보형물과 모유수유 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위 인공보형물과 모유수유 사이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점, 그 밖에 파열된 인공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과 결합조직병 또는 암 등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들며 이 사건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으로 이 사건 보형물이 파열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 외에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킨다거나 손상된 유선조직을 통해 모유로 유입되어 아기에게 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이므로, 피고에게 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다.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먹은 아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원고의 딸은 출생 후 약 3개월간 모유수유를 받았는데, 모유에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입되어 있었고, 이 사건 보형물은 식약처의 의료기기 분류 등급 중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4등급에 해당하였는바, 유해물질이 함유된 모유를 3개월간 수유받은 아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 판결은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은 고분자 물질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며, 설령 위 실리콘 젤의 금속성분 등이 모두 영아의 체내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그 노출량은 관련된 안전기준이 정한 기준 이하로 인체에 위해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보형물이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보형물의 실리콘 젤 성분이 그 자체로 인체에 유해하여 체내에 흡수될 경우 신체에 손상이 발생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점, 원고의 딸은 2016. 7. 21.(생후 3개월째)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달리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섭취하여 신체상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파열된 이 사건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입된 모유를 섭취한 아기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하여 집도의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유방확대수술 과정에서 삽입한 보형물이 수술 후 5년이 지나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바, 보형물이 파열된 시점이나 파열된 이유를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무려 5년 전에 시행된 수술과정에서의 과실로 보형물이 파열되었다고 추정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또한 이 사건 보형물의 경우 원인불명의 파열 비율이 36.6%이고, 제품 손상에 의한 파열 비율도 3.1%에 이르며, 수술 후 약 2년 동안 원고에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집도의가 수술과정에서 보형물을 파열시킨 과실의 추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비해 그와 같은 과실의 추정을 방해하는 간접사실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대상 판결은 의료행위의 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해주기 위한 법리 중 이른바 간접사실법리와 그 제한법리, 즉 수술 도중 환자에게 나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시한 다음, 집도의의 수술상 과실 추정을 방해하는 간접사실들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피고의 과실을 부정하였는바, 위 법리 적용에 따른 당연한 결론이라 판단된다. 또한 의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99다14079 판결, 2011다29666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이에 따라 파열된 보형물에서 흘러나온 실리콘 젤이 유선조직을 손상시켜 모유로 유입되어 수유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없던 사실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유방확대수술 후 보형물이 파열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는바, 대상 판결은 보형물 파열 가능성은 설명의무의 대상에 포함됨을 전제로 설시하였고,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 판결은 실리콘 젤 성분이 함유된 모유를 먹은 아기에게는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는바, 이는 손해가 증명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유해물질이 함유된 모유를 먹은 경우가 흔치 아니하여 그에 대한 사례보고나 연구가 드문 상황에서 실리콘 젤 성분이 출생 직후의 영아에게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관련 의학적 기전이나 피해사례가 보고되기 전까지는 손해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되었던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나 그 임상보고가 누적된 후에야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밝혀졌고, 그와 같은 부작용이 밝혀지기 전까지 1957년부터 무려 5년간이나 임신 여성들에게 처방된 사건이 있었고, 이는 일명 콘테르간 스캔들로 현대의학 역사상 최악의 약화사고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원고는 손해배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 사건은 보형물이 파열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보형물 제조업체인 A사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제소 당시 피고에 A사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소송과정에서 원고는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고, 그 결과 대상 판결은 집도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여부만을 판단하고 보형물 제조업체인 A사에 대한 책임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A사의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원고와 A사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원고가 A사에 대한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인과관계
주의의무위반
의료행위
성형수술
유현정 변호사 (나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18-07-27
가사·상속
[판례해설] 과거양육비 지급채무가 상속의 대상이 되는 지 여부
이 사건은, 갑이 을에게 병에 대한 과거양육비를 청구하던 중 을이 제1심 심판 계속 중 사망하자 을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수계신청을 하여 과거양육비의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일찍이 대법원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 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 그와 같은 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고 하여 과거양육비 청구권을 인정해 왔다. 그리고 양육비채권에 대하여, 양육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초에는 기본적으로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라고 할 것이고, 이것이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당해 양육비의 내용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됨으로써 비로소 보다 뚜렷하게 독립한 재산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7. 29.자 2008스67 결정, 대법원 2011. 8. 16.자 2010스85 결정 참조)고 하였고,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자 2006므751 결정)”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갑은 을과 교제하던 중 연락이 끊기자 병을 출산하여 줄곧 혼자 양육한 후 병이 성인이 된 이후에 을을 상대로 인지청구를 하고 인지판결이 확정되자 을에 대해 병에 대한 과거양육비를 청구하였다. 그런데 을이 제1심 심판 계속 중 사망하자, 갑이 병을 포함한 을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수계신청을 하여 과거양육비의 지급을 구하였다. 제1심은 갑의 소송수계신청을 받아들여 본안에 관한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대상결정을 한 항고심은 양육자의 비양육자에 대한 과거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 또는 비양육자의 양육자에 대한 과거양육비 지급의무는 미성년 자녀의 부모라는 신분적 지위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일신전속적인 것이고,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과거양육비 지급의무는 구체적인 재산상의 채무로 전환되지 않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 또는 의무에 불과하여 원칙적으로 상속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나아가 과거의 양육비를 구할 수 있는 권리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의 확정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한 후에는 가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한 완전한 재산권으로 전환되어 과거양육비 청구권 또는 과거양육비 지급채무는 상속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갑과 을 사이에 과거 양육비 지급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을의 과거 양육비 지급채무는 아직 구체적인 재산상의 채무로 전환되지 않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 또는 의무에 불과하여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을의 사망으로 이미 심판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결정은 과거양육비 청구권 또는 과거양육비 지급채무가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일신전속권으로서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의 확정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한 후에는 가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한 완전한 재산권으로 전환되어 상속된다고 판시한 최초의 결정으로서 의미가 크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양육비
상속
양육자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8-04-27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서해순 비방금지'는 인용
명예훼손을 주된 이유로 하여 특정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실제로 인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사후적 구제수단인 손해배상에 비하여 더욱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영화 「김광석」(이하 ‘본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2. 9.자 2017카합50599 결정., 이하 ‘본 결정’) 다만 본 결정에서는, 영화 상영은 허용하되 영화에 나타난 것과 일응 유사해보이는 주장을 언론매체∙SNS 등에서 하는 행위는 금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1. 사건의 개요 본 영화의 주된 내용은, 가수 김광석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일 수 있고 아내인 채권자가 이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 김광석이 생전에 아내 문제로 괴로워했으며 김광석 사후 채권자와 시아버지 사이에 저작권 관련 분쟁이 있었다는 것 등이다. 채권자는 본 영화의 감독인 이상호 기자를 상대로 본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는 한편, 이상호 기자와 ‘고발뉴스’ 운영자 및 김광석의 형 김모씨(이하 ‘채무자들’)를 상대로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는 등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여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채무자들이 본 영화 및 기사, 언론 인터뷰 등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며, 특히 본 영화는 채권자가 촬영한 영상,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채권자의 저작권과 초상권도 침해되었다는 것이 채권자의 주장이었다. 2. 법원의 판단 본 결정은 이상호 기자가 본 영화의 감독일 뿐 본 영화를 상영하거나 삭제요청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설령 채무자에게 상영 권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주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본 영화는 다소 과장되거나 일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김광석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대견해도 소개하고 있고,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중이 합리적으로 내리도록 맡겨둠이 상당하다. ② 본 영화에 사용된 채권자 촬영의 영상?사진, 채권자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채권자의 저작권?초상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채권자의 명시적?묵시적 승낙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 주장?입증이 필요하여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③ 본 영화는 이미 4개월 이상 상영되어 왔고 그 내용 역시 다수의 보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채무자들이 언론매체나 SNS 등을 통하여 채권자를 비방하는 행위에 관한 금지 신청은 상당부분 인용되었다. 본 결정이 금지한 비방 표현과 그 금지 이유를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라고 단정하는 표현: 김광석의 사인에 관한 합리적인 수준의 의혹제기를 넘어서 채권자가 그 살인혐의자라고 단정적으로 인상지우는 표현은 채무자의 명예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 ② 채권자가 딸 김서연을 방치하여 죽게 하였다는 표현: 부검결과 김서연의 사인은 폐질환으로 판단되었고 채권자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③ 채권자가 강압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는 표현: 관련 사건 판결 등에 따르면 채권자는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고 볼 수 없다. ④ 채권자가 영아를 살해하였다는 표현: 채권자가 낙태를 한 사실은 있으나 ‘영아살해’라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3. 본 결정의 의의 본 결정이 금지한 표현 내용 중 채권자의 딸에 관한 것 외에는 대부분 본 영화에 나타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다만 본 영화는, 각종 근거를 들며 김광석의 사인에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김광석이 타살되었고 채권자가 유력 혐의자’임을 명시적이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상영금지가처분 기각늬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표현매체의 특성에 기인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는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면서 연출자의 주장을 암시적으로 전달하기에 용이하다. 반면 짧은 언론 인터뷰나 SNS 글 등에서는 표현수단의 제약으로 인해 전후 맥락을 생략하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의견을 전달하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본 결정은, 다툼의 여지가 큰 사실적 주장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의 표현행위는 폭넓게 허용하되, 그러한 사실을 단편적·단정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함으로써 균형있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영화
김광석
상영금지
박수정 변호사 (피플펀드컴퍼니)
2018-04-20
행정사건
[판례해설] ‘인형뽑기’를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서 제외한 개정의 유효성
- 서울행정법원 2017. 12. 21. 선고 2017구합58274 판결 - 1. 사안 가. 원고들은 구 관광진흥법 시행규칙(2016.12.30. 개정 전의 것)에 의하여 인형뽑기를 이용한 기타유원시설업 신고를 하고 위 사업을 하는 자들이다. 구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서는 ‘인형뽑기’를 안전성검사 대상이 아닌 놀이형 유기기구에 포함시켰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피고)은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인형뽑기를 안전성검사대상이 아닌 유기기구에서 제외하였다([별표 11] 참조, 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 나. 인형뽑기는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서 제외됨으로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가 정하는 ‘게임물’에 해당하게 되어 원고들은 게임제공업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게 되었다. 개정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부칙 제3조 제3항은 인형뽑기를 설치·운영하는 자는 2017.12.31.까지 게임제공업 등의 허가를 받거나 인형뽑기를 이전 또는 폐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주요 쟁점과 판결의 요지 가. 원고들은, 법의 위임 없이 시행규칙에서 인형뽑기를 유기시설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관광진흥법 제33조에서 유기기구의 안전성검사에 관한 본질적 부분이 입법되어 있으므로 게임물 중 어떤 유기기구를 관광진흥법의 적용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직접 위임하는 규정이 없더라도 이 사건 시행규칙은 모법의 규율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 원고들은, 인형뽑기는 특별한 사행성이 없고, 위험요소가 적은데도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서 제외하여 게임제공업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사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므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인형뽑기 기기의 확률조작과 중독성으로 인한 사행성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으며, 청소년 등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인형뽑기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할 공익상의 필요성이 크고, 이 사건 시행규칙 시행 전 약 1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3. 검토 및 판결의 의의 가. (1)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국가의 행정은 법적 근거를 갖고서 이루어져야 하고, 행정입법은 법률의 위임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원칙이다(헌법재판소 2014.4. 24.자 2013헌마341 결정). (2) 인형뽑기 즉, 크레인 게임기는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게임물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도3358 판결). 다만 관광진흥법상 유원시설업의 규율대상인 유기기구 등의 게임기는 게임산업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제1심 법원은 놀이형 유기기구를 관광진흥법의 적용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산업법의 적용대상으로 할 것인지는 사회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시행규칙은 모법의 해석상 가능한 것을 명시하였다고 판시하였다. (3) 이러한 제1심의 판단은, 법률유보의 범위에 관하여 ‘중요사항유보설’을 취하면서 중요사항이 법률로 정해졌는지 여부는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관련 법조항 전체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야 함을 명확히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나. (1) 비례의 원칙이란 행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에 적합하고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대법원 1997.9.26. 선고 96누10096 판결). (2)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시행규칙이 원고들의 재산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사익을 침해하는 정도에 비하여 사행성 논란 및 청소년 등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인형뽑기가 유원시설업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확률 조작 및 중독성으로 인한 사행성이 높은지 또는 청소년들에게 피해를 야기시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항소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태준 변호사
관광진흥법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인형뽑기
사행성
박태준 변호사
2018-02-02
[판례해설] 신안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대법원 판례 해설
Ⅰ. 사건 개요 피고인들은 2016. 5. 21 ~ 5. 22. ○○초등학교 교사가 술에 취하자 피해자를 관사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주거에 침입하여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를 2회 간음(기수), 3회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결국 피해자에게 최소 1년을 초과하는 불상 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가한 사건이다. 좀 더 상세히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정리하면 크게 2개의 범죄행위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2016년 5월 21일 피고인들이 한 범죄행위이다. 피고인 3명은 식당에서 여교사를 간음할 것을 순차, 암묵적으로 공모하고 술에 취에 항거불능상태에 빠진 여교사를 23시16분경 피고인 박○○은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고, 23시 31분경 현장에 있던 피고인 이○○도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고 이후 23시 46분경 피고인 김○○이 강간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한 제1행위와 이후 이들 피고인들은 2016년 5월 22일 다시 항거불능상태인 여교사 집으로 돌아와 01시 00분경 피고인 이○○가 여교사를 강간하고, 다시 01시 48분경 피고인 김○○도 여교사를 강간한 제2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Ⅱ.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2016년 5월 21일에 발생한 간음미수행위(3회)에 대하여는 공모, 합동 관계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 각 피고인들의 단독 범행으로 인정하여 피고인 박○○ 단순강간미수, 피고인 이○○ 주거침입강간미수 피고인 김○○ 주거침입강간미수를 인정하였다. 2016년 5월 22일에 발생한 간음행위(2회)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공모, 합동관계를 인정하고 결과적 가중범인 성폭력처벌법위반(강간등치상)죄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박○○ 징역 12년, 피고인 이○○ 징역 13년, 피고인 김○○ 징역 18년을 선고하였다. Ⅲ.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유·무죄에 대한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배척한 반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 박○○ 징역 7년, 피고인 이○○ 징역 8년, 피고인 김○○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Ⅲ. 대법원 상고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2016년 5월 22일 발생한 간음(2회)행위 및 성폭력법위반(강간등치상)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 김○○은 이에 더하여 원심의 징역10년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하였다. 검사는 2016년 5월 21일 발생한 간음미수(3회)행위 역시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박○○에 대하여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상고하였다. Ⅳ. 대법원에서의 쟁점 정리 및 판단 사건의 쟁점 제1행위에 있어서 피고인들의 각 간음미수행위(3회) 사이에 공모공동정범, 합동범 성부와 피고인 박○○에 대한 주거침입죄 성부가 주된 쟁점이다. 제1행위에 있어서 피고인 박○○, 피고인 이○○, 피고인 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 이○○가 자신 소유 봉고차량으로 만취한 여교사를 관사로 데려다 주려하자 피고인 박○○은 피해 여교사 관사 위치를 유일하게 알고 있다는 점, 피고인 이○○의 봉고차량 보다 카니발 차량이 만취한 피해자를 옮기기 편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관사로 이동하였다. 이 때 피고인 박○○은 피고인 이○○는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뒤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관사로 갔다. 이후 피고인 이○○는 피고인 박○○ 카니발 승용차 바로 뒤에 자신의 봉고차량을 주차하고 약 10여 분간 피고인 박○○의 범행이 끝나기 기다렸다가 피고인 박○○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피고인 박○○이 열어 놓은 관사로 들어가 간음행위로 나아갔다. 피고인 김○○은 피해 여교사가 만취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후 피고인 박○○에게 여러 차례 전화 시도를 하여 피고인 박○○으로부터 피해 여교사 관사 위치 및 피고인 이○○가 관사 안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 김○○은 피해 여교사 관사에 도착한 후 관사의 문을 열어 피고인 이○○가 피해 여교사를 간음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간음행위를 위하여 피고인 이○○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였다. 이후 피고인 이○○에 의해 나체가 된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나아갔다. (2)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모자 중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다만 공동가공의 의사는 사전모의를 필요로 하거나 범인 전원이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집합하여 행할 필요는 없고 그 가운데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을 통하여 릴레이식으로 하거나 또는 암묵리에 서로 의사가 상통해도 된다. (3) 피고인 박○○, 피고인 이○○, 피고인 김○○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가능성 피고인 이○○는 피고인 박○○의 범행을 저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관사의 위치를 아는 박○○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피고인 박○○ 역시 피고인 이○○가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 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피고인 이○○가 밖에서 망을 보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고인 김○○ 역시 피고인 이○○와 피고인 박○○의 범행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만 아니라 피고인 박○○이 준 관사의 위치, 피고인 이○○도 관사에 들어갔다는 등의 내용과 피고인 이○○가 범한 간음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간음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 박○○, 피고인 이○○, 김○○ 모두 피해 여교사를 간음한다는 점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 2. 피고인 박○○, 피고인 이○○에 대한 합동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 이○○는 관사 주변에서 약 10여 분간 피고인 박○○의 범행이 기다렸다가 피고인 박○○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열려진 관사에 들어가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합동범의 성립 요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3항, 제1항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려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리에 서로 상통하고 범의 내용에 대하여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었다면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인정된다. (3) 피고인 박○○, 피고인 이○○에 대한 합동범 성립가능성 피고인 박○○이 피해자를 간음할 당시 피고인 이○○는 피해자 관사 주변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서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합동범이 성립한다. 3. 피고인 박○○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미혼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관사에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피해 여교사를 간음할 목적으로 들어갔다. (2)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피고인 박○○은 만취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이미 작정하고 피해자의 관사에 들어가 갔다는 점에서 주거권자인 피해자의 묵시적 의사에 반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Ⅵ. 파기 환송심의 쟁점 1. 피고인들의 제1행위에 대한 죄명 원심에서는 피고인 박○○ 단순강간미수, 피고인 이○○ 주거침입강간미수 피고인 김○○ 주거침입강간미수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판단한다면 각 피고인의 죄명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피고인 박○○ 죄명 피고인 박○○에게는 합동범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수강간미수죄, 그리고 피고인 이○○, 김○○의 행위에 대하여도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 박○○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 김○○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2) 피고인 이○○ 죄명 피고인 이○○에게는 피고인 박○○과 함께 특수강간미수죄, 자신이 한 범죄인 주거침입간음미수죄 및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는 피고인 김○○의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3) 피고인 김○○ 죄명 피고인 김○○에게는 자신이 범한 주거침입간음미수죄 외에 공동가공의 의사가 인정될 수 있지만 현장에 없었다는 점에서 피고인 박○○ 행위와 관련하여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 및 피고인 이○○ 행위와 관련하여 주거침입간음미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피고인 김○○이 피고인 박○○과 피고인 이○○의 특수강간행위에 대해 공모하고 이에 공동으로 가담한다는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합동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Ⅶ. 결론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각 피고인들에 대한 제1행위에 대한 죄명이 변경된다면 단순일죄에서 3개 범죄의 실체적 경합이 되어 원심보다 형량이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에서 ‘피해자의 합의’라는 양형요소에 의하여 제1심에서 선고된 피고인 박○○ 징역 12년, 피고인 이○○ 징역 13년, 피고인 김○○ 징역 18년을 박○○ 징역 7년, 피고인 이○○ 징역 8년, 피고인 김○○ 징역 10년으로 감경하여 선고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파기환송심에서도 형량이 그렇게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바뀌어 피해자의 의사보다 불법에 대한 형사사법의 정의 실현이 더 강조되었다는 점, 양형기준 상 ‘피해자와 합의’ 혹은 ‘처벌불원’은 하나의 감형요소로 선고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 피해자의 합의가 진의에서 이루어지는 것 보다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이유로 제1심의 선고형량을 거의 반으로 낮추는 것은 국민의 건전한 법 상식을 반영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이 아니라는 점을 파기환송심은 꼭 한번 고려해주시길 희망한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1-29
행정사건
[판례해설] "제6회 변호사시험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해야"
1.사건의 개요 가.원고(대한변호사협회)는 2017. 6. 22. 피고(법무부장관)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및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나.피고는 2017. 7. 3. 원고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은 공개하였으나,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부분공개 결정을 하였다(이하 위 비공개결정 부분을 ‘이 사건 처분’, 비공개 대상 정보를 ‘이 사건 정보’). 다.이에 원고는 2017. 7. 17.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대상판결의 요지 가.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및 합격자 수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가 출신 법학전문대학원을 입력한 변호사시험의 응시원서를 인터넷으로 접수하여 관리하고 있고, 피고가 전산기기를 이용하여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개의 정보를 검색·가공하여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별다를 어려움이 없이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이 사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의 논거를 들어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 즉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내지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정보와 같이 이미 결정된 합격자 등의 통계에 관한 사항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고의 시험업무의 수행과는 무관한 것이고, 이를 공개하더라도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떠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대학 서열화의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각 조항이 정보의 비공개로써 보장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즉 변호사시험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는 직접적이거나 상당한 관계가 없다. ·피고는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다.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별로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기여할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으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해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대학 서열이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피고는 대상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해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채점표, 답안지, 그 밖에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을 처분사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피고의 변호사시험에 관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로, 비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 이익과 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라고 판시하고 있고, 특히 시험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문제되는 경우 “정보공개법 및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 및 그에 대한 평가행위의 성격과 내용, 공개의 내용과 공개로 인한 업무의 증가, 공개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두15936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두6114 판결). 변호사시험에 관한 피고의 업무는 변호사시험의 공고, 출제, 실시, 채점, 응시자별 응시제한 사항의 확인, 합격자 결정 등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한 피고의 시험업무라고 할 것인데,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여부가 위와 같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서열화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문제와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에서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이 사건 정보의 공개가 그와 같은 문제를 발생·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특히 피고는 사법시험의 경우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으므로, 변호사시험의 경우에만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모순적이다. 피고는 변호사시험의 경우 사법시험과 비교하여 정보 공개에 다소 소극적인데, 사법시험의 경우 응시번호 및 성명을 기재한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변호사시험의 경우 응시번호만을 공개하고 있는 점, 사법시험법의 경우 “시험에 응시한 자는 당해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월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11. 7. 25. 개정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은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시험 성적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점이 그 예이다. 이러한 변호사시험의 정보 비공개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 2015. 1. 8. 선고 2014구합13034 판결은 합격자 성명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비공개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이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항소하였으나 2015. 9. 23. 항소기각되었고, 법무부장관이 상고함에 따라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개정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 본문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거나 심판청구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청구인들의 알 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자 2011헌마769, 2012헌마209, 536(병합) 결정]. 대상판결은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가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로서 현대사회에 들어 더욱 중시되고 있는 점,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점(정보공개법 제3조, 제5조 제1항),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시험
법무부
로스쿨
합격률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2018-01-24
민사일반
[판례해설]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에 있어서의 차별구제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7. 선고 2016가합508596 판결)은,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차별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면서 영화상영관 시설을 보유하고 영화상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인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하여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영화 관람에 필요한 화면해설·자막·점자자료·통역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관한 구제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접 차별,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실질적 불리함으로 안겨주는 간접 차별, 편의시설에서 장애인에게 서비스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것 등이다(제4조 제1항). 구체적으로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 FM 보청기기 등의 수단 및 편의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② 피고들은 영화를 상영함에 있어 화면해설, 자막, FM 보청기기를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장애인인 원고들이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영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하지 않았으며, 영화상영관에서 원고들에게 점자자료,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수어 통역을 제공하지도 않았는바,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이 제공하고 있는 영화관람 서비스 및 영화 관련 정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도 판시한 바와 같이, 자막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수단이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비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하며, 화면해설 및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하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이자 화면해설을 재생할 수 있는 장비,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위 판시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의 정당한 사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및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3항).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은, ① 부산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 영화의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배리어 프리 영화의 자막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이 유통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영화상영관 좌석 뒤에 화면을 설치하여 자막을 제공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할 수 있고, ② 위와 같은 장비나 기기는 영화상영관 별로 소수의 장비나 기기 설치로도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③ 나아가 피고들은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스크린 2,281개 중 각 948개, 698개, 452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사업자이므로, 피고들의 국내 스크린 점유율, 보유하고 있는 영화상영관 규모 등에 비추어 장비나 기기 설치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피고들에게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에서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피고들이 소송 진행 중 그렇게 하는 경우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해 영화제작업자나 배급업자로부터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 위와 같은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청구를 최종적으로 변경했던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처럼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에도 이를 제공하는 것에 과도한 부담이 있다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제공하도록 위 판시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법원이 명할 수 있는 구제조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맞게 구제조치의 내용과 그 범위 등을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에게,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①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하는 영화에 관하여 시각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 FM 보청기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을 제공할 것, ② 원고들이 영화 및 영화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화면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영화 관련 정보(상영관, 상영시간) 및 그 밖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의 내용을 제공하고, 영화사영관에서 시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점자 자료 또는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를, 청각장애인인 원고, 청각·언어장애인에게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치들은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필수적이고 적정한 조치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구제조치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결론 이 사건 판결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삽입된 채 제작된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에 대해 편의 제공이 이루어져 장애인이 영화 관람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접차별
영화관
장애인
영화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8-01-05
행정사건
[판례해설] 공공계약에서의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
- 2012다74076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국가계약법 제19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64조 제7항은 물가변동(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의 기준과 절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하여 공공 발주기관이 계약특수조건을 통해 물가변동(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을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쟁과 논란이 계속되어 왔고, 하급심 판결도 엇갈려왔다. 공공조달계약을 사법상 법률행위로 보는 이상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계약의 대원칙은 물가(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그러나, 국가계약법령상 물가(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규정이 강행규정이라면 해당 특약의 효력은 부정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위 계약금액조정 규정이 강행규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해당 특약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와 계약일반조건 제3조제3항에 근거한 부당특약에 해당한다면 그 효력은 부정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국가계약법령에 근거한 물가(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의 성격과 효력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판결). 원고 시공사는 2007년경 피고 공기업과 에너지 시설공사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액 중 원고가 국외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부분(수입하는 설비)에 관한 금액은 고정불변이고, 물가변동(환율변동 등)이 있더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특약(이하 ‘이 사건 특약’)에 합의하였다. 그런데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하여 환율이 급등하자 원고는 국가계약법령 소정의 관련 규정을 근거로 피고에게 계약금액조정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물가변동(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을 이유로 원고의 계약금액조정요청을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물가변동(환율변동)에 따라 증액되었어야 할 계약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국가나 공기업을 당사자로 하는 공공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되고, 국가계약법령의 관련 규정의 취지는 예측하지 못한 물가의 변동으로 계약이행을 포기하거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공공계약의 목적달성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 국가 또는 공기업이 계약상대자와 그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특약을 유효한 것으로 판단,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반면, 고영한, 김재형 대법관 2분은 연혁적 문리해석·공공계약의 공법적 특성·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남용우려 및 일관된 물가(환율)변동 기준의 일방적 파기에 따른 혼란 등을 이유로 국가계약법령상의 물가(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규정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물가(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비추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배되어 효력이 부정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이 사건 환율급등은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국가계약법령상 물가(환율)변동 계약금액조정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고 사적 자치에 입각한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실제 위 판결은 향후 발주기관 계약특수조건 설정, 부당특약 판단기준, 민간계약(하도급 포함) 불공정 판단기준, 간접비 소송간 계약조건 해석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예산절감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남용 현실과 아님말구식의 실적위주 감사문화를 고려하다면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공공계약 당사자들간 혼란과 분쟁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위 판결은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과 관련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은 부당특약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던 것이지, 구체적인 물가 상승과 관련한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이부당특약에 해당하는지는 위 판결의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환율”은 나라 대 나라의 화폐가치의 비교로 애초에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오르는 특성을 갖는 “물가”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환율에 비해 물가는 그 특성상 계약금액조정 배제 시 부당특약에 해당될 소지가 높다는 이야기다. 이에 철강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된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이 부당특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 대상으로 하고 있는 대법원 2014다233480 사건의 판결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해당 판결을 통해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에 대한 부당특약 판단 기준이 보다 더 분명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공공계약 당사자들 간에 “계약특수조건에 대한 꼼꼼한 검토”와 “계약체결 및 이행간 대응 및 현장관리”의 중요성은 이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계약법
롯데건설
경남기업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18-01-03
행정사건
[판례해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구체적 심사기준
서울고등법원 2017. 11. 21. 선고 2017누35358 퇴직명령취소 판결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된 검찰청법(이하, 법)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 및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하여 검사의 직급 및 승진제도를 폐지하였다. 다만, 법에서는 검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검사단일호봉제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검찰조직의 노령화나 일부 검사들의 무사안일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법 제39조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되(제1항), 검사, 법률전문가, 변호사, 법학교수 등 9인으로 구성된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두어(제2항), 위원회가 검사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제4항), 법무부장관은 그와 같은 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제청하도록(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위와 같이 퇴직명령의 사유를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결여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7누35358 퇴직명령처분취소사건에서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그 심사결과에 따라 검사의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미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적격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검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점은 검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검사의 인사관리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검사적격심사에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결여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복무평정과 사건평정결과 또는 평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당해 검사가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용, 업무처리상의 과오 정도, 평정의 세부 항복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검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가 일응의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법 제35조의2는 평정을 위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에 위임하고 있고, 검사복무평정규칙 제4조은 평정항목은 1. 청렴성·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 2. 치밀성· 성실성, 3. 추진력·적극성, 4. 판단력·기획력, 5. 보고·의사소통 능력, 6. 인화협조·조직관리 능력 및 친절성, 7. 자기통제·자기계발 능력을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적격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검사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퇴직명령을 받은 검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왔으므로 소속 청 검사들 사이의 상대평가인 복무평정 결과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사건평정 결과와 특정사무감사 결과로 해당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검사들의 과오의 정도 및 그에 따른 조치에 관하여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사무감사 결과는 어떤 기준에 의해 집중검토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퇴직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위 사건 당시 법무부는 적격심사의 기준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검사근무성적 평정제도를 일응의 심사기준으로 삼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검사근무성적 평정은 원칙적으로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건처리 등에 있어 과오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근무성적 평정이 단순 인사기준을 넘어 퇴직명령의 심사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직 심사 전 충분한 인사조치가 먼저 행해져야 하고 교육기회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검사
검사적격심사
탈락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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