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사건】 2016나2030096 해고 무효확인청구 등
【원고, 항소인】왕AA(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나, 담당변호사 심재왕)
【피고, 피항소인】 1. BBB에너지 주식회사(대표이사 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승철, 김지석, 2. 주식회사 CC항공(대표이사 조○○, 지○○, 이○○),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정신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17. 선고 2015가합546348 판결
【변론종결】 2016. 10. 21.
【판결선고】 2016. 11. 18.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 BBB에너지 주식회사가 2013. 4. 23.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원고에게, 피고 BBB에너지 주식회사는 100,000,000원, 피고 주식회사 CC항공은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 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BBB에너지 주식회사(이하 ‘피고 BBB에너지’라 한다)는 발전소 및 발전 시설의 국내외 건설 및 운영,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자원의 개발 및 운영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 주식회사 CC항공(이하 ‘피고 CC항공’이라 한다)은 국내외 항공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며, 원고는 1983. 1.경 BBB 그룹 소속의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에 입사한 후 2011. 3.경 같은 그룹 소속의 피고 BBB에너지로 옮겨 2013. 3. 25.부터 비등기 임원인 상무로서 신재생에너지사업개발실장으로 근무하다가 2013. 4. 23. 퇴사한 자이다.
나. 원고의 피고 CC항공 항공기 탑승 및 귀국 경위
1) 원고는 2013. 4. 15. 15:15경 피고 BBB에너지와 미국 Sempra Energy사 사이의 네바다 태양광발전사업 관련 송전선로 공유방안, 셰일가스 비즈니스 협력 등 사업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업무상 출장을 이유로 피고 CC항공의 인천발 미국 LA행 KE017 항공편의 비즈니스석에 탑승하였다.
2) 원고는 비행 중 위 항공기 기내에서 승무원들에게 좌석 교체 가능 여부와 실내 온도 조절, 조명의 밝기, 죽이나 라면과 같은 식사 제공, 면세품 판매 등 기내 서비스에 대하여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하였고, 미국 LA 공항 도착 2시간 전에는 원고가 직접 기내 주방(Galley)으로 들어가 담당 승무원에게 주문했던 라면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질책하는 과정에서 들고 있던 책 모서리와 위 승무원의 신체부위가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하였다(이하 위 일련의 사건을 ‘이 사건 기내 사태’라 한다).
3) 이에 위 항공기 사무장은 기장에게 기내 승무원 폭행사건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를 하였고, 기장이 LA 경찰 당국에 이 사건 기내 사태를 신고함에 따라 원고와 관련 승무원들은 LA 공항 착륙 즉시 미국 FBI의 조사를 받았으며, 이로 언하여 원고는 미국에 입국하지 못한 채 2013. 4. 16. KE8012 항공편으로 다시 한국에 귀국하였다.
다. 이 사건 기내 사태의 언론 보도 등
YTN 뉴스는 2013. 4. 19.경 이 사건 기내 사태에 관하여 ‘대기업 임원이 기내에서 라면을 주지 않는다고 여승무원을 폭행했다’는 내용으로 최초 보도를 하였고, 그 이후 이 사건 기내 사태와 관련한 승무원일지(이하 ‘이 사건 승무원일지’라 한다)의 구체적인 내용, 원고의 신상정보와 피고 BBB에너지와의 관계, 직위 등이 신문, 방송, 인터넷,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유포되었다.
라. 원고의 피고 BBB에너지에 대한 사임원 제출 경위
피고 BBB에너지의 경영감사그룹장 조DD은 2013. 4. 20. 이 사건 기내 사태에 관한 YTN 뉴스기사를 확인하고 그 사실을 감사인 정EE 상무와 경영지원실 양FF 상무에게 보고하였고, 정EE 상무의 지시에 따라 원고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한 후 사건조사보고서(을가 제23호증)를 작성하였으며, 2013. 4. 22. 당시 대표이사 오GG에게 위 보고서를 토대로 이 사건 기내 사태에 관한 조사보고를 하였다.
2) 피고 BBB에너지는 2013. 4. 22. 원고를 신재생에너지사업개발실장의 직위에서 보직해임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하였고, 같은 날 회사 홈페이지에 이 사건 기내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원고에 대한 보직해임 사실 및 진상조사 후 후속 인사조치를 취할 계획임을 공식발표하였다.
3) 피고 BBB에너지의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경영지원실 양FF 상무는 2013. 4. 23. 대표이사 오GG의 지시에 따라 원고를 방문하여 원고로부터 자필로 작성한 사임원(을가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사임원’이라 한다)을 제출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8, 10호증, 을가 제1 내지 5, 22 내지 25호증, 을나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제1심 증인 양FF, 오GG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피고 BBB에너지에 대한 청구
피고 BBB에너지는 이 사건 기내 사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진상조사를 하거나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여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임원을 제출받아 수리하였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설령 원고의 이 사건 사임원 제출을 원고의 피고에 대한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의사표시로 해석하더라도 이는 피고 BBB에너지의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BBB에너지에 대하여 해고무효확인 및 원고가 피고 BBB에너지에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기본연봉 및 성과연봉) 중 일부 청구로서 10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2) 피고 CC항공에 대한 청구
피고 CC항공의 성명불상의 피용자는 고객정보에 해당하는 이 사건 승무원일지를 불상의 경로를 통해 인터넷에 유포시켰고, 원고는 이로 인하여 직장에서 해고되고 비난 여론으로 인하여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입는 등 사회적 지위와 명예, 사생활 등에 큰 불이익을 입었다. 따라서 피고 CC항공은 ① 성명불상 피용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② 탑승 고객의 개인정보를 담은 승무원일지 등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일이 없도록 소속 승무원들을 교육시키고 철저히 관리·감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룰 게을리한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바, 원고는 피고 CC항공에 대하여 위자료로서 3,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들
1) 피고 BBB에너지
가) 원고는 피고 BBB에너지의 비등기 임원이었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나) 설령 원고가 피고 BBB에너지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피고 BBB에너지는 원고에게 사직을 강요하거나 해고한 사실이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기내 사태와 관련된 언론 보도와 비난 여론, 피고 BBB에너지의 대외적 이미지 실추 등에 책임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이 사건 사임원을 제출한 것이다.
다) 원고는 피고 BBB에너지의 임원으로서 일반 직원의 모범이 되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기내 사태로 인하여 재직 중인 회사의 기업 이미지와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비난 여론 대응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하였는바, 원고에게는 피고 BBB에너지와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책임사유가 있다,
2) 피고 CC항공
가) 피고 CC항공의 직원이 사무집행 과정에서 이 사건 승무원일지의 유출과 관련하여 어떠한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입었다는 손해 또한 불분명하며, 이 사건 승무원일지가 유출되기 전에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이 사건 기내 사태의 구체적 경위와 원고의 신상정보가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승무원일지 유출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피고 CC항공은 사내정보 관리에 관한 전자적 보안체계를 갖추고 정보보호지침을 운영하며 직원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정보보안 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회통념상 사내정보 관리에 요구되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정보보호조치를 취하고 주의의무를 다하였는바, 이 사건 승무원일지 유출은 피고 CC항공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 난 것으로서 면책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피고 BBB에너지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 BBB에너지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먼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병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 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인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가 제6 내지 21, 26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정E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는 피고 BBB에너지로부터 신재생에너지사업 개발실의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가) 원고는 일반 직원의 지위에 있던 2013. 3. 24. 피고 BBB에너지를 퇴직한 후 2013. 3. 25. 피고 BBB에너지의 비등기 임원인 상무로 승진하였고, 기존에 일반 직원으로 근무하던 기간에 대하여 퇴직금을 정산받았다. 원고는 승진하면서 회사 내에서 ‘직원’이 아닌 ‘임원’으로 분류되었으며, 원고의 임원으로서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었다. 원고는 승진 이후 급여기준, 근로시간이나 휴가의 사용 등과 관련하여 일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직원급여규정, 직원복무규정, 인사규정 등 취업규칙의 규율을 받지 않았고, 근태관리도 받지 아니하였으며, 임원보수규정과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의한 기본연봉과 성과연봉 등을 지급받았다.
나) 피고 BBB에너지는 2013년경 원고가 담당한 신재생에너지사업개발실을 비롯하여 총 10실 1추진반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소속 임직원은 940명이며, 그 중 임원은 대표이사 1명, 사내이사 3명, 감사 1명, 원고를 비롯한 비등기 임원 5명을 포함하여 총 10명에 불과하였다. 원고를 비롯한 임원들에게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차량이 지원되고, 개인 사무실과 비서, 건강검진비,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 골프회원권 등의 복지혜택과 업무활동비가 제공되었다. 이와 같은 임원들에 대한 처우의 수준이나 내용은 근속기간이나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었을 뿐, 등기 임원과 비등기 임원에게 동일하게 부여되었다.
다) 원고는 상무로 승진한 이후 신재생에너지사업개발실장으로 재직하였는데, 그 산하에 있는 녹색사업그룹, 자원순환사업그룹, SNG(Substitute Natural Gas) 사업추진반의 진행 사업을 총괄하면서 그 소속 직원 68명을 관리하였고, 피고 BBB에너지가 출자한 벌도 법인인 탐라해상풍력발전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Techren Solar LLC의 이 사회 구성원 및 의장의 직도 겸임하였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탐라해상풍력발전 주식회사, Techren Solar LLC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므로 위 회사들의 이사회 구성원 및 의장직 겸임을 근거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을가 제27 내지 3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회사들은 2013. 3.경 사업 추진 단계에서 그와 관련한 활동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원고는 피고 BBB에너지의 이사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월 1회 개최되는 운영회의 및 매주 화요일 또는 수시로 개최되는 임원회의에 참석하여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의 결정에 관여하였다. 또한 원고는 신재생에너지사업개발실의 총책임자로서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 예산의 편성, 배정된 예산의 변경과 증액 및 집행, 소속 직원들의 채용과 인사평가에 관하여 전결권을 행사하는 등 담당 업무 중 일정 부분에 대하여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받았고(위임전결규정에 따르면 10억 원 미만의 투자승인, 5억 원 미만의 고정자산 취득 및 처분, 10억 원 이하의 구매계획 품의, 5억 원 이하의 손망실처리, 100억 원 이하의 수주·영업계획 품의 등과 관련하여 원고와 같은 실장들에게 전결권이 부여되어 있다), 업무수행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보장받은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임전결규정에 따른 전결권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였으므로 전결권 행사를 근거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전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그 주장과 같이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BBB에너지의 규정이나 직무분장에 따른 불가피한 업무처리절차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한편, 원고는 BBB그룹의 계열회사인 피고 BBB에너지의 임원으로서 상사인 대표이사 및 모기업인 BBB 그룹 본부의 경영방침을 따르거나 관련 사무를 보고하고 그 승인을 받는 등 업무에 있어 일부 지휘,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위임계약관계의 경우에도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 방향을 제시하고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체계는 엄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BBB 그룹은 계열사들 사이의 효율적 경영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속 계열사에 대하여 경영방침, 비전 등을 제시하거나 업무지시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 모기업이나 대표이사의 관여가 일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소결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다만, 전제를 달리하여 원고가 피고 BBB에너지의 종속적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제1심 증인 양FF, 오GG, 당심 증인 정EE의 증언들만으로는 피고 BBB에너지가 원고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원고에게 해악을 고지하면서 사직을 강요·종용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원고의 이 사건 사임원 작성 경위와 그 전후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임원을 제출할 당시 진정으로 사직을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사임원을 제출할 경우와 그렇지 않고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의 득실 등을 고려한 후 대기업 임원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소속 회사의 이미지 실추 등의 사유로 중징계률 당하는 것보다는 피고 BBB에너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 사건 사임원을 제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사임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와 같은 사임의 의사표시가 피고 BBB에너지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실질적 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피고 CC항공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살피건대,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기내 사태 발생 이후 위 항공기에 탑승한 승무원들이 피고 CC항공의 사내 안전보고 사이트(Safenet)에 그 경위를 기록한 사내 보고서를 작성하여 게재한 사실, 인터넷과 SNS를 통하여 전파된 이 사건 승무원일지에는 원고의 기내에서의 행적, 태도, 언행, 승무원들의 대응 내용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위 사내 보고서와 그 내용이 대체로 일치하는 사실, 이 사건 기내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원고의 신상정보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된 전후로 이 사건 승무원일지가 SNS, 인터넷 등을 통하여 유포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다만, 앞서 본 각 증거들, 을나 제9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CC항공의 사내 보고서가 어떻게 이 사건 승무원일지 형태로 변형된 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하여 유출되었는지 그 구체적 경위나 행위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② 피고 CC항공의 사내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한 있는 내부 직원에 한정됨을 전제로 그 유출자가 피고 CC한공의 직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내부 보고 목적의 사내 보고서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하여 유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외형상 피고 CC항공의 사무집행에 관한 행위라고 볼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 승무원일지가 유舍되기 전에 이미 언론보도를 통하여 이 사건 기내 사태의 내용이 상당히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승무원일지에 행위자인 원고의 인적사항이나 신상을 파악할 만한 개인정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④ 피고 CC항공은 사내 전산망과 내부 정보의 보호를 위하여 전자적 보안체계를 갖추고, 사내 개인정보보호지침을 마련하였으며, 평소 직원들을 상대로 정보보안 교육을 하고 업무상 지득한 비밀 보호에 관한 서약서를 징구하는 등 내부 정보의 취급 및 보호를 위한 상당한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피고 CC항공이 이 사건 승무원일지의 유출과 관련하여 사용자로서 또는 불법행위자 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소결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우진(재판장), 홍지영, 송석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