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사건】 2019가합586061 해고무효확인
【원고】 A
【피고】 B
【변론종결】 2021. 4. 30.
【판결선고】 2021. 6. 25.
【주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9. 3. 5.자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19. 3. 6.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33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변호사법 제88조에 의하여 설립되어 법조윤리의 확립을 위한 법령·제도 및 정책에 관한 협의, 법조윤리 실태의 분석과 법조윤리 위반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 법조윤리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자에 대한 징계개시의 신청 또는 수사 의뢰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나. 원고는 2017. 3. 6.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17. 3. 6.부터 2018. 3. 5.까지로 정한 근로계약 및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사무국장 겸 상근관리관(계약직)으로 근무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8. 3. 2.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18. 3. 6.부터 2019. 3. 5.까지로 정한 근로계약 및 연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다시 체결하고 사무국장으로 근무를 계속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2019. 3. 5. 기간만료로 종료되면 그 이후에 재계약을 할 의사가 없음을 전달하고, 원고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갱신거절’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24, 2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갱신거절 무효 확인 청구
가) 피고의 인사규정은 계약직 직원에 대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보다 효력이 강한 일반직 전환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고,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피고의 회계 및 예산을 담당하고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업무로서 한시적·일시적 업무가 아닌 상시적·계속적이고 중요한 업무였으며, 피고의 사무국장 및 일반 직원들 중 본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는 한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없었다. 또한 피고는 2018. 3.경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한 차례 갱신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아무런 업무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으며, 피고 위원장이었던 C는 2018. 12.경 원고에게 2019년 상반기 기획기사 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피고 사무총장이었던 D는 2019. 1. 11. 원고의 2019년 1학기 E 로스쿨 출강을 허락하는 등 원고에게 계약 갱신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였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나) 피고는 ‘집행부와의 임기 일치’라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갱신거절을 하였는데,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로서 무효이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갱신거절 이후 ‘근태불량(무단지각), 조사업무 거부,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 등을 갱신거절의 사유로 들고 있으나, 이는 원고에 대한 갱신거절 통보 당시 언급하지 않은 사유로서 위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들고 있는 위 사유들은 그 자체로 사실과 다르다. 한편 피고는 원고에 대한 아무런 근무평정 없이 재계약을 거부하였고, 원고에게 갱신거절을 통지하면서 내부 결재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은 절차적으로도 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갱신거절은 무효이다.
2) 임금지급 청구
이 사건 갱신거절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만료일 다음날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갱신기대권 부존재
가) 피고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계약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나)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피고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근로계약기간 만료일에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고 근로자는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건 계약, 피고의 인사규정 등은 계약직 직원의 근로계약 갱신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고, 원고가 근거로 드는 규정은 근무성적이 우수한 계약직 직원의 일반직 전환 가능성에 대한 규정일 뿐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또한 피고는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으면서 작은 규모의 조직을 저예산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사무국장들과 1년 단위의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고, 피고의 전임 사무국장 또는 직원들의 경우 근태에 문제가 없어 근로계약의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없었던 것이지, 계약갱신을 원한다고 해서 피고가 그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2)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집행부와의 임기 일치’는 피고 사무총장이 원고를 배려하여 이야기한 형식적 사유일 뿐 실제 이 사건 갱신거절의 사유는 원고의 근태불량(잦은 지각), 조사업무를 거부하고 행정업무만을 수행하려 하는 태도, 직원들과 소통이 원만하지 못한 점 등이다. 원고는 출근시간이 대체로 늦고 불규칙했고, 피고의 주된 업무가 조사업무임에도 조사업무를 거부하고 행정업무만을 수행하려 하였으며, 직원들로부터 신망을 얻지 못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갱신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3) 신의칙 위반 또는 실효의 원칙
원고는 피고로부터 확정적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근무하다가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2019. 3. 5. 퇴직금을 지급받고 퇴직하였고,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를 상대로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피고가 채용공고를 거쳐 2019. 10.초경 후임 사무국장을 채용한 후 2019. 12. 2.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예산, 조직구조, 운영상황 등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신의칙에 반하여 이와 같이 보복적으로 소를 제기하였는바, 신의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소가 각하되거나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어야 한다.
3. 본안전항변(신의칙 또는 실효의 원칙 위반)에 관한 판단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행사의 기대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이 경우 근로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4, 8, 10, 13, 23, 2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원고는 피고 측으로부터 이 사건 계약의 종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직후부터 피고 측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하였던 점, 원고 측의 제보를 바탕으로 게재된 기사와 관련하여 피고 측이 2019. 4. 30.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2303호, 이하 ‘관련 정정보도사건’이라 한다)에서도 이 사건 갱신거절 사유의 합리성이 다투어졌고, 관련 정정보도사건에서 언론사 측 소송대리인이 이 사건 원고 소송대리인(원고의 남편이다)과 동일한 점, 원고의 퇴직 시점과 이 사건 소 제기 시점 사이의 9개월이라는 기간이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등 소송을 준비하기에 지나치게 긴 기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 사건 갱신거절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거나 상대방인 피고가 원고가 이를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피고는 본안과 관련하여서도 이와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하여는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으로 갈음하고 별도로 다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갱신거절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1)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는 피고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어서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므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에 앞서 피고의 위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본다.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고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그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과 취지 및 요건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에게는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나아가 살피건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이에 준하는 것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12조에 따라 상시 근로자의 수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이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준하는 것’이라 함은 공무원을 사용하는 기관 또는 단체를 말한다 할 것인데, 갑 제7, 12, 2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변호사법 시행령 제20조의7 제2항에 따라 법원, 검찰로부터 각 공무원을 파견받아 사용하는 기관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변호사법 제89조의10에 의하면 피고의 위원, 간사, 사무국 직원은 모두 직무상 행위와 관련하여 벌칙을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의제되기까지 하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12조가 정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준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설령 갱신기대권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법리라 하더라도, 피고는 상시 근로자의 수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으므로,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 역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따라서 피고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원고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2) 다음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인사규정 제17조 제1항은 “근무성적이 우수한 촉탁 및 계약직 직원은 정원의 범위 내에서 일반직 직원으로 그 채용을 전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는 위 규정이 사용자인 피고가 아닌 피용자인 촉탁 및 계약직 직원에게 정규직 전환권을 부여한 것이므로 그보다 효력이 약한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하여도 앞서 본 판례에서 말하는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사평가 결과 등을 참작하여 해당 기간제 근로자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고, 갱신의 기준이나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갱신된다는 ‘의무규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 인사규정의 문언 및 체계상 위 규정은 피고가 근무성적이 우수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일 뿐, 위 규정을 근거로 피고의 계약직 직원이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피고가 이에 대응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계약 및 피고의 규정상 ‘이 사건 계약의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4, 31호증, 을 제7 내지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계약의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 사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변호사법에 근거하여 2007년 설립된 기관으로서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을 뿐 아니라, 법조윤리를 제고할 필요성에 관한 우리 사회의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계속적인 존속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원고는 피고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사무국장은 피고 위원장의 명을 받아 피고의 사무처리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직책(피고 규칙 제17조 제3항)으로서 피고 사무국의 관리자급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사무국장의 업무는 피고의 상시적인 업무에 속한다. 따라서 피고로서도 효율적·안정적인 기관 운영을 위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기간(1년) 마다 새로운 사무국장을 채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기존 사무국장과 체결한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그 직책을 유지시킴으로써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실제로 피고는 2017. 3. 6. 원고를 사무국장으로 채용한 이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계약을 한 차례 갱신하였다. 피고는 앞선 근로계약의 만료일이 다가오자 원고에게 재계약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물은 후 특별한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아니 하고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계약 만료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이유 등에 대하여 특별히 설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2007년 설립된 이래 이 사건 갱신거절 당시까지 원고를 제외한 3명의 사무국장과 6명의 사무국 직원을 기간제(계약기간 1년)로 채용하였는데, 피고는 위 사무국장 및 직원들이 스스로 퇴직을 원하지 않는 한 예외 없이 해당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인사규정은 근무성적이 우수한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인 일반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실제로 피고가 설립 이래 채용한 사무국 일반직원 6명 중 3명이 계약직으로 채용되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며, 결과적으로 현재 피고 사무국에 근무 중인 직원들 중 파견직원들을 제외한 일반직원 3명은 전원 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보인다. 비록 피고 인사규정상 정규직 전환에 관한 규정이 앞서 본 판례에서 말하는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정규직 전환기대권은 갱신기대권의 특별한 유형으로서 갱신기대권과 마찬가지로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가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고 실제 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짐으로써 사무국 일반직원 전원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사정은 원고의 근로계약 갱신과 관련하여서도 피고의 거절 재량이 제한된다는 신뢰를 부여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다.
⑥ 피고 위원장이었던 C는 2018. 12.경 원고에게 ‘2019년 상반기에 K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관한 기획기사를 낼 예정인데 피고 측에서 자료 준비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면서 관련 자료의 준비를 지시하였고, 위 기사는 원고 퇴직 이후인 2019. 4. 22. 게재되었다. 또한 피고의 위원 중 한 명인 E학교 M대학원 N 교수가 원고에게 2019년 1학기 법조윤리 강의를 부탁하여 원고가 2019. 1. 11. 피고 사무총장이었던 D에게 위 출강에 관한 허락을 구하였는데, D는 이를 승낙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측은 이 사건 계약의 기간 만료일 이후까지 수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업무에 관하여도 원고에게 지시 또는 승낙을 하였는바, 이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계약의 기간 만료일 이후에도 원고가 사무국장으로서의 직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⑦ 관련 정정보도사건에서 제1심 법원은 ‘과거에 한 차례 근로계약이 갱신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재계약 없이 이 사건 계약이 2019. 3. 5. 그대로 종료됨을 알려준 것일 뿐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해고를 통보하였다’는 기사 내용 등은 허위」라고 판단하였고, 위 사건의 항소심에서 언론사가 피고 등에게 지급할 손해배상 금액만 다소 감액하는 내용의 강제조정이 확정되어 이에 따라 2021. 3. 26. 정정보도가 게재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1심 법원의 판단은 ‘해고’와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이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부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사건에서 원고의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관련 정정보도사건에서의 위와 같은 판단만을 근거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2)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원고와 D는 2019. 1. 11.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재계약 여부에 관하여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2) D는 2019. 1. 14. C에게 원고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사유에 관하여, “변호사를 채용하는 이유가 B의 고유업무인 조사기법을 연구하고 조사기능을 강화하고자 한 것인데, O은 채용초기부터 사무총장이 조사실무를 해보라고 반기마다 5건씩 사건을 배당해주었는데, 서류상 형식적으로 검토할 뿐 전화조사나 상대방 피조사자로부터 일체 전화응대를 하지 않고 직원에게 미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직분이 예산을 담당하는 행정가임을 자처하면서 사실상 조사업무에는 관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당초 변호사를 채용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검사를 파견해주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서 변호사를 채용한 것이기도 한데 O은 오로지 예산과 행정만을 고집하고 있으니 이제는 조사의지가 있는 변호사를 채용하여야 합니다.”라고 J 메시지로 보고하였다.
(3) 원고는 2019. 1. 16. C와 재계약 여부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이에 관하여 C는 2019. 1. 21. 원고의 남편인 P과 통화하면서 “(D가) 나한테 하는 이야기가 그 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뭐 사건 배당을 받아가지고, 그 전문위원들이 조사한 사건, 그걸 자기는 뭐 행정 그 업무 보려고 채용됐는데, 그 사건 배당하는 것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그거 하고 그 다음에 그 출근시간이 9시인데 그걸 전혀 안 지킨다. 그래서 이제 사무국에 지금 분위기가 아주 그 직원들 사이에 좀 이상하다. 그런 화합이 잘 안된다. 뭐 그런 거부터 또 뭐라고 하던데 몇 가지 이유를 대면서, 계약연장을 안 해줘야 되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중략)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를 O에게 전달했습니다. ‘D 총장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문 총장한테 그런 점들에 관해서 뭐 시정을 하겠다든가 뭘 어떻게 하겠다. 이야기를 해서 입장을 한 번 솔직하게 한 번 이야기를 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였다.
(4) D는 2019. 1. 17. C에게 원고의 연봉에 대하여 J 메시지로 보고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C는 “너무 많네요.”, “그 급여 수준이면 두 사람 고용 가능합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5) 원고는 2019. 1. 21. 오전 9:30경 D에게 “총장님, 제가 병원 다니는 것이 있어서 부득이 조금 늦게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반차로 처리하려 합니다.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H 메시지를 보냈고, 그 무렵 C에게도 “위원장님, 제가 사정이 있어 오늘 조금 늦게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일정에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H 메시지를 보냈다. C는 원고로부터 받은 위 메시지를 D에게 H 메시지로 전달하면서 “오늘도 O이 보낸 S이오. 한달에 반은 나에게 이런 S 보냅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6) D는 2019. 1. 21. 병원 진료를 마치고 출근한 원고에게 ‘피고 위원장인 C와 사무총장 D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원고의 연임을 결정하기가 어려우니, 일단 이 사건 계약은 2019. 3. 5. 종료되는 것으로 하고 신임 집행부가 오는 5월경 다시 지원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4, 23호증, 을 제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D가 2019. 1. 21.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종료되면 그 후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그 이유로 ‘집행부와의 임기 일치’를 들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의 반발을 염려하여 한 이야기로서 실제로 피고는 원고의 무단지각, 조사업무 거부,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 등을 사유로 원고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그러한 사유를 2019. 1. 16.경 원고에게도 고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5 내지 21, 37호증, 을 제1, 4,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사유들(무단지각, 조사업무 거부,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이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관한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계약상 원고의 출근시간은 오전 9시로 정해져 있는데, 원고가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등을 위하여 30분~1시간 정도 늦게 출근하는 일이 잦았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 제5조 제1, 3항에 따르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한 지각의 경우 원고에게는 사전 또는 사후보고를 할 의무가 있을 뿐이고, 만일 부득이한 사정이 없다 하더라도 해당 시간에 대하여 무급 또는 연차 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원고가 위와 같은 사유로 지각이 잦았다는 사정만으로 반드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근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을 제2호증의 3에 의하면 원고는 직근 상급자인 D와 위원장이었던 C 등에게 출근이 늦어지는 사정에 대해 보고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등을 위해 출근을 늦게 하는 것에 대하여 전임 위원장인 Q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C와 D 역시 이 사건 갱신거절 전에 원고에게 출근 문제를 지적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오히려 D는 2019. 1. 21. 병원 진료로 늦게 출근하게 되어 반차 처리하겠다는 원고에게 “반차 처리하실 필요는 없으니 마치는 대로 출근하세요.”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원고의 지각으로 인해 피고의 업무에 지장이 발생한다는 등 사정이 있었다면 피고가 이를 지적함으로써 원고의 지각 문제가 어렵지 않게 시정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는 출근시간이 늦어지는 경우 원고로부터 보고를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근로관계가 2년간 지속되는 동안 원고에게 위 문제를 지적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인바,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등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의 출근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허락하였거나 적어도 피고의 입장에서 이를 특별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원고가 조사업무를 거부하여 반기당 5건만을 배당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에게 반기당 5건의 조사업무만 배당된 경위가 원고의 조사업무 거부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조사업무를 전담한 사무국 직원들에게 배당된 업무의 양 및 원고의 업무부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원고가 사무국장으로서 피고의 예산, 회계, 기획, 국회보고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배당받은 조사업무가 지나치게 적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도 부족하다.
④ 피고는 원고가 직원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사건 갱신거절의 사유로 들고 있으나, 피고 직원들이 작성한 진술서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사무국 직원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소통의 부재 등으로 인해 피고의 업무에 지장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⑤ 피고는 원고에 대한 평정 결과 위와 같은 사정을 반영하여 이 사건 갱신거절을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은 “직원의 공정한 인사관리를 위하여 근무성적의 평정을 실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 사무처리규정은 위 근무성적평정의 문서보존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피고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근무평정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제 원고에 대한 평정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평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평정이 객관성·합리성·공정성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유(무단지각, 조사업무 거부,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가 원고에 대한 평정에 반영되었는지 여부도 전혀 알 수 없다.
3) 소결론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이 사건 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갱신거절은 무효이다.
나. 임금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갱신거절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약의 기간이 2019. 3. 5.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게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상 근로계약기간인 2018. 3. 6.부터 2019. 3. 5.까지 매월 5,330,000원(= 월 급여 5,000,000원 + 중식비 150,000원 + 교통보조금 180,000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이후의 임금도 같은 액수일 것으로 추인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9. 3. 6.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33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은혁(재판장), 장민경, 오주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