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증금의 감액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에 해당하게 된 경우 소액임차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모씨는 지난 2004년 3월 집주인 정모씨와 보증금 7,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씨가 A농협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대신 변제해주기로 약정했다. 그러면서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1,550만원을 정씨에게 줬다. 그러나 정작 이씨는 농협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이후 이씨는 6월께 정씨와 임차보증금을 4,000만원으로 낮춰 다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같은달 11일 확정일자를 받았다. 한편 농협은 정씨가 돈을 갚지 않자 법원에 정씨의 건물에 대해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했다. 배당법원은 이씨가 소액임차인이 아니라고 판단해 3순위 배당권자로 지정했고 이씨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이씨가 법원의 경매가 개시될 것을 짐작하고 돈을 회수할 목적으로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를 받기 위해 계약을 변경한 것"이라며 "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인 소액임차인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이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2007다23203).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제 임대차계약의 주된 목적이 주택을 사용·수익하려는 것인 이상, 처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보증금액이 많아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그후 새로운 임대차계약에 의해 임대인과의 사이에 정당하게 보증금을 감액해 소액임차인에 해당하게 됐다면 그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계약이어서 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임차인이 같은 법상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가 제1차 임대차계약 후 이 사건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친 후 계속해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보증금만 감액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주된 목적 역시 주택의 사용·수익에 있다고 볼 것"이라며 "이씨가 임차인과 처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그후 정당하게 보증금을 감액해 소액임차인에 해당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이씨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