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가단5195128 물품대금
【원고】 1. A, 2. B(*** ***), 3. 김○○,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북아 담당변호사 이경재
【피고】 1. C 주식회사, 2. D 주식회사, 피고 1, 2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태건, 김한솔, 신동찬, 한수연, 3. E 주식회사, 4. F 주식회사
【변론종결】 2021. 2. 16.
【판결선고】 2021. 4. 6.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C’이라 한다)는 원고들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5. 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으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5. 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청구원인
원고 A는 2010. 2. 24. 피고 C과 전기아연(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 물품판매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기로 하였는데, 국내 반입량 등을 고려하여 형식상 피고 C, 피고 D 주식회사(이하 ‘피고 D’이라 한다), 피고 E 주식회사(이하 ‘피고 E’이라 한다) 등 3개 회사 명의로 각 계약하되 물품대금은 모두 피고 C이 지급하기로 하였다.
원고 A는 위 계약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을 피고 C, 피고 D, 피고 E이 지정한 피고 F 주식회사(이하 ‘피고 F’이라 한다)에 모두 공급하였으나, 물품대금 중 일부인 미화 4,743,945.66달러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한편 원고 B(이하 ‘원고 B’이라 한다)는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원고 A의 물품공급 및 대금결제 등 대외업무를 총괄수행하는 기관이고, 원고 김○○은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위 원고들로부터 대금 수령 등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한국 거주 대리인이다.
따라서 주위적으로 피고 C은 원고들에게 위 미지급대금 중 일부인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예비적으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재판관할권 등에 관한 판단
가. 대한민국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남북한은 국제연합(UN)에 동시에 가입하였으나 서로 상대 측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고 남북한의 교역은 국가간의 무역이 아닌 민족 내부적 교역으로서 특별한 취급을 받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북한을 독립한 외국으로 볼 수는 없고 다만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볼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은 남북한 사이의 섭외적 법률관계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해 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을 정할 수 있다.
나.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동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는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피고 C, D은 원고들과는 계약을 맺은 적이 없으므로 실질적인 관련성이 없어 대한민국 법원에 재관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 A와 위 피고들 사이의 계약서가 존재하고, 원고들이 위 계약서를 근거로 위 피고들을 이행의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소송에 필요한 증거들이 대한민국에도 소재하는 점, 대한민국에 본점 소재지를 둔 위 피고들로서는 대한민국 법원에 그들을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당사자의 준거법 선택은 명시적인 지정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지정도 가능하도록 하고, 다만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 전후의 사정,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준거법 이외의 다른 의사 표시의 내용이나 소송행위를 통하여 나타난 당사자의 태도 등 계약 전후의 사정,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묵시적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다77754 판결,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7172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계약서(갑 제2호증) 제10조는 ‘분쟁해결 : 계약이행기간에 발생한 의견 상이는 쌍방이 협의하여 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원고들이 대한민국 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 C, D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멸시효 항변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원고들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소멸시효 정지의 재항변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 (묵시적으로나마)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지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을 유추적용하여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함이 타당하다.
3. 판단
가. 소송대리권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 C, D은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원고 A와 B을 대리한 소송대리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A는 2019. 2. 2. 원고 김○○에게 ‘피고들이 원고 A에 지급해야 할 이 사건 물품대금 잔액의 수금관계 확인 및 그 사후처리에 관한 사항에 대한 시행권한’을 위임한 사실, 원고 B은 원고 A의 상부 기관인바, 원고 B은 원고 김○○에게 ‘원고 B은 원고 A를 대리하여 2010. 2. 24. 피고 C 등과 각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였다. 수출대금 중 일부가 미수령되었으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우리가 지정하는 구좌로 송금하도록 조치하며, 만약 송금이 불가능할 경우 피고 C 등을 원고 B과 연계하여 줄 것을 남측 소송관계를 대리한 수탁자 원고 김○○에게 위임한다’는 문서를 보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원고 김○○이 원고 A와 원고 B으로부터 돈의 수금에 관한 사항 및 소송대리권을 수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원고 김○○이 원고들 소송대리인에게 원고 A와 B을 대리하여 이 사건 소송을 할 것을 위임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임의적 소송신탁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C, D은 설령 원고 A와 B이 이 사건 소송을 할 목적으로 원고 김○○에게 소송을 위임한 것이라면 이는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 A와 B이 원고 김○○에게 원고 김○○의 명의로 소송을 수행할 것을 위임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 B, 김○○의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 A이고 원고 김○○은 원고 A와 B의 대리인에 불과하며(원고들이 원고 김○○에게 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고 A, B이 원고로서 이 사건 청구를 하는 점, 원고들이 원고 김○○이 원고 A, B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점과 모순되는바, 원고 김○○이나 그 대리인이 법률적인 판단을 그르쳤거나 투망식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 B은 원고 A를 비롯한 대한민국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북한기업을 관리·감독하고 물품공급과 대금결제 등 대외업무를 총괄 수행하는 상부기관이라는 것이므로, 주장 자체로 원고 B과 김○○에게 이 사건 물품대금의 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원고 A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갑 제2 내지 4호증, 을가 제1, 5, 6. 9, 12, 13, 16, 17, 18호증의 각 기재, 갑 제7, 8호증, 을가 제3, 4, 11호증의 각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 제2, 5호증의 각 기재, 갑 제7, 8호증, 을가 제3, 4, 11호증의 각 일부 기재만으로는 원고 A가 피고 C 또는 피고들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G 주식회사(이하 ‘G’이라 한다)가 원고 A 또는 그 외의 북한 기업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매수하여 피고들에게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 C, D은 북한산 아연을 공급받기 위하여, 2009. 3. 24. H 주식회사와 적선 날짜를 2009. 4.부터 2010. 3.까지, 적선 수량을 월 l,500t(+/- 10%), 적선 문건으로 원고 B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한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하였고, 2010. 3. 31. G과 적선 날짜를 2010. 4.부터 2011. 3.까지로 하고 그 외에는 위와 동일한 내용의 기본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원고 A가 피고에게 이 사건 물품을 납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제출한 선하증권(갑 제3호증)에도 G이 송하인으로, 피고 C, D, F이 통지수령인으로 기재되어 있다.
③ G이 피고들에게 이 사건 물품대금을 청구하였는데, G이 지정한 수령인이 원고 A의 계좌가 아니다. 피고 C 등은 이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의 대금을 G이나 그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A도 그중 일부 대금의 수령을 인정하고 있다.
④ 인보이스(갑 제4호증)에는 G이 I총공업회사로부터 전기아연을 구매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⑤ 인보이스(을가 제4, 11호증)에는 선적항이 김책항, 도착항이 인천항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판매자가 G, 구매자가 피고 C, D으로 기재되어 있다.
⑥ G이 I공업총회사로부터 아연을 매입할 때 적용한 단가와 피고 C 등에게 아연을 매도할 때 적용한 단가가 서로 달라 G을 원고 A와 피고들 사이에 단순히 수수료만 취하는 중개업자로 보기 어렵고, 원고 A가 G에 수수료만을 지급하였다는 증거도 없다.
⑦ 원고 A가 피고 C, D, E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증거로 제출한 계약서(갑 제2호증)에 기재된 내용은 위 원고가 제출한 선하증권(갑 제3호증), 인보이스(갑 제4호증)의 내용과 물량, 납품일 등이 일치하지 않는다.
⑧ 피고 C, D은 2011. 4. 11. 이 공급자를 원고 A로 하여 이 사건 물품의 반입승인신청을 함과 동시에 송금승인신청도 하였는데, 송금승인신청서에는 ‘피고 C, D이 중국 소재 무역회사와의 무역계약에 따라 북한산 아연괴를 반입하여 원료로 사용하여 왔다’고 되어 있다.
⑨ 이 사건 계약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계약서(갑 제2호증의 1, 2)에 피고 C, D을 대표하여 서명한 이○○은 원산지 증명에 필요하다고 하여 형식상 위 계약서에 서명하였다고 진술한다. 실제로 원산지증명서(을가 제3호증)에 판매자 원고 A, 구매자 피고 C, D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러한 사실에 앞서 본 각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에 의하더라도, 원고 A와 피고 C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물품대금도 피고 C이 모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 D, E, F에 대한 청구는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