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증거에 대한 동의를 취소·철회할 수 있지만, 증거조사가 끝난 후에는 취소나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이후에는 피고인이 부인해도 증거능력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9)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8도13685).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18조 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증거 동의가 있는 서류 또는 물건은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해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증거 동의의 의사표시는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취소 또는 철회 전에 취득한 증거능력은 상실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검사가 증거로 신청한 서류들 중 대화 녹취록과 정산서를 공판기일과 공판준비기일에서 각 증거로 함에 동의했고 이에 대한 증거조사도 마쳤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착오로 서명했으므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김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회사대표로 재직면서 2008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회삿돈 1억4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자금관리 및 집행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적지 않은 금액의 회사 자금을 피고인의 개인 가수금으로 처리하여 횡령범행을 저지른데 대한 책임이 무겁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정산서 등의 내용이 허위인데 확인하지 않고 착오로 서명·무인했다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