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60대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유무죄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안에서 대법원이 하급심의 무죄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추행범죄를 엄중 처벌하려는 대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모(60)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음악과 영어를 가르쳤다. 그는 목사안수를 받고 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지침 교육과정을 마치고 목회 차원에서 진맥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2007년10월 학교연구실로 친구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5학년 여학생을 책상위에 눕히고 옷안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부위를 만지는 등 8차례에 거쳐 3명의 어린이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은 "가슴을 만질 당시 다른 학생들도 함께 있었고 장소도 공개된 곳이었으며 평소 학생들에게 진맥이나 건강검진 등을 해왔다"며 "추행의 범의를 품고 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여학생이 방과 후 호기심에서 자진해 피고인에게 진맥을 부탁했고 평소 목회활동차원에서 교회신도들에게 건강검진을 해왔다"며 "학교에 양호교사가 없어 평소 학생들의 건강을 살펴왔으며 배와 가슴부위를 누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13세 미만미성년자 강간 등)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2576)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4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폭법상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추행죄는 '13세 미만의 아동이 심리적 장애없이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권익'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비록 피해자가 호기심에서 피고인을 먼저 찾아갔고, 함께 간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한 행위여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므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데에는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