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가 공안사범이라는 이유로 교도소내 작업과 교육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9일 김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향법)가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현처우 유지결정 취소소송(2017구합22055)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은 교도소장이 수형자에 대해 개별적 특성에 알맞은 교육·교화 프로그램, 직업 훈련 등의 처우를 하는 것을 중요한 교정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며 "만약 소장이 합리적 이유없이 특정 수형자에 대해서만 작업 또는 교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부당하게 제한한다면 이는 교정행정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수형자에 대한 인권존중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안사범이 특정사상과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있어 다른 수용자들과 개별적 접촉을 허용할 경우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해 불만을 제기하고, 불순한 세력을 모으는 등 수용질서를 해칠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한다는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이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원고가 입는 불이익 사이에는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형자의 처우등급을 결정하기 위한 법무부 예규인 구(舊) 분류처우 업무지침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단지 공안사범이라는 이유로 작업 또는 교육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2011년경 북한 노동당 225국(대외연락부)의 지령을 받고 대한민국내 지하조직 '왕재산 간첩단'을 만들어 활동한 혐의로 체포돼 2013년 2월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반국가단체의 구성)로 징역 7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구교도소에 수감생활을 하던 그는 2016년 7월부터 교도소장에게 여러차례 "교도소내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교도소 측은 김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김씨는 교도소장의 재량에 따라 작업 등에서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는 경비처우급(S3)으로 구분돼 있었고 구 분류처우 업무지침에 따라 작업 참여가 불가능한 공안사범이라는 이유때문이었다.
분류처우 업무지침은 수형자가 만기, 환자, 징벌, 공안, 감호, 마약·향정, 고령, 독거, 관심대상 등에 해당하는 경우 취업불가능인원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6월 "교도소내 작업에 참여하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