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이 업무 중 관리소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서영애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경남 창원시 A아파트 전 경리직원 이모(34)씨가 A아파트 전 관리소장 박모(41)씨와 관리업체 B사,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2나1478)에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이씨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무르면서 이마에 키스해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며 "박씨의 강제추행은 박씨와 이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와 B사의 사무집행을 하던 중 일어났으므로 박씨를 직접 지휘하고 감독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도 이씨의 손해를 연대해서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의 성추행이 이씨의 입사 이후 20여일 만에 발생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로서는 박씨가 근무시간 중 관리사무소 안에서 이씨를 추행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을 고려해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며 "박씨는 이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는 500만원 중 250만원을 박씨와 연대해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가 관리사무소가 아닌 노래 주점에서 이씨와 아파트 대표회장 등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대표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씨의 목을 껴안으면서 귀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은 외형상 객관적으로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다거나 권한을 이용한 추행이라고 볼 수 없어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가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A아파트 관리소장이던 박씨는 2009년 6월 29일 노래 주점에서 경리직원 이씨를 추행한 뒤 같은 해 7월 2일, 관리사무소에서 또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는 위자료 등 370만원을 지급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는 박씨의 손해배상 채무의 절반인 185만원을 연대해 지급하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