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경구 부장판사)는 24일 한국철도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재심판정처분취소 청구소송(2008구합6622)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2조3호는 ‘차별적 처우’에 대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주된 업무 내용 등 핵심요소에 있어서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 자격증 소지여부 등 현저한 질적 차이가 없는 한 둘은 기간제법 제8조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채용절차나 업무의 부수적 내용 등에 차이가 있더라도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 근로자들과는 달리 성과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은 성과상여금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기간제법 8조의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성과상여금이 근로조건의 일부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액수와 시기는 달라져도 성과상여금 지급 자체는 관행에 따라 계속 이루어진 점 등 성과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성과상여금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재원으로 했다고 볼 수도 없고, 성과상여금은 ‘예비비’항목에 계상된 한편 기간제 근로자의 급여는 ‘잡급’항목에 계상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예산의 항목유용 내지 임의전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983년 공공기관에게 성과상여금 차등지급제도를 도입하고 매년 1회 그 이행실적을 평가해 성과상여금을 차등지급해왔다. 2006년께 기획예산처는 2005년도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실적을 평가해 200%의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고, 철도공사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기간제 근로자 중 전문직 근로자에게는 성과상여금을 차등지급했지만 기간제 근로자들에게는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강모씨 등 기간제 근로자 32명은 불이익한 처우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 등에서 받아들여지자 한국철도공사는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