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자백하면 선처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백했다면 신빙성 인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검찰자백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호자 없이 조사를 받으면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자백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1심에서는 자백을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내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조희대 부장판사)는 22일 경기 수원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10대 소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 등 4명에 대한 항소심(2008노1914)에서 1심을 파기하고 상해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의 자백 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들은 비록 자신들이 억울하기는 하지만 자백하면 선처받을 수 있고 부인할 경우 있을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염려해 자백했다고 하는데, 피고인들이 아직 어리고 가족이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자신을 변호해 줄 사람이 전혀 없다고 여겼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굳이 멀리 사건이 있었던 학교까지 가게됐다는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고, 도착이후의 상황에 관한 진술이 서로 모순되거나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사진을 보여준 이후에야 비로소 실제 정황에 맞추어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에 대한 살인으로 1심에서 징역7년을 선고받은 정씨가 항소하면서 피고인들과 같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은 하지 않았던 점 등을 볼때 피고인들의 자백진술의 신빙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부모 등은 물론 변호인의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기 힘든 노숙자들이었다는 점까지 감안해도 자백진술을 믿지 못할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7년 5월 중순 노숙생활을 하던 김양이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사건은 김양이 자신의 돈을 훔쳤다고 의심하던 노숙자 정모씨에게 맞아 숨진 것으로 결론이 내려져 정씨는 징역5년형을 받고 확정됐으나 지난해 1월 검찰은 제보를 받고 다시 재수사에 착수해 10대 노숙남녀 네명을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사고 발생 후 반년 이상 지나 재수사가 시작돼 진술 이외의 물증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피고인들은 검사의 회유에 의해 자백한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중 최씨에게는 징역4년, 나머지 3명은 징역 단기2년, 장기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