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결이 확정돼 당연퇴직됐어야 하는 경찰관이 이를 모르고 5년 넘게 근무했다면, 퇴직급여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2부(재판장 김종백 부장판사)는 경찰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최모씨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급여지급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2007누17740)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공무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연퇴직제도는 공무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임면권자의 의사표시 없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당연히 그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하게 하는 것으로 그와 동시에 퇴직급여사유도 발생한다”며 “공무원이 퇴직급여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을 그 요건으로 삼고 있지도 않으므로 퇴직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퇴직급여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되며, 이는 결격자가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함을 몰랐다거나 또는 당연퇴직 후 장기간 공무원으로서 사실상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도 연금업무취급 담당자가 예상 퇴직급여액 등을 산정한 것을 기초로 14회에 걸쳐 학자금 대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음을 전제로 당시까지의 재직기간 및 예상 퇴직급여액을 그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라며 “피고가 퇴직급여 지급채무가 존재함을 알면서도 학자금 대부를 인정해줬다고 볼 수 없으므로 퇴직급여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봐서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1980년 순경으로 임용돼 근무하던 중 2000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아 2001년 판결이 확정됐다. 형사판결의 확정으로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5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해 2006년에는 경위로 승진까지 했다. 하지만 감사과정에서 최씨가 2001년 당연퇴직 됐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최씨가 퇴직수당지급을 청구하자 피고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퇴직급여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최씨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