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또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2005년 7월 형법의 관련 조문(제62조1항)이 개정된 이후 나온 첫 판결이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기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선 법원의 법리논쟁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번 판결은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을 통일 시키고, 재판기준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동사무소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다 무단결근해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모(24)씨에 대한 상고심(☞2006도6196)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 제62조1항 단서 조항이 형의 집행종료나 집행면제 시점을 기준으로 집행유예 결격기간의 종기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한 채 유예기간이 경과돼 집행 가능성이 소멸됐기 때문에 집행종료나 집행면제 시기를 특정할 수 없게 된 경우까지를 단서조항의 요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의 확정시로부터 3년간이 결격기간으로 되는 것으로 유추해석할 수도 없고, 또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때를 결격기간의 종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해 형을 선고할 때에 단서조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집행유예 결격사유를 엄격히 제한했다.
재판부는 또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돼'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단서 소정의 요건에의 해당 여부를 논할 수 없다"며 "이 점은 이 사건과 같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한 기소후 그 재판 도중에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차씨는 동사무소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던 2005년 2월 병역법위반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으나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같은해 7월 또다시 10일 동안 출근하지 않았다가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005년 12월 절도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해 "개정 형법에 의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 법리논쟁을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