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회의원, 서울시 공무원, 대학교수 등 1백69명은 12일 “대통령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제정되기 전에 국민투표에 붙였어야 했다”며 이 법률의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을 ‘수도이전 위헌헌법소원 대리인단’(간사 李石淵 변호사)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냈다.
또 대통령소속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하고있는 이전계획·기본계획 수립, 예정지역지정 등의 추진 작업을 본안결정 선고때까지 잠정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청구인단은 청구서에서 “헌법 제72조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에 대한 엄격한 문리해석에 따르면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에 붙일 것인지에 관한 재량권이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그 사안의 중대성 정도나 시간의 촉박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일 뿐”이라며 “행정수도이전과 같은 국가안위에 관한 막중한 중요정책으로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안에 재량권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따라서 “국민투표권이 있는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의 공포로 인해 수도이전이라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한 찬반의견표시 기회를 박탈당해 참정권인 국민투표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단은 또 “수도에 관한 규정을 헌법에 두고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하도록 하고있는 국가가 85개국이나 된다”며 “비록 우리 헌법에 수도와 관련한 규정은 없지만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은 헌법적으로 볼 때 불문헌법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임을 인식하고 반드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단은 헌재가 지난 2001년6월 “우리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및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권'만을 헌법상의 참정권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결정내용(2000헌마735)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한 헌법소원에 대해 상당수 법조인들은 “기본권침해 사실과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도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적 해결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있는 가운데 헌재가 대통령탄핵심판에 이어 수도이전문제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있다.
한 법조인은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경우 기본권 침해성과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본안 판단에 앞서 적법요건의 선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국민투표가 국민의 참정권이라고 해석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통령에 의해 부의됐을 때 논의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구인단은 이밖에도 수도이전의 위헌성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는 신행정수도 이전 비용 투자로 인한 납세자로서의 권리 및 재산권 침해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청취 절차 생략으로 인한 청문권 침해 ▲서울시의회와의 협의 미준수로 인한 공무담임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헌법기관이전 문제와 관련 대통령 승인전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 국회를 하부기관으로 표현하고 있어 체계정당성의 원리 위배 ▲수도이전지역을 대전·충청권으로 예정해 다른 지역을 차별취급해 평등권 침해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 침해 등을 들었다.
이와관련, 건설교통부는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라는 것은 인정한다고 해도 국민투표 부의여부는 의무사항이 아닌 대통령의 재량사항”이라며 “대선공약, 정부의 공청회·세미나 개최와 국회의 압도적 찬성을 얻어 특별법을 제정한 이상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이라거나 참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건교부는 “침해의 자기관련성, 침해의 현재성, 침해의 직접성 등이 결여됐다”고 청구인단의 주장을 반박하고 “각하나 기각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전자추첨을 통해 이번 사건의 주심으로 李相京 재판관을 선정했다.
이어 李 재판관을 비롯 權誠·宋寅準 재판관으로 구성된 제3지정 재판부는 13일 재판관 평의를 열고 사전구제절차·청구기간·대리인 선임여부 등 사전심사를 거쳐 사건을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키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전원재판부는 이번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의 적법요건에 대한 심리를 한뒤 적법요건을 갖췄다고 결론이 내려질 경우 청구인과 피청구인, 법무부장관 등에 심판회부 결정 통지와 의견조회를 거쳐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