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시간씩 주 25시간 단시간 상담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 보수규정에서 정한 ‘상근’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풀타임 근무’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상근’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밝힌 첫 판결이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4일 김모씨 등 2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호봉재획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두32012).
김씨 등은 1일 5시간, 1주 25시간 단시간근로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하다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들의 초임 호봉을 획정하면서 ‘단시간 직업상담원’ 근무 경력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김씨 등은 단시간 근무경력을 합산해 초임 호봉을 재획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노동청은 "공무원보수규정에서 정한 '상근'은 주 5일 주 40시간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형태를 의미한다"면서 "단시간근로 직업상담원 경력은 상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김씨 등은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보수규정 등은 '상근으로 근무한 민간직업상담원 경력’을 동일분야 경력일 경우 100% 경력을 환산해 주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김씨 등이 단시간상담원으로 근무한 경력은 호봉 획정에 환산될 경력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상고심에서는 공무원보수규정에서 정한 ‘상근’이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풀타임 근무'를 뜻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상근’이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여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함 또는 그런 근무’를 뜻한다”며 "상근은 ‘항상성’과 ‘규칙성’에 핵심이 있는 개념이지, 1일에 적어도 몇 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최소근무시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12년 공무원보수규정은 유사경력 인정기준을 개선하면서 여러군데에 '상근으로 근무한'이라는 문언을 추가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정규직 외에 ‘비정규직 중 상근으로 근무한 유사경력’을 인정해 호봉 획정 및 재획정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이유를 밝혔다"며 "상근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해 인정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2012년 공무원보수규정의 개정취지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씨 등은 ‘단시간근로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한 경력 기간 동안에 매주 관공서의 통상적인 근무일인 주 5일 동안, 매일 규칙적으로 1일 5시간씩 근무했으므로 ‘상근’으로 근무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김씨 등의 ‘단시간근로 직업상담원’ 근무 경력을 공무원 초임호봉 획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근’의 의미에 관하여 공무원보수규정 및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상근’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판결”이라며 "단시간 근로자도 ‘항상성’과 ‘규칙성’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상근’의 통상적인 의미에 해당할 경우 ‘상근’ 근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