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합의했다면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직원들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같은 임금피크제는 전 직원들에게 적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숙연 부장판사)는 A씨 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2020나2028045)에서 최근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입사해 2015년 이전에 1,2급으로 승진해 재직하고 있거나 퇴직한 직원들이다.
공단은 2013년 5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당초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3급 이하 근로자 및 기능직 근로자의 정년은 58세로 정하고 있던 것을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와 적용기간, 임금지급률 등 임금피크제 운영방안에 관해 협의했고 2015년 10월 노사 합의를 체결했다. 노사합의서에서는 도입 유형에 대해 2급 이상 등에게는 정년보장형을, 3급 이하 등에게는 정년연장형을 적용하는 내용과 피크임금 산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 등은 "공단의 임금피크제는 3급 이하 근로자에게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지만 2급 이상 근로자에게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해 그 내용이 결과적으로 2급 이상 근로자에게만 불이익하다"며 "2급 이상 근로자는 노조 조합원 자격이 없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2급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동의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한 채 임금피크제를 도입·시행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 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데, 그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 그 노조의 동의가 있으면 된다"며 "이때의 '동의'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노조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 합의를 체결하고 합의서에 그 적용대상을 전 직원이라고 명시했고,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형과 정년보장형으로 도입하되 적용기간 등 세부기준은 정부가이드라인에 준해 적용하도록 정했다"며 "이에 따라 공단은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한 후 임금피크제를 시행했고, 노조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협약에서는 2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배제된다는 취지의 규정 등이 없는 이상, 노조의 동의는 모든 근로자의 적용에 대한 동의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A씨 등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