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군에 건조·납품한 잠수함의 독일제 부품 결함 문제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정부에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국가가 현대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다201156)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방부는 지난 2000년 1조2700억원을 투자해 2009년까지 잠수함 독자설계기술을 확보하는 내용의 차기잠수함사업을 시행했다. 사업 과정에서 독일 선박 건조회사 티센크루프와 납품 및 관련 용역에 관한 가계약을 맺고,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건조를 맡게 됐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티센크루프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잠수함을 건조했고, 그 중 1척을 2007년 12월 해군에 인도했다.
그런데 해군 측은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 이상소음이 발생한다"며 2011년 방위사업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가 된 추진전동기는 티센크루프의 하도급업체인 독일기업 지멘스가 제조한 부품이었다. 정부과 지멘스는 공동으로 조사팀을 꾸려 하자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고장 원인은 제조공정 과정에서 부품이 파손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현대중공업과 티센크루프를 상대로 추진전동기 손상에 따른 수리비용 등 20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현대중공업 측은 "추진전동기는 정부가 외국 회사로부터 들여와 공급한 이른바 관급품에 해당하므로 결함에 대해 책임이 없고, 잠수함의 하자보수 보증기간도 '인도일로부터 1년'이기 때문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추진전동기는 현대중공업이 자신의 비용으로 구매해 잠수함에 장착한 도급장비라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정부가 원자재를 공급해줄 회사로 티센크루프를 선정하긴 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티센크루프와 계약을 체결했고 추진전동기를 직접 인도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추진전동기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면서 "다만 현대중공업이 추진전동기 결함이 발생하는 것을 통제할 수는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30%로 제한한다. 현대중공업은 58억649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티센크루프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는 "대한민국과 티센크루프 사이의 중재합의에 따라 계약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국제상업회의소(ICC)의 중재규칙에 의해 해결하기로 약정했으므로, 티센크루프에 대한 소송은 중재합의에 반해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대법원도 이날 "도급인은 하자보수비용을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며 "하자보수 보증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