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여자친구와 많은 사진 촬영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자친구가 잠든 사이 몰래 나체 사진을 찍은 것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6285).
A씨는 2017~2018년 여자친구인 B씨가 잠든 사이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B씨의 나체 사진을 6차례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2018년 8월 B씨의 얼굴 등을 때려 2주간 상해를 입한 혐의와 B씨 소유 휴대폰을 던져 손괴한 혐의, 집 밖으로 나가려는 B씨의 머리채를 잡고 감금한 혐의 등도 받았다.
1,2심은 "A씨가 B씨의 신체를 촬영하기 전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평소 명시적·묵시적 동의하에 많은 촬영을 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A씨의 상해 및 재물손괴, 감금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는 잠든 사이 A씨에 의해 사진이 촬영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A씨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이라며 "평소 연인관계로 피해자의 동의를 받거나 명시적 반대 없이 신체부위를 촬영했다 하더라도, B씨가 언제든지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에 동의했다거나 잠든 상태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하는 데까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평소 촬영물을 지우라고 말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도 B씨의 의사에 반해 사진을 촬영한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던 것"이라며 "나아가 A씨는 B씨에게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면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