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경찰의 불법체포를 벗어나기 위해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경우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되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헌법 제12조의'신체의 자유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리는 천부적 인권이므로 외국인도 그 주체가 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어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은 출입국관리법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즈베키스탄 산업연수생 R씨(30)에 대한 상고심(☞2006도2732) 선고공판에서 공무집행방해와 상해혐의 부분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 제136조의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는 것이고, 헌법 제12조5항 전문과 형사소송법 제13조의2 및 제72조 등에 의하면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할 것임이 명백하다"며 "경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연행하려고 했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R씨는 2002년 8월 입국해 작년 8월 산업연수 체류기간이 끝났으나 출국하지 않고 있다가 부산경찰청 경찰들에 의해 출입국관리법위반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R씨는 승용차로 호송되던 중에 유리창을 내리고 도주하려다 수갑을 채우려는 경찰 얼굴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혀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가 추가돼 기소됐으며, 1,2심에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