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시기를 불문하고 선고유예기간 중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경우 선고유예가 실효되도록 한 형법관련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달 26일 외국환거래법위반으로 선고유예를 선고받은 A씨가 "형법 제61조1항은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고 책임주의에 반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 심판사건(☞2007헌가19)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법 제61조1항은 판결확정시점을 기준으로 실효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선고유예기간 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유예기간 중에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도 선고유예가 실효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법질서상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 책임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입법자는 선고유예기간 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판결이 확정된 경우와 유예기간 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유예기간 중에 판결이 확정된 경우 간에 불균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범행시기를 불문하고 판결확정시점을 기준으로 선고유예의 실효여부를 판단하게 한 것"이라며 "따라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고 법률조항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형법 제61조1항이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종대·목영준 재판관은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는 그 요건과 효과, 법적 성격, 실효절차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는 선고유예가 실효될 수 있는 요건의 범위를 집행유예보다 좁고 엄격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선고유예판결을 받은 자를 집행유예판결을 받은 자보다 법적으로 불리하게 처우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형법 제61조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A씨는 지난 2006년8월 외국환거래법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A씨는 그러나 다음달 또 조세범처벌법위반으로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검사는 "A씨가 선고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됐다"며 인천지법에 선고유예 실효를 청구했고, A씨는 "형법 제61조1항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피고인은 형법 제60조 규정에 따라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해야만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