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민사9단독 권창영 판사는 지난달 27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정모(44)씨가 보이스 피싱 범행에 사용된 통장 주인 기모(49)씨 등 7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2011가단59103)에서 "피해액의 60%인 2543만원을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권 판사는 판결문에서 "기씨 등은 성명 불상자에게 자신들 명의로 개설된 통장 및 체크카드 등을 넘겨 줄 때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보이스피싱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어도 범죄행위를 도운 것이므로 민법 제 760조에 따라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다만 정씨에게도 보이스피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청을 사칭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경솔하게 개인정보와 은행계좌 정보를 입력한 잘못이 있다"며 "정씨의 과실이 손해 발생과 확대에 기여했으므로 이를 참작해 이 사건 손해에 관한 통장주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권 판사는 "정씨 계좌에서 기씨 등의 계좌로 입금된 4900여만원을 통장주들이 모두 이익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통장에 남아있는 잔액은 부당이득이므로 정씨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잔액 91만여원과 변제금액 727만원을 제외한 실 손해액의 60%인 254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기씨 등은 지난해 8월 익명인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의 명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익명인에게 양도했다. 정씨는 같은해 9월 대검찰청 소속 수사관임을 사칭한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개인정보 도용 거래 수사를 위해 검찰청 홈페이지에 개인정보와 금융계좌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검찰청 사칭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 및 은행계좌 정보를 입력했다.
익명인은 같은 날 정씨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기씨 등이 제공한 계좌로 4900여만원을 송금해, 여러 차례에 걸쳐 인출했고, 이에 정씨는 "통장주들이 아무런 법률상 원인 없이 송금받아 손해를 입혔다"며 보이스 피싱으로 잃게 된 4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