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직권남용이나 부당행위를 견제하기위한 '주민소환'제의 위헌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민형기 재판관)는 17일 김황식 하남시장이 낸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조 등 위헌확인 헌법소원사건(2007헌마843)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김 시장은 경기도내 화장시설인 '광역장사시설'의 하남시 유치를 추진해왔으나, 하남시민 3만여명은 이에 반대하며 "시장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투표실시를 청구했다. 그러자 김 시장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제1조 등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김 시장측 대리인 안승국·윤성한 변호사와 참고인 신봉기 경북대법대 교수, 행정안전부 진술인, 주민소환청구 대표자측 대리인 최병모 변호사와 참고인 이기우 인하대법대 교수가 나와 찬반양론을 펼쳤다.
공개변론의 최대 쟁점은 법률에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사유를 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 여부다. 이날 김 시장 측은 주민소환법에 청구사유를 전혀 정하지 않은 것은 공무담임권 침해 및 남용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행정안전부 측은 청구사유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게되는 사법절차로 변질된다고 반박했다.
청구인측 윤 변호사는 "주민소환은 허위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소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주민소환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사유를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선거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을 중간에 그만두게 하는 것은 선거제도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정치적 절차라 하더라도 주민소환 청구절차의 적법성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듯이 결국 피소환자 입장에서는 마지막에는 사법적으로 다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연명 행정안전부 선거의회과장은 "주민소환제는 정책의 실패, 무능, 비리 등 사유를 불문하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라며 "청구이유를 법률에 제한하게 되면 결국 그 주민소환 청구이유에 대해 적법한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돼 '법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변질되고 기간도 길어진다"고 반박했다.
최병모 변호사도 "주권자인 주민이 단체장을 소환하는 것에 대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주권자가 수권을 철회할 때는 신뢰상실 외의 어떤 사유도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기우 교수는 "청구기간이나 청구사유 등 설정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소환청구에 필요한 주민의 수를 15%로 제한한 것과 소환에 필요한 서명활동을 할 때 반대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유규정이 없고 주민소환청구를 위한 비율이 낮고 서명모집에 의해서 불필요하게 피소환자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행정안전부 진술인은 "시행 1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주민소환은 1회에 불과하고 서명활동에 대한 반대활동은 선거운동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