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2014년 8월 7일 피고의 대리인임을 주장하는 송○○과 사이에 피고 소유 서귀포시 강정동 소재 8필지 토지와 1개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과 서귀포시 ○○○○ 묘지 76㎡(이하 ’이 사건 묘지’라 한다)를 32억 9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같은 날 3억 3000만원을 피고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위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6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매도인 또는 매수인이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
피고는 2014년 8월 12일 송○○에게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알렸고, 다음날 3억 3000만원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외국에 있어서 원고나 송○○을 만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점,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는 피고의 서명·날인도 없는 점, 이 사건 매매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매매대금 지급시기 및 지급방법, 목적물의 소유권이전과 인도의 각 시기 및 방법 등 계약 내용이 확정되지도 않았던 점, 이 사건 매매계약서는 피고의 중개를 자처한 송○○과 원고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인 점,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특약사항 중 토지사용승낙서에 관하여 아무런 합의가 되지 않았던 점, 원고가 지급한 3억 3000만원은 가계약금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매매계약은 성립되지 않았거나 부존재하고, 설령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송○○은 피고를 대리할 권한 없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위 매매계약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데, 매매계약은 낙성·불요식 계약이므로 그 계약서 등의 형식상의 흠결과 상관없이 그 중요내용 즉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의사합치가 있는 이상 성립한다 할 것인바, 원고와 피고를 대리한 송○○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원고가 송○○을 만난 자리에서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시기, 방법과 특약사항인 토지사용승낙서 등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더욱이 위 특약사항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 2014년 8월 11일 원고가 중도금 10억 원을 지급할 때 피고가 토지사용승낙서를 교부하는 것으로 합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송금한 3억 3000만원(피고가 최초 매매대금으로 제시한 33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정확히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은 이 사건 매매대금의 약 10%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통상적으로 약정하는 계약금 비율에 해당하므로, 이를 가계약금 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매매계약체결 이후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시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는 이러한 사정 등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매매계약서 제5조에서 계약당사자가 위약금약정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손해배상예정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반환받았음을 자인하는 계약금 3억 3000만원을 제외한 위약금 3억 30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약금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2014년 8월 13일 피고에게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