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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9289
감봉3월 처분등(감경청구)취소 청구의 소
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결 【사건】 2019구합89289 감봉3월 처분등(감경청구)취소 청구의 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원 담당변호사 유진 【피고】 외교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오정익 【변론종결】 2021. 10. 14. 【판결선고】 2021. 11. 18.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9. 6. 5. 원고에 대하여 한 감봉 3개월의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등 가. 원고는 1996년 외무고시 제30회 공채를 통해 임용된 외무공무원으로서 2017. 7. 24.부터 2019. 8. 5.까지 B대사관(이하 ‘B대사관’이라 한다) 정무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였다. 나. B대사관 의회과 소속 C 공사참사관은 2019. 5. 8. ‘D’ 라는 제목의 친전(親展)1)(수신자가 B대사로 되어 있고 3급 기밀로 분류된 문서로서 이하 ‘이 사건 친전’이라 한다)에 포함된 E 방한 관련 내용을 고교·대학 선배인 F정당 G 의원에게 누설하였다. G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2019. 5. 9. H에서 ‘I이 J일자 한·K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통해 E에게 일본 방문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는 당시 각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등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하였다. [각주1] 해당 문서의 기안자가 지정한 수신자에게만 배부되고, 다른 직위에 있는 사람과 부서에는 배부되지 아니하는 문서를 의미한다(외교부 정보통신보안지침 제3조 제14항). 다. 위 누설 경위에 관하여 국가정보원 조사단의 현지 조사에 이어 2019. 5. 23.부터 5. 25.까지 외교부 감사단의 B대사관에 대한 특별감사가 실시되었고, 피고는 2019. 5. 27. 보안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외무공무원징계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라. 외무공무원징계위원회는 2019. 5. 30. 원고에 대하여 감봉 3개월을 의결하였다. 그 징계의결서에 기재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 피고는 2019. 6. 5. 위 징계의결서 기재 징계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원고에게 감봉 3개월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19. 7. 3. 이 사건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소청심사위원회는 2019. 9. 9. 원고의 소청심사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사. 원고는 2019. 9. 11. 위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송달받은 후 2019. 12. 10.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징계사유 부존재 가) 원고가 정무과 소관 비밀문서(정무과에서 생성된 문서 및 정무과를 수신처로 하여 수신된 문서)에 대한 비밀보관책임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사 친전문서인 이 사건 친전은 정무과에서 업무상 생성되거나 정무과를 수신처로 하여 수신된 문서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원고가 비밀보관책임을 지는 정무과 소관 문서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친전의 비밀보관책임자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근거가 없다. 나) 이 사건 친전을 포함한 친전문서의 열람권자를 지정할 권한은 규정상 친전 문서의 수신자인 대사에게 있는 것이어서, 원고에게 친전문서의 열람권자를 지정할 권한이 없음은 당연하다. 원고가 2019. 1.경과 3.경 두 차례에 걸쳐 열람권한 없는 정무과 직원들과 의회과에 친전문서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것은, 비록 원고가 친전문서의 보관책임자는 아니지만, 친전문서의 배포범위를 사실상 제한하여 보안사고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하였던 시도를 중단하고, 기존의 친전문서 배포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로 한 것일 뿐 새로이 배포범위를 확대한 것이 아니었다. 다) 이 사건 친전의 관리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정무과 소속 행정직원이 이 사건 친전을 의회과 공사참사관에게 배포되도록 하였다고 하여, 원고에게 그 관리소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2)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한 것이어서 징계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위법이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외교부는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 간, 재외공관 상호 간 또는 외교부와 다른 행정기관 간에 외교문서와 기타 자료를 외교통신시스템을 통하여 송수신하도록 하고 있고, 주요 외교문서는 발신 이전에 암호화 작업 후 비밀(대외비 포함)로 지정하며, 특별히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비밀문서는 지정된 수신자가 직접 수신하도록 하는 친전 문서 형태로 배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재외공관은 친전 등 비밀문서가 접수되면 암호화된 내용을 평문으로 복호화 작업한 후 열람 범위를 정하여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하여 배부하고, 해당 비밀문서 담당자가 비밀관리기록부에 등재하고 있다. 2) 그런데 B대사관에서는 업무 관행상 통합업무관리시스템으로 수신된 친전을 대사 외에 정무공사, 정무공사참사관에게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였고, 정무공사참사관은 정무과 및 의회과 직원들에게 추가로 복사본을 배포하여 왔다.2) [각주2] 정무과 소속 행정직원이 외정과에서 친전 문서 2부를 받아 1부는 정무공사에게 제공하고, 1부는 복사하여 정무과 및 의회과에 배포하였음(갑 제6호증 참조). 3) 그러던 중 원고가 2017. 7.경 B대사관 정무공사참사관으로 부임하여 분임보안담당관(외교부 보완업무규정 시행세칙 제4조) 업무를 맡으면서 그의 상관인 L 정무공사(B대사관 차석)에게 친전 열람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보고하였고, L으로부터 열람 범위 지정은 대사나 공사가 아닌 참사관이 해야 할 일이라는 답변을 들은 후 정무과 및 의회과 직원들에게 더 이상 친전 복사본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여 시행하였다. 그에 따라 정무과 소속 행정직원은 기존 관행과 달리 정무공사와 원고에게만 각 1부씩 친전 문서를 전달하였고, 별도의 배포 지시를 받은 친전에 대해서만 담당자들에게 추가로 배포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감사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한 바 있다. [각주3] 이는 2017년의 착오기재로 보인다. 4) 그 후 L 공사는 2019. 1.경 원고에게 대사관 업무 수행의 효율 등을 위해 친전을 O 정무참사관과 공유할 것을 지시하였고, 그 외에도 수차례 직원들과의 친전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원고는 그 무렵부터 정무과 전 직원에게 친전 복사본을 배포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감사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한 바 있다. 5) B대사관의 정무과에서는 ‘문서 보안 관리 및 업무 효율성 강화를 위해 정무분야 친전 전문의 열람·접근 가능 직원을 대사 외에 정무공사(당시 L 공사), 정무참사관(당시 원고 및 O 참사관), 정무과장(당시 Q 서기관)으로 제한·운영할 것을 건의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친전 수신 전문 열람 가능 직원 제한·운영’이라는 제목의 문건(이하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결재를 올렸고, 이는 정무과장, 정무참사관(원고), 정무공사, 대사의 순차 결재를 거쳐 그대로 시행되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 시행 후에도 정무과 직원들에 대한 친전 복사본 배포를 계속 하였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 작성 직전 Q으로부터 온라인상 친전 열람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L 공사로부터도 주말 근무 중 온라인으로 친전을 열람하지 못하였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원고는 그로 인해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의 적용 대상이 온라인상 친전 열람 접근 권한에 관한 것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 시행 후에도 위와 같이 정무과 직원들에 대한 친전 복사본 배포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감사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한 바 있다. 6) 원고는 2019. 3. 말경 R의 S 출장 즈음 L으로부터 ‘의전 담당관(Protocol Officer)인 의회과가 친전을 공유하지 못하여 행사 준비에 차질이 있다고 한다.’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의회과 소속 T 참사관으로부터 ‘대통령 행사 PO를 하는 데 친전을 보지 못하여 행사 준비가 어려우니 열람 권한을 달라’는 요청을 받자, 2019. 3. 27.부터 친전 복사본 배포 대상을 의회과 전 직원으로 확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감사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한 바 있다. 7) 당시 B대사관의 U 대사와 L 공사는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이 시행된 이후 위 문건에서 친전 전문 열람 가능 권한이 부여된 대사, 정무공사(당시 L), 정무참사관(당시 원고 및 O), 정무과장(당시 Q) 외 정무과 직원이나 의회과 전 직원에게 친전문서가 하드카피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8) 그 밖에 원고는 감사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등 내용의 진술을 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4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징계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외무공무원법 제28조 제1항은 ‘피고는 외무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서 ‘이 법 및 국가공무원법과 이 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 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두381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가) 외교부 정보통신보안지침(외교부 훈령) 제3조 및 제12조에 따르면, ‘친전’(親展)은 문서의 기안자가 지정한 수신자에게만 배부되고 지정된 배포처에 소속하고 열람 권한이 있는 사람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B대사관은 2019. 2. 26.자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을 통하여 문서 보안 관리 및 업무 효율성 강화를 위해 정무분야 친전의 수신자인 B대사 외에 정무공사, 정무참사관 2명, 정무과장 등 정무과 소속 직원 4명에게만 친전문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친전의 수신자는 B대사이고, 그 B대사의 승인 하에 정무공사, 원고를 포함한 정무참사관 2명, 정무과장만 이 사건 친전에 대한 열람·접근이 가능하였다. 한편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제48조에 따르면, 정무과는 ‘정치사무에 관한 주재국 정부와의 외교교섭과 국제협력’ 등의 정무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바, 이 사건 친전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K 대통령에게 방한 요청을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한K 정상 간 통화 내용에 관한 것으로서 정무분야에 해당하는 친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외교부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외교부 훈령) 제4조는 ‘분임보안담당관’이라는 표제 하에 제4항에서 재외공관의 분임보안담당관은 보안담당관의 지휘·감독 하에 소속 부서 내에서 자체보안업무 수행에 관한 계획수립, 조정 및 감독, 보안교육, 비밀소유현황 조사, 보안업무 세부시행계획 수립 및 심사분석, 그 밖에 보안에 필요한 사항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B대사관 보안업무 세부시행 내규 제6조는 각 부서의 참사관이 해당 부서 비밀의 보관 정책임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정무공사참사관인 원고는 3급 비밀로 분류된 이 사건 친전에 관한 분임보안담당관으로서 위 비밀의 보관 정책임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친전이 누설되지 않도록 보관·관리·취급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나) 원고는 B대사관에 정무공사참사관으로 부임한 후 스스로 보안 사고를 염려하여 상관인 L 정무공사에게 보고한 후 종래 관행과 달리 더 이상 정무과 및 의회과 직원들에게 친전 복사본을 배포하지 않도록 방침을 정하고 이를 시행한 적이 있을 만큼 보안업무의 중요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 1.경부터 다시 정무과 전 직원에게 친전 복사본이 배포되도록 하였다. 더구나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 내용이 시행되었는데도 2020. 3. 27.에는 더 나아가 친전 복사본 배포 대상을 의회과 전 직원으로 확대하기까지 하였다(설령 원고가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에 따른 친전 열람 접근 권한의 제한이 단지 온라인상 친전 열람 접근 권한에 국한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오인이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결국 원고의 지시·승인 하에 이와 같이 앞서 본 보안 관련 규정들에 어긋나는 친전 복사본 배포가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 사건 친전 또한 복사본으로 만들어져 정무과 및 의회과 전 직원에게 배포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친전의 복사본을 전달 받은 의회과 소속 C 공사참사관에 의하여 이 사건 친전 내용이 F정당 G 의원에게 누설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위 G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 친전 내용을 공개하였고 이에 대해 청와대가 반박 입장을 내는 등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다) 이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법령을 준수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외무공무원법 제28조 제1항 제1호,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소정의 징계사유인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마. 징계양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수행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누1463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들을 모두 감안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와 배치되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원고는 외교부 정보통신보안지침 등 보안 관련 규정들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친전의 복사본이 B대사관 정무과와 의회과 전 직원에게 배포되도록 지시·승인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의 지시·승인에 의한 친전의 복사본 배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C 공사참사관에 의한 위 누설행위가 가능하였다. 그리고 그 누설행위로 인해 심각한 정치문제로 비화되는 등 그 초래된 결과가 너무도 중대하다. 특히 이 사건 친전은 한K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통화 내용이 위와 같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누설됨으로써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되거나 우리 정부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던 문제여서 이를 엄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 나) 물론 C 공사참사관이 이 사건 친전 내용을 F정당 G 의원에게 누설하는 데 있어, 원고가 그 누설행위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애초에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의 핵심은 앞서 본 보안 관련 규정에 어긋나게 친전의 열람 접근 권한이 없는 정무과와 의회과 직원들에게 친전의 복사본이 배포되도록 지시·승인하였다는 점에 있으므로, 원고가 C의 위 누설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결정적인 감경사유로 삼기는 어렵다. 다) 원고가 B대사관에 부임한 후 보안 사고를 염려하여 종래 관행과 달리 더 이상 정무과 및 의회과 직원들에게 친전 복사본을 배포하지 않도록 방침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였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원고로서도 친전 복사본 배포 과정에서 그와 같은 보안사고 발생의 가능성과 그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라) 원고의 상관이었던 L 공사는 2019. 1.경 원고에게 대사관 업무 수행의 효율 등을 위해 친전을 O 정무참사관과 공유할 것을 지시하였고, 그 외 수차례 직원들과의 친전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L 공사는 2019. 3.경 원고에게 ‘의회과가 친전을 공유하지 못하여 행사 준비에 차질이 있다고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종전의 관행으로 돌아가 2019. 1.경 정무과 전 직원에게 친전 복사본을 배포하고, 2019. 3.경에는 친전 복사본 배포 대상을 의회과 전 직원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그와 같은 L 공사의 지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로 인해 원고가 면책될 수는 없겠으나, 이와 같은 점은 원고에 대한 징계양정에 있어 어느 정도 참작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친전 누설 건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외무공무원징계위원회에서는 징계양정에 있어 그와 같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 것으로 확인된다(제1항 라. 참조). 바) 구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2019. 6. 25. 총리령 제1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별표 1]은 ‘비위의 유형’과 ‘비위의 정도 및 고의·중과실·경과실’ 여부에 따라 징계기준(이하 ‘이 사건 징계기준’이라 한다)을 세분화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행위는 그 비위의 정도가 결코 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원고의 B대사관 부임 전에 이미 친전 복사본 배포 관행이 있었던 점, 원고는 이 사건 열람제한 문건에 따른 친전 열람 접근 권한의 제한이 단지 온라인상 친전 열람 접근 권한에 국한된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친전 복사본 배포 지시·승인에는 상관이었던 L 공사의 지시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비위행위는 고의·중과실에 의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편 원고의 비위행위는 이 사건 징계기준의 ‘비위의 유형’ 중 ‘성실의무위반 – 기타’ 또는 ‘비밀 엄수의 의무 위반 - 그 밖의 보안관계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징계기준은 위 두 유형 모두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감봉’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감봉 3개월)은 이 사건 징계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바. 소결 이 사건 징계처분의 원인이 된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그 징계양정에 있어서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김정웅, 이아영
징계
감봉
외교관
통화유출
2022-01-18
행정사건
서울고등법원 2020누52759
해임처분취소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 판결 【사건】 2020누52759 해임처분취소 【원고, 항소인】 ●●● 【피고, 피항소인】 검찰총장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7. 24. 선고 2019구합81896 판결 【변론종결】 2021. 12. 9. 【판결선고】 2022. 1. 13.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9. 5. 1.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5. 5. 25. 검찰서기보로 임용된 후, 2010. 12. 6. 검찰서기로, 2016. 5. 16. 검찰주사보로 승진한 검찰공무원이다. 원고는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다가 2017. 7. 31. ○○지방검찰청으로 전보되어 2018. 7. 22.까지 총무과 재무팀에서 근무하였고, 2018. 7. 23.부터 2018. 10. 30.까지 총무과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였으며, 2018. 10. 31.부터는 형사부에서 공판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2018. 11. 19. □□지방검찰청으로 전보되었다. 나. ○○지방검찰청은 2018. 10. 23.경부터 원고의 비위행위에 관하여 자체 감찰을 실시하였고, △△고등검찰청은 2018. 11. 21.경부터 원고의 비위행위에 관한 감찰조사를 실시하였다. 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2019. 3. 28.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대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는 2019. 4. 18. 원고가 아래와 같은 사유로 국가공무원법 제63조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해임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9. 5. 1. 원고에게 해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2019. 5. 23. 소청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을 제기하였으나, 소청심사위원회는 2019. 7. 24. 원고의 소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절차적 하자 피고는 원고에 대한 감찰 조사 당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원고에 대한 중징계를 염두에 두고 편향적인 조사를 하였고, 그중에서 원고에게 유리한 조사내용은 배제하고 불리한 조사결과만을 추려내어 징계사유가 될 만한 사실 관계로 과장·왜곡하여 구성하는 등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인 위법이 있다. 2) 징계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처분사유의 원인이 되는 각 혐의사실1)은 피고 소속 감찰 담당관이 충분치 못한 감찰조사 결과에 기한 선입견이나 편향성을 갖고 구성한 것으로서, 당시 상황에 관하여 원고와 피해자들 간 대화 중 일부만을 부각시켜 정황을 과장·왜곡한 것이거나 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발언만을 부각하거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피해자들의 진술이나 전언에 기초한 것이다. 더욱이 일부 피해자들은 탄원서를 통하여 감찰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거나, 자신들이 인식한 피해사실과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혐의사실이 일치하지 아니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각주1] 원고는 제1심에서 [별지 1] 비위일람표 순번 4 내지 7, 10, 13, 15 내지 19, 21 내지 24, 30 등에 대하여 다투는 취지였으나, 당심에 이르러 피고의 불충분한 징계조사 등에 터 잡은 징계사유들이 전반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피고는 감찰조사 과정에서 징계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사건에 관하여 문답한 메신저 대화 내용을 수사보고 형식으로 기재하여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형사소송에서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유사한 증거가 징계혐의사실에 대한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3)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가) 원고는 ■■지방검찰청 및 인사담당 근무 시 과도한 업무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가 발병·악화되었고, 조증 시기에 이 사건 처분의 혐의사실에 해당하는 과격한 언행을 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피해자들은 원고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비위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되자 원고를 용서하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에게도 원고의 상태를 간과하여 휴직, 보직변경, 업무경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나) 이 사건 혐의사실 중 33건 중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 23건에 관하여는 징계 감경이 가능하므로, 일률적으로 감경이 불가능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원고가 검찰총장 표창을 받은 공적을 고려하여 감경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다) 원고가 비위행위와 관련하여 2018. 11. 19. □□지방검찰청으로 전보되는 징계성 인사발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재차 중징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이중처벌과 다름없는 과도한 징계권의 행사에 해당한다. 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처분 이후에 다수의 피해자들이 원고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관계 법령 [별지 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절차적 하자 및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에 대하여 문제된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되므로(헌법재판소 1992. 12. 24. 선고 92헌가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두1234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처분으로서 원고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이므로(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누2144 판결,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참조), 이에 관하여 행정기관인 피고가 행한 감찰조사 절차, 이 사건 처분 절차, 소청심사 절차 및 이 사건 소송 절차에서의 행위 등이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5헌바280 전원재판부 결정, 서울고등법원 2020. 9. 10. 선고 2020누38579 판결 등 참조). 나)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소송당사자 간에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서로의 주장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취지 참조). 한편, 행정소송절차에서도 원고에게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절차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 헌법 제27조 제1항 등에 위배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2006. 2. 23. 선고 2005헌가7, 2005헌마116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취지 참조], 원고의 방어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성을 지켜야 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수사기관의 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5다224797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살펴본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에 대한 침익적 성격이 뚜렷한 공법상 징계처분에 관한 담당 공무원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학교법인의 징계처분의 경우(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377 판결 등 참조)와 달리} 공법상 특별행정법 관계에 기인하여 질서유지를 위하여 과하여지는 제재인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고죄로 처벌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20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법상 특별행정법관계에 기인한 ‘징계처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부담하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는 ‘형사처분’에 관하여 수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부담하는 의무와 유사한 구조와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징계처분을 위한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성을 지켜야 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으며, 만일 담당 공무원이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은 채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당사자가 제출한 의견이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지 않는 등 당사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행위는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라)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 57318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가) 징계조사 경위 (1)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과정에서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감찰 담당관은 2018. 12. 3. 및 같은 달 4. 원고를 소환하여,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혐의사실(이하 ‘이 사건 징계사실’이라 한다)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피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을 제8호증의 1, 2)에는 이 사건 징계사실과 관련한 피해자들 또는 목격자들(이하 ‘피해자 등’이라 한다)의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영문자로 대체되어 기재되어 있다[비위일람표를 기준으로 피고가 사용한 영문자는 A부터 N까지 모두 14개이고(한편, 피고가 서증으로 제출한 진술서들에 기재되어 있는 영문자는 A부터 P까지 모두 16개이다), 그 밖에 영문자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비위사실도 있다(예컨대, [별지 1] 비위일람표 순번 32번 기재 비위사실2)의 경우 피해자를 ‘실무관들’이라고만 기재하는 등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또한 감찰 담당관은 순번 2, 3, 4, 5, 6, 10, 15, 20번 등 기재 징계사실에 관하여 피해자를 ‘8, 9급 여수사관’, ‘모 수사관’, ‘여수사관’, ‘여성 사무원’, ‘여직원’, ‘후배 수사관’ 등으로 지칭하면서 원고를 신문하였는데,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등 대체로 부인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각주2] 이하 혐의사실을 ‘순번’으로만 특정한다. (2) 감찰 담당관은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술서를 작성받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복 등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며 진술서 공개를 거부하는 피해자 등의 의사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일부 진술서의 경우 처음부터 가명으로 진술서를 징구하였고, 실명으로 작성된 진술서의 경우에도 작성된 진술서 중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기재 부분을 삭제하고 실명을 영문자로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실명처리하였다. 나) 징계처분 및 소청심사 경위 (1)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019. 3. 27. 원고에게 교부한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 사본에는 이 사건 징계사실과 관련된 피해자 등의 성명이 [별지 1] 기재와 같이 모두 영문자 등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다. (2)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 과정에서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실에 관하여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나, 그중 상당수는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취지의 소청 이유를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은 소청 심사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 및 수사보고(징계대상자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 첨부) 등의 소명자료만을 제출하였고,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첨부된 수사보고는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갑 제13호증 중 제19면 참조). 다) 제1심 및 당심의 심리 경과 (1) 피고는 2019. 5. 11. 제1심법원에 이르러 비로소 감찰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해자 등의 진술서(을 제4호증)를 제출하였는데, 신원이 특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 등의 의사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개인의 신상정보에 관한 부분(이하 ‘신상정보 부분’이라 한다) 및 피해자 등의 구체적인 진술이 드러나는 부분(이하 ‘구체적 진술 부분’이라 한다)을 모두 삭제한 상태로 제출하였다. (2) 이 법원은 2021. 3. 4. 제1회 변론기일에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각 비위사실의 개별 항목별로 부합 증거의 서증 번호 및 면수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만일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는 경우 같은 방식으로 특정하여 제출하라는 내용의 석명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가 영문자 등으로 기재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을 제8호증의 1, 2, 소청심사 과정에서 제출된 피고 측 답변자료(갑 제13호증) 중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와 같다], 감찰 담당관이 순번 32 비위사실과 관련하여 원고와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에 관한 수사보고[을 제8호증의 3, 4, 소청심사 과정에서 제출된 피고 측 답변자료(갑 제13호증) 중 수사보고와 같다] 및 감찰 담당관이 피해자 등과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보고(을 제9호증, 소청심사 과정에서 제출되지 않은 자료로서, 메신저 대화 내용은 첨부되어 있지 않다)를 제출함과 아울러, 2021. 4. 9.자 준비서면 기재(제5 내지 15면)와 같이 비위사실의 개별 항목별로 부합 증거를 특정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1. 5. 12.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고가 원고의 진술이 담긴 진술조서와 감찰 담당관이 작성한 수사보고 등만을 제출하였을 뿐, 재판부의 석명사항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처분사유의 근거자료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사실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고, 특히 피해자 등이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탄원서의 기재 내용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확인을 통한 원고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피해자 등의 특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법원은 2021. 5. 13. 제2회 변론기일에서 피고에게 원고의 위 주장에 관하여 답변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보완할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구체적 진술 부분까지 포함하여 비위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만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은 영문자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피해자들 진술서(을 제10호증)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첨부한 수사보고(을 제11호증)를 다시 제출하면서, 2021. 6. 17.자 준비서면 기재(제2 내지 12면)와 같이 기존 증거들과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부합 증거로서 비위사실의 개별 항목별로 특정하였다. (4) 원고는 2021. 7. 30.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비위사실별로 ‘추정’되는 피해자를 특정하면서,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의 불일치나 증거관계의 미흡함을 들어 개별 비위사실에 대하여 다투었고(위 준비서면 제2 내지 12면), 위와 같이 혐의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이 다수 확인되었고, 피해자 등의 진술과 상반되거나 과장된 내용이 확인되므로 이 사건 징계사실이 사실에 근거하여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1. 6. 17.자 준비서면에 기재된 비위사실별 부합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사실이 충분히 인정되고, 징계의 양정도 타당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피고의 2021. 8. 11.자 준비서면 참조). (5) 이 법원은 2021. 8. 19. 제3회 변론기일에서 ‘피고의 주장사실을 보완하는 내용과 상대방의 주장에 대응하는 논거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필요한 경우 이에 관한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1. 10. 29.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해자 등을 실명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 보장에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혹여나 있을지 모를 원고의 보복행위나 그에 대한 피해자 등의 두려움을 비롯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 등이 실명 등으로 특정되는 증거자료를 제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 이에 대하여 이 법원은 2021. 11. 1.자 석명준비명령을 통하여 ①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실제 피해자와 원고가 2021. 7. 30.자 준비서면에서 추정한 피해자가 일치하는지에 관한 피고 측의 입장을 정리하고(일치하는 항목과 일치하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각각 구분하여 정리), ② 일치하는 경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이 각 항목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부합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특히 피해자 등이 제출한 탄원서가 각 항목별 혐의와 관련된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밝힘과 아울러 관련 증거를 제출하며, ③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 이러한 경우에도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이 각 항목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부합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며, 특히 피해자 등이 제출한 탄원서가 각 항목별 혐의와 관련된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밝힘과 아울러 관련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하였다. 피고는 2021. 12. 9.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해자들을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는 피고로서는 이 법원의 2021. 11. 1.자 석명준비명령에 응하기 어렵다’, ‘피고가 위 석명준비명령에 응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감찰조사 절차, 이 사건 처분 절차, 소청심사 절차 및 이 사건 소송 절차에서의 행위 등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등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을 뿐 아니라, 이 법원에서 원고가 다투고자 하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사유 유무나 징계양정상의 하자 등에 관하여도 구체적인 심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절차적 위법 등에 더하여,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이 사건 징계사실이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징계사실에 관하여 피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서류에는 피해자 등의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영문자로 대체되어 기재되어 있는 등 피해자 등이 제대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관한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① 먼저 원고의 입장에서 감찰조사 절차, 이 사건 처분 절차, 소청심사 절차 및 이 사건 소송 절차의 각 단계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행위에 대하여 단계별로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고, ② 다른 측면에서 이 법원이 원고가 방어권 행사를 통하여 다투고자 하는 사실적·법적 쟁점을 심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나) 이 법원의 2021. 11. 1.자 석명준비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는 피고의 입장은,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을 제10호증)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을 제11호증)가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이 비실명처리된 것일 뿐, 그 증거가치는 이 사건 징계사실을 뒷받침할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는 이에 관하여, ‘참고인조사나 증인신문 등 직접 출두하는 자리에서 증언할 의사가 없고 특히 가해자와의 대면신문은 더욱 두려워하고 있는’ 피해자 등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를 비실명처리하였고, 같은 취지에서 이 법원의 위 석명에도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밝혔는데(2021. 12. 9.자 피고 준비서면 중 제3 내지 5면), 이는 원고가 피해자 등에 관하여 증인신문 등을 신청하고 이 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증인신문을 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피해자 등을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와 같다. 다시 말해, 피고의 입장은, 원고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과 근거에 비추어 보면, 반대당사자인 원고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작성하거나 그러한 진술을 한 사람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 등의 기회가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소송당사자 간에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소송당사자가 서로의 주장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는바(위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결정 등 취지 참조),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피해자 등의 진술이 핵심 증거라고 할 수 있음에도, 원고에게 위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 당사자주의에서 파생되는 무기대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위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결정은 19세 미만의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더라도, 영상녹화CD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된 경우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0조 제6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취지인바, 위 결정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원고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법익의 비교·형량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피해자 등은 모두 원고와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던 성년의 공무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의 연령이나 특성 등으로 인하여 미성년자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경우(이 사건에서의 피해자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두터운 보호를 하여야 할 것임에도, 미성년 피해자가 문제된 위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사건에서조차 피고인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적 차원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 물론, 이 사건이 형사사건 아닌 징계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적법절차의 원리 적용에 있어서 형사사건보다는 다소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여지는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침익적 처분이고, 피고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형사사건과 유사하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의무를 부담하는 점, 피고가 2차 가해로부터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등은 위와 같은 실체적 진실발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공무원이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이 법원의 입장에서 볼 때도, 소송당사자 사이에 그 진술의 진위나 의미 등이 다투어지는 진술을 한 주체인 피해자 등을 특정·소환하여 증인신문을 할 수 없는 이상, 감찰조사 절차부터 소청심사 절차에까지 이르는 원고의 각 단계별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정확한 사실조사 및 적절한 징계양정이 이루어졌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 피고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피고의 입장은, 원고에 대한 모든 감찰조사가 피해자 등의 실명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다만 조사를 마친 이후에 피해자 등의 보호를 위해 원고도 이미 알고 있는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을 삭제하거나 영문자로 비실명처리한 것이며, 그 이후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의 신상정보 부분이 위와 같은 영문자에 따라 익명처리된 것에 불과하므로, 위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영문자로 표기된 피해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징계사실과 같은 비위사실을 저지른 점이 충분히 인정되고, 그 징계의 양정이 적정하다는 점도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피해자 등을 실명 등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과정에서 감찰 담당관은 이 사건 징계사실 중 다수의 혐의사실에 관련하여 피해자를 ‘8, 9급 여수사관’, ‘모 수사관’, ‘여수사관’, ‘여직원’ 등으로 다소 막연하게 지칭하면서 원고를 신문한 점, 상당수의 혐의사실의 일시, 장소 등이 다소 모호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예컨대, 순번 1번 기재 비위사실의 경우 일시, 장소가 ‘2018. 2 내지 3.경 재무팀 회식자리’라고 기재되어 있는 데,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혐의사실의 일시, 장소 및 참석인원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다른 유사 모임과 혼동될 가능성이 배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입장에서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는 비위행위의 피해자나 목격자 등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진술조서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영문자로 표기된 피해자 등에 관련한 조사에 있어서 감찰 담당관이 원고에게 피해자 등의 실명을 언급하며 조사하였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조사 방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이에 관하여 이 법원이 피고에게 여러 차례 석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피해자 등에 관한 구체적 특정 방법 및 근거 등에 관하여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설령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당시, 해당 피해자들에 관련한 혐의사실에 관하여 해당 피해자들의 실명을 바탕으로 한 문답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가 술에 취하여 저질렀다고 하는 대부분의 비위사실에 대하여 ‘술에 취하여 기억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등으로 답변한 점, 원고가 감찰 조사를 받은 후 네 달 가까이 경과한 시점에서 피해자 등에 대한 신상정보 부분이 익명처리된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 사본을 받아보았고,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2020. 5. 11.에야 비로소 익명처리 된 피해자 등의 진술서를 제1심법원에 제출한 점, 특히 이 사건 징계사실 및 진술서에 등장하는 피해자 등이 최소한 16명 이상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감찰조사 절차 당시부터 소청심사 절차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피해자 등으로 지목된 사람을 정확히 특정하여 파악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과정에서 피고 및 그 소속 감찰 담당관의 행위는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하여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소지가 높다. 피고는 이에 관하여, ‘원고가 2021. 5. 12.자 준비서면에서 [별지 1] 비위일람표에 피해자로 등장하는 동료들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으므로 피해자 등의 신원을 보호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초래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은, 원고가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대략적으로 추측하고 있는 데다가 그들로부터 탄원서까지 받은 이상, 원고에 의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일 뿐,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피해자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피해자 등의 특정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법원은 피고에게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부합되는 증거를 특정하거나 제출하고, 그 증거가 각 항목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밝힐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나 이 법원의 심리를 위해서나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피해자 등에 대한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심지어 추정 피해자와 실제 피해자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답변하지 아니한 채, (피고 자신만 내부적으로 정확히 알고 있을 뿐 징계대상자인 원고조차 기억이나 추측에 기대어 부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원고의 비위행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막연히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라) 한편,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징계사실이 고도의 개연성 있는 입증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선, 피해자 등이 감찰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해당 비위사실과 관련하여 자신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일을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어서 피해자 등의 경험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경우에 따라 진술의 취지나 맥락이 제대로 설명되지 아니 하고 진술자의 주관적 시각이 편향적으로 반영되어 있을 수 있는 반면, 피해자 등의 진술을 법관이 면전에서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진술서에 기재된 진술 내용은 그 증거가치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통한 탄핵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진술서는 법관의 올바른 심증 형성의 기초가 될 만한 충분한 증거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등의 진술에 터 잡아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등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고의 입장에서 해당 비위사실의 피해자를 원고의 부정확한 기억에 근거하여 추정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아래 마)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당 혐의사실과 탄원서의 기재 내용이 불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피고가 해당 비위사실을 이 사건 징계사실에 포함한 것이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한 경험에 토대한 것인지, 전언에 기초한 것인지 아니면 목격자가 피해사실을 목격한 것에 기초한 것인지조차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개별 비위사실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 등을 효과적으로 다툴 방법이 사실상 없게 되어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이 따르므로, 원고의 방어권이 이와 같이 현저하게 제약된 상태에서 제출되어 조사된 증거의 증명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측 논리는,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가 익명화된 영문자를 매개로 하여 [별지 1] 비위일람표의 개별 비위사실 및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 상 영문자로 표기된 피해자에 대한 혐의사실에 정확하게 상호 대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 징계사실 및 진술서에 등장하는 피해자 등이 최소 16명 이상인 점, 이 사건 징계사실 중 일부는 상호 혼동될 여지가 있을 정도로 비위 시기, 태양, 피해 대상자 등에 있어 중복되거나 유사한 부분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법원의 심리에 의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는 이상, 위와 같은 상호 대응 관계에 오류나 불일치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피고는, 원고 측 참여를 배제한 비공개심리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헌법 제109조, 법원조직법 제57조에 정한 재판공개의 원칙상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의 심리를 비공개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설령 재판의 심리를 비공개로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개별 사안별로 공개된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소송절차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일 뿐이고,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송상대방인 원고 측의 참여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상태에서 원고의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조사를 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사건에서 비공개열람·심사에 관한 규정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을 이 사건에서 원고의 혐의사실의 인정 여부에 관한 증거조사절차에 적용할 수도 없다]. 마)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실의 각 혐의별로 자신이 추정한 피해자를 기준으로 하여 개별적으로 다투면서, 특히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과 해당 혐의사실의 내용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위 탄원서상에 원고의 행위나 발언의 맥락상, 추정 피해자가 원고의 행위 등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몇 가지 혐의사실에 관하여 예시적으로 살펴본다. (1) 먼저, 순번 1번 기재 비위사실은 ‘원고가 2018. 2. 내지 3.경 재무팀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 F 등에게 “요즘 A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는 오는 것이다.”라고 성희롱 발언을 하고, 2018. 8.경 여러 직원이 있던 사건과 사무실에서 “B선배 옷 입은 것을 봐라. 나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다.”라고 말하여 피해자 B를 성희롱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합증거로 을 제11호증 중 제141, 143, 144면(서증에 기재된 면수를 기준으로 한다)을 거시하고 있는데, 위 증거는 ① A로 지칭된 사람이 B선배 관련한 원고의 발언을 들었고, 자신에 관한 원고의 말을 P, F에게서 전해들었다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② A에 관한 원고의 발언을 들었다는 취지의 검찰수사관의 P, F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특히 A와의 위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제가 B 계장님한테 그런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너무너무 기분 나빠하시고... ㅠ”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원고가 B라고 추정하는 □□□가 작성한 탄원서(갑 제21호증의 6)에는 “저와 관련된 내용은 제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고, 그 진위나 의도에 대해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므로 감찰조사 시 진술하지 않은 것인데, 피해자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다.”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순번 4번 기재 혐의사실은, 술자리가 끝나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면서 기분이 좋아 서로 끌어안고 있던 피해자 C와 E에게 원고가 다가가 두 사람을 한꺼번에 포옹하였다는 것인데, 원고가 피해자 E로 추정하는 ■■■ 작성의 탄원서(갑 제21호증의 11)에 따르면,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문제를 삼을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순번 6번 기재 비위사실(자신의 결혼스토리에 대하여 말하면서 “와이프와 처음 만난 날 잤다.”라고 성희롱 발언)에 대하여 원고는 술자리 분위기를 유쾌하게 하기 위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추정 피해자 ■■■는 위 탄원서를 통하여 ‘대화 내용에 대해서 별로 불쾌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피해자 E는 감찰 담당자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원고의 발언에 관해 설명하면서 “그냥, 결혼하게 된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나왔습니다.”라고만 진술하고 있을 뿐이고, 감찰조사에서 작성한 진술서에도 원고의 이 부분 발언을 별도의 비위사항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3) 이와 마찬가지로, 순번 17번 기재 비위사실은 원고가 ‘차기 인사계장’ 운운하면서 피해자 K에게 폭언을 하고, 술자리 참석을 거부한 K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방법으로 갑질하였다는 것인데, 원고는 이에 대하여 K에게 농담조로 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원고가 피해자 K로 추정하는 △△△ 작성의 탄원서(갑 제21호증의 8)에도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다(K 명의의 진술서에 위 비위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K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원고의 말을 농담식으로 받아들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4) 또한 원고가 순번 18의 피해자로 추정한 ▲▲▲은 탄원서(갑 제21호증의 1)에 ‘술에 많이 취하여 저에게 욕설을 하긴 하였다’고 기재하면서도 처벌불원확인서(갑 제21호증의 2)에는 ‘사건 당시 어느 특정인을 향한 욕설이 아니어서 사실 사건의 피해자라고 하기에도 불분명하다’고 기재하고 있다. (5) 이 외에도 피해자가 원고에게서 직접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원고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원고의 발언을 전해들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항목(순번 11번 기재 비위사실)이 있고, 피고가 해당 비위사실의 부합증거로 제출한 피해자의 진술서가 (그 진술서의 내용이나 형식 등에 비추어) 피해자로서 경험한 일을 진술한 것인지 아니면 제3자로서 목격한 일을 진술한 것인지 명확하지 아니한 항목(순번 8, 24, 26 기재 비위사실 등)도 있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해당 비위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된다고 보기 어렵거나 혹은 그 내용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여럿 존재한다. (6) 이처럼 위 가) 내지 라)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절차부터 이 사건 소송 절차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어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진술서 등은 충분한 증명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이러한 절차적 위법 등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별지 1] 비위일람표의 혐의사실별로 증거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추정 피해자에 대한 원고의 혐의사실과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분이 있거나, 원고의 발언이나 행위 등의 맥락상 추정 피해자에게 성적 혐오감이나 굴욕감을 안겨주거나 갑질이나 폭언으로 느껴지는 행위였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 법원의 입장에서는 해당 비위사실에 관하여 추정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하여 당사자 주장의 진위를 가리고 의문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음에도, 피고 측이 피해자를 전혀 특정하지 아니한 탓에 이러한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또한 원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추정 피해자의 탄원서가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대응되어 관련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징계사유의 존부나 징계의 양정 등에 관하여 위 탄원서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검찰청 성희롱·성폭력·성차별행위 예방 및 처리지침」에 의하면, 성희롱·성폭력 등 피해자의 신원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성희롱·성폭력 등 사건의 확인서는 가명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9조), 성희롱·성폭력 등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으므로(제4조), 이 법원의 석명에 따라 피해자들을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지침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제정된 것이기는 하나, 대검찰청의 성희롱·성폭력 및 성차별행위의 예방과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으로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소송을 심리하는 이 법원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대외적 효력이 있는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피고가 행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투면서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는 앞서 살펴본 같이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하에, 상호 활발히 공방하는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에 근거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하여 그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소송상대방인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절차에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23조는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고발을 포함한다)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하 ‘특정범죄신고자법’이라 한다)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특정범죄신고자법은 범죄신고등과 관련한 조서등의 작성 시에 범죄신 고자등이나 그 친족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범죄신고자등의 인적사항의 기 재를 생략하되, 범죄신고자등 신원관리카드에 등재하도록 하고(제7조), 범죄신고자등의 인적사항 등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는 행위를 금지하며(제8조), 법원은 다른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경우에 검사에게 신원관리카드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조).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29조는 제1항에서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성폭력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및 심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심리·재판할 때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조사 및 심리·재판 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를 심리하는 형사공판절차가 아닌,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를 심리하는 행정소송절차(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민사소송절차가 준용된다)에 대해서까지 성폭력범죄를 심리하는 재판에 관한 특례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성폭력처벌법은 헌법적 차원에서 인정되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형사재판 심리상의 피해자 보호 및 배려 조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즉,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재판 심리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절대적으로 은비(隱秘)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에 필요한 한도에서 공개되거나 증인신문 등을 위한 목적에서 검찰 측이 관리하는 신원관리카드를 통하여 적절히 관리·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별지 1] 비위일람표 기재 비위행위 중에는 해당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가 큰 반면, 원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해당 피해자의 신상정보 부분이 공개되지 않거나 가명 등으로 표시해도 무방한 부분이 일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피고는 개별 비위사실별로 원고의 방어권을 적절히 보장하면서도 해당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징계사실 일체에 관련하여 피해자 등을 전혀 특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관하여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청을 하고 이를 토대로 이 법원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원천봉쇄되었다고 볼 수 있는바,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공무원으로서 신분을 박탈하는 중한 처분인 점까지 감안하여 볼 때, 징계처분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의무를 지는 피고의 이러한 조치가 관련 법익을 적절하게 비교·형량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거나 피해사실이 주변에 원치 않게 알려지는 등의 일로 인하여 피해자가 겪게 될지 모를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대체적인 신상을 알고 있는 직장 동료인 검찰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직장 내에서의 비위사실이 문제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원고의 방어권 보장과 이 법원의 심리에 필요한 한도에서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이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 등이 입게 될 2차 피해가 클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의 보복 우려 등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원고의 평소 성향 등을 감안한 피해자 등의 다소 막연한 두려움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 이후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원고가 피해자 등에게 위협이나 보복을 가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 더욱이 [별지 1] 비위일람표 기재 행위는 성폭력과 관련 있는 부분과 그와 관련 없는 부분으로 나누어짐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 성희롱·성폭력·성차별행위 예방 및 처리지침」을 근거로 원고의 비위사실 일체에 대하여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을 전혀 특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체법적으로도 그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김시철(재판장), 이경훈, 송민경
성희롱
공무원
해임
징계
방어권
2022-01-14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서울행정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9구합86648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원고】 【피고】 1. 검찰총장, 2.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변론종결】 2021. 11. 11. 【판결선고】 2022. 1. 11. 【주문】 1. 피고 검찰총장이 2019. 10. 30.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피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이 2019. 10. 21.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별지 2] 목록 기재 공개 대상 정보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3. 원고의 피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검찰총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검찰총장이, 원고와 피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사이에 생긴 부분의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 검찰총장이 2019. 10. 30., 피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이하 ‘피고 중앙지검장’이라 한다)이 2019. 10. 21. 각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9. 10. 18. 피고들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나. 피고들은 다음 표와 같이 원고에 대하여 업무추진비 집행정보는 모두 공개하였고, 피고 검찰총장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의 집행정보 중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사이의 연도별 총 집행금액만을 일부 공개하였으며, 피고들은 다음 표와 같이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2020. 12. 22. 법률 제17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 제4호 또는 제6, 7호에 따라 원고의 나머지 공개청구를 모두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이라 하고, 대상 정보를 ‘이 사건 정보’라 한다). 2.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 1) 수사활동에 소요되는 특수활동비는 국고금관리법 제24조,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1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52조 제1항 제3호, 제65조 제9호에 따른 관서운영경비의 일종으로서, 그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집행내용확인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검찰청은 예산을 독립하여 배정받지 않고 법무부장관의 예산 집행에 따라 이를 재배정 받아 지정된 목적에 따라 지출할 뿐이므로, 특수활동비의 집행권자인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아닌 피고들에게는 그 증빙방법을 작성하고 관리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보 중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는 피고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고, 원고는 이 사건 각 거부처분 중 이 부분 정보에 관한 부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2) 피고 중앙지검장의 경우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예산을 재배정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지출하거나 그 지출내역을 작성·보관할 수 없고, 이 사건 소 중 이 부분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나. 판단 구 정보공개법에서 말하는 공개대상 정보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닌 정보공개법 제2조 제1호에서 예시하고 있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을 의미하고, 공개대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를 청구하는 자가 구 정보공개법 제1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작성한 정보공개청구서의 기재내용에 의하여 특정되며, 만일 공개청구자가 특정한 바와 같은 정보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정보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에 대하여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공개청구자는 그가 공개를 구하는 정보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입증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0두1891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7호증의 기재 및 법무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검찰청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서에 대한 점검 및 검증을 한 적이 있고,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특수활동비 총액의 일정 비율을 재배정하여 지급한 점, ② 법무부는 세출 예산 재배정 계획에 따라 정해진 연간 총액을 기준으로 분기별로 대검찰청에 특수활동비를 재배정하고, 배정된 특수활동비에 관한 세부적인 집행은 대검찰청과 산하 검찰청 및 사업부서에서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이를 배정받은 기관장·사업부서장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고 회신한 점, ③ 관련 법령상 피고들이 특수활동비 관리의무가 있는 집행권자가 아니어서 이에 관한 집행내용확인서를 작성하여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실질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지출하는 기관인 이상 그 지출내역에 관한 자료를 1차적으로 생성하여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점, ④ 피고 검찰총장은 원고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특수활동비 총 집행금액을 공개하였는데, 피고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관한 자료를 어떠한 형태로든 작성·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위와 같은 정보를 취합하여 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이 특수활동비에 관한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정보는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 제6호, 제7호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처분사유 추가의 허용 여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3두8395 판결 등 참조). 피고 검찰총장은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대한 비공개 결정 당시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처분사유로 제시하였다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및 제7호를 추가로 주장하고 있고, 피고 중앙지검장은 반대로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대한 비공개 결정 당시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및 제7호를 처분사유로 제시하였다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추가로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는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각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는바,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반면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및 제7호는 사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각 처분사유의 입법 취지, 내용 및 요건이 상이하여 서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처분사유 추가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다. 판단 1)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 해당 여부 가) 관련 법리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수사의 방법 및 절차 등이 공개되어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할 위험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서, 수사기록 중의 의견서, 보고문서, 메모, 법률검토, 내사자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를 의미하며,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수사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4558 판결 등 참조). 나) 피고들의 특수활동비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예산 및 기금운영계획 집행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 제3장]'로서, 국고금관리법 제22조, 제24조,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1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52조 제1항 제3호, 제65조 제9호 등의 규정에 의하면 수사기관의 특수활동비는 그 특성상 다른 예산에 비하여 그 집행과정이나 지출내역 관리가 완화되어 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들은 이 사건 비공개 심리 과정에서 이 부분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는바, 위와 같은 특수활동비의 일반적인 특성만으로는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다) 피고들의 특정업무경비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특정업무경비는 직무수행경비의 일종으로서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이 사건 지침 제5장)’를 의미한다. 피고들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특정업무경비는 비위 첩보수집·감찰정보수집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감찰수사관에게 지급된 돈, 범죄수사지도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 및 수사 등 공적업무 수행 관련 식대, 각종 행사 비용으로 지출된 카드대금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바, 위 비용을 지급받은 감찰수사관 등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였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고, 특히 식대 등으로 사용된 카드대금은 사용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그 지출내역만으로는 관련된 수사 내용이나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라) 피고 검찰총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업무추진비는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식음료비, 연회비 및 기타 제경비’인 사업 추진비와 ‘각 관서의 대민·대유관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직원 간담회 등 관서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 및 공식적인 업무추진에 소요되는 경비’인 관서업무추진비로 구성된다(이 사건 지침 제4장). 피고 검찰총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는 카드사용내역과 영수증으로 구성되어 있는바, 수사업무가 아닌 간담회 등 검찰청 공식행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된 것이므로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2)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 해당 여부(피고 중앙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본문은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공개대상정보에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그 외에 정보의 내용에 따라 ‘개인에 관한 사항의 공개로 인하여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 등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정보’도 포함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455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 중앙지검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이 부분 정보에는 각 간담회 참석자 명단, 각 카드사용 내역에 관한 카드번호와 승인번호 등이 포함되어 있는바, ① 간담회 참석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나 직원이 아닌 제3자도 포함되어 있는데, 참석자의 소속과 이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의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점, ② 개인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더라도 업무추진비·회의비 등의 사용내역과 그 지출일, 금액 등이 모두 공개된다면 행정의 투명성 보장이라는 목적을 상당한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정보 중 간담회 등 행사 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위 정보는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하는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일부 이유 없다. 3)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 해당 여부(피고 중앙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체인 법인 등의 사업활동에 관한 비밀의 유출을 방지하여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 정보공개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 또는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비밀사항’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공개 여부는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바, 그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는 앞서 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이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310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 중앙지검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이 부분 정보에는 간담회 개최 후 오찬 또는 만찬 장소와 해당 음식점에서 결제한 영수증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또는 직원들이 해당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다는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한다거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정보는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하는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소결 이 사건 각 거부처분 중 피고 검찰총장의 정보공개거부 부분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에 대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피고 중앙지검장의 정보공개거부 부분은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하여 위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검찰총장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 중앙지검장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민(재판장), 임윤한, 이소진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
특활비
업무추진비
2022-01-12
공정거래
행정사건
서울고등법원 2020누62299
시정명령등취소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 판결 【사건】 2020누62299 시정명령등취소 【원고】 1. A 주식회사, 2. B 주식회사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21. 10. 28. 【판결선고】 2021. 12. 9. 【주문】 1. 피고가 2020. 10. 16. 의결 제2020-287호로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하여 한 별지 1 기재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중 제5항 통지명령은 별지 2 기재 통지명령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 A 주식회사의 나머지 청구와 원고 B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A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90%는 원고 A 주식회사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B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B 주식회사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10. 16. 의결 제2020-287호로 원고들에 대하여 한 별지 1 기재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지위와 일반 현황 1) 원고 A 주식회사 원고 A 주식회사(이하 회사 명칭을 기재할 때는 ‘주식회사’ 표시를 생략한다)는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여 E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의 ‘사업자’에 해당하는 한편, E서비스,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인터넷전화서비스 등의 위탁판매를 위하여 대리점과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약을 체결하여 반복적으로 거래하고 그 상품을 대리점에게 공급하는 법인으로서 구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대리점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의 ‘공급업자’에도 해당한다. 원고 A의 일반 현황은 아래 [표 1] 기재와 같다. 한편 C는 2010. 1. 1. 원고 B 및 C동**방송과 경영자문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위 두 회사로부터 마케팅, 고객관리, 회계 및 재무관리 등 E사업과 관련된 일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였는데, C와 C동**방송이 2020. 5. 6. 원고 A에 흡수합병되었다(이하 원고 A와 C, C동**방송을 특별히 구분하지 아니하고 모두 ‘원고 A’라 하며, 흡수합병 전 C, C동**방송을 별도로 지칭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합병 전 C’, ‘합병 전 C동**방송’이라 한다). 2) 원고 B 원고 B은 E서비스,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인터넷전화서비스 등의 위탁판매를 위하여 대리점과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약을 체결하여 반복적으로 거래하면서 그 상품을 대리점에게 공급하는 법인으로 대리점법 제2조 제2호의 ‘공급업자’에 해당한다. 한편 원고 B은 2019년 기준으로 합병 전 C가 주식 5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후 기업집단 D 소속 D텔레콤이 주식 55%를 취득함에 따라 2020. 4. 29. 상호를 ‘C 노*방송’에서 ‘B’으로 변경하였다(이하 상호 변경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원고 B’이라 한다). 원고 B의 일반 현황은 아래 [표 2] 기재와 같다. 나. 시장구조와 실태 1) 방송사업의 개요 방송사업이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 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시청자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송신하는 것으로 방송법상 지상파방송, E, 위성방송, 방송채널사용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그중 E은 E국을 관리·운영하면서 전송·선로설비를 이용하여 방송을 행하는 사업으로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E사업자1)들은 허가지역별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E은 1995년에 28개 채널로 시작하여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으나, 2009년 이후 F 등 통신사업자의 방송영역 진출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 및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각주1] B사업자(System Operator, SO)는 케이블TV방송의 운영설비를 갖추고 프로그램 공급자로부터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이를 전송망사업자의 전송망을 통해 가입자의 가정으로 송출하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채널을 통해 허가지역 내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2) B사업의 서비스 유통구조 E은 E사업자가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거나 프로그램 제작업자로부터 방송프로그램을 공급받아 양방향케이블망 및 셋톱박스를 통해 가입자에게 방송을 서비스하는 형태이다. E의 가입자 유치는 주로 대리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다. 원고들의 대리점 형태, 수수료 구조 및 현황 1) 대리점 형태 원고들의 대리점은 위탁업무 내용 등에 따라 영업전문점, 기술센터, 통합센터, 유통점 등으로 구분된다. 영업전문점(2014. 3. 이전에는 ‘고객센터’로 불렸다. 이하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는 한 명칭 변경 전후를 통틀어 ‘영업전문점’이라 한다)의 주요 업무는 원고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고, 기술센터의 주요 업무는 장비의 설치 및 철거,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A/S)이다. 한편 통합센터는 영업전문점과 기술센터의 기능을 모두 포함한 형태를 지칭하며, 유통점은 영업전문점 및 기술센터에서 기피하는 아파트 가판영업이나 타깃 영업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운영 중인 대리점을 뜻한다. 2) 대리점 수수료 구조 2018. 12.말 기준으로 원고들이 대리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크게 ① 설치, 철거,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와 같이 작업을 완료한 건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외주용역비’, ② 영업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기본수수료’, ③ 상품 등의 유치 성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유치수수료’, ④ 사무실 임대비, 통신비, 차량 지원비 등 대리점 운영 지원비용으로 지급하는 ‘지역수수료’ 등 총 4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원고들이 대리점별로 지급하는 구체적인 수수료 지급 구조는 아래 [표 3] 기재와 같다. 3) 원고들의 대리점 현황 원고 A는 2018. 12.말 기준으로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23개 방송권역에서 10개 지역사업부를 운영하면서 영업전문점 등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E서비스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영업전문점을 통해 가입하는 소비자 수는 2018. 12.말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 수의 66%에 이르고 있다. 한편 원고 B의 경우 서울지역에서 H영업전문점, G센터를 대리점으로 두고 있으나, 합병 전 C와의 경영자문위탁계약에 따라 대리점들의 관리·감독은 합병 전 C가 수행하였다. 원고들의 대리점 현황은 아래 [표 4] 기재와 같다. [각주2] H영업전문점, G센터는 원고 B의 대리점이고, J영업전문점, O센터는 합병 전 C동**방송의 대리점이며, 나머지는 합병 전 C의 대리점이다. 라. 원고들의 행위와 피고의 처분 1) 원고들의 공정거래법 내지 대리점법 위반행위 피고가 공정거래법 내지 대리점법 위반으로 판단한 원고들의 행위는 아래와 같다(이하 원고 A의 위반행위는 흡수합병 전에 발생하였으므로 엄밀하게는 합병 전 C의 위반행위에 해당하나, 기술의 편의상 원고 A가 한 것으로 표시한다). 가) 원고 A외 구입강제 행위 원고 A의 대리점에 소속된 “영업전문점의 영업직원 및 기술센터의 사후관리서비스 전담직원[Total Service Consultant, 이하 ‘현장직원(TSC)’이라 한다]”들은 대리점이 소유한 업무용 개인휴대정보단말기(Personal Digital Assistant, 이하 ‘업무용 PDA’라 한다)를 통해 수신한 고객 연락처, 장비설비 위치, 방문 희망일시, 고객요구 사항 등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이들은 업무용 PDA에 ‘CC’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고객만족센터로 유입되는 신규 고객의 서비스 개통업무, 해지요청에 따른 장비 철거 및 회수,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 작업 등을 안내받는다. 대리점이 사용하는 업무용 PDA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동통신업체가 2011. 7.경 P에서 D텔레콤으로 변경되면서 대리점이 사용하는 업무용 PDA의 단말기도 ‘Q’ 또는 ‘R’으로 교체되었다. 원고 A는 당시 대리점이 단말기를 교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할부금)을 전액 지원하고, 현장직원(TSC) 1인당 월 34,000원의 업무용 PDA 통신비 지원금을 ‘지역수수료’에 포함하여 지급하였다. 한편 중국의 통신장비 및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업체인 S(이하 ‘S’라 한다)은 2013. 5.경 중국 내수용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S T’를 출시하였는데, S의 대한민국 법인인 S코리아는 이를 국내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하기 위하여 ‘S T’의 브랜드명을 ‘S U’로 변경한 뒤 원고 A의 알뜰폰(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MVNO) 전용단말기(이하 ‘S U폰’이라 한다)를 출시하였다. 이후 원고 A의 대리점들은 아래 [표 5] 기재와 같이 2013. 9. 2.부터 2014. 7. 29.까지 기존에 업무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총 564대의 업무용 PDA 중 95%에 해당하는 535대를 S U폰으로 교체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A가 자신이 판매하는 S U폰을 구입할 의사가 없는 대리점들로 하여금 이를 구입하도록 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9. 29. 대통령령 제28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 가목에서 금지하는 ‘구입강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 원고 A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원고 A의 AF사업부가 관리하는 영업전문점은 3개(기*, 용***, 평***)인데, 그중 V영업전문점은 2014년 아래 [표 6] 기재와 같이 사업자가 변경되었다. X정보통신은 2014. 1.부터 2014. 4.까지 V영업전문점을 운영하다가 대표인 AA의 개인 사정으로 2014. 4. 30. 원고 A와 업무위탁계약을 종료하였고, 그 무렵 원고 A AF사업부에서 계약직으로 재직하고 있던 AB가 V영업전문점을 운영하기 위해 2014. 5. ‘Y정보통신’이라는 법인을 설립한 뒤 원고 A와 업무위탁계약(계약기간: 2014. 5. 1. ~ 2016. 1. 31.)을 체결하였으며, 2016. 2. 1. 업무위탁계약(계약기간: 2016. 2. 1. ~ 2017. 12. 31.)을 다시 체결하였다. 한편 X정보통신은 2014. 1. 29. 원고 A와 아래 [표 7] 기재와 같이 디지털방송 상품 30대(AC)와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상품 35회선[AD(P)](이하 통틀어 ‘이 사건 상품’이라 한다)에 관한 이용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원고 A AF사업부는 2014. 8. 6. 고객관리시스템에서 이 사건 상품의 가입자 명의를 X정보통신에서 Y정보통신으로 변경한 후 2014. 8. 8. 납부계좌를 변경하였다. 이후 Y정보통신은 아래 [표 8] 기재와 같이 2014. 9. 20.부터 약정기간 만료일인 2017. 2.까지 이 사건 상품의 이용요금을 납부하였는데, 디지털방송 상품의 경우 합계 7,117,990원,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상품의 경우 합계 8,647,850원을 각 납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A가 Y정보통신의 의사에 반하여 X정보통신 명의로 가입한 이 사건 상품을 인수하도록 하여 이용요금을 수취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 나목, 대리점법 제7조 제1항,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8. 6. 5. 대통령령 제289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대리점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4호에서 금지하는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 원고들의 불이익 제공행위 원고들이 2016. 2. 1. 대리점인 영업전문점3)들과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에 의하면 영업전문점이 수행한 용역에 대한 대가는 원고들이 정하는 별도 기준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 그 세부항목은 ‘설치수수료’, ‘기본수수료’, ‘유치수수료’ 및 ‘현장재약정수수료’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기본수수료’는 영업활동비와 실적비례비로 구성되는데, 영업활동비의 경우 영업전문점이 2016년 월별 목표의 50%를 달성하면 ‘2013년 연평균 영업활동비의 50%’가 지급되며, 실적비례비의 경우 서비스별 유치 건당 가중치를 적용하여 산정된 환산점수를 기준으로 규모별로 차등 지급되었다. [각주3] 불이익 제공행위와 관련된 대리점은 영업전문점 외 통합센터도 일부 있으나 주된 대리점이 모두 영업전문점이므로, 이하에서는 편의상 이를 통틀어 ‘영업전문점’이라 한다. 이후 원고들은 계약기간(2016. 2. 1. ~ 2017. 12. 31.) 중에 있는 영업전문점들과 2017. 1. 25.부터 2017. 1. 31.까지 7일 동안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2017년 추가 부속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17. 2. 1. 이를 시행하였다. 변경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에 따르면 기본수수료 항목 중 ‘영업활동비’의 명칭을 ‘기본활동비’로 변경하고, 기본활동비 지급기준을 ‘2016년 목표달성률’에서 실적비례비와 마찬가지로 ‘환산점수당 단가’로 변경하였으며, 환산점수 구간을 기존에 비해 좀 더 세분화하였다. 이로써 원고들은 20개 영업전문점에게 기존 지급기준에 의할 때보다 총 1,837,264,000원이 감소한 기본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영업전문점에 대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불리하게 변경한 행위가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2)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20. 10. 16. 의결 제2020-287호로 원고들의 공정거래법 내지 대리점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별지 1의 제1 내지 4항 기재와 같이 재발방지명령, 별지 1의 제5, 6항 기재와 같이 통지명령, 별지 1의 제7항 기재와 같이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가) 재발방지명령 및 통지명령 피고는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와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원고들의 불이익 제공행위에 대하여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공정거래법 제24조와 대리점법 제23조에 따라 별지 1의 제1 내지 4항 기재와 같이 ‘향후 재발방지명령’ 및 별지 1의 제5, 6항 기재와 같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거래상대방인 모든 대리점에 대한 통지명령’을 부과하였다(이하 위 통지명령을 ‘이 사건 통지명령’이라 하고, 위 재발방지명령과 통틀어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 한다). 나) 과징금납부명령 피고는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의 경우 행위가 악의적으로 행해졌고, 다수의 거래상대방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아 공정거래법 제24조의2와 제55조의3,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와 [별표 2],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7. 11. 30.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7-2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라 한다)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원고 A의 불이익 제공행위의 경우 행위의 목적과 의도가 악의적이고 다수의 대리점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여 대리점 거래질서 확립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보아 대리점법 제25조, 대리점법 시행령 제19조와 [별표 1], 구 「대리점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9. 12. 16.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9-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대리점법 과징금고시’라 한다)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하 위 과징금납부명령을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하고, 이 사건 시정명령과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4) 피고가 별지 1의 제7항 기재와 같이 원고 A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산정근거는 아래와 같다. [각주4] 다만 피고는 원고 A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의 경우 관련 대리점이 1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원고 B의 경우 그에 속한 대리점이 사실상 1개에 불과하며 불이익 제공행위를 직접 기획하거나 실행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1)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 (가) 산정기준 ① 관련매출액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로 인한 관련매출액은 2013. 9. 2.부터 2014. 7. 29.까지의 기간 동안 대리점들에게 판매한 S U폰 단말기 대금인 128,400,000원으로 한다. ② 부과기준율 원고 A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대리점들의 업무용 PDA의 교체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등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가 ‘중대한 위반행위세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 IV. 1. 라. (1) 규정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부과기준율의 범위 내에서 1.2%를 부과기준율로 정한다. ③ 구체적 산정기준 위 관련매출액에 위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산정한다. 이에 따른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의 기본 산정기준은 아래 [표 9] 기재와 같다. (나) 1, 2차 조정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의 경우 위반행위 기간 및 횟수에 의한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과 행위자 요소 등에 의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므로, 1, 2차 조정 산정기준은 위 산정기준과 동일하다. (다) 부과과징금의 결정 부과과징금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으므로,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 IV. 4. 바. 규정에 따라 2차 조정 산정기준에서 백만 원 단위 미만의 금액을 버린 1,000,000원을 부과과징금으로 결정한다. (2) 원고 A의 불이익 제공행위 (가) 산정기준 ① 대리점법 위반금액 원고 A의 불이익 제공행위의 경우 영업전문점들이 종전 기준에 의해 수수료를 지급받을 때에 비해 수수료가 감소하여 불이익을 입은 것은 사실이나, 수수료의 일률적 인하와 달리 수수료 감소에는 실적 변동의 영향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리점법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대리점법 과징금고시 IV. 1. 다. 규정에 따라 정액과징금을 부과한다. ② 구체적 산정기준 원고 A의 불이익 제공행위로 인하여 대리점의 수익이 상당히 악화되기는 하였으나, 원고 A가 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데에는 경영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대리점법 과징금고시 IV. 1. 다. 규정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부과기준금액 범위 내에서 350,000,000원을 기본 산정기준으로 정한다. (나) 1, 2차 조정 원고 A의 불이익 제공행위의 경우 위반행위 기간 및 횟수에 의한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과 위반행위의 성격, 자진 시정 등에 따른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므로, 1, 2차 조정 산정기준은 위 산정기준과 동일하다. (다) 부과과징금의 결정 부과과징금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으므로, 대리점법 과징금고시 IV. 4. 마. 규정에 따라 2차 조정 산정기준에서 백만 원 단위 미만의 금액을 버린 350,000,000원을 부과과징금으로 결정한다. (3) 원고 A에 대한 최종 부과과징금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에 대한 과징금 1,000,000원과 불이익 제공행위에 대한 과징금 350,000,000원의 합계액인 351,000,000원을 최종 부과과징금으로 결정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내지 7, 16호증, 을 제1, 9, 10, 15,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1) 처분사유의 부존재 가)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 부존재 원고 A는 실제 교체를 신청한 대리점들에게 기존의 업무용 PDA를 S U폰으로 교체해 준 것이고, 그 과정에서 기기 비용 전액을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 이용요금 중 일부를 보조하기도 하였으므로, 실질적으로 대상 대리점들에게 무료로 S U폰을 지원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원고 A는 업무용 PDA를 S U폰으로 교체하지 않은 대리점들에 대해 불이익을 가한 적이 없고, 내부적으로 작성한 문건들은 실적의 부진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며, 대리점 대표들이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각 확인서(을 제2호증의 1 내지 11, 이하 ‘이 사건 각 확인서’라 한다)는 원고 A와 민사소송 진행 중에 있는 사람들이 작성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 나아가 대리점들이 S U폰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다른 업무용 PDA폰을 사용하고 지원금 초과 부분을 부담하였을 것이므로, 별다른 경제적 불이익을 입지도 않았다. 따라서 원고 A가 대리점들에게 S U폰을 판매한 행위는 대리점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구입강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원고 A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부존재 이 사건 상품에 대한 명의변경은 기존 대리점인 X정보통신의 대리점 사업을 양수한 Y정보통신이 X정보통신과의 합의에 따라 명의변경신청서를 작성하여 원고 A에게 이를 제출해서 이루어진 것일 뿐, 원고 A가 명의변경에 개입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상품에 대한 명의변경은 Y정보통신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원고들의 불이익 제공행위 부존재 원고들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것은 대리점인 영업전문점들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영업전문점들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고, 영업전문점들의 실적 감소를 고려하면 변경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었다고 할 수 없으며, 영업전문점들도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변경될 것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동의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행위는 영업전문점들과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관련 민사소송 결과에 따른 처분사유 부존재 원고 A의 일부 대리점들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사유로 들고 있는 구입강제 행위,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불이익 제공행위(이하 위 행위들을 통틀어 지칭할 경우에는 ‘이 사건 위반행위’라 한다)를 이유로 원고 A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패소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8가합16488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8가합17078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8가합17665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8가합1844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8가합18705 판결(항소심: 수원고등법원 2020. 10. 8. 선고 2019나14550 판결),5)이하 위 민사소송을 통틀어 ‘관련 민사소송’이라 한다]. 따라서 관련 민사소송의 결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주5] 수원고등법원 2019나14550 사건은 현재 대법원 2020다278873호로 상고심 진행 중에 있고 수원지방법원 2018가합16488, 2018가합17078, 2018가합17665, 2018가합18446 사건은 현재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진행 중이다. 2) 이 사건 시정명령의 법적 근거 부존재 및 자기책임원칙 위반 이 사건 위반행위의 주체는 합병 전 C로서 이 사건 위반행위 이후 원고 A에 합병되었는데,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2항은 공정거래법 규정을 위반한 회사인 사업자의 합병이 있는 경우 당해회사가 행한 위반행위를 합병 후 존속회사의 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시정조치에 관하여는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합병 전 C의 행위를 이유로 원고 A에게 한 이 사건 시정명령은 법적 근거가 없거나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3) 이 사건 통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통지명령의 경우 관련자에 대한 피해구제가 목적이 아니고 향후 동일 또는 유사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정상적인 거래관계에 대해서까지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여 사업자의 정상적인 사업을 방해할 정도가 되지 않도록 통지 또는 교부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이 사건 통지명령의 대상은 ‘현재 원고들과 거래하고 있는 모든 대리점’으로 1,250여 개에 달하는 반면, 그중 합병 전 C의 대리점은 약 20개에 불과한 점, 이 사건 위반행위는 원고 A가 합병 전 C를 합병하기 전 발생한 것으로 현재 원고들과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들 중 과거 합병 전 C와 거래한 사업자들만 관련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통지명령은 그 대상을 부당하게 확장하여 원고들의 정상적인 사업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합병 전 C는 이미 합병으로 소멸했고, 원고 A는 합병 이후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가 재발할 우려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명령은 시정조치로서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4)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원고 A가 대리점들에게 S U폰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자발적인 요청을 한 대리점들에 한하여 무상으로 업무용 PDA를 교체해 준 것으로 다른 업무용 PDA를 사용하더라도 통신비는 지출되었을 것이므로 대리점들에게 별다른 경제적 불이익이 없고, 업무용 PDA를 교체하지 않은 대리점들에게 불이익을 가한 바도 없으므로,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 Ⅲ. 규정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되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원고 A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것은 대리점인 영업전문점들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고, 충분한 협의를 거쳤으며, 영업전문점들의 실적 감소를 고려할 때 영업전문점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대리점법 과징금 고시 Ⅲ. 규정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되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 A에 대하여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것은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 내지 대리점법 과징금고시에 규정된 재량권 행사 기준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5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처분사유의 존부 가)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 존부 (1) 관련 법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와 제3항 및 그에 근거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사업자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현실의 거래관계에서 경제력에 차이가 있는 거래주체 간에도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거래법이 보장하고자 하는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업자에 대하여 그 지위를 남용하여 상대방에게 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여기서 말하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처하고 있는 시장 및 거래의 상황, 당사자 간의 전체적 사업능력의 격차, 거래의 대상인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그리고 당해 행위의 의도·목적·효과·영향 및 구체적인 태양, 해당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의 정도 및 상대방이 받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한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 가목에서 정한 ‘구입강제’에서 ‘거래상대방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 또는 용역’이라 함은 행위자가 공급하는 상품이나 역무뿐만 아니라 행위자가 지정하는 사업자가 공급하는 상품이나 역무도 포함하고,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라 함은 상대방이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을 포함한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두9359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가) 업무용 PDA 교체 추진 ① 원고 A는 S코리아로부터 공급받은 S U폰을 대리점(고객센터 및 기술센터)을 통해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현장직원(TSC)이 사용하는 업무용 PDA를 S U폰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아래 [표 10] 기재와 같은 업무용 PDA 전용 요금제(약정기간 2년)를 마련하였다. ② 원고 A의 모바일기획팀은 2013. 8. 13. 대리점의 현장직원(TSC)들이 사용하고 있는 업무용 PDA의 약정기간이 만료되자, 현재 사용 중인 업무용 PDA를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인 S U폰으로 교체하기로 하였다. 당시 모바일기획팀이 대표이사에게 보고한 품의서에 따르면, 원고 A는 2013. 8.경 21개의 방송권역 중 서해방송을 제외한 20개 방송권역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였는데, 그중 이미 다른 회사의 단말기로 교체를 완료한 8개 권역을 제외한 12개 방송권역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PDA를 대상으로 S U폰으로의 교체를 추진하였으며, 교체 예상수량은 564대로 파악하였다.6) [각주6] 원고 A는 당초 교체 예상수량을 543대로 파악하였으나, 실제로 교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체 예상수량으로 집계된 총 수량은 564대이다. (나) S 나폰 교체 실적의 체계적 관리 ① 원고 A의 모바일기획팀은 2013. 9.경 알뜰폰 사업의 전략적 방향성 및 현안을 분석하였는데, 그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고객센터 및 기술센터에 소속된 현장직원(TSC)들에게 S U폰 단말기를 할당하고, 일반 판매용으로 수급한 S U폰을 업무용 PDA 교체 수요에 우선적으로 투입한다고 되어 있다. ② 원고 A는 2013. 9. 각 지역사업부의 사업부장 등이 참석하는 사업부장 회의에서 업무용 PDA의 교체 실적을 주간업무 보고내용에 포함하여 점검하고, 2013. 9. 17.부터 2014. 2. 5.까지의 기간 동안 대리점들이 보유한 업무용 PDA를 자신의 S U 폰으로 교체한 실적을 일일 단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도 하였다. 사업부장회의 보고 내용과 AG를 일부 발췌한 내용은 아래 [표 11], [표 12] 기재와 같다. (다) 알뜰폰 판매 부진 및 단말기 할당 등에 대한 문제점 분석 ① 원고 A의 모바일기획팀은 2013. 10. 25. 작성한 ‘사업부 MVNO 영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S U폰 등 알뜰폰의 판매실적이 부진한 사유와 단말기 운용상 발생한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분석하였는데, 중국산 단말기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선입견, 충전·통신상태·기능오류 등 불량발생, 대응미숙 등 A/S문제, LTE 서비스 미제공 및 고객 선호 어플리케이션 사용불가 등을 그 이유와 문제점으로 분석하였고, 그 외에도 전체 영업센터7)에 단말기를 일괄적으로 할당하여 비영업센터의 물량이 악성재고로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각주7] 전체 영업센터는 고객센터(앞서 본 것처럼 2014. 3. ‘영업전문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와 기술센터 모두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고, 이 중 알뜰폰의 판매가 저조한 고객센터나 기술센터를 비영업센터라고 한다. ② 또한 원고 A가 수립한 ‘2014년 MVNO 단말 운영계획안’에서도 단말기가 현장직원(TSC) PDA 교체 건에 우선 진행된 점, 수요 예측이 불가하여 현장직원(TSC) 수를 기준으로 영업센터에 할당된 점, 그로 인해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업센터의 물량이 악성재고로 된 점 등을 알뜰폰의 판매부진 사유로 분석하였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 내지 4호증, 을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2호증의 1 내지 11, 을 제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A가 대리점들로 하여금 S U폰을 구입하게 한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구입을 강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앞서 본 것처럼 원고 D브로드는 S U폰의 충전·통신상태·기능 등에 불량이 있고, LTE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고객이 선호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는 등 성능과 품질이 떨어지며,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대리점들의 업무용 PDA 교체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으로 판매하였다. 원고 A의 대리점들 입장에서도 S U폰의 성능과 품질 등의 문제로 이를 업무용 PDA로 사용할 유인이 없었으나, S U폰을 구입한 뒤 개인 휴대폰을 함께 사용하는 등 다른 단말기를 구매하거나 통신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 A의 대리점 대표들이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이 사건 각 확인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원고 A는 대리점들이 업무용 PDA를 교체하였는지 여부를 사업부장회의에서 수시로 점검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요업무 추진상황에 대한 점검을 통해 업무용 PDA 교체 건수에 관하여 일일 현황을 보고받아 관리하는 등 대리점들로 하여금 업무용 PDA를 S U폰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였다. 실제로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원고 A가 대리점들로 하여금 업무용 PDA를 S U폰으로 교체하도록 사실상 압박한 정황은 아래와 같이 이 사건 각 확인서의 내용에 의하여도 뒷받침된다. (다) 원고 A는 판매가 부진했던 S U폰 단말기를 대리점들에게 판매하여 소진하는 것은 물론 대리점들을 자사 알뜰폰 가입자로 유치함으로써 단말기 1대당 15,500원[= 스마트45 요금제 월 이용요금 49,500원(부가가치세 포함) - 월 통신지원금 34,000원] 또는 32,000원[= 스마트60 요금제 월 이용요금 66,000원(부가가치세 포함) - 월 통신지원금 34,000원]의 통신 이익을 얻었다. 반면에 대리점들은 S U폰의 낮은 품질과 잦은 고장 등을 이유로 현장직원(TSC)들이 개인 휴대폰을 업무용 PDA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이용기간 동안 별도의 지원금을 부담하거나 S U폰 중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까지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리점들이 업무용 PDA로 사용하던 S U폰을 약정기간 내 해지한 비율은 약 36.2%(= 194대/535대)에 이르렀다. (라) 원고 A는 2013. 8.경 20개 방송권역을 대상으로 대리점 현장직원(TSC)들이 보유한 1,412대를 수요조사 한 뒤 이미 다른 단말기로 교체를 완료해 교체 필요성이 없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564대를 실제 교체 예상수량으로 파악하였고, 그중 95%에 해당하는 535대를 S U폰으로 교체하였는데, 교체율이 100%인 대리점도 14개에 이르렀다. (마) 앞서 본 것처럼 원고 A는 원래 대리점이 업무용 PDA를 교체하는 데 소요되는 기기 비용을 지원하거나 현장직원(TSC) 1인당 월 34,000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는 등 대리점에게 업무용 PDA를 판매하면서 그 지원금을 보조해 주었다. 따라서 원고 A로서는 대리점들이 업무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과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업무용 PDA를 제공하거나 대리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 주어야 함에도 약정기간이 만료되어 업무용 PDA를 교체해야 할 상황에 이른 대리점들에게 성능과 품질이 낮은 S U폰으로 교체할 것을 강요하였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더 지원을 하지도 않았다. 더욱 이 일부 대리점들은 S U폰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도 원고 A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대리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용 PDA를 S U폰으로 교체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A가 대리점들에게 사실상 무료로 S U폰을 제공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으며, 대리점들은 S U폰으로의 교체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또한 이 사건 각 확인서를 작성한 대리점들 중 일부가 원고 A와 관련 민사소송 진행 중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다른 객관적 정황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원고 A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존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호증, 을 제4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Y정보통신이 X정보통신 명의로 가입된 이 사건 상품의 명의변경에 대하여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원고 A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Y정보통신으로 하여금 이를 인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이 사건 상품의 이용요금 상당액인 15,765,840원을 얻는 등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Y정보통신의 대표자인 사내이사 AB는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기존에 X정보통신이 사용한 이 사건 상품을 강제로 인수하였고, 이 사건 상품의 명의변경에 대한 전산처리에 동의하지 않았다.’, ‘AF사업부는 자신의 가입자 실적 유지 때문에 이 사건 상품을 해지시키지 않고 자신에게 강제로 명의변경을 하도록 했다. 특히 V영업전문점에서는 디지털방송 상품이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명의를 변경할 이유가 없었다’. ‘2014. 5.경 허승범 AF사업부장으로부터 이 사건 상품을 자동으로 인수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전화나 구두로 거부하고 4차례 정도 주간회의 시 디지털방송 상품의 해지를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AW 대리로부터 사업부장에게서 명의를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그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취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AB의 위 진술에 의하면, Y정보통신이 이 사건 상품을 인수할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원고 A는 이 사건 상품의 가입자 명의를 변경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이와 같이 변경하기로 결정한 뒤 2014. 8. 6. Y정보통신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내용으로 전산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2) 원고 A AF사업부 마케팅팀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근무한 AW은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AB가 유치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이 사건 상품의 명의를 변경하는 것을 싫어했다. AF사업부 마케팅팀은 2014. 5.경 이 사건 상품을 명의변경하거나 해지하는 것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명의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 2014. 5.경 AB와 통화하면서 이 사건 상품을 명의변경하기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몇 차례 들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에 영업양수인인 Y정보통신이 별다른 보상이나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유치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기존의 이 사건 상품을 자발적으로 인수할 만한 유인이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 A가 Y정보통신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상품의 명의변경에 관여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 (3) X정보통신과 Y정보통신 사이에 2014. 6. 13.자 명의변경신청서(갑 제5호증)가 작성되어 있기는 하나, ① AB는 위 명의변경신청서에 날인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고(을 제8호증 4면), 실제로 위 명의변경신청서에 Y정보통신의 서명이나 기명날인이 되어 있지 않은 점, ② X정보통신과 원고 A의 업무위탁계약이 2014. 4. 30. 종료되었고, Y정보통신이 2014. 5. 20.경 원고 A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위 명의변경신청서가 2014. 6. 13.자로 작성되었으며, 명의변경에 관한 전산처리는 2014. 8. 6.에서야 이루어진 점, ③ X정보통신과 Y정보통신 사이에 양수도계약서나 인수인계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과연 Y정보통신이 위 명의변경신청서를 진정으로 작성하였는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 설령 Y정보통신이 위 명의변경신청서를 작성하고 이용요금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상품의 인수를 거부한다는 의사표시를 지속적으로 하였으며, 이후 해지를 요청하였음에도 원고 A가 이를 묵살한 점, Y정보통신은 원고 A에 비하여 거래상 열위한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명의변경신청서의 존재나 이 사건 상품의 이용요금 납부만으로 Y정보통신이 자발적으로 이 사건 상품을 인수하였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4) AB의 진술에 의하면, Y정보통신이 이 사건 상품을 인수한 후 디지털방송 상품에 대해서만 먼저 해지를 요청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사건 상품 중 일부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 번에 이 사건 상품을 모두 해지할 경우 AF사업부에 실적과 관련된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순차적으로 이 사건 상품을 해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원고 A AF사업부 AX 과장은 2016. 4. 26.경 Y정보통신 직원인 AY 주임으로부터 ‘전임 대리점주가 실적을 맞추려고 허위로 개통한 디지털방송 상품 30대를 Y정보통신에서 사용하지 아니하여 해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받았음에도 이러한 해지 요청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5) 한편 원고 A는 자신이 공급한 상품의 대가로 Y정보통신이 요금을 납부하였으므로 이를 부당한 경제상 이익으로 볼 수 없고, Y정보통신이 이 사건 상품을 얼마나 사용하였는지에 대한 증명 없이 이용요금 전체를 경제상 이익제공의 강요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Y정보통신이 이 사건 상품을 이용할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혔고, 이후 해지 요청까지 하였음에도 원고 A AF사업부는 그러한 요청을 모두 거부하거나 무시한 점, Y정보통신이 이 사건 상품을 인수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용요금의 약 4~6%인 관리수수료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상품의 이용요금 전체가 원고 A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원고들의 불이익 제공행위 존부 (1) 관련 법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은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제4호에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들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으로서 라목에서 ‘불이익제공’을 들면서 이를 ‘가목 내지 다목에 해당하는 행위 외의 방법으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공정거래법령의 규정 체계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 라목이 정하는 ‘불이익제공’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일방 당사자가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그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인정되고, 그로써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이때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인지 여부는, 당해 행위가 행하여진 당시를 기준으로 당해 행위의 의도와 목적, 당해 행위에 이른 경위, 당해 행위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당해 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경쟁제약의 정도, 관련 업계의 거래관행, 일반 경쟁질서에 미치는 영향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전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4두3014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356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불이익 제공행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인정사실 (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추진 ① 원고 A8)의 마케팅운영팀은 2016. 1.경 ‘영업채널 운영방향 보고(안)’를 통해 영업전문점의 보상체계에 대한 개선방안(2016. 5. 시행 목표)을 마련하였는데, 이 자료에는 기존 수수료 구조가 ‘비용의 효율성’이나 ‘실적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므로 ‘실적 변동성’을 강조하는 방향, 즉 실적과 연동된 비용을 집행함으로써 영업 비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각주8] 원고 B은 불이익 제공행위를 직접 기획·실행하지 않았으므로 이하에서는 이를 주도한 원고 A(합병 전 C)를 중심으로 기재한다. 이후 원고 A는 2016. 1. 8. 대전연수원에서 2016년 협력사 공개모집 관련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서면 자료의 배포 없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기본활동비(영업활동비 50%) + 실적비례비(Point 비용)’에서 ‘실적비례비(점당 단가) + VoluU 인센티브(환산점수 Grade)’로 변경할 예정임을 설명하였다. 또한 원고 A는 2016. 1. 말 경 공개모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한 업체를 대상으로 업무위탁계약의 세부내용에 대한 지역사업부별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할 예정임을 구두로 설명하였다. ② 원고 A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안의 시행시점을 ‘다이렉트 미전환 고객에 대한 대면영업 강화9)’등을 이유로 2016. 9.까지 수차례 연기하였다. 특히 원고 A는 2016. 8.경 시행시기를 연기하면서 2016년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이 종료된 후 2018년 신규로 계약을 체결할 때에 ‘변경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제도’를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였다. [각주9] 지상파방송의 송출방식이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디지털방식으로는 기존 아날로그방식을 시청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이렉트 전환작업’은 디지털방식에서 기존 아날로그방송을 시청하기 위하여 회로망 변환기(디지털신호→아날로그신호)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말한다. ③ 원고 A 영업본부는 2017년 시행을 목표로 2016. 10.경 영업전문점 등의 보상체계를 ‘완전성과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아래 [표 13] 기재와 같이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였다. 원고 A는 위와 같은 제도 변경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이슈와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였다. 분석 내용 중에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할 경우 기본수수료가 월평균 64,000,000원(영업전문점별 2,500,000원)이 감소하여 영업전문점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 이에 따라 영업전문점의 인력 감축, 급여조정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지급기준의 변경은 상호 합의를 통한 진행이 필수적이나, 2017. 1. 1. 시행할 경우 그 합의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이 들어 있다. (나) 영업전문점 대상 설명회 준비 및 개최 ① 원고 A는 2016. 12. 16.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안의 시행일을 2017. 2. 1.로 하고 이를 위한 업무 추진 일정 등에 대하여 대표이사의 결재를 마쳤으며, 영업전문점을 대상으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대한 설명회를 준비하면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는 이유, 변경 전후 실적 비교 및 매출감소 대책 등 예상 질의 사항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② 원고 A의 지역권역별 담당 사업부장은 각자 관할하는 영업전문점의 대표를 대상으로 2016. 12. 21.부터 2016. 12. 22까지 2일 동안 1차 설명회를 개최하여 아래 [표 14] 기재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였다. 당시 설명회에서는 서면 자료의 제공 없이 시뮬레이션 결과 등의 내용을 화면에 띄워 설명하거나 구두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영업전문점들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당장 변경될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우려된다는 등을 이유로 환산점수 구간 세분화, 시행 예정일의 연기, 기존 정책의 현행 유지, 충분한 협의 후 진행, 매출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 등 다양한 건의사항을 제기하였다. ③ 그러나 원고 A의 마케팅운영팀은 아래 [표 15] 기재와 같이 실적비례비 구간의 추가 신설만을 반영하여 2017. 1. 10.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완료하였다. 이후 원고 A는 환산점수 구간을 세분화한 내용을 반영하여 2017. 1. 11.부터 2017. 1. 13.까지 3일 동안 영업전문점을 대상으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안에 관하여 서면 자료의 제공이 없이 2차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다)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안 시행 원고 A는 전체 영업전문점들과 2017. 1. 25.부터 2017. 1. 31.까지 7일 동안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2017년 추가 부속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17. 2. 1. 이를 시행하였다.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전후의 주요 변경사항은 아래 [표 16] 기재와 같다. (라)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효과 ① 원고 A는 2017. 3.경 2017. 2.의 영업실적에 대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전후를 비교 분석하였는데, 종전 기준으로 지급할 때보다 기본수수료 지급액은 83,334,000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원고 A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후 수시로 변경 효과를 분석하였는데, 일례로 2018. 1. 17. ‘2018년 업무계획’을 통해 2017년에 기존 제도 대비 9억 3,000만 원이 절감되었고, 9개 영업전문점이 영업실적 부진으로 교체되었다고 분석하였다. ② 원고 A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여 시행한 2017. 2.부터 2017. 12.까지 총 20개 영업전문점에게 지급한 기본수수료를 2016년 지급기준으로 환산한 금액과 비교한 결과는 아래 [표 17] 기재와 같다. 위 [표 17] 기재에 의하면 20개 영업전문점의 기본수수료는 2016년 지급기준으로 환산한 값과 비교하여 총 1,837,264,000원이 감소되었는데, 이는 1개 영업전문점당 약 91,863,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서***, 경***, 경*, 동* 등 4개의 영업 전문점은 2016년에 비해 유치실적이 증가하였음에도 기본수수료가 감소하였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 16, 22, 23호증, 을 제9, 11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0, 19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대리점인 영업전문점들과의 계약기간 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행위는 당해 행위의 의도와 목적, 당해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이로 인하여 영업전문점들에게 발생한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포인트제도 운영 현황보고(을 제17호증), 2017년 리뷰 및 2018년 운영방향(을 제18호증), 2018년 업무계획 보고(을 제19호증) 등에 따르면, 원고들은 영업전문점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을 추진하였고, 지급기준 변경으로 기존에 비해 9억 3,000만 원가량을 절감하였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원고들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따라 영업활동비가 감소하는 영업전문점에 필요한 환산점수는 업체당 146점인데, 현재 해당 업체들의 월평균 1인당 환산 점수가 41.2점이어서 영업전문점당 약 3.5명(= 146점 ÷ 41.2점)의 인력이 더 필요하거나 현재 인원 유지 시 1인당 7점(= 146점 ÷ 20명)씩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하였다. 더욱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추진 과정에서 원고들의 법무팀에서 2017. 1. 1.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할 예정이라면 상호 합의할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인사팀에서는 근로조건 변경으로 인한 임금 체불 및 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이나 단체협약 위반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였음에도 원고들은 2017. 2. 1.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안을 그대로 시행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원고들은 E사업을 영위하면서 20개 이상 권역 내 방송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어 특정 권역 내의 일부 지역을 영업범위로 하여 가입자 유치 등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영업전문점들이 원고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점, 영업전문점들은 그 매출이 오직 원고들로부터만 발생하는 전속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원고들에 대한 거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들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영업전문점들에게 불리하게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 (나) 영업채널 운영방향 보고(안)(갑 제10호증)에 따르면, 원고들은 2016년 영업전문점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안을 검토하면서 기본활동비를 폐지하고 성과에 연동한 수수료로 전환하는 등 비용의 효율성을 목표로 하되, 대외적 명분이나 정당성을 위해 기존의 영업활동비 예산을 ‘실적 변동성’으로 재구축하고자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영업전문점들의 반발이나 이탈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또한 C 협력사 현황보고(을 제10호증)와 영업전문점 포인트제도 관련보고(을 제11호증) 등에 따르면, 원고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할 경우 영업전문점당 월 약 250만 원의 수입이 감소하게 되고, 그에 따라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영업전문점이 종전과 동일한 기본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약 20%의 물량 실적을 더 거두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을 추진한 주된 이유가 영업전문점들에게 지급하는 기본수수료의 감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 계약기간 중에 가격 등 중요한 거래조건이 변경될 경우 거래상 열위에 있는 대리점인 영업전문점들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없거나 거래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원고들은 특별히 영업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등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해야 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었고, 영업전문점의 수익이 감소할 것을 예상하였음에도 계약기간 중에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였다. 만일 영업전문점들이 원고들과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계약기간 중에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의 추가 계약에 쉽게 합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라) 비록 원고들이 2016년 말과 2017년 초에 두 차례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영업전문점들에게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기는 하였으나, 화면에 띄워 보여주거나 구두로 설명하였을 뿐, 이에 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서면으로 제공하는 등 자세히 고지하지 않았다. 또한 원고들은 영업전문점들이 ‘실질적으로 수수료가 감소하여 운영에 애로사항 발생’, ‘시행시기 연기’, ‘충분한 협의 후 진행’, ‘고정비 지급’, ‘영업일이 부족한 달에는 운영 지원금 요청’ 등을 건의하였음에도 ‘인센티브 구간 조정’만을 검토하였다. 특히 원고들이 2016. 2. 1. 영업전문점들과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을 제4호증) 제9조 제6항에 의하면 ‘영업 및 기술환경 변화와 원고들의 정책 변경에 따라 용역대가 기준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원고들은 영업전문점에게 변경기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후 이를 변경할 수 있으며, 영업전문점이 변경된 기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경우 10일 이내에 협의를 통하여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원고들은 영업전문점들의 이의제기가 있었음10)에도 충분하고 구체적인 협의 없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은 아래와 같은 이 사건 각 확인서의 내용에 의하여도 뒷받침된다. [각주10] 앞서 원고들 내부 자료에 따르면, 1차 설명회 진행 완료 후 26개 영업전문점들 중 17개 업체가 공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3개 업체가 구두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마)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영업전문점들에게 계약기간 중 기본수수료 지급 기준이 변경될 것을 충분히 설명하였고, 영업전문점들이 이에 동의하여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6. 2. 1. 대리점 서명 확인서(갑 제17호증)와 2017. 1. 대리점 서명 확인서(갑 제18호증)를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위 확인서들이 작성된 경위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향후 발생할 문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일괄하여 형식적으로 위와 같은 확인서들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확인서들만으로 영업 전문점들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① 위 확인서들은 작성 일자가 대부분 ‘2016. 2. 1.’ 또는 ‘2017. 1. 13.’로 동일하고, 그 내용도 ‘해당 계약의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며,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음을 확인한다.’ ‘Point 제도 변경안 2차 설명회에 참석하여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며, 충분한 이해를 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등의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다. ② 앞서 본 것처럼 원고들 법무팀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시행 예정일이 2017. 1. 1.이라면 상호 합의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상호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비용 지급 제도 변경에 대한 확인서 수취 필수’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원고들은 영업전문점들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안에 반발하면서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나 나중에 문제를 제기할 것에 대비하여 위와 같은 확인서를 작성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③ 이 사건 각 확인서를 작성한 대리점 대표들도 원고들이 제출한 위 확인서를 작성한 경우가 있기는 하나, 앞서 이 사건 각 확인서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은 계약이 해지되거나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의 계약서에 날인한 것으로 보인다. (바) 원고들의 20개 영업전문점들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2016년 지급기준에 의한 기본수수료보다 합계 1,837,264,000원이 적은 기본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다. 이는 1개 영업전문점당 91,863,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영업전문점들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하여 ‘동일 실적 대비 기본수수료 감소’라는 경제적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특히 앞서 본 것처럼 4개 영업전문점의 경우에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변경된 후 유치실적이 증가하였음에도 기본수수료가 감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위 4개 영업전문점의 경우 고부가가치 상품의 유치실적 및 영업전문점의 인력이 감소하였기 때문에 기본수수료가 감소하였고, 피고의 심사보고서(을 제1호증)에 따르면 유치실적이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기본수수료가 증가하거나 유치실적 감소율이 기본수수료 감소율보다 높은 영업전문점이 있으므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이 대리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해 20개 영업전문점들은 동일한 실적에 대해 감소된 기본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고, 이에 관한 보상도 제공받지 못하였다. ② 원고들은 아래 [표 18] 기재와 같이 피고의 심사보고서상 ‘영업전문점별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전후 비교표’(을 제1호증 77면)를 근거로 유치실적 증감율과 기본수수료 증감을 값을 도출한 뒤 아래 [표 19] 기재와 같이 26개 영업전문점들 중 유치실적 증가율에 비하여 기본수수료 증가율이 높은 영업전문점이 2개, 유치실적 감소율에 비하여 기본수수료 감소율이 낮은 영업전문점이 10개, 유치실적이 감소하였음에도 기본수수료가 증가한 영업전문점이 2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위 [표 18]은 2017. 2.부터 2017. 12.까지 영업전문점들의 유치 실적을 기준으로 ‘변경된 기준에 따라 영업전문점들이 실제 수령한 기본수수료 금액’ 및 ‘변경 전 기준에 따르면 영업전문점들이 수령할 수 있었던 기본수수료 금액과 변경된 기준에 따라 실제 수령한 기본수수료 금액의 차액’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위 [표 18]의 ‘변경 전 대비 증감액’이 2016년에 지급받은 기본수수료 액수와 2017년에 지급받은 기본수수료 액수의 증감 내역을 정리한 것임을 전제로 기본수수료 증감율이라는 수치를 도출한 뒤 유치실적 증감율과 기본수수료 증감율을 단순 비교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원고들의 전체 26개 영업전문점들 중 경*** 영업전문점, 광* 영업전문점, 오*** 통합센터, 천*** 영업전문점, 세* 통합센터, 대* 영업전문점의 경우 2017. 2.부터 2017. 12.까지 변경된 지급기준에 의한 기본수수료가 종전 지급기준에 의할 때보다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피고는 위 영업전문점들의 경우 불이익 제공행위 대상에서 제외하였을 뿐만 아니라, ㉠ 위 영업전문점들은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늘리거나 고부가가치 상품의 유치실적이 늘어나 기본수수료가 증가하였을 개연성이 있는 점, ㉡ 광*, 천***, 대* 영업전문점의 경우 종전과 동일한 기본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약 20%의 물량 실적을 더 얻어야 한다는 원고들의 예상에 따라 그 이상의 물량 실적을 거두어 기본수수료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오***, 세* 통합센터의 경우 유치실적이 감소하였음에도 기본수수료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앞서 본 것처럼 위 통합센터는 영업전문점과 기술센터의 기능을 모두 포함한 형태로서 일반 영업전문점과 다른 구조이고, 오*** 통합센터인 AN 대표이사 AO과 세* 통합센터인 AP 대표이사 AQ이 이 사건 각 확인서를 통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했으나, 계약 유지를 위해 추가 계약서에 날인했다.’고 진술하기도 한 점, ㉣ 그 밖에 원고들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목적과 의도, 다수의 영업전문점들이 기본수수료 감소라는 불이익을 입은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행위가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영업전문점 포인트제도 관련보고(을 제11호증)에 의하더라도 2016년 당시 영업전문점들이 실적 1점당 얻을 수 있었던 평균이익은 58,573원이었고, 동일한 제도를 유지할 시 영업전문점들이 실적 1점당 얻을 수 있는 평균이익은 64,157원,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영업전문점들이 실적 1점당 얻을 수 있는 평균이익은 55,708원으로 예상되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따라 영업전문점들은 실적 1점당 평균이익을 8,449원만큼 실질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라) 관련 민사소송 결과에 따른 처분사유의 존부 (1) 원고 A의 대리점들 중 AH정보통신, Y정보통신, AN, AR, AT가 원고 A를 상대로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원고 A가 업무용 PDA를 강매 또는 강매로 인한 이익을 얻었다거나 대리점을 인수하기 전 운영자의 허위 개통으로 인한 부분을 강제로 인수하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이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이라거나 원고 A가 자신의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이익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제1심 또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기는 하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25호증, 을 제29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대리점들이 관련 민사소송에서 위와 같이 패소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관련 민사소송의 제1심은 모두 2019. 6. 19. 선고되었는데, 피고는 2018. 4. 3. 대리점들의 신고를 받아 조사에 착수하여 현장조사 및 진술조사를 거쳐 2019. 10.경 심사보고서를 작성하였고, 합병 전 C가 원고 A에 흡수합병됨에 따라 2020. 8. 28. 경정심사보고서를 안건으로 상정한 다음 2020. 10. 16.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관련 민사소송의 제1심은 심사보고서가 작성되거나 이 사건 처분이 있기 훨씬 전이고, 관련 민사소송 중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 2019나14550 사건의 판결 선고일도 2020. 10. 8.로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다. 또한 관련 민사소송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모두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나)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위 대리점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위반행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조사 권한이 없는 대리점들로서는 원고들의 내부 문서(갑 제10호증, 을 제10, 11, 15 내지 20호증) 등을 쉽게 확보할 수 없어 이를 제출하지 못한 채 충분한 증명을 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피고는 관련 민사소송의 제1심판결 선고 이후에도 추가 조사를 진행하여 자료를 확보한 뒤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되었다. 2) 이 사건 시정명령의 법적 근거 부존재 및 자기책임원칙 위반 여부 가) 공정거래법이 제55조의3 제2항에서 공정거래법 규정을 위반한 회사인 사업자의 합병이 있는 경우 당해회사가 행한 위반행위를 합병 후 존속회사의 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시정조치에 관하여는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대리점법 제23조도 이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는 하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합병 전 C의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전 C를 합병한 원고 A에 대하여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처럼 해석하는 것에 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상법 제530조 제2항, 제235조는 합병 후 존속한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합병이 있는 경우에는 피합병회사의 권리·의무는 사법상의 관계나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그의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한 회사에게 승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두1946 판결 참조). (2)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 위반행위로 인한 제재처분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경우 합병 전 회사는 예정된 제재처분을 받을 지위에 있다. 흡수합병의 경우 법인격 합일로 인하여 합병 전 회사의 법인격이 합병 후 존속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어 그대로 존속하는데, 합병 전 C가 이 사건 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상 제재처분을 받을 지위도 그대로 존속법인인 원고 A에 이전되고, 그 지위가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일신전속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 위반행위로 인하여 공법상 제재처분을 받을 합병 전 회사의 지위가 합병 후 존속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러한 위반행위를 한 회사가 흡수합병을 통해 제재처분을 회피할 여지가 있는 등 시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4) 2021. 12. 30.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공정거래법(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 ‘개정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42조 제2항, 제7조 제2항에서는 시정조치에 관하여도 합병 후 존속하거나 합병에 따라 설립된 회사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위와 같은 규정을 신설한 것은 기존에 행정관행 등으로 인정되고 있던 흡수합병에 관한 법리를 확인하는 선언적 의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이 신설되었다고 하여 위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명할 수 없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 (5) 한편 원고 A는 주식회사의 분할합병에 관한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분할합병은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특정된 범위에서 부분적으로 포괄승계가 이루어지는 반면, 흡수합병은 상법 제530조 제2항, 제235조에 따라 전면적 포괄승계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합병 전 C가 원고 A에 흡수합병된 이 사건에 분할합병에 관한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통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규정 공정거래법 제24조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을 때에는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불공정거래행위의 중지 및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해당 보복조치의 중지, 계약조항의 삭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리점법 제23조도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 불이익 제공행위 등이 있을 때에는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그 밖에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운영지침」(2021. 8. 17. 공정거래위원회예규 제3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정조치 운영지침’이라 한다)은 시정조치의 목적으로 ‘시정조치는 현재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중단시키고, 향후 유사행위의 재발을 방지·억지하며, 왜곡된 경쟁질서를 회복시키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시정조치 운영지침 Ⅳ.), ‘공정거래위원회는 예를 들어 거래상대방, 입찰실시기관, 구성사업자, 신규가입자 등 당해 위반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았거나 향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자(이하 ‘관련자’라 한다)에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사실, 합의를 파기했다는 사실 등을 일정기간 동안 통지하도록 통지명령을 명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처분받은 명령서 사본을 교부하도록 교부명령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시정조치 운영지침 Ⅶ. 3. 가. (1)], ‘통지명령 또는 교부명령은 관련자에게 피심인에 대한 시정조치와 관련된 사실이 직접 통지 또는 교부되게 함으로써 관련자가 피심인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명확히 인식하게 되고, 피심인은 관련자가 지속적으로 피심인의 행위를 감시할 것이라는 것을 의식하여 향후 동일 또는 유사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시정조치 운영지침 Ⅶ. 3. 가. (2)].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 A의 경우 (가)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C와 거래하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도 원고 A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을 통지 상대방으로 한 통지명령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합병 전 C가 흡수합병될 당시 합병 전 C와 거래하였고,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현재도 원고 A와 거래하는 대리점들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함으로써 이 사건 위반행위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를 하는지 여부를 감시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② 원고 A가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위 대리점들에게 통지하면 같은 내용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을 위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A에 대하여 위 대리점들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C와 거래하지 않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 명령을 받은 날 현재 원고 A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을 통지 상대방으로 한 통지명령 여부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합병 전 C가 이 사건 위반행위를 한 후 수년이 경과하여 원고 A에 합병되었는데, 이 사건 위반행위는 현재 원고 A와 거래하는 대리점들 중 과거 합병 전 C와 거래한 대리점들만 관련되는 점, ② 현재 원고 A와 거래하는 대리점들은 약 1,250개에 이르는 반면, 그중 이 사건 위반행위가 문제되는 합병 전 C의 대리점은 약 20개에 불과하고, 원고 A가 합병 전 C와 같은 방식으로 대리점들과 거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만일 합병 전 C와 거래하지 않은 대리점들에게까지 서면 통지를 할 경우 그 대상이 부당하게 확장되어 원고 A의 정상적인 거래관계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A에 대하여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C와 거래하지 않았고,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원고 A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들에게까지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취소의 범위 외형상 하나의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가분성이 있거나 그 처분대상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다면 일부만의 취소도 가능하고 그 일부의 취소는 당해 취소 부분에 관하여만 효력이 생기는 것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에 대하여 행한 공정거래법 위반사실 공표명령은 비록 하나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여도 그 대상이 된 사업자의 각 공정거래법 위반사실은 별개로 특정될 수 있어 위 각 공정거래법 위반사실에 대한 독립적인 공표명령이 경합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중 일부 위반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부분에 대한 공표명령의 효력만을 취소할 수 있을 뿐, 공표명령 전부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2. 12. 선고 99두1224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통지명령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 A에 대한 이 사건 통지명령은 그 통지 상대방이 ①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C와 거래하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도 원고 A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에게 통지할 것을 명하는 부분과 ②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C와 거래하지 않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원고 A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에게 통지할 것을 명하는 부분으로 가분성이 있거나 그 처분대상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명령 중 위 ①항의 통지명령 부분은 적법한 반면, ②항의 통지명령 부분은 위법하므로 이 부분에 한하여 취소할 것인바,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2) 원고 B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 B은 동종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고 있으므로,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같은 유형의 대리점법 위반행위를 반복하거나 반복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② 원고 B의 대리점법 위반행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를 하는지 여부를 감시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③ 원고 B과 거래하는 대리점에게 통지하면 같은 내용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원고 B과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들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 B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두1713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대리점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 내지 대리점법 과징금고시 조항은 과징금 산정과 그 부과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기준으로 마련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즉 재량준칙이고, 이러한 과징금 산정과 부과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에 속하므로 그 기준이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두17435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 A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 A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의 경우 대리점들을 상대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S U폰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것이고, 다수의 거래상대방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불이익 제공행위의 경우 목적과 의도가 악의적이고, 다수의 대리점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들은 대리점 거래질서 확립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2) 원고 A의 구입강제 행위와 불이익 제공행위는 공정거래법 과징금고시 내지 대리점법 과징금고시의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른 점수를 기준으로 할 때, 모두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위법성이 작다고 볼 수 없다. (3) 구입강제 행위의 관련매출액이나 불이익 제공행위로 인하여 영업전문점들이 종전에 비하여 감소하게 된 기본수수료 액수 등을 고려할 때, 원고 A가 위와 같은 행위들로 얻은 이익이 없거나 미미하다고 볼 수 없으며, 과징금 액수가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4) 피고는 원고 A의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행위의 경우 관련 대리점이 1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불이익 제공행위의 경우 수수료 감소에 실적 변동의 영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를 판단할 때 경영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하기도 하였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별지 1 기재 제1 내지 4, 6, 7항의 시정명령, 통지명령, 과징금납부명령은 적법하고, 별지 1 기재 제5항의 통지명령 중 별지 2 기재 통지명령 부분은 적법하며, 이를 초과한 부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국 원고 A의 주장은 일부 이유 있고, 나머지 주장은 이유 없으며, 원고 B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 A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 B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상훈(재판장), 권순열, 표현덕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
합병
대리점
2022-01-12
행정사건
대법원 2018두42771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8두42771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원고, 피상고인】 A 【피고, 상고인】 경상북도지방경찰청장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8. 4. 6. 선고 2017누7666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0.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구 도로교통법(2010. 7. 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4호는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여 도로교통법상 ‘운전’에는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운전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위 규정은 2010. 7. 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면서 “운전이라 함은 도로(제44조·제45조·제54조 제1항·제148조 및 제148조의2에 한하여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여, 음주운전에 관한 금지규정인 같은 법 제44조 및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관한 형사처벌규정인 같은 법 제148조의2의 ‘운전’에는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운전도 포함되게 되었다. 이후 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어 조문의 위치가 제2조 제26호로 바뀌면서 “운전이란 도로(제44조·제45조·제54조 제1항·제148조 및 제148조의2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그 표현이 다듬어졌다. 위 괄호의 예외 규정에는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가 포함되어 있으나, 행정제재처분인 운전면허 취소·정지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로 외의 곳에서의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운전면허의 취소·정지 처분은 부과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두9359 판결의 취지 참조). 원심은, 원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루어진 이 사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은, 원고가 승용차를 운전한 장소가 아파트 단지 내로서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도로교통법상의 도로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도로교통법
음주운전
음주측정거부
운전면허
2022-01-04
산재·연금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379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취소
서울행정법원 제8부 판결 【사건】 2020구합5379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순일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1. 9. 14. 【판결선고】 2021. 11. 2. 【주문】 1. 피고가 2020. 6. 30.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9. 6. 13.경부터 2020. 2. 13. 17:16경 사망할 때까지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이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로부터 도급받아 시공하는 이천 F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안전유도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0. 2. 13. 14:3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앞으로 쓰러졌고, 곧바로 G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러나 망인은 병원 도착 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몇 시간 후인 17:16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인은 뇌지주막하 출혈이다. 다. 원고는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 직장상사인 팀장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여 팀장과 심하게 다투는 등 업무상 돌발상황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망인에게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0. 6. 30. ‘망인의 작업내용, 업무시간, 망인의 사망 직전 다툼의 내용 등에 비추어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망인에게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같은 이유로 2020. 11. 23.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9, 21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에는 각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회사와 1개월 단위로 연장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는 단기계약직이었다. 망인은 사망 직전에 직속상사인 팀장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았는데, 그 지시에 따를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망인이 더 이상 안전유도원으로 일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망인은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 재계약이 되지 않을 위험을 각오하며 팀장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그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망인은 이로 인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직후에 쓰러져서 사망에 이르렀다. 또한 망인은 한겨울의 날씨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시간 동안 실외 근무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였거나 기존의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진행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로환경과 담당업무 등 가) 망인은 2019. 6. 13.부터 2020. 2. 13. 사망할 때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유도원으로서 트레일러 등 대형 자재차량이 안전하게 현장에 진입·진출하도록 유도하는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와 1개월 단위로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는 단기계약직이었고, 이 사건 회사에 취업하기 전에도 2016년경부터 다른 공사현장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의 근무시간은 07:00부터 17:40까지였고, 휴게시간은 09:00부터 09:30까지, 11:30부터 13:00까지, 15:00부터 15:30까지였다. 다) 망인은 업무의 특성상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야외에서 근무하였다. 망인이 사망한 2020년 2월경 이 사건 공사현장(이천시)의 최저기온은 -13.1°C(2월 6일)에서 3.6°C(2월 12일)였고, 최고기온은 -2°C(2월 5일)에서 13.9°C(2월 11일)였으며, 평균기온은 -6.5°C(2월 5일)에서 6.7°C(2월 13일) 사이였다. 망인이 사망한 날인 2020. 2. 13.의 평균기온은 6.7°C였다. 라) 망인의 사망 전 1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약 46시간, 사망 전 12주간 업무시간은 약 45시간이었다. 2) 망인의 사망 무렵의 상황 가) 망인은 상위 관리직급인 이 사건 회사 공사팀장의 지시를 받아 근무하였는데, 2020. 2. 13. 13:30경 팀장으로부터 자재차량이 자재를 하역할 수 있도록 공사현장으로 유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나) 망인이 팀장에게 ‘공사현장에 하역장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하역작업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팀장은 바리케이트 위치를 이동하여 하역장소를 확보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망인은 종전에 E 측으로부터 ‘원청(E)의 사전 동의 없이 바리케이트 위치를 이동해서는 안 된다. 만약 바리케이트를 무단으로 이동시킬 경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유도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1)을 박탈시킬 수 있다.’는 안전교육 및 경고를 받은 바 있었다. 이에 망인은 원청(E)의 사전 동의 없이 바리케이트를 이동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팀장과 다투었다. [각주1] 공식 자격증은 아니고, E로부터 사내 교육과 필기시험을 거쳐 취득하는 사내 자격증의 일종으로 보인다. 다) 망인과 팀장은 다툼 끝에 일단 위 자재차량의 하역작업을 유도하지 않는 것으로 하였고, 망인은 현장에 들어온 위 자재차량이 다시 공사현장 입구로 회차하도록 유도하였다. 라) 망인은 그 직후인 14:30경 동료인 H에게 가서 ‘언니 나 거부권 썼다.’라고 말하면서 팀장과 다툰 일을 이야기하였는데, 이야기 도중 갑자기 어지럽다고 말하면서 땅에 쓰러졌고, 곧 의식을 잃었다. 마) 망인은 G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병원 도착시에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망인은 결국 몇 시간 후인 17:16에 만 46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바) 망인의 직접 사인은 뇌지주막하 출혈이다. 3)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19. 2. 14. 내과를 방문하여 두통을 호소하였고, 2019. 2. 22.에는 다시 내과를 방문하여 우측 안면부에 이상감각을 느끼고 우측 눈이 붓는 증상이 있다고 호소하였다. 당시 망인을 진료한 의사는 망인에게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 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망인은 2019. 6. 7. 내과를 방문하여 ‘근무 전에 혈압을 측정하면 최고혈압이 150mmHg 이상으로 나온다.’고 호소하였고, 망인을 진료한 의사는 망인의 혈압이 130/82mmHg로 정상혈압 기준(120/80mmHg 미만)보다 높다고 판단하여 망인에게 정기적으로 혈압약(레포텐션)을 복용할 것을 권유하였고, 망인 또한 이에 동의하여 혈압약을 처방받았다2). 망인은 다음날인 2019. 6. 8. 혈압약을 먹었음에도 혈압수치가 148/112mmHg로 측정되자 다시 내과를 방문하였다. [각주2] 다만 갑 제8호증, 을 제2호증의 기재에 나타난 망인의 진료내역에 의하면, 망인이 8개월 후 사망할 무렵에도 여전히 정기적으로 혈압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다소 불확실하다. 다) 망인의 건강검진 결과(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망인은 그 후에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및 혈압 자료는 다음과 같다. 4) I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신경외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6, 8, 20호증, 을 제1, 2, 3, 5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I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 라.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에 관한 판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앞서 든 각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내용과 전반적인 업무환경, 특히 망인이 사망 직전 팀장과 심한 갈등상황을 겪었던 것이 망인의 신체적인 소인과 겹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뇌지주막하 출혈을 발생하게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은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0-117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I. 1. 다. 2)항은 심장 질병 등의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망인의 뇌지주막하 출혈 발병 직전 12주간 및 4주간의 각 업무시간은 이 사건 고시가 정한 위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한다. 이 사건 고시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21. 6. 8. 대통령령 제3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 제3항 [별표 3] 중 제1항 (다)목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위 시행령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 전 업무시간이 위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망인에게 발병한 뇌지주막하 출혈이 업무상의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② 망인은 2019년 6월경부터 2020년 2월 사망할 때까지 이 사건 회사에서 1개월 단위로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하였고, 상위 관리직급인 이 사건 회사 공사팀장으로부터 업무상 지시를 받아 왔다. 이러한 망인의 고용특성에 비추어 망인은 팀장의 업무상 지시를 거부하기가 적잖이 어려운 입장이었을 것임에도, 사망 직전에 팀장과 바리케이트의 이동 문제로 이견을 표출하며 공개적으로 다투었고, 망인은 팀장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제3자까지 불러 오는 등 외부에 드러난 다툼의 정도도 일시적인 충돌 정도로 치부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망인은 이로 인하여 흥분과 불안 등이 교차하는 심리상태를 겪었을 것이고 순간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가중키시고, 뇌동맥류 파열 및 그로 인한 뇌지주막하 출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망인이 팀장과의 다툼이 끝나고 거의 곧바로 쓰러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점 등 다툼과 사망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 다툼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과 팀장 사이의 업무상 다툼은 망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추단된다. 업무상의 재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인바, 설령 상사와의 업무상 다툼의 정도가 사회통념 상 이례적인 수준이 아니었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당시 망인의 근무환경 및 망인의 신체조건 등과 결합하여 사망의 직접원인이 된 뇌지주막하 출혈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정도라면, 망인의 사망과 업무상의 관련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③ 급격한 기온 변화 등의 환경적인 요인은 뇌동맥류 파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추위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혈압이 상승되고 혈액의 점도가 증가되며 혈액의 응고작용을 변화시켜 결국 지주막하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망인은 업무의 특성상 업무시간 대부분을 야외에서 근무하였는데,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마찬가지였다. 망인이 사망한 2020년 2월경 이 사건 공사현장의 최저기온은 -13.1°C(2월 6일)에서 3.6°C(2월 12일), 최고기온은 -2°C(2월 5일)에서 13.9°C(2월 11일)이었으며, 평균기온은 -6.5°C(2 월 5일)에서 6.7°C(2월 13일)로 상당히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망인의 사망 당일 평균기온은 6.7°C로서 대부분의 근무시간 동안 야외에서 근무하던 망인에게는 상당한 추위를 느끼게 하는 정도로 보인다. ④ 망인은 사망 당시 아직 46세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높아지는 통상적인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였다. 망인이 사망 8개월 전인 2019. 6. 7.경 측정한 혈압(130/82mmHg)은 정상혈압 기준(120/80mmHg 미만)보다는 다소 높지만 고혈압의 진단기준(140/90mmHg)보다는 낮고, 망인은 그 무렵 의사의 권유를 받고 혈압약을 처방받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 무렵에 망인의 혈압수치가 정상혈압 기준보다 다소 높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러한 망인의 건강상태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및 업무환경과 무관하게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이와 같이 망인이 사망 무렵 혈압수치가 다소 높은 상태였으나 이것만으로 뇌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사망 직전 업무상의 문제로 상급자인 팀장과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며 다투었고, 망인의 계약직 신분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그 다툼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한겨울 동안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외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온도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혈압이 상승하였을 가능성도 높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망인은 2019. 6. 7. 내과를 방문하여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정상으로 나오는데, 일하기 전에는 혈압이 매번 150mmHg 이상으로 측정된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갑 제8호증 참조) 망인은 업무환경과 사망 직전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3)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환(재판장), 김도형, 김수정
사망
업무상재해
말다툼
부당업무
2022-01-03
행정사건
대법원 2017다257746
집행판결
대법원 판결 【사건】 2017다257746 집행판결 【원고, 피상고인】 ◇◇◇◇ 뱅크 뉴질랜드 리미티드(○○○ Bank New Zealand Limite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선영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진 담당변호사 김민성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7. 25. 선고 2016나2052577 판결 【판결선고】 2021. 12. 23.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대출채무 및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한민국 법원은 2013. 5. 1. 피고의 거소에서 피고의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에게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를 송달하고 원심 공동피고로부터 우편송달 통지서에 서명을 받았다. 2)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2013. 8. 15.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피고와 원심 공동피고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외국판결을 선고하였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외국판결에 따른 금원 지급 부분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하기 위하여 집행판결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은, 피고에 대한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고 보면서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승인·집행되기 위한 요건으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하고 그 밖에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효력이 인정되고 위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통상의 송달방법이 아니라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과 같이 송달을 의제하는 방식을 통하여 송달을 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송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나.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적법한 송달’에 포함되는지 여부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과 제2항에서 규정하는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리나라는 2000년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하였으나 뉴질랜드는 현재까지 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촉탁에 따른 송달은 국제민사사법공조법에 따라 이루어진다.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15조는 외국으로부터의 촉탁에 따른 수탁사항은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6조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송달 방식 중의 하나이다.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았을 것 또는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송에서 방어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07747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이유로 위 조항의 문리해석 상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는 데 필요한 송달 방식에서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가 제외된다. 한편, 보충송달은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그의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여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는 본인의 수령 대행인이 서류를 수령하여도 그의 지능과 객관적인 지위, 본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본인에게 서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다543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 게시판의 게시에 의하여 송달의 효력을 부여하는 공시송달 방식과는 달리 보충송달 방식은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현저히 적다. 나아가 만일 보충송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집행판결 사건에서 집행요건으로서 송달의 적법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보충송달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송달 방식으로 인정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에 벗어나지는 않는다. 3) 기존 대법원 판례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참조), 보충송달은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은 외교상의 경로를 거치지 않은 영사송달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이었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피고를 대리 또는 대표하여 송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으로, 보충송달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사안들이 아니었는데 외국판결의 승인·집행 요건인 ‘적법한 송달’에 관한 일반론으로 위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할 것을 요구하면서 송달의 방식 중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할 뿐 다른 송달 방식에 대하여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위 조항의 문리해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보충송달이 피고의 방어권 행사를 박탈할 수 있는 공시송달과 유사한 송달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4)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판결보다 더 엄격한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피고가 법인인 경우 그 소송서류를 법인의 대표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시 언제나 송달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5) 마지막으로 이 사건과 같이 외국법원이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피고에게 송달을 요청하고, 우리나라에서 국제민사사법공조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보충송달 방식으로 소송서류 등을 송달한 다음 해당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 이루어졌음에도, 그러한 송달 방식이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요건인 송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행판결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서 적법절차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사법절차의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고, 송달지와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지가 우리나라로 동일한 이상 소송의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 내에서 송달 방식과 관련하여 모순되는 행위 또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다. 기존 판례의 변경 이와 같이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한 송달 요건에서 제외하고 있는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로 볼 수 없고, 외국재판 과정에서 보충송달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송달이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요구하는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라.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에 따른 보충송달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요건에서 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소송서류가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를 통하여 피고의 거소에서 적법하게 송달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요건인 송달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거소에서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가 피고의 소송서류를 송달받음으로써 피고에 대한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보기 어렵고,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판단에 피고가 소송서류를 실제로 송달받았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뉴질랜드 법원의 외국판결에 대한 승인 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정한 승인 요건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뉴질랜드 법원이 우리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은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호보증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하여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이 있다. 4.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다수의견의 결론과 그 이유에 찬성하지만,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해서만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한다. 가.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는 ‘특정 사건과 관련한 쟁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판단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가리킨다. 즉, 대법원 판결에서 추상적 형태의 법명제로 표현된 부분이 모두 판례인 것은 아니고, 그중 특정 사건의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판단 부분만이 판례이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과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한다’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이 부분이 ‘대법원이 판단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서 판례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에 반대되는 판단을 하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두 판결에서 판단한 ‘보충송달의 적법성’은 직접적 쟁점이 아니었으므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부분은 방론에 해당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라고 볼 수 없고, 위 두 판결과는 사안이 다른 이 사건에서 판례를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이해하자면, 대법원 판결의 방론에 대해서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에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다고 함으로써 대법원의 의견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판례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보고, 판례 변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 것인지, 판례 변경에 관하여 대법원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나. ‘판례’는 일반적으로 특정 사건에서 판결의 이유 중에 나타난 법률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그 의미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판례 변경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 있는 법리 부분을 모두 판례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법리 부분에 한정하여 판례로 볼 것인지이다. 현행 법령에서 ‘판례’라는 개념에 관하여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정의를 내린 규정은 없고 개별 법령의 해석을 통해 ‘판례’의 개념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전원합의체의 심판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서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례’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는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제2심판결이나 결정·명령에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는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제3호)” 또는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4호)”에 해당하면 심리불속행 판결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 정한 ‘판례’에 관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인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이 내린 판단“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4. 5. 13. 선고 2004다6979, 6986 판결 등 참조).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판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적이 없다. 법원조직법에서 정한 전원합의체의 심판대상을 정한 기준이 되는 판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 세 법률에서 사용하는 판례의 의미에 관해서는 통일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그 의미나 기준이 반드시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다.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입법권과 사법권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별도의 기관에 귀속시키고 있다. 구체적 사건의 해결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법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법부의 권한이 아니라 입법부의 권한이다. 국회는 입법을 통하여 일반적인 법규범을 만들지만, 개별 사안에서 법률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할 권한은 없다. 사법부는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로 법률을 해석·적용할 권한이 있지만, 사건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반적인 법규범을 만들어낼 권한은 없다. 대법원이 최고법원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건을 재판하는 데 필요한 권한 이상을 가질 수 없다. 판결은 1차적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적인 해결을 하는 것을 지향하고,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되는 추상적·일반적 법명제도 기본적으로 해당 사건의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므로, 그 의미는 어디까지나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재다516 판결 참조). 선행 판결에서 사안의 쟁점 또는 그 해결과 관계없는 부분에 관하여 일반적·추상적 법명제를 선언하였더라도 이 부분은 판례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부분까지 판례로 본다면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데도 법령 해석을 통해 법규범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쟁점에 적용되는 법령에 한하여 해석 권한이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일반적·추상적 법명제를 선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될 뿐이다. 재판 실무에서 대법원 판결이 갖는 정확한 규범적 의미는 전제가 되는 사안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파악하여야 하는데, 사안의 쟁점 또는 사실관계에서 문제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을 하게 되면 그 근거나 타당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법관은 판결 이유에서 주문이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판단의 근거를 표시하여야 한다. 법률 규정의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는 그 규정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법명제를 이용하여 해당 논점에 대한 결론의 정당성을 논증하게 된다. 구체적인 법적 분쟁에 적용될 법률에 불명확하거나 불완전한 점이 있더라도 법관은 법률의 구체적 의미를 파악하여 일반적인 법명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법원은 적극적으로 법명제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선행 판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장래의 재판에 대하여 지침이 될 수 있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제시하였다면,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선행 판결에서 인정된 법명제를 후행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사안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선행 판결에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대전제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선행 판결에서 한 판단의 대상인 쟁점이 후행 사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한다. 즉, 선행 판결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쟁점을 판단하는 법관은 선행 판결에 따라 사안을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하여 사법부 전체의 통일적 의견이 형성됨으로써, 재판을 어느 법관이 담당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라. 영미법계의 기본원리인 선례구속의 원칙(the doctrine of stare decisis)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원칙은 상급심 법원이 일정한 법률 쟁점에 관하여 한 판단은 법규범으로서 구속력을 갖게 되어 그 후 동일 쟁점의 사건을 담당하는 하급심 법원은 그에 따라야 하는 법적 의무가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례구속의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는 국가에서는 선례가 법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후행 사건의 논점이 선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선례가 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결국 상급심 법원의 판결 중 해당 사건의 결론과 직접 연관되는 쟁점에 관한 부분에 한하여 선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 밖에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다루어진 부분이 아니거나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판결의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선례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선례구속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판례에 기속되지 않고 하급심 법원이 판례와 반대되는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수 있다. 그러나 쟁점이 같은 사건에서는 선행 판결에서 한 대법원의 판단이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의 판단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선례구속의 원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사안의 해결 과정에서 법령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에 관한 선행 판결의 판단이 판례로서 후행 판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 대법원이 판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명확한 것은 아니고 판례 변경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관된 원칙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두1815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체납자 등에 대한 공매통지가 공매의 절차적 요건이므로 공매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그 공매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공매통지가 공매의 요건인지에 관한 기존 판례가 있는지를 둘러싸고 별개의견과 보충의견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대체로 선행 판결에서 다룬 구체적 쟁점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례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종래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일이라고 하고 있다(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다1393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다48413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82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6680 판결은 불법행위 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이 경과하고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예외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하면서 판례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인 위 대법원 2010다6680 판결이 판례에 어긋나는 것인지 문제되었는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대법원의 종전 의견을 변경한 것이 아니고, 종전 대법원 판결들이 선언한 법리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하고 그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할 새로운 법리를 표시한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즉,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심대상 판결이 선행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외적 사정이 있는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예외를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5다254507 판결은,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2014. 5. 20. 법률 제125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재외동포법’이라 한다) 제6조에 따라 거소이전 신고를 마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으로 규정하는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 판결 이전에,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거소이전 신고를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갈음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결정(대법원 2013. 9. 16. 자 2012마825 결정)이 있었다. 위 대법원 2015다254507 판결은 위와 같은 선행 결정의 사안이 재외국민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거소이전 신고를 마쳤으나 다른 주소지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 임대주택에 관하여 다른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위 임차인이 전입신고도 한 것이므로, 거소이전 신고만을 한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고 보아 판례 변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 판결은, 특허법 제163조에 따른 일사부재리 원칙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후행 심결의 심결 시’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종전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심판청구가 부적법하게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심판청구를 제기하던 당시’라고 한 판결(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그러나 위 대법원 2018후11360 판결은, 위 선행 판결에 대해서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특허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의 대세효로 제3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선행 심결의 확정과 관련해서만 그 기준 시점을 심결 시에서 심판청구 시로 변경한 것이라고 보아, 위 선행 판결과 서로 모순·저촉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선행 판결과 후행 판결에서 판단한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에서 선행 판결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축소 해석함으로써 선·후행 판결의 사안에 따라 두 판결의 의미를 서로 모순·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판례를 변경하지 않고 소부 판결로 선고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소액사건에서 판례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심리불속행으로 판결하는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제시한 법리가 해당 사건의 구체적 쟁점에 관한 판단으로서 판결의 결론에 이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지,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따라 판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쟁점과 무관한 판단 부분을 판례라고 할 수는 없다. 쟁점에 관한 판단인지 여부를 대법원 판결을 한 재판부 또는 대법관의 입장을 기준으로 정할지 아니면 그 판결을 읽는 독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정할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대법관뿐만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도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경우에 그러한 부분까지 판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바.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을 살펴본다. 다수의견은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송달 방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때의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라야 한다.”라고 하였다. 두 판결의 문언은 서로 반대되는 내용으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결은 보충송달의 적법성이 쟁점이 아닌데도, 쟁점이 된 부분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일반적 요건에 대한 법명제로 위와 같은 법리를 선언하였다. 위에서 본 판례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은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니고 쟁점도 아닌 부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판례라고 볼 수 없다. 당시 대법원 판결을 했던 대법관이 아니라 그 판결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보충송달에 관한 판단이 쟁점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대법원 판결은 보충송달의 적법성이 쟁점인 이 사건에 판례로서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대법원 판결의 존재로 말미암아 혼란스럽게 여겨질 우려가 있다면 그 판결이 쟁점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보충송달에 관한 부분은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은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법원 소부에서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고,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의 심판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종전의 대법원이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부에서 이 사건 재판을 할 수 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을 하더라도 법원조직법에 배치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기존 대법원 판결을 이 사건에서 변경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 변경이 아니지만, 보충송달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함으로써 하급심 법관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확인적 차원에서 판례 변경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대법원 판결 중에서 구체적 쟁점과 관련 없는 법리도 판례라고 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서는 판례의 의미를 넓게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례의 의미와 판례 변경에 관하여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의견을 개진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가.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판례’는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될 법령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 판결의 판단으로, 장래의 재판에 대하여 지침이 되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의미한다. 나. 이 사건 법률 조항에 관한 기존 판례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이하 ‘기존 판례들’이라 한다)은 당해 사안의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 그에 선행되는 법리적 쟁점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 조항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용 요건에 관한 정의적 해석을 내린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은, 외국 법원이 우리나라 법인인 피고에게 외국 대사를 통해 직접 소송서류를 송달한 것이 현행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와 같이 외국 판결의 승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3조 제2호의 송달 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그 허용되는 송달 방식은 ‘보충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이어야 한다’는 법령의 해석에 관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선언한 후 그 논리적 결과로 영사송달 방식은 외국 판결의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방식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위 대법원 92다2585 판결의 판시를 재차 선언한 후 외국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송달받은 자에게 실제로 송달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보아 그에 따라 선고된 외국 판결이 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2014. 5. 20. 법률 제125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송달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즉 기존 판례들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외국 판결을 승인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송달 요건의 충족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그 법률 조항의 적용 요건에 관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선언한 후 해당 사안이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외국 판결을 승인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송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 사안의 해결 과정에 적용되는 법령 조항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통해 대법원의 의견을 밝힌 것이고, 이는 송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되는 후행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대법원이 선언한 해당 법령 조항의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결국 기존 판례들이 당해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그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선결적인 문제로서 법령의 해석 권한 내에서 그 일반·추상적인 법명제에 관한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이상, 그 판시는 해당 사건의 쟁점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 사건에서도 보충송달이 적법한 송달방식으로 허용되는지 여부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가 전제하고 있는 쟁점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이에 관하여 기존 판례들이 명시적으로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과 달리 이 사건에서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채택하는 이상, 이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기존 판례들이 선언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안이 달라 그 법리가 직접 적용될 여지가 없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판례 변경을 피하기 어렵다. 다. 법치주의 원리에 의할 때 법규범의 수범자들에게 법적 판단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 법관의 특정 법령에 관한 통일적 이해가 법적 안정성의 보장에 중요하다는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 후행 판결에서 기존 판례의 판시와 명백히 모순되는 판시를 하고자 할 때에는 가급적 그러한 모순점을 의문 없이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 판례의 판시가 후행 판결에서 새롭게 선언하는 법리와 명백히 상충한다면 기존 판례의 판시 법리는 후행 판결에서의 법률의 해석·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이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변경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 판례의 판시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에 해당하여 그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경우 잦은 판례의 변경으로 말미암아 신뢰보호 내지 예견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존 판례의 판시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의 형태로 표시되었는데 그것이 그 법령의 의미에 관한 잘못된 이해에 따른 것으로, 이를 그대로 둘 경우 법질서 전체의 조화로운 해석·적용 및 그에 대한 일반의 신뢰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명시적인 판례의 변경을 통해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위 대법원 92다2585 판결의 판시는 위 대법원 2008다65815 판결뿐만 아니라 다수의 하급심 판결에서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잘못된 견해이므로 이를 바로잡아 후행 판결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기존 판례들의 판시가 사건의 구체적인 쟁점에 관하여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아니라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그 경우 기존 판례들에 대한 법적 신뢰를 고려할 필요 없이 후행 판결에서 이를 명확하게 변경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라. 이 사건 법률 조항에 관한 기존 판례들의 변경 필요성에 관하여 소극적인 입장에서 논거로 들고 있는 판례들 역시 그 문언과 내용을 살펴보면,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구체적인 쟁점과의 관련성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수도 없어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과 관련하여, 종래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40년 이상의 장기간이 경과하여 위자료의 적정한 산정 내지 과잉손해배상 방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법리에 관한 대법원의 판시가 존재하지 않다가,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6680 판결에서 비로소 이에 관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하였다.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일로 본 종래의 판례와 법리상 모순됨에도 단지 구체적인 사안이 달라 결과적으로 서로 충돌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원칙과 예외의 관계로서 법리상 양립가능한 관계에 있으며,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와 같은 취지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5다254507 판결도 그 판시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임차인인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국내거소신고나 거소이전신고를 한 경우 이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과 같은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는 한편, 재외국민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대한 전입신고와 별도로 이미 다른 주소지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는 그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함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후자의 예외적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경우에 해당하는 선행 대법원 결정(대법원 2013. 9. 16. 자 2012마825 결정)의 사안과는 원칙과 예외의 관계로서 법리상 양립가능한 관계에 있어, 판례 변경이 필요하지 아니한 사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 판결 또한 선행 심결과 동일 사실·증거에 기초한 것인지에 따라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안에서 그 판단 기준 시점을 ‘후행 심결의 심결 시’로 본 것으로, 이는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인 선행 판결(대법원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그 적용되는 법리를 달리하는 것임을 판결의 문언상으로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선행 판결의 법리가 후행 판결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 결국 위 대법원 판결들은 판결의 문언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선·후행 대법원 판결의 법리의 내용 및 그 적용 영역이 달라 선행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후행 판결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어, 선행 대법원 판결의 변경이 필요하지 아니한 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명시적인 판례 변경이 있었던 사안들에서 대법원은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되는 법령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판례로 보아, 후행 판결에서 그러한 법명제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명확하게 판례 변경을 선언하였던 것이지,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례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임의로 축소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례의 변경을 회피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결국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후행 사건의 쟁점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의 형태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 요건의 해석에 관한 의견을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는 하급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반대되는 해석론에 입각한 법명제를 채택하는 이상,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주심), 오경미
동거인
소송서류
보충송달
외국판결
2021-12-24
민사일반
행정사건
대법원 2018스5
미성년자 입양허가
대법원 결정 【사건】 2018스5 미성년자 입양허가 【청구인, 재항고인】 재항고인 1 외 1인 【사건본인】 사건본인 【원심결정】 울산지방법원 2017. 12. 18. 자 2017브10 결정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에 이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과 쟁점 재항고인들은 외손자인 사건본인의 부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의 아들로 입양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사건본인에 대한 입양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고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판단 기준 또는 고려요소가 무엇인지가 이 사건 쟁점이다. 먼저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과 미성년자 입양허가의 기준에 관하여 살펴보고,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의 허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를 검토한 다음, 항을 바꾸어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자 한다. 2.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 입양은 출생에 의해 부모·자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정한 절차를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상 입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부모와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입양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갈음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그리고 양자가 될 사람의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870조, 제871조). 그 밖에 양부모가 성년자이고 배우자가 있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할 것, 양자는 양부모의 존속이나 연장자가 아니고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의 동의를 얻을 것 등 양부모와 양자의 자격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민법 제866조, 제874조, 제877조). 민법은 제정 당시 미성년자의 입양과 성년자의 입양을 구별하지 않고 위에서 본 입양의 합의와 부모의 동의라는 요건을 갖추면 당사자의 입양신고만으로 입양이 성립한다고 정하였으나,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민법을 개정하여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제867조). 이는 아동학대의 습벽이 있는 자와 같이 양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입양제도를 남용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등 부적격자에 의한 입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후견적으로 개입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민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으로서 양부모와 입양아동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3. 미성년자 입양허가의 판단 기준 가.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민법 제867조 제1항),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민법 제867조 제2항).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89. 11. 20. 채택되었고 대한민국도 가입하여 1991. 12. 20. 국내에서 발효되었다. 이하 ‘아동권리협약’이라 한다) 제21조는 입양제도를 인정하거나 허용하는 당사국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시설이나 입양기관에 보호의뢰된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입양특례법 제4조는 ‘입양의 원칙’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입양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그 개정 취지와 더불어 아동권리협약과 입양특례법 규정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미성년자 입양허가 사건은 가사비송사건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8)].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을 탐지하고 필요한 증거 조사를 하여(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 입양의 동기와 목적, 양부모가 될 사람의 양육능력과 양부모로서의 적합성, 양육 상황 등을 심리하여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후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양부모가 될 사람이 미성년자를 입양하려고 하고 입양아동의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고 있더라도, 아동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4.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 손자녀 입양허가의 판단 기준과 고려 요소 가.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 손자녀 입양의 허용 여부 (1)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이를 불허할 것인지 문제된다. 위 2.에서 보았듯이 입양은 출생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이다.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이미 혈족관계가 존재하지만 부모·자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민법 제877조 참조). 따라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이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이루어진 입양은 본래 혈족을 입양하는 것으로서,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하여 조카 항렬의 남계 혈족을 양자로 삼아 이른바 소목지서(昭穆之序)를 지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족질서 관념이 엄격한 조선시대에도 위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 외손자를 입양하거나[조선시대 예조의 입양허가 관련 기록인 수양시양등록(收養侍養謄錄)과 법외계후등록(法外繼後謄錄)에 수록되어 있다. 후자는 책 본문 첫머리에 기재된 제목에 따라 별계후등록(別繼後謄錄)이라고도 한다] 손자 항렬의 혈족을 입양하기도 하였다. 조선고등법원 1932. 11. 15. 판결은 증손항렬을 사후(死後)양자로 삼은 사안에서 양부가 될 자와 동성동본의 혈족으로서 아들과 같은 항렬 이하에 있는 자는 양자로서의 적격이 있으므로 이러한 입양도 유효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민법이 존속 또는 연장자를 양자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소목지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재종손자(再從孫子)를 사후양자로 선정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므347 판결 참조). 비교법적으로 보면,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조부모를 포함한 친족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거나 간이하게 입양할 수 있도록 절차적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입양을 권장하기도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양부모가 될 사람과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祖孫)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가 여전히 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에 대하여 부모의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조부모의 입양허가 청구 사건에서 심리할 사항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나. 입양의 의사와 목적 (1)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입양 의사는 입양의 요건 중 하나이다. 입양의 의사는 당사자 사이에 실제로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이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 1560 판결 등 참조).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양육·부양의무가 있는 미성년자 입양의 경우에는 부모로서 자녀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하며 경제적, 정서적으로 영속적 생활공동체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의사가 없이 단순히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법정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을 얻기 위하여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 의사가 부정될 수 있다. 그러나 조부모가 손자녀와 양친자관계라는 새로운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입양의 의사를 인정하여야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에게 친생부모에 관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들이 친생부모인 것처럼 자녀를 양육하였거나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해서 입양의 의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친생자관계와 양친자관계는 그것이 출생으로 성립하는지 입양으로 성립하는지가 다를 뿐이고, 어느 쪽이든 친자관계가 성립하고 나면 그 효력과 내용이 같다. 입양이 이루어지면 양자는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민법 제882조의2 제1항. 다만 양자의 성(姓)이 양부모의 성으로 변경되지는 않는다], 양부모의 혈족이나 인척과 사이에도 양부모의 친생자와 동일한 친족관계가 성립한다(민법 제772조). 따라서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는 친권, 상속, 부양 등 친자관계에 관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양부모의 입양 의사는 입양을 통해 이러한 친자관계, 즉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실질적인 의사를 뜻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입양 의사의 요소는 아니다. 입양아동이 자신이 친생자인 것으로 알고 성장하다가 뒤늦게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 충격과 진실을 숨겨 온 가족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되므로 처음부터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입양 사실을 자녀에게 알릴 것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인지는 입양 가족이 처한 상황, 자녀의 나이, 성격, 주위 환경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사건의 가사조사와 심리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밝혀 자녀가 입양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담과 조언을 할 수 있다. (3)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자녀 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국적 취득, 상속, 다자녀로 인한 각종 사회경제적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신중하게 심리하여야 한다. 조부모는 입양될 자녀의 양부모이자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부모도 겸하고 있으므로, 입양의 주된 목적이 친생부모의 혼인이나 사회생활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입양 의사가 있는지와 더불어 입양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도 주의 깊게 심리하여야 한다. 다.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1)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이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이면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제1항, 제2항). 법정대리인이 친생부모가 아닌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도 별도로 요구되고, 부모가 친권을 상실하거나 소재불명인 경우,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자녀를 학대·유기하는 등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민법 제870조). 이처럼 자녀의 입양을 위해서는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여야 한다. 친생부모 중 누구도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여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는 친생부모의 나이가 어리거나 미혼인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등 그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하여 양육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2) 2011년 전부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이 그가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3조 제2항). 친생부모의 입양동의는 아동이 출생한 때부터 1주일의 숙려기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야 하고(제13조 제1항), 입양기관은 입양동의 전에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및 양육에 관한 정보, 입양의 법률적 효력, 파양, 입양동의의 요건과 철회, 입양 절차, 입양정보 공개 청구’ 등에 관하여 충분한 상담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13조 제3항, 「입양특례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참조). 이는 친생부모가 자녀의 양육이나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상태에서 숙고하여 입양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동권리협약 제21조 (a)항 역시 같은 취지에서, 당사국은 권한 있는 기관이 ‘부모, 친척, 후견인 등 입양동의가 요구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상담을 통해 입양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서 입양에 동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입양을 허가할 것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3) 민법상 입양에 관하여 입양동의 전 상담이나 관련된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친생부모가 자녀의 양육이나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서 입양동의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위 입양특례법이나 아동권리협약의 취지는 민법상 입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입양허가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친생부모에 대한 가사조사나 상담, 심문 등을 통해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자녀 양육에 관한 정보, 입양의 법률적 효력, 파양, 입양동의의 요건과 철회 가능성, 입양 절차’ 등에 관하여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생부모가 현재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입양에 동의하는 이유 등을 심리하여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충분히 숙고한 후 이루어진 자발적이고 확정적인 것인지 확인하고, 친생부모에게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가 있다면 입양동의를 철회하도록 권하며, 그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상담·안내하고 담당 기관을 연계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 청취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입양에 자녀의 동의가 필요하고(민법 제869조), 이는 입양특례법상 입양에 관하여도 같다(입양특례법 제12조 제4항).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심판을 할 때에 양자 될 사람이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9 제1항).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 민법 제869조는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입양에 동의한다고 정할 뿐이고, 민법, 입양특례법과 가사소송법에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 청취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아동권리협약 제12조는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 정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될 것을 당사국이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아동 관련 사법절차에서 아동에게 진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정한다. 이 협약은 특정한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이라면 누구든지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보장하고 다만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그 의견에 비중을 두도록 정하는 데 반하여, 민법은 입양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13세 미만 아동의 의견 진술 기회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다. 아동은 학령기 이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다. 입양이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양육 상황이나 양부모의 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데 아동의 의견 청취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은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다면 가급적 그 나이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 부모·자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과 친족관계 혼란 문제 (1)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이미 출생으로 맺어진 조손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이 이루어지면 이러한 관계가 법적인 부모·자녀 관계로 변경된다. 조부모와 자녀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다른 가족의 태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실질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양될 자녀의 나이가 학령기에 이르고 그동안 조손관계로 양육된 경우 입양으로 기존의 관계가 부모·자녀관계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고 입양이 자녀의 정서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녀가 입양의 의미를 알고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가족이나 주변의 친척들이 입양에 협조적인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생부모가 조부모나 자녀와 동거하거나 자주 교류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성장 과정에서 친생부모와 양부모의 양립으로 정서적 혼란을 겪거나 주변 가족이나 친족들이 양친자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조부모나 자녀와 친생부모의 교류 관계에 관하여도 심리하여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2) 종래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면 조부모와 양부모의 지위가 중첩되고 친생부모는 자녀의 부모이자 형제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자녀의 정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실무례가 많았다. 과거에 입양은 가계 계승과 양부모를 위한 제도로 기능하였지만, 1990년 가계 계승을 위한 사후양자 등 폐지를 시작으로, 2005년과 2012년 친양자제도와 입양허가제도 신설 등으로 점차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한 기본 이념이 변화하였다. 위 3.가.에서 보았듯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하여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적인 고려요소이다. 따라서 조부모가 입양을 원하고 친생부모가 숙고하여 자발적으로 입양에 동의하는 등 입양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후견적 관점에서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입양을 불허할 수 있다. 조부모가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자녀 양육을 돕거나 그들을 대신하여 자녀를 양육·부양할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친생부모 누구도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할 경우 영속적인 친자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자녀를 더욱 안정적으로 양육·부양할 수 있다. 특히 조부모와 자녀가 이미 실질적으로 양친자와 같은 생활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법적으로도 실제에 부합하는 신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사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관계가 확립되어 있거나 자녀가 친생부모와 자주 교류하는 경우에는,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가정의 상황,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와 성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친생부모와 교류 관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정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종래 부부와 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를 표준적인 가족 형태로 삼아 가족관계를 규율하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혼인율과 출생률 감소, 이혼과 재혼가정의 증가 등으로 가족 형태의 정형성이 감소하고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가족에 대한 관념과 가치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은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8. 자 2020스575 결정 참조). 가정법원은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후견적 재량을 갖지만 그러한 재량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고 합목적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가족관계 구성을 국가기관이 허가하지 않을 때에는 이것이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가정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한다고 볼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여야 한다. 이러한 심리와 비교·형량의 과정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가족 내부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한다면 입양허가에 관한 합목적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가족 구성에 관한 입양 청구인들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4) 입양이 이루어져도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존속하므로(민법 제882조의2 제2항. 이 점에서 입양 전의 친족관계가 종료되는 친양자 입양과 다르다), 친생부모와 자녀는 여전히 친자관계이다. 그런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에 따라 발급되는 조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부모와 자녀가 모두 조부모의 자녀로 기재되어 그들이 형제관계인 것처럼 보이고, 친생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상세증명서)에는 조부모와 자녀가 조손관계로 보일 뿐 그들 사이의 양친자관계가 공시되지 않는다. 이는 가족관계등록부가 개인별로 구분·작성되고, 가족관계증명서는 본인을 기준으로 그 부모, 자녀, 배우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가족관계등록법 제9조, 제15조 참조), 형제자매 관계나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 사이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가족관계증명서상 조부모 입양 관계가 실체에 맞게 공시되지 않거나 불일치하게 보이는 면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수는 없다.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지는 민법에 따른 실체법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입양허가 후 행정사무 측면에서 가족관계를 증명서에 어떻게 기재하고 공시할 것인지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호주제를 기초로 한 호적 제도가 폐지되고 2008. 1. 1. 개인별 편제 방식의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시행된 후 가족관계등록법은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재내용의 진실성 제고, 국민의 권익보장 확대를 위하여 10여 차례 이상 개정되었다. 조부모 입양과 관련해서도 가족관계증명서 기재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이를 개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바. 입양과 후견의 관계 친생부모가 양육 의지나 능력을 회복할 경우 언제든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조부모가 후견인으로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동이 친생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미혼, 이혼, 사별로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는 등 열악한 여건에 있는 친생부모의 양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과 입양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친생부모의 자녀 양육을 위한 가능한 정책을 실시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후에도 친생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에, 친생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기초로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친생부모가 언젠가 양육 의사를 회복하여 자녀를 양육하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한다. 입양특례법 제3조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아동에게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다른 가정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는 친생부모의 직접 양육을 위해 다방면의 지원을 하더라도 친생부모가 결국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양을 통해 자녀에게 안정된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입양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영속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한 제도로서,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는 경우 친권자를 대신하여 그를 보호·감독하고 대리할 사람을 두기 위한 미성년후견과는 그 제도 취지나 법적 효력이 다르다. 후견은 피후견인이 성년에 이르는 등 후견의 필요성이 없어지면 자동적으로 종료하고, 후견인에게 피후견인의 부양 의무가 있거나 후견인의 사망으로 상속 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사. 종합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법원은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영속적으로 양육·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녀 양육과 입양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가사조사, 상담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조부모가 양육능력이나 양부모로서의 적합성과 같은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형량하여,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심리 과정에서는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다면 자녀의 나이와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방법으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건본인의 친생모(1996년생)는 사건본인의 친생부와 사이에 사건본인을 임신하였고, 2014. ○○. △△. 혼인신고 후 같은 달 □□일 사건본인을 낳았다.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무렵 친생모는 사건본인을 자신의 부모인 재항고인들 집에 두고 갔고, 그때부터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다. 친생모와 친생부는 2015. 9. 18. 협의이혼하였다. 재항고인들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면서,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재항고인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였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 사람들도 재항고인들을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부모는 재항고인들의 입양에 동의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재항고인들이 외조부모이자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상태에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사건본인의 양육에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 장래에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이 사건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그 부모인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양친자관계를 맺으려는 의사를 부정할 수도 없다. 조부모인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원심은 친생부모나 사건본인 등에 대한 가사조사,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친생부모가 자녀 양육과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입양에 동의한 것인지, 위와 같은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이후에도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가 없는지, 현재까지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어떤 관계로 양육하여 왔고 재항고인들과 사건본인의 친생모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만일 사건본인이 조부모를 친생부모로 알고 있다면 현재까지 양육 상황이 어떠한지 등 재항고인들의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혹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위에서 본 이유만을 들어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원심판단에는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는 정당하다. 6. 결론 재항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결정 이후 가사사건에 대한 전속관할을 가진 가정법원이 새로 설치된 데 따라 그 관할 법원으로 이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1) 조부모가 미성년의 손자녀를 민법 제867조에 따라 입양하여 손자녀의 양부모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따라서 법률상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점, 다만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은 이미 조손의 혈연관계가 존재하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와 조부모의 친족관계가 병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2) 그러나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3)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으로 가족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한 듯한 대법원 결정례(대법원 2010. 10. 24. 자 2010스151 결정, 대법원 2017. 3. 17. 자 2016스138 결정 참조)는 미성년자의 복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할 입양허가 사건에서 친족 내부의 질서 등 구시대적 관념을 중시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 판단이 잘못되었다 하여 위 사정을 포함,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제3자의 일반입양 사건에 비하여 조부모 입양의 요건을 엄격히 판단한 가정법원의 실무 태도 및 이에 따른 원심의 결론까지 부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4) 2촌 직계혈족인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법정친자관계의 기본적인 의미에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는데다가, 조부모가 입양 사실을 감추고 친생부모인 것처럼 양육하기 위하여 하는 비밀 입양은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국제 규범과 국내 법령은 원가정 양육의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후견 제도나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되어 있는데, 친생부모의 가장 가까운 직계존속으로서 친생부모에 의한 원가정 양육을 지지하고 원조하여야 할 조부모가 오히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친생부모의 양육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의 지위를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성년 손자녀의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는데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허가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조부모에게 실질적인 입양의사가 있다는 사정은 입양허가의 한 요건에 불과하고 앞서 본 여러 가지 우려를 극복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조부모의 입양은 위의 우려가 모두 해소될 수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허가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직권탐지주의에 따라 후견적 입장에서 제반 사정들을 심리한 다음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할 넓은 재량권을 갖는다. 이하 구체적으로 보기로 한다. 나. 입양제도의 연혁과 입양의 목표 (1) 우리나라에서 입양제도는 가(家)를 위한 입양에서 벗어나 자녀를 위한 입양으로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의 목표이고 국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책무를 부담하며 법원이 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온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입양제도는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 중 자신과 같은 항렬에 있는 남계 혈족의 아들을 양자로 들여 가문의 대를 잇게 하는 것으로서, 순전히 ‘가(家)를 위한 입양제도’의 성격을 지녔다. 1960년 제정 민법의 시행으로 당사자 간 합의를 기초로 한 근대적 입양제도가 도입되었지만, 호주가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때에 양자를 선정하는 사후양자(제867조)와 유언에 의한 양자(제880조), 사위를 양자로 삼는 서양자(제876조)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었고, 양부와 동성동본이 아닌 양자는 양가의 호주상속을 할 수 없고(제877조 제2항) 호주의 직계비속 장남자는 본가의 계통을 계승하는 경우 외에는 양자가 되지 못하는 등(제875조), 입양제도는 여전히 가를 위한 성격을 지녔다.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1991. 1. 1. 시행)은 위와 같은 사후양자, 유언양자, 서양자를 모두 폐지하여 가를 위한 입양제도로서의 성격을 탈피하였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2008. 1. 1. 시행)은 친생부모와 양자의 친자관계를 단절하고 양자를 친생자와 같이 취급하는 친양자제도를 신설하였다.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된 민법(2013. 7. 1. 시행)은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한 가정법원의 허가 제도를 도입하여 입양제도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미성년자 입양이 당사자의 입양 합의와 신고만으로 가능하였던 구법상 입양의 폐해를 시정하고 입양 과정에 가정법원이 개입하기 위한 입법이다. (2) 민법 개정과 더불어 주목할 것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의 입양에 관한 입법의 변화이다. 구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입양은 구 민법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입양 합의와 신고로써 성립하였다. 이는 아동권리협약 제21조가 당사국들은 아동입양 절차가 관계당국에 의하여만 허가되도록 보장할 것을 규정한 것에 위반되고 국가가 아동의 보호를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2011. 8. 4. 법률 제11007호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내외 요보호아동의 입양을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전환하고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시기 제한, 상담과 정보 제공 등 아동과 더불어 친생부모의 권익과 복지까지 증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3) 따라서 현재 미성년자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일반 입양, 친양자 입양, 입양특례법상 입양 모두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통일되었다. 가정법원의 입양허가를 받지 않으면 입양은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민법 제883조 제2호, 제867조 제1항). 허가제 도입 전까지는 혈연을 중시해 온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입양신고의 효력을 부여하는 판례 법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입양허가제 도입 후에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개정 민법이 적용되는 경우 입양 의사로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였더라도 법원의 입양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입양으로서 효력을 발생할 수 없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 참조). (4) 다수의견은 ‘우리의 전통적인 입양이 남계 혈족을 양자로 입양하는 것이었음’을 근거로 현대에도 혈족인 조부모의 입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입양제도의 변천 과정을 고려하면,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입양제도 하에서 과거의 가(家)를 위한 입양을 근거로 조부모의 입양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외국에서도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음을 근거로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입양제도는 그 나라의 가족제도와 문화, 혈연과 가족에 대한 사회의 관념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입양허가 여부를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견이 원용하는 독일에서는 친족의 입양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더라도 조부모의 입양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가하고 있다. 조부모의 입양은 세대를 변경하게 되어 나머지 가족들의 친족관계에 혼란을 줄 여지가 크고, 육아수당 등을 받기 위해 입양을 남용할 위험이 있으며, 후견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점, 특히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왕래가 있는 경우 갈등과 분쟁 요소가 내재하고 실질적인 양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 등이 판례와 학계의 연구결과로 인정되고 있다. 다.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과 재량권 (1) 민법 제867조에 따른 미성년자 입양허가 심판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에 속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8)]. 실체법상 기준에 따라 당사자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가사소송사건에 비하여, 가사비송사건은 가정법원이 후견적인 지위에서 재량에 의해 합목적적으로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재판이다(대법원 2006. 4. 17. 자 2005스18, 19 결정, 대법원 2019. 11. 21. 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상 심리 방식은 변론을 요하지 않고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며 법원의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고(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취지에 엄격하게 구속되지 않는다. 특히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상대방이 없는 비대심적 구조로서 가정법원의 후견적 허가나 감독처분이 요구되는 사건으로, 비송재판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성년자 입양허가 사건은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일방적인 청구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재량적으로 입양허가를 결정하는 사건이다. 앞서 본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입양허가제가 도입된 취지, 가사소송법이 입양허가 재판을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가정법원은 청구인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직권으로 탐지한 자료에 따라 ’입양이 청구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넓은 재량권의 범위에서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판단할 권한을 갖는다. (2) 입양허가 사건은 비대심적 구조로서 입양청구인만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전면적으로 재판을 수행한다. 입양은 입양청구인뿐만 아니라 입양될 자녀의 신분관계와 재산관계에 중대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 친생부모 역시 입양이 이루어지면 사건본인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상실하는 등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는 ‘사건본인’이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고, 13세 미만의 자녀는 재판 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9 제1항). 자녀의 친생부모 역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의 후견적 기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은 재판을 수행하는 입양청구인의 주장에 구애되어서는 안 되고 그 뒤에 숨어있는 실질적인 당사자인 사건본인과 그 친생부모의 입장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탐지하고 후견적·재량적으로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고 입양허가 사건이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입양 합의, 친생부모의 승낙·동의, 양친자와 양자의 자격 등은 입양허가 청구를 할 때에 당연히 갖추어야 할 전제 요건에 불과하고,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사건본인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심리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4) 다수의견은 조부모의 입양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조부모가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나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은 곧 당사자에게 입양 의사가 있고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였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수의견은 조부모의 입양 의사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있어도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으면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나(3.나.항), 이는 민법 제867조 제2항의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다수의견은 ‘당사자들이 입양을 원하는데도 입양을 불허가할 때에는 공익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입양청구인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인바[4.마.(3)항] 다수의견을 관철하면 입양의 합의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 입양허가제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입양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합치되었다면 입양허가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는 견해는 극복되어야 한다. 이는 앞서 본 것처럼 당사자의 의사합치만으로 입양신고가 가능하였던 구법 하에서의 해석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라. 조부모 입양에서 입양 의사·목적에 대한 엄격한 심사의 필요성 (1) 이 사건은 미성년 자녀의 친생부모가 존재함에도 조부모가 그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민법 제867조에 따른 미성년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이다. 미성년 자녀의 입양이 일반적으로 친생부모가 존재하지 않거나 행방불명 등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과 구별된다. 친생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인 때에는, 민법 제869조의 동의·승낙을 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없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등(민법 제928조, 제932조) 후견절차가 선행되거나, 민법 제869조 제3항 제2호, 제87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적용 규정과 요건이 달라지고 가정법원이 고려할 사항이 달라진다. (2) 친자관계는 출생에 의해 형성되는 자연적 친자관계와, 친생자관계가 없음에도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인위적으로 성립한 법정친자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친생자는 혈연에 의해 성립하는 자연혈족임에 비하여 ’양자‘는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률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인정되는 점이 핵심이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제1항은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이고(제1호),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를 말한다고 정하여(제2호), 입양은 곧 혈연이 없는 사람 사이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임을 전제하고 있다. 조부모는 손자녀와 2촌 관계에 있는 직계혈족이다. 직계혈족 사이에는 상호 부양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74조 제1호), 조부모는 이미 미성년 손자녀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혈족은 친족의 중요 구성범위이고(민법 제767조, 제768조) 생계를 같이 하는지를 불문하고 ‘가족’에 포함되고(민법 제779조), 동거하는 경우 ‘가정’에도 포함된다. 이처럼 이미 가까운 혈족인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법정친자관계의 개념에 비추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서, 입양의 이유나 목적을 세심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3) 입양이 허가될 경우 미성년 손자녀의 친생부모가 존재함에도 그 친생부모의 친권·양육권이 배제되고 조부모가 부모의 지위를 대체하게 된다. 다수의견은 ‘조부모가 실질적으로 부모·자녀의 관계를 맺고 생활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입양을 허가할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 조부모의 입양 의사는 조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체하여 손자녀를 자녀인 것처럼 관계를 맺고 생활할 의사이다. 이 경우 입양허가의 필요성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 비밀 입양의 문제점 (1) ‘입양의 의사’는 ‘양부모로서 양육하려는 의사’ 또는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임이 그 문언상 명확하다. 민법 제882조의2는, 입양이 허가되면 양자가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제1항), 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존속한다고(제2항) 규정한다. 이는 친양자 입양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908조의3이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중 출생자로 보고(제1항),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종료된다고(제2항) 규정하는 것과 구별된다. 따라서 입양의 결과 양부모와 양자의 관계는,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긍정하는 전제 하에서 형성되는 것이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절연시키거나 이를 대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2) 이 사건을 포함하여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에게 향후 입양 사실에 대하여 묵비하고 자신들이 마치 친생부모인 것처럼 자녀를 양육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는 ‘양친자관계가 아니라 친생자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에서 입양허가를 청구하고 입양의 목적 역시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친생자관계를 배제하고 그 위에 친생자관계를 가장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법원은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입양을 허가하여야 하는데, 이는 조부모와 사건본인, 다른 가족들 기타 사건본인의 생활영역에 속하는 관계인들이 그들의 관계를 ‘양친자관계’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사건본인을 둘러싼 다른 관계인들이 조부모와 사건본인의 관계를 ‘친생자’로 가장하고 진실을 숨기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양친자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3)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조부모가 재판과정에서 사건본인에게 향후 입양 사실에 관하여 묵비하고 친생부모로서 행동하고 사건본인에게도 자신을 친생부모로 여기게 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 입양의 의사를 인정하는 데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4) 비밀 입양은 미성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혈연 중심의 전통 문화와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양부모가 입양 사실을 숨기고 양자를 친생자처럼 키우는 비밀 입양이 많았다. 그러나 입양아동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를 통하여 입양 사실을 입양아동과 주변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입양아동이 입양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자아정체성의 혼란이나 진실을 숨겨온 가족에 대한 불신·배신감으로 정서적·행동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가족 내에서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어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사건본인이 친생부모를 형제자매로 알고 지낸 경우, 특히 친생부모가 혼인하여 다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매우 클 수 있다. (5) 다수의견은 사건본인에게 입양 사실을 묵비하려는 경우에도 입양 의사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견해를 취하면서, 그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과거 비밀 입양이 많았고 판례도 허위의 출생신고에 입양의 효력을 부여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적 혈연 중시 의식과 이를 반영한 비밀 입양 태도는, 자녀의 복리를 위한 현대 입양제도 하에서 극복해야 할 관념이지 유지·계승할만한 것이 될 수 없다. 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과 후견 및 사회보장제도의 정비 (1) 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가능한 한 친생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국제 입양에 관하여 아동권리협약을 구체화한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와 협력에 관한 헤이그협약」(1993)은 당사국은 우선적으로 아동이 출생한 원가정에서 양육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한다. 아동은 태어난 원래 가정인 친생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 아동의 복리를 위해 가장 바람직하므로, 원가정 양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2) 아동복지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고(제3항), 아동이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또는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하며(제5항),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권리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과 홍보를 하여야 하고(제6항),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7항). 위 규정들은 국제 규범에 맞추어 아동이 원칙적으로 원가정에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아동복지법이 2011. 8. 4. 및 2016. 3. 22.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부 또는 모가 혼자서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이 안정적인 가족 기능을 유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각종 복지급여를 실시하도록 정하는데(제12조), 24세 이하의 모 또는 부를 ‘청소년 한부모’라고 정의하고 그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제2조, 제4조 1의2호, 제17조의2 내지 제17조의5, 제20조 제2항). 앞서 본 것처럼 구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2011. 8. 4. 입양특례법으로 전부개정된 것도, 법률 명칭의 변경에서도 나타나듯이 ‘입양을 촉진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아동이 태어난 ‘원가정을 보호하는 정책’을 표방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3) 위와 같이 국제 조약과 국내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은 미성년후견 제도를 완비하였다. 2011년 민법 개정 전에는 친생부모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하여야만 후견이 개시되었고 후견이 개시되면 최근친 직계존속이 당연히 후견인의 지위를 취득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의 친생부모가 일시적으로 양육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합한 양육자에게 후견인 지위를 부여할 방법이 없었다. 2011. 3. 7. 및 2014. 10. 15. 민법이 개정되어 법원이 미성년 자녀를 위해 적합한 후견인을 선정할 수 있게 되었고(민법 제932조),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만큼만 친권을 제한하였다가 그 사유가 소멸하면 친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친권의 일시 정지, 일부 제한 등 제도가 신설되었다(민법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2조의2). (4)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후견인을 아동의 보호자로 인정하여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하여 사회보장수급권이 인정되는데 친권자뿐만 아니라 후견인도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에게 양육수당이나 보육서비스 이용권 등을 지급하는데, 수급권자인 ‘보호자’에 친권자·후견인을 포함하고(제2조 제4호), 아동수당법에 따라 7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지급하는 아동수당(제6조 제2항, 제2조 제4호), 유아교육법에 따라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지급하는 유아교육 관련 비용(제24조, 제2조 제3호)도 마찬가지이다. 초·중등교육법상 보호자의 지위도 친권자, 후견인에게 부여된다. (5) 다수의견은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이 사건을 비롯하여 다수의 가정법원의 실무례가 위 사정만을 들어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것으로 평가한다면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입양과 미성년후견은 제도의 취지나 법적 효력을 달리 하므로 조부모가 미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가정법원 실무례가 후견을 권장하고 입양을 불허한 것은, 친생부모의 친권이 정지·제한되고 조부모가 후견인으로 선임되더라도 친생부모의 양육능력이 갖추어지면 친생부모의 청구 등에 따라 가정법원의 실권회복 선고(민법 제926조)를 받아 친권과 양육권을 회복할 수 있고, 조부모가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동안은 친권자와 동일하게 손자녀의 보호·교양권, 거소지정권, 재산관리권, 법정대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민법 제945조, 제949조) 양육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으로, 가정법원이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하여 우선 아동에게 적합한 양육환경을 마련해주고 친생부모가 양육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원가정 양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양과 미성년후견 제도의 본질에 대하여 숙고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수급권까지 고려한다면, 조부모의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만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하고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을 관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최대한 원가정에 가까운 형태로 사건본인을 양육할 방법은 없는지, 조부모가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가 입양허가의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사. 친생부모에 대한 고려와 부정적 낙인 방지 (1) 친생부모는 입양으로 인하여 자녀에 대한 친권자·양육자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중요한 이해관계인이지만, 입양허가 재판에서 당사자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또한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13세 미만의 자녀 대신 입양을 승낙할 수 있고 부모로서 입양에 동의할 자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지만, 재판 실무상 친생부모의 입양동의서만 제출하면 이러한 승낙 및 동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2)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의사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당연한 법리라 할 것이다(동의권자의 입양 취소에 관한 민법 제886조 참조). 다수의견 중 입양특례법 제13조와 아동권리협약 제21조의 취지를 원용하여 친생부모에게 충분한 상담과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나머지 견해는 결국 친생부모에 대한 상담, 정보 제공이 이루어진 이상 친생부모의 동의는 자발적·확정적인 것이라고 인정하고 입양 요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입양허가 등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당사자에게 절차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결론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행정절차나 형사재판과 다르다. 현실에서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는 친생부모가 미성년 임신, 이혼, 경제적 무능력 등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육의사와 능력이 없어서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겼거나 조부모가 자녀를 데려가는 것을 허용한 사람들로, 입양허가 재판이 진행되는 시점에도 그러한 사정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열악한 지위에 있는 친생부모는 조부모의 입양동의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입양동의서를 작성해 줄 수밖에 없을 터인데, 친생부모가 자발적·확정적으로 입양에 동의하였다는 사정이 ‘동의’ 요건의 충족을 넘어서 입양을 허가할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다.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사정으로 자신의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 친생부모를 ‘양육의무를 방기한 부모로서 양육부적격자’로 낙인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친생부모가 어린 나이에(10대에서 20대 초반) 자녀를 출산하고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지금은 양육의사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성장하면 부모로서 다시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려고 할 수 있고, 자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양육의사를 회복할 유인도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일단 입양이 이루어지면 친생부모가 양육의사와 능력을 회복하더라도 스스로 부모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 미성년자 입양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재판상 파양에 의하여만 가능한데, 재판상 파양 사유는 제905조 제1호 내지 제4호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위 사유들은 모두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의 귀책사유가 존재하거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입양에 동의했던 친생부모의 양육능력 회복을 재판상 파양 사유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점에서 후견이 개시된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 친생부모의 친권이 정지, 제한, 상실된 경우에도 그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 친생부모나 자녀 등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실권의 회복을 선고할 수 있다(민법 제926조. 친생부모가 친권을 회복하면 후견은 당연히 종료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는 자녀가 미성년자인 때에 현저할 뿐 아니라, 안타깝게도 친생부모와 자녀의 일생을 따라다닌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입양자와의 협의에 의한 파양이 가능해지지만, 자녀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더라도 양부모인 조부모가 협의해주지 않으면 친생부모와 자녀는 일생동안 종전 입양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아동의 양육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수급권을 인정하는 등 국가가 아동의 양육 책임을 분담하는 사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열악한 상황에 놓인 친생부모가 양육부적격자라고 낙인찍히고 부모의 지위까지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5) 조부모는 미성년 손자녀의 2촌 직계혈족일 뿐 아니라, 그 손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와 1촌 관계에 있는 가장 가까운 혈족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손자녀는 물론 그의 친생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상호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친생부모가 양육의사나 능력이 부족하다면 조부모는 친생부모가 앞서 본 사회보장수급권 등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스스로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도록 지지하고 독려하며 때로는 부모로서 채찍질함이 바람직하다. 친생부모의 양육의사나 능력이 도저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친권 정지·제한(부득이한 경우에는 친권 상실)을 청구하고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후견인으로서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조부모가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미성년 손자녀의 2촌 직계혈족일 뿐 아니라 친생부모의 1촌 직계혈족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는 조부모가 위에서 본 노력과 조치를 다하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위와 같은 제도와 노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손자녀를 원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 비로소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아. 미성년자 중심의 판단 미성년 자녀의 복리는, 그 미성년 자녀를 기준으로 하여 자녀 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조부모의 입양을 넓게 허용하여야 한다는 의견은 ‘미혼부 또는 미혼모나 이혼 가정의 아이는 불행하므로 조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체하여 양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관념을 전제로 하는 조부모 기타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이러한 시각은 종래 요보호아동의 해외입양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친부모가 경제력이 없거나 미혼모로 출산을 하였으니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것 아닌지’, ‘불쌍한 아이인데 누군가 친생부모인 것처럼 키워주겠다면 좋은 것 아닌지’라는 시각이다. 이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과 이를 향한 민법,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극복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법령에서 추구하는 이념과도 배치된다. 자.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고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는 없는지,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어떤 관계로 양육하여 왔고 사건본인의 친생모와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만일 사건본인이 조부모를 친생부모로 알고 있다면 현재까지 양육 상황이 어떠한지 등을 심리하여야 함에도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입양을 불허한 원심결정에 잘못이 있다고 한다. (2) 그러나 제1심법원은 2017. 5. 25. 1회 심문기일을 열어 재항고인들을 심문한 다음 ‘①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재항고인들 및 사건본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것은 불가능한지, ② 사건본인과 재항고인들의 관계는 어떠한지, ③ 재항고인들이 입양을 하지 않고 조부모로서 사건본인을 양육하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④ 재항고인들의 경제사정 및 양육환경은 어떠한지 등’에 관하여 가사조사를 명하였다. 이에 관하여 가사조사보고서가 제출되고 나서 제1심법원은 2017. 9. 7. 제2회 심문기일을 열어 재항고인들을 심문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재항고인들과 주거지를 달리하면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혼인하고 타지에서 사건본인을 출산한 후 이혼한 경위 및 사건본인 출생 후 7개월 무렵 재항고인들에게 양육을 맡긴 후 재항고인들과 교류하거나 사건본인의 양육에 참여할 수 없었던 사정에 대하여 이미 심리가 이루어졌다. 재항고인들은 청구서 등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어린 나이에 혼인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할 경제적 능력이 없고, 사건본인을 3회 외에는 만나러 오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고 아직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리다. 사건본인의 친생모는 재항고인들의 딸이자 한부모가족지원법상 ‘한부모 가정’이지만 위 법 기타 사회복지제도를 이용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항고인들의 원조를 받았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 재항고인들은 친생부모의 경제적 무능력과 사건본인에게 소홀함을 강조하여 사건본인을 입양한 후 사건본인이 커서 향후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지금은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양육하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항고인들에게 사건본인과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향후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극심한 정체성 혼란이 우려되는 등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인하여 사건본인과 친생모의 관계 단절이 우려되기도 한다.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면서 기울인 노력과 이에 힘입어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의 영아에서 취학연령까지 성장한 사정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위 사정은 입양허가와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건본인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재항고인들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결국 가정법원이 사건본인의 입장과 시각에서 사건본인의 현재 및 장래의 복리를 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게 되기 때문이다. (3) 나아가 다수의견의 법리를 받아들이더라도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원심의 잘못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원심을 파기할 사유에 이르지 않는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4항). 다수의견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발적·확정적인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후 양육의사에 변화가 있는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 원심이 친생부모의 입양동의의 자발성 등을 부정하여 입양을 불허한 것이 아니므로 이 점이 재판결과에 영향이 없음이 명백하다. 친생모가 사건본인과 교류를 하였는지나 사건본인을 양육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심리하여야 한다는 점을 파기 사유로 드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항고인들이 제출한 서면에서 스스로 이에 관하여 주장을 하였을 뿐 아니라, 친생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에게 맡긴 2015년 중반기(사건본인 출생일인 2014. ○○.경부터 약 7개월 후)로부터 이 사건 입양허가 청구일인 2016. 10.경까지는 1년여에 불과하다. 그 후 재판이 진행된 장기간 친생모와 사건본인이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스스로 자유롭게 찾아가기 어려웠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수의견 스스로 입양될 자녀의 나이가 학령기에 이르고 그동안 조손관계로 양육되어 온 경우에는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건본인이 현재 이미 취학연령에 달하여 이제는 조손관계가 확립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조부모의 입양이 이미 학교에 입학한 사건본인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재항고인들의 비밀 입양에 대한 일관된 주장은 이미 본 바이고, 이에 대하여 추가로 심리할 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수의견이 추가 심리 대상으로 적시한 사항들은 재판 결과에 영향이 없거나 이미 심리된 내용이다. 다수의견은 재항고인들의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친생모의 양육 부적합성을 선명하게 심리하여 원심의 결론을 탓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4)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제1심 종국재판은 심판으로써 하고 심판서에는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39조 제1항, 제3항). 항고법원의 재판은 이유를 붙여야 하지만(가사소송법 제34조, 비송사건절차법 제22조) 대심적 구조를 취하지 않고 임의적 심문 절차에 의하며 직권주의와 후견적 성격이 강조되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상 심문조서나 결정 이유에 사실 인정과 판단 이유를 세세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1심과 원심은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재항고인들의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정에 판단의 근거가 상세히 설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법원이 충분한 심리나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서는 안 될 뿐더러 법원이 막연한 추단을 한 것이라고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5) 원심이 같은 취지로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것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으므로, 재항고는 모두 기각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에서는 조부모의 입양에 대한 엄격한 허가 기준과 이에 따른 원심의 정당성을 밝혔다. 아래에서는 시각을 바꾸어 이 사건에서 입양이 허가될 경우 관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족관계등록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부모의 성명·본을 기재하되 입양의 경우 양부모를 부모로 기재한다[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나)목 및 제3항]. 그런데 일반 입양은 친양자 입양과 달리 자녀의 성·본이 입양으로 변경되지 않고 사건본인은 외조부인 재항고인 1과 성·본을 달리하므로, 입양이 허가될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재항고인들을 부모로 기록하더라도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재항고인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자녀의 성명·본이 기재되므로[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다)목 및 제3항], 재항고인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모와 사건본인이 모두 자녀로 기재된다. 그런데 사건본인의 성·본이 친생모의 성·본과 다르므로 성·본이 다른 두 사람이 재항고인들의 자녀로 병렬적으로 등록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재항고인들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에 관한 사항은 주민등록표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주민등록법 제14조,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1조). 재항고인들은 입양 사실을 감추고 친부모인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하기 위하여 입양허가를 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입양허가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 재항고인들은 입양이 허가되더라도 사건본인의 성·본을 자신들의 성·본과 같이 변경하여야만 ‘친자관계의 외관’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하여는 별도로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른 성·본변경 허가 청구를 하여야 한다. 법원은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변경이 필요한지 사건본인의 입장에서 여러 요소를 비교·형량하여 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사건본인의 성·본이 변경되면 친양자 입양이 이루어진 것처럼 사건본인과 친생부모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될 수 있으며, 이는 법원이 조부모의 친양자 입양을 매우 엄격하게 처리하여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잠탈하고 우회적으로 친양자 입양을 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달성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2021. 12. 23.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입양
조부모
친부모
복리
손주
2021-12-23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19구단72369
손실보상금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건】 2019구단72369 손실보상금 【원고】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 【변론종결】 2021. 9. 9. 【판결선고】 2021. 10. 21.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0,211,414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9. 9.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재결의 경위 가. 사업인정 및 고시 - 사업명 :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 공공주택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 - 사업시행자 : 피고 - 사업인정고시 : 2011. 10. 5. 국토해양부 고시 제2011-544호(이하 ‘이 사건 사업인정고시’라 한다) 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2019. 10. 10.자 재결(이하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 - 원고는 과천시 C 소재 비닐하우스(이하 ‘이 사건 비닐하우스’라 한다)에서 ‘B’라는 상호로 운영하던 생화 도소매업(이하 ‘이 사건 영업'이라 한다)의 영업손실보상을 구함 - 원고가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화훼 재배시설이 아닌 물품보관창고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인적·물적시설을 갖춘 영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됨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인정고시일 이전부터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임차하여 그곳에서 계속하여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하여 왔고, 이 사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영업장소를 이전하여야 하였으므로, 영업손실보상 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영업손실보상금으로 3개월의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 휴업기간 중의 고정적 비용, 영업시설 등의 이전비, 부대비용 합계 20,211,414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2) 피고 영업손실의 보상대상인 영업은 인적·물적시설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영업이어야 하는데, 원고는 이 사건 비닐하우스에서 영업을 하지 아니하였고 이를 창고로만 이용하였으며 다른 장소에서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영업손실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영업손실보상(휴업보상) 대상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1)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7조 제4항의 위임에 따른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5조 제1호는 “사업인정고시일등 전부터 적법한 장소에서 인적·물적시설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영업”을 영업손실보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인적·물적 시설의 구비를 영업손실보상의 요건으로 규정한 취지는, 인적·물적 요소가 결합하여 영업의 유기적 기반을 구성하고 있어 영업장소를 옮기면 영업기반을 재구축하는 데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 경우 그 기간 영업을 지속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실은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5조 제1항에서 정한 동산의 이전비 보상만으로는 전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인적·물적 시설이란 간단한 사무집기나 소량의 재고물품과 같은 단순한 동산의 집합 정도를 넘어서 다양한 인적·물적 요소가 영업을 위하여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쉽게 다른 장소로 이식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3 내지 1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A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비닐하우스는 단순히 물품을 적치하여 두는 창고로 이용된 것이 아니라, 2003.경부터 이 사건 사업인정고시일인 2011. 10. 5.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함에 있어 필수적이고 유기적으로 결합된 물적 시설로서 이용되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영업은 영업손실보상 대상에 해당한다. ① 원고는 2000. 12. 20. 남서울 화훼집하장에서 ‘B’라는 상호로 생화 도소매업을 개업하여 영업을 하다가 2003.경 A로부터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임차하여 사업장 소재지를 과천시 C로 변경하였고, 2020. 4. 25. D로부터 의왕시 E 소재 비닐하우스 1동을 임차하여 그 무렵 그곳으로 이사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남서울 화훼집하장 또는 의왕시 E 등 다른 장소에서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나, ㉮ 원고의 광고지에 원고의 사업장 표시가 남서울 화훼집하장으로 인쇄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남서울 화훼집하장에서 계속 영업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원고는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이 변경되지 아니하여 남서울 화훼집하장에서 영업을 할 때 인쇄한 광고지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피고가 2015. 3. 5. 현장조사 시 촬영한 사진상 이 사건 비닐하우스 외부 간판에 기재된 전화번호가 위 광고지에 기재된 것과 일치하며, 위 광고지 외에는 원고가 남서울 화훼집하장에서 계속 영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 ㉯ 이 법원의 주식회사 케이티에 대한 2020. 9. 2.자 사실조회결과에 따르면 ‘B’ 명의의 일반전화번호인 ‘02-***-****’이 2000. 12. 18.부터 2020. 7. 14.까지 의왕시 E을 주소로 하여 사용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케이티 F, 케이티 G, 케이티 H에서 각 발급하여 준 가입상품현황, 내역서(갑 제11호증의 1, 2, 갑 제14호증)에 의하면 ‘02-***-****’은 2000. 12. 18. 개통되어 2003. 3. 18.부터 2017. 5. 4.까지 과천시 C에서 사용하다가, 2017. 5. 5.부터 2020. 7. 8.까지 원고의 거주지인 서울 I로 이전하여 사용되었고, 2020. 7. 9. 타지역 서비스로 변경하여 의왕시 E에서 위 전화번호를 사용하였는바, 위 사실조회결과는 타지역 서비스로 변경하면서 2020. 7. 14. ‘02-***-****’ 일반전화를 해지하였고 설치주소가 아닌 가입자 주소가 기재된 결과로 보이는 점,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연도별 항공사진을 살펴보더라도 의왕시 E 지상에 2011.에는 존재하지 아니하던 비닐하우스가 2015. 항공사진에 비로소 촬영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인정고시일 무렵 의왕시 E에서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원고가 이 사건 비닐하우스 외의 장소에서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②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수입금액증명’에 의하면 원고는 2008. 12,800,000원, 2009. 6,000,000원, 2010. 35,000,000원, 2011. 120,000,000원, 2012. 12,099,000원, 2013. 33,079,000원, 2014. 11,398,000원, 2015. 4,970,000원, 2016. 14,040,000원, 2017. 20,600,000원을 각 수입금액으로 신고하였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장부, 간이 영수증, 카드매출전표 등 다수의 거래 관련 자료(갑 제9호증의 1 내지 14)를 살펴보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임차한 이래 2020.경까지 계속 이 사건 영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2015. 3. 5. 현장조사 시 촬영한 사진상으로는 이 사건 비닐하우스 안에 작업대와 비품 등이 적치되어 있을 뿐 생화, 수목은 비치되어 있지 않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사업인정고시일인 2011. 10. 5. 무렵이나 그 이후 이 사건 사업과 무관하게 이 사건 영업을 폐업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원고의 2015. 수입금액 신고액이 다른 과세기간에 비하여 상당히 적은 점에 비추어 보면 현장조사 무렵 영업 실적이 저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정당한 영업손실보상금의 산정 1) 관련 법리 가) 2014. 10. 22. 국토교통부령 제131호로 개정된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부칙 제1조, 제2조에서는 영업의 휴업 등에 대한 손실의 평가에 관한 제47조 제1항, 제2항, 제5항 및 제7항의 개정규정은 이 규칙 시행(2014. 10. 22.) 후 최초로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보상계획을 통지하는 공익사업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인 피고는 2014. 6. 23. 토지보상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최초로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보상계획을 통지하였으므로, 이 사건 영업의 휴업손실보상 산정에는 위와 같이 개정되기 전의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이 적용된다. 나) 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2014. 10. 22. 국토교통부령 제1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1항, 제2항, 제5항에 따르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영업장소를 이전하여야 하는 경우의 영업손실은 3개월 이내의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에 휴업기간중의 영업용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유지관리비와 인건비 등 고정적 비용, 영업시설·원재료·제품 및 상품의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 및 그 이전에 따른 감손상당액, 이전광고비 및 개업비 등 영업장소를 이전함으로 인하여 소요되는 부대비용을 합한 금액으로 평가하되, 개인영업으로서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이 통계법 제3조 제3호에 따른 통계작성기관이 조사·발표하는 가계조사통계의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가계 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3인 가구의 휴업기간 동안의 가계지출비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가계지출비를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으로 본다. 2) 구체적 산정 감정인 J의 감정결과, 이 법원의 감정인 J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영업의 이 사건 재결일 무렵 최근 3년간의 평균 영업 이익은 월 1,884,000원인 사실, 3개월의 휴업기간중의 고정적 비용은 1,800,000원, 영업시설·원재료·제품 및 상품의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 및 그 이전에 따른 감손상당액은 4,050,000원, 이전광고비 및 개업비 등 영업장소를 이전함으로 인하여 소요되는 부대비용은 1,500,000원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 평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한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 5,652,000원(= 1,884,000원 × 3개월)은 이 사건 재결일인 2019. 10. 10.이 속한 2019년 4/4분기 도시근로자 3인 가구의 3개월 동안의 가계지출비인 12,861,414원(= 4,287,138원 × 3개월)에 미달함이 계산상 명백하므로, 휴업기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을 위 12,861,414원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이 사건 영업의 휴업손실보상금은 20,211,414원(= 12,861,414원 + 1,800,000원 + 4,050,000원 + 1,500,000원)이 된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211,414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1. 9. 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1. 9. 9.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금선
영업손실
공공주택사업
화훼
2021-12-17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6979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서울행정법원 제6부 판결 【사건】 2021구합86979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원고】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변론종결】 2021. 12. 10. 【판결선고】 2021. 12. 15. 【주문】 1. 피고가 2021. 11. 29.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는 고등교육법 제34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36조,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5조 제3항 제2호에 의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 한다)의 출제, 문제지의 인쇄, 채점 및 성적통지 등의 업무를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매년 수능시험을 실시하여 왔다. 나. 2021. 11. 18.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시험에는 약 44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하였고, 그 중 원고들을 포함한 6,515명의 수험생들은 과학탐구의 선택 과목 중 생명과학Ⅱ를 선택하여 수능시험에 응시하였다. 다. 피고는 2022학년도 수능시험 종료 직후 수능시험 정답(가안)을 발표하였고, 그 중 별지 2 기재와 같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라 한다)의 정답을 보기 ㄱ, ㄴ, ㄷ이 모두 포함된 ⑤번으로 발표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⑤번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문제의 첫 번째 글상자 내에 기재된 조건 7개를 순서대로 ‘조건 1 내지 7’이라 하고, 두 번째 글상자 내에 기재된 보기 3개를 순서대로 ‘보기 ㄱ, ㄴ, ㄷ’이라 하며, 답항 ① 내지 ⑤번을 순서대로 ‘1 내지 5번’이라 한다] 라. 피고는 2021. 11. 22.까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받았는데,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중 일부가 피고에게 이 사건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물 집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인 경우가 발생하므로, 이 사건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어 정답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였다. 마. 이에 피고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1. 11. 29 이 사건 문제에 대하여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문제 및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답변하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는 다수의 수험생들로부터 이 사건 문제에 관한 이의신청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문제의 타당성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만연히 출제위원, 이의심사실무위원회, 비공개된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고, 어떠한 학회와 전문가들로부터 어떠한 내용의 자문 의견을 청취하였는지를 전혀 공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나) 이 사건 문제는 수험생이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주어진 조건 1 내지 7을 충족하는 동물 집단Ⅰ,Ⅱ에 대한 설명으로서 옳은 보기를 고르는 문제이다. 그런데 ‘집단Ⅰ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대립유전자 B와 B* 중 어느 것이 우성이더라도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집단Ⅱ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고 대립유전자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도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피고가 의도한 정답인 ‘집단Ⅱ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고 대립유전자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가 산출되므로, 결국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고, 제시된 답항 중 옳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가) 피고는 2021. 11. 18. 2022학년도 수능시험이 실시된 후 2021. 11. 22.까지 이의신청을 받았고, 이의신청 과정 동안 모니터링단을 운영하였으며,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를 거듭 거치면서 정답결정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숙고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는 이 사건 문제와 관련된 학회 3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다수의 학자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그 결과 2곳의 학회와 대부분의 전문가들로부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받았다. 피고는 위와 같은 면밀한 심사 과정을 거쳐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 나) 이 사건 문제의 출제의도는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러한 특성을 갖는 집단을 찾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이 사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건 5를 적용하여 A와 A*의 빈도를 구한 뒤, 조건 6, 7을 동시에 만족하는 집단을 발견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수험생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은 Ⅱ이고, 날개 길이 대립유전자 중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보기 ㄱ, ㄷ을 참이라고 판별할 수 있다. 이후 수험생은 집단Ⅱ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이라는 점, 집단Ⅰ과 Ⅱ에서 A의 빈도가 서로 같다는 조건 4 전단을 통하여 보기 ㄴ 또한 참이라고 판별할 수 있다. 이처럼 수험생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보기 ㄱ, ㄴ, ㄷ이 참이라는 점을 충분히 판별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과정에서는 오류를 발견할 수 없다.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해결과 관계가 없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라는 흠결만을 강조하여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정답 선택과 무관하므로, 기존과 같이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것은 정당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4, 5, 7, 8, 13 내지 17호증, 을 제1, 2, 3,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 피고는 2021. 3. 16.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생명과학Ⅱ의 문제 구성 및 이 사건 문제의 출제의도 가) 2022학년도 수능시험 생명과학Ⅱ의 시험시간은 30분, 전체 문제는 20문제이고, 위 20문제 중에는 다른 문제들에 비하여 난이도가 현저히 높은 3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건 문제는 그러한 3문제 중 하나이다. 나) 이 사건 문제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집단의 유전적 평형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각 집단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을 찾고, 보기 ㄱ, ㄴ, ㄷ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문제이다.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한 구체적인 근거 및 의도는 아래와 같다. 3) 이 사건 문제 관련 고등학교 교과서의 내용 가) 고등학교 생명과학Ⅱ 교과서들은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유전적 평형, 멘델 집단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나)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이 성립하여 유전적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이하 ‘멘델 집단’이라 한다)에서 세대를 거듭해도 대립유전자 빈도가 유지되는 과정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Ⅱ’ 제181면에 기재된 내용). 다) 특정 생물 집단에서 대립유전자의 빈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완성 생명과학Ⅱ’ 제98면에 기재된 내용). 4) 피고가 의도한 이 사건 문제의 풀이방법 가) 이 사건 문제의 풀이에 필요한 미지수를 아래와 같이 가정하고, 이하의 문제 풀이에 계속 적용한다. 나)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풀이방법(이하 ‘제1풀이방법’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각주1] 5) 원고들의 이 사건 문제 풀이 방법 가)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구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풀이방법(이하 ‘제2풀이방법’이라 한다)을 사용하였다. 제2풀이방법은 제1풀이방법과 동일하게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라는 가정에 대하여는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여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제1풀이방법에서는 타당한 가정이라고 판단된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도 집단Ⅰ의 유전자형 B*B*의 개체 수가 음수로 구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Ⅰ, Ⅱ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보기 ㄱ, ㄴ, ㄷ의 참·거짓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였다. 나) 원고들이 제2풀이방법에 따라 집단Ⅰ, Ⅱ의 대립유전자 및 유전자형 빈도를 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표는 별지 3 기재와 같다(별지 3 기재 표의 유전자형 란에 나타난 숫자는 집단Ⅰ, Ⅱ를 구성하는 각 개체 수인 N을 임의의 값으로 대입하여 산출한 숫자로,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수 자체보다는 전체 개체 수에서 특정 유전자형의 수가 차지하는 비율, 즉 유전자형 빈도로서의 의미가 있다). 6) 전문가 자문 의견 가) 피고는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로부터 아래와 같은 자문 의견을 제출받았다.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한국유전학회는 내부적으로 견해가 갈려 의견을 유보하였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대학교 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 합계 16명으로부터 자문 의견을 제출받았는데, 그 중 1명만이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이유로 의견을 보류하였고, 나머지 15명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다) 반면 원고들은 대학교 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 합계 6명, 학원 강사 6명 등으로부터 이 사건 문제에 아래와 같은 오류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받았다. 7) EBS 수능완성 교재에 수록된 유사문제와 오류 수정 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완성 생명과학Ⅱ’ 교재 제107면에 수록된 8번 문제는 별지 4 기재(이하 ‘관련 EBS 문제’라 한다)와 같은데, 위 문제에서는 이 사건 문제와 같이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이용하여 멘델 집단을 찾고, 대립유전자간의 우열 관계, 대립유전자 빈도 등을 판별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관련 EBS 문제에서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집단인 (가)집단의 TT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로 산출되는 오류가 발견되었고, 이에 대하여 EBS 홈페이지의 담당 교사는 ‘오류를 확인하여 집필진에 해당 부분에 대하여 확인을 요청하였다. 수능시험에서는 문제의 모든 부분을 고려하여 출제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여도 풀이가 가능하고, 모순점이 없도록 출제가 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EBS 측은 위와 같은 오류를 정정하기 위하여 2021. 9. 15. 관련 EBS 문제의 5번째 조건에 기재된 을 로 수정하였고, 그에 맞추어 해설 또한 수정하였다. 다.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 여부 1)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과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이를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8두4190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 의견을 구하여 이의신청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라는 취지로 일응 처분의 이유를 기재한 점, ② 수험생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의 내용과 피고의 답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음에도 어떠한 이유로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중대 사안으로 분류하여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이의심사위원회를 모두 거치고, 관련 학회 및 외부 전문가들에 대한 자문 의견을 청취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확정하였으므로,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서 정한 이의신청 심사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는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2021. 12. 13. 제출한 참고서면에서 ‘피고가 이의신청 심사 과정에서 자문을 받은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에는 피고의 직원들,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 참가했던 위원들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학회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학회들은 과학교육, 생물교육 및 유전학 분야에 관한 대표적인 학회이고, 이 사건 문제에서 다루는 주제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이므로, 위 각 학회에 자문 의견을 요청한 것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더하여 위 각 학회보다 이 사건 문제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거나, 더 적절한 자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학회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위 각 학회가 과학교육, 생물교육 및 유전학 분야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다수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수능시험 생명과학Ⅱ 과목의 문제를 출제한 출제위원이나 이의신청을 검토한 심사위원 중 일부가 위 각 학회에 속해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 여부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로서 시험을 출제하는 출제 담당위원은 법령 규정의 허용범위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할 것인가, 그 문제의 문항과 답항을 어떤 용어나 문장형식을 써서 구성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가진다. 다만 그 재량권에는 그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의 내용과 구성에서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재량권의 행사가 그 한계를 넘을 때 그 출제행위는 위법하게 된다. 한편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서 문항 또는 답항의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되나,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객관식 답안작성 요령이나 전체 문항과 답항의 종합·분석을 통하여 진정한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정답을 선택하는 데에 장애를 받지 않을 정도에 그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두17267, 2010두17274(병합)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할 수 없다는 명백한 오류가 있고, 이와 같은 문제 자체의 오류는 생명과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그러한 오류를 인지한 평균적인 수험생들로 하여금 정답항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험생들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됨에도 피고는 이 사건 문제가 생명과학Ⅱ 과목의 평가지표로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의 합리적인 재량권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이 사건 문제의 오류 피고가 당초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방향은, 집단Ⅰ, Ⅱ 중 어느 집단이 멘델 집단인지 여부 및 대립유전자 B와 B* 사이의 우열 관계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조건 3, 5, 6, 7을 통하여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에 따라 보기 ㄱ, ㄷ을 참이라고 판단하며, 이후 ‘집단Ⅰ과 Ⅱ에서 A의 빈도는 서로 같다’는 조건 4 전단을 활용하여 보기 ㄴ을 참이라고 판단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단Ⅰ과 Ⅱ에서 B의 빈도는 서로 같다’라는 조건 4 후단을 활용하면, 피고가 위와 같이 의도한 방향, 즉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로 나타나고,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1.2로 1보다 크게 나타나는 중대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며,2)동물 집단의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로 나타날 수 없음은 생명과학의 원리상 당연한 전제이다. 따라서 조건 4 후단까지 활용하여 더 충실하게 문제풀이를 시도한 수험생들이 조건 1 내지 7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 사건 문제의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각주2]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1.2로서 1보다 크다는 의미는 집단Ⅰ의 전체 개체 수보다 집단 내 BB*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더 많다는 의미로서 생명과학의 원리상 이 또한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다만, 위와 같은 오류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로 나타남과 동시에 발생하는 오류이므로, 아래에서 이를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집단Ⅰ은 하디-바인베크르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집단(이하 ‘비멘델 집단’이라 한다)이므로, 그러한 집단에 대하여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추정한 개체 수 값은 과학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문제의 오류는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다’라는 전제에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집단Ⅱ의 대립유전자 및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하고, 이를 전제로 조건4 전단 및 후단, 조건 5, 6을 모두 활용하여 집단Ⅰ의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할 경우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로 나타난다는 것으로서, 집단Ⅰ에 대하여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즉,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라는 결과값을 얻는 문제풀이 과정에서 집단Ⅰ에 대하여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전혀 적용하지 아니하였고, 집단Ⅱ에 대하여만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한 후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을 활용하여 집단Ⅰ의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한 결과 오류가 발생하였을 따름이다. 결국 위와 같은 풀이과정을 거쳐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가 된다는 결과값을 얻은 수험생들로서는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물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집단Ⅰ이 비멘델 집단이라는 점 등을 들어 돌연변이 등의 유전자풀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까지 추측하여 개체 수가 음수임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서 명백히 제시된 조건을 무시하고, 그에 우선하는 돌연변이까지 가정하여 문제를 풀라는 것이어서 논리적·합리적인 문제풀이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그와 같은 가정으로 문제를 풀 경우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도 계산할 수 없게 되므로 보기 ㄴ의 진위를 전혀 판별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고,피고의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전제에 선 관련 학회들,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제1, 2풀이방법과 그 타당성 수능시험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과학탐구 영역에 있어서는 단순한 암기와 기억력에 의존하는 평가를 지양하고 문제 상황에 포함된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추리하고 분석하며 탐구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수험생들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하여 다양한 풀이방법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풀이방법이 논리성·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피고가 의도한 풀이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유효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문제가 구성되어야 한다. 제1풀이방법은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풀이 과정이고, 제2풀이방법은 원고들을 포함한 일부 수험생들이 시도한 풀이 과정이다. 제1, 2풀이방법은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라는 세 가지 가정이 모두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여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그러나 이후 제1풀이방법은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보기 ㄴ의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조건 4 전단만이 필요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보기 ㄴ의 진위를 판별한 후 조건 4 후단에 더 나아가지 않고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결정한다. 반면 제2풀이방법은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조건 4 전단 및 후단을 이용하여 집단Ⅰ, Ⅱ의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산출된 값에 근거하여 보기의 진위를 판별한 후 정답을 결정한다. 즉, 제1풀이방법은 조건 4 전단만을 이용하여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의 빈도만을 산출한 후 문제풀이를 종료하지만, 제2풀이방법은 조건 4 전단 및 후단을 모두 이용하여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 및 날개 길이 유전자형 빈도를 모두 산출한 후 정답을 구하게 된다. 이처럼 제1, 2풀이방법은 그 과정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모두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가 의도한 제1풀이방법이 아니라 원고들이 사용한 제2풀이방법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 그러나 제2풀이방법에 따라 이 사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수험생들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의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라는 결과값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위 수험생들은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고,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로(또는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나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불가능한 모순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사건 문제에서 가능한 네 가지 가정이 모두 타당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 명시된 조건 4 후단을 무시하거나,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는 없다는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항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문제해결 방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조건 4 후단을 이용하여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를 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보기 ㄱ, ㄴ, ㄷ의 진위를 모두 판별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는 문제풀이 과정이 종료된 후 발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제자로서 이미 예정된 풀이와 정답을 알고 있는 피고와 달리 조건 1 내지 7 중에 어느 조건이 이 사건 문제의 해결에 필요하고, 어느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수험생들로서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를 도출한 뒤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의 제2풀이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풀이과정은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제2풀이방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 및 날개 길이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게 되므로, 문제풀이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의 오류와 논리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특정한 풀이방법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유 없고, 피고의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전제에 선 관련 학회들,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제1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한 후 검산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 더욱이 피고가 의도한 제1풀이방법에 따라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라 하더라도, 검산하는 과정에서 다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즉, 앞서 본 바와 같은 제1풀이방법에 의하면, 수험생들은 이 사건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 중 조건 4 후단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활용하여 보기 ㄱ, ㄴ, ㄷ이 참이라고 판별하게 되므로, 이후 유일하게 사용하지 않은 조건 4 후단을 활용하여 자신의 계산 과정을 검산하는 것은 수험생으로서 취할 수 있는 문제풀이 과정의 일환인데, 만약 그러한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경우 자신이 선택한 정답의 타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앞서 제2풀이방법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문제해결 방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마)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이 사건 문제의 역할 수행 불능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된다면, ① 제1풀이방법에 따라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후 검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험생(이하 ‘①수험생’이라 한다), ②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로 나타나는 오류를 발견하였지만 이를 무시하고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하 ‘②수험생’이라 한다)은 정답 판정을 받게 되나, ③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여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수험생(이하 ‘③수험생’이라 한다), ④ 제1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한 후 검산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여 기존 정답을 수정한 수험생(이하 ‘④수험생’이라 한다)은 오답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③, ④수험생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지 못한 것은 ①, ②수험생에 비하여 부족한 추리·분석·탐구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타당한 풀이방법을 선택하여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음에도 이 사건 문제 자체에 존재하는 오류로 인하여 정답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므로, 결국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들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문제는 그 명백한 오류로 인하여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바) 관련 EBS 문제에서 발생하였던 오류와 동일한 오류 발생 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에 수록된 관련 EBS 문제에서 이 사건 문제와 같이 비멘델 집단의 특정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로 산출되는 오류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하여 담당 교사가 오류임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EBS측에서 문제를 수정하기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수능시험은 EBS 수능교재 및 강의와 연계하여 문제가 출제되고, 그 연계 비율이 약 50%에 이르므로, 수능시험을 충실히 준비한 수험생일수록 관련 EBS 문제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오류와 그 해결과정에 대하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수험생들로서는 관련 EBS 문제에서 이미 지적되어 수정되었던 오류가 수능시험에서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 사건 문제에서 같은 유형의 오류를 발견하였을 경우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가능성도 충분한데, 이 경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문제는 수능시험을 충실하게 준비한 수험생들에게 오히려 더 혼동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다. 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수능시험에 미치는 악영향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될 경우 향후 수능시험에서는,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과학의 기본 원칙상 성립할 수 없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이 사건 문제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정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는 수험생들에게 향후 수능시험에서 피고가 의도하였을 특정 풀이방법을 따라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게 될 수 있고, 이로써 수능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기초적 개념과 원리에 근거하여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합리적인 풀이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특정 문제유형의 특정한 풀이방법 또는 출제자가 의도할 만한 정답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추리·분석·종합·평가 등의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수능시험의 목표 및 출제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주영(재판장), 김종신, 윤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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