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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에 관한 법리
1. 사실 및 쟁점 (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소외인이 2016년 10월경 사고로 사망하자, 보험수익자인 피고는 2016년 12월경 보험회사인 원고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2017년 2월경 소외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함과 동시에 이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그 무렵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 지급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하였다. (나) 쟁점은,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는지 여부, 즉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에 관한 법리이다. 2. 대법원 판결 이유의 요지 (다수의견)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다툼으로써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불안·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보험회사는 먼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 (반대의견)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확인하는 이익의 공적인 기능이나 소극적 확인하는 소가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모든 계약 관계에서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채무자가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논점의 전개 (가) 확인하는 소의 의의 및 본질 (a) 확인하는 소라 함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를 주장하고 법원에 대하여 그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그 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적극적 확인하는 소, 그 부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소극적 확인하는 소이다. (b) 확인하는 소에 대한 본안판결은 확인을 바라는 권리관계의 존부를 선언하는 확인판결이다. 주문에 '…한다'고 표시하는데 그확인하는 주체는 피고가 아니라 법원이란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법원이 확인하는 주체가 된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법률제도가 완비된 우리나라에서는 실무나 법학연구의 축적에 의해 어느 정도 명확하게 된 내용을 갖는 민법 등 실체법 규범이 존재하여 사람들은 이를 기준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익숙하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하여야할 필요성이나 유용성의 비율은 비교적 낮다. 그러나 고대 로마에서 개인은 처음에 자력구제에 의하여 권리실현을 하다가 국가로서의 체계를 갖추면서부터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재판을 통해서만 개인이 권리실현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자력집행의 면허장을 부여하였으므로 그러한 권리 확인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면허장을 부여하는 국가였다. 즉 재판으로 적극적으로 확인된 권리만이 실체적 권리로서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법원의 확인재판이 없는 실체적 권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 후 역사적으로 재판제도가 발달되고 법학이 발전됨에 따라 '부존재한 권리'도 인정되면서 소극적 확인재판도 형성되었지만 그 범위는 적극적 확인의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 (나) 적극적 확인 그러므로 확인하는 소는 자기 권리의 적극적 확인을 구할 수 있을 때에는 상대방 권리의 소극적 확인을 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유권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자기의 소유권확인을 구하여야 하지 소극적으로 상대방의 소유권부존재확인을 구하여서는 그것이 부존재를 구하는 사람의 소유인지 제3자의 소유인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2다87898 판결). 판례는 토지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자기의 소유권확인을 구하지 아니하고 소극적으로 상대방 소유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에게 내세울 소유권이 없더라도 피고의 소유권이 부인되면 그로써 원고의 법적 지위의 불안이 제거되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즉시확정의 방법이 되지 못하며, 또한 그러한 판결만으로는 토지의 일부에 대한 자기의 소유권이 확인되지 아니하여 소유권자로서 지적도의 경계에 대한 정정을 신청할 수도 없으므로, 확인하는 이익이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2다87898 판결). 그러나 원고에게 내세울 소유권이 없지만 피고의 소유권이 부정됨으로써 원고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이 제거되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에는 피고의 소유권에 대한 소극적 확인도 확인하는 대상이 된다. 예컨대 원고가 소외A를 대리인으로 하여 소외B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는데 소외 A는 아무런 권한 없이 그 부동산을 원고와 소외 A명의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을 경우에 소외 A명의의 지분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므로 그 지분권은 여전히 소외 B에게 남아있게 된다. 이 경우에 원고로서는 오로지 위 지분권자인 소외 B를 대위하여 소외 A 명의의 지분권이전등기가 실체권리관계와 부합하지 않음을 이유로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지분권을 주장할 수 없는 처지이니, 이와 같은 경우에는 소외 A의 지분권에 대한 소극적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다카 2337 판결). (다)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확인하는 이익의 공적인 기능이나 소극적 확인하는 소가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모든 계약 관계에서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채무자가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보험의 공공성, 보험업에 대한 특별한 규제, 보험계약의 내용 및 그에 따른 당사자의 지위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툰다는 사정만으로는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될 수 없고, 그 외에 추가로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나 범위를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비로소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되어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만일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권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채권자는 특별한 제한 없이 채무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채무자는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한적으로만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채무자는 채권자와 다툼이 있음에도 상당 기간 법적 지위의 불안 상태를 계속해서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한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반드시 불리하기만 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법하거나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험회사의 공공성에 부합하고, 여기서 만약 보험회사가 소송제도를 악용하는 경우에는 소권 남용의 법리 등으로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반대의견이 제시한 소극적 확인하는 소의 확인하는 이익인 '특별한 사정'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고 분명하지 아니하여 소송요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인 '확인하는 이익'의 존부를 판단하는 요소로서는 부적절하거나 소송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4. 결론 이 사건에서 보험회사는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하여 적극적으로 자기의 권리확인을 구할 방법이 없으므로 그의 소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으로라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고 하여야 한다. 결국 이번 전합 판결은 피고를 상대로 자기의 적극적 권리확인을 구할 방법이 없는 자에게는 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허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할 것인데, 그렇다면 이 판례는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한 경우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할 것이다. 다만 다수의견이 방론(傍論)으로서 반대의견이 설시하는 '특별한 사정'은 직권조사사항인 확인하는 이익의 존부를 판단하는 요소로서는 부적절하거나 소송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직권조사사항은 당사자가 상고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하여도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속하므로(제434조) 여기서 부적절성이나 소송지연의 원인을 따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강현중 고문(법무법인(유)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보험금
보험사
사망
채무
강현중 고문(법무법인(유)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1-12-13
민사일반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사해행위 취소 소송 제척기간
I. 사실관계 소외 망인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로 2011년 8월 9일 사망하였고, 망인의 배우자인 피고가 11분의3 지분의 비율로, 망인의 자녀 A, B, C, D가 각 11분의2 지분의 비율로 망인의 재산을 상속하였다. C와 피고, 그 밖의 망인의 상속인은 2011년 8월 9일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단독으로 상속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였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전주지방법원 전주등기소 2013년 6월 14일 접수 제40737호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원고는 C에 대한 채권자이며, 이 사건 상속재산 분할협의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은 C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원고는 2018년 3월 28일경 이 사건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결의 내용 1. 원심의 판단(전주지방법원 2019. 4. 5. 선고 2018가단7544 사해행위취소 등)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본안 전 항변으로 "소외 주식회사 E와 원고가 서로 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이고, 소외 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며, 2014년 9월 30일 소 취하 간주로 사건이 종결되었으므로, 원고는 2014년 9월 30일 사해행위취소의 소의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그로부터 1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1심은 제척기간 도과에 관한 증명책임이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상대방에 있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6다272311 판결 등)를 확인하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가 소외 주식회사 E와 채무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심은 "C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피고로 하여금 상속하게 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였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아니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 채무자인 C, 피고의 사해행위도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망인 사망 이후 채무자인 C를 비롯한 자녀들이 홀로 남은 피고를 위해 상속재산분할협의 형식으로 지분을 이전받아 선의의 수익자라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결론 1심은 피고와 C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11분의2 지분에 관하여 2011년 8월 9일 체결한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되어야 하고, 원상회복으로 피고는 C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11분의2 지분에 관하여 전주지방법원 전주등기소 2013년 6월 14일 접수 제40737호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고,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민법 제406조 제2항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민법 제406조 제2항)'는 규정을 직권으로 살폈다. 이는 제소기간이므로 법원은 그 기간 준수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여 기간 경과 이후에 제기된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가 언제 있었는가는 실제로 사해행위가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중심으로 사해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등기부에 기재된 등기원인일자와 다른 날에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취소 대상 법률행위인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있은 날을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인 2011년 8월 9일(사망일)로 보았다. 그 결과 대법원은 이 사건 소가 법률행위가 있은 날(2011년 8월 9일)부터 5년이 지난 2018년 3월 28일경 제기된 것이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Ⅲ. 검토 이 사건은 사해행위취소의 소송 제척기간 기산점 판단이 원심과 대법원 간에 달랐다. 원심은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이 도과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취소원인이 있는 날'로부터 5년이 도과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소제기는 2018년 3월 28일경인데, 원심은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의 법률행위가 있은 날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후 구체적인 행위로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접수 시인 2013년 6월 14일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소외 망인의 사망일이자 상속재산분할협의 등기원인일자인 2011년 8월 9일로 보았다. 심급별로 제척기간 기산점 판단이 달라진 사안으로 원고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하게 되었다. 이미 이 사건 이외의 하급심에서도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을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작성된 시점으로 보기도 하였고, 혹은 협의분할에 의해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진 시점으로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혼란에 더하여 '상속등기와 그 경정등기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등기예규 제1675호)'상 상속재산분할협의의 경우 '상속등기를 신청할 때에는 등기원인을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으로, 그 연월일을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이를 근거하여 상속재산분할협의 시점을 사망 시로 판단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에 실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루어진 시점이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라고 하더라도 부동산등기부등본에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이 등기원인일로 기재되므로, 실제 상속재산분할협의일과 등기원인일자는 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실무상 혼선이 있었던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의 태도는 사해행위 시점에 관하여 실질적 시점이 확인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명확한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기준으로 판단함으로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상속세 처리를 비롯하여 변화하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척기간 기산점 판단에 관하여 ① 원심과 다르게 본 이유, ② 등기원인일자를 기초하는 처분문서가 있었는지 여부, ③ 상속재산분할협의의 경우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인지, 분할협의에 따른 등기신청이 사해행위인지, ④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원인으로 한 상속등기를 한 다음에야 사해행위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닌지, ⑤ 상속재산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일자를 피상속인의 사망일로 기재하는 것은 단순한 등기기재 형식에 불과한 것이고, 악용의 소지는 없는 것인지, 나아가 ⑥ 등기예규상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등기 시 '협의분할시'로 개정될 필요는 없는지 등에 관하여 좀 더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 않은 이유로 이 사건의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 등기원인일자는 소외 망인의 사망일인데 반하여, 등기접수가 약 2년 남짓의 기간 이후에 이뤄졌음에도 제척기간 미준수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판결 선고함으로써 채권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결국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향후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이후에 상속재산협의분할 상속등기를 하는 경우 사실상 사해행위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구체적 사건에서 실질적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었던 경우라면, 등기원인일자인 망인의 사망 시가 아닌 채권자를 해할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하는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재산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상속등기를 한 다음에야 사해행위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일본 민법에 비해 짧은 제척기간을 규정한 입법자의 의도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도리어 채무 면탈하고자 하는 악용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대상 판결의 견해에 더하여 민법상 제척기간의 적정성 여부까지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박성태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부업
상속포기
사해행위
채무자
상속
박성태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2021-11-22
민사일반
교통사고 휴유증과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A군은 생후 1년 3개월이던 2006년 3월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었다. 이후 발달지체 등 증세를 보여 치료를 계속 받았고, 2011년 만 6세 때 처음으로 언어장애 등 진단을 받았다. 이에 A군의 아버지는 사고일로부터 약 6년 후인 2012년 Z보험사에 책임보험금을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Z보험사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맞섰다. 제1심(서울중앙지법 2014. 8. 28. 선고 2012가단140889 판결)은 "Z보험사는 피보험자인 아버지의 차량에 타고 있던 A군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1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하여 A군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제2심(서울중앙지법 2015. 12. 3. 선고 2014나52987 판결)은 "A군 측은 사고가 발생한 2006년 3월 사고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음에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2년경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면서 "A군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고 하여 Z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2. 대법원의 판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이때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였고, 파기환송심(서울중앙지법 2020. 12. 18. 선고 2019나45151 판결)에서 사건은 종결되었다). Ⅱ. 평석 1. 비교 대상 판례 비교대상의 판례로서 첫번째 판례(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2359 판결)는 교통사고로 장해가 악화된 경우에는 그 장해 악화를 안 때로부터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취지로 판시를 하였다. 그리고 다른 판례(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09713 판결)에서는 사망 사고발생 이후, 유족보상금 거부 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 바, 후자는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 상의 장애사유로 보아 사망이라는 원래의 사고발생일을 보험금청구권의 시효기산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유사 취지: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기타의 다른 판결(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신청하고 이어 행정소송도 제기하였던 경우, 대법원은 그 정도로는 과실 없이 보험사고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원래의 사망이라는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2.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제도개선 논의 대법원 판례는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관한 것이다. 우리 대법원(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 1995. 7. 25. 선고 94다52911 판결,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보므로 이 판례에서 소멸시효는 민법의 불법행위 시효의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는 그와 관련하여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상법 제662조) 및 그 기산점에 대한 개선 논의를 살펴본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많은 제도개선 요청이 있다. 소멸시효의 개시 시점과 관련하여 피보험자 측이 사고발생을 안 날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는 제안, 소멸시효 기간의 연장 문제, 소멸시효의 정지, 보험금 지급에 대해 보험계약자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그 협조 거부 시 보험금 지급의 문제 등이 있다. 우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사고발생을 안 날로부터 하자는 개선안을 내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에 의하여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기산하는 것을 충실히 해석·적용할 때 보험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법원이 예외적으로만 피보험자가 과실 없이 모른 경우에 한하여 안 때로부터 기산하고 있으므로 이는 현재와 같이 판례로 해결함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본다(동지: 백영화,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제도 개선 법안 검토', KIRI리포트 2017년 4월 17일, 13면).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상법 제662조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경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회사로부터 그 지급 여부에 대한 확정적 회신을 받을 때까지는 정지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상법 제658조도 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개정 제안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3. 대상판결의 평가 교통사고 후 처음에는 장해가 발현되지 않다가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 장해를 확인한 경우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을 위한 보험금청구권 행사의 기산점이 문제된다. 원래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 존중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소멸시효 존재이유에 비추어 대법원의 사건의 해결에서 객관적 사실상태를 통한 법적 안정성 도모와 피해자의 손해 인지 여부를 고려하여 조화를 찾아야 한다. 성장과정에 있는 피해자의 늦은 시점에의 증상발현 시, 손해 인정에 있어서는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도에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2359 판결은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그 당시의 장해상태에 따라 산정한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당초의 장해상태가 악화된 경우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와 같은 장해상태의 악화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는 책임보험의 직접청구권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일반 재해장해보험금 청구에 관한 것이지만 사고의 구도는 유사하다. 결국 기존의 판례 및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 피해자 측에서 손해를 알 수 없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한 보험금(직접)청구의 소멸시효는 그 손해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손해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전문적 소견에 의하여 원래의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사건 대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손해배상청구권
언어장애
교통사고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2021-10-12
민사일반
입법 미비를 이유로 한 장애인등록 거부처분에 대한 사법심사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14년 이상 뚜렛증후군[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불시에 통제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음성 틱) 목, 어깨, 얼굴,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매우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이상 증상(운동 틱) 모두를 1년 이상 앓는 병증으로서 의학적 원인은 미규명 상태임]을 앓아 오다가 2015년 7월 22일 관할 군수인 피고에게 장애인등록 신청을 하였다. 신청 당시에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의 위임에 의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이하 '시행령 별표1'이라 한다)의 등록 대상인 장애인의 종류와 기준에 틱 장애나 뚜렛증후군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원고는 장애인등록용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는 2015년 7월 28일 장애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반려·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뚜렛증후군을 장애인등록대상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시행령 별표1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장애인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헌법 제34조 제1항, 제5항, 장애인복지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2항,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의 체계, 장애인복지법의 취지와 장애인등록으로 받게 되는 이익, 위임규정과 시행령 규정의 형식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시행령 별표1은 위임조항의 취지에 따라 모법의 장애인에 관한 정의규정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15가지 종류의 장애인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오로지 그 조항에 규정된 장애에 한하여 법적 보호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보아 그 보호의 대상인 장애인을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새길 수는 없다. 2. 어느 특정한 장애가 시행령 별표1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가 있을 뿐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그 장애가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이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의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 적용함으로써 위 시행령 조항을 최대한 모법의 취지와 평등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용하여야 한다. 3. 원고는 뚜렛증후군이라는 내부기관의 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해당하는 점, 위 시행령 조항이 원고가 가진 장애를 장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행정청은 원고의 장애가 위 시행령 조항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처분은 위법하고, 피고로서는 위 시행령 조항 중 원고가 가진 장애와 가장 유사한 종류의 장애 유형(뇌전증·간질장애 또는 정신분열·반복성 우울장애)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원고의 장애등급을 판정함으로써 원고에게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제기 행정쟁송 실무에서는 장애인등록 대상과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분쟁이 흔히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시행령 별표1에 열거된 장애 종류·유형의 해당성 여부를 다투는 경우이다. 본 사안은 시행령 별표1에 명시되지 않은 뚜렛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장애에 대해 장애인등록이 가능할 것인지를 다투는 사건으로서 차이가 있다. 대상판결은 시행령 별표1의 입법 미비와 그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선언에 그치지 않고, 행정청에게 유추 적용을 통한 장애등급 부여를 후속 조치로 지시한다는 점에서 적극적·파격적인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원고의 권익구제라는 결과에는 찬성하지만, 대상판결의 법리구성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2. 장애인등록대상을 한정·열거한 입법 미비와 처분의 위법성 문제 가. 예시적 열거로 본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시행령 별표1의 장애인의 종류와 기준 규정을 예시적 열거로 봄으로써 원고의 장애유형도 법원의 법해석을 통해 보호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을 찾고 있다. 원고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장애인이 명백한 이상, 예시적 열거인 시행령 별표1의 명시적 규정 없이도 장애인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의 입법취지와 장애인 보호의 당위성만으로는 특정한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의 복지수급권의 내용과 대상을 구체화하는 법령이 제정되기 전임에도 헌법규정, 일반조항이나 정의규정에서 장애인 복지수급권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행령 별표1이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라는 문언을 두지 않은 점, 복지수급권의 내용과 대상은 재정상황이나 사회복지 정책의 우선순위 등에 따라 선별적·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점, 새로운 장애유형에 대한 보호 여부는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한정적 열거로 봄이 더 자연스럽다. 나. 복지급부에 관한 입법재량권과 입법 미비 여부 대상판결은 뚜렛증후군을 규정하지 않은 시행령 별표1을 단순한 행정입법의 미비로 보았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급부의 이행 시기, 방법 등의 구체적 내용은 복지정책별 우선순위, 전체적인 복지의 수준, 재정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광범위한 입법재량 사항이다. 이러한 입법재량으로 인해 특정 장애를 가진 대상자에 대한 복지급부 근거규정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쉽사리 해당 행정입법이 입법 미비 상태라거나 다른 장애에 비하여 평등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입법 미비 상태에서의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 시행령 별표1에 규정되지 않은 장애인등록신청에 대하여 담당 공무원이 -대상판결과 같이 신청인의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담당 공무원에게 시행령 별표1의 제·개정 권한이 없고,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장애인등록을 통일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처리할 경우 추후 징계책임이 우려될 수 있다. 행정기본법 제4조의 적극행정을 고려하더라도, 행정입법의 개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행정청이 복지급부의 근거가 되는 행정입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는 거부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판시가 일반화될 경우, 급부행정에서 공무원의 자의적 법해석과 복지급부의 임의집행 우려, 입법공백임에도 수급권의 무리한 주장과 신청의 남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장애인등록신청 거부가 불완전 입법상태, 즉 부진정입법부작위라는 객관적 위법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 행정입법 미비상태에 대한 법원의 타당한 사법심사 방식 가. 명령·규칙 심사권에 의한 해결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의 본질이 처분 근거법령의 미비라는 객관적 위법상태에 있다면, 그 사법심사는 시행령 별표1에 대한 명령·규칙 심사권(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귀결됨이 타당하다. 법원은 판결 주문에서 별도로 명령·규칙의 폐지나 적용 배제를 선고함이 없이, 판결 이유에서 시행령 별표1 중 뚜렛증후군을 장애인등록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을 선언하면 된다. 이러한 판단만으로도 시행령 별표1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 행정의 후속조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대상판결 판시의 문제점 대상판결이 유추 적용에 의한 장애등급 부여의 행정조치를 요구한 것은, ①장애인 복지행정에서의 입법재량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고, ②의무이행소송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제에서 마치 특정행위 명령판결(Vornahmeurteil)을 선고한 것과 결과적으로 다를 바 없으며, ③입법재량 영역임에도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하여 적극 제시하는 것이어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만을 심사하던 종래의 재량행정에 대한 판례와도 배치된다. 행정입법의 개선의무는 취소확정판결의 기속력을 통해서도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선고 후 1년 7개월 만에 시행령 별표1의 개정으로 뚜렛증후군이 정신장애의 한 유형으로 명문화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치료가 어렵게 된 장애인이 되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도 너무 힘들었을 장애인 본인과 그 가족이, 다음 단계로서 장애인등록의 문턱에서 또다시 쓰라린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장애인등록이 이루어지기까지 신청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엄중히 생각하고 적극적인 개선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가치는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다만, 행정입법 미비 상태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시 논리와 사법심사 방식은 법리적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고, 그 문제점에 관하여 앞으로 대법원 판례의 정밀한 개선을 기대한다. 이은상 교수 (아주대 로스쿨)
장애인
장애등급
장애인복지법
이은상 교수 (아주대 로스쿨)
2021-09-13
노동·근로
민사일반
사내하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
Ⅰ.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실관계 피고는 자동차용 엔진을 생산하여 완성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자동차용 엔진 조립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평택 1공장 및 2공장에서 자동차용 엔진 조립 등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의 실질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상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데, 원고들이 행한 업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이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이상 피고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들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으며,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피고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면서, ②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보이고, ③ 사내협력업체는 그 소속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노무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④ 도급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거나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⑤ 사내협력업체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Ⅱ. 평석 1. 근로자파견의 의의와 그 판단기준의 모호성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는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 다섯 가지 사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대법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등 참조).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법률효과(사실상 직접고용관계의 강제)를 고려하면 파견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파견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법률에 의한 근로관계 성립의 강제 또는 사용자의 일방적 교체는 당사자의 사적자치,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헌법상의 요청과 조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자유에 대한 침해는 파견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그 이상으로 인정되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 내용에는 이 점에 대한 고려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대법원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제3자인 원청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근로자파견의 성립요건과 그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기준으로 다섯 가지 요소를 병렬적으로 나열할 뿐, 각 요소가 실제로 근로자파견 판단구조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각 요소의 상호관계 및 개별 요소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무엇인지는 침묵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 검토가 필요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수급인은 언제나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어야 하고,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원청이 '부분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경우에까지 파견법의 적용이 확대될 수 있는가? 원청의 지시가 계약의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를 상대로 노무제공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지 나누어 검토하고 있는가? 2. 파견법의 취지와 도급계약의 목적 파견법은 '사용자'로서 신뢰도 낮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원청의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전문성·기술성이 없거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은 협력업체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 보호에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같은 업무를 원청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혼재되어 공동으로 수행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특정 업무를 분리시켜 협력업체에 발주하고 그 결과를 수취하는 도급계약이 다수라고 할 수 있다. 업무의 성격상 사업설비와 부품 등을 원청이 직접 제공하고 협력업체가 이를 완성하여 납품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원청이 마련한 사업설비와 부품을 이용하여 원청의 사업장에서 도급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도급계약이 부인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협력업체가 전문성·기술성이 있거나 독자적인 사업조직을 갖추고 있다면 사실상 도급계약의 실질을 가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전문성·기술성이 부족하거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도급계약관계가 쉽게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3. 사용사업주에 의한 지휘·명령권의 독점 원청과 협력업체가 도급계약 또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로자를 이행보조자로 투입하였다면, 그 근로자가 고용주인 협력업체의 통제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원청의 지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도급업무의 개별적 특성이나 사내하도급의 성격을 감안하면 협력업체가 도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청의 개입이나 지시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낮추고 작업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도급계약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원청이 협력업체의 노무수행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또한 어느 단계의 개입부터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사업주로서의 지위에 서게 되는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등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사업조직에 전적으로 편입되어 오로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하에서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원청의 지시나 개입 또는 지휘·명령이 있다고 해서 근로자파견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파견사업주는 자신이 직접 이행보조자를 이끌고 사용사업주가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아니다. 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의 개념을 벗어나는 것이다. 원심과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4. 사용자의 지휘·명령권 행사 원청의 지휘·명령 또는 지시는 그 성격상 두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그 하나는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계약의 목적을 좀더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이를 계약목적을 구체화하는 도급인의 지시권(gegenstandsbezogene Anwesiungen)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노동법상의 지휘·명령권, 즉 직접 근로자에 대한 지시권(personenbezogene Weisungen)이다. 당연히 양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원청은 도급인의 지시권을 행사하여 도급계약의 목적인 급부의 내용을 세밀하게 정할 수 있다. 도급인의 지시가 원청과 협력업체가 합의한 계약목적의 구체화에 관련된 것이면 노동법적 관련성이 약화된다. 이 사건에서 원청이 작성한 작업표준서, 중점관리표, 작업공정 모니터 또는 부품조견표에 따라 조립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을 정하게 되는 바, 원심과 대법원은 이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지휘·명령이라고 보고 있으나, 오히려 원청과 협력업체 간에 도급계약의 목적을 구체화하는 도급인의 지시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좀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판단이 필요했다. 5. 맺음말 파견법의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근로자파견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의 요청에 부합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애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서 같은 업무를 원청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사례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후 이른바 간접공정업무나, 비제조 업무에 대해서도 근로자파견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근로자파견과 그밖의 법률관계를 구별하기 위해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넓게 형성되어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다수의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견법은 이와 같은 기업의 대응이 명백히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 때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한편, 반복되는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파견대상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입법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현대자동차
근로자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의무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3
민사일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방지청구
1. 사실관계 원고는 2003년 9월부터 신축된 A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피고는 2010년 2월경 A아파트의 서쪽에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만든 B건물을 신축하였다. 원고가 거주하는 A아파트의 일부에는 오전 시간에 일부에는 오후 시간에 B건물의 태양반사광이 아파트에 유입되어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 및 방지를 청구하였다. 2. 하급심 경과 1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2013. 4. 2. 선고 2011가합4847,19016 판결)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었다고 하여 위자료 및 재산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피해방지시설 설치도 인정하였다. 2심 서울고등법원(2016. 6. 17. 선고 2013나28270, 2013나28287 판결)은 참을 한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어야 하고, 그 참을 한도 초과여부에 대해서는 앞선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를 그대로 다시 언급하였다. 또한 태양반사광의 예방 또는 배제방지청구는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대법원은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그 발생원인에 따라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와 인공적인 생활방해로 구별하고, 태양직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로 어떠한 법적 책임도 발생시키지 않지만, 태양반사광은 자연적인 태양광이 인위적으로 축조된 건물에 의한 반사효과와 결합하여 생활방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태양반사광은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눈부심과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켜 주거의 본질적인 이용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참을 한도를 넘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일조방해와 태양반사광 침해로 인한 생활방해는 피해 성질과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고, 일조 침해로는 곧바로 건강상의 장애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태양반사광은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로 주거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태양반사광 생활방해에서의 참을 한도는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여부와 그 지속시간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하였다. 4. 참고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피해에 관한 소송은 이미 유럽 등에서도 있었지만, 손해배상인정에서는 유럽 법원은 매우 인색하였다. 우리와 유사한 법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웃 일본에서도 태양광발전 패널로 인한 반사광피해에 대해서 소송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통유리 건물의 반사광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례가 있었다. 1) 일본 태양광 패널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일본에서도 이미 문제된 적이 있다. 사안은 앞집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함으로써 뒷집 2층 집안에 반사광이 유입되어 생활방해를 받게 된 뒷집 소유자인 원고가 앞집 소유자인 피고에게 방해배제청구로서 패널의 철거와 손해배상을, 또다른 피고인 건축업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이다. 1심(일본 후쿠오카지방재판소 2012. 4. 18.)은 원고가 청구한 앞집 소유자의 패널의 철거와 앞집 소유자 및 건축업자의 손해배상을 인용하였다. 그런데 항소심 도중 문제가 된 태양광 패널은 철거되었고, 항소심(일본 도쿄고등재판소 2013. 3. 13.)에서는 수인한도가 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고, 이후 원고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원고에게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였지만 원고가 거부하여 제출하지 않았고, 제1심판결 이후 북쪽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피고가 스스로 완전히 철거한 점 등이 항소심 판단에 영향을 끼쳐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2) 부산아파트 사건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2016다33202, 33219 판결에 앞서 이미 관련 법리를 부산 아파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동일하게 선고한 바 있다.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는 아파트 인근의 주상복합 건물의 시행자와 시공자이다. 위 주상복합건물은 지상 46층, 66층, 72층으로 외장재로 로이 복층유리를 사용하여 신축되어 일반적인 복층유리의 반사율보다 높아서, 원고 아파트는 피고 건물 외벽의 강한 태양반사광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1심 부산지법 동부지원(2010.11.26. 선고 2009가합3899 판결)은 수인한도를 넘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2013. 6. 25. 선고 2011나474 판결)은 피고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되어 위 원고들 아파트로 유입되는 강한 햇빛으로 인하여 원고가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를 입고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으로 건물의 가치하락액과 위자료를 인정하였지만, 냉방비증가액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건축된 건물 등에서 발생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지는 태양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피해 건물과 가해 건물 사이의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종래 일조, 소음 등 환경침해에서의 법리를 그대로 설시하면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참을 한도 초과여부는 가해 건물로 인하여 발생하는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이 중요한 요소하고 하면서 원·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주민에게 위자료 100~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하였다(법률신문, 2021. 3. 25.자 5면 참고) 5. 검토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대해서는 그동안 2013년의 부산고등법원과 2016년의 서울고등법원에서 상고된 2건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었다. 2013년의 부산고등법원 사건은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선고되었지만, 그 사안에서는 아파트 주민인 원고가 원심에서 승소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이 참을 한도의 판단기준에 중요한 고려요소라는 것만을 설시하고 태양반사광의 개념이나 일조와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아파트 건설회사인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동안 태양반사광 생활방해에 관한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 등에 대해서는 논란은 있었지만, 그에 관한 학술적인 연구가 많지 않았다. 필자도 이에 관해서 사족을 붙인 적이 있다(배병일, 광해로 인한 민사적구제에서의 문제점, 저스티스 178호, 2020. 6.). 2013다59142 판결은 태양반사광 피해에 관한 최초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2016다33202,33219 판결에서는 태양반사광의 개념에 대해서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태양반사광 침해와 일조방해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시하면서 태양반사광 침해가 태양직사광에 관한 일조 침해와는 달리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점에서 이 판결의 의미는 더욱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도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사각장애를 초래하는 정도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여부와 그 지속시간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보았다. 빛밝기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강도는 부산아파트사건에서는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기준인 2만5000cd/㎡의 2800배, 이 판결에서는 440배 내지 2만9200배, 유입기간은 부산아파트사건에서는 연간 31~187일간 1시간 21분에서 73시간, 하지기준으로 7분~1시간 15분, 이 판결에서는 7개월간 1일 약 1~2시간, 9개월간 1일 1~3시간을 상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기준 2만5000cd/㎡의 400~500배, 유입기간은 2~3개월에 1일 1시간 정도라도 적극적 침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A아파트가 B건물보다 먼저 건축되어 있었던 점, 통유리로 건축된 B건물의 건축기법이 회사의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사업상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해당 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기법이라는 점, 피고가 거주자 침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점 등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판결은 태양반사광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방지청구에 관한 선도적인 판결로서 향후 판례 형성과 우리나라 법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배병일 교수(영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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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방해
태양반사광
일조권침해
배병일 교수(영남대 로스쿨)
2021-07-19
국가배상
민사일반
일본군 위안부 판결과 국가면제이론
Ⅰ. 사건 경과 원고들은, 일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의사에 반하여 유괴·납치하여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안소에 감금한 채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국제법 위반 및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일본국이 소장 등 서면 송달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공시송달절차를 통해 2021.1.8. 원고 승소판결(이하 이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6.12.28. 제소한 사건(2016가합580239)은 1.13.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Ⅱ. 이사건 쟁점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을 배척하는 한편 1965 청구권 협정 및 2015 한일합의로 소멸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국가면제이론 적용에 따른 재판권 유무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Ⅲ. 국가면제 적용 여부에 따른 재판권 유무 1. 국가면제 이론의 개요 국제법 이론에서 국내 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 국가가 스스로 외교상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제이론이 대세였고, 대법원 역시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사법적·상업적 행위와 같은 비주권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면제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대법원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2. 이탈리아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 진행 경과 가. 대표적인 국가면제관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체포되어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 당한 이탈리아인 Ferrini가 1998.9.23. 독일국을 상대로 Arezzo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Ferrini v Germany, Appeal decision, no 5044/4; ILDC 19 (IT 2004)} 이다. 나. Arezzo 지방법원은 2000.11.3. 독일의 행위는 국가면제를 원용할수 있는 권력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2002.1.14. Firenze 항소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3.11. 독일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이고 인권보호는 불가침성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파기하였다(Decision of Italian Court of Cassation, Ferrin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Judgment No. 5044, 11 March 2004.). 이에 독일은 2008.12.23. 이탈리아 국내법원의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다. ICJ는 2012.2.3. 15인 재판관중 12인 다수의견은 이탈리아 법원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국가면제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입법례 및 판결을 검토해보더라도 국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 자신의 무장병력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국제관습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국가면제는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고, 강행규범 준수는 실체법적인 문제이므로 국가면제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 실체법적으로 강행규범을 준수하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시(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JUDGMENT OF3 FEBRUARY 2012)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밝힌 3인 중 Cancado Trindade 재판관은 국제범죄, 인권의 중대한 위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며, Adbulqawi Ahmed Yusuf 재판관은 다른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면제가 피해자 보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벽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아울러 Giorgio Gaja 재판관은 불법행위가 이탈리아 영역 내에서 행해진 사건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결국 이탈리아 국회는 2013.1.1.4 UN헌장 및 ICJ 제59조, 제60조에 따라 ICJ 판결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기 위해 동종 사건이 계류하는 법원에 직권으로 관할권 배제를 선언할 것을 의무화하고 확정 판결의 재심사유에 관할권 배제를 추가하는 법률(2013. 1. 14. 법률 제5호)을 제정하였는데, 이탈리아 Firenze 지방법원은 2014.1.21.위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마.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10.22. 관할권 면제 법률에 대하여 재판관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반인륜적 범죄로 인정되는 추방, 노예 노동, 대량 학살과 같은 행위들은 그 범죄의 희생자들의 불가침적 권리에 대한 사법적 보호라는 국내법적 질서의 절대적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탈리아 법원에 대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를 구성하는 외국국가의 행위에 관한 사안에서 재판권을 부인하도록 한 ICJ 판결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결정(JUDGMENT NO. 238?YEAR 2014. THE CONSTITUTIONAL COURT)하였다. 3. 이사건 재판부 판결 요지 이사건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배척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등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청구권협정과 2015년‘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Ⅳ.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1. 외국 사례 가. 그리스 대법원은 2000.5.4. 나찌에 의한 그리스의 디스토모 218명 집단 학살사건 관련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면제를 포기하였다고 하면서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나. 한편,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에 따른 보상절차시 국가면제를 주장할수 없다는「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나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상대적 면제이론에 입각하여 법정지국 내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다. 다. 1996년 개정된 미국 「외국국가면제법」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가라고 인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초법규적 살해 등의 행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8.12 위 법을 근거로 미국인 오토 윔비어의 유족들이 북한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배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7.21 판례를 변경하여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이론을 채택하였고, 이에 일본국은 2007년 유엔국가면제협약에 서명한 후 2009. 4. 17. 예외적으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제하는「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상대적 국가면제 법리를 채택하여 입법화하였다. 2. 국가면제론에 대한 의견 중대한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2000년 그리스 및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 그리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상대적 국가면제를 확장하고 있는 입법례 등에 비추어, 2012년 ICJ가 인정한‘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면제의 국가관습법’이 현재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가 타국 국민에 대하여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조약 및 1926년 노예협약 등 국제협약에 반한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이를 제재하고 피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자들은 국제협약 및 당해국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자국 법질서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이를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국제협약과 헌법상 권리가 하얀 종이위의 검은 글씨여야 하는가. 3.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사건 판결은 이러한 ICJ판결 등 국가면제의 불가변적인 논의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임을 자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찌 침해국가가 아닌 일본국 피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나아가 향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론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면제의 배제·예외로 인정할수 있는 실체적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관여, 침해기간, 방법, 피해 내용과 정도 등‘국제법 내지 강행법규에 위반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 나아가 절차적 요건으로‘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최후수단성’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백척간두 진일보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이탈리아 Abdulqawi Yusuf 재판관이 말한“국가면제는 결코 국제법상 불변(immutable)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일본
위안부
국가배상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2021-03-22
민사일반
주식회사의 기부행위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Ⅰ. 서론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기부행위를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는 강원랜드가 그 1.25% 지분을 보유한 태백시가 출자·운영하는 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15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다투어졌다. Ⅱ.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강원랜드이다. 이 사건 피고 B는 이 사건 기부결의를 한 이사회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고 피고 C는 상임이사였다. 당시 피고 D·G는 원고의 비상임이사로, 피고 E·F·H ·I·J 는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지명한 원고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태백시가 지명한 사외이사인 피고 J는 2012월 3월 29일 개최된 원고의 제109차 이사회에 원고가 태백시에게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이하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해당 이사회에서는 업무상 배임의 우려로 결의가 보류되었다. 피고 J는 2012년 6월 27일 개최된 원고의 제110차 이사회에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결의는 재차 보류되었다. 2012년 7월 12일 개최된 원고의 제111차 이사회에서 피고 J는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고 다음과 같이 가결되었다. 당시 재적이사 15명 가운데 12명이 출석하였는데 출석이사 중 피고 D·E·F·G·H·I·J가 이 사건 기부안에 찬성하였고 피고 B·C는 기권하였으며 다른 세 명의 이사들은 반대하였다. 즉, 이 사건 기부안에 대하여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태백시에 합계 150억원을 기부하였고 위 기부금은 오투리조트의 운용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오투리조트는 2014년 8월 2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2014회합100057). 원고는 이 사건 기부가 법령 또는 정관 위반 또는 이사의 임무해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에게 발생한 150억원의 손해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과 원심 1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37507 판결).첫째, 태백시가 원고의 주요주주기 때문에 이 사건 기부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을 간과하고 이 사건 기부를 실행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법령·정관 위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이 사건 기부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결의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2046254 판결). 첫째, 원고의 1.25% 주식을 보유하고 비상임이사 1인의 지명권을 보유하는 태백시는 상법 제398조상의 자기거래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8조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피고들과 기권한 피고들은 모두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나.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는 (ⅰ)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의 기부행위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ⅱ) 기권한 이사들인 피고 B·C 또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번째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기권한 피고 B·C의 책임에 관해서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권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피고 B·C는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찬성 이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Ⅲ. 회사의 기부행위와 이사의 임무해태 1. 기부행위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상판결은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추어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②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③ 기부행위를 통하여 회사의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④ 기부금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 내의 금액인지 ⑤ 기부행위로 달성하려는 공익을 회사의 이익과 비교할 때 기부금액 상당의 비용지출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⑥ 기부행위에 대한 의사결정 당시 충분한 고려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기부행위는 그 액수 자체로는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부행위가 원고의 이익 및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이사들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원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기부안을 상정한 원고의 이사회를 두 차례나 연기하고 법무법인들로부터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원고의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률의견서를 징구하였다. 즉 이사들이 단순히 시간을 들여 사안에 관한 검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경우에는 결의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상판결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2. 기부행위와 충실의무 위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를 이사와 회사간의 이익충돌의 문제, 즉 충실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고 J가 이 사건 기부안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기를 지명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서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이익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익충돌이 문제되는 기부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사의 이익충돌이 문제된 기부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Kahn v. Sullivan 판결(Kahn v. Sullivan, 594 A.2d (Del. 1991))이 선고된 데 대해서 학계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Ⅳ. 기부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들의 책임 대상판결에서는 기권한 이사 피고 B·C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진다는 제399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조문으로서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이사에게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기권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다 하였다는 취지이다. 기권한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추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기권한 이사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의안에 반대표결을 해야만 제393조 제3항에 따른 이의를 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동의할 수 있다. 단 대상판결처럼 해석할 경우 출석하여 기권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이행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감시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주장과 입증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고 현행 상법 조문 하에서는 출석하여 기권한 이사를 찬성한 이사와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판례에서는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였는지라는 쟁점과 해당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하였는지라는 쟁점을 별개로 다룬다. 즉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라고 하더라도 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사안에서 피고 B·C는 상시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면서 이 사건 기부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제지할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기대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한 심사 없이 제399조 제3항을 근거로 면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기부행위
상법
이사회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2021-03-08
민사일반
항공·해상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Ⅰ.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진행 (1) 피고 대한민국 소유 경찰청 헬기장을 사용하는 헬기가 이·착륙할 때 원고 소유 토지 상공을 통과하였다. 이 토지는 헬기장 설치전부터 차고지로 사용되었고 그 지상 건축물은 주유소 등으로 이용되었다. 원고는 대전광역시 서구청장에게 위 토지 지상에 장례식장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그 후 건축불허가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위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 후 원고는 증축허가 및 공작물축조 신청을 하였으나 불허가처분을 받았고 장례식장으로의 용도변경 허가신청도 불허가되었다. 원고는 해당 불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 (2) 이에 원고는 헬기 비행에 따른 안전문제로 지상 건축물의 증축 등이 불허가되는 등 토지의 이용에 심각한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근거하여 헬기 이·착륙시 토지 상공 통과 금지를 구하며 ② 피고의 헬기장 관리에 있어 의무위반을 근거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원심법원(대전고등법원 2013. 8. 27. 선고 2012나4891 판결)은 금지청구 부분을 인용하면서도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중앙법학(2020. 3.)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및 환송심의 결과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대상판결에서는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대한 방해가 있음을 이유로 비행 금지 등 방해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토지소유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상공에서 방해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행의 금지 등을 구하는 방지청구와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내용과 요건이 다르므로 참을 한도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와 중요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방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는 청구가 허용될 경우 토지 소유자가 받을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형량해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후 헬기장이 이전하여 환송심은 이 쟁점을 다루지 않았다. 2.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대상판결은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방해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그 소유자는 항공기의 비행 등으로 토지를 더 이상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공중 부분의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도 파기하였다. 환송심은 이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Ⅲ. 검토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1) 민법상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제212조). 따라서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의 공중에 대하여 토지소유권이 미치므로 상공에 관한 행위가 토지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된다면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소유권자에게 구제수단을 부여할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는 이익형량의 문제인데 환경분야 및 인접지 분쟁에서 침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이익형량의 기준은 '참을 한도' 이론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사례에서 참을 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다. 대상판결도 상린관계에 관한 민법 제217조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을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2) 불법행위책임에서도 위법성 판단에 있어 참을 한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두 기준이 동일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소위 '위법성의 단계설'). 즉 동일한 행위의 위법성이 구제방법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는데 위법성은 행위의 성격이므로 위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참을 한도는 각 행위 혹은 구제수단마다 차이를 둘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선을 넘으면 위법하지만 그 선은 제도에 따라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 금지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자의 의무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그 요건·효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지청구권은 장래 지향적 수단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사후적 구제수단이다. 금지청구권은 직접적으로 위반행위에 작용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행위에 작용하여 의무준수를 간접적으로만 실현하므로 사후적 배상책임을 감수하고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 한편 금지청구권 인정에는 손해배상과 달리 귀책사유가 요구되지 않는다. 결국 금지청구는 보다 간명한 기준으로 인정되는 적극적인 구제수단이다. 그런데 참을 한도의 기준 외에 금지청구권이 가지는 적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참을 한도를 정할 때에는 그 침해행위를 전면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배상을 하는 것으로서 용인할 것인지에 따라 차등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절하다. 대상판결 이전에도 고속도로 소음 관련 사안에서 대법원은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접근하여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대상판결은 다시 한 번 그 점을 명확히 하였다. (3) 대상판결은 캘러브레시와 멜러메드가 권리보호방식에 관하여 제시한 동의규칙(property rule), 보상규칙(liability rule)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원심은 "상린관계 규정에 의한 수인의무의 범위를 넘는 토지이용관계의 조정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하여 금지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사적자치를 통한 해결에 맡기는 것은 동의규칙의 적용이다. 대상판결은 금지청구는 배척하면서 손해배상의 가능성을 명시하였는데 이는 법원이 당사자간 이르지 못한 의견의 합치, 구체적으로는 사용료 결정을 해주는 것과 같다. 이는 보상규칙을 통한 해결이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지리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거래비용이 커서 당사자간 협상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분쟁을 금지청구 인용으로 마무리하여 당사자들이 새로이 협상을 개시하도록 하는 것은 법경제학적으로 유익한 결론이라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관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참을 한도를 넘는 소유권침해는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할 수 있다.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하기 위한 허들은 일반적으로 방해배제보다 낮다. 대상판결에 있어 불법행위 책임을 문제 삼는 원고의 태도는 특별할 것이 없으나 손해액의 증명이 문제되었다. 다툼있는 사실에 대하여 당사자가 충분한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증명을 촉구할 수 있다. 특히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적 요건은 충족되지만 배상액에 관한 충분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88617 판결 등). 이는 손해의 발생사실은 입증되었지만 손해액 증명의 곤란함을 당사자의 노력 부족으로 귀착시킬 수 없는 소송유형에 있어 증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목적 등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토지를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그 산정과 관련해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을 선언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는데 이는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 판시이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신설되어 손해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에 해당 조문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개정 민사소송법의 태도에서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도 같은 논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Ⅳ. 나가며 대상판결은 기존에 국가배상책임이 문제된 소음 사건과는 달리 인접지 소유자간 분쟁으로서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소음 관련 분쟁에서의 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었지만 해당 사건들에서 발전된 논리가 종합 적용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대체로 그 논리는 수긍할 수 있다.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합리적이다. 드론 등이 널리 사용됨에 따라 공중이 새로운 가용 공간이 되는 시대에 대상판결은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있어 의미있는 접근 방향을 제시한다.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비행금지청구
항공기
토지
소유권침해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1-07
민사일반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와 보전의 필요성
I. 사실관계 원고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A에 대한 양수금채권을 양수한 채권자이다. 이 사건 아파트는 원래 B의 소유였는데 B가 사망함에 따라 2013년 5월 23일 피고 앞으로 '2011년 1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다. 이후 위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 '2016년 11월 15일 사해행위 취소'를 원인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7분의1 지분(이하 '이 사건 공유지분')은 A의, 7분의6 지분은 피고의 공유로 경정하는 내용의 등기가 이루어졌다. 이 사건 아파트에는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되기 전부터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앞으로 채무자 C, 채권최고액 2억4000만 원인 근저당권과 채무자 C, 채권최고액 합계 1억800만 원인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다. 한편 A의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이 이 사건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으나 경매법원은 2017년 2월 8일 신용보증기금에 '이 사건 공유지분의 최저매각가격이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동산의 부담에 미치지 못한다'고 통지한 다음 2017년 2월 17일 경매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A를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분할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1. 다수의견의 요지 금전채권자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책임재산의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금전채권자는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채무자의 공유지분이 다른 공유자들의 공유지분과 함께 근저당권을 공동으로 담보하고 있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의 공유지분 가치를 초과하여 채무자의 공유지분만을 경매하면 남을 가망이 없어 민사집행법 제102조에 따라 경매절차가 취소될 수밖에 없는 반면 공유물분할의 방법으로 공유부동산 전부를 경매하면 민법 제368조 제1항에 따라 각 공유지분의 경매대가에 비례해서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분담하게 되어 채무자의 공유지분 경매대가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분담액을 변제하고 남을 가망이 있는 경우(이하 '이 사건 유형'이라고 한다)에도 마찬가지이다. 2.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 유형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권에 속하는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부동산의 각 공유지분 위에 존재하는 공동근저당권으로 인하여 책임재산인 '채무자의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현물분할이 불가능하거나 현물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가격이 감손될 염려가 있으므로 공유물 전부의 경매를 명하여 대금을 분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분할 방법이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공유자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면 채무자의 공유지분 경매대가에서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분담액을 변제하고도 공유자인 채무자에게 배분될 몫이 남을 수 있고 채권자는 이를 통해 비로소 금전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III.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다56297 판결(이하 '2015년 판결')을 변경하면서 금전채권자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와 달리 반대의견은 2015년 판결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유형의 경우에는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결론의 차이는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공유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1. 채권자대위권 제도에 관한 시각 차이-보전의 필요성 다수의견은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일반적으로'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또한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인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 감소가 방지되거나 책임재산이 증가되는지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반대의견은 논의의 범위를 이 사건 유형으로 한정하여 적어도 '이 사건 유형에서는'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또한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인하여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이 확보되는지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보다 반대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은 (i) 채권자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한다고 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 감소가 방지된다거나 책임재산이 증가한다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없고 (ii) 공유부동산 전체를 매각하면 공유지분만을 매각할 때보다 공유지분의 매각대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가능성만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늘어난다고 법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였다. 그런데 (i)의 서술 중 '책임재산 감소 방지', '책임재산 증가'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 법에서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책임재산 보전을 위한 제도라기보다 채권의 현실적 이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ii)의 서술에 대해서는 공유지분의 매각대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가능성'을 쉽게 무시해버릴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더구나 다수의견이 일반론 차원에서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이 유효·적절하게 확보되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에 관한 맥락에서는 '법률적'인 잣대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 유형의 구체적인 사안에는 위 (i) 및 (ii)의 서술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공유물은 아파트의 한 호실로서 이를 현물분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에 따라 공유물분할이 대금분할 또는 가액보상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면 금전채권의 현실적 이행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유형에서는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공유지분의 매각과 공유부동산 전체의 매각을 비교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구제수단과 실현 가능한 구제수단을 비교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2. 공유관계에 관한 시각 차이-부당한 간섭 다수의견은 공유자의 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유자들이 공유관계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면 그러한 공유자들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반대의견은 공유관계에 수반되는 법적인 제약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유자가 원하지 않는 시기에 공유물분할이 이루어져 공유물 전부를 지분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의 사용관계가 소멸하더라도 이는 공유관계에 따른 제약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공유관계에 관한 시각 차이는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부당한 간섭인지에 관한 입장 차이로 이어졌다. 필자는 이 논점에 관해서도 다수의견보다 반대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채권자의 이익(채권의 현실적 이행 확보)을 채무자의 이익(자유로운 재산관리)보다 우선시키는 제도이고 채권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한 채무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간섭을 허락하는 제도이다. 채무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부당한 간섭'을 매우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하였던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러하다. IV. 나가며 필자는 ①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② 공유물분할이 대금분할 및 가액보상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이 비교적 확실한 경우에는 금전채권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가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확보하는 데 유효·적절한 수단이고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행사에 수반되는 법적 문제들이 채권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고는 볼 수 없으며 채무자 및 공유자의 이익이 채권자의 이익보다 반드시 더 보호 필요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새롭게 제시한 법리가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사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상판결이 다수의견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의 의미를 공백 상태로 남겨두는 한편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 사건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과연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재고될 필요가 있지만 앞으로 법원이 이러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고 발전시켜 나갈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공유물분할청구
강제집행
부동산
공동소유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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