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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
간접침해
2016-03-03
이혼·남녀문제
한쪽에만 너무 불리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1. 재산분할제도 및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가. 대법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나. 유류분과 상속 사전포기 금지 :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다. 양육비채권 사전포기 금지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子)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양육비채권)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나.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조건부 의사표시) :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후 A녀는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사안에 적용 : 위 사안에 대하여는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의 본질을 설시하면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이혼
재산분할
재산분할청구권
2016-02-12
국가배상책임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와 법치국가원리적 문제점
대법원 2014.10.27. 선고 2013다217962판결 Ⅰ. 대법원 2014.10.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의 요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10.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4.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결정 참조).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Ⅱ. 문제의 제기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인정에 있어서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배상책임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적 구조임을 분명히 한다. 일반적으로 과실의 객관화의 관점에서 가해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비중을 나름대로 저하시켜 왔지만, 판례는 전체적으로 과실책임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런 태도는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새로이 고의·과실의 유무를 엄격히 검토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데서도 극명히 확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7.5.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등). 엄혹한 지난 시절의 긴급조치 그 자체에 대해서는- 비록 심사관할의 다툼은 있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지속적으로 위헌, 무효로 판시함으로써, 사법적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하지만 국가배상책임과 같은 후속적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배상책임의 인정에서 종종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곤 하는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를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Ⅲ. 현행 국가배상법 및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 주관적 책임요소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현행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은 분명 대위책임적 구조이다. 국가배상법의 구체적 법상황이 어떤 시스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착안점이긴 해도, 그것이 헌법상의 본질을 전적으로 좌우할 순 없다. 여기서 헌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이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동일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는 1948.7.17.에 시행된 -지금의 제29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헌헌법 제27조가 마련된 다음, 국가배상법이 1951.9.8.에 제정·시행되었다. 국가배상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민법의 불법행위론이 주효하였다. 국가배상법제의 형성에서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에서 출발한 독일과 왕정의 전통에서 국가배상법이 구축된 일본과 다른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하다. 우리의 경우 헌법상의 배상책임구조를 국가배상법상의 대위책임으로 전개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을 독일과는 달리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분리시켜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제29조 제1항상의 불법행위를 고의나 과실이 전제된 위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는 명문에 반한다. 헌법학의 문헌에선 헌법상의 국가배상책임시스템이 자기책임이라는 입장이 다수이다. 국가배상에서 헌법이 자기책임적 기조를 지향할 경우, 하위법인 국가배상법의 대위책임적 구조는 조화되지 않는다. 이런 괴리는 당연히 국가배상법에 대해 위헌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Ⅳ. 법치국가원리적 차원에서의 문제점 법치국가원리는 국가에 대해, 그의 위법한 행위의 결과를 가능한 광범하게 제거할 것과 위법하게 행사된 공권력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효과적인 상당한 손해보전을 행할 것을 명한다(BVerfGE 94, 100(103)). 국가배상책임제도는 법치국가원리와 (재판청구권을 통한) 권리보호보장을 보충하고 구체화한다. 위법한 행위로부터 비롯된 손해는, 행정소송(특히 취소소송)을 통해선 전혀 메워질 수 없거나 단지 국소적으로만 메워질 수 있다. 이런 법체계상의 흠결을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책임제도가 메운다. 즉, 2차적 권리보호수단으로서의 국가배상책임제도는 1차적 권리보호를 필수적으로 보충한다. 그런데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행정소송상의 위법성판단과 국가배상법상의 (직무행위의) 위법성판단이 다르게 만들거니와(최근의 예로 대법원 2011.1.27. 선고 2008다30703 판결),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의 존부가 국가책임인정의 궁극적인 기준이 되게 한다(최근의 예로 대법원 2011.2.24. 선고 2010다83298 판결). 이에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를 법치국가원리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문제 삼아야 한다. Ⅴ. 맺으면서-근본적인 해결책의 모색: 주관적 책임요소의 삭제 국가배상법에 주관적 책임요소가 건재한 이상, 합헌적 법률해석마저도 한계를 지닌다. 현행의 행정구제의 문제점과 미비점은 법치국가원리의 관점에서 늘 성찰하여야 한다. 제도적인 국가책임의 보장인 헌법 제29조 제1항은 입법자가 넘을 수 없는 책임요건과 책임의 최소한의 보장을 포함한다. 판례가 때때로 이해하기 힘든 과실관(過失觀)을 드러내거니와(대법원 1995.7.14. 선고 93다16819판결), 이제는 국가배상법제에서 주관적 책임요소와 절연하는 문제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지금도 일부 구동독지역에 통용되고 있으며, 과거 서독국가책임법의 모델이 되었던 구동독의 국가책임법(제1조 제1항)은 물론, 스위스 국가배상법(제3조 제1항)은 공무원의 유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아가 유럽연합법의 배상책임 역시 그러하다(유럽연합운영방식조약(AEUV) 제340조 제2항). 엄혹한 지난 시절의 결과로써 법학적 형식주의와 정치적 실질주의는 종종 충돌하곤 하는데, 지나간 역사와 현재의 문제 상황에 대해 반복된 물음을 제기하여 법치국가원리적 대응을 마련하여야 한다. 긴급조치와 관련한 사법적 판단과 역사적 판단의 간격은 어떤 식이든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메워야한다. 그러나 군 정보기관이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에 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사건을 민사상의 불법행위 문제로 다룬 대법원 1998.07.24. 선고 96다42789 판결이 보여주듯이, 국가배상책임제도는 공법제도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바삐 공법제도로서의 본연에 맞춰 국가배상책임제도에서 기왕의 민사불법행위적 기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상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 Ⅱ(2009), 151면 이하).
2015-10-12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의료법 제17조 제1항 '직접 진찰'의 의미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약사이고, 피고인 B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2006년 1월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의 기간 중 피고인 B는 자신에게 과거에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푸링 정제약 등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 다음 처방전을 발행하고 피고인 A에게 전달하면, 피고인 A는 처방전에 따라 조제한 약을 환자들에게 배송하였다. 피고인들은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처방전 발급비용 상당과 수납 업무상의 편익 및 노무를 제공하는 담합행위를 하였고(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 피고인 B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의료법 제17조 제1항)는 이유로 2008년 기소되었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와 피고인 B가 직접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했다는 부분 모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화 진료는 진단방법 중 '문진'만이 가능하고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도 커지는 점, 의료법 제34조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수준의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은 포함될 수 없어 피고인 B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의료법 제18조 제1항이 '자신이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 등을 발급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자신이' 진찰하였다는 문언을 두고 그 중 대면진찰을 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는 등 진찰의 내용이나 진찰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007. 4. 11. 법률 제8366호 전부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미 역시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동조 제2, 3, 4항, 동법 제34조 제3항 및 개정 전 조항과의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해석해 볼 때 개정 전 의료법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은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을 구분하지도 않았고,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III. 평석 1.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종래의 판례 A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甲이 乙의 B병원에서 진료한 후 乙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판결). 또한 의사가 진단서에 상해일로 기재된 날에는 환자를 진찰한 바 없고 진단서 작성일자에 그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환자가 말하는 상해년월일과 그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향후치료기간을 기재한 진단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단서 등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 등만이 이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판시하며 위 사실관계의 경우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된 의사 자신이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교부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1013판결). 위 판례들은 모두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처방전 등의 발급 주체를 규정한다는 점은 판시하고 있으나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을 직접적으로 문제된 사안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직접 진찰'의 의미와 관련하여 그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에 관해서까지 판단을 내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견해 대립 대상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상 대법원 판결의 원심, 대상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및 반대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는 견해 이는 대상판결의 원심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취한 의견으로써 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채 전화 진찰만을 한 후 처방전을 발급하면 '직접 진찰'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된다는 견해이다. 기존에 보건복지부도 유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진을 실시하고 처방하는 것은 법위반에 해당한다는 같은 견해를 취하였다. 이 견해는 ① '직접'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하므로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하고, ② 전화 진찰은 문진 이외에는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③ 전화 진찰을 할 경우 상대방 확인이 어려워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며, ④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 상호간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좁은 의미의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다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논거로 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면서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을 '직접 진찰한'으로 대체한 것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명백히 금지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자 2010헌바83결정). 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이라는 견해 이는 대상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판결의 반대의견의 입장으로써 전화 진찰 후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①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및, 동조 제2, 3, 4항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직접' 진찰은 '자신이' 진찰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②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동법 제34조 제3항은 '직접 대면 진찰'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3. 검토의견: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 대상판결이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하여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첨단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전화 진찰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다른 진찰이나 검사 등을 생략한 채 간단한 문진만으로 장기간 전문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살빼는 약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심혈관계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므로 처방 및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의사들에게 전화 진찰을 통한 처방전 발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만성질환의 특성상 의사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면서(제33조 제1항),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으며(제34조), 나아가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제24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의료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건강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해서는 충분히 그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물론 대법원이 전화 진찰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대법원은 2013. 4. 26. 선고 2011도 10797 판결에서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돼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전화 또는 다른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는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3. 5. 1. 대통령의 주재 하에 개최된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였는바,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귀추가 주목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2013-05-20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 납부한 자와 기판력
Ⅰ. 문제의 제기 기초질서단속경찰관으로부터 범칙금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기초질서위반자가 그 후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고 하자. 단속당시에는 가벼운 기초질서위반행위로 판단되어 단속경찰관이 범칙금통고처분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반자의 위반행위가 정식기소 조치가 필요한 중대범죄(형사범죄)임이 드러나면 검사는 위반자를 정식기소하게 된다. 이 경우 범칙금 납부자는 경범죄 처벌법과 도로교통법의 '범칙금납부 통고를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 받지 아니한다'(경범죄 처벌법 제7조 제3항,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는 조항을 근거로 면소판결(형소법 제326조 제1호)을 기대한다. 정식기소를 접수한 수소법원이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지(이하 '면소판결설'로 약칭함) 아니면 실체심리를 진행하여 유·무죄판결을 하여야 하는지(이하 '실체판결설'로 약칭함)가 문제된다. 결국 문제는 범칙금 납부에 '기판력 혹은 기판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하급법원과 대법원은 19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면소판결설을 취한 판결과 함께 실체판결설을 취한 판결이 공존하다가 1994년 전원합의체 판결(동일성 판정에 순수한 사실 외에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는 93도2080 전합판결)을 계기로 조금씩 실체판결설로 이동하고 있다. 필자는 2011년 판결(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12249 판결)을 목격하고 이 판결이 대법원의 확정적인 입장인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비슷한 취지의 2012년 판결을 목격하고 이제 대법원의 입장은 실체판결설의 입장으로 굳어진 것(기판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의 '신축적 조절'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이런 입장에서 1986년 판결,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을 분석하여 보자. Ⅱ.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의 사안과 판지 1986년 판결은"경범죄처벌법 제7조 제2항에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위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재판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이므로 이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면소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 기판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박길성, 신호준수의무를 불이행한 사실로 범칙금을 납부한 자에 대하여 신호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을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유죄), 대법원판례해설 70號 (2007 상반기) (2007.12) 694-741]과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12249 판결]은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후소)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986년 판결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을 납부하고, 사후에 형사범죄로 기소된 경우 양자 간의 동일성을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판결이 선고되었다. Ⅲ. 2012년 판결의 사안과 판지 D는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소재 쌍용 사거리 노상에서 '음주소란등'의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같은 날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 5만 원을 납부할 것을 통고(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5호 위반 혐의)받고 다음 날 이를 납부한 사실이 있다. 그 후 D는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484-8 소재 할리스 커피숍 주차장에서, D와 다투던 V가 바닥에 넘어져 '사람 살려라'고 고함을 치자, 이에 격분하여 O(D의 처)가 운영하는 인근의 같은 동 (이하 생략)에서 위험한 물건인 과도(칼날길이 10㎝, 너비 2㎝)를 손에 들고 나와 V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V의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협박"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휴대협박행위) 혐의]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은 실체심리를 진행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D는 항소심판결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 D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 규범적 요소 또한 아울러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 등의 통고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 범칙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는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 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 따라서 범칙행위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849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위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D가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게 된 범칙행위인 음주소란과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는 범행 장소와 일시가 근접하고 모두 D와 V의 시비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중략)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그 행위의 수단 및 태양이 매우 다르고, 각 행위에 따른 피해법익이 전혀 다르며,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고, 나아가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고,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였다. Ⅳ. 분석과 논평 '1986년 판결의 사안'과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의 사안'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완전히 동일한 사안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사안패턴'(fact pattern)이 대단히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6년 판결과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의 결론이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1986년 판결에서는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그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가를 판정하는데 무게중심이 놓여졌었다면(종래의 순수한 기본적 사실동일설)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에서는 그보다는 '기본적 사실 외에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는 측면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도로교통법상의 기초질서위반을 이유로 하는 범칙금 납부에 기판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은 3번에 걸쳐 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1983.7.12. 선고 83도1296 판결; 대법원 2002.11.22. 선고 2001도849 판결; 대법원 2007.4.16. 선고 2006도4322 판결).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이 있어, 분석가들은 "종래의 판례는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는 기판력을 인정하지 아니하지만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는 기판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은 대법원의 입장에 대한 분석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을 계기로 향후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사이의 질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발상은 점차 소멸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은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 을 명시적으로 폐기하지 아니하였다. 또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이 아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즉결심판확정사안'에 대하여도 형사범죄행위에 대한 기판력을 부정할 것인지 여부[대법원 1984.10.10. 선고 83도1790 판결; 대법원 1990.3.9. 선고 89도1046 판결; 대법원 1996. 6. 28. 선고 95도1270 판결]의 문제도 미정으로 남아 있다. 미약하지만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판정하는 기준에 대한 불안정한 법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12-12-27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 토지양도가 미등기자산에 중과세 대상인가
1. 대상판결의 개요(법률신문 10월 8일자 보도) 가. 사실관계 원고는 2001. 6. 25. D공사로부터 부천시 소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금 35억여원에 분양받은 다음, 같은 날 제3자인 매수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다른 재산을 대금 50억 원에 매도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매매'라 한다), 피고는 2007. 6. 4.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미등기전매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대금 50억원을 이 사건 토지와 다른 재산의 기준시가 등으로 안분하여 위 매매대금 중 47억 8000여만원을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양도차액을 산정한 다음, 그 양도차액에 미등기양도자산에 관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금액을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D공사에게 분양계약에 따른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토지와 관련하여 원고가 양도한 자산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이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내지 분양계약상의 지위에서 가지는 권리에 지나지 않아 원고가 양도한 자산이 이 사건 토지 자체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구 소득세법(2001. 12. 31. 법률 제6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 제3항이 규정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인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본 사안의 쟁점 소득세법(논의의 편의상 현행법의 규정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제104조 제1항, 제3항은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서 규정하는 자산을 취득한 자가 그 자산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하는 경우, 즉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이나, 제2호 소정의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중 어느 하나에 취득한 후,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이는 양도대상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할 수 있음에도 등기하지 않고 이전하는 양도행위에 대하여 중과세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당초 등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결국 본 사안과 같이 D공사와 사이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이하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그 토지에 대하여 다시 제3자와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하 '전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로 보아 원고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 지 여부는 원고의 양도행위가 위 요건을 충족하는 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나. 양도대상 자산으로서, '토지'와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구분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에서 '토지'의 양도라고 함은 그 등기를 마친 소유권 뿐만 아니라 매수 후 그 대금의 거의 전부를 지급한 사실상의 소유권의 양도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43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양도대상 자산으로서의 '토지'는 반드시 등기와 같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출 필요는 없고, 취득세 과세객체로서의 '취득'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대금의 완납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사실상 취득을 한 경우에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본 사안과 같이 토지의 매수인이 계약금만을 지급하거나, 계약금과 중도금의 일부를 지급한 정도로는 그 토지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 시점에 매수인이 가지는 권리는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을 취득할 권리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다시 제3자와 1차 매매계약상 목적물을 양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 사건 '토지' 자체를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 양도대상 자산이 등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지 여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는 대상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그 권리 자체가 등기의 대상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그 권리의 취득에 관한 등기가 가능함을 전제로, 등기하지 아니한 채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계약금만을 지급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라도 매매 당사자 간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제3자인 매수인들과 사이에 전매계약을 할 당시 최초 매도인으로부터 토지의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을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그 경우에는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바, 대상판결도 동일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한 경우라도 양도대상 자산이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인지, 아니면 같은 항 제2호 소정의 권리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명백히 판단하고 있지는 않으나,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이 아니므로 이 경우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되는 대상은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소득세법 제104조 제3항 소정의 그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라.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미등기양도자산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 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제3항에서 미등기양도자산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고 한 취지는 자산을 취득한 자가 양도 당시 그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이를 양도함으로써, 양도소득세 등의 각종 조세를 포탈하거나 양도차익만을 노려 잔대금 등의 지급 없이 전매하는 따위의 부동산투기 등을 억제, 방지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고려요소로 이러한 입법취지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 역시 "애당초 그 자산의 취득에 있어서 양도자에게 자산의 미등기양도를 통한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없다고 인정되고, 양도 당시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한 책임을 양도자에게 추궁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 부득이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제104조 제3항 단서, 같은 법 시행령 제168조 제1항 각 호의 경우에 준하여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미등기양도자산에서 제외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두9494판결도 같은 취지임)"라고 판시함으로써, 입법취지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해당되는 지 여부의 판단 기준의 하나로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내용을 근거로, 이를 반대해석하여 토지에 대한 계약금만을 지급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단순히 그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만을 보유한 상태에서 제3자와 전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중과세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과세 대상이 되는 미등기양도자산에서 포함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질적인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취득하여 부동산의 양도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사정이 있거나, 매매 당사자 간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단지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포함된다고 확장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인다. 3. 결론 본 사안의 경우처럼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지급한 상태에서 1차 매매계약 목적물을 제3자에게 전매하는 경우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해당되지 않아 소득세를 중과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결(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439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에 의하면, 미등기양도자산에 대한 소득세 중과세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관련 규정을 사문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반론이 있어 왔으나, 대상판결은 기존 판례의 견해가 타당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부동산 거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을 일반화하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를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어 위 규정을 둔 입법취지를 몰각시킬 소지가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미등기양도자산의 범위를 확대해석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수긍이 가나, 다른 한편으로 조세법규의 엄격해석을 통해 거래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12-11-05
미결수용자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불허 결정에 대한 검토
Ⅰ.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등의 혐의로 2009. 3. 3.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선고 기일인 5월 1일에 불출석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집행에 의해 5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국선변호인은 6월 1일 선정된 후 접견일시를 6월 6일(현충일이자 토요일)로 하여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접견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어 부득이 6월 8일 접견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6월 6일자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91헌마111 결정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접견시간 제한의 의미는 접견에 관한 일체의 시간적 제한이 금지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이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경우, 그 접견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인 때에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제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수용자처우법 제8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수용자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3.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아,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하며, 그 시점을 전후한 변호인 접견의 상황이나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비추어 미결수용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인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시점에는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헌법 제12조 제4항 전단). 변호인조력권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 및 피고인의 권리"(2000헌마138)로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되지 않게끔 보장"(91헌마111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는 진술강요나 고문 등 가혹행위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반면 피의자는 국가형벌권에 대응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추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로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도움은 필요 불가결하다. 2.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에 대한 법률상 제한여부 변호인조력권은 특히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구속된 사람이 '언제'(시기), '어디서나'(장소), '원하는 만큼'(접견시간) 마음대로 변호인과 접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상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수사 또는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에 맞게 신속하게 접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 단지 공휴일이라거나 공무원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공휴일 접견 불허의 근거로 삼은 수용자처우법 조항 해석의 문제점 대상 판결이 수용자처우법 제41조 제4항(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공휴일 접견을 불허하면서 같은 법 제84조 제2항(미결수용자와 변호인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부당하다. 법 문언과 체계상 법 제41조 제4항,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기결수인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임이 분명하지만 무죄추정을 받는 미결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법 제9장에서 '미결수용자의 처우'라는 제하에 제79조부터 제87조까지 9개 조항(미결수용자 처우의 원칙, 참관금지, 분리수용, 사복착용, 이발,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조사 등에서의 특칙, 작업과 교화, 유치장)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제84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에게만 적용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용자처우법은 기결수를 중심으로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같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고유규정은 1장 9개 조항만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법 규정이 기결수에게만 적용되는지 혹은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지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용에 있어 미결수용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기결수와 미결수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특별규정은 그 고유한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 제2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와 법 제84조의 고유의미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법 제41조 제4항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 중심으로 해석하고 법 제84조 제2항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변호인조력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의 문제점 변호인조력권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즉, 최대한 신속하게 또한 자유롭게 '충분히' 변호인과 접견, 상담, 조언 등을 받을 기본권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접견 그 자체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취지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침해여부를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면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부당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불허된 경우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의 신속한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게 되며, 실제 접견불허로 침해된 피해를 회복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현행 교정행정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고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체 불허한다.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처음으로 실시하는 접견이더라도 그 접견 일시가 공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근무시간에 맞춘 위와 같은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교정행정을 정당화한 대상 판결은 헌법 제12조 제4항 체포·구속된사람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기울어진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1헌마111 결정(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기록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안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과 달리 미결수용자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원칙적 실현'보다는 그 '제한'에 무게중심을 두고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와 교정행정'을 '헌법 제12조 제4항'보다 우위에 두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보충의견이 "접견의 시간대를 평일에 비해 단축하거나(예컨대, 오전 중에만 실시하거나, 오후에만 실시하는 방법), 또는 미결수용자가 처음 실시하는 변호인접견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그 이후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과 공휴일이라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12-10-08
공무원의 個人的 賠償責任認定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判決要旨 [1]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2]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가는 그러한 직무상의 의무 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 경우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한다. Ⅱ. 問題의 提起-공론화를 위한 문제제기 공무원 갑이 내부전산망을 통해 을에 대한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실효된 4건의 금고형 이상의 전과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을의 공직선거 후보자용 범죄경력조회 회보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사안에서, 원심(서울고법 2011.4.1. 선고 2010나78588판결)과 대법원은 갑의 중과실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 외에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까지 인정하였다. 불법행위를 한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을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인정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이 출현한 이후에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은 異論의 여지가 없게 되어 버린 양 느껴진다. 그런데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의 기조 그 자체의 문제점은 차치하고서, 그로 인해 행정법에 난맥이 빚어지곤 한다. 가령 公務受託私人을 전적으로 行政主體로만 인식하여, -위법행위를 행한- 한국토지공사에 대해 직접적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2010.1.28. 선고 2007다82950, 82967판결은, 국가배상법이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한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동판결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公務受託私人의 行政主體的 地位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989호, 2011.12.5.), 법원의 이런 태도는 실은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기인한다 하겠다.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이 내려졌을 땐 관련 논의가 매우 치열하였지만, 그 이후엔 그다지 문제제기가 없었다. 향후 국가배상법제의 개혁에서 판례의 태도가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기에, 새롭게 곱씹어 보아야 한다(상론은 졸저, 행정법기본연구, 2009, 159면 이하.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 글을 통해 다시금 공론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더불어 직무의무의 사익보호성과 관련한 접근에서의 문제점도 살펴보고자 한다. Ⅲ. 職務行爲의 私益保護性과 관련한 接近의 문제점 일찍이 손해발생과 관련하여 직무행위(직무상의 의무)의 사익보호성(제3자성)여부를 효시적으로 논증한 대법원 1993.2.12. 선고 91다43466판결('극동호사건')처럼 사익보호성여부는 국가배상책임성립요건에서 손해의 발생 그 자체와 직결된 문제이다(동 판결은 규제권능의 불행사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서 관련 규정의 사익보호성을 모색한 점에 획기적인 의의를 갖지만, 직무상의 의무와 해당 직무행위의 재량성을 구별하지 않고 사안을 전적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차원에서 전개한 논증의 취약점도 있다. 그리하여 김남진 선생님은 재량축소의 관점을 환기시켰다. 김남진, 행정법의 기본문제, 1994, 1045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1994.6.10. 선고 93다30877판결이래로 이를 전적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차원에서 접근하는데, 대상판결 역시 그러하다(한편 배상책임제한적 기능을 갖는 사익보호성 요구에 대해서, 일부에선 -독일과는 달리-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지만, 반사적 이익에 대한 보호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이 요구는 모든 국가책임의 본질적 요소라 하겠다(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S.57). 독일의 경우에도 개인보호인정의 기준에서 국가책임법과 행정소송법은 동일한 기조에 있으며, 유럽연합법 역시 -공익만이 아니라- 원고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는 규범을 위반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상론은 졸고,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와 국가배상책임의 문제, 인권과 정의 제419호, 2011.8., 100이하 참조). 직무행위의 사익보호성여부는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되는가? 독일의 경우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범자(상대방)이론이 있다(대법원 1995.8.22. 선고 94누8129판결을 계기로 우리의 경우에도 불이익처분의 당사자와 관련해선 受範者(相對方)理論이 통용된다고 봄직하다). 이는 부담적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별다른 논증없이 원고적격이 인정되나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의 경우 그리고 제3효행정행위에서 그 제3자의 경우엔 원고적격여부가 탐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책임법에도 그대로 접목될 수 있다. 즉, 직무행위(직무상의 의무)의 사익보호성여부는 직무행위가 제3자와 관련성을 가질 경우와 직무행위가 부작위이나 거부처분으로 나타난 경우에 문제된다. 사안과 같이 직무행위가 그것의 직접 상대방과의 관련성만을 지닐 땐 굳이 직무의무(및 그 근거규정)의 사익보호성을 탐문할 필요가 없다. Ⅳ. 공무원의 個人的 賠償責任認定의 문제점 1. 국가배상책임의 본질과 관련한 문제점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은 기본적으로 현행법상의 공무원개인의 책임은 면해지지 않는 것(헌법 제29조 제1항 단서)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상의 구상조항에 기저에 두었는데, 배상책임의 본질의 문제가 논의핵심이다. 즉, 배상책임의 성질은 공무원 자신의 책임이나 구상에 관한 법상황에 의거하여 가늠할 수 없는 제도의 본질에 해당하기에, 이 문제는 전체의 체계와 그 역사적 연원에 의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國家無責任에 따른 공무원개인책임형은 사상적으론 "왕은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봉건사상에, 이론적으론 적법한 것만을 위임하였다는 소위 委任理論에 바탕을 두었다(이 위임이론은 18세기에 풍미하였는데, 그 당시에도 "정말 터무니없다"고 표현되곤 하였다). 국가배상시스템은 이런 체제가 극복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그리고 국가자기책임설은 기본적으로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문제 삼지 않는다. 비록 국가의 자기책임까진 가진 않더라도 국가의 책임인수를 바탕으로 한 대위책임에 이르렀다면, 가해 공무원의 개인적 책임 문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즉, 대위책임의 인정은 책임인수를 통한 배상책임자의 바꾼 것이어서 그 자체가 가해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추궁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나아가 배상책임을 자기책임으로 보는 것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배상책임자로 처음부터 국가만을 상정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 주관적 책임요소를 탈색시킨 국가자기책임설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선택적 청구권을 인정한 동 판례의 다수견해의 기조를 수긍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배상책임의 성질은 일원적으로 보아야 한다. 배상책임의 성질은 求償에 관한 입법상황에 좌우될 수 없는 본질의 문제이다. 요컨대 동 판례의 다수견해는 국가배상법제를 以前 시대로, 과장하면 위임이론이 주효하였던 國家無責任의 시대로 되돌렸다 하겠다. 더군다나 해당 사건이 군인·군무원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과거 유신헌법의 잔영이 顯現된 사건인 점에서 또 다른 문제인식을 불러일으킨다. 2. 헌법차원의 문제점 현행 국가배상법이 명문으로 공무원의 고의와 과실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현행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은 분명 대위책임적 구조이다(하지만 지금도 일부 주에서 통용되는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은 물론 유럽연합법은 고의와 과실과 같은 주관적 요소를 폐기하였다). 그런데 헌법학의 문헌에선 헌법상의 국가배상책임시스템이 자기책임이라는 입장이 多數이다. 국가배상에서 헌법이 자기책임적 기조를 지향할 경우, 하위법인 국가배상법의 대위책임적 구조는 조화되지 않는다. 이런 괴리는 자칫 국가배상법에 대해 위헌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민법이 -현재에도- 분명 국가무책임에 따른 공무원개인책임을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위의 다른 법률(일종의 특별법으로서)이 대위책임적 구조를 성립시켰고, 그런 수정이 헌법차원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1948.7.17.에 시행된 -지금의 제29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헌헌법 제27조가 마련된 다음, 국가배상법이 1951.9.8. 제정, 1951.9.8.에 시행되었다(일본도 우리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는데, 다만 국가무책임설의 모태인 王政을 기반으로 한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국가배상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민법의 불법행위론이 주효하였다. 국가배상법제의 형성에서 독일과 다른 역사적 경험은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하다. 독일의 경우 그 자체로 대위책임을 표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역사적, 체계적 해석상 대위책임으로 접근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연혁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위책임으로 전개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형을 표방한 것이었다.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을 독일과는 달리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분리시켜 검토할 수 있다. 요컨대 헌법이 無責的 국가배상책임을 분명히 표방하기에,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거하여 가해 공무원의 개인적 책임을 전제로 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을 부정한다든지, 국가가 아닌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든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違憲을 면치 못한다(참고로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은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였다. 동법 제1조 제2항). Ⅴ. 맺으면서-還曆의 전환점에 선 國家賠償法에 대한 拔本的 改革 여기서의 문제제기가 螳螂拒轍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나름의 의미를 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봄으로써 도리어 신고제 자체에 逆風을 가져다 줄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에서 그 반대의견이 미래 변화에 대한 희망의 싹이듯이,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는 소중한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 유럽연합법 그리고 대위책임구조하에서 나름의 진화를 강구하는 독일 판례의 경향과 비교하면, 우리 국가배상법은 民事不法行爲論的 틀 그것도 우리와 다른 일본 민법의 불법행위론에서 비롯된 정말 불필요한 논의에 너무나 오랫동안 강력하게 포획되어 있다. 비단 법원만이 아니라 행정법학 역시 어제의 행정법학이 오늘은 물론 내일도 그대로이어선 아니 된다. 법학적 체계사고에서의 언명은 미래의 향상된 인식과 바탕규준의 불변성의 유보하에 있기에(Schmidt-Aßmann, Das allgemeine Verwaltungsrecht als Ordnungsidee,2.Aufl., 2004, S.1), 행정법도그마틱의 收藏庫에 들어있는 것들에 대해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인생에서 60년 還曆은 과거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타이밍이다. 1951.9.8.에 제정·시행된 국가배상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환력의 전환점에 선 국가배상법에 대해 그것의 拔本的 改革만이 요구된다(필자는 한국행정법학회가 2011.12.9.에 개최한 제1회 행정법분야 연합학술대회에서 기존의 국가배상법제를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였다. 국가배상법개혁을 통한 법치국가원리의 구체화, 발표문 143면 이하).
2012-01-26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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