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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空선하증권의 효력
I.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甲으로부터 甲과 브라질 소재 乙과의 섬유원단 수출거래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의 인수를 요청받고 이를 승낙하여 2000. 1. 4.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나. 甲은 사실상 乙과의 사이에 섬유원단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乙에게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들을 구비한 후 2000. 6. 10. 丙은행에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신청하였고 위 은행은 원고가 발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환어음과 선적서류를 매입함으로써 甲에게 미화 98,430달러를 대출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甲과 해상운송주선계약을 맺고 甲으로부터 원단이 적입되었다는 봉인 컨테이너를 수령한 뒤 2000. 6. 9. 甲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다음의 화물이 실렸다고 들었음(said to contain)”이라고 하는 소위 부지문언이 부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甲으로부터 수령한 컨테이너에는 이 사건 원단이 적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컨테이너가 2000. 6. 9. 산토스(Santos)호에 선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컨테이너는 실제로는 2000. 6. 24. 라 보니타(La Bonita)호에 선적되었다. 라. 한편 丙은행은 위와 같이 매입한 환어음을 추심하고자 하였으나 乙로부터 섬유원단수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송받자 2000. 9. 23. 신용보증서에 기해 원고에게 위 미화 98,430달러의 상환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丙은행에 위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뒤 동 은행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소송의 경과 및 대법원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에 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경우에 부지문언을 부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는 외에 추가로, 선하증권 상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이 실제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과 달라 피고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허위의 선하증권이라고 하더라도 乙이 환어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乙과 甲과의 사이에 계약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허위 선하증권 발행과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丙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품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도 더 심리겿풔洑臼㈍?할 것인데도 이 점에 관하여 심리겿풔洑舊?아니한 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실과 다른 선적일과 선박명의 기재는 丙은행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1991년 개정 전의 우리 舊상법은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화물상환증의 문언증권성에 관한 상법 제131조를 준용하고 있었다(舊상법 제820조). 이러한 舊상법하에서의 空선하증권의 효력과 관련하여 空화물상환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요인증권성설), 문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문언증권성설), 그리고 절충설의 대립이 있었으며 판례는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공선하증권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 9. 14. 80다1325판결). 그런데 1991년 해상법을 개정하면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상법 제131조의 준용규정을 폐지하고 헤이그 비스비 규칙의 내용을 수용하여 제814조의 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현행 상법하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이 舊상법 시대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현행 상법하에서 空선하증권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다. 2. 현행 상법의 해석론 가. 선하증권 기재의 추정적 효력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제8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그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추정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운송물의 외관 상태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없는 운송물의 품질이나 밀봉된 컨테이너 내부의 운송물의 상세에 관하여는 추정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에 운송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 선하증권 기재의 확정적 효력 한편 현행 상법 제814조의 2 단서는 “그러나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 반대의 증거를 들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을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가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통설은 현행 상법이 舊상법에 비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소수설 있음). 이러한 통설에 의할 때 空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운송인은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空선하증권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현행 상법상 운송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선의의 소지인 측에서 선하증권의 기재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경우 선의의 소지인은 空선하증권임을 들어 동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인에게 空선하증권을 발행한 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지인은 운송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상법상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채무불이행 책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소지인으로서는 구태여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실익이 없다할 것이다. 3. 대법원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空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舊상법 시대에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과 동일한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선하증권의 추정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일응 空선하증권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운송인이 운송물이 수령 또는 선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못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 비록 선하증권으로서의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의의 제3자가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 사건에서 空선하증권의 소지인의 권리를 대위하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연히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空선하증권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의 입장을 반영하여 空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이나 선의의 제3자 측에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 뒤 이 사건에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空선하증권이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더구나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설시하는 판시내용이 舊상법 시대의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치 대법원이 현행 상법하에서도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할 여지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IV. 맺음말 현행 상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따라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규정을 개정하였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인은 空선하증권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의 해석으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효력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舊상법 시대의 학설 대립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시대의 대법원 판례도 현행 상법 하에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현행 상법의 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며 空선하증권이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마치 대법원이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814조의 2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空선하증권은 유효이나 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 측에서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2007. 4.)에 실린 필자의 “공선하증권의 효력”이라는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임.
2007-07-09
공서양속에 반하는 이자약정에서 임의로 지급된 초과 이자의 반환청구
[판결취지] 금전소비대차계약과 함께 이자의 약정을 하는 경우, 양쪽 당사자 사이의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그 이율이 당시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서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졌다면, 그와 같이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 약정은 대주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인 부분의 이자 약정을 원인으로 차주가 대주에게 임의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통상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재산 급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이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된다고 해석되므로(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12947 판결 등 참조), 대주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하여 지급받은 것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대주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대주의 불법성이 차주의 불법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어서 차주는 그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평 석] 1. 금전소비대차에서 행하여진 이자약정이 공서양속에 위반하는 것을 이유로 일부무효인 경우에는 차주가 그 무효부분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하였어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번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찬성한다. 필자는 1998년 초에 폐기되기까지 시행되던 이자제한법(이하 「종전의 이자제한법」이라고 한다) 아래에서도 임의로 지급된 제한 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차주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그와 입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필자는 다수판결과 같이 굳이 불법원인급여에서의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을 적용하여 그 결론을 정당화할 필요는 없고, 이 사건과 같은 경우는 민법 제746조 단서에서 명문으로 정하는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는 결론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채무자가 그 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임의로 채권자에게 지급한 경우에, 채무자는 이를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하여 판례가 일관하여 이를 부인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음은 소수의견에서 밝히는 대로이다. 나아가 大判 62.4.26, 4294민상1542(集 10-2, 248)이 채무자가 채권자와 합의하여 제한초과의 이자채권을 상계한 경우에도 그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당시의 다수설은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하여 판례의 태도에 찬성하였다. 이 입장에서는 나아가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하면 오히려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고 하거나, 또는 일단 임의로 지급한 이자를 나중에 반환청구하는 것은 선행행태에 모순되는 것으로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기도 하였다. 3. 판례가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위와 같은 태도를 취한 것에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추측된다. 일본의 舊 利息制限法(1877년 제정)은 그 제한에 위반하는 약정의 효력에 대하여 “재판상 무효인 것으로 하고 각 그 제한까지 삭감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제2조). 여기서 ‘재판상 무효’의 의미에 대하여는 논의가 있었으나, 판례는 초과이자의 지급은 소구할 수 없으나 임의로 지급한 것의 반환도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이자제한법이 제정되기 전에 시행되던 利息制限令(1911년 制令 제13호)은 제한 위반의 이자약정은 「무효」라고만 규정하였음에도, 日政時代 이래 판례는 그 적용에 있어서 위의 일본판례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고, 이는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도 견지되었다. 그 후 일본에서는 1954년에 ‘이식제한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제한초과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었다(제1조 제2항). 그런데 그 후 일본의 最裁判(大法廷) 1964.11.18(民集 18, 1868)은 위 규정은 반환청구에만 적용이 있으며 제한초과이자는 원본에 충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最裁判(大法廷) 1968.11.13(民集 22, 2526)은 위와 같이 초과지급부분을 원본에 충당하여 가서 결국 원본이 완제된 후에는 이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이유는 위의 규정은 원본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원본채권이 없어지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위 규정은 “판례입법이라고 할 일련의 판결에 의하여 사실상 개정된 것에 가깝게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林良平 등, 債權總論, 제3판(1996), 56면). 4. 생각해 보면, 불법원인급여는 급부가 범죄를 조장한다든가 도덕관념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또는 그러한 행위의 지속)를 유인하는 등으로 급여의 원인에 윤리적인 비난을 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지급하여서라도 금융을 얻으려 하였던 차주가 그 약정대로 이자를 지급한 것에 윤리적인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러니 그의 이자지급에 무슨 「불법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의 판례에 반대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제한초과의 이자가 임의로 지급되더라도 “그 불법원인은 이자수령자에게만 있을 뿐”이라고 하여(민법 제746조 단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한 것은 단순한 비채변제로서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한다고 해서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오늘날의 사정 아래서는 입증되지 아니한 가설에 그친다. 오히려 채무자를 과도한 이자의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종전의 이자제한법의 입법취지는 제한초과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도 그에게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관철되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는 同法의 보호를 받고, 오히려 이자를 약정대로 지급한 채무자는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는 이 경우 채무자의 초과이자지급이 단순한 비채변제라고 해도 채무자는 그 지급의무가 없음을 알면서 이를 지급하였으므로 그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민법 제742조 참조). 그러나 비채변제의 반환청구가 배제되려면, 변제자가 지급 시에 채무의 부존재를 확정적·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고, 단지 채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그것을 인식하였어야 했다는 과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설령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해도 채무자가 변제해야 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으면 반환청구는 배제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데, 그 합리적 사정이란 통상 전형적인 힘의 불균형이 있으면 긍정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상에 대하여는 民法注解[XVIII], 39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5.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어 이자 제한의 강행규정이 없어진 이상 이제 과도한 이자에 대한 규율은 민법 제103조의 문제가 되었다. 물론 민법 제104조의 적용도 고려될 수 있으나, 그 주관적 요건을 주장·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통상 민법 제103조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예를 보면, 원래 이자제한법이 없는 한편 우리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그 민법 제138조 제1항, 제2항으로 두고 있어서 우리의 법상태에 가장 가깝다고 할 독일의 경우에도, 과도한 이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라고 한다(우선 Palandt, BGB, § 138 Rn.25(65.Aufl., 2006, S.129) 참조).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러한 과도한 이자를 이유로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이른바 폭리적 소비대차 Wucherdarlehen 또는 과도한 이자약정 uberhohte Verzinsung)에는 이번의 대법원판결이 과도한 이자약정부분만을 무효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자약정을 포함하여 소비대차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주가 바로 원본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고 借主는 약정기한까지 원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러한 민법 제138조 제1항의 적용으로 의도하는 차주의 보호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貸主는 그에 대하여 아무런 이자도 청구하지 못하며, 이는 이자약정(이 역시 무효인 것이다)에 기하여서는 물론이고 부당이득을 이유로 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대주가 이제 과도이율이 아니라 통상적 이율에 의하여 산정한 원본 사용료 상당의 금전의 지급청구를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음을 승인하는 것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법의 구조를 거부하는 불법원인급여제도의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판례(BGH NJW 1989, S.3217 등)의 태도이고 학설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견해이다(우선 Larenz/Canaris, Lehrbuch des Schuldrechts, Bd.II/2, 13. Aufl.(1994), § 68 III 3 c (S.163f.) 참조). 그리고 독일에서는 위와 같이 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인 소비대차에서 차주가 이미 지급한 이자는 당연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우선 Palandt, 전게서, § 817 Rn.10(S.1212), Rn.21(S.1213)를 보라). 위와 같은 폭리적 소비대차는 이자를 지급하였고 이제 그 반환을 구하는 차주의 입장에서는 애초 독일민법 제817조 제2문에서 정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異論이 없다. 독일민법 제817조는 그 제1문에서 “급부의 목적이 수령자가 그 급부를 수령함으로써 법률상의 금지 또는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게 되는 것인 때에는 급부수령자는 반환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이어서 제2문은 “급부자도 역시 이러한 위반을 범하게 되는 때에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제812조 제2문이야말로 불법원인급여로 인한 반환청구 배제를 정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 제746조에 해당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규정에서 원칙/예외의 구성은 우리 민법 제746조와는 반대이다). 그런데 폭리적 소비대차의 경우에 借主는 동 제1문에서 정하는 바의 위반을 범한 것이 아니므로, 위 제2문의 ‘역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Larenz/Canaris, 전게서, 동소 참조). 6. 우리의 경우에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되 과도한 이자약정에 대하여 과도한 부분에 한한 무효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 법원의 일부무효법리 운용의 실태에 비추어, 또한 이자제한에 관한 법적 규율의 역사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태도이다. 그런데 그 경우에 그 무효인 부분에 해당하는 이자가 이미 지급되었으면 借主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함은 이자제한법이 있거나 없거나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독일의 예에 의해서도 뒷받침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수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이 차주에게도 「불법의 원인」이 있는데 그 불법성의 정도가 貸主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물론 그러한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은 이번 판결이 말하는 대로 大判 93.12.10, 93다12947(集 41-3, 319)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래 大判 97.10.24, 95다49530(공보 하, 3570)(사기도박의 피해자가 도박채무의 변제로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양도한 사안); 大判 99.9.17, 98도2036(공보 하, 2267)(포주가 보관 중인 윤락녀의 화대를 임의소비하여 횡령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청구할 수 없으므로 포주가 애초부터 그 금전의 소유자라고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다) 등에서 적용되어, 불법원인급여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필자도 그 자체에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된 폭리적 이자약정의 경우에는 독일에서와 같이 그 불법성이 폭리를 취하는 측에게만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7. 한편 국회는 2007년 3월 6일에 이자제한법을 통과시켜 약 9년만에 이자에 대한 일반적 규제를 부활시켰다. 그 중에는 “채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 금액은 원본에 충당되고, 원본이 소멸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제2조 제4항).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나, 그 시행 전에 성립한 대차관계도 그 시행일 후부터는 이 법에 따라야 한다(부칙 제1항, 제2항). 그러므로 실제 사건에서 위의 새로운 이자제한법 규정에 의한 원본충당이 아니라 이 대법원판결이 밝힌 반환청구 허용의 법리가 적용되는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대법원판결은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과 일반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서양속의 위반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는 暴利型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 그러한 유형에서는 비록 민법 제104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민법 제103조의 적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보다 일반화하면, 이러한 폭리형 법률행위로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는 자신이 행한 급부를 부당이득을 이유로 폭리자에 대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으며, 불법원인급여는 그 청구를 배제할 사유가 못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법 제104조가 직접 적용되는 경우에도 타당함은 물론이다.
2007-04-02
실효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에 관한 소고
Ⅰ. 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그 효과가 소멸되었으나, 부령인 시행규칙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의 형식으로 정한 처분기준에서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가중사유나 전제요건으로 삼아 장래의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의 가중사유나 전제요건에 관한 규정이 법령이 아니라 규칙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칙이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상 그 법적 성질이 대외적·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관할 행정청이나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들이 그 규칙에 정해진 바에 따라 행정작용을 할 것이 당연히 예견되고, 그 결과 행정작용의 상대방인 국민으로서는 그 규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러한 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선행처분을 받은 상대방이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므로, 상대방에게는 선행처분의 취소소송을 통하여 그 불이익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나중에 후행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선행처분의 사실관계나 위법 등을 다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후행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선행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한 쟁송방법을 막는 것은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해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정청으로서는 선행처분이 적법함을 전제로 후행처분을 할 것이 당연히 예견되므로, 이러한 선행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을 선행처분 자체에 대한 소송에서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그 소송을 통하여 선행처분의 사실관계 및 위법 여부가 조속히 확정됨으로써 이와 관련된 장래의 행정작용의 적법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상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취지와 행정처분으로 인한 권익침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려는 행정소송법의 목적 등에 비추어 행정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국민의 권익이 실제로 침해되고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권익침해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구제하는 소송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고려하면, 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선행처분을 가중사유 또는 전제요건으로 하는 후행처분을 받을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선행처분을 받은 상대방은 비록 그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취소소송을 통하여 그러한 불이익을 제거할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별개의견] 다수의견이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는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부령인 제재적 처분기준의 법규성을 인정하는 이론적 기초 위에서 그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는 더욱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재적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인 시행규칙은 헌법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임명령에 해당하고, 그 내용도 실질적으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단순히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Ⅱ. 처음에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을 대상으로 한 拙稿(‘根據規定의 性質과 處分性여부의 相關關係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2005.7.4. 제3375호)에서, “…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고 지적하였다. 그 예상이 대상판결을 통해서 실현되었다. 찬동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대상판결에 관해선, 이미 지난 10월20일에 한국행정판례연구회에서 논의되었지만(발표자: 김해룡 교수, 석호철 부장판사), 이하에선 쟁점의 공론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기왕에 논의되지 않은 것을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制裁處分의 基準’의 法的 性質의 問題 대상판결은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유리시켜 법률상 (불)이익의 존부를 논증한다. 과거 대법원 1995.10.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판결이 근거규정의 성질(비법규성)에 연계하여 후자의 물음(법률상의 이익의 부정)에 접근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비록 ‘제재처분의 기준’에 대해선 종전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종전의 틀에서 벗어났다. 이는 대법원 1995.10.17. 선고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에서 대법관 13인 가운데 6인이 취한 반대의견으로 회귀한 것이다. 나아가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유리시켜 처분성을 처음 논증한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기조가 대상판결로 굳어졌다. 그런데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이 보여주듯이, (동기준에 의거하여 정해진 당초처분의 내용이 후행처분에 대해 법률상 불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이런 식의 논증에는 법률유보원칙과 결부된 후속적 물음이 뒤따른다. 모법(구 환경영향평가법)상의 불이익처분규정이 존재하고, 동기준의 내용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당초처분의 직접적 근거규정인 셈인 동기준의 법적 성질은 법률유보원칙에서 검토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동기준의 법규성을 부인하면, 그에 의거한 처분은 설령 모법상의 규정내용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이다. 왜냐하면 법률상 요구되는 재량행사를 전혀 하지 않은 셈(裁量懈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하자는 법원이 동기준을 행정규칙으로 삼아 위법판단의 참고잣대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법원으로선, 동기준에 의거하여 가늠된 처분 전체를 위법으로 돌리느냐 아니면, 동기준을 법규명령으로 보아 규범통제의 여지를 둘 것인지 선택에 놓인다. 따라서 근거규정의 성질과 유리시켜 처분성을 논증한 결과가, 다름 아닌 처분근거규정의 법규성인정에로의 귀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논증을 버리지 않는 한, 이는 非可逆的 結果이다. 한편 이상의 논증과 별도로 부령형식(시행규칙)인 ‘제재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을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분의 문제로 검토하고자 한다. 법규명령에 요구되는 형식적 기준(법규명령을 위한 전형적인 요건: 수권근거, 형식요청, 공표)은 (법규명령의) 적법성요건에 해당하지, 법적 성질을 가늠하는 징표가 될 수 없다. 물론 이런 형식적 요건이 존재하면, 사실상 법규명령으로 인정할 수 있으되, 다만 여전히 그 인정은 조건적일 따름이고 증빙적 가치만을 지닐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것이 경시되어선 아니 된다. 궁극적으로 독일의 통설과 마찬가지로 실질적 기준에 의거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해당 규정의 수범자, 내용, 법효과가 가늠자가 되긴 하나, 가령 실질적 규율내용은 법규명령으로도 행정규칙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수범자 및 의도된 법효과가 더 손쉬운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의 관점을 차별적, 형량적으로 동원하여 법적 성질을 규명하여야 한다(vgl. Maurer, Allg.VerwR, 2004, 쪮24 Rn. 37ff.). 생각건대 여기서의 ‘제재처분의 기준’의 수범자가 전적으로 행정청(공무원)인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동기준제정의 근거점이 법률상의 규정인 이상, 동기준의 수범자의 범주에는 당연히 국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안에 따른 가중처분을 예정하고 있는 점에서, 동기준이 과연 행정내부사(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한지도 의문이다. 요컨대 별개의견과 같이, 동기준은 내용적으로도 전적으로 법규이다. 한편 동기준의 법규성을 인정할 때 제기되는 문제가, 동기준이 재량규정으로서의 수권규정의 본질을 훼손할 때에도 법원이 전적으로 그것에 구속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그것의 법규성(재판규범성) 인정과는 별도로 그것에 대한 규범통제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개별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개별적 재량행사가 원칙이다. 법규성에 의거한 엄격한 他者拘束인 동기준은, 비구속의 가능성을 지닌 自己拘束으로서의 재량준칙(행정규칙)보다 더 강하게 재량행사를 제한한다. 따라서 그것의 내용이 획일적 기준과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으로 재량수권규정의 참뜻(재량의 본질)을 저해한다면, 하위법이 상위법을 수정한 셈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이 점은 석호철 부장판사 역시 지적하였다). 돌이켜 보면, 형식상 훈령인 처분요령에 대한 대법원 1983.9.13. 선고 82누301 판결을, 존재형식의 변경을 무시하고 그대로 따른 대법원 1984.2.28. 선고 83누551 판결이 그간의 난맥의 근원이다. 하루바삐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Ⅳ. 取消訴訟의 權利保護의 必要의 問題 행정소송법 제12조의 2문과 관련해서, 그것의 기본성격, 그것 상의 ‘법률상 이익’의 이해, 그것 상의 소송의 성격의 해석을 두고서, 입법론과 해석론의 관점이 중첩되어 논의가 분분하다. 1문과 마찬가지로 원고적격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입장에 대해서, 다수문헌은 權利保護의 必要(狹義의 訴利益)의 문제로 접근한다. 2문상의 ‘법률상 이익’과 1문상의 그것을 동일하게 볼 것인지, 달리 보아 전자를 후자에 비해 확대해석할 것인지 논란이 된다. 그리고 이 소송을 취소소송에서 바라볼 것인지, 독일에서의 계속확인소송에서 바라볼 것인지도 논란이 된다. 그런데 사안을 비롯한,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상황이 제소 전에 처분이 소멸한 경우이다. 한편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4문상의 (진정한)계속확인소송은,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행정행위가 소멸한 경우에 신청에 기하여 소멸한 행정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당초의 취소소송을 계속한다는 의미에서 계속적이다. 그것의 본질을 두고서, 취소소송의 하위 경우로 ‘절단된 취소소송’, ‘단축된 취소소송’ 등으로 파악하는 것이 지배적이지만, 특별한 확인소송이나 일반확인소송으로 보기도 한다(논의현황은 vgl. Kopp/Schenke, VwGO Kommentar, 2000, 쪮113 Rn. 97). 한편 소 제기전에 행정행위가 소멸한 경우에, 그것의 위법성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명문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법 제19조 제4항상의 권리구제방도의 보장에 의거하여 당연히 인정되었고, 그 방법, 즉 그것의 성질이 문제되었다. 종래 독일에선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1967년의 ‘Schwabinger Krawallen’에 관한 판결(BVerwGE 26, 161(165ff.)을 계기로, 이른바 ‘부진정 계속확인소송’으로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4문이 유추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로 간주되었다. 그리하여 그들 취소소송에 요구되는 행정심판의 전치와 제소기간의 구속과 관련하여, 통설과 판례상 행정심판의 전치가 요구되지 않으면서, 제소기간의 구속은 요구되었다(이런 현황은vgl. Rozek, JuS 2000, S.1162. Fn. 3.4). 그러나 1999년의 연방행정법원의 판결(BVerwGE 109, 203)이 해당 소송을 계속확인소송으로 유추적용하는 것을 의문스럽게 여겼을 뿐만 아니라, 제소기간의 구속을 부인하였다. 이에 따라 이런 변화를 저평가하는 입장도 있지만(Schenke, NVwZ 2000, 1256ff.), 해당소송은 (특별한) 확인소송에 해당하게 되었다(상세는 vgl. Fechner, NVwZ 2000, S.121ff.). 이상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실효된 행정행위를 소송대상으로 삼는 행정소송법 제12조 2문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제공한다. 2문은 1문상의 원고적격의 被侵的 構造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독일과는 달리 권리보호필요에 관한 특별한 고려를 명문화하였다. 실효한(不在인) 행정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어울리진 않지만, -체계적 정당성의 물음과는 별도로- 법문상 실효한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은 취소소송에 해당한다. 그 본질 내지 특이함은,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를 위해 과거의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여기서의 취소를 위법성의 확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표현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이 위법성확인에 그치면, 국가배상절차의 준비로선 문제가 없지만, 후행가중처분의 가능성을 막을 순 없다. 따라서 독일과는 달리 집행정지원칙이 도입되지 않은 이상, 후행처분의 근거를 없애기 위해선, 당초행위를 취소하여야 한다. 보통의 語義와는 달리, 여기서의 취소는 실효하기 전의 법상황을 대상으로 한다(소급적 취소, 취소의 시간적 이동). 2문상의 ‘법률상 이익’ 역시 1문상의 그것과 동일하여야 한다. 여기서의 취소소송이 자칫 후행처분에 대한 예방적 소송으로 변환되지 않도록, 또한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표현에 비추어, 2문상의 ‘법률상 이익’은 당연히 처분으로 인해 침해받은 권리를 뜻한다. 계속확인소송상의 확인이익(정당한 이익)을 그것에 대입하는 것은 再考되어야 한다(vgl. Hufen, VwProzR, 2003, 쪮18 Rn. 82). 소급적 취소에서의 관건은, 이미 실효한 것을 다툴 수 있게 하는, 권리보호필요적 모멘트인데, 이는 ‘소멸된 뒤에도’ 표현이 함축한다. 권리보호필요를 가늠하는 데, 독일 계속확인소송상의 확인이익의 판단기준(반복위험, 명예회복이익, 국가배상절차 등의 준비, 지속적인 사실상의 기본권제한 등)이 주효하게 된다. 대상사안과 같이 후행가중처분이 문제되는 경우엔, 지속적인 사실상의 기본권제한이라는 측면에서 권리보호필요가 당연히 인정된다. 다만 권리보호필요성에 관한 법원의 전향적 입장으로, 자칫 그것과 대립된 가치-법적 안정성, 남소의 우려 등-가 과도하게 압도될 우려가 있기에, 균형추기능을 하는 집행정치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6-11-20
이른바 처분적 시행규칙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우리나라 제지 생산·판매업체인 동아제지(주) 등은 2002. 9. 30. 무역위원회에 대하여 인도네시아 및 중국으로부터 정보용지 및 백상지가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되어 국내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관세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위 물품에 대한 덤핑방지관세부과에 필요한 조사를 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다. 무역위원회는 2002. 11. 14. 조사대상물품을 인도네시아·중국산 정보용지 및 백상지로서 일정한 것과 조사대상공급자로서 일정한 업체(원고)로 하여 덤핑사실과 실질적인 피해 등의 사실에 관한 조사개시결정을 하였다. 무역위원회는 이 사건 덤핑 및 산업피해 조사와 관련하여 조사신청회사들과 원고들 사이에 쟁점이 되었던 문제에 관하여, 원고인 인도네시아 4개 업체에 대한 조사를 한 다음에, 2003. 9. 24. 조상대상물품의 덤핑수입으로 인하여 동종 물품을 생산하는 국내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고 판정하고, 이에 따라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하여 원고들이 공급하는 물품에 대하여 각 8.22%, 에이프릴이 공급하는 물품에 대하여 2.80%, 중국 4개 업체가 공급하는 물품에 대하여 5.50% 내지 8.99%의 덤핑방지관세를 향후 3년간 부과할 것을 피고(재정경제부장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였다. 피고(재정경제부장관)는 위 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여 2003. 11. 7. 원고들이 공급하는 물품에 대하여 2003. 11. 7.부터 2006. 11. 6.까지 8.22%의 덤핑방지관세율을 부과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재정경제부령 제330호 ‘관세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한 인도네시아·중국산 정보용지 및 백상지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관한 규칙’(이하 위 규칙 중 원고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을 제정·공포하고 같은 날 관보에 게재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주위적으론 피고가 2003. 11. 7. 제정·시행한 ‘관세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한 인도네시아·중국산 정보용지 및 백상지에 대한 덤핑방지관세부과에 관한 규칙’ 중 원고들에 해당하는 관련 규정 부분의 무효확인을 구하였고, 예비적으론 피고가 2003. 11. 7. 제정·시행한 ‘관세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한 인도네시아·중국산 정보용지 및 백상지에 대한 덤핑방지관세부과에 관한 규칙’ 중 원고들에 해당하는 관련 규정 부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Ⅱ. 被告의 본안전 항변에서의 주장 이 사건 규칙은 일반적·추상적인 법령으로 규칙 시행만으로는 원고들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고, 가사 이 사건 규칙이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규칙의 무효 확인보다는 위 규칙에 따라 수출물품에 대하여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이를 다투는 것이 더 발본색원적인 수단이므로 이 사건 소가 분쟁해결을 위한 직접적이고도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어 그 확인의 이익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Ⅲ. 對象判決의 (處分性與否의 물음과 관련한) 要旨 이 사건 규칙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행정입법이나 조례가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도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는 경우 그 조례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누8003 판결 참조), 관세법 제53조 제1항은 재정경제부장관은 덤핑방지관세의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가 종결되기 전이라도 그 물품과 공급자 또는 공급국 및 기간을 정하여 잠정적으로 추계된 덤핑차액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잠정덤핑방지관세를 추가하여 부과할 것을 명하거나 담보의 제공을 명하는 조치(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관세법 제54조 제1항, 제2항은 당해 물품의 수출자 또는 재정경제부장관은 덤핑으로 인한 피해가 제거될 정도의 가격수정이나 덤핑수출의 중지에 관한 약속을 제의할 수 있고, 위 약속이 수락된 경우 재정경제부장관은 잠정조치 또는 덤핑방지관세의 부과 없이 조사가 중지 또는 종결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관세법은 조사대상공급자에게 덤핑방지관세의 부과 절차상 잠정조치의 대상 또는 협상 상대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점 및 관세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관세율표에 의한 기본세율 및 잠정세율과는 달리 덤핑방지관세는 덤핑으로 인하여 국내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물품과 공급자 또는 공급국을 지정하여 당해 물품에 대하여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물품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규칙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규칙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위 규칙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향후 조사대상물품을 수입하는 수입자들에게 부과될 관세부과처분과 관련된 모든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소는 분쟁해결을 위한 직접적이고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Ⅳ. 對象判決의 問題點 대상판결은 자신의 논증의 출발점을 이른바 ‘두밀분교통폐합조례사건’에 두고 있다. 동 사건에 관한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누8003 판결은 이제까지 의례적 논의에 머물렀던 이른바 ‘처분적’ 명령(조례)의 존재를 처음으로 시인하였다(한편 곧바로 처분성이 인정되는 양 誤解를 낳는 ‘처분적’ 명령(조례)이란 용어는 하루바삐 시정되어야 한다. 日人學者(山田 晟)의 ‘ドイツ法律用語辭典’(1984)에서도 ‘Mabnahmegesetz’을 措置法으로 바르게 옮겨 놓고 있다(p.251)). 종래 광범위하게 행해졌던 법규헌법소원심판이 적어도 조례의 경우에는 보충성의 원칙으로 인해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되었다. 법원으로선 법규헌법소원심판에 대해서 처분성확대를 통해 크로스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그 후 대법원 2003. 10. 9. 자 2003무23 결정에서 특정 ‘고시’(항정신병 치료제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당해 결정에 대한 동지적 평석으로는 박해식, 고시의 처분성과 제약회사의 당사자적격, 대법원판례해설 제47호, 2003. 하반기, 642면 이하 참조). 이제 대상판결을 통해서 법규명령의 전형인 시행규칙까지도 처분성의 인정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95누8003 판결이후 10년 만에 ‘조치적(처분적)’ 명령이 행정작용형식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를 두고서 결과적으로 법규에 대한 헌법재판의 가능성을 축소하긴 했지만, 법원이 전향적으로 처분성확대를 도모하였다고 호평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행의 공법질서 특히 규범체계로선 심각한 난맥상에 처하게 되었다. 입법자가 선택한 규범으로서의 법적 성격이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 부인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종래 법형식의 선택이 법적으로 특히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어떤 법적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법형식과 그 실질이 불일치할 때 무엇이 최종적인 가늠자가 되는지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殆無하였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점을 중심으로 전개하고자 한다(95누7994·95누8003판결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措置的 命令 내지 個別事件規律的 命令에 대한 權利保護에 관한 小考’, 법조, 2002.11. 90면 이하; 김남진 교수 역시 법규명령이나 조례가 ‘처분’의 성질을 갖는다 하더라도, ‘규범통제’라는 正道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역설한다. 동인,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22면 주15)). Ⅴ. 권리구제방도를 嚮導하는 行政作用形式 행정작용형식의 체계는 이론적으로 다양한 착안점에서 전개할 수 있다. 공통된 적법성요건, 공통된 법효과와 공통된 하자효과가 독립된 작용형식을 성립케 하는 유형화징표이다. 본시 연계된 효과(Wirkungen)와 법적 결과(Rechtsfolgen)에 의해서 鑄造된 작용형식이 문제되었기에, 작용형식은 본래 하자유형체계에서 비롯되었다. 공법에선 오래 전부터 현행 법질서와의 모든 相違를 ‘법하자’(Rechtsfehler) 즉, ‘위법’(Rechtswidrigkeit)으로 여겼다. 하자결과(Fehlerfolgen)의 개념이란, 절차법이나 실체법에 반하는 국가행위의 법적 운명에 관한 물음 즉, 법하자에 대한 제재수단에 관해서 추상적으로 만들어진 집합명사이다. 요컨대 현행의 권리보호체제하에서 하자결과(효과)에는 무효, 消效可能性(취소가능성, 폐지가능성), 무결과(Folgenlosigkeit, 대단치 않음, 유효) 뿐만 아니라, 원상회복청구권(부작위청구권도 포함하여)과 (원상회복불가능시엔) 손실보상청구권도 포함된다. 그리하여 하자결과의 관점에서 행정의 작용형식체계는 행정행위, 법률하위적 규범, 공법계약, 그리고 사실행위의 네 가지 유형으로 완성된다(상세는 졸고, 行政의 作用形式의 體系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30집 제4호, 2002.6., 297면 이하 참조). 그에 따른 권리구제방도와 관련해서 행정행위, 법률하위적 법규범에 대해선 각기 항고소송, 규범통제가, 공법계약과 사실행위에 대해선 당사자소송(독일의 경우엔 일반이행소송)이 강구된다(이를테면 법형식과 권리구제방도의 牽聯關係). 요컨대 입법자는 그가 택한 法形式을 통해서 司法的 권리보호의 방법을 정한 셈이 된다(Mutius, Rechtsnorm und Verwaltungsakt, in: FS fur H.J. Wolff z.75. Geburtstag, 1973, S.181). Ⅵ. 行政作用形式의 가늠잣대-形式인가 實質인가 ? 작용형식을 정한다 함은, 해당 행정작용을 지배하고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리는 법제도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법형식과 실질(실체)이 交錯할 때 무엇이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가? ‘두밀분교통폐합조례’와 이른바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판례는 기본적으로 실질에 절대적 비중을 둔다. 독일의 경우에, 이 문제는 우리나 일본에서와는 다른 의미에서, 형식적 행정행위냐 아니면 실질적 행정행위냐를 둘러 싼 논의가 전개되었다. 독일의 과거 지배적 입장은 실질을 규준으로 삼았지만, 오늘날의 지배적 입장은 형식을 규준으로 삼는다. 그리하여 행정행위와 같은 ‘個別事件的 規律’이 법률, 법규명령, 조례의 형식으로 발해진 경우에 내용적으론 행정행위에 해당할 순 있겠지만, 결코 형식적으로는 행정행위가 아니며, 따라서 행정행위처럼 쟁송취소의 대상은 될 수가 없고, 규범통제의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만약 법규명령으로 발해야 할 것을 잘못하여 법규명령 대신에 행정행위로 발하였다면, (위법한 행정행위로서) 그것의 쟁송취소가 허용되고 이유있게 된다고 한다. 즉, 행정행위와 명령의 구분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문제의 규율의 외부적 형식에 좌우되어야 하되, 다만 그 형식이 다의적이거나-형식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하여-권리보호를 제한하기 위한 명백한 형식남용이 있는 경우에만 규율의 실질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된다. Ⅶ. 맺으면서-處分性認定의 限界 일찍이 95누8003 판결이 취한 처분성인정의 공식-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성격-자체가 문제점을 내포한다. 법효과란 궁극적으로 법규범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과거보다 도드라진 법(권리)인식으로 인하여 결과를 선취한 것은 아닌지 저어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시행규칙이 관세법 제51조에 의한 위임규정인 점에서, 대상판결이 처분성논증에서 제시한 법효과가 과연 동 시행규칙으로부터 구체적 직접적으로 발생하는지 의문스럽다. 결과를 선취하여 이를 법적 성격에 바로 직결시키는 판례의 경향은, 개별공시지가결정, 관리처분계획, 도시계획변경입안제안의 거부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이런 기조에 벗어나서 환지계획의 처분성을 정당하게 부정하기도 하였다. 입법, 판례, 법학계, 행정실무, 어느 누구도 행정법도그마틱의 造形에 관해서 독점을 누리지 못하고 나름대로 각기 분화되어 무엇이 행정법인지를 공동으로 결정한다(Bachof, VVDStRL 30(1972), S.224f.). 사실 행정법의 작용형식의 유지, 체계화, 적응화 그리고 창설은 전통적으로 판례와 행정법학이 담당한 소임이나, 이는 입법자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경우에만 자명하게 통용된다(Ossenbuhl, Eine Fehlerlehre fur untergesetzliche Normen, NJW 1986, S.2805(2806)) 권리구제의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처분성의 확대인정 자체는 異論이 있을 순 없지만, 법집행행위를 무색케 만드는 과도한 처분성인정은 규범통제의 항고소송화는 물론, 행정법도그마틱의 不全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요컨대 처분성인정에서 미미해선 아니 되지만(過少禁止), 지나쳐서도 아니 된다(過剩禁止). 政策法院이 立法法院으로 誤解되어선 아니 된다.
2006-07-27
탄핵 증거의 자격 등
1. 사실관계 (1) 피고인은 교통사고(업무상과실치상)를 낸 후 도주했다는 범죄사실로 특가법위반의 죄명으로 공소 제기됐다. (2)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개재돼 있으며 1심 공판정에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교통사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3) 제1심 공판기일에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제출하자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피해자진술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 했으며,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4) 제1심 법원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사법경찰리 작성 진술조서에 기재된 진술 및 1심법정에서의 피해자의 증언)의 신빙성(증명력)을 배척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5) 검사는 위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에 의해서 그 증명력이 탄핵되며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진술(경찰진술과 법정증언)에 의해서 입증되므로 제1심의 무죄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이라고 주장했다. (6) 항소법원이 제1심의 무죄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으며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법정진술(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검사는 항소기각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항소심판결(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7) 상고법원은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탄핵증거의 자격,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의 방식,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신청의 방식 등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판례의 요지 (1) 검사가 유죄의 자료로 제출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으나 그것이 임의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반대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2)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됐다고 볼 수 없다. (3) 탄핵증거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아니므로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으나… 법정에서 이에 대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조사는 필요하다. (4) 탄핵증거의 제출에 있어서도 상대방에게 이에 대한 공격방어의 수단을 강구할 기회를 사전에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증거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관계 및 입증취지 등은 미리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므로 증명력을 다투고자 하는 증거의 어느 부분에 의해 진술의 어느 부분을 다투려고 한다는 것을 사전에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5) 이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판결 1996. 1.26, 95도1333:대법원판결 1998. 2.27, 97도1770: 대법원판결 1998. 9. 8, 98도1271)와 동일한 견해다. 3. 일반적 고찰 (1) 탄핵증거의 의의 전문법칙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 그 증거를 탄핵증거라고 한다. 탄핵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과 그 증거가 범죄사실(공소사실)의 존부(存否)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공소사실에 관해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는 탄핵증거가 아니다. 탄핵증거제도는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하려는데 그 존재이유가 있다. (2) 탄핵증거의 허용범위 탄핵증거로 허용되는 증거의 범위에 관해서는 한정설, 비한정설, 절충설, 이원설이 대립되고 있다. 한정설은 자기모순의 진술임을 이유로 그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경우에 한해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의 제출이 허용된다는 견해이며 비한정설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제한없이 허용된다는 견해이고 절충설은 자기모순의 진술 외에 증인의 신빙성에 관한 보조사실(예컨대 증인의 능력·성격, 증인의 피고인에 대한 편견, 증인과 피고인과의 이해관계에 관한 사항)을 입증하는 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허용된다는 견해고 이원설은 검사 측에 대해서는 자기모순의 진술에 한정시키고 피고인을 위해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제한없이 탄핵증거로 허용하자는 견해다.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탄핵증거제도의 목적과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에 의한 부당한 심증형성의 방지라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아울러 고려할 때 한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정설이 우리나라에서 다수설이다. (3) 탄핵증거의 자격 자기모순의 진술이라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전문증거는 탄핵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임의성이 없는 피의자의 자백, 임의성이 없는 참고인의 진술, 진술자의 서명·날인이 없는 진술기재서류(예컨대 참고인진술조서, 참고인진술서)는 탄핵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통설). 공판기일에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진술기재조서(예컨대 참고인진술조서)도 탄핵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불일치한 진술기재조서를 탄핵증거로 허용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백형구 형사소송법연습신정판 1995년 136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에 의해서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이 없다거나 그 조서의 기재와 진술이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탄핵증거로 제출된 경우 법원은 공판정에서 증거조사를 해야 하나 정식의 증거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이는 통설·판례의 견해이다. (5) 탄핵증거의 제출과 입증취지의 명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를 탄핵증거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입증취지, 즉 어떤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제출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예컨대 증인이 공판정에서의 진술(증언)과 모순되는 진술을 공판정 외에서 했다는 이유로 공판정 외에서의 진술을 들은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4. 판례평석 (1) 탄핵증거의 자격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해 증거능력이 없으며(형소법 312조 2항)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과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은 자기모순의 진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는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탄핵증거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탄핵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2) 탄핵증거와 증명력의 감쇄 대법원 판례는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이 피고인의 법정진술(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감쇄)하는 증거로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탄핵증거는 진술의 증명력을 감쇄(탄핵)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핵증거로는 허용되나 그 탄핵증거에 의해서 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의 이론 구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3)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방식 탄핵증거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조사는 필요하나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관계는 타당하다. 이는 통설의 견해이다. (4) 탄핵증거의 제출과 입증취지의 명시 탄핵증거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어느 증거에 의해서 어느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려고 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다. 공소사실의 存否를 입증하는 증거와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는 그 입증취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6-07-03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위장납입의 형법상 죄책
I. 사건의 개요와 논점 피고인은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원을 일괄 납입·예치하고, 그 은행으로부터 주식납입금보관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위 회사 우선주 유상증자를 마친 후, 다음날 증자대금으로 납입한 300억 7000만원을 직접 인출해간 방법으로 위 회사의 증자 대금의 납입을 가장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또한 주금을 가장납입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무사를 통해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에게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유상증자등기에 필요한 관계 서류를 제출하게 하였고,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위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및 자본의 총액에 대한 허위사실의 등기를 경료하게 하여 공정증서원본인 상업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 등기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상업등기부를 비치하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이미 법인의 소유의 돈으로서 회사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돈에 대해, 보관하는 것을 기화로 다음날 그 돈을 법인의 업무와 아무런 관계없는 용도인 채무변제에 사용하기 위하여 법인계좌에서 인출하여 300억 7000만원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상법 제628조의 납입가장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둘째 위장납입을 한 후 발급받은 주금납입보관증명서를 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상업등기부에 등기하게 하고 이를 비치한 것이 공정증서불실기재죄(형법 제228조) 및 동행사죄(제229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위장납입한 돈을 인출하여 회사의 업무가 아닌 위장납입시의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한 경우 업무상횡령죄(형법 제 356조 제1항,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제3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평석대상 전원합의체 판결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쟁점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렸던 바, 이 차이를 중점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II.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부 가장납입이란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서 주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납입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발기인이 설립등기를 하는 회사범죄의 일종이다. 가장납입 중의 한 형태인 위장납입(=‘견금’)은 발기인이 보관은행 외의 제 3자로부터 금전을 차입하여 주금액을 납입하고, 설립등기를 마친 후 이를 즉시 인출하여 차입금을 변제하는 유형을 말한다. 판례는 견금 등의 행위에 대하여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 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자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상법 제628조의 납입가장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82.4.13. 선고 80도537판결; 대판 1993.8.24, 93도 1200판결). 학계의 통설 역시 가장납입을 한 사안에 대하여 납입가장죄를 인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당해 사안에서는 피고인이 회사를 위해서 자본금을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원심이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III.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형법상 공정증서부실기재죄·동행사죄의 성립 여부 공정증서불실기재죄란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등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는 것이다. 사안에서의 문제가 되는 상업등기부는 상법에 의하여 등기할 사항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등기하게 하는 장부로서, 등기된 사항은 상법상의 여러 효력을 부여받게 되는 바, 권리의무관계를 증명하는 공정증서원본의 일종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가장납입을 한 것이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신고를 한 것인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기존의 판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반대의견은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의 경우에도 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따르는 한 납입이 완료된 것은 진실이고, 따라서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설립 또는 증자를 한 취지의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상업등기부원본에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의 총액에 관한 기재가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를 두고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의 사실의 기재’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다. 판례의 다수의견은 가장납입의 경우 실질적으로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위장납입을 한 경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장납입이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납입이 유효하다고 하다면, “당사자들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라도 하더라도 민사실체법상의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이라면 이를 부실등기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80.12.9. 선고, 80도1323판결)는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성립이 부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상법학계의 통설인 ‘납입무효설’과는 달리, “위장납입은 금원의 이동에 따른 현실의 불입이 있는 것이고, 주금납입의 가장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주관적 의도에 불과하고, 이러한 내심적 사정은 회사의 설립이나 증자와 같은 집단적 절차의 일환을 이루는 주금납입의 효력을 좌우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일관되게 ‘납입유효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판 1983.5.24 선고 82누522 판결). 그 결과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하다는 다수의견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을 부실의 등기라고 보지 않고, 위장납입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판례와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점에서 반대의견의 입장이 ‘납입 유효설‘을 취하는 이전의 판례와 논리가 일관된다. 그리고 상사법적으로 유효한 행위를 형법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이나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에 타당하지도 않다(단, 학계 통설에 따라 ‘납입무효설’을 취할 경우에는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의 ‘부실’을 주장할 근거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IV. 업무상횡령죄의 성부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위장납입의 형태로, 돈을 회사에서 인출하여 제3자의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였다. 피고인의 이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먼저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가장납입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변제에 사용한 경우 상법상의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회사재산의 불법영득행위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이전의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 2003. 8. 22. 선고 2003도2807 판결 등을 변경하기로 결정한다. 즉, 다수의견은 이 경우 “피고인에게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됨을 전제로 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은 “주금납입과 동시에 그 납입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기관이 이를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파악하면서, 위장납입이 유효한 이상 납입금은 이미 회사의 재물로서 타인의 재물이 되며, 따라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생각건대, 대법원이 위장납입의 유효성을 확고하게 인정하고 있는 한, 위장납입으로 회사에 주금이 입금 되었다면 바로 그 주금은 타인의 재물로 되며, 타인의 재물을 임의로 유용하여 빼가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이 지적한대로 납입행위 이후 반환행위 이전에 회사의 채권자가 주금 납입금에 관한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압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납입의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되 그와 별도로 납입금을 인출하여 제3자에게 변제하는 행위를 횡령행위로 보는 것이 가장납입을 전후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V. 맺음말 전원합의체 판례의 다수의견은 ‘납입유효설’을 취하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와 논리적으로 충돌한다. ‘납입유효설’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가장납입행위는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의율되는 것이 옳고,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성립은 부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단, 상법학계의 ‘납입무효설’을 취할 경우에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은 부정되는 결론이 논리적일 것이다.
2005-11-07
의사 설명의무에 있어서 설명의 범위
Ⅰ. 사건의 개요 및 법원판단의 경과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1994. 2. 24. 보건소에서 폐결핵 판정 및 결핵약 복용처방을 받고 보건소 결핵실 담당 의사로부터 결핵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아이나, 에탐부톨(EMB), 피라진아미드, 리팜피신의 4가지 약품을 한 달 단위로 교부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복용후 4개월 후 시신경염(의증)의 진단을 받았고 에탐부톨의 복용 중지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애 3급 1호‘의 판정을 받았다. 2. 원심의 판결요지 보건소 결핵담당 의사들로서는 결핵환자에 대한 보건소 의료진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의사 등 의료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부작용 등의 설명의무는 그것이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인 경우에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데, 위 의사는 결핵환자에 대한 보건소 의료진으로서 당시의 의료수준과 여건하에서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한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약품의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주의로서의 행동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로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때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는,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고, 결핵약인 ‘에탐부롤’이 시력약화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상 이를 투약함에 있어서 그 투약업무를 담당한 의사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고 그 설명은 추상적인 주의사항의 고지나 약품설명서에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의사의 치료행위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정당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술적 적정성과 의학적 적응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환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의사는 환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기 위하여 질병의 종류, 내용 및 그 치료방법과 이에 따른 위험에 관하여 적절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환자는 단순히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는 객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오늘날 의료관계에서 의사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는 환자보호를 우선 하는 의료직의 윤리로서 고양되고 있으며, 헌법 제10조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의해 뒷받침되는 법규범적 요청이다. 대상판결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설명의무에 있어서 그 설명을 어느 정도 범위 까지 하여야할 것인가에 대하여 기존의 판례를 답습하는 한편 하나의 구체적 예시를 제시하였다. 2.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과오(醫療過誤)로 인한 법적책임에는 의사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는 데, 그 과실 판정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注意義務)이다.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슴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라는 예견의무와 회피의무의 이중구조로 되어있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한편,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臨床醫學)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2.11.선고 96다5933 판결). 3. 의사의 설명의무 가. 설명의무의 도입동기 의료분쟁의 요체는 회사가 의료과오를 범하였느냐의 여부에 달려있으나, 그 과실의 입증은 역시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것인데, 의사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동료의식으로 환자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료현실에 직면하여 의사의 전단적 의료행위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상이 대두하게 됨에 따라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승낙권이 각국에서 여러 측면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는데 각국의 판례의 태도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의사가 치료에 임하여 환자의 승낙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나. 설명의무의 법적성질 설명의무의 연혁을 고려해보면,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실행에 도움을 주도록 의사에게 특별히 지워진 의무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자기의 독립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의무이며, 의사측의 주된 給付義務인 진료의무를 보다 완전하게 이행하는 데에 이바지할 뿐 어떤 독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는 구별되므로 주된 급부의무인 진단 및 치료의무와 병존하는 獨立的 附隨義務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설명의무의 내용 (1) 설명의 주체와 상대방 설명은 處置醫師가 직접 환자에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수술이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중요시되는 경우에는 수술 의사가 직접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설명을 할 상대방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동의할 자로서 원칙적으로 患者 자신이 되며, 따라서 어떤 의사도 환자와 의논하지 아니하고 그의 친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 및 의료처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동의를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위임받도록 할 권리가 없다. 설명의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에게 행위능력까지는 요구되지는 않으나, 완전한 의사능력 즉 자신의 결정의 의미와 효과를 인식할 수 있는 辨識力은 갖춰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만 그 설명은 유효하게 된다. (2) 설명의 시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명은 적시에, 즉 환자가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정능력을 완전히 가지고 있고, 행하여질 의료침습시까지 상당한 고려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원칙적으로 代案的인 經過豫後(Verlaufsprognosen)를 형량하여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환자에게 주어지면 된다 하겠다. (3) 설명의 방법 설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나 동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명은 환자의 연령과 교육 정도에 맞춰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일방적이어서는 안되고 환자 쌍방의 대화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취하여진 설명서 또는 동의서에 대한 서명은 환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서명에 앞서 치료 내지는 수술과 그것의 발생 가능한 결과에 대한 대화가 나누어 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이 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라. 설명의무위반의 입증책임 설명의무 위반의 입증책임에 대하여 의사가 부담한다는 견해, 환자가 부담한다는 견해,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를 구분하여 부담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의사측에 입증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79. 8. 14. 선고 78다488 판결). 마. 설명의 범위 의사가 환자에게 하여야 하는 설명의 대상을 내용별로 유형화해 보면 ①환자의 症狀, ② 침습의 내용, 정도, ③ 수술등 처치의 전망(효과-증상개선의 정도), ④ 침습의 必要性, 緊急性 및 수술등 처치를 하지 않는 경우의 증상의 정도, ⑤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는 점(補充性), ⑥ 침습의 결과 생기는 危險의 내용, 정도 및 방지가능성, ⑦ 당해 시설에 있어서 과거의 實績 등이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바. 설명의 한계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환자의 치유에 위해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癌등 불치병의 진단이나 처치상의 중대한 위험 등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은 오히려 공포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어 의사의 설명의무의 이행을 무조건 강제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때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하여 설명을 피하는 것이 치료상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 즉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과 설명에 의한 逆作用이 주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전자보다 후자가 크다면 설명의무를 면제함이 바람직하며, 완전한 설명이 환자의 건강을 현저히 손상케 하거나 환자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어 치료효과에 나쁘게 작용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분설명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부분의 대법원판결들이「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설명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면제되는 경우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 판례에 나타난 설명의 범위 (1) 설명의무를 인정한 사안 ① 뇌경색으로 입원하여 정확한 치료법을 찾기 위하여 뇌혈관조형술을 받다가 동맥내에 형성된 혈전이나 동맥덩어리가 떨어져나가 뇌동맥을 막아 사망한 사안(대법원 2004. 10. 28.선고 2002다45185 판결). ② 미인대회에 출전하고자 이마와 턱을 높이고 상꺼풀 수술 후 턱 부위의 실리콘이 움직인 성형수술 사안( 대법원 2002. 10. 25.선고 2002다 48443 판결). ③ 수혈에 의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된 사안(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④ 미골절제술을 위한 할로테인 마취제 사용 후 그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안(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⑤ 개심수술 후에 후유증으로 뇌전색으로 사망한 사안(대법원 1995.1.20. 선고 94다3421 판결.) ⑥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어 뇌압강하와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쇼크치료제 솔루메드롤(Solumedrol) 투약하여 정상회복 후에도, 설명없이 우측안면도중증도 마비 치료를 위하여 다시 투약한 사안(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2) 설명의무를 부인한 사안 ① 안과수술 후 갑자기 나타난 예측불가능한 시신경염으로 환자의 시력이 상실된 경우 의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설명의무 부인한 사안(대법원 1999.9. 3. 선고 99다10479 판결). ②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어 뇌압강하와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쇼크치료제 솔루메드롤(Solumedrol) 투약한 것이 생명이 위독한 상태하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그 시점까지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사안(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③ 의사의 윌슨(Wilson)씨병을 앓는 환자에 대한 그 병의 치료과정과 치료약제의 투약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 사안(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다46511 판결). 4.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를 함에 있어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가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지역이 의료취약지역이고, 결핵관리지침등에는 결핵환자에게 투약하는 4가지 약품의 각종 부작용을 열거하면서 이를 그 대처방안에 따라 ‘투약의 즉시 중단’, ‘투약중단 후 증상완화시에 재투약’, ‘계속 투약’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사안이 중한 즉시 투약중단에 속하는 부작용 중 이 사건 에탐부톨과 관련된 것은 ‘급격한 시력감퇴‘가 유일하며, 에탐부톨은 시신경염이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서 그 외의 부작용은 드물고, 발생률은 투약량과 기간에 비례하며, 시각기능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관계로 환자 본인이 가장 먼저 알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시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색깔 인지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보고하도록 미리 교육시키게 되어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최초 진료 당시 위 보건소에서 시력측정을 받은 것도 에탐부톨의 부작용과 관련된 보건소의 내부지침에 따른 것이고, 원고는 1999. 2. 24. 에탐부톨이 포함된 결핵약을 처음 복용할 당시 양안 모두 1.0이던 시력이 그 후 시력이상을 느껴, 1999. 6. 26.경 안과에 들렀을때는 우안 0.5, 좌안 0.6으로 약 1/2 수준으로 현저히 약화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에탐부톨의 복용 이후 원고에게 발생한 시력약화 및 시신경염과 같은 증상은 에탐부톨 복용에 따른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일 뿐만 아니라 보건소의 보건의료업무에 관한 지침상으로도 결핵환자에 대한 투약 및 관리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항목의 하나로 명문화되어 있고 그 부작용의 내용 및 발생 빈도에 비추어 이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경미하다거나 희소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원고에 대한 위 투약업무를 담당한 보건진료원으로서는 그 투약에 즈음하여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설명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위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설명의 상대방인 원고는 농촌에 거주하며 버섯재배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약품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므로 막연히 ‘이상증세가 있으면 보건소에 나와 상담, 검진하라’고 이야기 하거나 혹은 위 약품에 첨부된 제약회사의 약품설명서에 그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설명을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피어 보면, 보건소 진료원이 원고에게 에탐부톨을 복용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부작용의 발생가능성과 증상 및 대처방안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본 대법원의 판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2005-10-20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와 담보책임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는 A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는데, 그 회사에 대한 채권자의 신청으로 이들에 대하여 강제경매가 실시되었다. 원고는 거기서 이들을 경락받아 경락대금을 완납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피고는 이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로서 9억원을 배당받을 것이었지만, 그에 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그 금액은 공탁되었다. 그런데 그 후 제3자 甲이 이 사건 건물은 애초 A 회사가 아니라 甲의 소유로서 A 회사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물론 원고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甲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공탁된 배당금에 대한 피고의 출급청구권은 피고가 원인 없이 이득한 것이라고 하여 그 양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그 후 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양도하였다. 原審(大邱高判 2003.9.25, 2002나9203)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절차는 그 개시 당시부터 채무자 소유가 아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강제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탁된 배당금 중 이 사건 건물에 관한 8억9천여만원의 청구권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判決趣旨]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1993. 5. 25. 선고 92다15574 판결 등 참조).” [評釋] 對象判決은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명문에 반하고, 또한 종전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여겨지므로, 찬성할 수 없다. 1. 이 사건은 채무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행하여져서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납부하고 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으나 원래 그 경매목적물이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소유이어서 경락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事案에 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원심판결이 정면에서 설시하는 대로 경매의 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한 경우로서 채무자가 이를 취득하여 경락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우선 위의 사실관계가 경매의 목적물이 애초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하는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大判 76.4.27, 75다2322(要集 민 I-2, 940); 大判 82.12.28, 80다2750(集 30-4, 171) 등 판례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된 경우에 진정한 소유자가 매수인 또는 매도인을 상대로 그 명의의 소유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서 정하는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우선 民法注解[IX], 28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다른 한편 민법 제578조 제1항은 “競賣와 賣渡人의 擔保責任”이라는 표제 아래 “競賣의 境遇에는 競落人은 前8條의 規定에 의하여 債務者에게 契約의 解除 또는 代金減額의 請求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거기서 정하는 ?전8조의 규정? 중에 제570조가 포함됨은 그야말로 계산상으로도 명백하다. 따라서 위의 사실관계에서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문제되어야 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대상판결이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고 설시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의 소유에 속한 경우와는 별개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 對象判決이 들고 있는 두 개의 참조판결은 대상판결과 사실관계를 달리하여서, 구속력 있는 선례가 될 수 없다. (1) 우선 大判 91.10.11, 91다21640(集 39-4, 27)은, 강제경매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그 절차에서의 경락인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경락인이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인데, 이러한 경우는 제578조 및 제570조 내지 제577조에서 정하고 있는 담보책임의 발생요건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원고를 위한 구제수단은 담보책임 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상판결과의 관련에서 의미 있는 것은, 그 판결이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서의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시하여서, 명확하게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 판시도 경매의 무효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역시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여 그 경우에는 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설시하는 것을 중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보면 이 판결에서 '경매절차 자체'의 무효를 운운하는 것은, 그 사실관계에서 문제된 대로 그 절차를 시동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채무명의가 무효인 경우와 같이 경매의 절차적 추행과 관련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된 것이고,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것과 같이 말하자면 경매에 '공신적 효과'가 없다는 그 실체적 효력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되지 못할 바 없다. (2) 또한 大判 93.5.25, 92다15574(공보 1386)은, 근저당권의 설정자가 목적물인 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이에 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고 있던 중 원래의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그에 기하여 新建物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목적물을 경락받고 경락대금을 납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의 근저당권은 동일성을 상실한 신건물에는 효력이 없고, 무효인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은 물론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도 민법의 규정 어디를 보아도 그로부터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정함을 찾을 수 없다. 한편 이 大判 93.5.25.도 앞의 (1)에서 인용한 大判 91.10.11.의 설시를 그대로 반복하여,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확인하고 있다. 3. 이와 같이 대상판결이 참조판결로 인용하는 종전의 재판례들은 오히려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경매목적물이 강제경매의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밝혔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이해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위와 같은 경우에 담보책임을 긍정한다고 보아야 할 재판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大判 88.4.12, 87다카2641(集 36-1, 153)이 중요하다. 이 판결은, 甲 소유의 부동산이 甲 앞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乙이 서류를 위조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이전하고 다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가 丙을 위하여 원고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임의경매에서 원고가 경락을 받은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결국 경매목적물을 취득하지 못한 원고는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계약해제에 따르는 원상회복으로서 경락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쟁점은 오히려, 피고와 같은 物上保證人이 민법 제578조 제1항에서 1차적으로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하여진 '채무자'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물상보증인이 동조상의 채무자에 해당함을 긍정하고, “경락인이 그에게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였으면 물상보증인은 경락인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이에 대한 찬성평석으로 梁彰洙, “他人 所有 物件의 競賣와 物上保證人의 擔保責任”, 판례월보 216호(1988.9), 38면 이하(同, 民法硏究, 제2권(1991), 231면 이하에 再錄) 참조).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언필칭 “경매가 무효”라고 하여서 경락인은 경매채권자에 대하여 그가 배당받은 금액의 반환을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서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민법 제578조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면, 위의 大判 88.4.12.와 같이 물상보증인, 즉 민법 제578조 제1항의 법문으로 말하면 ?경매채무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4.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의 소유에 속하는 경우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사건의 해결로서는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배당채권자에 대하여 일반부당이득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1차적인 담보책임자로서의 '채무자'는 특히 그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이미 무자력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제578조 제2항에 의하여 '대금의 배당을 받은 채권자'로부터 그가 배당받은 금전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이나 對象判決과 같은 태도에 찬성하기 어렵다. 혹 문제의 핵심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뒤엉키는 '경매의 무효'(사실 그 의미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의 다양한 경우들에 있어서 이를 간명하고 형평에 맡게 처리할 방도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보다 근원적인 論究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절차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경매절차의 효력을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입장(최근의 예를 들면 閔日榮, “競賣와 擔保責任의 法理 ―임차주택의 경매를 중심으로”, 法曹 568호(2004.1), 5면 이하)에서도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에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해석은 쉽사리 취할 것이 아니며, 또 민법 제578조가 立法論的으로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그 法意에 대하여는 우선 위의 梁彰洙, 民法硏究, 제2권, 238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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