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22일(수)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EB%B3%B4%ED%97%98%EC%82%AC
검색한 결과
38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2004-04-19
채권적 청구권과 제 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
[사실] 중국 정부가 전액 출자하여 설립한 중국회사 X는, 한국 회사 A와의 사이에 중국제품의 판매를 내용으로 하는 문화대전 행사를 개최하기로 약정하였다. X가 위 약정에 따라 문화대전 행사에 제공한 물품 중 이 사건 물품은, 중국 정부 산하의 옥기공장 등으로부터 X가 전시 목적으로 빌려 국내로 반입한 것들로서, 문화대전에서의 전시가 끝난 뒤에는 옥기공장 등에게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A의 채권자인 Y가 1999.11.12. A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물품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고 같은 달 15. 이를 집행하였다. 이에 대해 X는, 이 사건 물품은 X가 소유자인 중국 정부로부터 소유권을 위탁받아 대위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무역경영권에 기하여 A에게 전시용으로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Y의 가압류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2002.2.6, 200나64245)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X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X가 중국 정부로부터 대외무역경영권을 비준 받아 각종 상품 및 기술적 수출업무의 대리, 해외에서의 비무역성 사업 등을 경영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X가 중국 정부(국가 자체)로부터 무역에 관하여 소유권을 위탁받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X의 청구는 A가 이 사건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X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 판결요지 - 집행목적물이 집행채무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집행채무자와 사이의 계약관계에 의거하여 집행채무자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집행에 의한 양도나 인도를 막을 이익이 있으므로 그 채권적 청구권도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 [판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중국이 1980. 6. 3. 공표한 ‘수출허가제도에 관한 수출입관리위원회·대외무역부의 잠정판법(暫定辦法)’ 제2조는 “대외무역부 소속의 수출입총공사와 분공사 및 수출입관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수출업무를 경영하는 공사는 승인받은 범위 내에서 수출업무를 경영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그 ‘수출업무를 경영할 권리’의 내용에 관하여 더 이상의 자료가 없는 이상 그 권리가 중국의 국가적 소유에 속하는 수출품에 대하여 소유권을 위탁받아 대위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은 소유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집행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이면 족하며, 집행목적물이 집행채무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집행채무자와 사이의 계약관계에 의거하여 집행채무자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집행에 의한 양도나 인도를 막을 이익이 있으므로 그 채권적 청구권도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X는, 이 사건 물품은 중국 정부의 소유로서 X가 중국 정부로부터 비준 받은 무역경영권에 기하여 이를 A에게 전시용으로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X가 주장하는 이와 같은 권리는 비록 우리나라 민법이 정하는 소유권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A와의 약정에 기한 반환채권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바,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X와 A 사이의 거래에 따라 A가 이 사건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것인지와 X가 A에 대하여 이 사건 물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채권자의 지위에 있는지를 따져보고 그 결과에 따라 X의 청구에 대한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X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만으로 X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 평석요지 - 소유권이 아니라도 채권적인 반환청구권이 존재한다면 이의원인이 될 수 있음을 판시하며, 그러한 채권의 존재를 심리하기 위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으로, 채권적 청구권이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최초의 판단으로서 매우 의의가 있다 [연구] 1. 본판결의 의의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압류된) 재산(책임재산)에 대해, 일정한 권리(소유권 또는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제3자는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소를 집행채권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고, 이를 제3자이의의 소라 한다(민사집행법48조1항). 이때 이의권자인 제3자는 당해 재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권리를 가져야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 원심은, 판지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이의원인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음에 대해, 본판결에서는 소유권이 아니라도 채권적인 반환청구권이 존재한다면 이의원인이 될 수 있음을 판시하며, 그러한 채권의 존재를 심리하기 위해 파기환송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판시는 채권적 청구권이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최초의 판단으로서 매우 의의 있다. 이하 본평석에서는 기존의 판례와 학설을 참조하며 본판결이 갖는 의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제3자이의의 소 개관 제3자이의의 소는 판지에서도 언급하듯이 또한 민사집행법의 조문에도 나와 있듯이 집행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이의원인이 된다. 이 점에 관한 선례는 대판 1965.3.16, 65다70이다. 여기서는, “제3자 이의의 소는 이미 개시된 집행의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 기타 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저지하는 권리를 주장하므로서 그에 대한 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것이니만큼 그 소의 원인이 되는 권리는 집행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해석된다.”고 하면서, 법이 정부에 매상된 농지에 대한 受分配期待權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해 수분배기대권은 강제집행에 대한 제3자 이의의 소에서 청구의 원인으로 할 수 있는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본판결에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는, 이 선례에서 보듯이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고, 이 점은 또한 본판지가 말하는 해석원리의 적용상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는, 압류가 있는 당시 벌써 제3자에게 귀속되어 있는 동시에 사실심의 최종변론종결시까지 존재하여야 한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Ⅰ](2003)292면). 또한 제3자이의의 소는 강제집행을 전제로 하는데, 강제집행에 준하는 가압류나 가처분명령에 기한 집행절차에서도 제기할 수 있다. 제3자이의의 소는, 집행대상이 부동산이나 동산뿐만 아니라 채권인 경우에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채권(가)압류에 대한 진정한 채권자의 제3자이의의 소로서, “제3자이의의 소는 등기청구권을 포함하여 모든 재산권을 대상으로 하는 집행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등기청구권에 대하여 압류명령이 있은 경우에 집행채무자 아닌 제3자가 자신이 진정한 등기청구권의 귀속자로서 자신의 등기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위 압류로 인하여 장애를 받는 경우에는 그 등기청구권이 자기에게 귀속함을 주장하여 집행채권자에 대하여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판 1997.8.26, 97다4401. 이 따름 판례로서 대판 1999.6.11, 98다52995[이 평석으로 문일봉, 제3자에게 귀속하는 채권에 대한 압류와 제3자이의의 소, 판례월보347호(1999)17면 이하]가 있다). 3. 채권적 청구권과 이의원인 본판지는 채권적 청구권이라도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면,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반대의 해석이라면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소유에 속한 경우에는 이의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이 되는데, 이 점은 이미 대판 1980.1.29, 79다1223에서 판단되었다 즉 여기서는 앞서 본 선례의 견해를 따르면서, 부동산의 매수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기 전에 당해 부동산에 대해 개시된 강제집행에서, 집행채무자가 매수인에 대하여 집행목적물인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은 집행채무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인이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판시된 점이다. 또한 집행의 목적물이 채무자에게 속하지 아니하고 제3자가 그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파산법 제79조에 규정한 일반 환취권자와 같이 집행에 의한 양도 또는 인도를 저지할 이익이 있고, 제3자의 권리가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므로, 전대인(민법630조), 재임차인 등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니라도 환취권은 있으므로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다(김창엽, 제3자 이의의 소에 관한 실무상 문제점, 재판자료35집(1987)249면 이하. 기타 동일한 견해로 박동섭, 제3자 이의의 소의 당사자 적격, 법조45권10호 (1996) 21면이 있고 이러한 해석은 통설의 입장이다). 이러한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바탕으로 전게 실무제요 민사집행[Ⅰ]293면 이하에서는, “집행목적물이 집행채무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관계에 의거하여 채무자에 대해 목적물의 반환을 구하는 채권적 청구권은 이의원인이 되지만,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재산에 속하는 경우에는 제3자가 계약 등에 기하여 채무자에게 인도나 이전등기를 구하는 채권적 청구권은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이의원인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본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학설에 충실한 해석으로 매우 타당한 판단이다. 또한 이러한 해석은 일본의 통설(岩野외編, 注解强制執行法(1)(1974)511면[鈴木]; 菊井維大, 强制執行法(總論)(1976)278면 이하; 鈴木=三ヶ月編, 注解民事執行法(1)(1984)678면 이하[鈴木]; 香川監修, 注釋民事執行法[2](1985)526면[宇佐見]; 中野貞一郞, 民事執行法[신정4판](2000)292면 이하 참조)이기도 하다. 나아가 해석상 중요한 또 한 가지 점은, 일본의 민사집행법의 권위인 中野貞一郞(나까노떼이이치로)교수가 지적(中野, 전게서293면)하듯이, 집행채권자에게의 대항력의 유무이므로,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아도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이 예로는 목적물이 채무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아도 그 인도만을 구할 수 있는 채권적 청구권을 갖는 제3자는, 소유권에 기해 집행관보관가처분의 집행을 한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으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그것이다. 기타의 예로는, 집행목적물은 채무자인 창고회사가 소외인으로부터 임치를 받은 것이고 그 倉庫證券이 순차로 돌고 돌아 그 교부를 받은 자가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일본 最高裁判所判決1969.7.4判例時報565호57면 참조). 물론 본판결의 사례는 임차인 A에게 갖고 있는 임대차에 기한 반환청구권을 이의원인으로 한 것이라 말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음은 명확하다.
2003-09-15
Toxic mold소송
얼마전 TV 뉴스시간에 무너져 내린 오래된 초등학교 교실천정속에 곰팡이가 가득 슬어져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된 적이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벽, 천정, 환기Duct 등에 생긴 곰팡이를 Mold라고 한다. 집안 곰팡이 때문에 질병 ... 보험사에게 3천2백만불 배상 평결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 건물에 대한 mold제거지침 제정.. Mold는 10만여종이 있는데 이중 Stachybotrys라는 곰팡이의 포자는 myc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뿜어내서 이를 흡입한 사람에게 발열, 두통, 복통, 피부병, 천식,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폐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까지 한다. 이와 같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Stachybotrys와 Memnoniell라는 곰팡이를 Toxic Mold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시름시름 아픈 경우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집안에 Mold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하며, 환자가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당장 이사하라고 권고한다. 이와 같이 Toxic Mold의 위험성에 대하여 미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게 된 것은 Toxic Mold 때문에 질병을 얻게된 사람들이 제기한 소송들이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가장 유명한 Toxic Mold 소송은 75만불 상당의 저택 소유자가 Fire Insurance Exchange보험사를 상대로 주택보험증권상 수리의무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주택소유자인 Ballard부부는 동파된 파이프에 의한 누수 피해로 여러차례 집을 수리하고 주택손해배상에 기하여 보상청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중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실내공기질컨설턴트(indoor air quality consultant)인 Holder씨로부터 주택에 Mold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공기샘플을 취하여 세균검사를 받도록 권유받고 이를 실시한 결과 Stachbotrys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Holder씨는 Ballard부부에게 즉시 이사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Ballard부부는 세간을 몽땅 그대로 놔둔채 집을 나와 새로이 임대한 집으로 이사한 후 소송을 제기 하였다. 2001. 5. 7. 배심원들은 주택교체비용 등 실제손해배상으로 620만불, 위자료로 500만불,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200만불, 변호사 비용으로 890만불을 평결하였다. (Ballard v. Fire Insurance Exchange, No.99-05252 Travis Co., Texas, Dist. Ct.) 이에 FIE보험사는 항소하였고 텍사스주 항소법원은 실제손해액 400만불정도만을 인정하고 징벌적손해배상과 위자료는 파기하였다.(Ronald Allison/Fire Insurance Exchange v. Fire Insurance Exchange/Mary Melinda Ballard and Ronald Allison, 98S.W.3d 227) 판결액이 3,200만불에 달하는 위 Ballard평결이후 거의 만여건에 달하는 Toxic Mold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상당수의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Delaware주 대법원은 아파트 임차인이 누수 및 Mold로 인하여 천식 등 질병을 얻게 된 경우에 내려진 104만불 손해배상판결을 확정하였고(New Haverford Partnership v. Stroot, 772 A.2d 792), 미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주 동부지원은 Mold로 인한 피해를 수리해 주지 않은 보험회사에 대하여 1,800만불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을 감액하여 300만불을 선고하였다.(Anderson v. Allstate Insurance Co., 2000 U.S. Dist. Lexis 22171, 20848) 화해사례로는 쟈니카슨쇼의 공동진행자였던 Ed McMahon이 파이프 파열수리를 게을리한 보험사로부터 700만불의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최근 공개되었다.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건물의 Mold제거지침(Mold Remediation in Schools and Commercial Buildings)을 제정하였고, 나아가 환풍Duct를 청소하도록 권고하는 지침(Should You Have The Air Ducts in Your Home Cleaned)을 배포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를 본받아 속히 Toxic Mold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기질 검사와 Mold제거공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높여주기 바란다.
2003-06-05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판결연구** -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 성남지원2002년10월10일 선고 2002가단 3425 판결 **판결요지** 집합건물의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대지권을 취득하고도 등기가 늦어지던 중 건물부분에만 근저당이 설정되었다가 그에 기해 낙찰을 받은경우 낙찰자는 대지권도 함께 낙찰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낙찰자는 수분양자를 대위,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대지권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이행을 청구할 수있다 **연구요지**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이 방법은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으로 이는 그동안 해오던 소유권이전등기 경료후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하던 번거로움을 해결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Ⅰ. 判決要旨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등 대지권 취득의 실질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등기절차상의 사유 등으로 대지(지분)권 등기가 늦어지던 중, 우선 건물부분에 대하여만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집합건물을 낙찰받은 경우에, 낙찰자는 그 경매절차에서 대지권 지분도 함께 낙찰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런 경우 낙찰자는 수분양자(전 소유자)를 대위하여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누락된 대지권 지분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Ⅱ. 事件의 槪要 1. 피고(대한주택공사)는 1993년에 아파트 내 복합상가를 신축하였다. 피고는 위 상가 중 1층 105호(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함)를 1995년에 A에게 분양하였다. 이 사건 상가에 대한 A 앞으로의 이전등기는 1996년에 경료되었는데, 이 당시까지도 대지에 대한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상가의 해당 대지권 지분(889.1분의49.7709)을 제외한 전유부분 건물에 관한 이전등기만 이루어졌다. 2. A는 1996년에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축협을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 A는 향후 대지권에 관한 등기가 이루어지면 즉시 대지권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축협에 교부하였다. 3. 그 후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어 1997년부터 대지권의 등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다른 수분양자들은 개별적으로 대지권등기를 하기도 하였으나, A는 대지권에 대한 등기를 신청하지 아니하여 대지권이 계속하여 미등기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 4. 그러다가 1999년에 축협은 위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위 경매절차에서 집행법원은 집행채권자인 축협으로 하여금 A의 분양대금 완납 사실, A가 작성한 위의 각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대지권의 분리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규약이 없는 점 등을 확인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입찰가격은 대지권 부분이 반영되지 아니한 건물 부분(84,000,000원)만으로 정하여졌다. 5.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낙찰을 받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Ⅲ. 評 釋 1. 머리말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그 집합건물의 최초분양자를 상대로 직접(대위의 방법으로 함) 대지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한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사건 사안의 핵심이다. 2.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을 취득하는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는 누구나 대지 전체에 관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토지소유권의 공유 또는 지상권·임차권의 준공유)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를 대지사용권이라 한다. 집합건물과 대지는 위와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함)은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을 나누어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여, 그 일체를 꾀하고 있다. 즉, 구분소유자의 대지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게 하고, 원칙적으로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대지권만을 처분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런데 가령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하였을 경우에 아파트가 준공되었음에도 아직 아파트 부지에 관한 지적공부가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대지권의 등기가 없이 구분소유권의 등기만 경료된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 아파트를 매매한다든가 이 사안처럼 경매에 붙여지는 경우에 그 매수인 또는 낙찰자가 과연 대지권을 취득하게 되는가가 문제된다. 또 대지권을 취득한다고 한다면 그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어떻게 경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게 된다.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1995년에 주목할 만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1995. 8. 22. 선고 94다12722 판결이 그것이다. 그 사안을 보면, 구분소유자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하여서만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설정 당시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면 대지권에 관하여도 추가로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었음에도 대지권에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지 않던 중, 위 구분건물이 경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배당절차에서 위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관하여도 우선변제를 요구하였으나, 배당법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배당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대지부분에 대한 우선변제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저당권의 효력이 종물에도 미친다는 규정이 저당부동산에 종된 권리에도 유추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만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약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유부분의 소유자가 사후에라도 대지사용권을 취득함으로써 전유부분과 대지권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 대지사용권에까지 미치고 여기의 대지사용권에는 지상권 등 용익권 이외에 대지소유권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대하여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1996년에는 위 1995년 판결의 취지에 다소 배치되는 판결(96다14661)을 선고하였으니, 그 판지를 요약하면,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만을 경료한 X가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저당권이 실행되고(최초 수분양자는 X에게 전유부분의 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경매 전에 대지권의 대상이 되는 소유지분의 이전등기를 받았음), Y가 낙찰을 받은 후에 비로소 X는 위 대지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던 바, 이런 경우에도 X는 Y에게 집합건물법 제7조에 의하여 구분소유권매도청구권을 가진다는 결론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 Y는 대지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을 가질 뿐이고 대지사용권 자체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비판이 뒤따랐는데, 이 판결은 결국 뒤에서 보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었다. 또, 대법원은 1997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결정(97마814)을 하였는데, 그 취지를 요약하면, 앞서 본 1995년의 판례를 전제로 하여,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신청이 있을 경우에 집행법원은 대지사용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하여야 함을 천명하였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00년에 전원합의체 판결(98다45652)을 통하여 앞서 본 96다14661 판결을 폐기하면서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분양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소유권취득의 실질적 요건은 갖추었지만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받고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못한 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바, 매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이러한 점유·사용권은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인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다시 매수하거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양수받거나 전전 양수받은 자 역시 당초 수분양자가 가졌던 이러한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고 판단하여, 오늘 주제 중 전전양수인의 대지권 취득 여부에 관한 쟁점을 모두 해결하여 주었다. 그래서 본건 사안을 중심으로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치고(민법 제358조 본문),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집합건물법 제20조),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에 터잡아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유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분리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규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인은 경매목적물인 전유부분을 낙찰받음에 따라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하였다고 해석된다. 한편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22604 판결은 위와 같은 경우에 더 나아가 ‘비록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구분건물의 대지지분 등기가 경료된 후 집행법원 촉탁에 의하여 낙찰인이 대지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을 두고 법률상 원인이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이득의 성립도 부정하고 있다. 3.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경료하는 방법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런 낙찰자가 어떤 방법으로 대지권에 관하여 등기를 경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낙찰자가 대지지분에 관하여 수분양자 또는 그 전전 양수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이 때 등기부에 기재하는 등기원인은 ‘아무 날 어떤 건물 몇 호 전유부분 취득’이라고 함), 그래서 대지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스스로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음은 아무 의문이 없다. 그 동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에 많은 등기를 동시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다가 착안을 한 것이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방법이었고(1997. 1. 30.자 등기 3402-77 질의회답, 1999. 3. 18.자 등기 3402-296 질의회답 및 2002. 1. 25.자 등기 3402-65 질의회답 등의 등기선례를 보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이다. 그에 따른 대지권변경등기청구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고, 그에 대하여 인용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위 인용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대지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2003-05-26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정액보험방식의 상해보험에 있어서 약관에 의한 보험김 감액의 허부
Ⅰ. 사안의 개요 1. 갑은 을(보험회사)과 사이에 갑을 피보험자로 하여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운행중의 교통승용구에 탑승하고 있을 때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고일로부터 180일 내에 사망하였을 경우에 약관에 정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운전자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2. 甲은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던 중 뒤에서 진행해 오던 화물차에 추돌 당하여 가슴과 배 부위를 운전대에 부딪혔고, 이 사건 사고 후 4시간 여만에 심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하였다. 3. 한편 부검결과 갑에게는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심장에 고도의 관상동맥경화 등의 기왕증이 있었고, 갑이 을과 체결한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약관에 정한 상해를 입은 경우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및 질병의 영향으로 또는 약관에 정한 상해를 입은 후에 그 원인이 된 사고와 관계없이 새로이 발생한 상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약관에 정한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 회사는 그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4. 갑의 상속인인 병은 을을 상대로 위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을은 위 교통사고로 인한 손상이 甲의 사망에 대한 관여도는 30%에 불과하므로 사망보험금 중 30%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5. 이에 대하여 원심(서울지법 2001. 12. 13. 선고 2001나36831 판결)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727조에서 정하는 정액보험의 일종인 생명보험으로서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그 선행원인인 기왕증 기여부분을 구분하여 이를 참작할 필요 없이 위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乙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상해보험약관에서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애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 보험자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사건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인지의 여부는 위 약관규정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다. Ⅲ. 평 석 1. 위 대상판결이 있기 이전에는 「상해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에 위배하여 중대한 병력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이유로 보험자가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상해보험약관에서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에 따라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는 보험자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관이 따로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체질 또는 소인 등이 보험사고로 인한 후유장해에 기여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보험금의 지급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8752, 18769 판결;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40763, 40770 판결 참조). 따라서 위 판례에 의하면 약관에 의한 상해보험금의 감액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었고, 위 대상판결은 이를 실제 사례에 적용시킨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위 대상판결은 정액보험에 관한 판결로서 정액보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2. 정액보험계약이라 함은 보험자가 사람의 생사·상해·질병 등에 관하여 손해의 유무 또는 그 액수에 관계없이 계약에서 정한 금액을 일시에 또는 연금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보험계약자가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坂口光男, 「保險法」, 文眞堂, 1991, 284면; 田·康平, 新版 「現代保險法」, 文眞堂, 1995, 231면 참조). 인보험은 대체로 정액보험이지만 손해보험적 성질을 지닌 것도 있다. 즉 인보험 중 생명보험은 모두 정액보험이지만, 상해보험은 상해로 인한 사망의 경우와 같이 정액보험으로 운영되는 것도 있고, 치료비 등 실손해를 전보해 주는 손해보험적 성질을 지닌 것도 있다. 정액보험계약은 인보험에 있어서만 성립할 수 있다. 인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사고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관하여 생겨나는 것이고,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하여는 금전적인 평가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손해라는 관념은 인정될 수 없으며, 손해보험과는 달리 피보험이익이나 보험가액의 관념은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초과보험·중복보험 또는 일부보험 등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이기수, 「보험법·해상법학」 제5판, 박영사, 2000, 270면; 坂口光男, 前揭書, 285면; 田·康平, 前揭書, 234면 각 참조). 3. 또한 정액보험계약은 조건부 김전급부계약이다〔이기수, 전게서, 270면; 坂口光男, 前揭書, 285면; 田·康平, 前揭書, 232~233면 참조〕. 따라서 상해보험 중 정액보험의 경우에는 상해와 사망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또한 당해 사고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보험사고에 해당되는 이상 그 선행원인인 기왕증 기여부분이 어느 정도인가를 구분하여 이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는 볼 수 없고, 또한 보험자는 기왕증이 기여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게 된다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다14723, 14730 판결 참조). 왜냐하면 이러한 보험은 피보험자의 실손해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손해보험과는 달리 정액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부산고법 2000. 9. 29. 선고 99나6661, 6678 판결(확정); 울산지법 1998. 7. 15. 선고 97가합11061 판결(확정); 춘천지법 2001. 8. 17. 선고 2000나3099 판결(확정); 서울지법 2002. 3. 6. 선고 2001가단192761 판결(확정) 참조〕. 4. 만약 대상판결과 같이 기왕증이 보험사고로 인한 결과에 미친 기여도에 따라 보험금액을 감액한다면 이는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정액보험을 손해보험화하는 것이 되고, 보험사고시 손해의 유무 및 손해액에 관계없이 약정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조건부 금전급부계약인 정액보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할 필요가 없고, 동일원인을 근거로 한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도 무관하다. 따라서 생명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손해액으로부터 공제할 것이 아니고(곽윤직, 「채권각론」, 박영사, 1993, 748면 ; 김증한, 「채권각론」, 박영사, 1989, 530면), 정액보험방식의 상해보험 역시 손해를 전보하는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 손해액으로부터 공제되지 아니한다(日本 最高裁判所 平成 7·1·30 판결). 또한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보험자대위의 대상으로 되지도 아니하고(상법 제729조), 설령 약관에 대위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김성태, 「보험법강론」, 법문사, 2001, 810면 참조). 위와 같이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손해보험과 달리 특별 취급되는 것이므로 설령 정액보험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기왕증에 따른 감액약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 감액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대상판결대로 된다면 앞으로 보험자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나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인보험의 경우에 기왕증에 따른 보험금 감액조항을 둘 것이고, 또한 보험사고에 대한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보험금 감액조항 신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 보험사고시 피보험자에게 기왕증 내지 과실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기왕증이나 과실이 보험사고로 인한 결과에 미친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인보험에 관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자로서는 일단 보험금 지급을 보류한 채 기왕증 내지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보험금 지급을 유보할 것이기 때문에 보험자는 보험사고발생의 통지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지급할 보험금액을 정하고 그 정하여진 날부터 10일 내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상법 제658조는 사문화될 것이다(생명보험과 같은 정액보험의 경우에는 지급할 보험금이 이미 정해져 있어 손해액 사정에 의한 보상금액의 결정절차가 필요 없는 것이므로 면책사유가 없는 한 보험금은 즉시 지급되어야 한다. 손주찬, 「상법(하)」 제10정증보판, 박영사, 2002, 543면 ; 정동윤, 「상법(하), 법문사, 2000, 516면 참조). 5. 보험자는 보험계약체결시 피보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험인수여부를 심사한다. 또한 보험자는 그 후에라도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에 위배하여 중대한 병력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1조).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험인수를 결정한 이상,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제도를 통하여 나중에라도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위 제도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지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기왕증이 보험사고의 결과에 미친 정도를 가려 보험금액을 감액할 수는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Ⅳ. 결 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해보험약관에 기왕증에 따른 보험금 감액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 감액이 허용되지 아니하는데, 대상판결이 약관에 보험금 감액조항이 있으면 그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인지의 여부는 그 약관규정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곤란하다. 이 사건 상해보험금이 감액될 수 없는 이유는 이 사건 상해보험이 실손해를 전보하는 손해보험이 아닌 실손해와는 무관하게 약정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정액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의 원심의 결론이 옳지 않았나 생각된다.
2003-03-03
재건축결의 하자 추완과 매도청구권행사의 효과
Ⅰ. 사건 개요 S재건축조합은 1995. 5. 28. 창립총회에서 재건축결의를 하고, 1996. 4. 5.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재건축 미동의자인 피고 이모씨에 대하여 같은 해 5. 23.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재건축 참여 여부를 묻는 최고서를 발송하였다. 당시 S재건축조합은 단지 내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의 재건축동의를 받았으나 피고가 속해 있는 3동 건물 구분소유자는 40명중 31명만이 재건축에 찬성하고 있었다. 한편 1996. 11. 29.부터 1997. 6. 19.사이에 당초 재건축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였던 3동 건물의 구분소유자 7명이 뜻을 바꾸어 추가로 재건축에 찬성함으로써 위 동에 대하여도 구분소유자의 5분의 4가 재건축에 참여하였고, 조합은 1997. 7. 8. 피고에게 다섯 번째 최고를 하였으며, 원고 조합의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48조가 규정한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전제로 한 구분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의 소장 부본이 같은 해 7. 19.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위 소송이 진행 중이던 1999. 6. 21. 원고 조합은 1997. 7. 8.자 최고에 따른 매도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 조합이 1997. 7. 8. 피고에게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하였으나, 피고가 2개월이 경과하도록 이에 대하여 회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 조합의 매도청구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부본이 1997. 7. 19. 피고에게 송달되어 그 매도청구가 비록 1997. 7. 8.자 최고로부터 2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진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1997. 9. 8.에 이르러 최고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됨으로써 그 하자가 치유되어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에 1997. 9. 8.자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 Ⅲ. 대법원판결의 요지 추가로 재건축에 찬성한 구분소유자로 인하여 3동 건물의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이 재건축에 찬성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초 정족수 미달로 무효가 된 최초의 재건축 결의가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정족수가 추완된 때부터 비로소 종전의 결의가 유효하게 되거나 혹은 그 때 새로운 결의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이라 할 것인데, 가사 그렇게 본다고 하더라도 그 때 비로소 발생한 원고조합의 매도청구권은 새로이 같은 법 제48조 소정의 최고를 거친 다음 적법한 행사기간(위 1997. 7. 8.자 최고를 기준으로 하여 1997. 9. 8.부터 같은 해 11. 7. 까지)안에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원고조합이 그 행사기간 경과 후에 새로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예비적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적법한 매도청구권의 행사로 볼 수 없음은 물론, 그 행사기간 전에 최초의 재건축결의에 의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새로이 발생한 매도청구권의 행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 Ⅳ. 재건축결의와 매도청구권의 관계 1. 재건축결의와 매도청구권에 관한 일반론 재건축은 구건물의 철거와 구분소유권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재건축불참자를 구분소유관계로부터 배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에 재건축불참자의 입장에서는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적 불이익을 입어서는 안되므로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단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집합건물의소유에관한법률 제48조는 재건축참가자의 불참자에 대한 구분소유권 등의 매도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인정되는 재건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므로 재건축불참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헌재 97헌바 73, 98헌바60,62.결정, 대법원 97다49398판결 등 참조). 한편 이러한 매도청구권은 집합건물법이 정한 대로 단지 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과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이상의 유효한 재건축결의가 전제되어야 한다(제47조 제2항, 대법원 2000. 11. 10.선고 2000다 24061판결 참조, 1999. 2. 8. 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은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정). 재건축결의가 성립한 때에는 집회를 소집한 자가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재건축에의 참가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하여야 하고, 최고를 받은 구분소유자는 2월 이내에 회답하여야 하며, 회답하지 않은 구분소유자는 재건축에 참가하지 아니할 뜻을 회답한 것으로 본다(동법 제48조 제1항 내지 3항). 미동의자로 확정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재건축결의에 찬성한 구분소유자 등은 최고가 도달한 날로부터 2월이 경과한 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동법 제48조 제4항). 집건법상의 매도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보통은 구분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의 소장부본의 송달로) 당사자사이에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되며, 회답기간 만료일로부터 2월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매도청구권은 소멸한다(대법원 2000. 6. 27.선고 2000다11621판결) 2. 매도청구권과 관련한 재건축실무 재건축추진현실을 보면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재건축 동의서를 받아 확보된 동의서가 전체 구분소유자 및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5분의 4(주택건설촉진법의 개정이후에는 각 동별로는 3분의 2)이상이 되면 추진위원장의 명의로 조합설립총회 개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조합설립총회에 구분소유자의 5분의 4가 참가하여 재건축을 결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집합건물법이 정하는 서면동의를 통해 재건축결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에게 받는 재건축동의서는 집합건물법이 정한 건물의 철거 및 신건물의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산액,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지 않은 막연한 내용이고, 결의정족수 충족도 조합설립인가가 나고 사업계획승인을 앞둔 시점에서야 이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측에서는 신속한 사업진행을 위하여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소송을 남발하여 왔고, 하급심에서는 소송 진행 중 결의정족수가 충족되면 재건축결의의 하자치유와 매도청구권 행사의 소급적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조합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매도청구소송에서 미동의자들은 조합이 재건축결의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항변하는데 소송 진행 중 추가동의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패소에 이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조합은 결의정족수를 충족한 후 새로운 최고나 매도청구의 의사표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조합이 결의정족수 충족을 위하여 과도한 비용으로 미동의자 중 일부를 회유하고 나머지 미동의자의 구분소유권은 소송을 통하여 확보하는 편법도 이용되곤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의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소송은 대부분 조합승소로 귀결되었고 조합집행부의 일방적 사업진행과 남소의 폐해가 증가되었다. Ⅴ. 본 판결의 검토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재건축결의의 하자 추완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재건축결의에 관한 실무의 현실은 대다수의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집합건물법이 정한 ‘재건축결의’가 아닌 단순한 ‘재건축동의’를 받아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할관청도 창립총회의사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단순한 재건축동의를 재건축결의로 인정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있다. 미동의자나 조합원들의 조합을 상대로 한 소송은 서면에 의한 재건축결의가 인정되는 이상 패소로 귀결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단순한 재건축동의서를 제출하였던 조합원들이 추후 집합건물법이 정한 내용이 포함된 재건축결의서를 제출하거나, 미동의자 중 일부가 번의하여 재건축에 찬성하게 되면 결의정족수가 충족되어 하자가 치유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수 구분소유자가 재건축 추진에 동의하고 있는 이상 한 번 이루어진 절차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비경제적이고,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추진위원회에게 재건축결의의 엄격한 요건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에 비추어 지나치게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건축결의 하자 치유 내지 추완을 인정한 대법원 판시는 올바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재건축결의의 하자 추완이 이루어진 경우라도 애초의 재건축결의를 전제로 한 매도청구권행사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이다. 집건법상의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수의 구분소유자와 미동의 구분소유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수단이자, 법적요건을 갖추어야만 인정되는 형성권이다. 따라서 매도청구권 행사당시 그 법률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면 형성권행사 효과로서의 법률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고, 뒤늦게 법률요건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새로운 형성권의 행사가 없는 한 이전의 매도청구권 행사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형성권에 관한 일반법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결의 하자의 치유 내지 추완과 이로 인한 매도청구권 행사의 소급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조합의 매도청구권 남용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합이 추가동의로 재건축결의요건을 갖추었다면 최소한 하자추완 이후에 이에 따른 최고와 회답기간을 부여하고 매도청구권행사 기간 내에 매도청구소송을 진행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원심판결 취소사유로 이러한 점을 명백히 지적함으로써 재건축조합의 절차준수의무를 강제한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하자 치유 내지 추완을 명백히 인정하지 않은 채 가정판단에 그쳤고, 하자 치유 내지 추완이 인정되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판단에까지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재건축에 관하여 중요한 쟁점이 되고 많은 재건축현장의 관련 소송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관하여 최고 법원의 입장을 명백히 밝혀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Ⅵ. 마치며 재건축과 관련하여 많은 구분소유자들이 재건축제도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심각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아직 몇 십 년은 더 쓸만한 주택을 허물고 새로이 주택을 건설한다는 점과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원만했던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투기세력과 건설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수가 재건축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여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묻히고 그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소유자들이 조합에 깨끗이 승복하고 재건축사업에 탈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재건축조합이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과 협조를 통하여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조합이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사한 후속 판례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2002-11-14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
1. 들어가며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책임보험에 가입된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의 보상책임의 한도 및 보험자간의 책임분담에 관하여 종래의 판례는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의 수에 관계없이 ‘피해자를 기준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5조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금액을 넘을 수 없으므로 보험자가 지급하는 책임보험금은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현행 책임보험약관에도 책임보험금은 각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의 비율로 분담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자동차보통보험약관 제68조 등),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판결을 변경하면서 ‘자동차사고와 관련된 자동차마다’ 그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범위내에서 각각 보험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 바(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검토한다. 2. 사건의 개요 (1) ○○보험사(이하 ‘원고’라 함)는 1995년 6월 울산시 남구에서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의 가입자인 △△화물의 트랙터가 원고 보험사에 책임보험만 가입한 권모씨 소유의 자동차를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있던 윤모씨가 사망하고 우모씨가 중상을 입자 이들에게 위자료와 치료비 명목으로 모두 1억2천4백여만원을 지급한 이후 권모씨도 잘못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부담하여야 한다며 권모씨(이하 ‘피고’라 함)를 상대로 이사건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판결은 그 구상금을 산정하면서 공제하여야 할 금액을 피고가 원고의 책임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책임보험금 전액을 공제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부산지법 1997. 9. 9.선고, 97가단5844판결). (2) 이에 대해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자 대법원은 종전 견해와 같이 「피해자 1인이 사망한 경우 ‘책임보험금은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 수에 관계없이 금 1,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하면서 각 보험사가 부담하는 보험금은 책임보험금과 종합보험금 중 각 보험사의 피보험자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피고의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보험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8다22031 판결). (3)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항소심 법원이 구상금에서 공제되는 금액을 원고가 이미 지급한 책임보험금중 △△화물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보험회사는 재차 상고하였고, 대법원은「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이라 함) 제5조와 같은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의하면 자동차의 등록 또는 사용신고를 한 자는 반드시 자동차의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할 경우에 피해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의 지급책임을 지는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이하 ‘책임보험’이라고만 한다)에 가입하여야 하고, 피해자 1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책임보험금은 사망자의 경우 최고 1,5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자배법 시행령 제3조 1항-1995. 7. 14. 대통령령 제147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 책임보험의 성질에 비추어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의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보험금을 공제한 원심의 판결은 책임보험의 법리를 그르친 잘못이 있으나,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더 불리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본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합판결’이라 함)은 원고인 ○○보험회사는 △△화물의 보험자인 동시에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 권모씨의 책임보험자이므로 ○○보험회사는 권모씨의 책임보험자의 지위에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보험회사의 권모씨에 대한 구상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금액도 책임보험금 한도액 전액이라는 것이다. 3. 본 전합판결의 해석 그런데 본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책임보험의 성질에 비추어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새겨야 할지 검토한다. 위 전합판결에 대해 ①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시내용을 중시한다면 ‘피해자의 손해액 범위내라면 공동불법행위자의 각 보험회사는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경재, 손해보험 2002년 9월호(대한손해보험협회), 52~53쪽 참조}.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현행 자배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책임보험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금 8천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으므로, 가해차량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늘어나게 되어 실손보상의 원칙을 규정한 위 시행령 제3조 및 중복보험·초과보험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69조 내지 제672조의 규정취지에 반하고,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며, 도박보험·사기보험화 되는 문제가 생긴다(예컨대 가해차량이 2대라면 1억6천만원, 3대라면 2억4천만원까지 지급됨). 한편 ② 위 전합판결에 대해 책임보험금의 지급은 피해자의 손해액 범위내에서 하라는 판시내용을 중시하여 ‘각 보험회사는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으나, 각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합계액은 피해자의 손해액의 범위내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보험회사간 구상관계에 있어 공동불법행위자인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을 초과하는 책임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로서는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법률상책임부분을 초과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이상에 따라 구상관계에 있어서는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각 부담부분을 정하고 있는 기존판례의 태도와 어긋나며, 보험회사 책임보험금으로 다른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회사가 자기 피보험자의 과실에 따른 부담부분보다도 더 많은 보상책임을 부담한다면 자칫 실손보상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예컨대 어느 보험회사에게 자기 피보험자의 과실은 20%인데 불구하고, 전체 손해액 1억원에 대하여 3천만원의 책임보험금이 정해진다하여 3천만원을 피해자에게 전부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피해자는 나머지 80%의 과실로 손해를 일으킨 불법행위자로부터 8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1억1천만원을 지급받아 실제손해 1억원을 초과하여 손해배상 및 보상을 받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만약 이 경우 피해자에 대한 실손보상의 원칙을 중시하여 80%의 과실이 있는 불법행위자가 7천만원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자신의 과실책임이 감면되는 효과가 발생하여 결국 보험회사는 책임보험금으로 다른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키는 것과 다름이 아닌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초과보험이나 중복보험에 관한 규정 및 자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손보상의 원칙 및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이념에 따라 ③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와 각 보험회사간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있어서 “각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전체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자기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범위 내에서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은 경우, 종전판례에 따른 법률관계와 전합판결에 따른 법률관계를 비교·검토해 보도록 한다. 4. 전원합의체판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가. 전체손해액 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많은 경우. <사례> 갑과 을이 교통사고를 통해 공동으로 A라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갑 및 을의 과실비율은 8:2이고, 전체 실손해액은 1억원이며, 약관의 규정에 따른 자동차책임보험금은 각 3천만원이라고 할 때, 갑은 갑、를 보험자로 하여 자동차책임보험 및 종합보험에 가입하였고, 을은 을、를 보험자로 하여 자동차책임보험만 가입한 경우. 이 경우 종전의 판례에 의하면 갑、는 전체 손해액중 갑의 과실비율에 따라 8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고, 을、는 2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다. 다만 책임보험금을 산정하는데 있어서도 책임보험금은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 수에 관계없이 각 보험사의 피보험자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부담하게 되므로, 갑、는 3천만원의 책임 보험금중 80%인 2천4백만원, 을、는 6백만원의 부담을 지게된다. 결국 갑、는 8천만원의 자기부담금중 2천4백만원은 책임보험금으로 나머지 5천6백만원은 종합보험금으로 피해자A에게 지급하면 족 하지만, 피해자가 갑、에게 먼저 전부보상을 청구하는 경우 갑、로서는 실손해액 전부인 1억원을 전부지급하고, 을측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액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을은 을、의 책임보험만 가입하였으므로, 을、에게는 을、가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한도액 6백만원만, 나머지 1천4백만원은 불법행위자인 을에게 직접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합판결에 의하면, 손해의 공평부담과 실손보상의 원칙상 갑、는 전체 손해액중 갑의 과실비율에 따라 8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고, 을、는 2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으나, 책임보험금은 각 보험회사가 자기 부담범위내에서 전부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갑、는 8천만원중 3천만원을 책임보험금으로, 나머지 5천만원은 종합보험금으로 부담해야 하며, 또한 을、는 2천만원(자기부담부분은 2천만원이므로)을 책임보험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이때 피해자가 갑、에게 먼저 전부보상을 청구하는 경우 갑、로서는 실손해액 전부인 1억원을 전부지급하고, 을、에게는 을、가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한도액 2천만원을 구상하면 족하고, 불법행위자인 을에 대하여 직접 구상할 부분은 없다고 할 것이다. < 표 1 참조>나. 전체손해액 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적은 경우. 이 경우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위 나의 사례에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을 1천만원으로 하여 이를 살펴보면, 종전 판례에 의하면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분담하므로, 갑、는 책임보험금으로 8백만원, 종합보험금으로 7천2백만원을 부담하면되고, 반면 을、는 책임보험금으로 2백만원, 을은 1천8백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반면 전합판결에 따르면 갑은 책임보험금으로 1천만원, 종합보험금으로 7천만원을 부담하고, 을、는 책임보험금으로 1천만원, 을은 자기재산으로 1천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 표 2 참조> 5.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 첫째, 본 판결은 자동차운행자라면 자동차책임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는 방법으로 자력이 없거나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자동차 사고피해자를 최소한 보장하려는 자배법의 취지를 과대히 확장하여 피해자 1인을 중심으로 책임보험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피보험자의 수대로 책임보험금을 결정하도록 한 문제점이 있다(이경재, supra, 53~55쪽 참조). 둘째, 본 판결은 종전 판결을 기초로 작성한 자동차보험보통약관의 효력에 대해 명시적으로 그 효력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에서 본 전원합의체판결을 참조하여 약관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 수 있도록 하여 결국 수많은 분쟁을 재연시킬 소지를 만들어 버렸다. 셋째,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자배법 제26조)에 따라 절취차량, 뺑소니차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금 한도내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도록 되어있는데,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결정할 경우에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피해자 1인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보상금을 결정한다면 피해자는 불법행위자와 결탁하여 가공의 뺑소니차량을 만들어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사기보험화할 우려를 남겨두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본 전원합의체판결은 전체손해액(1억2천여만원)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9천6백여만원)이 책임보험금 한도액(1천5만원)을 초과하고 있는 경우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큰 경우에 대하여는 판시한 바가 없다. 그러나 자배법상 책임보험취지를 과도히 확장하여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과 사회보장제도의 보완장치라는 책임보험의 취지를 무색케했다는 점과 여러 가지 해석가능성을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완결된 판례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2002-10-07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 인정여부
I. 사실의 개요 원고(대한민국)는 1990. 11. 22 국방군수본부를 통하여 프랑스회사(에피코사로 표기함)부터 고폭탄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한국외환은행)는 원고를 위하여 에피코사를 수익자로 하는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원고는 피고은행에 신용장대금의 결제에 사용할 목적으로 대금 상당액 3,617,880불을 예치하였다. 피고는 1992.12.16 통지은행인 피고의 파리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따른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였다는 통지를 받고 같은 달 21일 선적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미화 약 18만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위 에피코사 앞으로 지급하도록 지시하고 원고로부터 예치 받은 금원으로 지체상금을 제외한 금액을 위 파리지점에 상환하여 주었다. 그런데 피고가 같은 달 16일 파리지점으로부터 팩스로 송부 받은 서류에는 선적통지, 도착항, 수하인이 신용장조건과 일치하지 않았고 이행보증서도 특수조건상의 기간이 지난 후 발행되는 등 하자가 있었다. 피고는 같은 달 21일 원고의 담당직원에게 하자의 일부를 통보하면서 지체상금을 제외하고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문의한 바, 지체상금을 제외하고 지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결국 이 사건 무기는 선적된 바가 없었고, 원고는 1992.12.29 경 피고로부터 선적서류를 받은 지 약 8개월이 지난 1993. 8.11 피고를 상대로 예치금의 반환을 구하게 된 것이다. II. 대법원의 판결요지 본 판결의 원심은 대법원의 환송판결인 1998. 6. 26선고 97다31298판결에 따른 서울고법 1999.7.21선고 98나37226판결이다. 이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하여는 송진훈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손지열 대법관의 별개의견이 있었고, 이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개설은행이 수익자나 매입은행 등으로부터 지급을 위하여 제시받은 선적서류에 불일치가 있으면, 그것이 사소한 것이어서 그 서류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신용장조건이 의도하는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설의뢰인의 명시적인 지시가 없는 한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하고, 개설은행이 이에 위반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개설은행은 원칙적으로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그 대금의 결제를 청구할 수 없고,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신용장 금액에 해당하는 자금을 이미 예치 받았다면 그 예치금의 반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경우, 개설은행이 일방적으로 신용장대금을 미리 지급한 다음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점검·확인하고 상당한 기간 내에 개설은행에게 선적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불일치 하는 점을 통지하여 이의를 제기하여야 할 의무가 있어 개설의뢰인이 이를 게을리 하였을 때에 개설은행에 대하여 선적서류와 신용장조건의 불일치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하거나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보아야 할 신용장거래상의 관행이 존재한다거나 혹은 신의칙에 기하여 위와 같은 의무와 그 해태에 따른 효과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2. 반대의견(송진훈 대법관)은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인수하였다면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서류들을 조사하여야 하고, 거기에 신용장의 문면이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하자를 바로 개설은행에 통지하여야 하고, 이러한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설의뢰인으로서는 더 이상 서류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신의칙에 합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별개의견(손지열 대법관)은 개설의뢰인에게 의무가 없다고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를 받고서 상당한 기간 내에 서류의 하자를 통지하지 아니한 과정에 그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정이 있고 그밖에 개설의뢰인의 행동이나 용태 등을 고려할 때 개설의뢰인이 서류의 하자를 이유로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III. 평석1. 본 판결의 의의 평석의 대상이 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몇 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하자통지의무인정여부가 주된 쟁점이었고, 이에 대하여 일국의 최고법원이 엇갈렸던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한 점 둘째, “큰 사건은 나쁜 법을 만든다”는 논리를 무색하게 한 점 셋째, 대법원이 의식하였던가 여부에 관계없이 신용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던 몇 가지 부분들에 대하여 대법원의 견해를 피력한 점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하자통지의무와 관련한 것만을 다루기로 한다. 2. 쟁점에 대한 논의 1) 문제의 소재 신용장거래의 기본적인 특성이 독립·추상성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신용장이 거래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안전한 결제수단으로 호평을 받고, 국제거래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바도 이 독립·추상성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독립성은 신용장거래는 그 원인거래는 물론이고 신용장거래 당사자간의 개별거래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추상성은 신용장거래는 그 원인거래가 물품거래이더라도 서류에 의한 거래라는 것이다. 신용장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므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이나 상환여부도 오직 서류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즉 지급이나 상환을 위한 전제조건은 신용장조건과 지급이나 상환을 위하여 제시된 서류의 일치성이다. 그러므로 서류의 검사는 지급이나 상환단계에서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문제이나 신용장과 관련한 규범들은 은행의 서류검사의무와 관련한 것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단계에서 해석상 개설의뢰인에게도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인정하여 이를 해태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에게 상환의 거절 또는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지가 본 사안과 같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2) 개설은행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 개설의뢰인의 의무인정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의무를 긍정하는 견해들의 논거가 주로 개설은행 등이 부담하는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종전에 문제가 되었던 것들은 언급하면, 신용장조건과 서류의 일치성의 정도, 서류검사기간, 하자의 통지 및 자동적 배제의 원칙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대에 신용장과 관련한 규범들의 제정 및 개정작업에서 위의 문제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진보가 있었고 간략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일치성의 정도와 관련하여 엄격일치의 원칙에 의할 것이라는 것이 재확인되었지만 아직도 그 일치의 정도에 대하여는 견해의 차이가 있다. 본 사안에서의 불일치점은 어떤 견해에 의하더라도 지급이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불일치이므로 원칙적으로 상환청구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어 있지 못하다. 서류검사기간에 관한 문제는 본 사건 신용장의 준거법인 UCP 400에서는 상당한 시간(reasonable time)을 갖는다고 되어 있었고, UCC는 제3은행영업일을 갖는다고 되어 있어 ‘상당한 시간’의 의미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으나 지금은 양자 모두 ‘상당한 시간’을 갖되 제7은행영업일(UCP 500, Art. 13 (b)) 또는 제7영업일(UCC 5-108(c))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통일되었다. ‘은행영업일’(banking days)과 ‘영업일’(business day)의 의미는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은행이 서류의 검사 및 하자통지(개설의뢰인에게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포함)를 함에 있어서 언제나 제 7은행영업일을 갖는 것이 아니고, 실제의 기간은 서류의 복잡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고 단지 그 최대한이 7은행영업일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서류검사기간의 의미는 서류의 검사에 소요되는 ‘상당한 시간’ 내에는 은행이 지급을 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고, 하자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수익자 등에게 하자를 정정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어느 정도의 하자를 통지하여야 하는 것에 관하여 UCP 500은 ‘모든’ 불일치한 점을 통지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UCP 500 14 (d)). UCC상 하자통지의무를 인정한 규정에 ‘모든’이라는 표현은 없으나 UCP와 마찬가지로 ‘모든’ 하자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통지하지 아니한 하자에 대하여 후에 그것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자동적 배제의 원칙: UCC 5-108(c));UCP 500 14(e)). 3)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인정 여부 (1)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으로부터 서류를 받은 경우, 개설은행에게 서류를 검사하여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통지할 의무가 있는가? 이를 긍정하는 견해들은 주로 ‘상당한 시간’ 내에 서류의 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의 상환청구를 거절하거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일부 견해는 개설의뢰인이 신의칙상 이러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거나 또는 의무는 부정하면서 신의칙상 예치금의 반환청구를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2) 그러나 신용장의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에게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신용장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간의 권리·의무는 신용장개설약정과 그들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킨 신용장통일규칙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고, 신용장거래의 본질에 의하더라도 그러한 검사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신용장거래의 핵심은 수익자가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하면 개설은행 등은 지급을 하는 것이고, 은행의 의무는 그 자신의 1차적인 의무(primary obligation)이지 2차적인 의무(secondary obligation)가 아니다. 즉 개설의뢰인을 대신하여 지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의무로써 지급을 한다는 것이다. 그 이외의 개설은행과 매입은행,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간의 상환관계는 엄밀한 의미에서 신용장거래의 핵심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통일규칙이 서류의 검사와 관련하여 수익자에게 지급을 담당할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간의 상환관계도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인거래에 익숙하지 못한 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즉 개설은행 등의 은행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급의 신속성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류만을 판단하여 지급 또는 상환(매입은행 등이 개재한 경우)하게 하여 원인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은행들이 원인거래상의 항변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측면도 고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용장통일규칙은 개설의뢰인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것이다. (3) 개설은행에게 개설의뢰인에 대한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할 재량권을 부여한 UCP의 규정도 개설의뢰인의 개설은행에 대한 검사·통지의무의 인정근거 될 수 없다. 개설은행이 하자를 발견하면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는 것이 종전의 관행이었고, Maulella의 조사(1991)에 의하면 이 경우 개설의뢰인의 99%는 하자를 승인한다고 한다. 이러한 관행이 UCP 500에 명문화 된 것이다. 만일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하자승인여부에 대하여 문의하지 아니하고 개설은행이 지급을 한다면 그 위험은 개설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것이지 개설의뢰인이 부담할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관행이 국제적으로 성립되어 있고, 거의 대부분의 개설의뢰인이 하자를 승인하는데 그러한 문의를 하지 않은 개설은행을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추상성에서 비롯되는 엄격일치의 원칙은 개설은행을 포함한 모든 신용장거래의 당사자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한다. 즉 적어도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엄격히 일치하는 서류라면 지급 또는 상환을 받을 수 있고, 개설의뢰인에게는 수익자의 의무이행이 서류에 의하여나마 담보된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본 사안과 같이 신용장 조건과 엄격히 일치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음에도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중대한 부분에 대한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지도 않고 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개설은행은 엄격하게 일치한 서류에 대하여만 지급을 하여야 하는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 또는 이행하지 않은 것이고, 자신이 지급한 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전제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4) 개설은행과 같은 서류의 검사·통지의무를 개설의뢰인에게 정면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를 인정하는 견해에도 찬성할 수 없다. 신의칙상의 의무도 법적 의무이므로 결국은 그러한 의무를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구체적인 경우에 개설의뢰인이 상환을 거절하거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개설의뢰인이 하자를 승인하였거나 또는 하자를 이유로 한 항변권을 포기(waiver)한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하자의 승인’이나 ‘항변권의 포기’이론으로 접근하여야지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여서는 아니 된다. 더욱이 본 사안과 같이 극히 예외적으로 개설의뢰인이 서류를 받고 7-8개월 후에야 예치금의 반환을 요청한 경우에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과 같은 서류검사·통지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거나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상환청구나 예치금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구체적인 경우에 개설의뢰인의 용태 등을 고려하여 ‘하자의 승인’이나 ‘항변권의 포기’에 해당하는가를 따져 결정할 문제이다. 만일 개설은행의뢰인에게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신용장거래의 안전은 오히려 깨어지고 만다. 엄격히 일치하는 서류들에 대한 지급 또는 상환은 독립성의 원칙과 함께 신용장의 상업적 효용에 초석이 되는 것이고 개설은행이 자의적으로 지급을 하고 그 다음 개설의뢰인의 검사·통지의무 이행여부에 따라 상환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더더욱 교섭력이 약한 개설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신용장거래의 기본인 엄격일치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개설은행이 하자를 통지하지 않은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오히려 권리남용주장을 하여 신의칙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주장의 남용’이고 ‘신의칙 법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IV. 결 언 본 판례는 과거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국방부 무기수입사건과 관련한 몇 개의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의견의 불일치를 해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하자통지의무를 부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다만, 개설의뢰인의 행위 등을 고려하여 그의 행위가 하자의 승인(본 판결에서도 하자를 승인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배척하였음)이나 알고 있는 권리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항변권의 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환청구의 거절이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였다면 더욱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2002-03-25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1
2
3
4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판결기사
2024-05-09 12:2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