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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판결확정후 그 범행수단인 행위의 추가기소와 확정판결의 기판력
I.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은 종전에 판결이 확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일부에 대한 범행수단으로서, 그 공소사실에 그 범행수단 및 태양으로 설시되어 있기는 하나, 종전사건의 공소장 등에 비추어 종전사건에서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는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여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 II. 판례평석 (1) 처음의 기소대상에서 누락된 사실을 검사가 판결이 확정된 후 추가로 기소하는 경우 소송법상으로는 크게 두가지 점이 문제된다. 첫째는 ‘검사의 公訴權 濫用與否’이다. 우선 검사의 누락기소에 대해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즉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했기 때문에 검사에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기소가 누락된 경우에는, 누락기소를 검사의 직무태만이나 위법한 부작위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자백하였고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검사가 사실의 일부를 누락기소하고 판결확정후 추가 기소하는 것은 ‘병합심리에 의한 양형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피고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소권의 남용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비록 검사가 관련사건을 수사할 당시 이 사건 범죄사실이 확인된 경우 이를 입건하여 관련사건과 함께 기소하는 것이 상당하기는 하나 이를 간과하였다고 하여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판 1998.7.10, 98도1273)고 하여 공소권남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따르거나 검사에게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동시소추의 의무는 없다고 보는 입장에 서면,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사기죄’로 기소하면서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누락했다가 차후에 추가 기소했다 할지라도 공소권남용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2) 두 번째로 범죄사실의 누락기소와 확정판결 후의 추가기소는 ‘確定判決의 旣判力’ 및 ‘一事不再理의 原則’을 침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 판례는 이 점에 대해 심판하고 있다. 재판이 형식적으로 확정되면 그 판결의 의사표시도 확정되는데 이를 재판의 내용적 확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有·無罪의 실체재판이나 免訴判決의 경우 내용적 확정이 있게 되면 사실관계를 둘러싼 형벌권의 존부와 범위가 확정되는데 이후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再訴가 금지되는 특별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確定判決의 旣判力 또는 一事不再理效果라고 한다. 有·無罪 또는 免訴判決이 확정된 후 동일사건에 대해 再訴를 금지하는 이유는 1) 동일범죄에 대한 형사절차의 반복이 시민들에게 가져다줄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방지하고(二重危險禁止), 2)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및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며(訴訟經濟), 3)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성을 도모하며, 4) 동일사건에 대해 전후 모순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여 형사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 있다. 그런데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판례와 다수설은 법원의 현실적 심판대상인 공소사실은 물론 그 공소사실과 單一하고 同一한 관계에 있는 사실의 전부(잠재적 심판범위)에 대해 그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법원의 심판범위에 대한 二元說의 입장). 이처럼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범위까지 기판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1) 공소제기의 효력은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성이 있는 범죄사실 전부에 대해서 미치고(형사소송법 제247조 2항 참조), 2) 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과 피고인보호를 위해 二重危險을 금지하고자 하는 一事不再理原則의 취지에 비추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위험이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3) 헌법 제13조 1항의 “동일한 범죄”는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형사소송법 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소장의 변경이 허용되는 범위와 일치하게 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결국 ‘公訴事實의 同一性’에 관한 학설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건에서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판결의 기판력이 사기죄의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에게까지 미치는냐도 결국은 ‘사기죄’와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3) ‘公訴事實의 同一性’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현재 다수설은 ‘基本的 事實同一說’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비교되는 양 범죄사실을 각각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그러한 사실들이 다소간의 차이점을 보이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양자간에 동일성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자연적·전법률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되는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범죄사실들에 대해서 동일성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도 역시 종래에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 서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판 1994.3.22, 93도2080; 1996.6.28, 95도1270; 1998.6.26, 97도3297)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자연적·사실적 관계 외에 피해법익과 죄질 등의 규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 대법원은 앞의 93도2080 판결에서 ‘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부인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사건개념의 해석에 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피고인이 경한 범죄사실(장물취득죄)로 심판을 받고 판결이 확정된 후 중한 범죄사실(강도상해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양 범죄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에 중한 범죄사실인 강도상해죄에 대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면 이는 정의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범적 관점이 언제나 명쾌한 판단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뿐더러, 이런 방법으로 사회의 처벌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補正訴訟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안정시키고 두 번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설정하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은 다수설과 같이 基本的 事實同一說에 의해 전법률적·자연적·사실적 관계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4)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할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각각의 범죄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그리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들을 법률적 개념으로 구체화하는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1) 수개의 범죄사실이 하나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때 그 범죄사실들은 소송법상으로 ‘하나의 사건’이다. 예컨대 수뢰와 공갈의 범죄사실은 동일인이 동일인으로부터 동일한 일시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재물을 교부받았다는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된다면 하나의 사건이다. 절도와 장물보관의 범죄사실에서는 동일인이 다른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한 일련의 행위 전체를 1개의 범죄행위로 본다면 재물의 절취와 보관은 1개의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 결국 양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고의살인과 과실치사의 범죄사실도 하나의 행위(사건)를 놓고 법적 평가만 다른 경우이므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2) 다음으로 수 개의 범죄사실이 각각 별개의 행위이면서 별개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수 개의 사건이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경우에도 ①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포괄일죄 또는 과형상 일죄의 관계가 성립하거나, ②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연결효과에 의한 상상적 경합(대판 1983.7.26, 83도1378 참조)이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③ 수 개의 범죄사실이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한다(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3판, 402면 참조). 이런 경우에는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5)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 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함이 인정된다. 그러나 양 범죄사실 사이에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가 인정된다. 즉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은 사기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양 범죄사실은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상 ‘하나의 사건’, 즉 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사기죄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즉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에도 당연히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특경법상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사기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또 다시 사기범죄의 ‘部分’행위로 인해 형사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상 피고인의 이중위험을 금지한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00-06-12
2년미만의 기간을 정한 임대차와 보증금의 우선변제청구
法律新聞 第2449號 法律新聞社 2年未滿의 期間을 定한 賃貸借와 保證金의 優先辨濟請求 高翔龍 <成均館大法大敎授法學博士> ============ 15면 ============ 大法院 95年5月26日宣告 95다13258判決 一, 事實槪要 被告Y는 1992년12월24일 訴外인 A로부터 그의 소유인 이 件 주택을 保證金 3천5백만원, 期間은 같은달 26일부터 12개월 간으로 정한 賃貸借契約을 체결하고 위 주택을 引渡받아, 1993년1월18일 住民登錄을 마친 후, 같은 해 2월26일 위 賃貸借契約書상의 確定日字를 받았다. 原告X는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1993년3월5일 債權最高額가 금7천5백만원의 根抵當權을 취득하고, 그 후 같은해 8월11일 이 사건 주택에 대한 任意競買를 신청하였다. 1994년4월8일 被告Y는 競落人이 되어, 같은해 6월3일 競落代金 7천5백50만원을 납부하였다. 이에 競賣法院은 配當期日에 위 경락대금에서 집행비용금62만2천6백40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7천4백87만7천3백60원을 配當金額으로하여, 제1순위로 취득세 금5백73만1천1백30원을, 제2순위로 被告Y에게 3천5백만원을, 제3순위로 原告X에게 根抵當權의 被擔補償權 금3천4백14만2백30원을 配當하였다. 이에 原告X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고와 위 소외 A사이의 사건 임대차는 위 배당기일 이후인 1994년12월25일에 이르러 비로소 종료하게 되므로 피고에게는 우선 변제청구권이 없어 위 배당은 부적법하다」고 하여 配當異議를 제기했다. 原審(서울고법 1995년1월20일 선고, 94나34120판결)은 原告X의 주장을 排斥, 이에 原告X는 대법원에 上告, 대법원은 上告를 棄却. 二, 判決要旨 住宅賃貸借保護法 제4조제1항은 같은법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賃借人의 보호를 위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에 위반되는 당사자의 약정을 모두 무효라고 할 것이 아니고 위 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이라도 賃借人에게 불리하지 아니한 것은 유효하다고 풀이함이 상당한 바, 임대차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의 賃借人이 스스로 그 약정임대차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賃借保證金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약정이 賃借人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같은법 제3조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주택인도와 주민등록 전입신고)과 賃貸借契約書상의 確定日字를 갖춘 賃借人으로서는 그 주택에 관한 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한 任意競賣節次에서 2년 미만의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 임대차가 종료되었음을 이유로 그 賃借保證金에 관하여 優先辨濟를 請求할 수 있다. 三,評 釋 1.本 判決의 意義 및 問題點 賃貸借法 제4조1항이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고 정한 것은 賃借人의 보호를 위한 규정이라고 하여, 그 취지를 밝힌 최초의 判決이라는데 큰 意義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賃借人에게 不利하지 아니한 계약이면,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 유효하 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살펴야 할 문제는 同法 제3조의 2 제1항 但書와의 관계이다. 즉, 「賃借人이 당해 住宅의 讓受人에게 대항 할 수 있는 경우에는 賃貸借가 終了된 後가 아니면 保證金의 優先辨濟를 請求하지 못한다」는 但書 規定과 관련시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에서 被告Y의 賃貸借가 제4조제1항의 규정에 反함에도 불구하고 1年의 임대차기간으로 賃貸借가 終了된다고 풀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件에서 讓受人은 競落人이 된 被告Y 자신이기 때문에 문제시 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선은 被告自身이 아닌 讓受人을 전제로 한 해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4조의 立法趣旨를 좀더 명확히 밝힌 후, 제3조의 2 제1항 但書와 관련시켜 本 判決의 當否를 논하겠다. 2, 제4조제1항의 立法趣旨와 제10조 이른바 賃借權의 存續保護라는 問題는 保證金의 返還保護問題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즉, 賃借人이 自己의 債務를 履行하는 한 賃借人의 意思에 反하여 賃貸借關係를 終了케하지 못하도록 하여 賃借人의 居住를 安定시킨다는 問題는 대단히 중요하다. 外國法(獨逸·英國·日本 等)의 核心은 賃借權의 存續保護問題에 있으며, 이러한 問題는 우리의 경우라고 하여 그 例外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賃貸借法은 第2次 改正前에는 最小限度로 1年間은 安定된 住居生活을 할 수 있도록 했었으나(第1次 改正法 第4條第1項, 第5條 參照), 그 이후의 주거생활의 保障은 없었다. 또한 同法改正 당시의 實態를 보면 1年 期間의 賃貸借契約이 그 주종을 이루고 있었으나, 2年으로 期間更新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韓國消費者保護院의 實態調査(1988년)에 의하면, 賃借期間을 1年으로 定한 契約은 7백68世帶 가운데 98·2%인 7백54世帶이지만 1年以上 居住하고 있는 世帶는 6백56世帶 가운데 62.8%인 3백32世帶로 나타났다. 이러한 實態와 이들의 居住安定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시의 政黨간에 팽배하였고, 당시의 法司委의 會議錄(1백47회 國會 제16차 法司委, 會議錄 44면)을 보면, 「賃貸借期間을 最小限 2年으로 하자는 部分에 있어서는 賃借人의 住居安定을 위하여 現在 最小限 1年이 保障되는 賃貸借期間을 2年으로 延長하기로 하였습니다.…審査過程에서 賃借期間을 2年으로 延長시킴에 따라 賃貸人의 賃貸借拒絶로 인하여 賃貸住宅의 不足現狀을 야기하고 또한 賃借保證金이 引上될 수 있는 要因이 될 수 있다는 問題點도 深刻히 論議되었으나 賃借人의 居住安定을 위하여 부득이 이러한 여러 가지 派生될 問題點도 甘受하고 2年으로 保障하기로 하였습니다」고 한 것은 위 趣旨를 명백히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件 被告Y와 같이 1年이라는 賃貸借期間이 賃借人 本人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면(제10조), 이를 인정하여도 제4조제1항의 입법취지에는 反하지 않을 것이다. 3, 제3조의 2 제1항 但書의 解釋 問題 (#1)同項 但書에 關한 解釋上의 問題, 즉「다만 賃借人이 當該 住宅의 讓受人에게 對抗할 수 있는 경우에는 賃貸借가 終了된 경우가 아니면 保證金의 優先辨濟權을 請求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가. 立法趣旨와 實務側의 해석을 살펴보겠다. (가)立法趣旨 이에 관한 입법취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우선 위 但書의 「賃借人」은 對抗要件과 契約書上의 確定日字를 갖춘 最先順位에 있는 賃借 人으로 풀이해야 할 것이며, 「讓受人」은 競賣 또는 公賣에 의하여 當該 賃借住宅을 讓受한 者로 풀이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른바 中間賃借人의 경우에는 競落등에 의하여 賃貸借關係가 당연히 終了되므로 구태여 이러한 규정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最先順位賃借人은 當該住宅이 어떠한 方法(賣買·競賣·公買 等)에 의하여 所有者가 變更된다 할지라도 그 讓受人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賃貸借關係가 存續하며 당해 住宅에서 계속 居住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賃借人은 保證金의 返還을 請求할 수 없고 賃貸借關係가 終了했을 때 비로소 保證金의 返還을 請求할 수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 立法趣旨에 맞는 解釋이라 생각된다. (나)實務側의 解釋 : 서울민사지방법원의 실무지침(1994년1월)에 의하면, 確定日字를 갖춘 賃借人이 對抗力도 갖고 있는 경우에는 賃貸借가 終了된 후에만 優先辨濟를 請求할 수 있는 바, 賃貸借契約書를 提出하여 配當要求를 하면 이를 賃貸借契約의 解止意思表示로 보아 처리한다는 것이다. 判例는 賃借人이 對抗力과 確定日字附公證을 받고 있을 때에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대판 1993년12월24일, 93다39676), 이러한 便法的인 實務指針이 나왔을 것이다. 立法趣旨에 따라 엄격히 해석하면 賃借人의 保證金返還確保가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賣買의 경우와는 달리 競賣등을 통한 경우에는 賃貸人(競落人)과 賃借人間의 信賴關係가 破壞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賃借人을 合法的인 手段으로 괴롭힘. 예컨데 修理를 한다는 理由로 보일러등을 修理한다는 方法을 취함), 결국 退法하게 된다. 따라서, 賃貸借期間이 存續中이라도 競落代金의 配當要求를 하여 保證金을 返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국, 立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 생각된다. 4, 本 判決의 當否 이상에서 살펴본 바 實務側의 입장에서 보면 被告Y는 賃貸權의 對抗力을 갖추고 있고 賃貸借契約書상의 確定日字附公證을 받고 있는 터이므로, 설령 賃貸借期間이 2年이라 할지라도 賃貸借契約書를 落札期日가지 제출하여 配當要求를 하면 이를 賃貸借契約의 解止意思表示로 보아 優先辨濟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本 判決에서도 위와 같은 입장에 任意 競賣라는 점을 중시하여, 被告Y는 賃借保證金에 관하여 優先辨濟를 請求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 구태여 제10조를 열거하지 아니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本 判決이 위에서 살펴본 便法的인 方法을 이용하지 않고 제4조제1항 및 제10조의 立法趣旨에 입각하여 原告X의 主張을 排斥한 것은 타당한 태도라 생각된다.
1995-10-23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
法律新聞 第1881號 法律新聞社 國民의 情報公開請求權 姜京根 〈崇實大法大副敎授 法學博士〉 ============ 11면 ============ 憲法裁判所 1989年 9月 4日宣告, 88헌마 22決定 一, 劃期的인 決定 憲法裁判所 全員合議部(주심 金亮均재판관)는 지난 9월 4일 청구인 李載淑씨가 경기도 이천군수를 상대로 낸 公權力에 의한 財産權侵害에 대한 憲法訴願에서「國民이 국가기관이 갖고 있는 情報資料의 公開를 요구할 경우 타인의 사생활이나 公益을 侵害하는 사항이 아닌한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이천군이 이씨의 林野調査書 및 土地調査簿등 민원서류의 열람·복사신청을 거부한 것은 憲法上 國民의 알권리를 侵害한 것이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이와 같이 국민의 알권리의 핵심으로서 情報公開請求權을 인정하고「情報公開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憲法規程이나 原理만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請求權의 실현을 보장한 것은 획기적인 意義를 지닌 것이다. 判決理由를 보면 다투어져야할 많은 論點이 있지만, 本稿에서는 情報公開請求權에 직접으로 관계되는 說示에 대해서만 본다. 그럴 경우 일반국민에게는 法令(여기에서는 政府公文書規程)에 근거한 공문서의 열람·복사권이 없다고 하여 憲法訴願提起要件으로서의 補充性原則의 예외를 인정하면서도 정반대로 바로 그와같은 規程이나 憲法規定을 근거로 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바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등 憲法的論理가 불명확한 다수의견이나, 정부공문서규정의 운용과정에서도 해석상 기껏해야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정도가 나올 수 있을 뿐인 法令을 근거로 해서 거기에 규정된 권리청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치 않아 결국에는 청구인의 정보공개청구를 却下시켜야된다고 하여 국민의 알권리라는 기본권실현을 배제시킨 反對意見 모두 지적되겠지만, 주조는 어디까지나 이 決定의 讚辭에 있음을 附記한다. 자세한 判決理由는 본문중에서 함께 引用한다. 二, 反對意見에 대한 所見 1, 非公開原則과 解釋에 의한 公開的 運用의 混同 (1) 政府公文書規程은 『非公開』가 『原則』인 規程이다. 반대의견은 「政府公文書規程 제36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 그 법문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일반인의 열람·복사청구에 응하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하는 바, 이에 대해서는 먼저 정부공문서규정이 「공문서의 보관. 보존규정」(1969년 5월 2일 개정·공포)을 흡수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이 規程의 原則的 目的은 공문서의 통제·관리(§1)에 있기에 公文書의 非公開가 보통인 것이며(§2, §33①, §34, §36, §8①, §38, §3①등 참조) 특히 제36조①항에서 行政機關에게는 「응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一般人에게는 제2항에서 「許可할 수있다」라고 한 것은 이 規程이 행정문서 처리. 통제에 관련된 비밀보호법령으로서의 기능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拙稿, 國民의 公文書閱覽. 複寫請求權(上)·(下),「法律新聞」(제1775호/1776호:1988년 8월 22일(月), 8월 25일(木):11면/11면). 다만 오늘날 情報化社會라든지 言論自由權 (헌법§21①)에 비추어 사실상 그 운용에 있어서는 情報公開法令으로 轉化하도록 解釋할 수는 있는 것이며, 그 점 반대의견은 정부공문서규정의 原則的인 非公開라는 입법취지와 그 解釋을 통한 公開的 運營을 혼동했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위 規程을 原則的 公開法令으로 보면서, 그에 따른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치 않아 헌법소원 제기요건으로서의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치 않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재판관의 해석적 판단에 의하여 기본권보호가 배제되기에 이르는 것이기에, 憲法合致的인 解釋도 아닌 것이다. (2) 政府公文書規程에 의거한 공문서열람. 복사의 허가는 기껏해야 一般國民에게 法律上 保護받는 利益만 부여할 뿐이다. 反對意見은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청구인이 원칙적으로 마땅히 위 法令條項에 의거하여 그 文書의 열람·복사를 請求할 權利가 있다고 하였는바, 그러나 규정 제36조②항에 근거해서는 그와 같은 구체적인 主觀的公權을 부여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첫째로, 위 조항에 의거해서는 그것의 公開를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등 행정기관의 決定裁量에 맡겨져 있는 것에 불과하기에, 반대의견이「…그 청구를 받은 피청구인은 그 문서가 위 법령조항의 단서규정에 정한 비밀문서가 아닌 한 이를 열람·복사하게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라고 순순히 그 의무를 인정한 점 역시 原則과 運用의 混同의 歸結로서 오류인 것이다. 반대의견은 당연하게 그 의무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公文書公開를 거부한 그 裁量의 판단이 比例. 平等이나 公開原則등 의 憲法原理라는 기준에 합치되느냐를 따져서 되도록이면 裁量의 逸脫·濫用이 있다고 「解釋될 때」그 公開義務를 이끌어내는 것이 논리였을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지만 原則과 運用의 混同으로 인한 誤認에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제36조②항에서는 일반국민에게 禁止解除라는 事實上의 反射的 利益만 줄뿐이며, 오늘날 「종래 반사적 이익으로서만 생각되던 것이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률상 보호이익으로 인정될수 있게끔 되었다」(김남진, 『행정법Ⅰ』「법문사:1986년」110면) 라고 하더라도 반대의견과 같이 「마땅히 위 법령조항에 의거하여 청구할 권리가 있고」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며, 해석에 의한다하더라도 권리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그 법적보호가치있는 이익인가의 여부만을 그때마다의 법관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3) 反對意見은 그리하여 基本權守護意識이 缺如됐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위 公文書公開問題가 法官의 판단여부에도 귀결된다면, 다수의견이「…공문서의 개시의무에 관한 법률상 명문규정을 찾아볼 수 없고…」라고 하여 憲法訴願提起에 있어서의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적절한 것이며, 그러기에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에 대해서「…공문서의 개시의무에 관한 현행법령의 취지를 그릇 이해…」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이유가 없는 것이다. 本件에서와 같이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느냐의 여부가 청구인의 기본권보호를 위한 관건인 마당에 반대의견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원칙인『법문의 표현에도 불구하고』(이는 반대의견 자신도 비공개가 위 規程의 입법취지였음을 인정하는 문언이라고 할 수 있다.)그 운용과정인 『해석된다』는 것만으로써 위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결국 청구인의 알권리를 실현시키지 않고 却下하여 버린다는 것은 기본권신장이라는 憲法裁判所. 憲法訴願. 憲法裁判官의 責務가 法形式的 論理에 압도된점, 지적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三, 多數意見에 대한 所見 다수의견은 국민의 기본권보호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치중하여 國民의 구체적인 情報公開請求權을 憲法論理的 근거없이 인정한다고 하는 理論的 不備가 있었다. (1) 憲法規定(原理)만에 근거해서 직접 구체적 권리로서의 情報公開請求權을 導出할 수는 없다. 實定法律制定이 없이 憲法規定(§9, §21①, 前文, §1①, §4, §8④, §32②, §119②, §1②)이나 原理(社會國家, 民主制, 國民主權등)로부터 국민 개개인이 행정기관에 직접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나올 수 있느냐에 대해서 다수의견은 「…헌법규정만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법률의 제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다시 견해가 갈릴 수 있지만, 본건 서류에 대한 열람·복사민원의 처리는 법률의 제정이 없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예컨대 독일의 경우, 정보의 자유(Informationsfreiheit)는 본기본법 제5조 ①항 1문 의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알권리에서 도출되는 바, 이는 국가로부터의 자유 라는 취지 외에 적극적인 의사형성으로서의 자유가 강조되는 것(Werner Staggat, Zur Rechtsgrundlage des Informations anspruches der Presse, 1970, S.32:BVerfGE, Bd.27,71(80ff.))이지만, 다만 이는 정보취득(Informationsver shaffung)을 위한 적극적 행동의 보장이라기 보다는정보를 받는것(die schlicht Entgegennahme)을 보장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이상으로 해석론상 국가행위에 대하여 정보청구(Auskunftsanspruch)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인정은 아닌것이다.(Reinhart Ricker, in:Loffler-Ricker,Handbuch des Presserschts, 1978,S.95:Hans Ulrich Jerschke, Offentlichkeits Pflicht der Exekutive und Informationsrecht der Press, 1971, S.106ff.,166). 한 판례(BVerfGE20, 162(175f.))에 따르면 신문의 자유(Pressefreiheit)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의무를 그 원리적 결과로 한다고 하는 바, 그러나 이는 시민의 주관적 청구권이 없는 경우에도 기본권을 객관적 원리로 이해하여 그 바탕하에서 기본권의 실현을 위한 모든 의무를 특히 입법자에게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이 특정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구체적 의무가 기본권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K.Hesse)고 한다. 객관적 원리로서의 기본권은 국가권력을 기속할 수 있을 뿐이지 기본권이 국가활동에 대한 시민의 청구권의 근거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한 사회적 참여권의 자세한 언급은 생략한다). 미국의 경우도 헌법수정 제1조에서 언론의 자유(the freedom of speech)를 규정하는바, 여기에서 적극적인 정보공개청구권등의 근거를 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를 국민의 요구에 응하여 중대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유에로 확대하거나(Note,The First Amendment Right to Gather State-Held Information,89 Yale L.J.923,929(1980)), 적극적 측면에서 정보공개청구권의 근거를 구하는 입장(Ivester, The Constitutional Right to Know,4 Hastings Const. L. Q.109,119(1977))이 있기는 하다. 미국헌법의 입장에서는 또한 이를 국민주권적 민주제도로부터 구성하기도 하지만(T.Emerson,Legal Founation of the Right to Know Wash. U.L.Q.1976,p.l.)이는 국민 개개인의 것이라기 보다는 총체나 기관으로서의 국민에게 인정된 것이기에(A.Meiklejohn, Political Freedom, The Constitutional Powers of the People,98(1965)). 구체적 권리로서의 구성은 무리인 것이다. 이미 1966년 미국의 情報公開法(Freedom ofInformation Act)제정은 이를 해결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기본권의 성격을 국가(권력)에 대한 주관적 공권으로 볼 경우나 객관적 법원리로 보거나간에 정보공개청구권을 국민 개개인이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으로 헌법상의 근거규정이나 기본원리로부터 도출시키기에는 불충분하기에(拙稿, 情報化社會와 情報公開請求權,「考試硏究」(제174호, 1988년 9월), 67∼80면). 실정법규에 의한 직접적인 권리설정이 필요한 것이고 위 헌법적 근거들은 하나의 헌법적 요청(Verfassungauftraag)으로서만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다수의견이 명확한 이론적 근거없이 청구인의 열람·복사청구권을 인정한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굳이 옹호한다면 헌법재판관의 기본권보호 의지라는 점인 것이다. (2)政府公文書規程에 근거한 請求權의 도출도 적절치 않다. 이렇게 헌법이론적 구성에 의한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정보공개청구권의 설명이 불투명하고불완전하기에, 다수의견은 나아가「…또 비록 공문서공개의 원칙보다는 공문서의 관리, 통제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규정이기는 하지만 「정부공문서규정」제36조 제2항이 미흡하나마 공문서의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터이므로 이 규정을 근거로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곧바로 실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判示한다. 정부공문서규정을 위판지와 같이 보는 것, 즉 원칙적으로 비공개규정이나 「미흡하나마」공개규정이라고 하여 원칙과 그 운용과정을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고 또 이해가 된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위 규정에서는 기껏해야 법률상 보호가치있는 이익정도만 나올뿐이지 권리의 형태로 직접 나오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그 운용과정을 공개원칙에 가깝도록 하라는 것은 허가요청을 받은 행정기관에 대해서 되도록이면 허가를 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라는 지침적 요구일 뿐이다. 역시 여기에서도 헌법재판관의 헌법과 기본권수호의지라는 이념이 엿보인다.
1989-10-16
서산시청 상대, 건축허가불허처분취소소송
1) 판결요지 및 문제제기 본 사안에서 기본적인 논점은 기본권의 상충문제와 연계되어 있는 건축허가거부처분의 적법성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즉 한편으로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또 한편으로는 환경권이 대립되는 상충관계 속에서 이익과 위험의 합리적인 배분 혹은 조정안을 찾아내는 문제이다. 판결의 요지는 이른바 ‘러브호텔’의 건축허가와 관련하여, 국토이용관리법 등 관계 법령이 일정한 시설의 건축을 제한할 수 있는 지역과 대상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고, 구체적인 건축제한지역의 지정 고시에 관해서는 조례에 위임하고, 조례 역시 단체장에게 구체적인 제한지역의 관리에 관해 위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제한지역의 지정이 없는 경우에도 건축제한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는 관계 법령과 조례를 근거로 하여 건축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 법령에서 지침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입장, 즉 “주변의 자연환경과 주민의 생활환경을 훼손할 우려”를 건축허가불허처분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던 종래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대판 1995.12.12, 95누9051; 1996.26, 95누5497; 1996.2.13, 95누16981). 다만 본 평석은 동 사안의 결론보다 보충의견의 헌법상 기본권적 법익, 특히 환경법익에 대한 가치판단과 법해석방법론상의 입론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건축허가거부처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타당성여부는 논외로 한다. 2) 평석 (1) 환경권 우위론 보충의견은 환경정책기본법 제 2조의 「환경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규정에서 입법자가 제시하고 있는 ‘환경보전우선고려의 요청’을 헌법차원에까지 격상시켜서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와 마찬가지로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제1항, 제35조 제2항).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상의 ‘환경보전우선고려의 요청’은 권리성과 함께 의무성 및 제도보장의 성격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환경권의 특성과 입법자의 환경법익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가치전제가 법률차원에서 표현된 것일 뿐이다. 환경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이 가변적일 수 밖에 없는 공공복리개념의 정의에서 환경가치에 부여되는 가중치를 높이게 되는 요인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헌법상 기본권의 등급화 또는 서열화를 정당화시키는 이유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우리 헌법상 기본권의 상하위관계를 설정하는 논리는 부인되지 않지만, 그것은 가치질서체계에 따라 극히 제한된 범주에서만 인정될 뿐이다. 헌법의 통일성에 터잡은 엄격한 절제에 유보되어 있는 논리이다. 헌법국가의 규범성은 국가목적의 상대성과 그 실현수단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환경보전을 포함한 그 어떤 목적도 절대시될 수는 없다. 헌법의 통일성에 터잡은 규범조화적 해석이론의 출발점이다. 환경보전의 이념도 기본권이 상충되는 경우에 ‘규범조화적 해석’에 의해서 수렴되어야 할 하나의 중요한 헌법해석의 ‘관점’(Topos)일 뿐이다. 보충의견의 환경권우선의 논리에 따른다면 그 일관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권리’로 인정되는 환경개선 보호조치청구권이 입법조치 없이도 직접 국가에 대하여 환경보전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그 현실적인 결과는 산업, 교통, 보건위생 등 거의 모든 공동생활영역에서 생활의 질에 대한 전면적인 포기이다(Vgl. J. Isensee. Die Ambivalenz des Eigentumsgrundrechts, in: F. Ossenbuehl, Eigentumsgarantie und Umweltschutz, 1990, S.16). 최근에 대법원이 생활환경적 법익을 구체적인 사법상의 권리로 적극 인정하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하급법원과는 달리 일관되게 환경권이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 및 예방청구권으로만 인정하는 것도 절대적인 환경권우선의 논리에 따르는 법해석론상의 문제점과 함께 그 결과의 현실부정합성을 신중하게 고려한 결론인 것으로 생각된다(대판 1995.5.23, 94마2218; 1995.9.15, 95다23378; 1999, 7.27, 98다47258). 환경보전문제에 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방법이 법적 균형감각의 포기를 대가로 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기본권실현의 이념적 정당성과 현실정합성은 균형성에 터잡은 법적 판단에 의해 매개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환경권의 우선성에 대한 근거가 아니라, 중용(中庸)의 조화에 대한 명령이다. (2) 법의 이념 현실과 법해석 보충의견은 환경권의 우선성, 환경정책상 현실적인 긴요성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여건 등을 이유로 들면서, ‘법규의 형식적인 자구’에 얽매인 해석이 아니라 ‘합목적적인 법해석’을 통해서 환경보전의 이념과 정책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법을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는 국토이용관리법(제15조 제1항 제4호)과 숙박업 등 시설의 설치제한에 관하여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동법 시행령 규정(1997.9.11 개정전 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4호)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하면 구체적으로 조례를 통한 제한지역의 지정 고시가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시설의 설치행위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목적의 정당성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는 명제는 법운용의 경우에 특히 강조되어야 한다. 설령 백해무익한 결론에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경우일지라도 법이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것이 ‘법규의 형식적인 자구’의 해석에 따른 불가피한 결론, 즉 법해석상의 한계를 전면 부인하지 아니하고는 회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당해 법규가 개정되기 전까지는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 바로 ‘법해석상 제1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비난 혹은 부인되어야 할 ‘형식논리’가 아니라, 법운용에서 최우선으로 강조되어야 하는 가장 ‘실질적인 형식명제’, 즉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다. 처분 당시의 법률과 시행령에 의해 조례에 위임하였고, 조례를 통해 일반적인 기준제시와 함께 다시 구체적인 제한지역의 지정을 단체장에게 위임하고 있는 법규의 효력이 합목적적 해석에 의해서 부인 또는 제한될 수 있다는 입론은 법원이 입법자의 위임입법결정의 의미와 기능을 전면적으로 무시하고 대체입법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보장은 정책적인 차원의 개별적인 합목적성이나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결코 부인되어서는 아니 되는 거시적인 차원의 보다 큰 법가치이다. 또한 이 법가치의 훼손에 따르는 역작용은 전방위적이고, 중차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합법성이 합목적성에 우선되는 논리는 법치국가이념의 핵심이고, 그것은 환경보전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3) 합목적적 해석의 한계 ‘서산시 준농림지역 안에서의 행위제한에 관한 조례’는 제4조 제1항에서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시장은 접객업시설의 설치제한지역을 고시하고 관리하여야 한다는 수권 및 위임근거를 정하고, 제6조에서 「제4조에 의하여 제한지역을 고시할 때에는 제한의 목적, 제한지역의 범위, 제한행위의 내용 기타 접객업시설 설치의 행위제한에 필요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제한지역의 구체적인 지정과 관리를 시장에게 위임하였다. 단체장은 처분 당시까지 아무런 구체적인 지정 고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보충의견은 이러한 상황에서 조례상의 일반적인 기준만을 근거로 건축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본다. 해석의 대상인 법을 우리가 체계로 이해하고, 문리해석방법뿐만 아니라 체계성과 합목적성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명제는 합법성의 체계를 대전제로 하는 것이다. 법관의 법형성기능도 무제한적인 것일 수는 없다. 입법기술적인 한계나 기능법적인 관점에서 적용이 가능한 범주는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본 사건에서와 같은 입법자의 ‘입법위임결정’과 ‘무결정’ 혹은 ‘결정유보’의 결정을 법원이 ‘환경보전의 이념’이나 ‘정책적 필요성’을 명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결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법운용체계의 기본원칙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특히 본 사안은 지방자치제도의 기본이념인 ‘보충성의 원리’에 따른 기능배분의 기준을 고려하는 경우에 본래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도시계획 혹은 건축계획행정에 속하는 바, 입법자의 조례위임과 조례상의 위임결정의 의미와 기능을 주목해야 했다. 다수의견의 입론에 따르면 기본권의 제한이 법관의 주관적인 가치관에 유보되게 되는 극단적인 결론까지도 용인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이념적 정당성’ 혹은 ‘현실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헌법 규정상의 일반적인 기준만을 근거로 기본권제한이 가능하게 된다.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 자체가 기본권제한의 헌법적 한계로 이해되는 바, 그 핵심적인 내용이 바로 이러한 추상적이고 가변적인 ‘이념’이나 ‘현실’의 명분이 직접 구체적인 기본권제한의 근거로 인정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와 같이 환경권과 기타 기본권이 상충되는 경우에도 그것은 상반되는 방향의 양면성을 가지는, 즉 다극적인 기본권제한의 문제이고, 그 해결의 방법과 기준은 입법자가 정한다. 법관국가가 아닌 법치국가에서 법관의 기능은 기본권제한의 수권근거를 ‘이념’과 ‘현실’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지, 수권근거 자체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3) 결론 동 판결은 규범조화적 기본권해석의 요청과 법과 정책의 조화에서 요구되는 균형성, 특히 법해석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 다수의견이나 보충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전원합의체에 의한 판례변경에 앞서서 일단 경과조치성의 예고적인 판단을 선행시키는 것이 더 합목적적인 대안이 아니었을까?
1900-01-01
취업규칙의 성질과 변경절차
法律新聞 1388호 법률신문사 就業規則의 性質과 變更節次 일자:1977.7.26 번호:77다355 林鍾律 崇田大 法經大교수 ============ 12면 ============ 〈事件表示〉 대법 1977.7.26 판결 77다355 파기환송 대한석탄공사 퇴직금청구사건 참조조문: 勤勞基準法 第95條 第98條 ◇事 實 대한석탄공사는 就業規則에 의거하여 이른바 退職金累進制를 실시하여 오다가 1977년1월5일 및 1973년3월12일 두차례에 걸쳐 長期勤續者의 退職金額을 引下시키는 내용의 就業規則 變更을 단행하였다. 다만 會社側은 勤勞基準法第95조에 규정된바에 따라 근로자측의 意見을 듣지않고 變更內容을 勞動廳에 申告하지도 않았으며, 이회사 종업원 개개인으로부터 變更內容에 대한 同意를 얻으려 하였다. 종업원 崔○○는 이러한 회사측의 就業規則變更措置에 개인적으로 승복하는 意思表示를 한바있고 그후 회사를 退職하게 되었으나 그 退職金算定을 둘러싸고 變更前의 就業規則을 따를것인지 變更後의 就業規則에 따를것인지 즉 變更된 就業規則이 效力을 발생한다고 볼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회사측과 그 主張이 對立하게 되었다. 이사건 原審인 서울고등법원 (1977년2월10일판결, 76나2596) 은 회사측이 해당 근로자의 同意 또는 勞使協議會에 의한 同意를 얻은 이상 變更된 就業規則이 效力을 발생한다고 判示하였으나 근로자 崔○○는 이에 不服, 上告하기에 이르렀다. ◇判決理由要旨 就業規則은 사용자가 企業經營權에 基하여 事業場에 있어서의 勤勞者의 服務規律이나 勤勞條件의 基準을 획일적.통일적으로 定立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이는 勤勞基準法이 從屬的 勞動關係의 現實에 입각하여 實質的으로 不平等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하여 그들의 基本的生活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法規範性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것이므로 원칙적으로 就業規則의 作成變更權은 사용자에게 있다할 것이나 就業規則의 變更에 의하여 旣存 勤勞條件의 內容을 一方的으로 不利益하게 變更하려면 종전 就業規則의 적용을 받고 있던 勤勞者集團의 意思決定方法에 의한 同意를 요한다고 할것이며, 그 同意方法은 근로자과반수로 조직된 勞動組合이 있는 경우에는 그組合의 同意, 그러한 組合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會議方式에 의한 과반수의 同意라야하며, 따라서 이러한 方法의 同意를 얻지 않는限 설혹 개인적으로 同意한 근로자에 대하여도 就業規則의 變更으로서의 效力을 가질수 없다. ◇評 釋 1, 就業規則의 法的 性質 現行法上 就業規則은 사용자가 一方的으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勤勞基準法第95條는 단순히 근로자측의 意見을 듣도록 규정할 뿐임) 근로자와 合意한 契約內容을 깨뜨리고 이를 劃一化하는 拘束力.規範力을 가진다 (勤勞基準法 第98條참조) 는 점에 그 本質이 있다. 이와같이 就業規則은 勤勞基準法처럼 國家가 制定한 法規도 아니요, 그렇다고 契約처럼 當事者間의 合意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當事者를 구속하는 效力을 가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점 就業規則의 法的 性質의 문제로서 구구한 學說의 對立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가) 契約說: 就業規則의 拘束力의 根據를 「合意」에서 구하려는 입장으로서 사용자가 一方的으로 정하는 就業規則 그자체는 國家法도 契約도 아니고 契約條件의 提示 (契約草案) 내지 근로조건에 관한 사실상의 標準에 불과하지만 근로자의 合意에 의하여 契約內容으로되고 당사자를 구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合意에 관하여는 ①明示的이든 默示的이든 현실적인 合意를 요한다는 입장 (合意實在說 純粹契約說) ②근로자가 특히 反對의 意思表示를 하지않는限 일반적으로 노사관계에있어서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就業規則에 의한다」는 事實인 慣習 (民法第106條) 이있어 이를 통하여 就業規則이 勤勞契約의 內容으로 된다는 입장 (事實慣習說) ②就業規則이 근로자에게 제시되면 그로써 合意가 擬制된다는 입장 (合意擬制說) 등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나)法規範說 : 就業規則의 拘束力의 根據를 그 法規範性에서 구하려는 입장으로서 就業規則은 國家法은 아니지만 勤勞契約에 대한 法的 規制 즉 事業內의 法規範이라는 것이다. 다만 法規範으로 인정되는 根據에 관하여 ①就業規則은 所有權내지 經營權의 權能으로서 國家가 그制定權을 사용자에게 보장.授權한 事業內의 法規範이라고 보는 견해 (所有權說.經營權說) ②就業規則은 事業內의 慣習業이거나 國家의 承認을 얻은 事業內의 社會自主法으로 보는 견해 (慣習法說, 社會自主法說) ③就業規則 그자체는 法規範性을 가지지 않는 단순한 社會規範에 불과하지만 勤勞基準法은 사용자의 사실상의 支配力을 억지하고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保護法의 精神에서 就業規則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수 있는 범위안에서 사용자에게 그制定權을 授權하여 그法規範性을 인정한 것이라보는 입장 (授權說.保護法說) 등으로 나누어진다. 2, 不利益變更과 同意要求 就業規則의 法的 性質에 관한 見解差異는 특히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不利益하게 就業規則을 變更하는경우에 그것이 效力을 발생하기위하여 근로자측의 同意를 요하는가 또 어떠한 방식의 同意여야 하는가에 귀착된다. ① 合意實在說은 근로자의 現實的 同意 (推定的同意나 擬制된 同意가 제외된다는 의미)를 요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고 ②合意擬制說, 事實慣習說, 所有權說, 慣習法說은 모두 근로자의 同意를 요하지 않게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就業規則의 提示 反對意思의 不表明이나 强行法規.旣得權尊重의 原則.信義誠實.權利濫用禁止.公序良俗의 違反이 아닐것이 效力發生要件으로 될 것이다.) 이렇게되면 근로조건의 一方的低下의 길이 너무 넓어지게 되기 때문에 或者는 就業規則의 法的 性質에 관하여 위 네가지學說중 어느것에 立脚하면서도 變更前의 就業規則의 內容이 이미 勤勞契約의 內容으로 化體되어있기떄문에 그不利益 變更은 당연히 근로자의 同意를 要한다는 正反對의 결론을 導出해내기도 한다. (勤勞契約化體說) ③ 保護法說은 就業規則의 不利益變更은 근로자가 특히 同意한다든지하는 특별한 사유가없는限 保護法精神에 反하고 勤勞基準法이 사용자에 授權한 범위를 逸脫한것으로서 그 效力이 否定된다고본다. 이리하여 근로자에게 不利益한 就業規則의 變更은 어느學說에 의하든 일반적으로 근로자측의 同意가 있어야 效力을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하게 된다. 다만 同意의 方法에 관하여는 ①合意實在說이나 勤勞契約化體說이 필연적으로「個別的 意思의 同意」라고 보는 결과, 同意한 근로자와 同意하지않은 근로자 사이에 근로조건의 差異를 인정하게 되지만 ②保護法의 精神, 특히 勤勞條件 對等決定의 原理를 강조하는 保護法說은「集團的 意思의 同意」를 요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3, 判例의 動向 이 事件 大法院의 判示趣旨는 筆者가 일찍이 保護法說을 지지하고 있었던 터라 (2)환영할만한 것임은 말할 나위없지만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우리 法院은 다소의 우여곡절을 거쳐왔음을 看過해서는 안될 것이다. ① 당초 下級審은「사업주는 就業規則의 變更에 관한 權利를 가지며... 근로자들의 同意를 얻지않았다 하더라도 就業規則의 變更內容이 法令 (특히 勤勞基準法)의 정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이상 그대로 유효하다」 (3) (서울민지법1974.8.30판결 73가합6032, 判例月報1974. 11月號) 고 하여 所有權說에 立脚한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② 다시「취업규칙은 사용자가 經營權에 터잡아 事業場에 있어서의 근로조건 및 취업규율에 관한 획일적 통일적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法規範的인 性質을 가지고 있는 것... 就業規則중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이미 勤勞契約의 內容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볼것이므로 사용자가 이를 근로자에게 不利하게 一方的으로 變更하는 것은 (勤勞基準法第3條의 취지에 비추어) 근로자의 同意가 없는 限, 그 效力이 없다. (서울고법1976.4.2판결75나2809) (4) 고 하여 所有權說에 서면서 勤勞契約化體說을 취한 태도를 보였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처음부터 이론적 根據야 어떻든, 적어도 同意를 요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혀 왔다. ③처음에는「就業規則을 (근로자에게 不利益하게) 變更할 때 근로자들로부터 同意를 얻지 않았으니 無效」 (대법1976.8.28판결 76다1411 判例月報 1977. 3月號) 라고 막연히 (理由說明 도 同意方法說明도 없이) 同意를 요한다고 하다가 ④「就業規則 중 특히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의 變更은 근로자의 同意가 없는 限, 그 근로자에 대하여는 無效」 (대법원1976.12.14판결 75다1540 : 判例月報 1977. 7月號) 라고하여 위②처럼 所有權說을 明文으로 밝히지 않고 ③의 경우와 달리 同意를 擬制할 수 있다고 밝히지 않은점에서 보면, 合意實在說을 지지한 듯 하고, 同意方法에 관하여서도 ③과같이 애매한 태도를 청산하고「근로자」라는 表現으로「個別的 意思의 同意」임을 명백히 하였었다. 그러다가 ⑤이 事件冒頭의 判決理由要旨에서 밝힌바와같이 保護法說을 지지하게되었고, 그당연한 論理的歸結로써「集團的意思의 同意」를 요한다는 견해를 취한 것이다. 이렇게 볼때에 대법원은 就業規則의 法的 性質 및 그 不利益變更의 效力發生要件에 관한 종래의 見解를 바꾼 것이 明白하며 새로운 견해는 後述하는바와 같이 그 立論의 妥當性을 높이 評價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判決의 變更」에 요하는 法定節次 (法院組織法 第7條)를 省略.無視한 것은 아무래도 釋然치못하고 더구나 같은 法官이 結論을 달리하는 判決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4, 勤勞條件對等決定의 原則 이事件 判決理由에서 大法院은「旣存 근로조건의 내용을 사용자가 一方的으로 근로자에게 不利益하게 변경하는 것은 勤勞基準法의 保護法으로서의 精神과 旣得權尊重의 原則 및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同等한 地位에서 自由意思에 의하여 결정되어야한다는 勤勞基準法 第3條의 규정상 허용될수 없다. 그렇다고하여 개인적으로 同意한 勤勞者에 대하여는 그 變更의 效力이 있다고 한다면 근로자는 團體로서 行動할 때에 實質的으로 사용자와 對等한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 모든 勞使關係法의 基本立場이므로 사용자는 實質的으로 對等하지 아니한 優越한 地位에서 容易하게 就業規則의 變更이란 형식으로 개별근로자에 대하여 旣存 就業規則에 정한 基準에 미달되는 근로조건을 정한 勤勞契約을 체결할수 있게되어 就業規則上의 基準을 最低基準으로 규정한 勤勞基準法 第98條를 사실상 無意味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고 하여 就業規則의 不利益變更이 效力을 발생하기 위하여 근로자측의 同意, 그것도 集團的 意思의 同意를 요하는 理論的 根據에 관하여 특히「保護法說」과「勤勞條件對等決定의 原則」을 들어 이를 매우 明快하게 설명하고 있다. 勤勞基準法 第3條의 勤勞條件對等決定의 原則은 勞動法全體를 꿰뚫는 指導原理로서 契約自由의 原則만으로는 사용자의 一方的意思로 근로조건 (勤勞契約의 內容)이 결정된다는 不合理를 시정하기 위하여 근로자는 그 團結活動에 의하여 비로소「同等한 地位」에 설수있고, 따라서 근로조건은 원칙적으로「근로자개인」과 사용자의 合意로서가 아니라「근로자집단」과 사용자의 合意로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原理를 규정한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勤勞基準法 第3條를「당사자가 封建的意識에서 脫却해야 한다는 趣旨의 訓示的 規定 내지 精神規定으로 보는 것은 契約法上의 一般原則으로서의「內容決定의 自由」와 勞動法의 指導原理로서의「勤勞條件對等決定」을 混同한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앞에서 든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②)에서도 勤勞基準法 第3條를 내세우고있지만 이 역시 同法條를 契約內容決定의 自由를 천명한 것으로 오해한 見解라 아니할수 없다. 이에 反하여 이사건 大法院判決에서는 同法條의 趣意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注目된다. 그런데 勤勞條件對等決定의 原則이 唯獨 勤勞基準法에서만 明文化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團體協約 기타 團結活動에 의하여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原則이 제대로 관철되는 反面 勤勞契約이나 就業規則 에 의하여 결정하는 경우에 특히 이原則이 관철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에 대한 規制法律에서 이를 특히 强調한 것이라 생각된다. (7) 5, 意見聽取 및 申告節次 就業規則의 制定.變更에 있어서 사용자는 勤勞基準法 第94條 및 第95條의 規定에 의하여 근로자측의 意見을 듣고 勞動廳長에게 申告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意見聽取 및 申告節次를 就業規則의 效力發生要件으로 볼것인가에 관하여도 意見의 對立이있으나 이들 節次는 行政上의 團束에 의하여 就業規則의 內容을 保護하려는 취지에서 설정된것에 불과하므로 否定說이 妥當할 것이다. 이事件 大法院判決에서는 (종래의 다른 大法院判決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문제에관하여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원심판결에서는 否定的 見解를 명확히 밝혔고 당사자가 이에대하여 다투지 않은듯하다. (1)판결이유는 判例月報 1978. 3月號 64-5면참조. 또 同旨判決로는 대법 1977.12.27판결 77다1378: 法律新聞 1978. 1. 13字 (2)林鍾律「취업규칙의 변경과 근로조건의 저하」경영과 노동, 1977. 1月號27면 (3)이판결은 대법원 (본문④)의 판결로 결국파기되었음. (4) 대법1976.10.26판결 76다1090 : 대법원판결 24-3 민사 150면은 이사건의 上告審으로서 結論은 이判決을 지지하고있지만 그 根據說明에 있어서는 오히려 合意實在說에 가깝다고 하겠다. (5) 이사건의 判決에는 재판장 梁炳浩 및 朱宰璜 任恒準 羅吉祚대법원판사가 관여하였고 이와 결론을 달리한 종전판결 (④) 에는 재판장 任恒準 및 朱宰璜 韓恒鎭 羅吉祚 대법원판사가 관여하였다. (6) 金亨培 노동법 1976. 173면 (7) 林鍾律「勞動行爲槪念의 試論的硏究」서울대法學 19-1 1978. 295면이하 참조. (完) 
19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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