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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죄의 상습범과 주거침입죄의 흡수관계
- 대법원 2015.10.15.선고 2015도8169판결 - 1. 사실관계 가. 범죄사실 (절도) ① 피고인은 2014. 5. 20. 14:00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 롯데캐슬아파트 105동 1502호에서 그 곳 옷장방 액세서리 함에 놓여 있던 피해자 ○○○ 소유의 시가 2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1개를 꺼내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4. 6. 1. 18:00경에서 19:40경 사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 201호(연희동, ○○○○○빌)에 피해자 심○○이 부재중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하여 그 집 작은방까지 들어가 화장대에 들어있던 시가 78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개, 시가 340만원 상당의 쇼메 반지 1개, 70만원 상당의 팔찌 1개, 현금 10만원 등을 가지고 나와 합계 1200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였다. 나. 범죄사실(주거침입) ① 피고인은 2014. 6. 3. 13:00~13:30경 서대문구 연희로25길 ○-○○, 301호(연희동)에 있는 피해자 길○○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화장실 창문을 통해 들어갔으나 마침 베이비시터인 정○○가 집안으로 들어와 발각되자 베란다를 통해 도망갔다.②피고인은 2014. 6. 7. 13:25경 서대문구 연희로27길 ○○, 402호(연희동,○○○○빌)에 있는 피해자 허○○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현관으로 침입했으나 마침 집안에 있던 허○○에게 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1심의 판단 (주거침입 무죄) 검사는 범죄사실(주거침입) 1.) 2014. 6. 3. 범행과 2.) 2014. 6. 7. 범행에 관해 이를 주거침입죄로 기소했는데 1심 역시 절도죄의 미수로 보지 않고 주거침입으로 인정하고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을 구성하고 상습절도 등 죄와는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3. 원심의 판단 (주거침입 유죄) 원심은 1심과 달리 기소된 ②범죄사실(주거침입)인 주거침입범행에 대해 유죄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야간이 아닌 이 사건과 같이 주간에 주거에 침입할 경우 형법 제332조, 제329조는, 형법 제330조, 제331조 제1항과 달리 주거에 침입하는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규정도 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상습절도죄와 주거침입죄는 별도로 성립하여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다." 또한 그 이유를 "결국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는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별개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4. 대법원의 판단 (상고 기각)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30조에 규정된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및 형법 제331조 제1항에 규정된 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죄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 범인이 그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157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 형법 제332조는 상습으로 단순절도(형법 제329조), 야간주거침입절도(형법 제330조)와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및 자동차 등 불법사용(형법 제331조의2)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각 형의 2분의 1을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 상습단순절도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에 대한 취급을 달리하여,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를 더 무거운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간(낮)에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간 주거침입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가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2.) 대상판결에서 참조한 84도1573 전원합의체판결의【판결요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4 제1항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주거침입행위는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이 성립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으며, 또 위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 외에 상습적인 절도의 목적으로 주거침입을 하였다가 절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주거침입에 그친 경우에도 그것이 절도 상습성의 발현이라고 보여 지는 이상 주거침입행위는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의 1죄만을 구성하고 이 상습절도 등 죄와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문제점 1.) 먼저 문제되는 것은 피고인이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침입했으나-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라는 행위는 으레 절도죄의 미수범(형법 제342조)으로 처벌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그 범행을 절도죄의 미수로 의율하지 아니하고 이에 관해 절도죄에 흡수되는 주거침입죄만 문제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망가는 범인을 추격하면서 "도둑놈 잡아라!"라고는 하지만 "주거침입한 놈 잡아라!"라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2.)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침입하는 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는 이른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만 처벌하고 주거침입은 별도의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흡수관계'란 어떤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하면, 그것이 다른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연히 수반한다고 생각되는 까닭에 후자의 적용은 하지 않는 관계인 법조경합의 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살인의 경우 상해와 의류손상 등이 있더라도 살인죄에 의하여 상해죄나 재물손괴죄는 흡수되는 관계와 같다. 형법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법정형이 형법 제329조(절도)의 법정형 보다 높은 것은 주거침입을 그 죄의 구성요건으로 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야간의 주거는 사람이 현존하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므로 물건을 훔치기 위해 야간에 그 곳에 침입하는 것은(이른바 밤손님) 위험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죄의 경우 야간의 주거침입은 가중처벌 하게 되는데 주간의 주거침입인 경우는 흡수된다며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3.) 또 문제되는 것은 '상습범'의 이해에 관한 문제이다. 상습범이란 일정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상습이란 반복된 행위에 의하여 얻어진 행위자의 습벽(習癖-버릇)으로 인하여 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예건대 도벽(盜癖). 형법상의 누범은 전에 받은 형의 체험이 무시되어 책임이 커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나, 상습범은 동종의 범죄를 반복·실행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착안한 개념이다. 즉 누범은 범죄 수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고, 상습범은 범죄의 수보다도 행위의 상습적 버릇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형법에서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해도 '상습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형법에 절도죄(형법 제329조) 외에 '상습절도죄'라는 죄목이나 따로 규정한 법정형은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에 있어서 주거침입은 절도죄에 흡수된다고 할 때 그 범행이 상습범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6. 맺는 말 일반의 절도죄 보다 구성요건이 다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그 법정형이 높은 것은 수긍되는 바이고, 일반의 절도죄 이거나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이거나 간에 그것이 상습범인 경우 행위의 위험성 때문에 가중처벌 한다는 것도 이해되는 바이다. 그리고 주거침입절도죄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 처별 하는 것이므로, 그 주거침입이 야간이거나 주간이거나 간에, 그 범행이 상습범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또는 절도가 기수이거나 미주에 그치거나 간에, 절도범의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된다는 것이 죄수론(罪數論)에서의 '흡수관계의 법리'라고 본다.
2015-11-12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2015-01-15
공동주택 내력구조부 비중대하자의 하자보수기간에 대하여
Ⅰ 사실관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B 보증을 상대로 아파트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하자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A시공사의 하자보수의무를 보증한 B 보증에 대하여 1, 2, 3, 5, 10년차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 지급을 명하였고, B 보증이 항소한 2심은 공평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하자보수비의 80%로 책임을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B 보증이 대법원에 내력구조부에 하자로 인하여 공동주택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다(이하 이를 중대하자라 한다)는 입증이 없는 하자(중대하자가 아닌 하자를 비중대하자라 한다)에 대한 보수기간이 5 또는 10년이 아니라 철근콘크리트의 하자에 해당하여 3년이라는 이유로 상고를 하였으나 아래 대상판결과 같이 비중대하자라도 하자보수기간은 5 또는 10년이라는 사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관계법령의 변천 1.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38조 제14항(1981. 4. 7. 신설)에서 사업주체에게 하자보수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공동주택관리령(1981. 10. 15.시행) 제16조 제1항에서 그 하자보수기간은 그 준공일로부터 주요시설인 경우에는 2년 이상으로 하고 그 외의 시설인 경우에는 1년 이상으로 하되, 하자보수대상인 주요시설 및 그 외의 시설의 구분 및 범위에 따른 기간은 건설부령으로 정한다고 하였고, 공동주택관리규칙(1982. 2. 22.시행) 제11조 제1항에서 하자의 범위와 그 하자보수책임기간은 별표 3과 같다고 하였으며, 별표 3(공사의 종류와 그 세부 공사의 종류에 따라 하자보수책임기간을 구분되었음)을 규정하였다. 1994. 11. 2. 공동주택관리규칙이 개정되면서 별표 3에 "위 표에도 불구하고 기둥 내력벽의 하자보수기간은 10년, 보·바닥·지붕의 하자보수기간은 5년으로 한다"는 비고란(이하 내력구조부 비고란이라 한다)이 삽입되었고, 그 후 1998. 12. 31. 공동주택관리규칙 별표 3이 폐지되면서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 제1항에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그대로 존치된 채 별표 7에 도입되었다. 2. 1994. 1. 7. 신설된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38조 제16항에서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때에는 10년의 범위 내에서 이를 보수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공동주택관리령(1994. 8. 3.시행) 제16조의2에서 중대하자의 범위와 내력구조부별 하자보수기간을 기둥·내력벽은 10년, 보·바닥·지붕으로 5년으로 규정하였다. 3. 주택건설촉진법이 폐지되고 주택법(2003. 7. 25.시행)이 제정되면서 제46조 제1항이 사업주체에게 공동주택의 하자를 보수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하였고, 시행령 제59조 제1항에서 그 하자의 범위, 시설구분에 따른 하자보수책임기간 등은 별표 6과 같다고 하였는데 별표 6의 내용을 공동주택관리령 별표 7중 내력구조부 비고란만을 삭제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원용하였다. 한편 주택법 제46조 제3항에서 사업주체에게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때에는 사용검사일부터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이를 보수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시행령 제62조 제1항에서 중대하자의 범위와 하자보수책임기간은 별표 7과 같다고 하였고 별표 7의 내용은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의2와 동일하게 하였다. 4. 주택법이 개정되어 2005. 5. 26.시행되면서 제46조 제1항과 3항이 개정되었고, 다시 2005. 9. 16. 시행된 시행령 제59 제1항에서 하자의 범위, 내력구조부별 및 시설공사별 하자담보책임기간 등은 별표 6 및 별표 7과 같다고 하여 이를 통합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① 주택법 제46조 제1항 및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59조 제1항 및 별표 7은 내력구조부에 발생한 중대하자에 대하여는 그 위험성과 주요성에 비추어 특히 가중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이지, 내력구조부에 중대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보수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이는 점, ② 내력구조부에의 비중대하자의 경우 구 주택법 제46조 제1항, 주택법 시행령 제59조 제1항 및 별표 6에 따라 사업주체가 보수책임을 부담하는 하자에 해당하나, 그 하자보수기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는 점, ③ 한편 주택법 시행령 별표 6에서 정하고 있는 하자담보책임기간 1년, 2년, 3년에 해당하는 하자는 공사의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는데 반해 내력구조부의 하자는 하자의 발생부위를 기초로 분류하고 있어서 그 분류기준이 달라 비중대하자에 대해 별표 6에서 정하고 있는 시설공사별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 ④ 건설산업 전반에 관한 기본법인 건설산업기본법령은 공동주택을 포함한 대형공공성 건축물의 기둥 및 내력벽의 책임기간을 10년으로, 기둥 및 내력벽 이외의 구조상 주요부분의 책임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면서 기둥 및 내력벽 등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판정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지 아니한데,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일반 집합건물보다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임에도 내력구조부에 발생한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하자보수기간을 5년 또는 10년으로 본다면 오히려 일반 집합건물보다 보호를 하지 않는 결과가 되어 국민의 주거생활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점, ⑤ 쾌적한 주거생활에 필요한 주택의 건설?공급?관리와 이를 위한 자금의 조달?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에 발생한 중대한 하자가 아닌 하자의 하자보수기간 역시 10년(기둥, 내력벽) 또는 5년(보, 바닥, 지붕)으로 봄이 상당하다. Ⅳ 논의대립 1. 한정설 내력구조부의 중대하자로 판정되어야만 하자보수기간이 5, 10년이며, 비중대하자의 경우에는 별표 6에 따라 철근콘크리트의 하자로 보아 하자보수기간이 3년이라는 주장이다 김홍준, 도서출판 유로, 259면 이하 . ①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당시에는 내력구조부 비고란에 따라 내력구조부의 하자의 하자보수기간을 5, 10년으로 정하였지만, 주택법 시행령 별표 6에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삭제되었으므로 별표 6. 7.과의 균형적인 해석상 별표 7의 경우에만 하자보수기간이 5, 10년이고, 비중대하자의 하자보수기간은 별표 6에 따라 시설공사의 종류를 기준으로 1, 2, 3, 4년 중 하나이다. ② 위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내력구조부의 하자보수가 소홀해져 국민의 주거생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③ 하자보수보증약관(별표 7에 정해진 하자)에 의하여 5 내지 10년차 하자 중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하자보수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데 명시적인 약정 없이 하자보수보증책임을 확대해석할 수 없다. 2. 비한정설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46507 판결, 한정설을 채택한 원심을 파기환송 한 2014. 11. 13. 선고 2013다15531 판결 등 다수의 판결이 있다. 내력구조부에 하자가 있는 경우 무너지거나 무너질 염려가 있다고 판정될 요건과 관계없이 그 하자보수기간은 5, 10년이라는 주장이다. 그 주요 논거는 이 사건 대상판결이유와 같다. Ⅴ 대상판결의 의의 2003. 7. 25. 제정된 주택법과 시행령 제59조 제1항에 의한 별표 6에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삭제되자 내력구조부에 비중대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하여 위 Ⅳ에서 본 한정설과 비한정설이 제기되었고, 각자의 주장에 따라 하급심이 판단하였는데 대상판결은 비한정설을 채택하여 내력구조부에 비중대하자인 경우에도 하자보수기간을 10년(기둥, 내력벽) 또는 5년(보, 바닥, 지붕)으로 통일하였다. Ⅵ 사견 비한정설은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존치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해석하고 있어, 별표 7과의 관계상 합리적인 해석이 아니고 오히려 특별한 근거도 없이 해석에 의하여 내력구조부의 비중대하자에 대한 하자보수기간을 연장하였다고 하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주택법의 취지나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고려하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견해로 보인다. 실무상 허용균열폭의 범위 내에 있는 균열도 하자라고 평가하고 그 책임을 제한하여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정하고 있어 감정인들이 감정을 할 때에도 내력구조부에 균열을 모두 하자로 인정하여 내력구조부의 부위별로 5, 10년차의 하자로 그 보수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내력구조부에 발생하는 하자는 대부분 철근콘크리트의 균열로 보이고, 그 균열 중 허용균열폭의 범위 내에 있는 균열과 그 범위를 초과하는 균열이라 할지라도 진행하지 않은 균열은 비중대하자로 평가되고, 허용균열폭을 넘으면서 진행하는 균열은 중대하자로 평가된다고 할 것이다. 철근콘크리트의 균열 중 상당부분이 허용균열폭내에 있는 균열이라 할 것인데 하자분쟁조정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13-930호) 제4조 제1항에 따라 허용균열폭 내에 있는 균열을 하자로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비한정설에 의하여 하자보수보증금을 산정하게 된다면 하자보수보증주체도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12-08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 결정에 대한 소고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으로 위헌 결정을 하면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과거 결정(헌재 1995. 4. 20. 91헌바11 결정)을 변경하였다. 위 2011헌바2 결정(이하 '대상결정'이라 한다)은 그 판단의 근거로, 불과 4년 전인 2010년 4월 29일 합헌이라고 판단한 특가법 제9조 제2항('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해당 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을 올려 가중처벌하는 법률조항) 위헌소원 사건(2008헌바170)에서 위헌의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형사특별법의 정당성에 관한 기존의 판단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2.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이 사건 마약법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만 5년에서 10년으로 올려놓았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 검사는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 것이 특별법 우선의 법리에 부합할 것이나, 이 사건 마약법조항으로 기소할 수도 있는데, 어느 법률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등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일반법에 대비되는 특별법은 개념적으로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한 경우를 뜻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역시 이 사건 마약법조항의 구성요건 이외에 별도의 가중적 구성요건 표지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그러한 표지 없이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기고 있어 법집행기관 스스로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귀결되며 수사과정에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특별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하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평석 (1) 대상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단순히 특가법 마약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으로서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형사특별법이 정당한 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처음으로 천명한 데 그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조건이란 "개념적으로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가 적절히 지적하듯이 "만일 구성요건 표지의 추가 없이 법정형만을 가중하려고 한다면 일반법의 법정형을 올리면 되지 따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기준은 기존 헌재 논리와는 전면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즉 헌재는 2010. 4. 29. 2008헌바170 결정에서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에서 가중처벌하는 '차량사용 산림산물 절도죄'의 법정형을 더 중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의 법정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이와 다른 특별한 가중 사유 없이 별도로 재차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한 입법방식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입법방식 자체가 곧바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당시 헌재의 다수의견(5인)은 ①오히려 가중처벌 할 특정범죄를 특가법 등 단일 법률에 일괄하여 규정함으로써 가중처벌 하는 범죄와 형벌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이에 따른 범죄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②검사가 산림자원법 조항과 특가법 법률조항 중 어느 특별 구성요건을 적용하여 기소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달라지는 문제는 검사의 기소재량에 의한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반면 반대의견(4인)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림자원법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법정형이 매우 무거운 특가법 법률조항을 적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집행기관의 재량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적용을 허용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추가사유 없이 동일한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은 책임원칙에 반한 과중한 형벌을 부과하여 위헌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위 반대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①단순히 법정형만의 가중하는 입법 형식은 정당한 형사특별법으로 평가받을 수 없으며, ②특가법 조항과 그와 구성요건이 똑같은 마약법 조항 중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김으로써 법집행기관 스스로도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사정은 법집행기관이 피의자나 피고인으로부터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4인의 반대의견이 4년 만에 헌재의 공식 입장이 된 것이다. (2) 대상결정의 파장 - 잇따르는 위헌제청 결정 대상결정이 위 2008헌바170 결정의 반대의견을 전면적으로 수용함으로써 2008헌바170결정이 심판대상으로 삼은 특가법 제9조 제2항도 위헌이라고 판단될 것이 명백하다고 볼 때, 현행 특가법 중 특별 가중사유 없이 법정형만 가중하는 조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제5조의4(상습 강·절도죄 등의 가중처벌) 제1항, 제3항 및 제4항, 제10조(통화위조의 가중처벌)뿐이다. 대상결정 이후 법조계에서는 특별한 가중사유 없이 법정형만 가중한 특가법 법률조항에 관하여 위헌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논란을 반영하듯 일선법원에서 특가법상 단순 가중처벌조항에 관하여 잇따라 위헌제청을 하여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대상결정을 주요 논거로 삼아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 중 제329조 부분 및 제329조의 미수죄 부분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8월 22일자 및 2014년 9월 24일자로 각 위헌제청 결정을 하였다(2014초기2057 및 2014초기2197). 부산고등법원은 특가법 제10조(통화 위조의 가중처벌)가 형법의 통화위조죄와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사건 피고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위 조항에 관하여 위헌제청을 결정(2014초기17)하였다고 한다(법률신문 2014. 8. 21.자 보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4항(상습 장물취득의 가중처벌)이 형법 제363조의 죄와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하였다(중앙일보 2014. 10. 23.자 보도). (3) 주목되는 헌재의 판단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에 관하여는 과거 합헌 결정(헌법재판소 1995. 3. 23. 93헌바59 결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헌재가 대상 결정에서 기존의 91헌바11 결정을 변경한 바 있어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가법 제10조 및 특가법 제5조의4 제4항에 관하여는 과거 결정례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대상 결정에서 밝힌 정당한 형사특별법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비추어보면 특가법 제10조에 대하여도 위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4. 나오며 실무에서는 그동안,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는 가중처벌 법률조항이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재량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다. 대상결정은 그러한 비판의 입장에서 형사특별법이 갖추어야 한 정당한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본다. 최근 일선 법원이 문제성 단순 가중처벌 법률에 관하여 잇따라 위헌제청 결정을 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미 대상결정의 파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위헌제청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2014-12-04
헤이그 규칙상 금화조항의 해석
I. 쟁점사항 및 대상판결의 의의 물품운송계약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조약인 1924년의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 of Lading, dated Brussels 25 Aug 1924)에는 그 동안 실무에서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왔던 일명 '금화조항(Gold Clause)'이 있다. 즉,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을 포장당 100파운드(내지 이와 동등한 가치의 다른 통화)로 제한하고 있는데(100 pounds sterling per package or unit) 그와 동시에 제9조 제1문에서는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gold value)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규칙을 따를 때 포장당 책임제한액 100파운드가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영화(英貨)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금화 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하였던 것이다. 만약 위 규칙에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영국화 100파운드로 해석한다면 이는 포장당 운송인의 책임을 미화 170달러 정도만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화주는 지극히 적은 금액만 배상받게 되고, 금화 100파운드로 해석한다면 이는 영국 주화법(Coinage Act)에 의거하여 환산할 때 포장당 미화 21,000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므로 화주가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액은 상당히 커지게 되어, 실제 국제해상운송계약관계에 있어 위 조항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최초로 명확한 판시를 함으로써(법률신문 7월14일자 5면 참조), 금화조항의 해석에 대한 잘못된 하급심의 판결들을 일거에 정리하고 해상업계에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I. 사실관계 원고는 인도네시아의 보험회사이고 피고는 해상운송인이다. 소외 A는 해당 화물을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수출하기로 하고, 피고와 사이에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위 운송계약에 따라 선적항 대한민국 부산항, 양하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본건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였고 해당 화물은 약정된 경로에 따라 운송되었는데, 그 운송과정에서 피고의 과실로 화물 4포장이 손상되었다. 이에 원고는 적하보험자로서 화주인 A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한편,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지상약관; paramount clause)에 따르면, 선적지국가나 도착지국가에서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해당 운송계약에 관하여 헤이그규칙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았다. III. 원심판결의 내용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0. 19. 선고 2012나20825 판결) 이 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 모두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규정된 바에 따라 이 사건 운송계약에 있어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헤이그규칙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었고 원, 피고 역시 준거약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 그러나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영국화 100파운드인지 아니면 금화 100파운드인지에 관하여, 원심은 이전까지의 하급심 판결들(서울지방법원 2003. 1. 16. 선고 2001가합25714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12. 18. 선고 98나1647 판결 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을 포장당 영국화 100파운드로 제한하는 판시를 하였다. IV. 대법원 판단의 요지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논거들을 비판하고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관한 외국 판례들의 태도를 수용하면서, "1.헤이그규칙이 제정되었을 당시의 사정 및 그 이후의 pound sterling 가치의 변천 취지를 고려할 때,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s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 할 수는 없고, 2.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금조항에서 벗어나 고정된 가치를 가진 계산단위로서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이하 'SDR'이라 한다)을 창설하였던 취지 및 헤이그-비스비규칙과의 관계를 살펴볼 때,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 해상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으로 정하고 있는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V. 평석 대법원의 해당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국제적인 해상운송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1. 영국 법원은 1988년 'The Rosa S'사건에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100 pounds sterling'은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고,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항소심 법원(1989년), 싱가포르 고등법원(1992년), 프랑스 고등법원(1992년), 미국 등 각국의 법원에서 이와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또한, 최근 2004년 5월 20일경 영국 추밀원(Privy Council)이 'The Tasman Discoverer'사건에서 위와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대한 해석은 공신력 있는 각국 사법기관의 판단에 의하여 국제적으로 이미 종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6월 대법원의 해당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합리적 근거 없이 위 외국 판례들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내용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된 태도를 취해왔는바, 외국과의 해상운송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무역행태를 고려할 때 해당 판결은 운송업계에 국제적인 통일성을 부여하는 매우 의미 깊은 판결로 보인다. 2. 위와 같이 헤이그규칙상 금화조항이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는 해석론이 국제적으로 정립된 이상, 선하증권 이면약관 등에 의해 헤이그규칙이 해상운송계약에 편입된 경우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화주로써는 금화 100파운드의 한도 내에서 자신이 입은 전체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익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운송계약 당사자들은 헤이그규칙을 선하증권에 편입시킴으로써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금화 100파운드로 한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화주가 입은 손해를 최대한 배상받도록 하겠다는 의사합치를 이룬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이 인정하는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상법은 해상운송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하여 배상액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책임제한액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어서 그러한 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합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상법 제799조 제1항은 상법이 정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하증권에 편입된 헤이그규칙에 의하여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이 금화 100파운드라고 보는 것은 상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적자치 원칙 및 실질적 형평에도 부합한다. 3. 나아가, 만약 운송계약 당사자들이 헤이그규칙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금화가 아닌 영국화 100파운드로 정할 의사로써 위 규칙을 선하증권에 삽입한 경우에는, 본 사건에서와 같이 선하증권의 지상약관(paramount clause)으로써 위 규칙 전체를 계약에 편입할 것이 아니라 위 규칙의 제4조 제5항 내용만을 구체적으로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위와 같은 의사를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 즉, 영국 추밀원(Privy Council)이 2004년 판시한 'The Tasman Discoverer사건에서 해당 당사자들은 선하증권 약관에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만을 명시해 삽입하였는데, 추밀원은 이러한 경우 포장당 책임제한액은 영국화 100파운드라고 할 것이고 당사자들의 의사는 해당 운송계약에서 헤이그규칙 제9조의 금화조항을 변경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을 금화 100파운드라고 해석한 해당 판결은 국제적 통일성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판결로서 앞으로의 분쟁에 명확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4-07-21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와 처분성 여부
1. 서론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내린 경고조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이래, 서울고등법원 등 다수의 하급심 또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또는 독점규제법 등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경고'의 처분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표시광고법상의 '경고'가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대상 판결이 대법원의 과거 판결과 다소 모순되는 듯한 판결을 한 이유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는 독점규제법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규제되다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되면서(시행 1999. 7. 1.) 독점규제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분리·독립되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은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장래 다시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주는 고려사항이 되어 사업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평석 가. 사실 관계 원고들은 고양시 식사동에 분양하는 아파트 주변에 경전철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의 허위·과장광고를 하였음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의결'을 통지받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경고의결'이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임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 등을 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 여부에 관한 여러 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종래 법원 판결 및 당사자의 주장을 통하여 다양하게 제시되었는데, 이를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단순화 하여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표시광고법 제7조 등에 다른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도 부정하는 견해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은 "경고조치는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하급심 법원에서 계속 확인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 2002. 12. 3. 선고 2002누433 판결은 "이 사건 경고는 표시광고법 및 위 법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에 정하여진 피고의 처분의 종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피고가 정하여 고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의 일종에 불과하며,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 2001. 8. 23. 선고 2001누3732 판결과 서울고등법원 2006. 10. 12. 선고 2005누27668 판결도 같은 취지의 입장이었다. (2) 시정조치로 보지 않으면서도,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상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1. 1. 12. 선고 2010누17344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이라고 보면서도, 경고를 받은 전력이 과징금 부과에 있어서 참작사유가 되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았다. (3)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을 긍정하면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견해 원고들이 상고이유서 등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이 사건 경고는 사업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인데, 경고의결의 근거가 되는 사건절차규칙 제50조는 위임의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4) 시정조치로 보면서,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4930 판결, 즉 대상 판결의 입장이다. 다. 대상 판결의 타당성 검토 (1) '경고의결'의 행정처분성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고시') Ⅱ. 13.은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벌점' 산정에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경고'를 0.5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징금 고시는 2008. 11. 10. 이전까지는 경고의 경우 벌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2008. 11. 1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8-18호로 개정된 과징금 고시에서 현재와 같이 벌점 규정이 신설되었다. 대법원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다수). 따라서 2008. 11. 10. 과징금 고시가 개정되어 현재와 같이 경고에 벌점 규정이 신설된 이상, 경고를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행정처분으로 본 것은 합당하다. 참고로 표시광고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은 "이 영에 규정된 사항 외에 과징금의 부과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고 하여 과징금 고시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경고의결'의 법적 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는 이상,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성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경고의결'을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또는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 해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상고이유서에서 표시광고법 제7조 제2항은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음에도, 제4호에 대하여는 이러한 위임 규정이 없고,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경고'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개별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위반행위의 시정 또는 그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시정조치의 내용을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 판결 내용은 타당하다. 참고로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두1983 판결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남용행위에 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정한 시행령 등이 제정되지 않은 사안에서, 위 규정이 헌법상 법치주의원리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결론 대상 판결은 논란이 되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행하는 '경고'의 법적 근거와 행정처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을 명백히 한 것으로, '경고'를 받은 경우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벌점이 부여되도록 개정된 과징금 고시 내용을 반영한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2014-05-19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법률신문 9월 6일 자 5면) (1) 사실관계 갑과 A는 "A가 자금을 출연하여 소나무 39주, 팥배나무 1주(이하 P수목으로 약칭함)를 구입하고, 갑이 노동력을 제공하여 P수목에 대한 가식·관리를 하여 쌍방의 협의 하에 제3자에게 처분한 다음 그 수입을 분배한다."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P수목을 대금 1,200만 원에 매수하였고, 갑은 이를 M토지에 가식(假植)하여 관리해 왔다. 그런데 갑은 A의 허락 없이 C에게 P수목을 대금 1억 9,000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석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교부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 갑의 계약체결 사실을 알게 된 A는 C에게 P수목과 관련한 동업계약 사실을 알렸다. 갑과 C와의 P수목 매매는 이로써 무산되었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갑을 횡령죄와 사기죄로 기소하였다(이하 횡령죄 부분만 고찰함). 제1심은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하였다. 갑과 검사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횡령미수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횡령 미수의 인정근거에 대해 학술논문에 준하는 정도로 상세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춘천지방법원 2010노197), 지면관계로 필자가 임의로 이를 요약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보고 있다(2008도10971 등). (나) 횡령행위는 정당한 소유자의 본권 침해에 관한 구체적인 재산상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 위험범으로 보아야 한다. (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경우에는 소유권의 권리변동에 등기나 명인방법 등의 공시방법이 필요하다. (라) 부동산의 경우에 계약금의 수령만으로는 아직 구체적 위험발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갑의 행위는 횡령죄의 실행의 착수에는 해당하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보관하던 이 사건 수목을 함부로 제3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소비하여 이 사건 수목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횡령미수죄를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예로서 특별히 주목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항소심판단의 타당성을 긍정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은 단지 '관련 법리'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그 동안 학계의 다수의견과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해 왔다. 즉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로 표현하는 순간 횡령죄는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소위 표현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불법영득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며 실제로 재물을 소유권자에 준하여 처분할 수 있게 될 때 기수에 이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소위 실현설). 본 판례의 사안에서 항소심법원은 종래의 표현설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실현설의 입장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횡령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항소심법원은 점유의 이전이 소유권 이전에 영향을 미치는 동산과 달리 등기나 명인방법에 의하여 소유권 이전이 일어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종래의 위험범설로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갑이 함부로 P수목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의 발로로서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명인방법에 의하여 P수목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므로 기수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횡령죄를 추상적 위험범과 구체적 위험범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산의 경우에는 점유가 이미 행위자에게 있으므로 추상적 위험범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이전이나 명인방법에 의한 인도가 있을 때 비로소 위험발생이 구체화하여 이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항소심법원의 태도 및 이를 유지한 대법원의 태도는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논리구성에 백 퍼센트 찬성할 수는 없다. 우선 횡령죄를 구체적 위험범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는 구체적 위험범의 개념정의에 반드시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체적 위험범이란 입법자가 법익침해의 위험을 구성요건요소로 명시해 놓은 경우를 말하는데(예컨대 형법 167조 1항의 일반물건방화죄의 경우 참조), 횡령죄의 경우에 이를 나타내는 구성요건표지는 없다. 지금까지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여 왔던 학계나 판례의 입장은 외국의 해석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독일 형법의 경우 횡령죄는 그 객체가 동산으로 한정된다(독일형법 246조 1항 참조). 독일 형법은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동조 3항) 동산만을 객체로 하는 관계로 횡령죄의 미수범은 자기 소유의 재물을 타인 소유의 재물로 오인하여 횡령하는 불능미수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정할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Nomos Kommentar StGB, 2. Aufl. § 246 Rn. 43). 한편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 형법은 횡령죄의 가중형태로 업무상 횡령죄를 처벌하고 있으나 미수범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횡령죄에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은 배제되어 있다(동법 252조, 253조 참조). 요컨대 독일 형법이나 일본 형법의 경우에는 모두 횡령죄의 미수범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를 같은 조문(형법 355조)의 제1항과 제2항으로 배치하여 그 법적 성질이 유사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업무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을 같은 조문에서 같은 형으로 가중처벌하고(형법 356조), 미수범도 같은 조문(형법 359조)에 의하여 처벌하고 있다. 또한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로서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우리 형법의 구조를 보면, 동산을 객체로 하는 독일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이나,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일본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차용할 수 없음을 즉시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소유권 변동과 관련하여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것이 부동산 물권변동이다(민법 186조 참조). 부동산의 횡령과 관련하여 독일 형법의 해석론은 우리에게 아무런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부동산을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시키고 있는 일본 형법의 해석론도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바가 별로 없다. 요컨대 우리 형법 제359조가 규정하고 있는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은 우리 민법의 물권변동 법리에 맞추어서 새롭게 그 의미가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소심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법원 또한 '관련 법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이러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본 판례는 앞으로 실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죄의 미수감경을 허용한 본 판례는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 처벌과 관련하여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본 판례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의문점 한 가지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그 처벌을 가능한 한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아는 바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배임죄 판례를 보면, 계약금의 수령단계에서는 아직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2009도14427). 적어도 중도금 수령단계에 이르러야 미수가 되고, 본등기 또는 가등기가 경료될 때 기수에 이른다(2008도3766). 그런데 본 판례에서는 계약금의 수령만으로 횡령죄의 미수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앞으로 연구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2012-09-17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학원수강료 조정명령 취소소송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수학과목을 교습하는 B학원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2010. 6. 4. 피고에게 반당 정원 12명을 기준으로 월 27만1614원의 수강료(분당수강료 223원)를 60만9000원으로(주 1회반), 121만8000원(주 2회반)으로 증액(분당수강료 500원)한다는 내용을 통보하였다. 2. 원고는 2010. 6. 24. 피고에게 학원수강료 인상이 전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강사의 시간 할애가 많이 요구되는 반당 학생수 절반 수준으로 구성된 반'과 '고3 수능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표명서를 제출하였다. 3. 피고는 2010. 7. 14. 학원수강료조정위원회를 열어 원고의 수강료 인상에 대해 심의한 결과 수강료 동결을 결정하였고, 2010. 7. 29. 원고에게 수강료 인상근거 미흡을 이유로 동결한다는 수강료조정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4. 원고는 2010. 10. 28.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처분의 근거 법률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916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학원법'이라 한다) 제15조(수강료 등) ④ 교육감은 제2항에 따라 정한 학교교과교습학원 또는 교습소의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강료 등의 조정을 명할 수 있다. Ⅲ. 대상 판결의 결과 및 이유 1. 판결 결과 서울행정법원은 2011. 7. 21.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2. 판결 이유 (1) 절차적 하자의 유무 이 사건 입장표명서 등의 내용은 수강료 증액 통보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통보대로 수강료를 인상할 수 있게 되면 원고 스스로 물가상승률, 강사료인상분을 참작하여 수강료를 인상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반당 정원 6명을 기준으로 수강료가 과다한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행정절차법 제27조의2 제출의견 반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실체적 하자의 유무 학원 수강료가 과다한지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국민소득수준, 물가수준(소비자물가, 생활물가, 교육물가 등), 우리나라 전체의 사교육현황 및 해당 교육청 관내의 사교육 현황 등 일반적인 요소뿐 아니라 학원의 종류·규모 및 시설수준, 교습내용과 그 수준, 교습시간, 학습자의 정원, 강사료·임대료 등 기타 운영비용, 해당 교육청 관내의 학원 현황 및 수강료 징수실태 등 각 학원의 개별적 요소를 포함한 학원의 수강료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조사·검토하여 산출되는 적정 수강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학원 수강료의 가격수준이 앞서 든 요소들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너무 높아서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정도'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수강료조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원고는 분당수강료를 2배 이상 대폭 증액하겠다고 통보하였으나 학원 시설수준 개선, 강사 교체 등 조치를 예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② 2008년도, 2009년도 물가상승률이 5%에 못 미치므로 시설운영비용, 강사료 등 급여비용에서 통상적 정도를 넘는 급격한 인상요인이 없는 점, ③ 분당수강료 500원은 인근 다른 수학보습학원의 분당수강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고 높은 수준의 수강료를 받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④ 원고는 기존 수강료를 받고도 2008년, 2009년의 경우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두었던 점, ⑤ 영업이익과 학원장의 인건비가 매우 높은 수준인 점, ⑥ 기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국민소득수준, 사교육현황, B학원의 종류·규모 및 시설수준, 교습내용과 그 수준 등 수강료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볼 때, 원고가 통보한 수강료는 사회통념상 그 가격수준이 너무 높아서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정도라고 판단된다. Ⅳ. 평석 1. 학원법 제15조 제4항의 입법취지 및 법적 성격 (1) 입법취지 서울행정법원은 2010. 4. 29. 선고 2009구합55195 판결에서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서 규정한 학원 수강료 조정명령 제도는 적정한 수강료의 범위를 벗어난 과다한 수강료를 조정하여 지나친 사교육비 징수로 인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이 되도록 균등한 정도의 사교육을 받도록 함과 아울러 국가적으로도 비정상적인 교육투자로 인한 인적·물적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2) 법적 성격 법원은 "수강료조정명령은 교습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행정청인 피고가 사인인 원고들과 학생들 사이에 자유롭게 체결되는 교습계약에 개입하여 그 계약내용인 수강료를 변경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고, 그에 위반할 경우 벌점부과, 교습정지, 등록말소 등의 제재 처분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고, 학원법 제15조 제4항을 원고들이 운영하는 이 사건 각 학원의 수업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집행한 결과물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 3. 24. 선고 2010구합26506 등 다수). 서울행정법원은 2009. 7. 23. 선고 2009구합3248 판결에서 "수강료 조정명령은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폐해의 방지라는 공익을 위하여 해당 학원설립자 등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그의 영업권 및 재산권을 제한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2. 절차적 하자 부분 판단에 대하여 (1) 대법원은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 의한 수강료등 조정명령은 학원운영자 등이 '이미 정하여 통보한' 수강료등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두22542 판결). (2) 대상사건에서의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한 검토 피고는 '수강료통보서'를 대상으로 학원법 제15조 제4항 수강료조정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반당 정원 12명을 기준으로 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수강료통보서를 제출한 후 제출한 입장표명서 등은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학원 스스로 수강료가 과다하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위 대법원 2010두22542 판결에 비추어 절차적 하자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3.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 대한 해석 검토 (1) 서울행정법원 2009. 7. 23. 선고 2009구합3248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2009. 7. 23. 선고 2009구합3248 판결에서 "학원설립자 등이 정한 수강료 등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위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고 보아 쉽게 조정명령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이므로 선행처분인 수강료조정명령과 후행처분인 영업정지처분의 관계,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되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어야 하나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은 채 수강료조정명령이 절차상·실체상 위법하면 영업정지처분이 당연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10. 10. 7. 선고 2010구합13654 판결, 2011. 3. 31. 선고 2010구합45484 판결, 2011. 4. 7. 선고 2010구합43266 판결도 '과다하다'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석하였다. (2) 서울행정법원 2010. 4. 29. 선고 2009구합55195 판결, 2011. 4. 7. 선고 2011구합2507 판결, 2011. 6. 30. 선고 2010구합43150 판결 등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라고 함은 적정한 수강료에 비하여 해당 학원의 수강료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하다는 의미로 해석" 한다. 학원측이 교육원가계산서 등 서류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에도 수강료가 과다하다는 입증이 이뤄지지 못하여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3) 서울행정법원 2011. 3. 24. 선고 2010구합26506 판결 학원법 제15조 제4항 '과다하다'의 의미를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경우'로 보고 수강료를 결정하는 '객관적 요소'뿐 아니라 '주관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4) 서울행정법원 2011. 5. 13. 선고 2010구합43167 판결, 2011. 5. 19. 선고 2010구합42904 판결, 2011. 5. 19. 선고 2010구합43174 판결 등 학원법 제15조 제4항은 문언해석상 '지나치게 많다'고 보면서 피고의 주장·입증을 통해 '과다하다'고 인정될 여지를 인정했다. 투입비용 대비 수강료가 많은 점, 유사 학원에 비해 수강료가 많은 점, 투입비용 변경 정도 대비 수강료 인상폭이 큰 점, 이윤이 지나친 점 등을 처분청이 주장·입증하면 '과다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 (5) 비판 및 소결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서 단지 '과다하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에 반하고 동 조항의 운용 여지를 지나치게 좁힌다. 이는 행정청에게 판단여지를 부여한 입법취지에 맞지 않고 행정판단을 사법판단으로 대치하는 문제가 있다. 학원들이 교육원가산정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유리한 자료만 제출하는 것이 현실인데, 피고측에게 학원수강료가 과다하다는 증명을 엄격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수강료인상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매우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에도 엄격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11. 3. 24. 선고 2010구합26506 판결과 같이 객관적·주관적 요소모두를 고려하게 되면, 행정청의 입증에 대한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매 수강료조정명령마다 개별학원 수강생의 만족도를 설문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행정청에 교육원가의 주관적 요소에 대한 입증까지 지우는 것은 사실상 입증곤란으로 인한 패소를 면치 못하게 한다. 강사의 강의수준, 수강생의 학업수준, 수강생과 학무모의 만족도 등 주관적 요소는 계량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는 당해 처분청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하는 원칙으로 돌아가 학원법 제15조 제4항 '과다하다'에 관하여 피고가 객관적 자료를 통한 주장·입증을 하는 데 성공하면 수강료조정명령이 적법하다고 보는 해석이 타당하다. 4. 대상 판결의 의의와 전망 전국적으로 수십 건의 유사소송이 계속 중이다. 2010. 7. 총 111개 학원이 서울특별시강남교육청에 대해 수강료인상을 통보한 사실이 있고 그 중 수십 개 학원들이 소송을 제기하였다.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서 '과다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해석상 문제가 발생된다. 2011. 7. 25. 법률 제10916호로 학원법이 개정될 때 동 조항은 개정되지 않았다. 입법적 해결은 논외로 하고 동 조항을 적용하는 교육당국은 조속히 '적정수강료산출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정수강료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수강료조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적정수강료산출시스템의 도입·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의 충분한 조력을 받아 구체적 자료와 근거를 들어 수강료조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수강료조정명령의 설득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대법원 판례를 통해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 관한 하급심 혼란스러운 해석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2011-10-10
회생채권의 출자전환과 채무의 소멸범위
Ⅰ. 사실의 개요 원고는 1997. 12.8. 소외 D주식회사(이하 'D보증인회사'라 한다)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회사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3장을 취득하였다. 피고회사는 2007.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7. 10.16.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한편 D보증인회사는 2000. 11.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1. 6.12.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D보증인회사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2006. 6.1. 채권 25,000주 당 액면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배정받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D보증인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받았다. 원고는 2007. 2.21.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면서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을 변제충당하는 등 채권액을 산출하여 합계 141,575,146,693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관리인은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그 신주효력발생일인 2006. 6.1. 시가 72,000원으로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을 채권소멸액으로 보는 등 원고의 회생채권액을 94,478,131,615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65,683,348원을 회생담보권으로 나머지 94,412,448,267원을 회생채권으로 각 시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07회확55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여, 'D보증인회사'의 회생계획에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출자전환 주식 1주당 25,000원의 채권이 그 효력발생일에 소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생채권액은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에 불과하다며 관리인이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과의 차액 상당액인 28,670,000,000원의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였으나, 담당 재판부는 2007. 8.10. "보증인에 대한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만큼 그 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주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정리법(2005. 3.31. 법률 7428호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으로 폐지된 것) 제240조 제2항은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가 정리회사인 때에는 그 보증한 보증인이, 보증인이 정리회사인 때에는 주채무자가 정리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 회생계획에서 주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이고, 주채무에 관한 권리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권리변경의 효력은 채무자회사의 보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된 회생채권에 대하여 실제로 돈이 지급되는 변제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는 그만큼 보증채무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채권자가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회사 발행의 신주를 인수한 경우, i)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주채무의 감면으로 보아야 하는지, ii) 아니면 회생채권자가 돈으로 변제를 받은 것과 같이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 여부 및 소멸된다면 그 소멸되는 범위에 관한 논의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인 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들로서는 회생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2003. 8. 22. 선고 2001다64073 판결, 2003. 1.10. 선고 2002다12703·12710 판결 등)"라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교부된 신주에 의하여 회생채권자가 변제와 같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및 그 만족의 정도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범위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 1주당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 관한 것으로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의 1주당 변제액을 초과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리하면 ① 보증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 즉 '신주의 발행가액'(= 1주당 발행가액×발행주식수)로 보아야 하고, ② 이로 인하여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 시가 상당액을, i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상당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리는 주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와 그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도 그 결론을 같이 할 것으로 판단된다. IV.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D보증인회사가 2001. 6.12.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음에도 출자전환이 2006. 6.1.에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아마도 회생계획안에서 출자전환의 시기를 2006년으로 미루어둔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안 인가시의 발행가액과 출자전환시의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것인데,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험은 회생계획안의 의결에 직접 참여한 회생채권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회생채권자가 신주발행에 의한 출자전환을 정한 회생계획을 의결할 당시 이미 채무자회사의 회생과 신주발행에 의한 득실을 고려하였을 것이므로, 회생채권자가 그 의결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대물변제 약정을 하면서 이행기를 위 약정시기 이후의 특정 시점으로 정할 경우, 채권자로 하여금 그 대물의 가액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발생되는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찬성한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10,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즉,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고 보아야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 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르면,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액은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10,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 된다. (3) 그렇다면 결국 회생채권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설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견해로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위와 같은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구를 더욱 보호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제자력의 궁핍으로 인한 파산이나 회생 등의 절차야말로 보증의 본래 목적이 기능해야 할 전형적 상황이라 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의한 권리의 감축 변경으로 인한 채권자의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제2항에서는 채무의 일부 감면 또는 책임의 감면이 행해지는 경우에도 보증인이나 물상보증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어 부종성 원칙을 수정·완화하고 있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채무자회사의 갱생을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가급적 그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감면의 효력이 보증인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정책적인 고려의 산물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와 같은 고려에 따라 회생채권자를 보증인(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보다 더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무상 관리인이 발행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론적으로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신주의 발행가액이 그 실질가치에 따라 정하여지는지는 의문이고, 오히려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보다 훨씬 고가의 금액으로 정하여 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는 상황이라면 회생채권자가 출자전환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회생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회생계획안을 결의할 당시의 회생채권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V. 결 어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하였는데,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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