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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개의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위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선고된 다른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는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내용을 근거로,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 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반적인 위탁,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 부터 직접채용 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대법원은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1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13. 12. 20. 선고 2012가합2067 판결)에서 인정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였으므로, 아래의 내용은 1심 판결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이 판결(이하 '방송사 판결')은 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은 그 결론이 다른데, 결론을 달리할 만큼의 사실관계의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은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이 종료된 후 기존 운전자들이 새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피고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피고 업무를 지시한 점, 원고들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그 실질적인 기준이나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판결에서도 원심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판결을 통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 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본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합 판결에서는 제3자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판단의 예시로 ①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전형적인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된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15. 선고 2012다79439 판결)}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2015-09-14
이사·감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 손익상계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동규정은 감사에 준용된다(상법 제415조). B회사에서 주주총회의 결의로 同사의 A감사를 임기전에 해임하자, A는 위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리고 A는 해임된 후 C회사에 상근감사로 취업하여 소정의 보수를 받았다. B사는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들어 손해배상을 거부하였으나, 원심은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잔여임기중의 보수를 손해배상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B사는 A가 C사에서 받은 보수 중 B사에서의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에서 차감(손익상계)할 것을 주장하였다. 원심은 이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손익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 하였다(이하 '이 판결'로 부른다). "……당해 감사가 그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원심으로서는 원고가 'C회사'에 상근감사로 재직하여 얻게 된 보수가 이 사건 해임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이익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보수 상당액은 손익상계의 법리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였어야 할 것이다" 1. 이 판결의 의의 이사와 감사의 해임 및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동일한 조문이 적용되므로 이 판결은 감사만이 아니라 이사에 관해 내려진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사·감사(이하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에 손익상계의 법리를 적용한 첫 상고심판결이다. 해임된 임원은 상당수 새 일자리를 얻을 것이므로 이 판결의 법리가 원용될 사례는 넓게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그 실무적 중요성이 돋보인다. 이와 흡사한 예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며 해고기간중의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을 흔히 본다. 근로자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 다른 직장에 취업하여 얻은 수입이 있다면, 이 중간수입을 임금에서 공제할 것이냐는 쟁점이 추가된다. 판례는 해고후의 상태를 민법 제53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채권자지체(즉 사용자의 책임)에 의해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사용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되, 근로자의 중간수입은 同조 제2항이 정하는 '채무자가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으로 보아 임금에서 공제해 왔다(대법원1991.6.28.선고90다카25277판결외 다수). 이 판결은 해임된 임원이 새 직장에서 받은 보수는 근거법리는 다르지만, 부당해고 된 근로자의 중간수입과 같은 잣대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터 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양자(兩者)를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후술과 같이 의문이다. 2. 손익상계의 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 손익상계는 채권자(또는 피해자)가 채무불이행(또는 불법행위)을 계기로 채무의 이행시(또는 가해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이득금지(利得禁止)의 이념에 기초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에게 손해가 생겼지만, 동시에 같은 원인으로 이득이 생긴 경우 그 이득을 차감한 손해만을 배상하게 하는 법리이다. 채무불이행을 계기로 채권자에게 손해와 동시에 발생하는 이득은 다양한데, 새옹지마나 전화위복으로 여길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통설·판례는 손익상계할 이득을 골라내는 기준으로 상당인과관계론을 제시한다.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채무불이행과 손해의 사이에 요구되는 상당인과관계와 같은 정도의 인과관계로 채무불이행에서 유래하는 이득에 한해 손익상계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손익상계의 당부는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와 B의 해임행위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이 이득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손익상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으므로 일응 원심더러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을 보완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同 보수를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라고 성격지우며 해임행위에 매어놓은 터이라 원심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판지는 요컨대, '해임→잉여시간→취업→보수'로 이어졌으니, 해임과 보수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이 논리를 일반화할 경우 판단이 난감한 사안이 생길 수 있다. 두 가지 예를 든다. 1) 이 사건에서는 B가 손해배상을 미루는 중에 A가 취업하여 B가 손익상계를 주장할 수 있었다. B가 해임 후 바로 손해배상을 하고, A가 취업을 하였다면 어떤 문제가 후속하는가? A가 받은 보수의 성격이 달라질리 없으니 역시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보고, B가 지급한 손해배상 중에서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에 상응하는 부분은 비채변제(非債辨濟)로서 반환하게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民法 742조). 그렇다면 회사에서 해임되어 손해배상을 받은 임원은 잔여임기 중에는 취업금지와 같은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셈인데, 그 타당근거를 어떻게 설명할 지 의문이다. 부당해고 된 근로자의 예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근로자는 이미 경과한 해고기간에 대한 보수를 청구하므로 청구시점에서는 중간수입의 유무가 기성사실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 A가 비상근감사로 취업하였다면, '잉여시간의 발생-->취업'이라는 인과관계는 깨어진다. 또 A의 새 직업이 야간에 근무하거나, 밤낮 어느 시간이라도 활용가능한 직종이라도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와 상근의 경우를 차별하는 것이 손익상계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3. 손익상계의 귀속의 당위론 전통적인 인과관계론으로는 손익상계의 대상이 분명치 않아 근래는 귀속의 당위론이 추가의 기준으로 제시된다. '채권자로부터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고, 동시에 채무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정당한 이익'에 한해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손익상계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근로자의 부당해고와 임원의 해임이 갖는 규범적 의미를 비교해 보면 이 기준의 효용이 돋보인다. 부당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에 불구하고 고용관계는 지속되어 근로자는 여전히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지고, 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사용자의 사정으로 인해 노무의 제공을 면할 뿐이다. 그러므로 노무를 면한 이득이 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옳다. 임원의 해임에 관해서는 우선 제도의 배경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영리목적에서 그들의 출자로 만들어지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에 의해 임원에게 회사의 업무가 포괄적으로 맡겨지고, 주주들은 이들의 업무집행을 통해 영리목적을 실현한다. 영리를 성취하려면 임원들의 적극적인 능력발휘와 창의를 요한다. 임원들이 단지 소극적인 성실로 현상의 관리에만 충실하면 기업은 실패하고 그 부담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특히 법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무능한 임원은 주주들이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언제든 교체하고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임원의 해임은 이 같은 목적에서 주주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한편 임원은 법적인 허물없이 임기동안 보장된 경제적 기득권을 상실하였으니 그 보상이 불가피하다. 그리하여 주주의 기회추구에 따른 비용으로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임원의 해임은 근로자의 부당해고와는 달리 회사와의 임용관계를 궁극적이고 적법하게 종결지으므로 이후 임원을 구속하는 잔여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해임으로 생긴 잉여의 시간으로 어떤 생산이 이루어지든 회사가 지분을 주장할 근거는 없다(귀속의 부당)(원심판결에서 같은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요컨대 해임행위와 임원의 중간수입 사이에는 손익상계를 위해 필요한 법적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4. 결어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은 주주의 적법한 권한행사와 교환적으로 임원의 기득권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된 절충적 수단임에 대해, 손익상계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추구하는 법리로서 기능하는 법리이므로 서로 포섭되거나 접점을 이룰 일이 없다. 이 판결에서는 이 같은 양제도의 본질이 비교되지 않아 아쉽다.
2014-03-10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지켜보며
1. 서설 지난 연말 서울고등법원은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 처분 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려 큰 파장을 낳았다.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에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소송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법원이 2012년 6월 유통산업발전법이 지자체장에게 영업시간 제한 등 재량권을 부여했는데도 의무적으로 제한을 명하도록 강제한 것은 위법하다며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등의 조례는 위법하다는 첫 판결(서울행정법원 2012. 6. 22. 선고 2012구합11966 판결)을 내린 이후 지자체들은 법원 판결에서 문제된 조례 부분을 개정하여 다시 영업제한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다.(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취소되었다.) 2. 판결요지 법원은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대형마트로 등록은 돼 있지만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처분대상인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인데 롯데쇼핑 등 대규모 점포에서 점원이 구매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들에 비춰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요건으로 매장면적의 합계 3000제곱미터 이상인 점포의 집단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업제한 처분 등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도 논란 중인 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실제로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주차공간·편의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경쟁제한을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판결 이유를 밝히고 있다. 3. 평석 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의한 영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 (1) 규제 찬성론은 먼저, 건전한 유통질서의 보호를 주장한다. 대형마트(SSM)의 출점으로 2011년도 기준 인근 지역 상인들의 평균 매출액이 47.6% 감소하고, 고객 수는 50.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평균 매출액은 9.2조원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 매출액은 같은 기간 9.3조원 줄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직원들의 건강권 보호다. 대형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통산업 근로자는 물건을 끊임없이 판매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이 따로 없어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4시간마다 30분 동안 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주부사원의 경우 늦은 시간까지의 근로로 건전한 가정생활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대형유통업체 주변주민의 생활환경권 침해문제다. 심야시간과 공휴일에도 대형유통업체에 승용차들이 출입하여 교통 혼잡과 소음 등을 유발함으로써 대형유통업체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2) 규제 반대론은 먼저, 대형마트업자들의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주장이다. 이러한 영업제한으로 인해 고용감소 초래 및 지역상권 침체 유발 등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자유롭게 영업이 가능한 편의점, 오픈마켓,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 쇼핑과 대형전통시장, 백화점, 전문점, 개인 중대형 슈퍼마켓, 소형 슈퍼마켓은 제외되어 합리적이지 못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물가상승 초래 및 농어민과 중소협력업체 등 피해를 꼽는다. 강제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의 운영효율성을 저해함으로써 대형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제품의 판매가에 반영되어 결국은 소비자 물가를 상승하게 한다. 특히 농수축산물의 유통의 경우 신선함을 유지해야하는 제품의 특성상 대형유통업체가 농수축산물에 대한 취급 자체를 꺼려, 결국 농어민, 축산인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하고 있는 안경점, 식당, 약국, 김밥코너, 꽃집 등 중소협력업체도 피해를 입는다. 다음으로 소비자주권 침해를 꼽는다.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대개 주말에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격주이긴 하지만 일요일 휴무로 인하여 이들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고용사정 악화를 든다. 판촉사원, 단기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사원 등 수많은 공급협력회사, 건설사 등 유관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큰데 영업규제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나. 해결방안 먼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사이의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라파랭법'처럼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가 도시 외곽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법을 우리나라에 맞게 제정해야 한다. 그 일례로 대형마트 입점절차의 엄격화이다. 법률 개정 가능성의 저조, 유통업체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인하여 허가제로의 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면, 일본에서 시행했던 '사전심사부 신고제'의 도입도 고려할 만하며, 대점포입지법에서 채택한 '신고제로 하되 엄격한 절차제를 보완한 제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예와 같이, 대형유통업을 신설하고자 하는 자는 지역주민설명회를 반드시 개최하고, 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입점으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지역민들과의 문제점들을 사전에 엄격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조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조정의무를 제도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둘째로, 재래시장의 가격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하나로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점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시장 전체 공통 상품의 가격을 통일하여 통일성을 갖게 하고, 대형마트와는 다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며, 전국 시장의 조직화로 대기업 대형마트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재래시장이나 중소상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서비스 강화, 점포 구성원에 대한 유통 관련 교육을 함과 동시에 쾌적한 점포분위기 조성, 부대시설 개편 등 나름의 치밀한 해결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로 범정부 차원의 유통통계 DB의 구축 및 활용이 요청된다. 소매업 전반 및 소매업태 별 점포수, 매출액 추이, 종업원 수, 시장점유율, 영업이익 등의 기본 항목에 대한 자료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소매업태 별 매입 유통구조에 대한 자료는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유통구조의 파악이 안 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에 따른 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소매업 자료 수집에 대한 총괄적 관리기관을 설정하여, 이 기관을 중심으로 자료 수집 항목의 선정, 조사 내용 및 방법의 일관성과 보완성을 유지하는 한편, 유통통계 DB의 구축 및 활용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 법무능력의 향상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자치권의 향상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행정이 행해지는 현실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공무원 특히 법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자치법무역량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최근 연간 2000명 가까운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일선 지자체에서 법무담당관으로 변호사 출신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요컨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은 경제적 약자인 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경제행정법의 규율대상 및 보호대상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서로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적인 규제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즉, 정부 당국은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되, 그 과정에서 어느 일방에 대한 규제의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 및 그 규제로 인한 피해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함께 해야 한다.
2014-01-19
내부신고자 보호 위해 불이익 추정 존중해야
1. 사건의 내용 피고보조참가인 갑은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남시장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투표의 실시가 청구되자 이에 대한 관리총괄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주민소환의 대상인 하남시장은 하남시 선관위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는데, 수원지법은 청구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한 서명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과 주민투표법에 따라 무효라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경기도 선관위는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하남시 선관위의 갑을 포함한 주민소환투표 관련 직원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갑은 하남시 선관위가 주민투표법을 위반해 서명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아니한 결과 주민소환투표의 관리경비를 부담한 하남시에 2억 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 국민권익위원회에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국민권익위원회법')에 따라 부패행위 신고('이 사건 신고')를 하는 한편, 전보명령의 취소와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또 갑은 하남시 주민소환투표 관련 방송 인터뷰에 응했는데, 중앙선관위는 갑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인터뷰 내용이 보도됐다는 이유로 갑에 대한 징계의견을 경기도 선관위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선관위가 중징계의결을 자체징계위원회에 요구하자 갑은 피고에게 징계요구 취소 및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피고는 갑의 부패행위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2조에 규정된 부패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후의 전보명령 및 징계요구가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경기도 선관위원장인 원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결과 요구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요구자의 소속기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소속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에 기해 징계요구를 취소하고 향후 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이 사건 조치요구'). 그러나 경기도 선관위는 이에 불응하고 갑을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명령 위반, 직무상 의무위반, 체면 손상)에 따라 파면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되기 위해선 당사자능력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경기도 선관위원장은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원심판결(2009누38963)에서 원고는 국가기관이지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의 내용이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통상의 행정처분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취소를 구할 다른 법적 수단도 없으므로 당사자능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의 조치요구는 이 사건 신고의 내용이 국민권익위원회법의 부패행위에 해당됨을 전제로 하는데,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신고 내용이 부패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원고에게 피고의 조치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외에 별도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과태료나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이 국가기관 일방의 조치요구에 불응한 상대방 국가기관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다른 법령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을 중시했다. 그리고 피고의 이 사건 조치요구의 처분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불복하고자 하는 원고로선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 수단이므로,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한편, 원고의 갑에 대한 이 사건 징계요구는 '갑이 하남시 주민소환투표와 관련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그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게 했다'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나아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3조(불이익추정)에 따라 이 사건 신고 후 이 사건 징계요구와 갑의 피고에 대한 신분보장조치 요구가 있어 갑이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해 징계요구라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더라도,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아님이 분명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임을 전제로 피고가 이 사건 조치요구 중 '징계요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행정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당해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 입증해야 하나 이 사건 조치요구 당시 갑이 이 사건 신고를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당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조치요구 중 '향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부분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3. 평석 가. 국민권익위원회법상 불이익 추정 규정의 취지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며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며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행위신고자 보호제도(제62조 내지 제67조), 부패행위신고자 보상 및 포상제도(제68조 내지 제71조)를 두고 있고, 특히 제63조에서 "신고자가 이 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거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신고가 필수적인데, 내부신고자는 소속기관으로부터 해고, 정직, 전보 등의 징계나 협박 및 폭행 등 온갖 개인적 위험과 불이익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핵심적 사항에 해당한다. 다만, 공익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신고한 경우나, 신고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한 경우에는 내부신고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불이익 추정 규정에 의해 내부신고자가 진실한 사실 또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고 공익목적을 위해 부패행위를 신고한 후 소속기관으로부터 징계 등 불이익처분을 당하여 국민권익위원회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한 경우엔 그러한 불이익처분은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처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하였음을 소속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연방 공직신고자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 of 1989)도 신고가 없었더라도 그와 동일한 인사조치를 했을 것임을 신고자의 소속기관이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해 입증토록 요구함으로써 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해 국가기관이 자신에 대한 조치요구를 다툴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다른 법적수단이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판단했는데, 일체의 법률상의 쟁송에 대한 심판을 할 권한과 책임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서 볼 때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고가 갑을 징계한 것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허위사실을 진술했다는 이유일 뿐 피고에게 부패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여, 갑에 대한 징계사유가 방송 인터뷰 때문이며 신고행위 때문이 아니라고 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권익위원회법이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신고자가 동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했다는 것을 소속기관인 원고가 명백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갑을 징계한 표면적인 이유가 갑의 방송 인터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갑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갑이 신고한 부패행위에 관련된 것인 이상 이는 이 사건 신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갑의 방송 인터뷰를 징계의 이유로 삼았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불이익 추정이 번복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패행위의 내부신고자 보호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위 판결이 내부신고자 보호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아쉽다.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6점으로 176개국 중 45위에 불과하고, 점수나 순위가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하고 있으며 칠레, 보츠와나, 대만에도 뒤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내부신고자를 보호함으로써 행정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하며 국민을 위한 행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 부패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신고자 보호의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므로, 양심적 내부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추정 원칙을 쉽게 번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3-10-31
경찰관이 체포영장 발부된 피의자 수색을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갈 수 있나
【사실관계】 2010. 6. 8. 일산경찰서 경찰관인 A 등은 E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A와 D는 2010. 6. 16. E의 통화기록 등을 파악하여 E가 주거지 부근에서 은신한다고 추정하고 검거를 위하여 잠복근무를 하였다. 2010. 6. 17. 11:10경 A 등은 E의 주거지인 ○○아파트의 관리실 CCTV 녹화영상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E가 2010. 6. 16. 19:53경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에서 내린 후 다음날인 2010. 6. 17. 13:40경까지 다시 외출하는 장면이 없었다. 또한 E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이 우편함에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A 등은 E가 주거지 내에 있을 것으로 확신하였다. 2010. 6. 17. 14:20경 A와 B가 X아파트 1907동 15층에 올라가 진정인 주거지의 현관문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고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고지하였다. 그러나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A는 열쇠수리공을 불러 현관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열게 하고 B, C, D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A 등은 위 아파트 내에 있는 4개의 방 중 잠겨 있는 2개의 방을 열쇠수리공을 시켜 열게 하고 온 집안을 수색하였으나 E를 발견하지 못하고 현관 출입문 및 방문을 잠근 후 철수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A 등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E에 대한 체포영장으로 주거지 수색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영장 집행시 요하는 책임자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대상자들에게 주거지 수색 행위 및 사유 등을 알려주어야 하는 직무상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헌법」제12조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제16조가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 및 평온을 침해한 행위……중략…… 7. 반대의견 (윤남근 위원) ……중략…… 경찰관 등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수색할 목적으로 타인의 빈집에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고 들어가는 것은 형소법 기타 법률에 이를 인정하는 근거규정이 없으므로 위법하다. 경찰관 등이 타인의 주거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현존하는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후략……" [평석] 1. 문제제기 이 사건에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수색할 목적으로 타인의 빈집에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고 들어가는 것이 적법하다고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었다(영장 집행시 요하는 책임자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대상자들에게 주거지 수색 행위 및 사유 등을 알려주어야 하는 직무상 고지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도 문제되었지만 이 부분은 논외로 함). 우선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수색의 시간적 한계가 문제되었다. 즉, 아직 체포대상인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도 수색의 시간적 한계 내에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둘째,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수색의 장소적 한계가 문제되었다. 피의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주거 내로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주거 밖에 있는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가는 것은 수색의 장소적 한계를 넘은 것은 아닌지 문제되었다. 2. 체포·구속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제도적 취지 수색을 하는 경우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헌법 제16조, 형사소송법 제215조). 하지만,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제200조의3(긴급체포), 제201조(구속영장에 의한 구속) 또는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이하 '주거 등'이라 함)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이것은 체포 또는 구속하고자 하는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서 잠복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피의자의 소재를 발견하기 위한 수색은 영장 없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색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기 위한 불가결한 전제이고 긴급성이 요청되기 때문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3. 수색의 시간적 한계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의 피의자 수색은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 가능한 것이므로 수색이 실제로 피의자의 신체를 체포·구속하는 시점과 어느 정도 시간적으로 접착되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소수반대의견은 피의자를 현실적으로 체포·구속하는 때라고 새기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체포·구속하는 경우를 넓게 새겨서 타인의 건조물에 피의자가 숨어 있을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피의자의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 영장 없는 수색이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체포·구속하는 시점과 수색 시점이 접착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 대상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다수의견도 '피진정인들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진정인에 대한 체포영장으로 주거지 수색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라고 하여 일단 수색행위 자체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호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생각건대,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체포·구속하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경우'란 '어떤 조건 아래에 놓인 그때의 상황이나 형편'을 말한다. '시간상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의미하는 '때'보다는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문제가 되는 상황이나 형편'을 의미하는 '때'에 가깝다. 따라서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란 피의자를 체포 구속 하는 것이 문제되는 상황이나 형편을 말하는 것으로 반드시 현실적으로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시점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또한 우리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이 피의자 수색을 규정한 것은 피의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피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수색할 필요 없이 바로 피의자를 체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피의자 수색 규정은 수색하여 피의자를 발견하고 그 후에 피의자를 체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결국 피의자에 대한 수색 시점과 체포 시점은 시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경우는 실제로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시점뿐만 아니라 체포·구속하는 것이 문제되는 상황으로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수색의 장소적 한계 우리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수색과 관련하여 우리 형사소송법 제219조는 공판절차상 수색에 관한 규정 중 제120조도 준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는 피의자 또는 제3자의 주거 등을 수색할 때에는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고 등의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소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가 허용한 것은 주거내 수색일 뿐이기 때문에 주거 밖에서 주거의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고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건대, 주거내 수색이라고 하여 수색을 위해 필요한 처분이 반드시 주거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거 내 수색을 위하여 주거 내에 들어갈 필요가 있고 주거 내에 들어가기 위해서 대문이나 현관문 등 주거 밖의 자물쇠를 열어야 하는 경우에는 자물쇠를 열거나 파괴하는 것은 수색을 위해 필요한 처분이 된다. 또한 주거 내 수색은 주거자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하지만, 주거 밖에서 이루어지는 피의자 발견을 위한 수색은 원칙적으로 주거자 등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형사소송법 제216조가 주거 내 수색에 대해서만 특별히 규정한 것이다. 5. 수색권 남용에 대한 통제 소수의견이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를 시간적 장소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자 한 것은 경찰관 등이 긴급체포를 빙자하여 아무런 영장도 없이 타인의 빈집에 잠금장치를 강제로 열고 자유자재로 드나들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와 관련하여 우리 형사소송법은 '체포·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 발견을 위한 수색을 허용하고 있다(제216조 제1항 본문). 또한 수색과 같은 강제처분은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99조 제1항 단서). 따라서 수색의 장소적 범위는 체포·구속 대상인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는 곳으로 제한된다. 피의자 소재 개연성은 피의자의 소재에 대한 목격자의 정보 제공과 같이 충분히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9조가 피고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보다 피고인 이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규정에 비추어 피의자 이외의 제3자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의 경우에는 피의자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의 경우에 비하여 피의자 소재 개연성을 훨씬 엄격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형사소송법은 수색 현장에 책임자의 참여 등을 절차적 요건으로 하여 수색의 적정성과 수색 상대방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3조). 이러한 절차적 요건을 엄격히 새김과 함께 국가배상책임을 넓게 인정하고 공무집행방해죄에 의한 형법적 보호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소수의견의 우려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2012-11-26
미결수용자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불허 결정에 대한 검토
Ⅰ.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등의 혐의로 2009. 3. 3.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선고 기일인 5월 1일에 불출석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집행에 의해 5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국선변호인은 6월 1일 선정된 후 접견일시를 6월 6일(현충일이자 토요일)로 하여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접견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어 부득이 6월 8일 접견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6월 6일자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91헌마111 결정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접견시간 제한의 의미는 접견에 관한 일체의 시간적 제한이 금지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이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경우, 그 접견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인 때에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제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수용자처우법 제8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수용자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3.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아,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하며, 그 시점을 전후한 변호인 접견의 상황이나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비추어 미결수용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인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시점에는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헌법 제12조 제4항 전단). 변호인조력권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 및 피고인의 권리"(2000헌마138)로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되지 않게끔 보장"(91헌마111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는 진술강요나 고문 등 가혹행위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반면 피의자는 국가형벌권에 대응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추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로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도움은 필요 불가결하다. 2.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에 대한 법률상 제한여부 변호인조력권은 특히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구속된 사람이 '언제'(시기), '어디서나'(장소), '원하는 만큼'(접견시간) 마음대로 변호인과 접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상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수사 또는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에 맞게 신속하게 접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 단지 공휴일이라거나 공무원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공휴일 접견 불허의 근거로 삼은 수용자처우법 조항 해석의 문제점 대상 판결이 수용자처우법 제41조 제4항(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공휴일 접견을 불허하면서 같은 법 제84조 제2항(미결수용자와 변호인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부당하다. 법 문언과 체계상 법 제41조 제4항,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기결수인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임이 분명하지만 무죄추정을 받는 미결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법 제9장에서 '미결수용자의 처우'라는 제하에 제79조부터 제87조까지 9개 조항(미결수용자 처우의 원칙, 참관금지, 분리수용, 사복착용, 이발,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조사 등에서의 특칙, 작업과 교화, 유치장)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제84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에게만 적용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용자처우법은 기결수를 중심으로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같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고유규정은 1장 9개 조항만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법 규정이 기결수에게만 적용되는지 혹은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지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용에 있어 미결수용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기결수와 미결수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특별규정은 그 고유한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 제2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와 법 제84조의 고유의미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법 제41조 제4항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 중심으로 해석하고 법 제84조 제2항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변호인조력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의 문제점 변호인조력권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즉, 최대한 신속하게 또한 자유롭게 '충분히' 변호인과 접견, 상담, 조언 등을 받을 기본권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접견 그 자체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취지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침해여부를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면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부당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불허된 경우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의 신속한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게 되며, 실제 접견불허로 침해된 피해를 회복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현행 교정행정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고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체 불허한다.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처음으로 실시하는 접견이더라도 그 접견 일시가 공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근무시간에 맞춘 위와 같은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교정행정을 정당화한 대상 판결은 헌법 제12조 제4항 체포·구속된사람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기울어진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1헌마111 결정(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기록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안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과 달리 미결수용자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원칙적 실현'보다는 그 '제한'에 무게중심을 두고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와 교정행정'을 '헌법 제12조 제4항'보다 우위에 두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보충의견이 "접견의 시간대를 평일에 비해 단축하거나(예컨대, 오전 중에만 실시하거나, 오후에만 실시하는 방법), 또는 미결수용자가 처음 실시하는 변호인접견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그 이후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과 공휴일이라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12-10-08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있어서 대향자의 죄책
Ⅰ. 사실관계와 소송의 경과 1. 사실관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7. 3.경부터 평택지역 폭력조직인 A파에 대한 내사활동을 벌이다가 2007. 10. 3.자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곂갠?의 점으로 별지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 기재와 같이 A파 조직원 5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일시에 발부받아 조직원들 일제검거에 나섰다. 피고인 2는 2007. 10. 10. 14:00 자신이 근무하던 모 변호사사무실에 상담 차 찾아온 A파 고문 공소외 1에게 위 변호사사무실에서 이미 선임한 조직원 공소외 5, 6의 구속영장사본을 보여주면서 공소외 1도 위 사건의 수사대상자임을 알려주었다. 이에 공소외 1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직원들의 명단을 알아봐줄 수 있는지 문의를 받고, 피고인 1에게 전화하여 "A파 사건의 체포영장발부자명단을 구해달라"고 말하였다. 법원 민사과에 근무하면서 민사신청업무를 보조하는 직원인 피고인 1은 전화를 받은 직후부터 같은 날 17:00 경까지 평택시 동삭동 소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형과 사무실에서 법원 재판사무시스템에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하여 공소외 5, 6의 이름을 입력하여 영장번호를 알아낸 다음, 그 번호와 전후로 연속된 영장번호를 입력하여 A파 사건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명단을 검색 및 추출해내어 출력한 후 이를 메모지에 자필로 옮겨적어 그 무렵 위 법원 사무실로 찾아온 피고인 2에게 교부하였다. 2. 소송의 경과 [대법원]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3642 판결 2인 이상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데,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을 뿐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은 상대방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은 자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피고인 1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행위와 피고인 2가 이를 누설받은 행위는 대향범 관계에 있으므로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데도, 피고인 2의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교사죄에 해당한다고 본 제2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원심] 수원지방법원 2009. 4. 14. 선고 2008노4500 판결 공무상비밀누설죄에 있어서는 비밀을 누설받은 상대방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와 그러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는 행위는 이른바 대향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어떤 범죄가 성립함에 있어서 당연히 예상되고 오히려 그 때문에 결여되는 것이 불가능한 대향자의 관여행위에 관하여, 이것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공동정범 혹은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이 의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것이나, 대향자가 구성요건상 당연히 예상되고 필요로 되는 최소한도의 관여행위의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본범을 교사하였거나 역할 내에서의 협력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에는 교사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2는 공소외 1의 부탁을 받고 적극적으로 공동피고인 1로 하여금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누설하도록 교사함으로써, 공동피고인 1에게 공무상비밀누설의 범의와 행위를 적극적으로 촉발시켰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피고인 2의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당연히 예상하는 정형적·통상적인 관여행위를 초과한 것이고, 입법자가 당연히 예상한 관여행위 정도를 벗어난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피고인 2는 공무상비밀누설교사죄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Ⅱ. 평석 본건 제1심에서는 이 문제를 "공범과 신분"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본건을 대향범의 논의와는 무관한 임의적 공범의 경우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원심에서는 "공범과 신분"의 문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필요적 공범 중 일방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이른바 불가벌적 대향자(對向者)에 대한 형법총칙상 공범규정의 적용여부에 관하여는 크게 두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첫째, 대향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입법취지를 존중하여 대향범의 내부에서는 총칙상의 공범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입법취지설. 입법취지의 존재를 의제하여 처벌규정의 형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점에서 형식설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불가벌적 대향자가 대향범의 구성요건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초과하지 않은 관여행위를 한 경우에는 불가벌이지만, 불가벌적 대향자가 본범을 교사하였거나 역할 내에서의 협력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는 실질설, 대향자의 불법-책임을 실질적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입법취지설에 입각하고 있으며, 본건 원심과 독일-일본의 통설-판례는 실질설을 취하고 있다. 본건 대법원과 원심에서의 판단기준은 "법의 의도", 즉 입법취지이다. 대향범에서 대향자를 처벌하지 않는 입법취지를 명백히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내부자의 주식거래와 관련하여, "내부자로부터 미공개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제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제1차 정보수령과는 다른 기회에 미공개 내부정보를 다시 전달받은 제2차 정보수령자 이후의 사람이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의 거래와 관련하여 당해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게 하는 경우는 증권거래법위반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제1차 정보수령자는 통상적으로 내부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음을 고려하여 증권시장의 공정성 및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처벌이 요구되지만 내부정보라는 것은 성격상 그 전달과정에서 상당히 변질되어 단순한 소문 수준의 정보가 되기 마련이므로 처벌범위가 불명확하게 되거나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2차 수령자 이후의 정보수령자는 처벌범위에 넣지 않기로 한 것으로 봄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응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90 판결)라고 입법취지가 구체적-명시적으로 판시된 경우도 있다. 입법취지설에 따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에서 문제된 개별 범죄구성요건의 입법취지가 이와 같이 구체적-명시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즉 본건에서도 대법원 판결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누설 받은 자"에 대하여 총칙상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입법취지가 명시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물론 대향자를 처벌하지 않는 입법 중에는 특별한 입법취지가 아닌 타법률과의 관계나 입법기술적 측면 등 다른 이유를 안고 있을 수가 있다. 그러한 입법취지에 관한 명시적 판시가 없는 판단은 법리오해로서 위법한 판결이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입장은 개별적 검토설로 칭할 수 있다. 즉 형법과 각종 특별형법 상의 다양한 대향범에 있어서 개별 범죄구성요건의 입법취지를 구체적으로 검토-분석하여 판단함이 타당하다. 대향범규정에 있어서 불가벌적 대향자에 대해서는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해당 범죄의 정범은 물론, 공범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본건 대법원 판결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관점으로서 법실증주의적 토대 위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공범으로의 처벌까지 부정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입법취지와 동떨어진 독단적 해석이 될 수도 있으며, 공범의 불법-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주의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본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본죄에 있어서 대향자인 "누설 받은 자"는 해석상 일반적으로 다음 몇 가지 경우로 그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① 적극적으로 공무원을 부추겨 비밀을 누설 받은 자, ② 공무상 비밀인 줄 알면서 소극적으로 누설을 받기만 한 자, ③ 공무상 비밀인 줄도 모르고 소극적으로 누설을 받기만 한 자 등이다. 본건 피고인 2는 ①에 해당한다. 이 유형들 중 ③의 경우는 누설 받은 자의 죄를 애초에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일 본죄에 있어서 대향자인 "누설 받은 자"가 ①, ②의 경우만 있을 수 있고 또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 입법취지를 구체적-명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본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판단함이 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죄의 "누설 받은 자"에는 ③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 경우에도 누설자에게는 당연히 본죄의 성립이 인정되므로 본죄는 대향범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이 경우에 있어서 누설의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인인 때에는 일방적 누설행위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해석상 문제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은 "대향범"과 "불가벌적 대향자"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 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본죄를 대향범으로 보기가 어려우며, 본건에 있어서 설사 대향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설에 입각한 원심의 판결이 실체진실주의와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
2012-03-12
직무발명의 양도에 따른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의 부담
I. 서언 발명진흥법 제15조 제1항은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은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발명진흥법 규정에 의하면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당해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 되고, 이들에게 직무발명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승계받은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그런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외부적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및 전략적 우위 확보 등의 목적으로 자산양도 내지 영업양도 등을 통해 직무발명을 양도·양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해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회사가 종업원으로부터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한 후 다른 회사에 그 직무발명을 양도하고,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 경우, 종업원의 입장에서 직무발명을 양수한 회사에 대해 그 회사가 얻고 있는 이익을 근거로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II. 종래 하급심 판결례의 입장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에 관해 그 동안 하급심에서는 직무발명이 양도된 이후 양도인에 대해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시보상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직무발명을 실시하지 않는 자에 대해 실시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서울고등법원 2009. 6. 3. 선고 2008나7963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15. 선고 2009가합99476 판결), 반대로 직무발명의 양도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가 중첩적으로 양도되었다는 전제 하에 양도인에 대해서도 양수인의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이익을 기초로 산정한 보상금의 지급을 명한 사례도 있어(서울고등법원 2008. 4. 10. 선고 2007나15716 판결)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종업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직무발명 보상금의 산정 방법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제3자에게 양도한 이후에는 더 이상 그 발명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의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양수인이 처한 우연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양수인의 이익액까지 사용자가 지급해야 할 직무발명 보상금의 산정에 참작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양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양도대금을 포함하여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양도인인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지급해야 할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직무발명이 양도된 경우 종업원에게 인정될 수 있는 직무발명 보상금의 범위를 확인하였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26769 판결, 이하 '대상 판결'). 다만 종래 대법원은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양수인의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7나15716 판결)에 대해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다36480 판결), 심리불속행 판결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사유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아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일 뿐이지 그 자체가 대법원의 법률적 견해를 명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다61435 판결은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대법원 판결은 심리불속행 판결로서 대법원이 법률적 견해를 표명한 바가 없으므로 원심판결의 결론이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과 다르다고 하여 대법원 판례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대상 판결이 종래 대법원 판결의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III. 대상 판결의 검토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의 본질은 특허발명을 독점함으로써 얻은 수익에 대한 대가인 것인바, 따라서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은 실제로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자가 그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합당한 귀결이다. 즉 '특허권 향유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금의 분배'라는 직무발명 보상금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당해 직무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바 없다면, 그와 같은 사용자에 대해서는 양수인의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와 달리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양도한 이후에 이루어진 직무발명의 실시에 따른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를 부담한다고 본다면,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는 직무발명의 실시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전혀 향유하지 못하면서도 직무발명의 독점으로 인한 수익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반면, 실제로 직무발명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양수인은 그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되어 부당하다. 또한 사용자가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한 후에는 그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상실하여 처분으로 인한 이익 외에는 더 이상 종업원의 직무발명으로 얻을 이익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의 실시에 따른 이익은 실시 주체의 역량이나 실시 방법 및 환경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서, 특히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의 양도 시점에는 당해 직무발명의 시장가치나 성공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위험부담은 양도인이 부담하게 되는바,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가 양도된 이후에 당해 직무발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은 양수인이 처한 우연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인데도 양도인에게 당해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의 전전양도에 따른 실적보상채무를 계속해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양도인에 대해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가 된다. 아울러 실제로는 많은 기업들이 취업규칙 등에서 직무발명의 승계에 관해 규정하면서, 직무발명 보상금을 출원보상·등록보상·실적보상·처분보상 등으로 나누어 지급한다고 정하는 등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을 따로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바, 이와 같이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을 따로 정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종업원에게 특히 불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유효성을 긍정하여 취업규칙 등에 정해진 시기에 종업원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실무례이다. 이처럼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 시기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무발명의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근거한 보상금 지급 채무가 직무발명의 양도 당시까지 발생할 여지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근거한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양도한 양도인에게는 직무발명의 양도 이후에 이루어진 실시에 따른 이익에 상응하는 실시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 판결이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직무발명 양수인의 실시 이익에 따른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수긍할 만하다(대상 판결에 따를 때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를 상대로 직무발명 양수인의 실시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 그 청구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지만, 수소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청구 중에 직무발명의 평가금액 등을 다투면서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석명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상 판결은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마치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실제로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하여야 하는 것처럼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직무발명 보상금은 사용자가 실제로 '얻은' 이익액이 아니라 향후에 '얻을' 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된 '정당한 보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발명진흥법 제15조 제3항, 구 특허법(2006.3.3 법률 제78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2항도 같은 취지} 대상 판결의 위와 같은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대상 판결에 따르면, 만일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양도한 경우 종업원으로서는 (직무발명 양수인과의 사이에서 종업원 지위가 유지되지 않는 한) 직무발명의 실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에 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길이 봉쇄되는 바, 직무발명을 양도함에 있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단순히 명목상의 '장부가액'으로만 평가하여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빈번한 현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대상 판결의 태도는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의 보호에 지나치게 소홀한 점이 있다고 보인다. 즉 직무발명의 양도 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등에는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으로 하여금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를 상대로 직무발명의 평가금액 등을 다투면서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을 것이므로,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단지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도록 한정할 것이 아니라,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지급하여야 할 '정당한 보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직무발명의 양도 대가가 제대로 산정되었는지 여부를 검토함에 있어서 '양수인이 당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고 있거나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함께 참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인바, 이 점에서 대상 판결의 판시는 아쉬운 점이 있다. IV. 결어 대상 판결은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직무발명 양수인의 실시 이익에 따른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직무발명이 양도된 경우 종업원에게 인정될 수 있는 직무발명 보상금의 범위를 명확히 확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정당한 보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단지 사용자가 '직무발명의 양도시까지 실제로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액이 어느 정도인지까지도 참작하여야 하는바(이러한 한도 내에서는 직무발명의 양수인이 당해 직무발명을 실시하여 얻은 이익액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한 보상' 여부의 판단을 위한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대상 판결은 발명진흥법의 규정에 반할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의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향후 직무발명의 활성화와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의 이익 보호 차원에서 대법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11-11-24
스탠딩 법리의 부정
Ⅰ. 사안 D(S유흥주점의 영업실장), D2(S유흥주점의 업주)는 식품위생법(제44조, 제97조)위반혐의로 기소되었다. D는 2008. 1. 30. 22:25경 위 S유흥주점 4호실에서 위 업소 종업원인 O2로 하여금 손님으로 온 O와 함께 일명 티켓영업을 나가도록 한 후 그 대가(20만 원으로 추정)를 받은 혐의로, D2는 종업원인 D가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였다. 괴산경찰서 생활안전계는'S유흥주점'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소속 경사 2명이 2008. 1. 30. 21:30경부터 같은 날 22:25경까지 위 유흥주점 앞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중, 같은 날 22:24경 위 유흥주점 입구에서 O(남, 손님)와 O2(여, S유흥주점의 종업원)가 같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미행하여 위 남녀(O, O2)가 위 주점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M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경사로부터 위와 같은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위 P등 4명의 경찰관은 여관 카운터에 있던 업주를 상대로 위 남녀가 몇 호실로 들어갔는지를 문의하며 협조를 요청하였고, 여관 업주는 예비열쇠를 이용하여 O, O2가 들어간 여관방의 문을 열어 주었다. 당시 O와 O2는 침대에 옷을 벗은 채로 약간 떨어져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경찰관들은'성매매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점과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다만, P는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본인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였는데, 진술거부권은 고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위 둘을 서로 분리하여 상호간의 관계 및 여관에의 입실 경위 등을 구두로 조사하였다. O와 O2는 경찰관들의 위 질문에 '성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답하였다. 당시 O와 O2가 실제 성행위를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방 내부 및 화장실 등에서 성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화장지나 콘돔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위 둘을 성매매의 현행범으로 체포 하지 못하고(성매매 미수는 그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성교행위에 나가지 않은 이상 성매매로는 처벌할 수 없다),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으나,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이에 대하여 경위 P는, O와 O2를 분리하여 조사할 당시 O와 O2는'성행위는 아직 안하였으나 2차를 나온 사실'은 인정하였기 때문에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고지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O와 O2는 증평지구대로 가서 각 자술서를 작성한 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자술서에서 O는'양주 1병을 같이 먹고 여관에 들어가 누워서 서로 이야기 하던 중이었고, 대금은 45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그 내역 확인은 안 했으나 2차비가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기재하였다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는'성행위는 안하였고, 양주 2병을 마시고, 대금 45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45만 원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O2는 일관하여 '양주 2병을 마시고 서로 맘에 들어 여관에 온 것일 뿐, 대가를 받고 여관에 온 것은 아니고, 성행위는 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경찰은 술값과 테이블 봉사료 이외에 대가를 수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완수사를 하였으나, 추가 증거를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였다. 검사는'양주를 1병만 시켰다'는 O 작성의 자술서와 경찰이 O를 상대로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를 주된 증거로 삼아 공소를 제기하였다(공소사실에는'시간적 소요의 대가가 약 20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O가 계산한 45만 원 중 양주 1병 값 20만 원과 테이블 봉사료 5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그 대가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O 작성의 자술서와 경찰이 O를 상대로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여부'가 주요쟁점이 되었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 사건 당시 경찰관들이 O와 O2를 임의동행 함에 앞서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고지한 사실은 있으나, 그에 부가하여 '동행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O2가 화장실에 가자 여자 경찰관이 O2를 따라가 감시하기도 하였으므로, 사법경찰관이 O, O2를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에 해당"하여 "위 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O)당하지 아니한 자(D, D2)에게도 위법수집증거는 배제되는가?(긍정)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O)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D, D2)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참조). (중략) 비록 사법경찰관이 O와 O2를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이들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이들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불법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O와 O2가 작성한 위 각 자술서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O, O2에 대한 각 제1회 진술조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01조 등이 규정한 체포·구속에 관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하여 수집된 증거로서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Ⅳ. 평석 1. 이 판결은 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스탠딩(standing) 법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주목되는 판결이다. 사안에서 문제되고 있는 사건은 D, D2의 식품위생법위반피고사건(이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D'만 문제삼겠다)이다. O, O2(이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O'만 문제삼겠다)는 피고인이 아니다. 피고인 D의 입장에서 볼 때 O는'피고인 아닌 자'이다. 스탠딩(standing) 법리란 '위법수집증거배제규칙은 절차적 기본권이 침해된 자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는 취지의 발상이다. 이 법리를 위 사안에 적용하여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사안에서 경찰의 O에 대한 임의동행이 실질적으로 강제연행이라면 이 강제연행으로 기본권침해를 받은 사람은 O이지 D가 아니다. 따라서 경찰이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진술증거는 O의 형사피고사건에서는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지만, 스탠딩 법리를 인정하면 O의 형사피고사건과 무관한 D의 형사피고사건에서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진술증거는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여 D는 자신의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경찰의 O에 대한 강제연행과 그 이후의 채증활동을 탄핵할 지위(standing)에 있지 아니하고 따라서 경찰이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증거는 D의 형사피고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는 것이 스탠딩 법리의 요점이다. 대법원 1992.6.23. 선고 92도682 판결(이른바 한국형 미란다 판결)은 대법원의 '스탠딩 법리의 불채용' 입장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판결인데 본 판결에서 그 취지가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재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2. 위법수집증거배제규칙을 창안해 낸 것은 미국연방대법원인데 1990년대 이후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대법원의 그것은 미국의 그것보다도 훨씬 그 포섭범위가 넓다. 피고인측의 동의가 있어도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사인의 불법수집증거도 경우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게 한 것이 그 예이다. 이제 그 목록에 스탠딩 법리의 불채용이라는 지침이 명시적으로 덧붙여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대법원이 주도하는 형사사법혁명이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이 형사사법혁명을 지속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11-14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I. 인정된 사실관계 이 사건은 근로자 갑(甲)(=피고)이 을(乙) 회사(=원고)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하자 을(乙)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하여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안의 을(乙) 회사는 한국에서 A 제품의 생산과 관련하여 매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던 기업으로서 이 회사는 국내 생산 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일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여 중국 하청업체와 주문생산자와의 계약에 의해서 생산을 하고 이를 다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국의 배셋사 등의 수요처에 판매를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갑(甲)은 을(乙) 회사에 근무하면서, 위와 같은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정보 및 수요처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에도 불구하고, 위 정보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위 생산거점과 수요처를 연결하여 판매하는 방식의 중개무역업을 함으로써 을(乙)의 시장점유율은 저가공세에 밀려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을(乙)은 갑(甲)의 행위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그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하여 배상을 구하게 된 것이다. II.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가 납품한 제품이 원고의 제품과 동일하거나 이를 모방한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가 2004.3.15. 미국의 배셋사로부터 손톱깎이 등의 샘플 검사결과 통지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서 퇴직하기 전에 미국 배셋사에 샘플검사를 의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가 퇴직 전에 미국 배셋사 관계자와 접촉하여 그와 같은 샘플검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는 이미 피고가 퇴직의사를 밝힌 뒤 퇴사가 임박한 시기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실에 비추어보면, 을(乙)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 약정으로 무효라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상고기각) III. 평석 1. 경업금지약정의 효력 (1) 퇴사한 직원의 경업금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을(乙)의 행위는 퇴사한 직원의 행위로서 재직 중인 직원의 행위와 동치하여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재직중인 직원의 경우에는 재직시의 경업금지를 법령이나 계약에 의해서 요구받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보상을 급여 등의 방법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재직중인 경우의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의 판단에는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퇴사한 직원의 경우에는 경업금지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전직의 자유를 한 내용으로 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당해 근로자의 생존권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경업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회사근무중에 지득한 정보로서 당해 근로자의 노하우로 체화되어 해당 근로자와 분리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닌 그 이외의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대법원이 피고가 원고를 퇴직한 후 자신의 중개 무역업을 영위함에 있어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위와 같은 정보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등을 이용하지 아니할 임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이와 같이 재직중인 근로자와 퇴사한 근로자의 차이를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대법원이 반출한 자료에 중점을 두어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도 같은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2) 약정의 효력 여부의 판단요소 경업금지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경업금지에 대한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때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부의 판단을 위해서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되는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내용, 경업금지기간 및 대상이나 지역 등이 합리적인지, 경업을 제한하기 위해서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였는지 등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경업금지약정이 퇴사한 근로자의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가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까지 보호하여야 한다고 해석된다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경업금지 약정이 무효라면, 이를 위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없으므로 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역시도 기각될 수밖에 없다. (3) 기간의 제한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보호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인정되어야 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 기술의 급속한 발달상황 및 변론에 나타난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영구적인 금지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6다16605 판결, 대법원 1998.2.13. 선고 97다24528 판결). 다만 경업금지기간은 해당 정보의 특성을 감안하여, 장기간 상업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정보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장기인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만일 상업적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만으로 한정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판단 (1) 영업비밀 여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비공지성, 경제성, 비밀유지성이 구비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고 함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대법원 2004.9.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등). 따라서 영업비밀침해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거래처에 대한 정보는 갑(甲)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을(乙)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 할 것이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업무상배임죄의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 따라서 대법원이 이미 공지되었거나 다른 경쟁업체가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의 거래처 정보는 을(乙) 회사의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고, 을(乙)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보호할 가치 있는 정보 내지 영업상 중요한 자산인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거래처 정보도 주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거래처{소위 벤더(vendor)}, 상품의 수요처, 핵심적인 용역을 제공하는 거래처 등이 해당 업계에서 쉽게 알 수 있거나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며(=공지성의 결여),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로 보아 기존에 대법원이 인정하였던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과 시간절약(lead time)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따라서 거래처 정보라는 것만으로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산업내에 종사하는 관련 업계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존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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