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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개의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위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선고된 다른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는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내용을 근거로,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 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반적인 위탁,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 부터 직접채용 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대법원은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1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13. 12. 20. 선고 2012가합2067 판결)에서 인정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였으므로, 아래의 내용은 1심 판결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이 판결(이하 '방송사 판결')은 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은 그 결론이 다른데, 결론을 달리할 만큼의 사실관계의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은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이 종료된 후 기존 운전자들이 새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피고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피고 업무를 지시한 점, 원고들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그 실질적인 기준이나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판결에서도 원심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판결을 통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 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본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합 판결에서는 제3자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판단의 예시로 ①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전형적인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된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15. 선고 2012다79439 판결)}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2015-09-14
私人의 방제보조작업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의 문제점
Ⅰ. 사안의 개요 2007.12.7.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갑 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하여 1만2000㎘로 추정되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출 원유는 충청도 해안 전역, 심지어 전남과 제주도까지 흘러들어가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양오염사고이어서, 국가는 피해예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처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사고처리에 나섰는데, 유조선 선박 주식회사의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여겨 해상방제업체인 을 회사에 대해 방제작업을 보조하도록 요청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 Ⅱ. 판결요지 [1]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한다. 다만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원칙적으로 사인이 법령상 근거 없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인이 처리한 국가의 사무가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사무 처리의 긴급성 등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 사인은 그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지출된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2] 갑 주식회사 소유의 유조선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상 방제업 등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 방제작업은 을 회사가 국가를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국가의 의무 영역과 이익 영역에 속하는 사무이며, 을 회사가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는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을 회사는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국가에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Ⅲ.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을 회사)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유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해 방제보조작업을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작업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설사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의 긴급방제조치 의무자로서 원고의 방제보조작업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그 비용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원고가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해 피고의 긴급방제조치 사무를 관리한 것이므로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 피고(국가)의 주장: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비용 상당의 부당이득을 한 자는 긴급방제조치 비용 부담자인 허베이호 선주이며, 이 사건 해양오염의 방제사무는 오염야기자인 선주 측의 사무이지 보충적 지위에 있는 피고의 사무라 할 수 없고, 원고 또한 선주 측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도급계약, 부당이득, 사무관리를 근거로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Ⅳ. 문제의 제기 구 해양오염방지법(2007.1.19. 법률 제8260호 해양환경관리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하면, 해양에 기름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경우 배출된 기름 등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거나 적재되어 있던 선박의 소유자는 배출되는 기름 등 폐기물을 신속히 수거·처리하는 등 필요한 방제조치를 즉시 취하여야 하고, 선박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그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출사고 처리를 위한 방제작업이 긴급방제 등 필요한 조치로서 국가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전통적으로 상호부조설(Theorie der Menschenhilfe)에 바탕을 둔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나름의 의의를 갖지만,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한 데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Ⅴ.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민사상의 사무관리로 접근한 것의 문제점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징표를 갖는 공법상의 법관계가 공법상의 사무관리이다. 협조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임의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데에 따른 법제도인 민법상의 사무관리는 사적 자치와 행동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 반면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경우,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공임무를 수행한 것을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관건이다. 대상판결이 정당히 판시한 대로 긴급사태나 비상사태와 같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상의 사무관리와 공법상의 그것은 구별되어야 하고, 구별의 결과로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의 사무관리 규정이 '준용'되어야 하고, 쟁송방식 역시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안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을 근거지우기 위해, 판례는 국가가 최종적으로 방제조치를 취할 법률상의 의무와 국민의 생명, 건강, 재산을 보호하고 영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에 의거하여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임무에 속한다고 논증하였다.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긴급방제조치의 일환이어서 분명히 공법적 성격을 지닌다.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당사자소송의 대상을 확대해 온 최근의 경향에 어울리지 않게 사안을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2.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상의 문제점 사무관리의 핵심은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사무처리 하는 사람이 원래 사무처리 해야 할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활동권한을 가지지 않아야만 한다. 타인이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타인의 사무를 처리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구 해양오염방지법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한 긴급방제조치는 발생한 경찰상의 장애를 제거하는 일종의 경찰권발동이다. 따라서 해양경찰이 긴급방제조치의 차원에서 을 회사에 대해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한 것은, 일종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을 회사는 긴급방제조치에 따른 일종의 행정보조인적 지위를 갖는다. 을 회사가 방제작업의 보조에 나선 것이 해양경찰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다면, 과연 을 회사가 의무 없이 즉, 위임 없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Ⅵ. 맺으면서-민관협력의 수단으로서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 사무관리 제도에는 상호부조의 고귀한 동기가 배어 있다. 하지만 행정이 당사자가 되는 공법상의 그것의 경우 완전히 다르다. 공법상의 사무관리는 법률유보의 원칙 및 관할법정주의 등 공법질서의 차원에서 그 허용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독일의 경우 많은 행정법문헌이 공법상의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대표적으로 Schoch, DV 38(2005), 91ff.]. 아쉽게도 대상판결에서 대상사무의 공임무에 따른 공법상의 사무관리 및 행정보조로서의 그것의 수행이 충분히 논구되지 않았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손실보상규정의 결여가 문제되어, 비용 상환에 관한 민법 제739조의 준용여부와는 별도로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손실보상의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되었을 것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차후 세월호와 관련한 비슷한 상황에서 민사상의 사무관리가 별 의문 없이 그대로 수용될 우려가 있다. 세월호사태가 보여주듯이, 사고와 재난은 발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문제이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은 재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수단이기도 하다.
2015-05-04
택시기사의 퇴직금에 대한 개정 최저임금법 적용 여부
1. 배경 - 택시근로자와 최저임금제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근로자')의 임금체계는 여객자동차 운수업법상 전액관리제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납금제(택시사업주에게 일정한 사납금을 내고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고정급을 받되, 사납금을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을 택시근로자의 수입으로 함)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임금지급 형태는 도급제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판단되어 종전에는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여 최저임금 위반여부를 판단하였기에 많은 경우 택시근로자의 고정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택시근로자의 저임금구조가 고착화되고 최저임금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반영되어 최저임금법은 2007. 12. 27. 생산고(生産高)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개정되었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개정 최저임금법은 시 단위 지역에는 2010. 7. 1.부터 시행되었고, OO시에서 택시운송업을 영위하는 피고회사는 1998. 10. 입사하여 격일제로 택시운전을 하고 2010. 11. 퇴직한 원고에게 퇴직 전 3개월간 실제 지급된 평균임금에 따라 계산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은 개정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계산된 평균임금을 적용하였을 경우 지급되어야 할 퇴직금과 실제 지급된 금액과의 차액을 청구하였다(소송 계속 중 원고가 사망하여 상속인이 소송수계인이 됨). 나.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2. 7. 11.선고 2012나2710판결 원심판결은 "피고회사에게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①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 전 기준으로 계산된 퇴직금과 개정 최저임금법으로 계산된 퇴직금 금액이 6.69배나 차이나는 점 ②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월 최저임금이 원고가 한 달 만근 시 피고회사에 납입한 운송수입금보다 많다는 점 ③ 퇴직한 날이 언제인지에 따라 퇴직금의 액수가 몇 배의 차이가 나는 것은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원고의 평균임금은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퇴직금의 65%로 감액함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14. 10. 27.선고 2012다70388판결)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퇴직금제도는 강행규정이라는 기존 판시내용(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을 확인하면서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조항 시행일 이후 퇴직한 근로자가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아왔던 경우에는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위 근로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임금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으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를 함부로 감액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3. 검토 가. 평균임금은 '통상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평균임금은 퇴직금 등의 산정 시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며 근로자의 통상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기본원리로 삼는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을 즈음한 일정 기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임금액 변동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이를 기초로 퇴직금을 산출하는 것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그 평균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또한 택시근로자가 퇴직 직전 5개월 동안에 의도적으로 평소보다 1.76배 많은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납부하여 현저하게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해당 5개월 기간 동안의 평균임금이 아닌 그 직전 3개월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10. 15.선고 2007다72519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은 위 ① 내지 ③의 관점에서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여 산정된 원고의 평균임금은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판단은 상당부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대상판결은 퇴직금 제도의 강행규정성을 지적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판례의 법리에 의해 합리적인 조정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 원심판결이 위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개정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도 평균임금의 산정방식에 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대법원은 종래 초과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동 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만, 이를 택시근로자 수입으로 직접 귀속시켜 회사에 지배·관리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대법원 2002. 8. 23.선고 2002다4399판결), 이런 입장을 일관하자면 초과운송수입금을 피고회사에 납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사납금에 상응하여 지급받아온 원고의 고정급을 기초로 산정된 평균임금이 원고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반영한다고 할 것이고,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 직후 퇴직하여 평균임금이 6.69배가 된 것은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아진 것이므로 조정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가능할 것이다. 나. 최저임금법의 존재목적과 개정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지적한 사항들에도 불구하고 개정 최저임금법에 의한 평균임금 산정이 적법하다는 판단의 구체적 이유에 관해서 적극적으로 설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대법원이 대상판결에 있어서 아래의 점을 고려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개정 최저임금법의 취지 및 이를 통해 확인한 입법자의 의사이다. 개정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는 택시근로자의 저임금구조가 장기간 고착화되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택시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이고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근로자의 기본 급여는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원고의 '12년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220여만 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겠다는 개정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법 시행 전후로 퇴직금 액수가 상당히 차이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섣불리 감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비록 개정 최저임금법시행 전후로 평균임금 액수가 몇 배나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최저임금법이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최저임금의 존재목적임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산정된 평균임금을 특수하고도 우연한 사정으로 '과다'하게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비록 평균임금 산정방식은 최저임금법과는 별개라고 하더라도 최저 기준에 의해 산정된 퇴직금을 감액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법이 2007년 12월27일 개정되어 그로부터 약 2년 6개월 후인 2010년 7월1일 시단위에 시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정 최저임금법의 시행을 '특수하고도 우연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거도 가능해보인다. 4. 결론 평균임금은 '통상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원심판결도 수긍할 만한 점이 있으나, 최저임금법의 존재목적과 개정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를 함께 고려하자면 대상판결의 결론이 보다 타당해 보인다. 택시근로자의 저임금 구조는 최저임금법만의 문제는 아니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관련 규정들(제58조, 제59조)과 서로 연동되어 있는 만큼 개정 최저기준법이 그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집행기관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2014-01-05
건물간판의 공사대금채권으로 건물에 유치권 행사할 수 있나
Ⅰ. 사 실 1. A은행은 甲이 신축할 호텔의 공사대금을 대출하고, 신축된 호텔 및 그 부지에 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위 호텔에 대해 甲 채권자의 신청으로 2007. 1. 31.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있었고, 한편 A는 甲의 대출금 채무연체를 이유로 2008. 2. 18. 임의경매 개시결정을 받아, 두 경매사건은 병합되었다. 2. 위의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중에 다음의 B, C, D가 각각 유치권신고를 하였는데,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 (1) 甲은 호텔의 신축공사를 B건설회사에 도급을 주었고, B는 그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B는 甲이 A로부터 공사자금을 차용할 당시 연대보증을 하면서 설사 공사대금을 변제받지 못하더라도 유치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바 있다. (2) B회사는 위 공사 중 호텔내부공사를 C에게 하도급주어, C는 공사를 마치고 B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甲이 A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해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게 되자, C와 D를 비롯하여 B의 하도급채권자들은 乙을 대표로 하여 채권단을 구성한 후 B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또한 甲으로부터 호텔에 관한 일체의 처분권 및 영업권을 위임받았다. 乙은 2006. 11. 28.경부터 여러 사람에게 각각 호텔영업을 맡겨 오다가 2010. 10.경부터는 호텔영업을 중단하고 외부의 출입을 통제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호텔영업을 맡아오던 사람 중에는 甲과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甲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채권자로 배당요구를 한 사람도 있다. (3) B회사는 호텔의 옥탑, 외벽 등에 간판을 설치하는 공사를 D에게 하도급주어, D는 그에 따라 B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3. A는 B, C, D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Ⅱ. 법원의 판단 1. 제1심 법원 제1심 법원은, 피고 B는 유치권을 포기하기로 원고와 약정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C와 D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압류 전에 점유를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압류의 효력이 있는)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있은 2007. 1. 31. 이전부터 피고 C와 D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 내지 간접 점유하여 온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전부 인용하였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0. 4. 1. 선고 2009가합849 판결). 2. 제2심 법원 제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C와 D만이 불복, 항소를 하였는데, 제2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의 주장을 인용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 5. 11. 선고 (춘천)2010나847 판결). (1) 피고들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2006. 11. 17.경부터 乙 등을 통해 이 사건 부동산을 간접 점유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2) 피고들의 각 공사대금채권은 이 사건 호텔에 대한 공사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있다. 3. 대법원 제2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원고가 불복, 상고를 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 D에 대한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1다44788 판결). (1) 피고 C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해 : 「민법 제320조에서 규정한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존속요건인 점유에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된다.」이 사건에서 피고 C는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 이전인 2006. 11. 17.부터 乙 등을 통해 호텔을 간접 점유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2) 피고 D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해 : 「민법 제320조 1항에 따라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한다. 그런데 건물의 옥탑, 외벽 등에 설치된 간판의 경우 일반적으로 건물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물건으로 남아 있으면서 과다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건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간판 설치공사 대금채권을 그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 Ⅲ. 평 석 1. 쟁 점 본 사안은 유치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것이다. 민법 제320조는 유치권의 내용으로서,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으나,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본 사안에서는 다음 몇 가지가 쟁점을 이루고 있다. 첫째 점유에 관한 부분이다. 먼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있은 후에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위반하여 무효가 된다는 것을 토대로, 최소한 그 기입등기 이전에 점유를 하였어야 하고, 여기서 그 점유를 하였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1심 법원과 2심 법원(및 대법원)의 견해가 나뉘었다. 둘째 호텔 건물의 간판을 설치하면서 갖게 된 간판 공사대금채권으로 호텔 건물에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는 제2심 법원과 대법원의 견해가 달랐다. 셋째 상고심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하급심에서 판단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있다. 하나는 유치권포기 약정의 효력 여하이고, 다른 하나는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과 도급계약을 맺고 그에 따라 갖게 된 공사대금채권으로 그 물건에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유치권의 성립요건 (1) 물건과 채권간의 견련성 a) 민법 제320조 소정의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의 의미에 관해서는, ①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를 드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②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에는 견해가 나뉘어 있다. 그러나 ②의 경우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채권적 급부거절권으로 되어 있는 독일민법(273조)에서는 몰라도 물권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민법에는 맞지 않는 점, 담보물권으로서 유치권이 갖는 여러 문제점,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일관된 통용성을 갖지 못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물건의 가치를 유지하거나 증대하는 데 관련된 채권, 즉 비용상환청구권과 보수청구권, 그리고 물건으로부터 손해가 생긴 경우의 손해배상채권 정도로 국한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b) 민법상 유치권은 상사유치권과는 달리 채무자 소유의 물건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본 사안에서 호텔은 甲의 소유이고, 피고 C와 D는 B와의 하도급계약에 따라 B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갖게 되었지만, 그 채권을 발생시킨 자재 및 노무의 제공 등이 호텔 건물에 반영된 이상 유치권이 인정된다. c) 한편, 채권의 발생이 물건에 관련된 경우에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 채권과 무관한 물건에까지 유치권이 인정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본 사안에서 호텔 건물의 옥탑이나 외벽에 간판을 설치하고 간판공사대금채권을 갖게 된 경우, 이 채권으로 호텔 건물을 유치하려면 그 간판이 독립된 물건이 아니라 호텔 건물의 일부나 구성부분으로 되었을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 간판이 호텔 건물에 부합되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인데, 이는 타당한 결론인 것으로 생각된다. (2) 물건의 점유 a)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채권자가 목적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여기서의 점유에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를 포함한다. 다만, 그 점유가 타인의 압류가 있은 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견해이다(대판 2005. 8. 19, 2005다22688; 대판 2006. 8. 25, 2006다22050; 대판 2011. 11. 24, 2009다19246). 압류의 본질적 효력은 목적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이고, 이에 저촉되는 채무자의 처분은 압류채권자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민사집행법 92조 1항). 한편 압류에 저촉되는 채무자의 처분에는 '점유의 이전'과 같은 사실행위는 포함되지 않지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목적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점유의 이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담보물권으로서의 유치권을 완성시키는 것이어서, 그러한 점유의 이전은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그 취지이다. b) 본 사안에서는 2007. 1. 31. 호텔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있었으므로, 피고들이 유치권을 주장하려면 그 전에 호텔 건물을 점유(간접점유 포함)하고 있었어야 한다. 본 사안에서 제1심 법원은 피고들이 여러 사람에게 호텔의 영업을 맡겨 왔지만 그 중에는 甲과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임대차보증금채권으로 배당요구를 한 점을 중시하여 피고들의 간접점유를 부정하였지만, 제2심 법원과 대법원은 그러한 점을 중시하지 않고 피고들은 위 압류의 효력이 있기 전인 2006. 11. 17. 경부터 乙 등을 통해 호텔 건물을 간접 점유해 온 것으로 본 것이다. 피고들을 포함한 하수급인들이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채권단을 구성하고 대표자 등이 호텔 건물을 점유해 온 점을 보면, 피고들에게 민법 제194조 소정의 간접점유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3) 유치권 포기약정의 효력 유치권은 법정담보물권이지만, 그것은 채권자의 채권의 담보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으므로,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채권자가 그러한 이익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유효하다. 본 사안에서 B회사는 사전에 유치권을 포기하였으므로 유치권을 가질 수 없다.
2013-12-16
유치권 그리고 신의칙
1. 사실관계 대법원 2011. 12. 선고 2011다 84298 사건 채무자 甲 주식회사 소유의 건물에 관하여 乙 은행 명의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2순위 근저당권자인 丙 주식회사가 甲 회사와 건물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일부를 점유하고 있던 중 乙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丙이 유치권 신고를 한 사안에서 丙의 유치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04. 1. 15. 선고 2002나 5475 판결 채무자는 이 사건 공사 당시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유치권자)로 하여금 무리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도록 도급을 주어 공사대금을 발생시켰고, 결국 피고는 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해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한 사안. 2. 서설 위 사건들의 공통점은 유치권자로서 유치권의 형식상 성립요건은 모두 갖추었으나 법원이 민법 제2조 신의칙을 원용하여 낙찰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다. 이하에서 법원은 어떠한 이유로 민법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신의칙 법리까지 동원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배척하였는지 살펴본다. 3. 유치권 제도의 취지 유치권은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고자 발생한 제도이다. 즉 타인의 물건에 용역 등을 투여하여 가치를 상승시킨 자가 채권을 변제받기 전에 목적 물건의 점유를 이전해야 한다면 용역을 투여한 자 입장에서는 추심이 곤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물건의 소유자는 상승된 가치만큼 부당이득 할 수 있는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상사 유치권은 민법의 유치권의 요건 중 물건과 채권사이에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단지 채권의 성립과 물건에 대한 점유의 취득이 쌍방적 상행위로부터 발생한 것이라면 성립하며, 상사 유치권이 민사 유치권과 다르게 비교적 용이하게 유치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거래마다 담보의 설정을 요구하였을 경우 절차상 번잡하여 거래의 신속을 해하며 그 실행을 용이하지 않게 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인간의 신용을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고 확실한 거래관계를 지속하고자 만들어졌다. 4. 유치권 제도의 현실적 문제점 그러나 문제는 위와 같이 공평의 원칙에서 출발한 유치권이 시중에서는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유치권의 피담보채권 금액은 당사자만 알 수 있고 담보물권의 불가분성으로 인하여 유치권의 효력은 물건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채권금액을 파악할 수 없는 낙찰자는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금액 전부를 변제하지 않은 한 점유를 이전 받을 수 없다(즉 현행법상 유치권자는 현행법상 경매절차에서 유치권 및 채권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치권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정확한 채권 금액이 파악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유치권은 다른 담보물권 보다 사실상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권리이므로 "시간에서 앞선 사람은 권리에서도 앞선다."라는 담보물권의 기본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킬 위험성이 다분하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형식상 유치권이 성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권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5. 유치권의 요건 여기서 간단히 유치권의 요건을 살펴보자. 민법상 유치권은 민법 제320조에 규정되어 있는 것과 같이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서, ① 피담보채권, ② 채권과 목적물의 견련성, ③ 목적물의 점유 및 변제기 도래의 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 담보물권이다. 이에 반하여 상사유치권은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를 통하여 그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로서 ① 양 당사자가 상인이어야 하고 ② 당사자 쌍방의 상행위로 발생한 피담보채권임을 요구한다. 다만 민법과 다르게 목적물과 채권간의 견련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6. 유치권 성립과 관련된 판례의 경향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치권은 위 요건들만 충족하면 당연히 성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4.항에서 언급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음의 사안에서 유치권 주장과 관련하여 그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즉 ⒜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 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는 당해 유치권의 취득은 압류의 효력에 반하여 유치권자는 대항할 수 없다는 판결(2005다 22688), 최근 고등법원에서 선고된 ⒝ 유치권자가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임차물을 타인에게 임대하고 있었다가 소유자가 바뀐 경우 사용수익하고 있는 유치권자가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의 승낙으로서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11. 12. 21. 선고 2011나 27983 판결)는 판례, 그 외 하급심 판례로서 ⒞ 소멸시효가 완성된 공사대금 채권의 채권자가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 결정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공사대금 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도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로서 앞의 점유 이전의 경우와 같이 보아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가합 15029)는 판결, ⒟ 거주목적으로 공사를 하였을 경우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부동산 인도명령 결정 사례 등 형식상 유치권 관련 법률요건은 갖추어져 있으나 유치권의 요건과 관련된 법률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거나 유치권 이외의 법리를 원용하여 유치권의 성립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7. 대상판결 그리고 대상판결들은 민법의 일반조항으로서 최후 수단인 신의칙까지 동원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배척하였던 것이다. 고등법원은 위 대상판결에서, '… 이러한 경우에는 위 피고가 전 소유자와 사이에 위 건물 부분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하고 그 계약에 따른 공사를 일부라도 실제로 진행하여 상당한 공사비용을 투하하였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러한 경우에까지 유치권의 성립을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전 소유자와 유치권자 사이의 묵시적인 담합이나 기타 사유에 의한 유치권의 남용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어 공시주의를 기초로 하는 담보법질서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피고의 공사도급계약 전에 가압류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자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의 매수인(낙찰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 제320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위 피고가 위 공사대금채권에 기초한 유치권을 주장하여 그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거나, 그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상 판결의 대법원(2011. 12. 선고 2011다 84298) 역시 '…丙 회사는 상사유치권자로서 甲 회사에 대한 채권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목적물인 건물 일부를 점유할 권리가 있으나, 위 건물 등에 관한 저당권 설정 경과, 丙 회사와 甲 회사의 임대차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및 체결 후의 정황, 경매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丙 회사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乙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건물 등에 관한 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유치목적물을 이전받았다고 보이므로, 丙 회사가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유치권 주장을 배척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함으로서 담보물권의 기본원칙을 지키고자 고심하였던 흔적을 내비치고 있다.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 함으로써 앞서 본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8. 결어 지난 경매 통계를 살펴보면 2006년 평균 낙찰률은 71.83%이었으나 유치권이 신고 된 물건의 평균 낙찰률은 불과 56.41%로서 평균을 거의 15%p이상 하회하고 있고, 2007년 연간 평균 낙찰률은 74.43%이나 유치권 신고 된 물건의 평균 낙찰률은 62.23%로서 일반적인 물건보다 12.2%p나 하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과 더불어 담보물권의 기본원칙 및 이해당사자간의 형평성 등을 모두 고려한 최근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본다.
2012-07-23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 귀속문제
Ⅰ. 서설 공동계약운용요령(기획재정부 회계예규)제11조는 도급인으로 하여금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신청한 공사대금채권을 구성원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동수급표준협정서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 및 공동수급협정서의 내용은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 및 공동도급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와 관련된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K사 등 4개 건설사는 2006. 11.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를 결성하여 환경관리공단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B사가 국세와 산재·고용보험료 등을 체납하자 대한민국과 근로복지공단이 각각 B사의 공사대금 채권 일부를 압류하였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B사가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공사비 구상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동수급체를 탈퇴하자, 나머지 3개사는 위 각 압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유보된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대상판결) 대법원은 1)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나, 2)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사도급계약에서 발생한 채권을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귀속시키는 약정도 가능하고 이와 같은 약정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3)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 및 공동수급표준협정서와 같은 약정내용이 담긴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된 후 공동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공동수급체의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지분의 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묵시적인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각 지분비율로 구분하여 공사대금채권을 가진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Ⅲ. 평석 1.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조합으로 보아야 한다는 민법상 조합설, 조합원이 조합재산에 관하여 지분소유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한 지분적 조합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지분적 조합설, 비법인 사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법인 사단설 등이 대립하여 왔으나 통설과 판례는 민법상 조합설을 지지하고 있었다. 대상 판결 역시 민법상 조합설을 따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 귀속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은 조합재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조합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므로 그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272조에 의하여 구성원 전원의 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청구하거나 대표자가 공동수급체를 대표하여 청구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게 선금·대가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던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는 1996. 1. 8. 회계예규 2200.04-136-2로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 즉 제11조 제1항 본문은 "계약담당공무원은 선금·대가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는 공동수급체 구성원별로 구분 기재된 신청서를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제2항에서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이 있을 경우 신청된 금액을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지급하되,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의 경우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선금을 제외한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의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구분하여 직접 지급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이렇게 개정된 내용은 현재의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인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에도 동일하게 그 취지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개정된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제11조가 적용되는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경우에도 공사대금채권이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라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은 2000. 11. 24. 선고 2000다32482 판결에서 "도급인이 공동도급계약운영요령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하고 공동수급체가 그와 같은 지급방식에 의하여 그 대금을 수령한 사정만으로 조합 구성원 사이에 민법규정을 배제하려는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공사대금채권은 조합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되는 조합채권으로서 조합원 중 1인이 조합의 채무자에 대하여 출자비율에 따른 급부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금지급이 구성원 개인에게 직접 이루어진다고 하여 공사대금채권이 구성원의 개별적 채권으로 바뀐 것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은 그 동안 판례가 취한 주류적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01. 7. 13. 선고 99다68584 판결에서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개별적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었고 2002. 1. 11. 선고 2001다75332 판결에서는 계약내용에 따라서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수급체 구성원에게 합유적 귀속이 아니라 각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도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관련 업계와 실무에서는 그 해석상 혼란이 발생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와 그에 대한 검토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공사대금채권은 원칙적으로 그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지만, 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에서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그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묵시적 약정과 관련한 판시 부분은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공동계약운용요령이 적용되는 도급계약에서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되었다면 개별적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당사자간 묵시적 약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하였으나, 과연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동계약운용요령 제11조는 대표자가 도급인으로부터 기성금을 수령하고도 구성원에게 그 지급을 지체하거나 유용하는 일이 많아 분쟁이 잦아지자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개정된 것이지 이를 계약조항으로 편입시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는 공사대금채권의 귀속에 관한 정함이라기 보다는 대금지급 업무처리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면이 더 많다. 더욱이 공동수급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사대금채권을 공동수급체의 합유로 하지 않고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시킬 경우 그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의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동수급협정서가 수수되었음을 근거로 개개 구성원의 개별 채권화시키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한 것에는 당사자간 법률행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공동수급체 구성원간에 협정내용에 대한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지 않은 현재의 실정하에서는 대상판결과 같이 공사대금청구권이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각 구성원의 연대책임 및 출자비율에 따른 공동수급체 구성원간 손익분배와 직접적으로 모순·충돌되고, 건실한 구성원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즉 건실한 구성원이 출자비율을 초과하여 공사를 이행하더라도 그 출자비율을 초과한 대가지급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되어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공사도중 구성원 일부가 탈퇴하더라도 잔존 구성원이 연대하여 당해 계약을 이행하여야 하고, 공동수급체가 해산한 이후에도 당해 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의 특성상, 잔존 구성원들의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권리는 공동수급체 구성원과 거래한 제3자의 권리 못지않게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며,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사업을 위한 필수적 재원으로서의 성격도 가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 판결과 같이 공사대금채권을 개별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을 용인하는 것은 잔존 공동수급체 구성원을 희생시켜 공동사업 목적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없지 않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에 있어서 대가의 개별지급에 관한 법률관계의 불명확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공동계약운영요령 제11조의 내용이 명시적 계약내용으로 편입된 것임을 확인할 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수급협정서의 수수에 따른 묵시적 약정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을 끌어들여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직접적인 공사대금채권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공동이행방식 공동도급계약에 있어서 개개 구성원의 지분권리를 전면적으로 인정할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에게 제한된 권리만을 부여하면서도 반대로 그 의무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부담지우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되어 오히려 제도의 효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2012-07-02
조세조약상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 미국법인 A는 세계각국의 정보수집요원들이 각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미국본사에 송부하면 그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한 후 이를 가공·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미국본사의 서버에 저장한 다음, 전세계 고객에게 그 금융정보를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을 통해서 전자적인 방식으로 제공, 판매하는 서비스업('쟁점 서비스')을 영위하였다. 원고는 A의 한국 자회사로서 A에게 한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전달하고,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의 설치 및 유지관리용역('쟁점 장비관리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았는데, 그 중 쟁점 장비관리용역은 내국법인 갑에게 하도급을 주어 갑이 자신의 사업장에 설치된 노드장비 및 한국고객들의 사무실 등에 소재한 고객수신장비를 유지관리하였다. 한편, A의 해외지점 직원들은 한국을 방문하여 고객의 사무실 등에서 쟁점 서비스의 판촉활동을 수행하면서 정보이용료 등의 계약조건을 안내해 주고('쟁점 홍보활동'), 원고의 사무실에서 한국고객에게 고객수신장비의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활동을 실시하였다('쟁점 교육활동'). A는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한미조세조약 제8조에 따라 한국고객의 쟁점 서비스 대가에 대하여 별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고, 부가가치세는 한국고객들이 부가가치세법 제34조에 따라 대리납부 방식으로 납부하였다. 원고는 A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소정의 외국법인 본사에 대한 외화획득용역으로서 영세율 적용대상으로 보아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한편, 갑은 원고로부터 수취한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A가 원고, 갑, 해외지점의 직원 등을 통하여 국내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였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나 원고의 사무실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고 쟁점 서비스를 그 고정사업장을 통해서 제공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위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국내 소득의 상당 부분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고 또한 원고 및 갑 등에 대하여도 쟁점 장비관련용역 등을 실질적으로 A의 본사가 아니라 위 고정사업장에 제공하였다고 하면서 위 영세율 적용을 배제하는 등으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미국법인이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를 통하여 미국법인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예비적이거나 보조적인 사업활동이 아닌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여야 하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여부는 그 사업활동의 성격과 규모, 전체 사업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심판결은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노드장비는 미국의 주컴퓨터로부터 가공·분석된 정보를 수신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장치에 불과한 점, 고객수신장비의 주된 기능은 A로부터 송부된 정보를 수신하는 장비인 점 등에 비추어 A가 위 각 장비를 통하여 국내에서 수행하는 활동은 A의 전체 사업활동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에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A의 해외지점의 쟁점 홍보활동 및 교육활동 역시 A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곳에도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한미조세조약상 A의 고정사업장에 국내에 존재하는지 여부로서 구체적으로는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또는 원고의 교육장이 A가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에 해당하는지,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를 통하여 수행되는 정보의 전달, A의 해외지점 직원들에 의하여 원고의 사무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홍보 및 교육활동 등이 A의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의의 및 구성요건 국제거래에 있어서 고정사업장 내지 국내사업장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법상 과세방식의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조세조약 미체약 국가의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사업소득을 얻는 경우에 그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과세된다. 외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을 두고 있으면 그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여야 하고, 국내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국내원천 사업소득의 지급자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과세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는 법인세법상의 국내사업장과 유사한 고정사업장 개념을 두어 국내원천 사업소득을 얻은 체약국의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거나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더라도 해당 사업소득이 그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면 고정사업장이 있고 해당 사업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경우에는 내국법인의 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한다. 또한,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통상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장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법인은 부가가치세도 신고,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통상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로서 객관적 요건으로 불린다. 기계나 장비 등도 물적 시설에 포함되고 물적 시설이 고정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항구적으로 특정장소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물적 시설을 사용할 권한을 갖거나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으로 주관적 요건이라 한다. 이는 고정된 장소와 사업의 수행간의 관계로서 사업이 그 장소를 통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요건이다. 기업이 어떤 장소를 통하여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대하여 처분권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그 장소를 사용하거나 사용 중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물적 시설을 통하여 기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요건으로서 기능적 요건이라고 한다. 외국법인의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아니면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사업활동인지는 상대적 가치에 의하여 판단된다. 예컨대,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수송의 경우 석유판매업자에게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지 않으나, 석유운송업자에게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통상 어떤 기업이 여러 물리적 장소에서 예비적, 보조적 성격의 개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개별 활동을 모두 결합하여 한 사업장에서 수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결합된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해당기업은 사업활동의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고 있다. 한미조세조약도 다른 조세조약과 같이 제9조 제1항에서 "이 협약의 목적상 고정사업장"이라 함은 어느 체약국의 거주자가 산업상 또는 상업상 활동에 종사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를 의미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지점, 사무소, 공장 등 다수 유형의 고정사업장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고정사업장에는 다음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a)목에서 '거주자에 속하는 재화 또는 상품의 보관, 전시 또는 인도를 위한 시설의 사용'을, (e)목에서 '거주자를 위한 광고, 정보의 제공, 과학적 조사 또는 예비적 또는 보조적 성격을 가지는 유사한 활동을 위한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의 보유'를 들고 있다. 즉, 한미조세조약도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나 다만,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고정사업장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개별 행위가 예비적, 보조적 성격을 지니는 이상 그 개별행위를 결합하여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를 구성하는지를 판단하지 않는 점이 특색이다. 3. 평석: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과 전자상거래 대상판례는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제시하면서 전자적 방법으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정보전달활동과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능적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전자상거래란 당사자가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소재하지 않고 전자적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재화와 용역에 관한 사업상의 거래로 정의되는데, 이는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컴퓨터 이외의 물적 시설의 존재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을 기준으로 고정사업장의 존재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전자상거래에 있어서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은 컴퓨터 서버의 존재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장소에 고정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즉 컴퓨터 서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같은 입장이다. 둘째, 외국법인이 컴퓨터 서버를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거나 그 사용을 중지할 수 있는 권능을 가져야 주관적 요건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단지 타인이 설치, 운용하는 통신시설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 통신시설에 대한 처분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주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기능적 요건의 충족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의 전자적 수단의 운용이 소득의 획득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으로는 상품의 매도인이 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을 컴퓨터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수행하거나 판매대금을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결제받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전자적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품을 가공, 제조하는 일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될 것이다. 원심판결도 같은 논거에서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였던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 상품의 인도, 광고 및 홍보활동 등이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인정되는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도 서버에 게재된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상품의 인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보안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미러서버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열거하고 있다. 대상판례는 노드장비나 고객수신장비는 미러서버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기능이 정보전달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장비를 통하여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A의 해외지점 직원의 쟁점 홍보활동과 교육활동은 한미조세조약 제9조 소정의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판단하였는바, 전자상거래에 수반되는 홍보와 교육활동은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결어 대상판례는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판결로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에 종사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노드장비 등을 통한 정보의 전달, 해외지점의 직원들에 의한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이 유효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선례적 가치가 있다. 다만, 대상판례가 한미조세조약상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 중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결합 금지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판시를 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대상판례의 판시 논거와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2012-03-26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적 지위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事案과 經過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 1, 2 주식회사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 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위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3 주식회사와 행정대집행 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4. 2. 5.부터 2004. 2. 9.까지 사이에 피고 2를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삼아 피고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피고 3 주식회사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이 사건 토지상의 공장건물 내부에 있던 영업시설물 등을 반출함과 아울러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반출물건 중 일부와 철거잔존물을 파주시 교하읍 ○○리에 있는 적치장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여기서의 행정대집행의 위법을 내세워 토지공사와 그의 직원 및 토지공사와 철거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책임을 구하였다. Ⅱ. 判決要旨 한국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2007. 4. 6. 법률 제83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한국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한국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 바, 한국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問題의 提起 여기서 문제는 공무수탁사인인 격인 토지공사에 대해 통상의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마냥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런 제한 없이 즉, 경과실의 경우에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10. 4. 선고 2006나37894(본소), 2006나37900(반소)판결)은 한국토지공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피고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익사업법 제89조의 규정에 의한 대집행 권한을 피고 토지공사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대집행 권한을 위탁받은 피고 토지공사는 그 위탁범위 내에서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토지공사는 물론 기타의 피고(토지공사의 대집행실무책임자, 위탁받은 민간업체 및 그 대표자) 역시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직접적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공무수탁사인격인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단순한 공무원이 아닌 행정주체로 봄으로써, 고의나 중과실과 같은 귀책사유의 제한을 고려할 필요 없이 곧바로 즉, 경과실만으로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간단치 않는 문제가 있다(공무수탁사인을 포함한 공무수행상의 민간전문가의 문제는 졸고, 행정법집행에서의 민간전문가의 참여, 공법연구 제40집 제1호(2011.10.) 참조). Ⅳ. 公務受託私人의 法的 地位 1. 行政主體說의 問題點 종래 독일의 'Verwaltungstrager'를 행정주체로 옮겼다. 독일의 문헌이 공무수탁사인 역시 'Verwaltungstrager'의 일종으로 들기에 자연 공무수탁사인에 대해서도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여 왔다. 법에서 권리(법)주체는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행정주체설을 단순 대입하면 공무수탁사인의 경우 귀속주체인 이상 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은 국가배상차원에선 그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논증이 성립한다.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과 관련한 이런 인식(행정주체=배상책임주체)은 별다른 의문 없이 보편적으로 문헌에서(최근의 예로 정하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법률신문 제3965호(2011.9.5.); 박균성, 공무수탁자의 법적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51면 이하;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89면 이하)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김중권, 2010년도 주요 행정법(행정)판결의 분석과 비판에 관한 소고, 안암법학 제35호, 2011.5.31., 96면 이하. 홍준형 교수 역시 행정주체설에 대해 강한 의문을 피력한다. 동인, 사인에 의한 행정임무의 수행 : 공무수탁사인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9집 제2호(2010), 639면). 그런데 기왕의 논의는 조직법상의 의미, 작용법상의 의미 그리고 책임법상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았다.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주체가 되어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공재단처럼- 간접적인 국가행정의 일환이 되나, 이는 조직법상의 의미이다(Klement, Hochstrichterliche Rechtsprechung zum Verwaltungsrecht: Ungereimtes in der Beleihungsdogmatik des BGH, VerwArch 2010, 112(119); Maurer, Allg. VerwR, 2009, §21 Rn.11). 작용법의 차원에선 그것은 고유한 직무담당자(Amtstrager)이다. 즉, 공무수탁사인은 헌법 제29조와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직무를 집행한다. 직무담당자로서 공무수탁사인을 설정하면, 그의 행위에 따른 법적 효과는 당연히 위탁자(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귀속하며, 이는 국가책임법의 차원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공무수탁사인에게 공임무를 위탁한 자가 공무수탁사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진다. 사실 행정절차법은 물론 행정소송법상으로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청마냥 동일하게 피고가 되기에 행정주체설이 결정적으로 한계가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주체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행정소송상의 이런 취급을 소송수행상의 편의상의 것으로 오해하였다. 2. 獨逸에서의 論議 독일의 경우 통설(Maurer, Allg. VerwR, §23 Rn.59, §26 Rn.43; 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16f.; Freitag, Das Beleihungsverhaltnis, 2004, S.25)과 판례(BGHZ 49, 108(115); BGHZ 122, 85(87))는, 그들 판례에서 전개된 위탁이론(Anvertrauenstheorie)과 그들 기본법상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공공단체만이 규정되어 있는 점에 의거하여, 공무수탁사인에게 위탁한 행정주체('Verwaltungstrager')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그 결과 공무수탁사인은 국법적 의미에서의 공무원이나 행정보조인과 동일하게 설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선 일부문헌에서 반대주장이 제기되었다. Frenz는 기본법 제34조의 책임이 사법의 권리주체에게도 이전될 수 있음을 들어, 고권적 권능을 독립되게 행사하는 공무수탁사인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Ders., Die Staatshaftung in den Beleihungstat bestanden, 1992, S.148ff.). 즉, 공무수탁사인에로의 책임의 원칙적인 이전이 독립된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의 논리적 결과라고 본다(Frenz의 반론에 공감하여, Schmidt am Busch는 민간의 자원을 가능한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하여, 그리고 -바뀐 국가임무에 상응하여- 필연적인 행정단위의 독자성을 감안하여 책임을 공무수탁사인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ers., Die Beleihung: Ein Rechtsinstitut im Wandel, DOV 2007, 533(542)). 반대론에 의하면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제1차적 권리보호(행정소송)이든 제2차적 권리보호(국가책임)이든 동일인을 피고로 삼을 수 있다. Ⅴ. 公務受託私人이 賠償責任主體가 될 수 있는가? 배상책임주체와 관련해서, 우리의 경우 -독일과는 마찬가지로- 헌법이 국가와 공공단체만을 규정하고, 우리의 국가배상법제에 해당하는 독일 민법 제839조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국가배상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을 인정하더라도, 그는 처음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요컨대 배상책임은 신분법적 의미상의 공무위탁적 고권주체와 관련이 있다. 나아가 배상책임주체가 이처럼 명문화된 이상, 독일에서의 반대주장이 우리에게 통용되는 데는 극복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배상책임주체차원에서 전개한 것은 깊이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물론 원심은 토지공사(피고1)를 비롯한 피고(피고2-피고 토지공사의 업무 담당자, 피고3-피고 토지공사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법인, 피고4-그 법인 대표자)를 국가배상법의 차원에서 -판례가 인정하는-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가능성에 의률하여 접근한다. 특히 대법원은 토지공사를 행정주체이자 원(1차)공무수탁사인으로 설정하기에, 그 토지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 및 그의 대표자를 마치 복(2차)공무수탁사인이자 그 집행공무원으로 보는 셈이다. 그런데 전적으로 사인인 이들을 국가배상책임에 의률하여 접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을뿐더러,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과 비교하여 요구되는 과실정도가 높다. 사실 판례는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인 경우 해당 법인과 그 업무담당자를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면 직무행위의 기준이 되는 직무담당자는 그 수탁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자(그 법인의 직원)이지 결코 해당 법인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직무담당자는 반드시 자연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GH, Urt. v.22.2.2006, NVwZ 2006, 966; BGHZ 170, 260(266 Rn.18)). Ⅵ. 맺으면서-誤解의 軸 직무담당자의 공무원적 지위인정은 공권력주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귀속 즉, 국가책임을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결코 그의 개인적 책임을 국가배상법차원에서 묻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안을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의 능부차원에서 접근하였고, 그 결과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국가배상법에 위배되게 배상책임주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2009.10.21.의 국가배상법개정에서 공무수탁사인을 명시적으로 공무원과 병렬적으로 규정하였다. 개정전의 사안이지만, 그에 관한 행정주체적 접근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 모든 요령부득의 논증은 국가배상법의 본지에서 벗어나 가해공무원의 직접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본질마저 오해하게 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이 판결을 극복하지 않고선 우리 네 국가책임법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하겠다(이런 사정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159면 이하 참조).
2011-12-05
하도급법상 경제적 이익 부당요구금지 규정의 규율대상
1. 사실관계 건설업체인 A는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면서 미분양 상태에 있던 자신의 아파트 분양권을 배정하거나, A 대표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외제차 차량을 구입하도록 강제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의 행위에 대하여 이를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2조 제2항의 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하'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A는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09. 4. 1. 법률 제96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하도급법'이라고만 합니다) 제12조의2의 입법 취지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데에 있는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세워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도 위 조항의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하고, '경제적 이익의 제공'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없는 일방적인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형태로 수급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도 포함된다. 3. 하도급법 제12조의2 신설 경위 및 입법취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2는 2004. 11. 25.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2005. 3. 31. 법률 제7488호로 신설된 것으로"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금전, 물품, 용역 그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위 조항의 입법취지를, ①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협찬금 등 수급사업자에게 법률상의 의무가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임, ② 원사업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금전, 물품, 용역 그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함이라고 하며, 이로써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를 예방하게 되어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위 심사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연구용역 및 서비스업종에 대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위탁사업자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수탁자에게 협찬금 등의 제공을 강요하는 등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요구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이후 하도급법 제12조의2는 2009. 4. 1. 법률9616호로 개정되었으나, 위 조항의"그 밖에"라는 부분이"그 밖의"로 바뀌었을 뿐 규정 내용은 동일하여 판례의 위 조항에 관한 논의는 현재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4. 하도급법 제12조의2 규제대상 입법자는 하도급법 제12조의2의 입법취지를,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함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협찬금 등 수급사업자에게'법률상의 의무가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사건과 같이 아파트 및 외제차 구입을 하도급거래의 조건으로 한 경우, 이를'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으로 볼 수 없어, 위 조항을 통하여 규율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 A는 계약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이를'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함과 아울러, 위 조항에서 말하는'경제적 이익'이란'개별적 거래를 통하여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거래 이외의 양 회사의 일반적인 관계에서 구체적인 계약과는 상관없이 별도의 강요에 의하여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A가 수급사업자들과의 개별적인 거래과정(하도급계약)에서 일정한 이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하도급법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가 적용되어야 하지, 하도급법 제12조의2가 적용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하도급법 제12조의2는 하도급거래에서 대가의 균형성이 문제되는 규정이 아니다. 하도급법 제4조 제1항은 원사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경우, 즉 하도급 거래 자체에서 발생하는 쌍방 대가의 불균형을 문제 삼는 반면, 제12조의2는 이와 별개로 원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하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의무 외에 수급사업자에게 금전, 물품 등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될 경우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하게 한 A의 행위는 하도급대금의 부당 결정과는 무관하다. 하도급법 제12조의2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원사업자가 당해 하도급계약에 일반적·통상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수급자에게 어떠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는 위 규정의 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경제적 부담이 하도급계약에 일반적·통상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는 당해 하도급계약 및 경제적 부담의 실질적인 내용 내지 의미를 따져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 그러한 경제적 부담이 하도급거래의 조건 또는 내용 중에 형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만약 이와 반대로 해석한다면 협찬금, 장려금, 지원금 등 전형적으로 위 규율대상이 되는 경제적 부담이라도 하도급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를 하도급거래의 조건 또는 내용 중에 포함시키기만 하면 위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도급법 제20조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와 관련하여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이 법의 적용을 피하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도급계약 자체에서 일반적·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의무 외에, 원사업자와 하도급거래관계가 없었다면 수급사업자가 제공하지 않았을 경제적 이익은, 그것이 형식적으로 하도급계약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킨 경제적 이익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는"정당한 사유 없이 … 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을 …"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 경제적 이익을 …"이라고 되어 있는 하도급법 제12조의2의 규정 내용과도 부합하는 해석이다. A의 주장은 형식상 하도급거래 내용에 포함되기만 하면 "법률상 의무 없는 부담"이 아니기 때문에 제12조의2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나, 문제는 "법률상 의무의 유무"가 아니라"정당한 사유의 유무"이다. 이 사건에서 A는 39개 수급사업자에게 건축공사를 하도급하면서 그 거래조건으로 자신의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하거나 자신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회사의 수입차량을 구매하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아파트 분양'과 '자동차 구매'는 건축공사 하도급계약에 일반적·통상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5. 경제적 이익제공의 의미 이 사건에서 A는 입찰에 참여한 수급사업자들은 구매조건을 수용함으로써 자신들이 입게 될 손해상당액만큼을 입찰금액에 포함시켰고, 따라서 구매조건이 없는 경우에 비하여 입찰금액이 상승하게 되었으므로 수급사업자들이 A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참고로 A는 아파트 분양대금 또는 차량대금만큼 하도급공사대금을 공제하고 지급하는 형식이 아니라, 하도급공사대금은 현금으로 전액 지급받는 대신 그와 별도로 아파트분양금액 또는 차량대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러나 A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건설한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수급사업자들에게 분양함으로써 매출을 늘리고 자금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받았다. 자동차 구입의 경우에도 A 대표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의 매출을 증가시켜, 제3자를 위하여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급사업자들은 불필요한 자금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그만큼 자금운용에 부담을 지게 되고, 당초 분양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전매하거나 제3자가 분양받도록 함으로써 그 차액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등 경제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하도급법 제12조의2에서 말하는'경제적 이익의 제공'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없는 일방적인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형태로 수급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또한'경제적 이익'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미분양 아파트와 외제자동차가 수급사업자에게 시장가격으로 판매되었다면, 원사업자의 총 자산가치에 증가가 없어'경제적 이익의 증가'가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아무 필요도 없는 또 아무리 많은 분량의 아파트와 자동차라 하더라도 시장가격으로 매매되기만 하면,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된 바 없고, 어떠한 경제적 부담도 진 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부당하다. 6. 맺으면서 이 사건 판결은 2005. 3. 31. 하도급법 제12조의2가 신설된 이후 위 조항이 적용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원사업자가 정상적인 계약형태로 가장하여 탈법적으로 하도급업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행위에 관하여도 하도급법을 적용하여 규율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부당한 이익제공 요구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최근에 신설된 위 조항을, 만연한 하도급거래의 탈법적 행태 속에서 그 입법취지에 따라 빛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한 위 대법원 판결을 지지한다.
2011-10-17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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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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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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