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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
1. 부산지방법원 2007카합1046 결정례(2007. 12. 신청인이 항고하여 심리 중임) 가. 기초사실관계 본 사건의 신청인(채권자)은 2003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고,피신청인(채무자)도 2006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서 신청인과 동일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각종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자신의 웹페이지의 메뉴와 구조, 배열 등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의 웹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사이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 결정요지 1) 신청인의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등이 저작권법 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신청인이 주장하는 필로그 서비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 사이트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기능들로서 그 내용이 체계적·조직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각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하기 위해 배열된 자료로 보이지 않는다. 2)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한다) 보호대상 및 웹페이지의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인 콘텐츠는 그 보호범위가 다소 불명확하기는 하나, 온디콘법의 정의 조항에서 전자적 형태로 제작된 자료 또는 정보임을 규정하고 있고, (중략)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적어도 문자, 영상, 부호 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대상 자체만으로 그가 표상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콘텐츠 스스로 정보 및 자료로서의 완결성이 상당한 정도로 갖추어져 있는 자료 및 정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개념상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메뉴, 기능, 서비스 또는 그 서비스를 고안해 낸 아이디어 자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콘텐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적용법조 사용자환경에 해당하는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기능, 서비스, 특히 소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자체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부가적인 쟁점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3.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서비스 및 기능 등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대한 법률적 분석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가.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개념 웹사이트의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시스템의 인터랙션을 위해 그 형태가 어떻든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과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합쳐서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결정례의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및 배열 등은 모두 신청인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와 전자상거래업자가 마련해 놓은 판매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 즉 상품을 검색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위해 사용자와 판매자의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가상적인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웹페이지의 각종 서비스, 기능, 메뉴의 구조 및 배열 등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데이터베이스인가 1) 개 념 현행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19호). 2)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생각건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개념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를 중개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거래 대상인 디지털콘텐츠라는 소재, 예를 들면 영화, TV드라마, 사진, 유틸리티, 문서, 교육, 지식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분류하여, 구매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러한 웹사이트 자체는 ‘데이터베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에서는 검색기능을 가진 웹사이트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청인 주장하는 대부분의 각종 서비스’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 편집저작물인가 이에 대하여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인 서울중앙지법 2003. 8. 19. 선고 2003카합1713호에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는 신청인의 웹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창조성있는 데이터베이스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편집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인가 1) 개념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전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자료 또는 정보’의 범위가 다소 불명확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 동법의 보호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신청인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와 그 메뉴구조 등의 사용자환경은 디지털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 디지털콘텐츠의 개념요소로 ‘자료 또는 정보’임을 요하고 있고, 콘텐츠의 기본적 의미도 문자, 소리, 화상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내용물’이라는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그 메뉴구조 등은 모두 이용자가 신청인의 사이트를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또는 방법이고 이를 ‘자료 또는 정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의 사례{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9(1st Cir.) 1995} 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Lotus사가 Borland사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Lotus 1-2-3’과 Borland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 ‘Quattro Pro’의 명령어 선택 및 메뉴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소송에서 1996. 1. 16. 미연방대법원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일종의 작동방식이나 수단 같은 것이며, 이러한 작동방식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Lotus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자환경은 작동방식 또는 기능에 불과하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고 또 그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5. Trade Dress (이대희, 인터넷과 지적재산권법 2002 참조함)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크기, 모양, 색채, 색채의 결합, 구성(texture), 도해(graphics),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sales techniques) 등과 같은 특징(feature)’ 또는 ‘상품 전체의 이미지와 종합적인 외관’이라고 정의된다.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색채,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텍스트 및 이들을 결합한 것 등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한국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트레이드드레스라고 할만 한 것은 입체상표 및 색채상표 그리고 상품의 모양이나 포장·용기에 한정되고 있어서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고, 전자상거래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격차가 크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여 사실상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맺음말 대상 결정례는 신청인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고 대법원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상 결정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생각건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반경쟁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을 개발한 기성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역시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신규사업자와 기성사업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2008-02-04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판단방법과 판단기준
1. 사건의 개요(사실관계) 위 사건은, 원고인 일본굴지의 게임개발사인 코나미사가 1994년도에 플레이스테이션2 용 게임으로 실황파워풀프로야구(이하 ‘실황야구’라 함)를 개발을 하였고, 코나미사가 위 야구게임소프트웨어의 저작권자인데, 위 실황야구게임은 야구를 소재로 하여 사람의 모습을 귀엽고 친근감있게 단순화하여 개발을 한 게임이다. 한편 피고인 네오플은 2005년 5월경 신야구라는 게임을 개발하여 이를 게임개발 및 퍼블리싱회사인 한빛소프트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게임을 제공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회사의 위 신야구게임이 원고회사의 게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원고게임의 저작권 및 원고게임의 게임캐릭터의 저작권 및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게임의 이용중지 및 게임배포중지 및 관련 프로그램의 삭제를 주장하며 피고에게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위 사건의 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76758 사건에서 원고는 패소를 하였고 원고가 항소를 하여 원심판결에 불복하고 다투었으나 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6나72392판결)에서도 역시 원고 코나미사는 패소를 하였다. 위 판결은 다소 생소한 온라인게임이나 게임관련 저작권침해판단에 대한 일응의 선례 및 기준을 제시하여 주는 판결이므로 그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분석해 보았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캐릭터란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소설, 연극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동물, 물건의 특징, 성격, 생김새, 명칭, 도안, 특이한 동작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작가나 배우가 부여한 특수한 성격을 묘사한 인물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품이나 서비스, 영업에 수반하여 고객흡인력 또는 광고효과라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하고, 캐릭터가 상품 등에 이용되는 목적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광고 선전력, 주의환기력, 고객흡인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원고의 실황야구 캐릭터는 이 사건 실황야구라는 저작물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와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의 상품화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독자적인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 또한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 이 창작물이란 표현 그 자체를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캐릭터라는 것은 일정한 이름, 용모, 역할 등의 특징을 가진 등장인물이 반복적으로 묘사됨으로써, 각각의 표현을 떠나서 일반의 머릿속에 형성된 일종의 이미지로서 표현과는 대비된다. 즉 캐릭터란 그 개개장면의 구체적 표현으로부터 승화된 등장인물의 특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지 구체적인 표현은 아니며, 결국 그 자체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실황야구자체가 등장하는 실황야구 자체를 영상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으로 족하고,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자체를 독립적인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다. 2차적 저작물 인정원칙 제3자가 이 사건 실황야구 캐릭터를 표절을 하였다면 그것이 사회통념상 실질적인 개변을 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개변을 한 것에 불과하면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할 것이고, 사소한 개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의 범위내에 있다면, 이는 허락없이 원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낸 것으로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규율을 할 수 있으나, 만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면 2차적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유사성판단) 저작물의 무단 복제에 의한 저작권침해를 인정을 할 수 있으려면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을 하였을 것과 실질적 유사성을 요하는 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저작권은 아이디어 등을 말, 문자, 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할 뿐, 표현의 내용이 된 아이디어나 그 기초 이론등은 그것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보호대상으로 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도 창작성이 인정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역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인 바,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판단기준하에 전체적인 대비를 통하여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유사한 지, 그렇다면 어떠한 요소로 인하여 유사성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정하고, 다음단계로 그 유사성 요소중 표현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정하여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바, 이는 사건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3. 연구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이 사건 판결에서는 캐릭터를 일종의 관념적 이미지 및 추상적 개념이라고만 표현하고 규정을 하였지만 게임 및 만화의 캐릭터는 추상적이미지로의 기능도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도 있는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사료된다. 또한 캐릭터의 개념에 대하여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가공적인 또는 실재하는 인물, 동물 등의 형상과 명칭을 뜻하는 이른바 캐릭터(character)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객흡인력(顧客吸引力)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상품화(이른바 캐릭터 머천다이징, character merchandising)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라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은 맥락에서 캐릭터의 특징과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캐릭터라는 개념도 만화, 티비, 영화, 오락프로,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등에서 사용되는 매체나 저작물에 따라서 그 특징 및 개념에 달라질 수 있고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이나 게임캐릭터의 특징이나 특수성에 대하여는 심도깊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 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판례는 캐릭터는 그 캐릭터가 상품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받지 아니한 이상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수는 없다고 판시를 하였다. 위 판시 부분 역시 “캐릭터가 상품화되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 규정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되기 위하여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상품화 사업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그 캐릭터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상품표지이거나 위 상품화권자와 그로부터 상품화 계약에 따라 캐릭터사용허락을 받은 사용권자 및 재사용권자 등 그 캐릭터에 관한 상품화 사업을 영위하는 집단(group)의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다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드시 상품화가 되지는 않았더라도 게임캐릭터가 게임저작물과 독립하여 그 캐릭터만으로도 고객이나 일반인들 또는 해당 게임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다면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다.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이번 판결에서는 게임저작물의 유사성판단 및 저작권침해시에도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일반 저작물의 침해여부 판단기준을 그대로 사용을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게임의 경우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고 판시를 하였는 바, 이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고 일응 합당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이번 사건과 같이 야구나 축구, 골프, 농구 등 스포츠를 표현한 게임들은 그 표현가능성의 다양성이 적은 바, 아무래도 저작권침해를 인정받고 입증하기가 곤란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스포츠나 특정한 현실의 생활상을 그대로 표현한 게임이 아닌 경우에는 아무래도 표현의 창의성이나 기타 표현가능성이 다양하고 많으므로 게임의 유사성을 인정받기가 용이할 것이다. 마. 게임저작물의 침해판단시 고려요소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게임간의 저작권침해를 판단한 판결이나 경우가 적다. 이전에 건바운드와 포트리스라는 게임의 유사성여부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처분사건에 있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게임저작물에 대한 사건이나 분쟁은 매우 적어서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을 판시한 판례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게임저작물은 크게 게임프로그램적인 부분과 게임화면으로 구성이 되는데 이는 각각 원칙적으로 분리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게임화면(진행화면)부분도 게임영상, 게임캐릭터, 게임배경, 게임조작법, 게임의 전체구성, 진행방식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작권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며 이에 더하여 게임의 종류 및 표현의 다양성여부, 게임플랫폼(아케이드, 온라인, 모바일, 콘솔, 휴대용게임)의 특성도 고려하여 종합적, 구체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4. 결 론 이번 판례는 게임저작물 및 게임캐릭터의 저작권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단초를 열어주고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게임저작물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이 되는 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인식하고 그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 합리적이고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 연구하고 확립하여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007-10-11
번역저작물의 표절과 2차 저작권자의 법적 보호의 한계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동화전문 출반사인 도서출판 ○○의 대표로서 2000. 7. 10.경 저작권자인 프랑스의 에꼴르○○ 출판사(이하 ‘원저작권자’라 함)와 독점번역출판계약을 체결하여 ‘당나귀 귀’라는 프랑스소설을 번역한 동일한 서명의 이 사건 소설(‘번역동화’라고도 하며 삽화를 포함하여 166쪽, 약 2,000개의 문장)을 출판하였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소설의 번역자인 소외 박○영으로부터 이 사건 소설에 대한 번역저작권을 양수하였다. 2. 한편, 피고 이△경은 동화작가로서 ‘날개 달린 달팽이를 보았니?’라는 제목의 동화(이하 ‘대상동화’라 하며 이는 삽화를 포함하여 112쪽이고, 약 1,000개의 문장)를 저술하였고, 도서출판 □□의 대표인 피고 이□은은 2002. 11. 27. 피고 이△경과 사이의 대상 동화의 출판계약을 체결한 후, 2003. 4. 1.경 대상 동화를 출판하였다. 3. 이에 원고는 피고 이△경이 원고가 번역한 이 사건 소설에서 그 줄거리와 표현들을 베껴 대상 동화를 저술하고 피고 이□은이 이를 출판하여, 원고의 이 사건 소설에 관한 번역저작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각자 위자료 10,000,000원)을 구하였고, 선택적으로 피고들의 대상 동화는 원저작권도 침해하고 있어 원저작권자는 피고들에 대하여 저작권침해금지청구권을 가지므로 원고는 이 사건 소설의 한국어 번역물에 대한 독점번역출판권자로서 원저작자를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저작권침해의 금지를 구하였다(채권자대위에 의한 청구는 항소심에서 추가됨). Ⅱ.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 1. 번역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대비하여야 하는 부분 번역저작물의 창작성은, 원저작물을 언어체계가 다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및 서술의 순서, 원저작물에 대한 충실도, 문체,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 번역자의 창의와 정신적 노력이 깃들은 부분에 있는 것이고, 그 번역저작물에 나타난 사건의 전개, 구체적인 줄거리,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호관계, 배경설정 등은 경우에 따라 원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번역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이라 할 수 없으므로, 번역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번역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2. 유사 어휘나 구문이 사용되었음을 이유로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번역저작물의 개개 번역 표현들을 구성하고 있는 어휘나 구문과 부분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어휘나 구문이 대상 저작물에서 드문드문 발견된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거나 번역저작물에 대한 번역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상 저작물에서 유사 어휘나 구문이 사용된 결과 번역저작물이 갖는 창작적 특성이 대상 저작물에서 감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3. 독점적 번역출판권의 법적 성질 및 제3자가 작성한 저작물이 원저작물의 번역물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 독점적 번역출판권자가 저작권자를 대위하여 그 제3자를 상대로 침해정지 등을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저작권자와 저작물에 관하여 독점적 이용허락계약을 체결한 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저작권자를 대위하여 저작권법(2006. 12. 28. 법률 제810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에 기한 침해정지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저작권자와의 이용허락계약에 의하여 취득하는 독점적 번역출판권은 독점적으로 원저작물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적 권리이므로, 제3자가 작성한 저작물이 원저작물의 번역물이라고 볼 수 없는 때에는 독점적 번역출판권자가 저작권자를 대위하여 그 제3자를 상대로 침해정지 등을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1. 저작권 침해의 요건 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여기서 ‘의거’라 함은 대상 물건이 원고 저작물의 표현형식을 소재로 이용하여 저작되었다는 것, 즉 침해 저작물이 피침해저작물에 근거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였는지의 여부는 내심의 문제이므로 침해자가 피침해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만 입증되면 족하고 실제 이용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경우에도 침해가 성립한다. 나.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있을 것 타 저작물을 도용 내지 표절했다는 것은 피고 저작물의 표현형식이 원고 저작물의 창작성이 있는 표현형식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정도까지 유사하여야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할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사안에 따라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실질성 유사성에 관한 판례의 태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해당하고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개인적인 부분에 한하므로 저작권의 침해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6. 8. 선고 93다3073,93다3080). 그러나 저작물의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고 법정책적 시각에 따라 사안마다 유동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예저작물(소설, 극본)은 사실저작물(학술저작) 내지 기능저작물(설명서)과 다르게 작가의 창작적이고 예술적인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보호되는 표현의 범위도 넓게 인정되고 있다. 특히 소설이나 극본의 창작적 요소는 일상적인 대화의 배열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구도 등에서 찾아볼 수 있고, 그러한 줄거리와 사건전개 및 등장인물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저작권의 침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하급심 판례도 어문저작물의 경우 작품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유사성이 인정되는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fragmented literal similarity)뿐만 아니라 작품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포괄적인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comprehensive nonliteral similarity)도 감안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서울고법 1995.10.19. 선고 95나18736). 3. 2차적 저작물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되, 이것에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 만들어진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제5조 제1항)은 2차적 저작물을 원저작물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2차적 저작물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며 이러한 경우 원저작자의 성명표시권(제12조 제1항), 동일성유지권(제13조 제1항) 기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제21조)을 침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상판결에서 원고는 번역저작물(2차저작물)에 관한 고유의 저작권에 기하여 피고들에 대해 손해배상 및 침해정지를 구하였고, 항소심에서 독점적 번역출판권자의 지위에서 선택적으로 원저작자의 침해금지청구권을 대위행사하고자 하였다. 4. 번역저작물의 저작권자의 법적 지위 가. 번역저작권(2차저작권)의 침해판단을 위하여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당해 판결에서 대법원은 번역저작물의 창작성은 원저작물을 언어체계가 다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및 서술의 순서, 원저작물에 대한 충실도, 문체,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 번역자의 창의와 정신적 노력이 깃들은 부분에 있는 것으로 보았고, 그 번역저작물에 나타난 사건의 전개, 구체적인 줄거리,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호관계, 배경설정 등은 경우에 따라 원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번역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번역저작권과 같은 2차적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원저작물에 새롭게 부가한 2차적 저작물에서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다18736 판결)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과 동일한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이 원저작권과 달리 2차저작권의 보호범위를 좁게 보는 것은 2차저작물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고 후속창작의 활성화가 다양한 문화적 수요충족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다. 나. 유사 어휘나 구문이 사용되었음을 이유로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이 사건 소설의 개개 번역 표현들을 구성하고 있는 어휘나 구문과 부분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어휘나 구문이 대상 동화에서 드문드문 발견되지만, 대법원은 ① 총 문장 2,000여 개의 번역 동화와 총 문장 1,000여 개의 대상 동화에서 일부 유사 어휘나 구문이 차지하는 질적 혹은 양적 비중은 미미하고, ② 번역 동화는 사회비판 소설로서 청소년 등을 독자층으로 하여 위선적인 세상을 풍자하는 것을 주제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대상 동화는 유아동화로서 아동 등을 독자층으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주제로 설정하여 교육성과 단순성 등이 이 사건 소설보다 훨씬 강한 관계로, ③ 전체적으로 쉬운 어휘와 구문, 밝은 어조를 사용하여 독자에게 친근감과 안정감을 느끼도록 문장과 문단이 전개되고 있고, 그 결과 위와 같은 유사 어휘나 구문 등이 배열된 순서나 위치, 그 유사 어휘나 구문이 삽입된 전체 문장이나 문단의 구성, 문체, 어조 및 어감 등에서 이 사건 소설과 대상 동화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소설이 번역저작물로서 갖는 창작적 특성이 대상 동화에서 감지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 사건 소설과 대상 동화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을 부정하였다. 위의 대법원의 추론은 양적 내지 질적 기준을 모두 원용하고 있으며 부수적으로 문제된 작품이 합리적으로 예상한 연령과 교육수준의 독자의 전체적인 느낌이나 반응을 기준으로 삼는 시청자기준(audience test)도 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 독점적 번역출판권의 법적 성질 및 저작권자를 대위하여 그 제3자를 상대로 침해정지 등을 구할 수 있는지 저작권법은 특허법이 전용실시권제도를 둔 것과는 달리 침해정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용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아니하여, 이용허락계약의 당사자들이 독점적인 이용을 허락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그 이용권자가 독자적으로 저작권법상의 침해정지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이용허락의 목적이 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재산권의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이용허락의 대상이 되는 권리들은 일신전속적인 권리도 아니어서 독점적인 이용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권리자를 대위하여 저작권법 제91조에 기한 침해정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11626, ‘소리바다’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저작권자와의 이용허락계약에 의하여 취득하는 독점적 번역출판권은 독점적으로 원저작물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적 권리이므로, 제3자가 작성한 저작물이 원저작물의 번역물이라고 볼 수 없는 때에는 독점적 번역출판권자가 저작권자를 대위하여 그 제3자를 상대로 침해정지 등을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여 일반적인 독점이용계약과 독점적 번역출판계약을 준별하고 있다. Ⅳ. 결 론 대상 동화는 원작소설과 대비할 때 전체 분량을 축소하고 등장인물과 일화의 수, 구체적인 줄거리의 전개 등을 줄이거나 단순화하고, 등장인물의 직업과 세부적인 성격 및 배경 설정 등을 달리하는 등 상당한 변경을 가하였으나, 주요 인물들의 설정과 상호관계, 상황 설정, 구체적인 줄거리 및 사건의 전개과정, 구체적인 일화 등에 있어서 상당한 유사성이 있어 표절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위 대법원의 판시에 따르면 대상소설이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원저작물의 번안물(또 다른 2차 저작물)에 해당할지라도 원저작자가 그 권리침해주장을 하지 않는 경우, 번역저작권자는 실제로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음에도 그의 고유한 번역저작권에 기해서는 극히 제한된 범위의 권리보호만 가능할 뿐이다(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들은 모두 기각 내지 각하되었음).
2007-08-23
유언에 참여할 증인의 자격
1. 글머리에 우리나라 민법은 5가지 유언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그 중 자필증서유언에는 증인이 참여할 필요가 없고, 그 밖의 4가지 유언에는 항상 증인 2명이 참여하여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다만 녹음유언에는 참여증인의 숫자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증인이 2명 이상 이어야 한다는 설과 1명 이상이면 된다는 학설(다수설)이 대립하고 있다. 참여증인제도는 유언이 유효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유언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고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2. 판례의 취지 유언자의 처남이 공증유언에 증인으로 참여한 경우, 그 처남은 민법 제1072조 2항 소정의 증인결격자(친족)에 해당하므로, 그 공정증서유언은 무효이다. 이와 배치되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대판 1992.3.10, 91다45509, 공보 1992.5.1(919), 1295면; 1999. 11.26, 97다57733, 공보, 2000.1.1(97), 16면(유언자가 조카를 증인으로 참여시켜 자신의 며느리에게 재산을 유증)]도 있어서 과연 친족은 어떤 경우에 유언참여 증인이 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3. 해설 민법에서 정한 증인결격자는 아래와 같다. (1) 비밀증서·녹음·구수증서 유언의 경우 1) 미성년자(민법 제1072조 1항 1호)는 절대적 증인결격자이다. 따라서 부모, 후견인 기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더라도 증인이 될 수 없다. 다만, 미성년자라도 혼인하여 성년자로 간주된 사람이나 성년 되기 전에 이혼한 미성년자는 증인이 될 수 있다(민법 제826조의 2, 참조). 2) 금치산자·한정치산자(동조항 2호)도 절대적 결격자들이다. 의사능력을 회복하고 있거나(유언능력은 있음), 후견인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증인이 될 수 없다. 3)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그의 배우자와 직계혈족(동조항, 3호)은 상대적 결격자들이다. 예컨대, 유언으로 증여(유증)를 받게 될 수유자(受遺者)와 그 배우자, 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후순위상속인·‘유언으로 이익을 잃게 될 사람’·유언집행자, 파산선고를 받은 자 등은 증인이 될 수 있다(대판 1999. 11. 26,97다57733). 예컨대 ‘갑’에게 자식 ‘을’과 동생 ‘병’이 있는데, ‘갑’이 동생 ‘병’을 증인으로 참여시켜 유언한 후, 나중에 자식 ‘을’이 사망하여도‘갑’의 유언은 유효하다. (2) 공정증서유언에 증인으로 참여할 수 없는 사람(민법 제1072조 2항) 1) 공증인법 제33조 3항에 의한 공증참여인 결격자 미성년자(동법 33조 3항 1호), 서명할 수 없는 사람(동조 3항 2호), 촉탁사항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동조 3항 3호)·촉탁사항에 관하여 대리인·보조인이거나 이었던 사람(동조 3항 4호), 공증인이나 촉탁인(유언자) 또는 그 대리인의 배우자·친족·동거호주·동거가족·법정대리인·피용자·동거인(동조 3항 5호)·공증인의 보조자(동조 3항 6호; 예컨대 공증인사무실의 직원 등)는 증인결격자들이다. 다만 이러한 열거는 한정적·제한적 열거라고 해석되므로 여기에 열거되지 아니한 사람, 유언집행자,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상속인으로부터 유언자의 실종선고심판 사건을 의뢰받아서 수행하던 변호사 등은 증인이 되어 유언에 참여할 수 있다(호주는 2007.12.31.까지 결격자이고, 2008.1.1.부터는 폐지됨). 2) 예외 그러나 “공증촉탁인인 유언자가 어떤 사람(예컨대 친족)을 공증에 참여시킬 것을 청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친족은 증인자격이 생겨 유언에 참여할 수 있다(공증인법 제33조 3항 단서·제29조 2항). 이 조항이 문제이다. 생각건대, 유언자가 미성년자나 금치산자·한정치산자, 기타 서명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증인으로 참여시킬 것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절대적 결격자들이므로 이들이 참여하였다면 그 유언은 무효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평석대상판례와 상반되는 이전 판례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공증인법 제33조 제3항은 공증참여 결격자를 규정하면서 제6호에서 공증촉탁인의 친족을 참여인 결격자의 하나로서 거시하고 같은 조 제3항 단서 및 제29조 제2항에 의하여 공증촉탁인(유언자)이 참여인을 공증에 참여시킬 것을 청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참여인 결격자 규정인 위 제33조 제3항의 의 적용을 배제시키고 있다. 망 차00은 유언을 함에 있어 그 친족인 조카 차0환을 증인으로 참여하게 하였으므로 결국 위 차0환은 유언자의 친족이라 할지라도 민법 제1072조 제1항에 의한 증인결격자에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위 공증인법의 예외규정에 따라 공증인법에 의한 공증참여인 결격자도 아니라 할 것이다. 조카를 참여시킨 유언은 유효하다는 취지이다. 다만, 청취능력, 문자해득 능력, 필기능력이 없는 사람, 기명날인이나 서명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유언자의 청구를 받았더라도 참여증인이 될 수 없다(공증인법 제33조 제3항 제3호). 그러나 맹인은 공정증서유언에 참여할 증인으로서 적격을 가진다. 증인결격자가 증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행한 유언은 모두 무효가 된다. 4. 판례평석(판례의 취지에 반대) 문제의 판례는 유언자의 유언에 참여한 사람은 유언자의 처남이므로, 그는 유언자의 친족에 해당되고, 따라서 그를 참여시켜 한 공증유언은 무효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처남이 유언자(자형이나 매부)의 부탁(법률상 용어는 ‘청구’)없이 자진하여 참여하였으리라고 인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이 사건을 담당한 대리인(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니, 유언자나 참여인(처남)이 모두 사망하고 없어서, 유언자의 청구로 그 처남이 유언에 참여한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부탁도 받지 아니한 처남이 굳이 그 유언에 참여한 데는 필시 유언을 유리하게 받아보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는지…. 그 판례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나타나지 아니하여 내막을 알 수 없다. 어떻든 형식적으로 관찰할 때, ‘조카가 증인으로 참여한 유언은 유효(有效)’하고, ‘처남이 증인으로 참여한 유언은 무효(無效)’라는 것이 대법원의 전·후 판례이니 좀 혼란스럽다. 법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법해석의 통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5. 입법론 현행법은 유언의 종류에 따라 증인결격자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즉, 녹음유언, 비밀증서유언, 구수증서유언 등 3가지 유언에 참여할 증인결격자는 민법 제1072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고, 유독 공정증서유언에서만은 공증인법에 의한 결격자를 민법 제1072조 2항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유언에 증인을 참여시키는 근본취지를 고려하여, 민법에서 통일적으로 이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증인법의 참여인결격자나 민법의 증인결격자나 상당부분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이를 표로 나타내 본다.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민법 1072조 1항 2호)와 서명할 수 없는 자(공증인법 33조 3항 3호)는 어느 하나로 통일하여야 하고,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자 등’(민법 1072조 1항 3호)과 ‘유언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자’(공증인법 33조 3항 4호)는 마찬가지로 동일한 내용의 것이므로, 따로 따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통일하여 한 개의 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절대적 증인결격자의 경우는 유언자의 청구나 부탁을 받고 유언에 증인으로 참여하더라도 그러한 유언은 무효라고 해석되므로, 공증인법 제33조 제3항 단서 및 제29조 제2항의 예외조항에도 이를 분명하게 규정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현행법은 유언의 종류에 따라 참여증인을 달리 규정하고, 특별히 공정증서유언에는 공증인법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엄격하게 시행되어야 할 공증유언에, 공증인법의 예외조항을 적용할 경우, 증인결격자들은 모두 증인적격자로 등장할 수 있으므로, 이는 오히려 공증유언제도를 무의미하게 할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유언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 제1072조에 일반조항으로 아래와 같이 규정함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여기에 공증인법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제1072조(증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호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유언(자필증서유언 제외)에 증인으로 참여할 수 없다. 1. 미성년자 2. 금치산자·한정치산자, 기타 기명날인이나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사람 3.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기타 이해관계인 4. 유언자의 상속인, 친족 이 정도의 규정만으로도 유언의 공정성이나 진실성은 충분히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증유언의 경우 유언자의 부탁을 받고 참여한 친족의 증인적격여부 문제는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 있을 것이다.
2007-02-12
사이버몰 운영자의 표시·광고법상 책임
Ⅰ. 사실관계 1.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함)의 심결과 원심판결 공정위는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통해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는 X(이하 ‘X’라고 함)에 대하여, 위 쇼핑사이트의 공동구매란을 통하여 제품후면에 ‘Y’라는 상표명이 새겨져 있는 ‘유명아동 후드패딩 2종 세트’의 판매를 위한 광고를 하면서 웹사이트에 사실과 다른 제조원과 제조시기를 표기한 사실에 근거로 하여 X에 대해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을 내렸다(공정위 2002. 9. 16. 의결 제2002-202호). 이에 대해 X는 서울고등법원에 광고의 주체가 소외 입점업체라고 주장하면서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였고, 파기환송전 원심(서울고법 2003. 7. 8. 선고 2002누16872)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 기록과 원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1)원고는 오프라인에서 이미 가지고 있던 유통망을 기반으로 인터넷 쇼핑에 진출한 사이버몰과 달리 인터넷 포탈업체에서 출발하여 사이버몰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상품구매, 재고관리, 물류, 판매 등을 하지 않는 임대형 사이버몰로 알려져 있는 사실, (2) 원고는 수호통상이라는 상호로 의류, 잡화 도소매업을 하는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이 원고 운영의 사이버몰을 통하여 그 이용자에게 상품의 관련 정보를 전시 또는 게시하고 상품을 판매하되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거래약정을 맺은 사실, (3) 소외인은 원고가 정한 웹디자인상의 등록절차에 따라 ‘상품공동구매’란에 상품명 ‘유명아동 후드패딩 2종 세트’, 상점 ‘e-패션’, 제조원 ‘e-패션’, 원산지 ‘중국’, 제조시기 ‘2001년 겨울 신상품’, 판매가 ‘19,800원’, 공동구매기간 ‘10월20일∼11월15일’ 등의 내용을 표시 또는 게시함과 아울러 자기를 나타내기 위한 문구로 ‘상품문의’, ‘배송문의’, ‘A/S 및 제품문의’를 표시한 사실 등이다. Ⅱ.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 사이버몰 운영자가 입점업체의 광고행위에 대하여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 사이버몰 운영자의 사이버몰 이용약관의 내용,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광고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2) 위 법리에 의하여 원고는 이 사건 광고의 주체라고 볼 수 없어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7조 제1항에 의한 행정적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1. 사이버몰의 개념과 문제점 사이버몰이란 전자상거래등소비자보호법(이하 ‘전소법’이라 함) 제2조 제4호상 “컴퓨터 등과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해 재화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정된 가상의 영업장”이다. 일반적으로 사이버몰은 사이버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과 같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몰은 전소법 제10조(사이버몰의 운영)와 전자상거래 통계자료 등을 종합할 때, 크게 전문몰(단독몰)과 종합몰(입점형 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문몰’이란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에 있어 개별 상점과 유사하고, ‘종합몰’이란 사이버몰의 운영자가 별도로 존재하며 다수의 개별 입점업체가 각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상 백화점과 흡사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운영하는 사이버몰은 입점형 사이버몰에 해당한다. 단독몰 사업자는 전소법상 전형적인 통신판매업자에 해당되나, 종합몰의 운영자는 입점업체와 달리 그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된다. 즉 사이버몰의 운영자를 입점업체의 통신판매 일부를 수행하는 자로 보아 통신판매업자(전소법 제2조 제3호)로 볼 수도 있고, 타인에게 사이버몰의 이용을 허락한 자로서 통신판매중개자(전소법 제2조 제4호)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소법상 책임 귀속뿐만 아니라 표시·광고법상 사업자 즉, 광고의 주체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 사건은 사이버몰 운영자가 입점업체의 광고행위에 대하여 입점업체와 공동으로 또는 입점업체와 독립하여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이 최초로 판단한 사례이다. 2. 표시·광고의 개념 표시라 함은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이라 함) 제2조 제1호상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로 통칭함)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ⅰ)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에 관한 사항 ⅱ)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의 상품등의 내용·거래조건 기타 그 거래에 관한 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하여 자기 상품 등의 용기·포장(첨부물 및 내용물을 포함) 또는 사업장 등에 설치한 표지판에 쓰거나 붙인 문자나 도형 및 상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용기·포장을 말한다. 한편 광고라 함은 사업자가 상품 등에 관한 사항을 신문·방송·잡지, 팜플렛·견본·입장권, 인터넷·PC통신 등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2호).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동구매의 대상물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제조원과 제조시기를 표시한 것을 ‘광고’로 설시하고 있으나,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된 상품의 구체적 사양에 대한 표기는 광고임과 동시에 ‘표시’의 성질도 가진다. 3. 표시·광고의 주체로서 사업자의 범위 표시·광고법 제2조상 사업자란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공정거래법 제2조 준용)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광고는 광고주의 요청에 의하여 광고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기안하고 TV, 라디오, 신문, 잡지와 같은 광고매체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법이 적용되는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광고주’를 의미한다고 보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한편 광고주 외에 광고사나 광고매체운영자와 같이 광고에 관여한 자도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지는지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이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나 해석상 광고사나 광고매체운영자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이므로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 보아 확대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가능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전체적인 포맷만 구성해줄 뿐 상품광고는 개별 입점업체에서 직접 작성·게시하는 종합몰의 경우, 소비자는 당해 쇼핑몰의 신용도 등을 감안하여 상품주문을 하는 것이므로 종합몰 운영사업자를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광고법상 광고의 주체, 즉 광고주인 사업자만이 행정적 책임을 진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4. 부당한 표시·광고의 위법성 판단 부당한 표시·광고는 ⅰ)허위·과장광고, ⅱ)기만적인 표시·광고, ⅲ)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ⅳ)비방적인 표시·광고 4가지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들 표시·광고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그 판단기준으로 ① 소비자의 오인성과 ② 공정경쟁저해성이 있다(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소비자의 오인성(誤認性)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음을 말한다. 실제로 오인에 이를 필요는 없으며 오인의 위험성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기서 소비자는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를 전제로 한다. 대법원도 고름우유 광고사건에서 고름의 의미와 고름우유의 의미에 대하여 소비자의 상식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전문적·의학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6누5636 판결). 공정경쟁저해성(公正競爭沮害性)은 부당한 광고에 따른 소비자 오인의 결과 소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빼앗는 등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교란할 우려를 말한다. 이는 부당광고행위를 제한하는 상위개념이면서도 부당광고행위에 의하여 제한을 받아 구체화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경쟁저해성은 소비자의 오인에 의해 합리적인 선택이 방해되는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이므로 결국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이 부당성 판단의 핵심이 된다. 5. 표시·광고의 주체에 대한 판단 대상판결은 광고의 주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①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 ② 사이버몰 운영자의 사이버몰 이용약관의 내용, ③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④ 광고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 등을 종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표시·광고의 부당성 판단의 핵심이 소비자의 오인성에 있다는 점과 광고주체의 혼동이 사업자가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행위에서 비롯되는 문제임을 감안하면, 광고행위의 주체에 대한 판단 역시 사이버몰을 이용하는 통상적인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약정의 내용(①)이나 문제된 광고에 관하여 사이버몰 운영자와 입점업체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③)와 같이 일반소비자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래내부관계까지 고려하여 광고의 주체를 판단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다. Ⅳ. 결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업자들은 초기비용과 경영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독몰을 개설하기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인지도가 높은 경매사이트 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연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거래상대방의 혼동 내지 표시·광고의 주체에 대한 오인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사이버몰 운영자나 인터넷 경매사업자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민사적, 행정적 책임도 부담하고 있지 않다. 대상판결은 광고의 주체만이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진다는 것을 명시하였고, 사이버몰의 운영자도 경우에 따라 광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평가된다. 그러나 광고주체를 판단함에 있어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을 부수적 고려요소로 삼은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판결을 계기로 사이버몰 운영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전자상거래에 있어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6-08-28
도메인이름의 사용과 부정경쟁행위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는 발기기능장애 치료용 약제를 지정상품으로 하는 ‘Viagra’ 및 ‘비아그라’ 문자상표와 항생물질제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PFIZER’ 문자상표의 상표권자인데, 발기기능장애 치료제인 비아그라(Viagra)는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에 의해 1997년말경 개발되어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미국,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어 위 ‘Viagra’ 및 ‘비아그라’ 상표는 위 원고가 개발, 판매하는 발기기능장애 치료제를 지칭하는 상품표지로, 위 원고의 등록상표 및 상호인 ‘PFIZER’는 위 원고가 생산하는 의약품을 지칭하는 상품표지 및 영업표지로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원고 한국화이자제약 주식회사는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의 한국내 독점판매수입권자이다. 나. 피고들은 이 사건 도메인이름 ‘viagra.co.kr’의 홈페이지에서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의 ‘viagra.com’의 홈페이지 화면을 일부 무단으로 사용하였고 위 홈페이지에서 Viagra에 대한 관련자료, 신문기사, 정보 등을 취합, 정리하여 제공하면서 ‘제작사인 화이저(PFIZER)사에 따르면 비아그라(Viagra)는… ’이라는 표현 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의 등록상표인 ‘PFIZER’, ‘Viagra’, ‘비아그라’와 동일한 문자를 사용하는 한편 위 홈페이지로부터 링크된 다른 페이지에서 ‘건강식품에 관한 것’이라는 제목하에 구체적인 건상식품을 소개하면서 인터넷 통신상으로 주문자들에게 판매하였다. 한편 생칡즙 유형을 소개하는 페이지의 상단에는 ‘Viagra’ 표장이 함께 사용되었다. 그 후 피고들은 원고들로부터 경고서한을 받고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홈페이지와 비아그라 페이지를 연결하는 링크를 삭제하고 남아 있는 페이지에서 ‘Viagra’, ‘비아그라’ 및 ‘PFIZER’ 등의 표현 전부와 위 건강보조식품들의 소개내용 일부를 삭제하고 서버에 남아 있던 비아그라 페이지 파일(file) 전부를 삭제하였으나, 여전히 이 사건 도메인이름은 말소하지 않은 채 그 홈페이지에서 건강식품으로 생칡즙을 판매하였다. 2.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 저명상표인 ‘viagra’와 유사한 ‘viagra.co.kr’이라는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상품주체(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함) 제2조 제1호 (다)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도메인이름의 상품출처표시 적격 가.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네임하에 개설한 홈페이지에서 원고들의 위 각 등록상표 및 상호인 ‘Viagra’, ‘비아그라’ 및 ‘PFIZER’와 동일한 표지를 사용하면서 건강식품판매를 한 피고들의 위 영업행위는 원고들의 상품 및 영업과 사이에 상품주체 및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킨다고 판시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으로 개설한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는 별도의 상품표지가 부착되어 있고, 그 제품을 판매하는 웹페이지의 내용에서는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별도의 상품표지로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달리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피고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출처표시로 인식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피고들이 취급하는 상품의 출처표시로서 기능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 도메인이름의 상표적 사용 여부가 쟁점이 된 하급심판결이 다수 존재하는데, 법원은 등록 상표나 서비스표와 동일, 유사한 도메인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등록 상표나 서비스표의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업을 판매하거나 취급하는 경우 대체로 당해 도메인이름의 사용을 상표적 사용으로 보아 등록 상표권이나 서비스표권의 침해로 보고 있지만, 서울지방법원 2000. 11. 17. 선고 99가합88101 판결(하이마트 사건, 항소취하간주로 확정) 과 서울지방법원 2000. 11. 10. 선고 2000가합31286 판결(레고 사건, 확정) 등의 사례들에 있어서는 피고가 정상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고 도메인이름은 단지 홈페이지에서 피고의 판매영업을 표시, 광고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권이나 서비스표권의 침해로 보지 않았다. 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표지의 ‘사용’의 개념은 상표법의 그것과는 달리 보다 탄력적이고 넓게 해석되고, 여기서 말하는 ‘혼동’은 광의의 혼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 판례의 입장이다.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실질적인 혼동의 초래 여부가 중요하므로 표지의 유사 여부는 혼동 초래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보조적, 자료적 사실로서의 의미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종래의 하급심판결들을 보면, 도메인이름의 웹사이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국내에서 주지된 타인의 상표, 서비스표 등의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 유사한지 여부가 혼동을 초래하는지 여부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 왔다{서울고등법원 2000. 11. 15. 선고 99나61196 판결(샤넬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 12. 8. 선고 2000가합38185 판결(훼더럴 익스프레스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1. 3. 9. 선고 2000가합 57452 판결(다우 사건) 등}. 앞서 본 하이마트 사건, 레고 사건에서 법원은 상표권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피고이 행위가 영업주체혼동행위로서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라. 부정경쟁방지법상 ‘혼동’의 개념이 동태적이므로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의 사용의 개념도 넓게 탄력적으로 해석되므로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를 매개로 하여 상품 및 영업의 출처에 대하여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기만 하면 그 방법, 태양 등을 묻지 않고 표지 사용행위의 요건은 충족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앞서 본 하이마트 사건에서 서울지방법원이 상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적용한 기준과 유사한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상품출처표시로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이 상표의 사용의 개념과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의 사용의 개념 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 한편 혼동의 개념을 광의로 이해하는 통설, 판례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웹사이트의 주소로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활동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원고의 ‘비아그라’ 제품에 관한 설명 등을 하고 있다면 비록 피고들 자신의 제품에는 이 사건 원고들 등록상표와는 다른 상표가 사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마치 원고와 일정한 거래상, 경제상, 조직상, 계약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혼동, 즉 원고들의 영업상의 시설이나 활동과 혼동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원고들이 줄곧 피고들의 행위가 상품표지 및 영업표지 혼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영업표지로서의 사용이 원고들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지 여부도 판단했어야 할 것이라고 보이는데 대법원이 이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4. 저명표지 손상행위 가.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2001. 7. 10. 시행된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신설된 규정으로서’… ‘위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입법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용어는 ‘주지의 정도를 넘어 저명 정도에 이른 것’을, ‘식별력의 손상’은 ‘특정한 표지가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로서의 출처표시 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며, 이러한 식별력의 손상은 저명한 상품표지가 다른 사람에 의하여 영업표지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생긴다.’고 판시하고, 더 나아가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으로 개설한 웹사이트에서 생칡즙, 재첩국, 건강보조식품 등을 인터넷상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한 것은, 원고들의 저명상표와 유사한 표지를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처럼 피고들이 위 상표들을 영업표지로 사용함에 의하여 위 상표들의 상품표지로서의 출처표시기능을 손상하였다고 할 것이며, 원심 또한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여 생칡즙 판매 등의 영업을 한 것을 식별력 손상행위 중의 하나로 들고 있으므로, 피고들의 행위가 위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부정경쟁방지법에 제2조 제1호 (다)목은 진정한 상표권자의 보호를 통한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국 등 선진국이 체택하고 있는 저명상표의 희석화 방지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원래 저명상표의 희석화란 저명상표의 출처의 혼동이나 경쟁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희석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존의 혼동이론(confusion theory)이 소비자 혼동에 주안점이 있는데 비하여 희석화이론(dilution theory)은 상표의 관련된 식별력 또는 goodwill을 약화시키는 희석화행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라. 문리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보호 대상이 되는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는 같은 항 (가)목 및 (나)목의 상품주체 또는 영업주체 혼동행위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런데 상표의 희석이란 저명한 상표의 소유자와 이를 사용하는 자 간에 경쟁 유무, 혼동가능성이나 착오 또는 기망 등의 유무에 관계 없이 저명한 상표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표시하고 식별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희석화이론(dilution theory)은 당사자간에 경쟁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상표를 승낙받지 아니하고 사용하는 경우에 혼동의 야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의 침해를 인정함으로써 상표권자를 보호하려는 이론으로서 상표가 갖는 상업적인 흡인력(commercial magnetism)이나 판매력(selling power)를 보호하는 법이론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상표의 희석은 보통 상표의 약화에 의한 희석(dilution by blurring)과 손상에 의한 희석(dilution by tarnishment)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전자는 상표권자의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를 계속적으로 사용하여 상표가 식별력을 대부분 잃어버리게 되는 유형의 희석인데 비하여, 후자는 상표권자의 것보다 열등하거나 저속한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허락을 받지 않고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거나 상표권자의 상표를 불건전하거나 불유쾌한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상표가 무형의 재산적 가치(goodwill)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타인의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라고 규정함으로써 ‘희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위 규정상의 ‘식별력 및 명성의 손상’ 행위는 강학상 약화에 의한 희석과 손상에 의한 희석 양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마.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비록 법문 자체는 주지 표지가 보호 대상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저명 표지만이 그 보호 대상임을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해석은 위 규정의 연혁이나 희석화행위 금지의 도입배경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은 위 규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가 손상에 의한 희석에 한정되는지, 약화에 의한 희석도 포함되는지 명백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 사건 사안이 대상으로 하는 행위 태양이 약화에 의한 희석 행위 유형이라고 보이고 대법원이 이러한 행위가 금지된다고 판시한 점에 비추어 우리 대법원도 약화에 의한 희석도 금지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5. 결론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피고들에 의한 이 사건 도메인이름 ‘viagra.co.kr’의 사용이 상품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점 및 영업주체혼동행위 해당 여부의 판단을 누락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 소정의 저명표지 손상행위의 보호대상을 명확히 하여 위 규정 문언의 미비점을 해석에 의하여 보완한 점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05-08-11
일본판례 여행
일반소비재 상품을 구입할 때 사람마다 구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흔히 그 상품의 생산자를 구체적으로 살피기보다는 그 상품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또는 상품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을 살펴보고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반소비재 생산자는 소비자의 그러한 구매성향을 반영하여 상품의 미감을 일으키는 요소와 함께 그 출처표시 기능을 일으키는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의 상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브랜드는 상표법에 의해, 디자인은 의장법에 의해 등록해야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상표법 2조에서는 상표라 함은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또는 각각에 색채를 결합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하고 있고, 우리 의장법 2조에서는 의장이라 함은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여 그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고, 일본의 법도 거의 동일하다. 사용표장이 의장적인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해서 표장으로서의 자타 식별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동시에 상표에도 해당된다 우리 대법원 판결도 의장에 대해 상표사용으로 보는 일본판례와 같아 한편, 위 두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표장상품의 생산, 판매가 과연 상표적 또는 의장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일본상표법 50조에서는 상표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불사용 상표에 대해 취소심판을 청구하여 그 상표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우리 상표법 73조 또한 그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표장의 상표적 사용과 관련한 일본의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96. 11. 6. 도형 1과 같이 ‘머리에 2개의 새털 장식을 붙인 인디언이 왼쪽을 바라보는 옆얼굴을 원형의 배경에 표시한 형태의 도형상표’를 지정상품류 구분 25류의 양복, 코트, 쉐터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출원하여 1998. 5. 15. 등록 제4145016호로 설정등록하였다. 피고는 2002. 4. 17. 특허청에 원고를 상대로 하여 3년간 불사용을 이유로 등록상표에 관하여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티셔츠 또는 스웨터 등의 배부 또는 흉부의 거의 전체면 또는 상반부에 걸쳐, 도형 2와 같이 「SIOUX VALLEY」「DAYTONA」「INDIAN MOTORCYCLE」등의 영문자 문자와 각종의 도형을 다수 조합하여, 디자인(모양)화 하고, 그 중앙좌측부에 등록상표와 거의 동일한 도형(사용표장이라 함)을 위치하게 한 티셔츠, 츄리닝 또는 스웨터를 판매하거나 광고하였으므로 등록상표를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특허청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3년간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등록상표의 등록을 취소하는 심결을 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동경고등재판소에 위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동경고등재판소는 표장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사용표장 중 머리에 2개의 새털의 장식을 붙인 인디언이 왼쪽을 바라보는 옆얼굴을 나타내고 있는 구성부분은 등록상표와 거의 동일한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등록상표의 구성 중 식별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원형의 배경 테두리 구성 부분에 관하여 약간의 변경 내지 부가 (三角弧, 이중선의 원형, 「INDIAN MOTORCYCLE」등의 영문자의 부가)가 있을 뿐이므로 등록상표와 사용표장은 사회통념상 동일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나아가 상표적 사용과 관련하여, ‘티셔츠, 츄리닝 등의 배부 또는 흉부의 거의 전체면 또는 상반부에 걸쳐 「SIOUX VALLEY」「DAYTONA」「INDIAN MOTORCYCLE」등의 영문자와 각종 도형을 다수 조합하여 디자인(모양)화함으로써 전체로서 의장적인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사용표장은 그 구성요소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령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표법 50조 소정의 사용의 의의를 한정적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도형이 특정한 업무를 행하는 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에 사용하는 표장으로서 상표법 2조 1항 소정의 상표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와 이것이 물품의 외형에 있어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창작으로서 의장법 2조 소정의 의장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전혀 모순 배반하는 것이 아니고, 물품에 의한 어떤 도형이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킬 경우에 이것을 접한 거래자 또는 수요자가 당해 표장을 사용하는 자의 업무에 관한 상품 또는 서비스임을 인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상표와 의장의 쌍방에 해당되는 도형이라고 말하는 것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렇다면 사용표장이 그 자체로서 혹은 다른 문자나 도형과의 조합에 의한 의장적인 기 다하고 있다고 해서 표장으로서의 자타식별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동시에 상표에도 해당된다 할 것이다. 사용표장의 위 사용양태에 비추어 보면, 사용표장은 위와 같은 영문자와 각종 도형을 조합한 전체의 안에 있고, 다른 문자나 도형과 분리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 또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일체불가분으로 결합되어 있다거나, 사용표장 부분만을 꺼내어 식별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각별한 사정은 인정되지 않고, 거래자 또는 수요자는 사용표장에 착목하고 이를 독립된 도형상표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등록상표의 사용사실을 인정하여 특허청의 심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한편, 우리 대법원 2000. 12. 26. 선고 98도2743 판결에서도 의장과 상표는 배타적, 선택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의장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타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 사용은 상표로서의 사용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일본의 판례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03-07-24
예금반환청구사건
- 육안으로 별개의 다른 인장에 의한 인영임을 발견할 수 있는데도 그러한 인장의 상위를 간과한 경우에는 은행에게 과실책임이 있다. ************************************************************** 우리 나라와 일본은 종래부터 본인확인의 방법으로 자필서명보다는 인장날인을 널리 사용해 왔다. 중요한 법률행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부한 인감증명서를 발부 받아(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등록인감의 인영만을 증명하는 제도로 변경되어 사용인장과 등록인감의 동일성 판단은 사용자의 몫이 되었다) 이를 첨부해야 하고, 금융기관에서도 통장 개설 시에 등록한 인감과 신청서에 날인된 인장의 인영이 동일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그 업무를 처리하여 왔다. 최근, 인장과 관련하여 국가기관의 위조자에 대한 인감증명의 발급 또는 무권한자에 대한 예금의 지급을 둘러싸고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단 시간 내에 등록인감의 인영 자체를 용이하게 복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위조인장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법률행위를 하거나 도난 또는 분실된 예금통장을 이용하여 위조된 인장의 인영을 찍어 예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경우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은행에 대해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예금지급과 관련한 은행의 주의의무와 관련한 일본의 판례를 살펴본다. 이에 관련한 일본최고재판소 1971년 6월 10일 선고 昭42(オ)64호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는 인감조합(照合, 대조하여 합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의미인데 이하 그대로 사용함)시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평면조합의 방법을 이용하면 충분하지만, 인감조합사무에 익숙한 은행원이 업무상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세밀히 관찰한다면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인영의 상위가 간과되었을 때는 은행측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시하였는데, 그 기준에 따라 온 종래의 은행사무에서는 인감조합에 있어서 인영의 상위를 못보고 놓친 경우에 은행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2개의 인영이 극히 유사하여야 하고,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자세히 관찰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대조하여 비교하는 것이 요구되어졌고, 그 관찰은 각 인영의 크기, 모양, 글꼴, 글자의 굵기, 문자의 일획마다의 삐침, 문자와 주위의 선과 간격 등을 대조하여 인감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한편, 1998년 3월 27일 일본최고재판소는 이 건 平10(オ)226호 예금반환청구사건을 통하여 은행의 책임에 대해 종전의 견해를 약간 완화하였다. 즉, 1971년 판결에서 보인「자세히 관찰하면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인영의 상위가 간과되었을 때」를 대신하여 「육안으로 별개의 다른 인장에 의한 인영임을 발견할 수 있는데도 그러한 인장의 상위를 간과한 경우」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인영의 상위를 간과한 것만으로는 곧바로 과실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위가 다른 인감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것까지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 비로소 과실이 있게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위 최고재판소의 판결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평면조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되어 있으나, 어떠한 사정이「특별한 사정」에 해당되는가에 대하여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하급심판결에서는 예금의 지급청구자에게 수상한 행동이 있을 때{오오사카고등재판소 2000년 9월 5일 선고 平12(ネ)964호 손해배상사건}, 예금의 지급청구자에 거동불심한 점이 있을 때{동경고등재판소 2000년 11월 9일 선고 平12(ネ)3100호 예금반환청구사건}를 특별한 사정으로 보고 있으며, 그와 같은 상황에서는 단순한 평면조합 뿐 아니라 절중(折重)조합, 잔영조합 또는 확대경 등의 기계에 의한 조합 등을 행하거나 그 외 신청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조치를 취하여야만 은행의 과실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지급청구자에 대한 은행의 과실책임문제는 채권의 준점유자에게 행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일 때에 한하여 그 효력을 가진다는 민법 규정의 해석과 관련된 문제이다. 일본에서는 통장에 날인된 인감도장의 인영을 그대로 복제한 위조인장을 이용하여 예금을 인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1년부터 통장에는 신청인감을 날인하지 않고, 은행내부의 전산망을 통하여 등록인감을 관리하면서 인감조합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무권한자에 의한 예금인출을 막는 한가지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량적이고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은행거래에 있어서 인감조합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할 것이어서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당사자에게 인감증명서상의 인영과 상대방의 사용인장의 동일성 유무의 확인의무를 전적으로 전가한 우리 나라의 현행 인감증명 제도 하에서는 인감증명이 동일인의 확인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되었으므로 법률행위를 하는 당사자들이 상대방의 신분확인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법무·특허법인 다래 대표변호사〉
2003-05-29
유언무효확인청구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이후 불의의 사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최근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유언장을 작성,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만큼 유언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증가했다고 할 수 있으나, 인터넷상으로 작성된 유언 혹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작성된 유언이 법률 소정의 엄격한 요식성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학설상 논의는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판례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와 관련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가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 A는 B(처인 Y의 전남편과 사이에 태어난 자식으로 상속인이 아님)에게 유언서 작성을 상담하였고, B는 자신의 처인 C에게 시중에 판매되는 유언서 작성방법에 관한 서적을 참조하여 A의 유언서를 워드프로세서로 타이핑하도록 하였다. C는 이에 따라 범례에 기재된 유언자 등의 성명만을 바꿔 넣은 후 표제 및 본문 등 기타 사항은 범례에 기재된 그대로를 입력·인쇄하여 유언서를 작성하였고, A는 이렇게 작성된 유언서에 날짜와 성명을 자필로 기재한 후 그 봉서(封書)를 공증인과 증인 2인의 앞에 제출하면서 A자신이 이것을 필기하였다고 설명하고 C의 성명과 주소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A의 상속인인 X는 위 유언은 일본 민법 제970조 1항 3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고, 1심 및 2심 판결 모두 X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A의 처인 Y가 최고재판소에 상고한 사건이다. 일본 민법 제970조 1항 3호는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공증인 1인 및 증인 2인 이상의 면전에 봉서를 제출하고, 자기의 유언서라는 취지 및 그 필자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 A가 유언서를 공증인 및 증인 앞에 제출하면서 그 필자가 자신이라고 하면서 워드프로세서를 조작하여 실제 유언서를 작성한 C의 성명과 주소를 밝히지 않은 것이 위 법정 요건에 위반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으로 Y의 상고이유는 워드프로세서를 조작하여 인쇄된 유언서에 유언자가 서명날인한 경우 필자는 유언자 본인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심 판결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고재판소는, “위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라면 이 사건 유언의 내용을 필기한 필자는 워드프로세서를 조작하여 유언서의 표제 및 본문을 입력하고 인쇄한 C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유언자 A가 유언의 필자로서 C의 성명과 주소를 밝히지 않은 이상 법 소정의 요건을 결여하였으므로 무효이다”라고 하여 상고 기각의 판결을 하였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문자는 반드시 손으로 쓸 것을 요하지는 않고 타이프라이터나 점자기에 의한 것, 인쇄에 의한 것이어도 상관 없다고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학설이나 실무상으로도 이러한 경우 누구를 필자로 볼 것인지에 관해서는 별달리 논의된 바가 없다. 아마도 타이프라이터나 점자기, 워드프로세서를 조작한 자가 필자임이 자명하다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본 민법 제970조 1항 3호에서의 필자는 의사표시 효과의 귀속 주체라기 보다는 유언을 기록하는 사실행위를 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되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직접 워드프로세서를 조작한 C를 필자로 보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다만, 최근에는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의 일반화, 사무용 기기의 진보에 의해 문서의 작성 방식이 매우 다양해지고, 문서를 작성함에 있어서도 초안의 작성, 입력,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문서에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경우도 많아, 이 사건과 같이 복수의 사람이 관여하여 유언서가 작성된 경우 민법 소정의 요식성과 관련하여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하는지에 관해서는 좀더 세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유언을 작성할 경우 유언자가 인터넷상에 입력한 유언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충족시키기도 어렵다고 보여진다.
2003-03-27
산업재산권의 공유자 1인에 의한 심결취소소송
1998년3월 특허법원이 설립되기전 우리 대법원은 산업재산권의 공유관계를 민법상의 合有에 준하는 권리로 파악하고, 산업재산권에 대한 심판사건에 있어서는 공유자 전원이 심판의 청구인 또는 피청구인이 되어야 하고, 그 심판절차는 공유자 전원에게 합일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므로 필요적 공동소송관계에 있으며, 항고심판절차 역시 동일하다고 판시하여 공유자 중 1인에 의한 항고심판도 적법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1987.12. 8. 선고 87후111 판결 참조). 그런데, 특허법원과 특허심판원이 설립되면서 양 기관사이에는 상하급심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는데도 심판사건에 있어서는 공유자 전원이 심판의 청구인 또는 피청구인이 되어야 한다(특허법 139조 참조)는 산업재산권의 규정만에 의해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의 제기에 대해서도 위 특허법 139조를 준용하여 공유자 전원이 소송을 제기하여야만 하는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만약 그와 같이 해석하게 된다면, 공유자 전원의 동의 없이는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산업재산권의 공유자 1인의 권리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산업재산권에 관련한 일본의 사법제도는 우리나라와 거의 동일하게 특허청에서 심결을 하고, 동경고등재판소에서 심결취소소송을 담당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공유자에 관한 심판규정인 일본특허법 132조는 우리 특허법 139조와 동일한 취지의 규정인데, 이와 관련된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와 소외 회사는 ‘ETNIS’라는 영문자상표에 대한 공유자이다. 피고는 원고와 소외 회사를 피청구인으로 하여 위 상표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고, 특허청은 위 등록상표가 무효라는 취지의 심결을 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만이 동경고등재판소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동경고등재판소에서는 심결취소소송은 합일확정의 필요상 상표권의 공유자인 원고 및 소외 회사가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함에도 원고만이 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외 회사는 출소기간을 경과하였음이 명백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동경고등재판소판결을 아래와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즉, 「등록된 상표에 있어서 무효심결이 되어진 경우에, 그것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출소기간을 경과한 경우에는 상표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되고,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는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위 취소소송의 제기는 상표권의 소멸을 방지하는 보존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유자의 1인이 단독으로도 할 수 있고, 소를 제기 하지 않은 공유자의 권리를 해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위 취소소송이 필요적 공동소송이라고 해석되어지고 단독제기의 소를 부적법하다고 하면, 출소기간의 만료와 동시에 무효심결이 확정되어 부당한 결과가 됨에 틀림없다. 단독소송제기가 가능하다고 해석되어지더라도 그 소송에서 청구인용의 판결이 확정되어진 경우에는 그 취소의 효력은 타 공유자에게도 미치고, 반면 청구기각판결이 확정되어진 경우에는 타 공유자의 출소기간만료에 의해 무효심결이 확정되어지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도 합일확정의 요청에 반하는 사태는 생기지 않는다. 각 공유자가 공동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이들 소송은 유사필요적 공동소송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지기 때문에 병합해서 심리판단 되어도 합일확정의 요청은 만족되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부가하여 거절결정불복의 심결취소소송절차에 관해서는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있어 공유자 전원이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원고적격이 없어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종래 최고재판소 판결(최고재 평성6년 行ツ 제83호 동7년3월7일 제3소법정판결 참조)과 관련해서는 이 건 판결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참작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일본최고재판소의 견해를 종합하면, 거절결정불복의 심결취소 소송은 권리부여의 가부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절차로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공유자 전원이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반해, 등록무효심결에 대해서는 권리소멸을 막는 보존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유자 1인이 단독으로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두 종류의 심결취소 소송을 구별할 실익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특허법원이 설립된 이후 이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는 아직 없고{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은 그 소송의 목적이 공유자 전원에게 합일적으로 확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고유필요적 공동소송으로 보아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제기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1999. 5. 28. 선고 98허7710 판결)},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특허소송실무 책자에서는 공유자 전원이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이 견해를 취할 경우 산업재산권자의 권리 보호가 소홀해지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법원은 실용신안권소멸등록처분취소 사건에 있어서 실용신안권의 공유자 중 1인에 의한 소송행위가 적법하다는 전제 하에서 실용신안권자는 실용신안권이 특허청장의 직권에 의해 불법 또는 착오로 소멸된 경우 이를 회복등록신청할 권리가 있으며, 실용신안권자의 실용신안권회복신청을 특허청장이 거부하였다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데(2002. 11. 22. 선고 2000두9229), 심결취소소송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200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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