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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의 임금 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한 고찰
1. 들어가며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기관은 의료인 외에 법률상 인정되는 의료법인·비영리법인 등에 의하여서만 개설이 가능하고 이들을 제외한 비의료인은 개설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 인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고 비의료인의 경제력에 의존한 기형적인 영리 목적 의료기관을 창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료가 지향하는 비영리성과 공공성에 배치되고 의료시장질서에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사무장병원의 외관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요양급여와 각종 보조금의 혜택을 부정수급하고 허위로 의료보험을 청구하고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누수를 가져오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된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는 고용의사를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임금이 제때에 지급되지 못하는 경우 그와 같은 임금지급채무를 위반한 자가 사무장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비의료인인 사무장인지 아니면 사무장병원의 명의자인 의료인인지가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쟁점이 된 바 있다. 비록 사무장병원이 법가치에 반하는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임금지급채무의 지급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영역이며 동시에 이는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효력과 사무장병원의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등과 연계되는 문제이다. 2.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에서 "X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피고가 의사인 甲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해당하고 원고 등은 형식적으로는 甲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피고가 X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원고 등을 직접 채용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 등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직접 급여를 지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원고 등과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원고 등과의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는 처음부터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X병원의 운영과 손익을 피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甲과 피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것은 아니므로 위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효력과 사무장병원의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대상판결과 같이 비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을 설립하기 위하여 의료인과 체결한 동업계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무효가 된다. 즉 대법원은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이 무효이므로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료인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판결,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30568 판결,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3다48241 판결). 대체로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 약정 형태가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동업관계인 경우에는 조합계약의 형태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고용과 손익귀속에 관한 혼합계약 형태로 체결된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의 개설 및 운영과 관련하여 취득한 재산과 법률행위로 인한 채권·채무 전부가 면허를 가졌다고 하여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구체적 법률관계에 따라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해석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형태가 조합계약이거나 이와 유사하여 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운영과 손익에 관여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의료인이 계약당사자로서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료인이 병원 운영이나 손익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급여만을 받는 경우에는 의료인 명의로 대외적인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개개 법률관계마다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무효인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에 따라 당사자가 이미 급부를 이행하였다면 이는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741조) 강행법규에 해당하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여 급부한 경우에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가 되어 그 반환청구가 제한되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당사자간 상호 급부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판결, 대법원 2011. 1. 3. 선고 2010다67890 판결).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한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은 제103조의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가 되고 이에 따라 이행한 급부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제746조 단서(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부자의 불법성에 비해 현저히 큰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사무장병원 내 근로계약의 효력 근로기준법은 민법의 특별법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계약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에 의하여 설립된 사무장병원이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요건을 갖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직원과 고용의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의 보건의료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게 된다. 이 때 사무장병원에서 누가 사용자인지 즉 사무장병원의 명의를 빌려준 의사인지 아니면 비의료인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11. 10. 27. 2009도2629 판결에서도 비의료인과 의료인 간 동업 형태의 사무장병원에 해당하기 위한 비의료인의 개입 정도는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정도를 요구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이 비의료인이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주도적 입장에서 관리하고 개입한 사정이 보인다면 근로계약의 실질적 당사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로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무장병원의 대외적 법률관계에 있어 사무장병원의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개별적인 법률관계에 따라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계약의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이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체결한 사무장병원 개설 약정이 무효이므로 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일률적으로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본 일부 대법원 판결들과 달리 대외적으로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체결한 고용계약의 귀속 주체를 개별적 법률관계에서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내용과 효력 여하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체결한 임대차, 소비대차, 리스계약, 고용계약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들 개별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는 당해 계약의 해석에 따라 정하여지는 실질적 당사자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다투어진 임금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하여 보면 원고 등이 甲을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실제 비의료인이 원고 등을 비롯한 X병원의 직원들을 채용한 점,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들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한 점,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고 의료인에게도 매월 약정된 급여를 지급하였던 사정을 종합하면 명의자인 의료인이 아니라 행위자인 비의료인이 당사자로서 고용계약상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 대법원이 사무장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누구인지, 직원들의 채용 및 근로계약서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직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급여를 지급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근로계약상 임금지급의무의 귀속 주체를 결정한 것은 해당 근로계약의 실체와 부합하는 판단이라 하겠다. 백경희 교수(인하대 로스쿨)
임금
사무장
퇴직금
병원
백경희 교수(인하대 로스쿨)
2020-10-12
민사일반
비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차등강사료지급의 법적 문제점
Ⅰ. 사실관계 갑은 A국립대학교의 예술체육대학 음악과 시간강사로서, 2014년 2월 A국립대 총장과 시간강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2014학년도 1학기에 매주 2시간, 매월 8시간의 강의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강의료는 직위와 강의시수에 따라 지급하는데, 2014학년도 1학기 강의료의 단가는 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8만원, 비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3만원의 기준에 의하였다. 한편 갑은 학교에 자신이 전업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하였고, 이에 따라 학교는 갑에게 전업 시간강사 단가를 기준으로 2014년 3월분 강사료로 64만원을 지급하였다. 2014년 4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갑이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국민건강보험 지역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 학교는 갑에게, 이미 지급한 2014년 3월분 전업시간강사료 64만원 중 비전업 시간강사료와의 차액 40만원을 반환하라는 통보를 하였고, 아울러 전업 시간강사료보다 40만원을 감액하여, 2014년 4월분과 5월분 비전업 시간강사료를 지급하였다(통칭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고 한다). Ⅱ. 원심의 태도 원심(대구고법 2015. 6. 19. 선고 2015누4144 판결)은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의 개선을 위하여 시간당 강의료 단가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인하여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별하여 시간당 강의료 단가에 차등을 두되, 그 취지에 맞추어 전업강사의 강의료 단가를 대폭 인상하여 시간당 8만원으로 정한 것이므로, 시간강사의 경우에만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별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거나 시간당 강의료의 지급차가 지나치게 과다하여 부당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피고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대학 측이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의도로 강사료 단가를 인상하고자 하였으나 예산 사정으로 부득이 전업 여부에 따라 강사료 단가에 차등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용자 측의 재정 상황은 시간제 근로자인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 피고는 국립대학교의 장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를 하여서는 안 되는 지위에 있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전부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각 처분 역시 위법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Ⅳ. 문제의 제기 원심은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이 비전업 강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없어서 그 차등지급을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 차별로 본 데 대해서 대상판결은 정반대로 보았다. 대상판결의 이 사건근로계약의 무효를 바탕으로 이 사건 각처분의 위법성을 도출하였다. 평등권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헌법재판소는 이원적 심사기준에 의거한다. 즉, 자의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구별해서 적용하는데, 전자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는 데 대해서, 후자는 차별대우를 정당화할 정도로 차별대우가 비중이 있는 중대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결정 참조). 헌법재판소의 이원적 심사기조와는 별개로,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에 초점을 두고서 사안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의 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입각하여 접근하였다. 그런데 근로계약상의 강사료 차등지급은 강의료의 단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강의료의 단가책정의 위법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하에선 이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Ⅴ. 책정된 강의료단가의 법적 성질 사안의 근로계약의 위법성은 기실 위법한 강의료단가에서 비롯되었다. 구 기획예산처가 2002년 및 2003년 세출예산집행지침을 통해 시간강사를 다른 직업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도록 정하였고, 이에 A국립대는 시간강사들에게 '전업·비전업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여 전업·비전업 여부를 확인한 다음 강사료를 지급하였다. 2005년 기획예산처가 강의료 지급단가를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변경한 후에도, A국립대는 종전과 같은 기준으로 강의료 지급단가를 결정하였다. 현재 각 대학교는 나름의 학교규정으로 '강사료지급규정'을 두고 있는데, 통상 총장이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를 당해연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따로 정한다(경북대 강사료지급규정 제3조 제1항 참조). 여기서 총장이 책정하는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는 비록 정액이지만, 향후 개별적인 강사료지급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마치 법집행의 근거가 되는 규범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강사료지급규정'이 사무처리준칙으로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갖기에, 책정된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 역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갖는다. 조문형식의 행정규칙에 익숙하여서 이런 지적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판례가 법률보충적 접근을 통해 구 계엄법 제13조상의 계엄사령관의 특별한 조치로 행한 '일체의 집회·시위 기타 단체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계엄포고를 법규명령으로 봄으로써(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397 판결; 2018. 11. 29. 선고 2016도14781 판결) 공인된 점을 고려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Ⅵ. 위법한 강의료단가에 대한 사법통제 문제 책정된 강의료단가를 내부규정으로 행정규칙으로 보면, 그것의 위법성은 궁극적으로 행정규칙에 대한 사법통제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는 행정규칙이 문제될 때, 법원에 의한 부수적 구체적 규범통제의 차원에서는 두 가지의 방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행정규칙의 비구속성을 내세워 즉, 재판규범성을 부인하면서, 집행행위의 위법성을 상위 법령에 의거해서 판단하는 방법과 근거규정인 행정규칙의 하자여부에 연동시켜 집행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판례는 전자의 방법을 취하여 벗어난 부분에 대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식으로 대처하는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5두40248 판결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전자의 방법에 의하면, 행정규칙에 대해 법규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법통제가 배제되는 이상한 결과가 빚어진다. 또한 자칫 상위법령에 의해 집행행위가 부당하게 정당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본질성이론에 비추어 후자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인 규범통제에 이바지한다(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443면). 한편 오래 전에 대법원 1980. 12. 23. 선고 79누382 판결은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음을 들어 행정규칙의 무효를 논증한 다음, 그 집행행위의 하자 역시 중대명백하다고 하여 그것을 무효로 판시하였다. Ⅶ. 맺으면서 - 대상판결의 나비효과 대상판결의 결과는 소송당사자인 원고만이 아니라, 이 사건 근로계약과 비슷하게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전업 시간강사에 대해 미칠 수 있다. 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주문되었기에, 대상판결은 비단 국립대만이 아니라 사립대에도 엄청난 파고를 미칠 수 있다. 자칫 미증유의 나비효과가 생길 수 있다. 비전업 시간강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우대조치가 도리어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마치 빵을 준다는 것이 자칫 돌을 준 것과 같은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개인적 이익은 매우 다양하다.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는 더욱더 법치국가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정책적 선의만으로 법적 문제점을 해소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우대적 조치라 하더라도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 도리어 아니한 것보다 못할 수 있는 심각한 역효과가 빚어진다는 좋은 사례이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평등원칙
전업
차등지급
강사료
시간강사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11-21
형사일반
보험사기의 실행의 착수, 기수시기와 죄수
1. 사실관계 A는 B의 딸이며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한 일이 있다. B는 1997년경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는데, A와 B는 이를 숨기고 1999년 ##생명보험의 보험 2건에 A가 보험계약자, B가 피보험자로 가입하였다. 면책기간을 도과한 이후인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A는 B의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생명으로부터 보험금 총 1억1805만원을 수령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1심법원의 판단(유죄) 1심법원은 A, B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며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가 각각의 사기죄로 실체적 경합범 관계라고 보았다. 나. 2심법원의 판단(면소) 2심법원은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A, B에게 면소를 선고하였다. 근거는,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였다면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기죄는 기수이며, 해지기간이 경과하였거나 민법상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도 사기죄의 기수시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대법원은 2015년 1월 15일 사망한 B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였으며, A에 대해서는 다음의 판결요지를 들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3. 평석 가. 보험과 사기죄 2016년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를 정의하고(제2조) 보험사기죄에 대한 처벌규정(제8조) 및 상습범(제9조), 미수범(제10조) 및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규정도 있다(제11조). 그런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라도 이득액가중을 제외하면 형법의 사기죄와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법률의 문언상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보험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사기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 사기죄에 관한 쟁점 (1) 고지의무 불이행이 바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대상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은 보험계약에서의 고지의무와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면서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구별하였다. 어떠한 행위를 사기죄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교정할 보증인지위가 있어야 하는데,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대상판결에서는 A, B에게 사기죄의 기망행위 및 그에 대한 인식을 인정할 수 있다. (2)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일반적 설명인 절충설에 따르면 사기죄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며 단순히 기망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정도로는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기죄의 보호의 정도를 대법원처럼 위험범으로 보면, 기망에 의해 재산상의 손해와는 구별되는 재산감소적인 처분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 얻기만 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재산과 함께 재산처분의 자유도 사기죄의 보호법익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기죄는 손해가 발생해야 기수이며, 이때의 손해는 부분적으로 발생해도 기수 인정에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의 문제이다.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통설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한다.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도 청약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험가입이며 그 후에 고의로 유발하거나 위장한 보험사고는 해당행위에 대한 방화죄나 살인죄, 상해죄 등의 구성요건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행위자가 자신에게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으며,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경우에도 과다청구를 통해 상대방을 기망하였으므로 청구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이미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므로 중요한 사항을 묵비한 계약체결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금편취사례와 보험계약기망사례 모두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는 설명이 다수설이나 보험사기에서는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에 기수가 되지만 보험증권 취득 후 보험사기의사가 생겨 방화·살인 등을 한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 기수라는 설명은 보험증권을 사기죄의 재물로 보거나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지위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유발해야 하며, 보험증권의 교부만으로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공여되는 재산상 이익이 없다. 그리고 보험계약도 계약이며, 계약체결과 계약이행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있을 수는 있으나 사기죄에서의 손해산정에서는 일괄적인 행위로 보아야 하며 적어도 피기망자의 채무이행의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재산상의 위험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회사의 책임이 개시되는 시기가 사기죄의 기수로 보험가입자가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제1회 보험료 영수증을 교부받았을 때라는 견해를 대상판결의 2심판결이 따르고 있다고 보이나 사기죄를 침해범으로 보면 기수시기도 보험금을 취득할 때로 해석해야 한다. (3) 죄수론의 문제 14개의 경합범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1심판결은 보험금의 청구시가 실행의 착수이고 수령시가 기수라는 다수설의 설명을 따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경합범이 되려면 여러 개의 범죄가 여러 개의 행위에 의해 성립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 보험금청구는 여러 번 있었으나 보험금청구의 기반이 되는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 1, 보험 2에 관하여 각 1회가 있었을 뿐이다. 보험계약 체결시의 고지의무가 보험금 수령시 새롭게 다시 발생할 수 없으며, 보험금청구를 기망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험계약을 통해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청구시마다 교정해 주어야 하는 의무 및 그에 기반한 보증인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A, B의 행위 전체가 포괄일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계약 당시의 고지의무 위반이 단일한 기망행위라고 보면 연금사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위의 효과가 계속 발현되어 피해자의 손해와 행위자의 이익이 누적된다는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 바로 사기죄의 기수가 되는 사안과 달리, 단일한 기망행위에 기반하여 계속적, 반복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에는 개별적 손해의 총합이 전체 손해가 된다. 4. 맺으며 대상판결의 입장에 찬동하면서 기망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의 지급은 보험금의 청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는 행위자가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 행위는 하나일 수도 있으나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을 수도 있다. 대상판결에서의 보험금 청구도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 존재했던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와 연결되며,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위이므로 고지의무 불이행과 함께 기망행위로 묶을 수 있는데 ‘일련의 기망행위’란 이러한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사기
보험
고지의무
기수
보험사기
면책기간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08-29
민사일반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검토
1. 이 사건 쟁점 책임보험계약이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상법 제719조). 그러므로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이란 변호사의 업무상 과실로 고객 또는 제3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금액 및 사고처리에 드는 제반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두 개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는데, 2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과 이에 따른 보험계약의 취소가 직접청구권과 관련하여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인 변호사의 위임계약의 불이행과 관련해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만약 인정된다면 이 경우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당해 변호사에게 등기업무를 위탁한 아파트 입주자들이고(그들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되었다), 피고는 보험자인 현대해상화재보험(주)이다. 2. 사실관계 등기 사무장이 변호사를 대리하여 2011년 3월 28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당시 사무장은 종전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지급능력을 훨씬 초과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등기비용이 변호사의 계좌에 입금되자 그 일부를 종전 횡령행위 보상에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횡령행위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보험자인 피고가 알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무장은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2차 보험계약을 말한다), 그럼에도 사무장은 피고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기망사실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에 기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변호사의 직원인 사무장은 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받고, 변호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체결한 다음,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 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소지하고 이 사건 아파트 등기비용이 입금된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던 중, 위 등기비용을 마음대로 인출하여 횡령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인 이 사건 아파트 등기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 부분은 1차 보험계약과 관련한 쟁점이다). 3. 판결의 요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 보험회사가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 때문에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등기사무장은 등기위임인인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횡령하여 변호사가 위임받은 등기업무를 처리하지 못하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원고가 되어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사무장이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가 원인이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 4. 판례평석 2차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자인 피고가 종전 횡령행위등의 사실을 알았다면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함으로, 기망 사실을 이유로 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험자가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민법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와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관계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나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였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원심은 당해 변호사에게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불이행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이나 직원인 사무장에 대한 선임 감독상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변호사가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로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야기한 것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등기사무장을 고용하면서 변호사 명의로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주고, 사무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을 받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사무장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아니하였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하여도 전혀 통제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사실, 사무장은 등기 위임계약의 위임자들이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한 등기비용을 횡령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사실, 사무장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한 행위,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자에게 자기의 명의를 이용하게 한 행위로 인하여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변호사가 사무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무장에게 등기사무에 관하여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사용하게 하는 변호사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무자격자인 사무장으로 하여금 등기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그 등기비용에 대한 사무장의 횡령행위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가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을 기울였다면 손쉽게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예견하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므로, 변호사는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러한 상태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경우, 너무나도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판사들에게 인정되는 ‘자유심증주의’는 너무 자유스러워서 문제이다. 입법기술상 적절한 한계를 법으로 규정해서 설정할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조자룡이 헌 칼 쓰듯이 이것을 남용하고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부득불 민사소송법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험칙 위반과 이에 따른 심리미진, 이유불비를 들어 상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여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인감도장 등 모든 관련 서류를 맡겨놓고 지휘 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방치할 수 있는가. 그래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돈을 횡령한 사무장은 실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 자이고 변호사는 실세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실세 사무장들은 소위 말하는 새끼 사무장들을 다수 고용하여 사건을 무작정 싹쓸이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법조비리의 적나라한 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와 법조 브로커 문제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최대의 비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 판결은 일부 변호사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수행 행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추가로 보험료를 지급하면 직원 횡령도 추가 특약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런 특약에 가입되어있었더라면 원고들은 승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등기업무
명의대여료
변호사책임보험
입주자대표회의
상법 제659조 1항
현대해상화재보험
보따리사무장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2019-07-01
노동·근로
행정사건
학습지교사의 근로자성 판단
-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 - I. 사건경위 학습지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甲은 학습지교사들인 乙 등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학습지회원에 대한 관리, 모집, 교육을 하여 왔다. 위탁사업 수행의 대가로 甲은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위탁사업계약은 매1년 단위로 연장되어 왔는데, 이후 甲이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하자 乙 등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신청하였다. II.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노동법상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상관없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래 판례법리를 재확인하고, 이 사건 乙 등 학습지교사에 대해 어느 정도 甲의 지휘·감독이 있었지만,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乙 등 학습지 교사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I. 평석 1. 학습지 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 (1) 인격적 종속관계와 근기법상 근로자 근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이때 근로계약은, 독일 민법 제611a조에서 보듯 (i) 인격체인 인간의 노동력을 편입시켜 (ii) ‘도구’로 삼아 ‘사용’하는 것을 급부의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관계는 지시와 복종으로 구체화된다. 근로지시를 통해 근로자의 '행동(Taetigkeit)'은 장소, 시간, 방식 등에서 일일이 통제된다. 복종은 인사나 제재에 의해 담보된다. 이처럼 인격체인 사람을 도구로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은 ‘인격적 종속관계’를 초래한다. 근기법은 인격적 종속관계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범이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은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 “사용자의 업무내용 지정 여부와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그리고 근무시간과 근로 장소의 지정 여부 등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학습지 회원에의 교육에 있어 그 시·종료시간은 물론 장소 등도 학습지교사와 회원 간의 협의로 정해질 뿐 甲사의 개입이 없으며, (ii) 위탁업무 수행 이후에는 자유로이 업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시·복종관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사실들이다. (iii)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승진과 징계 등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입이 없고, 지시에의 복종을 실현하는 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iv) 학습지도방식의 결정도 중요하다. 학습지도방식이 학습지교사의 자율과 능력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곧 업무수행에 따른 경영위험을 교사 스스로 부담한다는 뜻이다. 근로자는 도구로서 지시에 따를 뿐이므로 경영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 대하여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2. 학습지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1) 경제적 종속관계와 노조법상 근로자 노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i) 노무제공자가 그 대가로 얻어지는 금품에 주로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ii) 당사자 간 힘의 대등성이 결여되면 이른바 경제적 종속관계(대상판결에서는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발생한다. 노조법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 근로이든, 위임이든 노무제공형식은 상관없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도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수수료가 학습지교사들의 ‘주된’ 수입원이며, (ii) 사실상 당사자 관계가 전속적이면서도 지속적이고 (iii) 보수 등 위탁사업계약의 내용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점 등에 비추어 학습지교사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 있음을 적절히 확인하고,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3.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의 근로자성 판단 (1) 방법론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방법론이 보다 명확해졌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을 위해서는 (i) 경제적 종속관계를 넘어 (ii) 노무제공(=급부목적)의 실질을 살펴 인격적 종속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2) 회색적 노무제공관계 오늘날 회사 등 단체와 개인사업자 사이의 위탁사무계약관계에는 대부분 근로적 요소와 그 이외의 요소(위임, 도급, 무명계약 등)가 혼재되어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이 있고, 표준필수업무가 시달되었으며, 관리구역도 회사가 배정하는 점 외에도 주3회 오전에 조회도 하고, 2-3개월에 한번씩 학습지교사들을 대상으로 집필시험을 치르도록 한 사실 등이 있었다. 이로 인해 방송연기자나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등 다양한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자성이 다투어졌거나, 다투어지고 있다. (3) 경제적 종속관계와 위임지시의 결부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지휘·감독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근로계약상 지시는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행동을 일일이 제어하는 수단이다. 위임지시는 다르다. 위임계약에서 확정된 사무의 세부내용과 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제시하는 수단이다. 양자는 개념상 명확히 구별된다. 문제는 위임지시가 경제적 종속관계와 결부될 때다. 위임지시가 ‘경제적 약자’에게 행해지면 일견 근로 지시처럼 비춰질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 표준필수업무 시달, 오전 조회, 집필시험 실시 등의 사실 등이 그런 예다. 미리 정해진 위탁업무의 내용과 방식 그리고 당사자 적격성에 관한 것이지만, 학습지교사와 회사 간 경제적 종속관계가 맞물리면서 모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성 판단과 노무제공의 실질에 대한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이라고 해서 곧 ‘근로의 제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 경제적 종속성과 결부되어 단지 근로와 유사하게 보이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있다고 하면서, 학습지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최근 방송연기자 사례(대법원 2018.10.12.선고2015두38092 판결)도 마찬가지다. ‘연기’는 연기자의 일정한 재량과 능력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것인 바, 그 속성상 근로로 볼 수 없다. 이때 방송연기자가 경제적 약자로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에 놓인 탓으로,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의 배역을 지정하고, 연출감독자가 연기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한 사실 등이 마치 근로지시처럼 보일 뿐 그 실질을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이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면서도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이유다. (4)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방식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사이의 경제적 종속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급부목적이 근로의 제공인지 여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대상판결도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노무제공자의 보호를 위해 집단적 단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학습지교사, 텔레마케터, 보험설계사, 생명보험사 지점장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수탁개인사업자들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 놓여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는 사뭇 크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종속관계와 인격적 종속관계를 준별하면서, 제공되는 노무의 실질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종속관계에 결부되어 외형상으로만 근로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계약상 급부목적인 업무의 속성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를 통해 위탁업무가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거나 오히려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어서다. 또한 계약사항에 대한 제재나 불이익의 결부 여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인사 제재나 불이익이 결부되지 않으면 근기법상 근로자로 평가하기 어렵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격적 지배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노무 제공방식을 지향할 수도 있다. 이를 간과할 경우 자칫 계약의 실질은 물론이고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근로자
학습지교사
근로자성
위탁계약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2019-04-15
노동·근로
사회변화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연장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망아(亡兒, 4세)는 2015. 8. 9. 인천 소재 워터파크 수영장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여 물놀이를 하였다. 워터파크 수영장에는 수심 1m인 이 사건 풀장이 있었다. 신장이 1m에 불과한 망인은 위 풀장 출입구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로 올라가 이 사건 풀장으로 떨어져 익사하였다. 이에 망아의 가족인 원고들은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제1심은, 이 사건 풀장 출입이 제한되는 망아가 사다리를 이용하여 이 사건 풀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는 피고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였다. 원고들은 항소를 하면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주장하였는데, 원심도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제한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망아의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여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다수의견, 별개의견 1, 별개의견 2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평균여명이 2017년에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이 남성 72.0세, 여성 72.2세에 이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별개의견 1은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 연령대별 사망확률, 일반적인 법정 정년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3세까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별개의견 2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나, 구체적으로 만 60세를 넘어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지는 사실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하며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Ⅲ.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1.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경험칙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통상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이를 인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안과 같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칙에 기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험칙은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사회구성원의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며 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동연한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통계, 각종 규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가동연한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이를 반영한 정확한 통계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각종 규범과 관련하여서는 그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고려에 의하여 마련된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2.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사정변경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합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종사자는 만 55세를 넘어서 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1991. 3. 27. 선고 90다11400 판결을 통해 도시일용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는 실무가 확립되었다. 종전 전합 판결의 주된 논거는 ① 국민의 평균여명이 남자 63세, 여자 69세로 늘어난 점, ② 기능직공무원 중 육체노동을 주된 업무내용으로 하는 공무원의 정년이 만 58세로 연장된 점이다. 그러나 위 전합 판결 이후에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평균여명이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있어 그 사이에 평균여명이 남녀 모두 16.7세나 증가하였다. 둘째,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관련하여 이러한 법정 정년의 증가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문제가 된다. 만약 가동연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면 만 60세 무렵을 가동연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실제 소득활동 연령에 대한 통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정 정년인 67세를 가동연한으로 보고 있다(독일 연방대법원 1989. 5. 30. 판결, BGH NZV 1989, 345). 그러나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에 이른다. 고령자가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법정 정년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였는데, 2018년에 30,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1인당 GDP 수치는 연령별 인구비율에 비추어 만 60세를 넘은 고령자층이 일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실제로 만 60세를 넘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120만 명이었으나 2017년 12월 기준 417만 명으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저한 사정 변화를 감안하여 대상판결은 타당하게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를 넘어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어떻게 정할지 견해가 대립되었다. 3.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65세? 63세? 불특정?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만 65세로, 별개의견 1은 만 63세로 보았다. 별개의견 2는 대법원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별개의견 2의 경우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면 가동연한에 대한 유연한 판단에 장애가 되어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우 경청할 만한 견해이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를 경우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개별 사건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일이 심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급심의 혼란으로 인한 법정 안정성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법원이 하급심에 가동연한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특정하더라도 하급심 법원이 반드시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칙을 배제할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과는 다른 판단을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1667 판결 참조). 별개의견 1의 경우 가동연한 관련 통계적 사실과 법령을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①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이나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은 29.5%로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② 사망확률이 60세는 0.00520, 65세는 0.00791로 증가폭이 0.00271로 커지며, ③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2세라는 점에 부합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되도록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요청되고, 가동연한은 피해자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예측되는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시점에서의 통계적 사실과 법령에 국한하여 판단하면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은 얼마 안 있어 다시 그 기초가 흔들릴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 가족에 의한 노인 부양이 급감될 것이 예측되어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증가가 충분히 예상되고, 2033년이 되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이 65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4. 대상판결의 파장 다수의견에 따르면 도시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경험칙상 만 65세에 이르는 날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대상판결이 향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종전에 대법원은 개인택시 운전사, 형틀목공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는데, 이제는 그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농촌일용노동의 가동연한도 만 65세로 보아야 하며, 현재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도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정 정년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인 65세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경로우대 등 노인복지서비스는 가동연한이 60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65세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향후 노인복지서비스를 65세보다 고령인 노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법정 정년 이후에도 적어도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고령인구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상판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가동연한은 기본적으로 하급심의 권한인 사실인정의 문제로 경험칙상 인정되는 가동연한을 배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판결의 요체인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Ⅳ. 결론 법원 판결이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되어 내려진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는 요원하다. 대상판결은 사회 현실을 법적 판단에 반영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 그에 따른 노동인구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육체노동
가동연한
전원합의체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3-25
형사일반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다스
뇌물
이명박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금융·보험
상사일반
선하증권상 미국 COGSA 지상약관은 준거법의 분할지정이다
- 500달러 책임제한은 유효함 (대법원 2018.3.29.선고 2014다41469판결) - I. 사실관계 甲 운송인은 미국 화주와 미국에서 한국까지 유화화물을 운송하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준거법은 영국법). 甲은 용선자인 송하인에게 선하증권을 발행하여주었다. 선하증권에는 용선계약을 편입한다는 내용과 책임제한에는 미국법을 적용한다는 지상약관이 아래와 같이 존재하였다. 만일 이 선하증권이 선적항 또는 하역항(양륙항)이 미국 해상화물운송법(COGSA)(중략)이 시행되는 지역 내에 있다는 이유로, 1936 미국 COGSA(중략)가 적용되는 권원증권인 경우에, 이 선하증권은 COGSA(중략)에 따라 효력을 가지고, 위 법률 규정은 이 선하증권에 편입된 것으로 간주되며, 이 선하증권의 어느 부분도 위 법률 규정에 따른 운송인의 권리나 면책의 포기 또는 책임의 증가로 간주되지는 아니한다(선하증권 후문) 화물이 손상되자 선하증권을 취득한 수하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보험자 대위권을 행사,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에 피고 운송인은 지상약관은 준거법의 부분지정이라고 주장, 책임제한액은 미국 COGSA의 포장당 500달러가 된다고 하였다. 원고는 이는 실질법적 지정으로서, 500달러 책임제한액수는 영국법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낮아서 화주를 불리하게 하므로 영국법상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부산고법 2014. 5. 22. 선고 2012나10751)은 피고의 주장을 수용하여 톤당 미화 500달러로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였다. 원고는 상고하였다. II. 대법원의 판시내용 국제계약에서 준거법 지정이 허용되는 것은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선하증권에 일반적인 준거법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이나 그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지상약관이 준거법의 부분지정(분할)인지 해당 국제협약이나 외국 법률 규정의 계약 내용으로의 편입인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그것이 해당 국가 법률의 적용요건을 구비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의 책임제한에는 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선하증권 전문에 따라 이 사건 해상운송계약상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규정한 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되었으므로, 선하증권의 일반적 전체적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나)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은 명시적으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범위를 미국 COGSA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하여 특정 국가의 법으로 정하도록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의사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미국 COGSA를 준거법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의 해석상 이 사건 화물의 선적항이 미국 프리포트 항이고 미국 COGSA는 “선적항이나 양륙항이 미국 내에 있는 모든 국제해상화물운송계약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한 피고의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COGSA이다. 미국 COGSA를 준거법으로 적용할 경우에 앞서 본 적용요건 이외에는 법정지 국가의 법에서 선적항 소재지 법률을 준거법으로 적용하여야 하는 등의 다른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미국 COGSA상 책임제한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요건도 충족되지 아니한다. 라) (중략) 마)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인 미국 COGSA에 따라 피고의 책임은 톤당 500달러로 제한된다. 원심의 판단에 (중략) 잘못이 없다. III. 평석 선하증권에는 법률관계를 처리하기 위한 일반준거법규정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준거법과 관련된 지상약관이 있어서 둘 사이의 관계가 문제된다. 1. 선하증권의 일반적 준거법 선하증권 이면에 명시적으로 준거법을 한국법 혹은 영국법으로 명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용선계약 하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용선계약의 준거법을 선하증권에 편입하는 경우도 있다. 항해용선계약에서 정한 준거법이 정당하게 선하증권에 편입된 것으로 원심에서 판단되어 영국법이 선하증권의 법률관계를 정하는 일반준거법이 되었고 대법원에는 다투어지지 않았다. 2. 지상약관 선하증권에 들어있는 지상약관은 통상 다른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상약관에 있는 내용이 우선한다는 취지의 약정이다. 본 사안에 추가된 지상약관은 미국 COGSA를 운송인의 면책과 책임제한에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이 지상약관은 다른 준거법 약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준거법을 각각 따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반 준거법약정에도 불구하고, 책임제한 등과 관련하여서는 지상약관이 부분적으로 준거법으로 지정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준거법의 분할이 일어난다. 우리 국제사법도 이를 인정하고(제25조 제2항), 관련 대법원 판례도 있다(2016. 6. 23. 선고 2015다5194판결). 둘째는 지상약관은, 준거법은 그대로 있으면서, 당사자들이 외국 법률 규정을 계약 내용으로의 편입(실질법적 지정)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 준거법의 아래에서 책임제한에 대하여만 적용할 법률을 특별히 약정한 것이 된다. 이 약정은 일반적 준거법상의 강행규정에 위반할 수 없다. 3. 본 사안의 경우 선하증권상 일반준거법은 용선계약이 편입되어 영국법으로 결정되었다. 지상약관을 저촉법적 부분지정으로 보면 지상약관의 효력에 따라 미국 COGSA의 책임제한액 500달러가 적용되게 된다. 반면 실질법적 지정으로 보면 이는 영국법의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될 여지가 있게 된다. 미국법에 의하면 책임제한액이 미화 500달러이지만 영국법에 의하면 그 포장당 미화 1000달러 혹은 Kg당 2SDR로 책임제한액수가 대폭 상향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실질법적 지정으로 지상약관을 보면 미국 COGSA의 책임제한액 500달러는 일반준거법인 영국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하므로 책임제한액수는 영국법 하의 훨씬 높은 금액(최소 약 1000달러)로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운송인인 피고 측은 첫째와 같이 준거법이 분할이 일어난 것으로 인정받아야 책임제한액이 포장당 500달러로 인정받을 수 가 있게 된다. 원심과 대법원은 본 사안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서 준거법을 정하였다. 국제사법 제24조 제1항의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따라 선하증권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였다. 대법원은 준거법의 부분지정을 인정하여 일반적 준거법외에 책임제한에 대한 준거법이 별도로 지정된 것으로 보면서 준거법의 분할지정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설시한 다음, 원심에서 제시한 근거를 모두 인정하였다. 결국 미국법 지상약관이 있는 경우 이는 준거법의 부분지정으로 되었고, 피고 운송인이 주장하는 책임제한액이 유효하게 되었다. 대법원이 설시한 여러 근거 중 논점과 관련하여 적합한 근거는 위 ‘나)’이다. 책임제한에 관하여는 미국 COGSA를 준거법으로 적용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다고 하였다. 준거법의 부분지정을 인정한 대목이다. 지상약관을 통하여 미국 COGSA의 책임제한제도의 적용을 당사자가 합의한 것은 쉽게 인정이 된다. 그렇지만, 그 합의는 강행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니 만큼, 강행규정이 적용되어 합의가 무효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준거법의 분할지정까지 하였다는 근거로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원심은 지상약관의 말미에 있는 “선하증권의 내용이 책임제한액수의 증가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에 주목하여 실질법적 지정이라면 영국법 강행규정에 의해 영국법의 훨씬 높은 책임제한액수가 적용되므로 당사자가 지상약관을 삽입한 의도에 반한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고, '특정국가의 법'이 지정된 경우는 준거법의 분할이 인정이 된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 특정국가의 법률이 아닌 것이 지정된 경우, 예컨대 1924년 헤이그규칙이 지정된 경우에는 실질법적 지정이 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석광현, '해사국제사법의 몇가지 문제점', 한국해법학회지, 제31권 제2호, 102면 참조), 헤이그 규칙하의 책임제한약정은 일반준거법의 강행규정위반이므로 무효가 되는지 의문이다.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 준거법의 지정형태가 준거법기준이면 저촉법적 지정이고, 효과기준이면 실질법적 지정이라는 견해도 있다(이성웅, 선하증권상 지상약관에 의한 준거법의 분할지정, 통상법률 제2008-2, 105면). 본 사안의 미국 COGSA 지상약관은 책임제한에 대하여만 준거법이 지정된 것으로 보아 운송인의 책임과 의무는 일반적 준거법인 영국법이 적용되었다. 공정한 기회원칙에 위배된다면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 없고 이것이 인정된 미국의 판례도 많이 있지만 다투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다. 불법행위책임의 준거법은 운송계약의 경우와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선하증권
보험금
COGSA
화물운송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2018-11-29
노동·근로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인가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방송연기자는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점, 방송연기자의 노무제공(방송연기)이 방송사업의 필수적 요소이면서 방송사업을 통해서만 방송연기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방송연기자의 업무가 방송사의 역할과 대본 등으로 결정되고, 연출감독 등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진행되는 점, 출연료는 기본적으로 방송연기라는 노무 제공의 대가인 점 등을 이유로 설령 방송연기자 중에는 방송사에 전속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그 소득이 방송사로부터 받는 출연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더라도 방송연기자와 방송사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보면, 방송연기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므로,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준별하는 종래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요건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 사건의 경위 대상판결은 교섭단위분리의 자격인정 여부에 관한 것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1988. 1. 21.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개 지부를 설치하여 조합원 약 438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편 본 건 방송사에는 방송사에 전속된 근로자가 설립한 5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연기자 노동조합은 2012. 4. 9.부터 방송사와 출연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자 방송사가 창구단일화 등 법적 쟁점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였다. 이에 연기자 노동조합은 2013년 1월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하였다. 교섭단위분리신청의 전제로 신청 주체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임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방송연기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가 문제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은 방송연기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들로 구성된 연기자 노동조합은 신청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연기자 노동조합에게 신청적격이 있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를 지지하였다. 3. 근로자의 준별 가.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등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다64385 판결 등). 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이해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은 특정의 사용자와 근로자의 현실적인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반면, 노동조합법은 현실적인 근로관계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등의 보장을 그 입법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단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양자의 실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견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구별하고 있다. 다만 그 논거에 따라 (i) 노동조합법은 노동 3권의 보장을 위한 법률이므로 그 대상을 현실적인 취업자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 (ii) 노동조합법은 노무제공관계의 형성에서 종속성에 주목하는 것이므로 종속성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 (iii) 노동 의사를 중시하여 고용될 의사를 가진 자 또는 이에 준하여 생활하고 있거나 그렇게 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단결하여 그 노동·생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열어 줄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견해로 나뉜다. 다. 대법원은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의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위 2005다64385 판결)에서 노동조합법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의미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별개로 골프장 캐디 사건(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과 학습지교사 사건(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뚜렷하게 구분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4.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학습지교사 사건에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를 준별한 판례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확고함을 보여주었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으로 종래 제시한 6가지 요소 즉,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재차 확인하면서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도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도는 ‘상당한’ 지휘·감독보다 완화된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존재하면 충분하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방송연기자가 연기 과정에서 일정한 재량(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재량은 방송사가 지정한 역할과 대본, 연출감독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 연출감독자가 요구하는 연기의 적합성이나 완성도에 의하여 제한 받거나 수정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방법과 달리 6가지 판단기준을 종합하여 검토하되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취업자격이 없고 기존 근로계약의 존속도 보장되지 않으며 장래 근로관계의 설정 역시 어려운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에서 나타난 바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도 위와 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방송연기자는 특정 방송사에 전속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일시적, 간헐적으로 출연계약을 맺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인 6개의 주요 요소 중 소득의존성 요소(①항)나 사용자 전속성 요소(④항)가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연기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여기에는 종래 연기자 노동조합과 방송사가 여러 차례 단체교섭을 하면서 단체협약을 체결해왔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서로 이의가 없었던 사정이 참작되었다고 보인다) 등을 고려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존재하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무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방안으로 산업재해 및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확대, 노동회의소 설립, 표준계약서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일부는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개별 인정기준 중 일부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도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노동조합
방송연기자
교섭단위분리재심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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