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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사이 인과관계 없는 보험계약 해지 가부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피고(보험회사)와 사이에 자신의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체결 당시 남편이 전에 고혈압 진단 및 투약사실이 있었음을 보험회사에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2. 그 후 피보험자는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중 급성 림프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게 되자 피고에게 이에 대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3. 그런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제27조는 고지의무 위반의 경우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한편, 상법 제651조도 고지의무 위반의 경우에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4.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백혈병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피보험자의 고혈압 진단 및 투약사실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 보험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5. 그러자 원고는 가사 고지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피고가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보험계약해지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6. 한편, 상법 제655조는 본문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보험자가 제651조 등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그러나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 또는 위험의 현저한 변경이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보험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금액청구권에 관해서는 보험사고 발생 후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따라 보험금액 지급책임이 달라지고, 그 범위 내에서 계약해지의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 원고가 지적하는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0353 판결은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한 보험금액청구권의 존부를 다툰 사건으로 보험계약해지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을 달리하여 이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Ⅲ. 기존 대법원 판례 입장과 학설 1. 필자가 위 대상판결에 관하여 논하고자 하는 것은 위 대상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결의 명시적인 결론과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해석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판결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기존 대법원 판례의 명시적인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은 「고지의무 위반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불실 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위 불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0353 판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다할 것이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인과관계 부존재의 입증책임을 보험계약자에게 지우고 있다. 2. 상법 655조 단서의 해석과 관련하여, 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는 별 다툼이 없다. 문제는 위와 같은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느냐를 둘러싸고 해지긍정설과 해지부정설이 대립되는데, 학설은 해지부정설이 다수설이다. 그런데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어느 쪽에 속하는 것으로 볼 것인가. 이에 관하여 학자들은 대법원이 '해지부정설'의 입장이라고 보는 점에 별 다툼이 없다{정찬형, 상법 제651조와 동 제655조 단서와의 관계, '고시연구' 제27권 제4호(2000. 4.), 고시연구사, 제74면 등 참조}. Ⅳ. 평석 가. 우선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일관하여 '해지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를 정반대로 해석하여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은 기존 판례의 명시적인 판단에 반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나. 또한 대상판결에 의하면 상법 제655조 단서는 보험금액청구권의 존부를 다투는 경우에는 '해지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보험계약 해지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는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동일한 법조항을 사안에 따라 달리 해석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선뜻 수긍하기 곤란하다. 다. 그리고, 기존 대법원 판례는 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점에 관한 입증책임을 보험계약자에게 부담시키면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 관하여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라고 판시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등 참조). 예컨대 접대부가 자신의 직업을 주부라고 허위고지하고 상해보험에 가입한 후 일본에서 접대부 생활을 하다가 새벽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규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설시한 후 "위 사고의 발생과 피보험자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사실과의 사이에 전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보험금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이는 위 단서가 고지의무 위반사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해지권을 제한함으로써 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가 적용되지 않게 함으로써 해지권이 제한되는 경우를 최소화해서 양자의 이해를 조화롭게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기존 대법원 판결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만 대폭 확대한 결과가 되어 보험금청구권이 인정되는 범위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라. 고지의무 위반에 있어서 해지권 제한 사유로 열거되고 있는 것은 세 가지인 바, 그것은 바로 ① 제척기간 경과, ② 보험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 ③ 인과관계의 부존재이다{양승규, 보험법(제5판), 삼지원(2005), 124~127면}. 즉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때로부터 1개월이라는 제척기간이 지나면 보험자는 더 이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데(상법 651조 제1항), 이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켜 보험계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둔 해지권 제한 규정이다. 상법 제655조 단서는 제척기간 도과시 해지권을 제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과관계가 없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해지권을 제한하는 하나의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김용균, "보험사고의 발생과 고지의무위반과의 인과관계", '대법원판례해설' 제18호(1993), 376~377면; 양승규, 위의 책, 124~126면; 손주찬, 제10정증보판 상법(하), 박영사(2002), 532면 등 참조}. 마. 대상판결이 가장 주목한 점은 아마도 보험사고 발생 여부에 따라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는 점, 즉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반면,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따라서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는 한 계속하여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으나, 이는 위 단서가 인과관계가 없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까지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고려하에 그러한 경우에는 해지권을 제한함으로써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으로 이해한다면 그러한 불공평의 문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제척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해지권을 제한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바.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해석하거나 대상판결과 같은 취지로 위 단서를 개정하려 한다면 이는 해지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보험소비자 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위 단서)를 하나 없애는 것이고, 이는 전 세계적인 입법추세인 보험소비자보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2012-10-11
선박보험계약에서의 영국법의 적용범위
Ⅰ. 사실관계 가. 주식회사 신흥은 2006. 5. 23. 리스회사인 한국캐피탈로부터 이 사건 선박 등을 리스하고, 2006. 6. 2. 한화손해보험(주)와 피보험자 : 소유자(owner) 한국캐피탈, 관리자(manager) 피고, 보험기간 : 2006. 5. 26. 12:00부터 2007. 5. 26. 12:00까지, 보험목적물 : 선체 및 기관, 보험가액 : 16억2,000만원 등으로 정하고 1983년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 약관조항은 신흥(주)가 2006. 7. 2.까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 다. 신흥(주)는 2007. 5. 2.에 이르러서야 KOMOS(한국해사감정)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달 6월 목포항을 떠나 태안반도 인근 모래채취구역으로 예인되던 중 505 현성호와 충돌하는 1차사고를 당하였고, 그 후 같은 해 6. 27. 제2대양호와 충돌하는 2차사고를 당하였다. 라. 신흥(주)는 위 각 충돌사고로 이 사건 선박이 손상되자 200. 7. 3.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선박수리업자로부터 수리를 한 후, 2007. 7. 27. 한화손해보험회사에게 위 각 충돌사고로 인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 1억7509만9100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자는 신흥(주)가 2006. 7. 2.까지 현상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warranty)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 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가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그 경우 위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근래 156인의 판사들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관한 성명서와 관련하여 사법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법원은 해상보험사건에 특유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해상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영국보험자협회의 해상보험약관에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되어 있고,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 중 대법원 1991.5.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을 비롯한 대부분은 대법원판결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을 전면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여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류적 판결과 다른 취지의 판결이 속속 판시되고 있다. "이 보험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이 보험증권에 첨부되는 어떠한 반대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은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관해서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만 의한다"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된 사건에서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은 "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나 보험자의 설명의무와 같은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한 사항"에는 우리나라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하고,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은 "협회선급약관상의 표준규격선박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보험자인 원고에게 지체 없이 위반의 사실을 통지하고 보험료 등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하며, 보험계약자가 계속담보를 받는 사유의 발생을 알았음에도 보험자에게 지체없이 이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더 이상 계속담보조항에 따른 보험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과 관련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은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에 관하여 의사설을 취하는 입장에서 전세계 선박보험실무에서 통용되고 있는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고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를 적용하였고(이 판결의 평석으로는 한창희, 해상보험약관의 구속력, 최기원편 상사편례연구(Ⅶ)), 박영사, 2007, 248면 이하 참조), 이 글의 연구대상판결인 해상보험상 난제인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대상판결에 대하여서는 법원이 주류적 판결과 달리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우리 법원에서 다루어지는 해상보험사건은 영국법준거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따라 약관규제법과 같은 우리나라 강행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을 근거로 볼 수 있다는 견해(석광현, 외국법제로의 과도한 도피와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 법률신문 3926호)가 제시되고 있고, 국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해상보험분야에서 판결의 목적인 정의와 형평의 구현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인 영국해상보험법제와 우리법의 조정과 관련한 법원의 고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해상보험에서 전통적인 워런티개념의 현대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비추어 이 판결의 의미를 연구하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일 것으로 판단된다. 2. 영국 보험법상 최악의 특징인 워런티의 개혁논의 워런티는 보험자가 워런티에 관한 사항을 알든 모르든 피보험자는 워런티를 정확히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그 사유와 시기와 관련 없이 보험자는 바로 그 시점부터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보험계약자의 주요관심사인 보장범위의 정확한 한계획정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여 왔다. 그러나 (1) 워런티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고, (2)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손해발생 전에 그 위반이 교정되더라도 그 위반이 교정되어 워런티가 충족되었다는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워런티의 효과의 지나친 엄격성에 대한 완화노력이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법원(法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법과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본다. 가. 영국 영국에서는 소비자보험의 영역에서 워런티의 효과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법률개정위원회는 수년간의 검토를 거쳐 워런티가 중요한 위반이 아닌 한 워런티로 분류되어서는 아니되고, 그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권고하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에게 서면으로 워런티의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금융감독청의 보험영업행위준칙(ICOBS) 제8.1.2조는 워런티위반과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영역은 보험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소비자보험의 변화에 상당한 정도 영향을 받고 있고, 2003년 국제선박보험약관은 위반하였더라도 치유가 허용되는 조항(제10·11·32조),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만에 대해서만 면책으로 하는 조항(제14조 제3항) 등을 두어 1906년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고 있다. 나. 미국 미국은 해상보험분야는 연방법원의 관할이고 연방 해상보험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으며, 해상보험에서 영국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의 1955년의 Wilburn Boat사건 이전에는 영국법원의 판례가 미국법원에 의하여 선례로 인정되었지만, 이 판결 이후에는 주법의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주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Wilburn Boat사건판결에 대하여 튜레인 대학교의 데이비스 교수는 "해상법의 전국적 통일에 역행하는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고, 그랜트와 블랙(Grant and Black)은 "일관되게 문제가 있고 환상에 젖은 것"이라고 하였으며, 커리(Currie)는 불만족스러운 판결이라고 하였다. 3. 선박보험사건에 영국법의 적용범위 이 연구대상판결은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여 약관 전체 조항의 편입을 부정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 이후 5년만의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로 워런티가 해상보험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의 제외대상인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판결에 따라 워런티에 관하여 법원(法源)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우리의 약관규제법에 해당하는 불공정계약조항법(Unfair Contract Terms Act)은 보험약관에는 적용이 없고,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에는 설명의무나 워런티의 엄격성을 제한하고 있는 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연구대상판결은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인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타당성을 구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석광현교수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국의 해상보험법을 전면적으로 우리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던 대다수의 판결방향을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수정하고 있고, 미국의 Wilburn Boat사건이후 나타나고 있는 법적 안정성의 파괴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 5년의 간격을 두고 대법원은 두 판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해상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와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영국법이 아닌 우리 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비추어 옳다고 할 수 없고, 너무 안이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4. 맺음말 워런티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가장 매력없는 개념으로 전세계에서 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항에서 이 연구대상판결이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 점에서 법원의 고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본 것은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반하는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해상보험의 국제성과 우리사법(司法)인프라의 미비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하지만, 판결의 목적이 정의와 형평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해상보험에서 영국법과 우리법의 조정은 향후에도 해상보험을 연구하는 학계와 실무계가 풀어야할 어려운 과제라고 판단된다.
2012-02-20
금융 투자자가 제기한 손배소송서 과실상계의 적정범위
1. 각 사건의 개요 가. 대상판결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67261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9578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42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46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04999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59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39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5583판결) 나. 사건의 개요 (1)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 제2호(이하 '이 사건 제1호, 제2호 펀드'라 한다)를 설정하여 그 수익증권을 발행한 회사이고, 피고 은행은 피고 자산운용회사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위 각 펀드의 판매업무를 담당한 회사이다. 장외파생상품 투자신탁인 이 사건 제1호 펀드는 그 신탁자산의 대부분을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수익구조는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있는데,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은 112개 종목의 해외 특정 주식의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롱숏 주식디폴트스왑(long/short Equity Default Swaps, long/short EDS) 포트폴리오와 담보채권을 주요자산으로 하여 손실부담순위에 따라 발행된 합성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다. 투자원금 중 만기에 상환되는 금액은 0%에서 100%사이에서 결정되고 상환금액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초자산이 되는 112개 종목의 주가를 관찰함으로써 산출되는 '펀드이벤트 수'이다. 이 사건 제1호 펀드는 만기에 회수되는 원금액수와 상관없이 설정일로부터 만기일까지 연 6.7%의 확정수익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2011. 현재 심각한 손실율을 기록하고 있다. (2) 법원은 ①피고 자산운용회사가 작성하여 피고 은행 등 판매회사에게 배포한 이 사건 각 광고지나 Q&A자료 등에는 이 사건 각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각 펀드를 국민주택채권 등과 비교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대한민국 국채의 부도확률과 유사하고, 은행예금보다 원금보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로 강조하였고, ②피고 자산운용회사는 이 사건 각 펀드가 원금손실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이나 기타 여유자금을 연금식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를 판매하도록 하였고, ③피고 은행의 판매담당 직원들은 이 사건 각 펀드의 구조에 대하여 교육받지 않아 그 특성이나 위험성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주로 상품요약서 등을 활용하여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고수익상품으로서의 안전성만을 강조하였다고 인정하였다. (3) 이에 법원은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신탁의 수익과 위험에 관하여 균형성을 상실한 정보를 판매회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하였고, 피고 은행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는데, 이는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인바, 자산운용회사와 판매회사인 피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다만, 대법원 2010다77613판결은 자산운용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 각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인정된 과실 가.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은 '투자자인 원고들은 자기책임의 원칙 아래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를 게을리하여 펀드 가입시의 거래신청서 확인사항에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약관 및 투자설명서를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이를 교부받아 그 내용을 확인해 보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의 과실비율을 55%로 하였다. 나.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42 판결이 원고들에게 과실을 인정한 이유는 위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과 사실상 동일하나, 다만 이 사건 각 펀드 가입 전에 투자경험이 없었던 원고들에게는 과실비율을 60%로, 이 사건 각 펀드 가입 전에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들에게는 과실비율을 70%로 하였다. 다.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59 판결 위 사건의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5583판결은 투자금액이 적고 투자경험이 없던 원고에게는 60%, 투자금액이 적고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에게는 70%, 투자경험은 없으나, 투자금액 거액(4억원)인 원고에 대해서는 거액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신중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5%의 과실비율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39판결은 투자금액은 고려대상으로 하지 않고, 투자경험이 없는 원고에게는 60%,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에게는 70%의 과실을 인정하였고, 상고심은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편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하여 원심에서 인정한 과실비율에 위법이 없다 하였다. 3. 검 토 가. 금융상품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과실인정에는 일반사건과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 오늘날 판매되는 금융상품의 특성을 투자자가 안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운용사가 투자설명서에 투자상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거나, 판매회사가 투자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금융상품의 투자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는 해당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투자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를 게을리하였다는 이유로 큰폭의 과실상계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은 투자자의 금융상품 투자경험의 유·무를 과실인정 비율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는데, 오늘날 판매되는 금융상품은 모두 각각의 특성(투자위험성과 수익구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종전에 금융상품 투자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에게 과실을 인정한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상품을 판매, 운용하는 곳은 대부분 은행, 증권회사 등 일반인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기관임에 비추어 판매사나 운용사가 투자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서 투자자가 해당 상품이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종전 투자경험 등을 이유로 과실을 인정해서는 않된다고 생각된다. 나. 위와 같은 취지에서 투자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그 과실비율을 적게 인정한 아래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1) 서울고등법원 2010. 3. 31. 선고 2009나97606 판결(획책된 과실) 위 사건은 사망보험금과 적립금을 포괄하는 생명보험의 일종인 유니버설 보험(Universal Life Insurance) 또는 변액보험과 유니버설 보험을 결합한 변액 유니버설 보험(Variable Universal Life Insurance)에 있어서, 일반인들이 일반 정액보험에 비하여 보험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험기간이 장기간 또는 종신이며, 특히 변액보험은 정액보험과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계약자들은 보험자의 사회적 신뢰성을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계약자들이 이를 이해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자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결과 계약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므로,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가 입은 손해(납입한 보험료 합계액과 수령한 해약환급금의 차액)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특히, 법원은 설명의무 또는 적합성의 원칙 등을 위반한 투자권유는 투자자로 하여금 경솔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투자자의 과실을 야기하는 속성을 가지는데, 이와 같이 야기된 투자자의 과실은 이른바 '획책된 과실'로서 권유자의 위법과 별도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 2011. 11. 11. 2010나3980판결(위 판결도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 제2호 사건에 관한 것임) (가) 법원은 피고 은행과 피고 자산운용사가 원고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 "원금손실 가능"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투자자에게 어떤 경고의 의미도 없으며, 투자자들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실제 의미가 있는 것은 그런 원금손실의 이론적 가능성 '유무'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즉 투자수익에 비교하여 감수할 만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판단자료의 제공여부라면서, 일반 투자자가 이 사건과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에서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원금손실가능"이라는 경고는 무의미한 것이라 하였다. (나) 아울러, 피고 자산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설명서는 개별 주식들의 변동성에 대해 정통한 투자전문가가 검토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을 전혀 추정할 수 없게 설명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불충분하거나 투자자를 오도하는 정보만이 제공된 상태에서 단순히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기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피고들의 책임면제는 물론 제한도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 책임의 제한에서도 이 사건 펀드는 위험성이 매우 높고, 금융파생상품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도 이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 피고들은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이 사건 펀드를 일반투자자인 원고들에게 정기예금과 유사한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그 가입을 적극 권유하였으며, 이 사건 펀드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교부하지도 않았으며, 개인투자자인 원고들이 금융전문기관인 피고들의 설명과 권유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 자산운용사는 이 사건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에 관하여 불충분한 정보만을 제공하면서 안전성을 불합리하게 강조하는 자료를 작성함으로써 원고들의 판단을 오도하였고 피고 은행은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매우 난해하고 위험성도 높은 상품을 퇴직자나 노령자, 생계형 저축자에게 적합한 매우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등 피고들의 고객보호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과실을 70%로 보았다.
2012-02-06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자동차종합보험상 플러스보험 관련 보험사기
I.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09. 9.30. 선고 2009고합128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7. 10.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08. 12.4. 같은 죄 등으로 금고 4월을 선고받은 자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해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피고인은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 최모(여, 69세)씨를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은 2007. 5.14. 충남 보령시 소재 도로에서,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김모(여, 74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2,800여만원(그 중 7,37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됨)을,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위와 같이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최모씨를 들이받아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740여만원을, 2008. 9.5. 충남 서천군 소재 해안도로에서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박모(여, 66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그 중 4,00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지급)을 각 편취하였고, 2008. 9.12.경 다른 보험회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 나. 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김모씨, 박모씨에 대한 각 살인의 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이미 처벌받아 다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살인미수, 사기, 사기미수의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하였다. II.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플러스보험의 문제점과 관련 보험사기 억제 1. 서설 이 글은 최근의 위 대상판결에 대한 판례 평석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위 판결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지는 아니하였다. 필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동안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을 전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느낀 소회와 위 대상판결을 접하면서 느낀 당혹감과 충격이 어우러져 위 대상판결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관한 입법적 대안까지 포함하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데 그쳤다면 가해자의 고의를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교통사고의 특성상 완전범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의 위협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급박한 양상을 띤다고 본다. 2.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 범죄와 이 사건 보험사기 범죄의 구별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재산적인 피해, 더 나아가서는 보험가입자 일반에의 피해 전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의 약점을 가진 피해자의 형사처벌 등의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나 범죄자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치는 것을 예상하고 저지르는 범죄인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피해자의 인명피해는 그다지 중하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사기는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어 형사합의금이 많이 책정되는 상황일수록 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이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 다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일사부재리원칙과의 관계 위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보험사기,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의자가 이미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동일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보험사기를 노린 계획적 살인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사기죄로 추가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재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이러한 처벌의 흠결은 더더욱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죄에 대한 대처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게 하며 이에 대한 대처가 즉각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4.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의 의의와 그 실태 가. 플러스보험의 의의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이하에서는 ‘플러스보험’이라고만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을 지원하는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민사소송상의 방어비용 제외, 상법 제720조 제1항), 면허정지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을 통칭하며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보험상품군을 통칭하는 것이며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손해보험계약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므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조사하여 그 손해만을 보상하며 보험가액이나 실제손해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플러스보험의 실태 보험금 지급의 실태와 관련하여 주된 항목인 형사합의지원금의 경우를 보면 그 특성상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피보험자로서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하여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금액까지 금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보험자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한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플러스보험의 실태를 보면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 면허정지위로금 명목으로 피보험자에게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형사합의지원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최대 2,000만원 내외, 방어비용으로 대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5. 형사합의금의 의의와 관련 실무 가. 형사합의금의 의의 형사합의금이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형사사건에서의 선처를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며, 이 금원은 피해자 측이 민사상 지급받는 손해배상액 또는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형사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라는 등의 문구로 표시되며, 이러한 형사합의금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돈이 아니라 오로지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다. 나. 형사합의금 관련 실무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을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구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아니라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을 표시하여 피해자 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보험금에서 가해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법원에 금원을 공탁한 때에는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공탁금액 상당의 금원을 구상할 채권을 피해자 측에 양도하고 위 금원이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으로 표시하며, 제3채무자인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함으로써 공탁된 금원이 사실상 형사위로금으로 기능하게 하여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원 실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액수를 고려하는 예가 보이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재산 출연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자가 면책되는 결과가 되고, 형사합의금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6.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행의 억제방안 가. 피보험이익과 초과보험의 무효 규정 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상법 제669조 제4항). 그런데 플러스보험은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므로 형사합의금은 당사자의 합의, 협상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 형사합의금 항목에 관하여는 초과보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논할 실익이 별로 없다. 중복보험에 있어 보험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초과보험이 되고, 중복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때에는 그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형사합의금 항목의 위와 같은 특성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초과보험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피보험이익을 따져 중복보험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중복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상법 제672조 제2항), 이를 어긴 경우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효과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터에 그것만으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나. 약관규제당국에 의한 규제 가능 여부 이 사건 플러스보험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두터운 보호와 플러스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한 폐해가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보험사기 및 살인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약관규제당국이 형사합의지원금 액수에 제한을 가하고, 중복보험의 경우 미통지시 플러스보험 부분에 한하여 무효화하는 규정 등을 두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 법원실무상의 주의사항 앞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면책 여부나 양형상의 고려를 위하여 ‘종합보험가입사실원’을 제출받음에 있어,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비전형적이고 중과실로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추가로 가입되어 있는지와 플러스보험상의 형사합의지원금 상당액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살피고, 플러스보험이 중복가입된 경우에는 과실 여부의 판정에 있어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라. 신속한 양형기준 설정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은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가능하게 한 자양분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로 교통사고사범에 대한 온정적인 양형을 들 수 있겠다. 피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그 합의금이라는 것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하여도 온정적인 양형을 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살인죄, 뇌물범죄, 성범죄, 강도범죄, 횡령겧窩達滑? 위증범죄, 무고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고, 순차적으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범에 관한 양형기준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마. 입법론적 해결방안-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인정의 필요성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하며(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도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조). 한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이 사건 플러스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지출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고,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민사 손해배상금과는 구별되어 지급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로부터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바로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망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은 마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 되고, 그 금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형사합의지원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 측이 그러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보아 양형을 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책임보험의 절이라 체계상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상법 제724조에 별도의 항을 두어, ‘자동차종합보험에 부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형사합의금, 형사위로금, 형사보상금 등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재판 등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의 지급을 부보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약정 보험금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7. 결어 위 판결이 위 신종 보험사기와 그 수단으로서의 살인범행에 대하여 엄정한 양형을 한 것과 일사부재리원칙에 근거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은 부분에 대하여 재차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주된 임무여서 범죄의 진압과 관련하여 입법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목적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법원의 임무라고 본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명권 침해라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신종 보험사기 범죄를 접한 마음의 충격을 전하면서 부족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9-11-30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의 위헌여부 심사기준
I. 문제제기 지난 2009년 2월26일 헌법재판소는 차의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사고에 대하여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 제4조 제1항에 대하여 과거의 합헌결정을 변경하여 위헌으로 결정하였다(결정문 전문은 법률신문 3726호 2009년 3월 2일자 13면 참조). 과거 첫 번째 결정(헌재 1997. 1.16. 90헌마110)에서는 위헌의견이 5인으로 다수였지만 결론적으로는 합헌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지만, 헌법이론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긴 결정이었다. 그 후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이번에 위헌결정이 이루어지자, 무엇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 사고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 힘들다는 등의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교통안전의식 결여나 인명경시풍조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반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의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헌법적 관점에서 몇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하에서는 쟁점별로 헌법재판소 결정이유의 논거에 있어서 제기되는 헌법적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기로 한다. II. 평석 1. 재판절차진술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교특법 제4조 제1항이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과잉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5항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형사피해자에게 보장되는 권리이다. 즉 입법자에 의해서 비로소 구체화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1993. 3.11. 92헌마48, 판례집 5-1. 121, 130). 어떠한 기본권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소위 형성유보가 있는 권리인 경우 그에 대한 형성법률이 그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무엇을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가.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기본권의 인정여부가 법률의 규정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만일 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해당 기본권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 자가 그 기본권을 침해당했는지 여부가 문제된 경우에는 일단 그 개인의 기본권의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그 기본권의 인정여부를 어떠한 근거와 기준으로 하여 유형화하였는지, 그 유형화 자체에 명백한 잘못은 없었는지의 기준에 입각하여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의 구체화 위임을 받은 입법자가 일정한 집단에 대하여 그 기본권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모든 사례에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으로 위헌의 결론이 날 수 있으며, 이는 헌법이 기본권의 구체화를 입법자에게 일임한 헌법적 취지에 위반될 수 있다. 그리고 기본권의 구체화와 관련해서는 기본권의 주체, 보호영역, 행사방법 등에 대하여 입법자가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체, 즉 인적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는 늘 배제되는 집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한 개인이 적용범위에서 배제된 것 자체만 가지고서 과잉금지위반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영역과 관련해서는 입법자가 보호하고자 하는 생활영역의 범위가 명백하게 유명무실하여 거의 실질 내용이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보호영역과 관련하여 쉽게 위헌의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행사방법 역시 기본권의 행사를 위한 절차와 방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요구되어, 기본권행사가 사실상 차단 내지는 폐쇄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권행사방법에 대한 입법자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심사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일부 중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중상해의 피해를 당한 자의 경우 가해운전자에 대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재판절차가 개시될 수 없고, 따라서 형사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입법자가 교통사고과실범의 처벌기준을 유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고, 정형화된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10가지)에 의한 교통사고피해자의 경우는 여전히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명백하게 재판절차진술권이라고 하는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하였거나 형해화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화의 책임을 진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명백하게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2.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평등원칙 위반여부의 심사 역시 다른 기본권(재판절차진술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엄격한 심사기준을 택하고 있고, 평등권침해로 결론을 짓고 있다. 필자는 이 경우에 엄격심사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된 심사기준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잘못된 적용은 궁극적으로는 제대군인가산점결정 이래 평등원칙 위반여부의 심사기준 적용을 위한 전제를 잘못 정립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헌법재판소는 제대군인가산점 결정에서 헌법이 특별히 평등을 명하는 경우와 차별로 인하여 다른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판례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소위 ‘새로운 공식’을 불완전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엄격심사기준의 요건을 매우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제시하고 있는 평등원칙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 엄격심사기준과 완화된 심사기준의 적용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표지는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인가 아니면 ‘사항적 차별’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가령 인종, 피부색, 고향, 언어, 출신 등과 같이 헌법이 특별히 평등취급을 명하고 있는 표지들은 천부적으로 사람이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그것을 이유로 한 차별은 거의 인간존엄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유들을 근거로 한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은 금지되고 따라서 엄격심사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람이 아니라 어떠한 사항에 관하여 입법자가 유형화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경우에는 자의금지에 입각한 완화된 심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새로운 공식의 핵심인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 가운데 ‘헌법이 특별히 평등취급을 명하는 경우’라는 요건만을 따왔을 뿐 ‘인적 차별’인지 아니면 ‘사항적 차별’인지의 구분기준은 간과하고 만 것이다. 다음으로 어떠한 차별이든지 다른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지 않는 차별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모든 평등권제한 사례는 동시에 다른 기본권제한을 동반하므로, 결국 그 기본권의 제한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평등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도 엄격심사기준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로 인하여 평등원칙심사의 독자성은 상실될 수 밖에 없고, 그 결론은 다른 기본권의 침해여부의 결론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살펴보건대,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를 입법자가 유형화하여 구분하고 그러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와 해당되는 경우를 구분하여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처음부터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항적 차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차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입법자에게 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될 수 있으며, 위헌여부의 심사도 자의금지를 기준으로 한 완화된 심사기준을 택했어야 마땅하다. 또한 재판절차진술권은 전술한 바와 같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그 배제 자체가 곧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 정도의 중대한 법익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차별로 인하여 중대한 기본권의 제한이 초래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완화된 심사가 타당하다. 헌법재판소는 생명과 신체라고 하는 법익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관점을 간과한 채 곧바로 엄격심사기준을 택한 것으로 보이나, 심사기준을 택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법익의 중요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헌법이 입법자에게 형성권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입법자의 결정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법익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정도 등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는 완화된 심사기준을 택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보며, 입법자가 명백히 자의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결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3.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심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와 관련하여 첫 번째 합헌결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입각한 완화된 심사를 택한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권보호의무에는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이러한 심사기준의 적용은 타당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 쟁점이 바로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이 사건과 같은 교통사고의 경우 국가가 아니라, 가해운전자의 피해자에 대한 생명·신체의 법익침해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국가가 이러한 가해자의 침해나 침해의 위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에 대하여 가장 중심적으로 심사하고, 나머지 재판절차진술권이나 평등권침해여부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다루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내지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 자체는 자신의 건강회복이나 피해배상에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운전자의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 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보험금 등에 의한 피해배상 등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건강회복 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종합보험가입을 유도하여 가능한 한 교통사고를 민사배상의 문제로 전환하여 피해배상 등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의 생명이나 건강의 보호를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III. 결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사전적 보호의 문제는 형벌을 통한 일반예방적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에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법적·제도적 장치와 도로교통환경의 개선 및 교통안전행정의 강화와 국민계도 등 형벌외적 측면의 많은 가능한 수단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노력들을 국가가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명백하게 불완전·불충분하게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헌법재판소 역시 인정하고 있듯이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은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도 구체적 청구인의 ‘안타까운’ 사정에만 치중하여 형성유보가 있는 기본권의 특성과 상관 없이 엄격심사기준을 동원하여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침해의 결론에 이를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쟁점인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에 대한 결론에 의거하여, 종합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였을 것이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바와 같이 교특법의 입법목적(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이 정당하다고 한다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사고 유형을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에 추가하는 경우 이러한 입법목적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입법자는 교특법 제3조 제2항의 단서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의의무 위반’(2007. 12.21 법률 제8718호 시행일 2009. 12.22)을 추가함으로써 나름대로 입법보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을 감안하되, 특례규정의 도입과 사고율간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입법자가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관찰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입법적으로 상응하는 보완조치를 하도록 명하는 완곡한 경고결정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였다고 생각된다.
2009-03-26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
Ⅰ. 사실관계 1.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체결 복합운송주선업자인 A는 1996년 9월3일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피보험자를 건설교통부장관, 보증내용을 ‘화물유통촉진법(1999년 2월5일 법률 제58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화물유통촉진법’)에 의한 복합운송주선업자 영업보증금 보증’으로 정하여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이하 ‘본 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 피고 보조참가인은 A가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하였다. 2. 운임등청구소송의 진행경과 원고는 A로부터 미지급 운임을 지급받기 위해 1996년 11월22일 부산지법에 A와 피고를 상대로 운임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피고에 대한 소송은 1심진행 도중 취하함), 제1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변론이 종결되어 1998년 2월12일 원고의 운임청구는 전부인용 되었고, A가 항소한 후 다시 상고를 하였으나 1999년 9월3일 상고가 기각되었다. 3. 보험금청구소송 제기경위 및 진행경과 (1) 원고는 피고에 대한 운임등청구소송을 취하할 즈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 건 보험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폐지신고 되는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A와 같은 등록업체의 경우에는 변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 운임 등 청구소송 확정 후에도 A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재산관계명시신청에 따라 진행된 2000년 5월29일 재산명시기일에 A는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법은 2000년 6월3일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는 A의 채무불이행자등재결정 이후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1)항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받고, 2002년 2월22일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2심법원은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때’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고,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보조참가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상고가 기각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하고 특히 법령상의 의무이행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인·허가보증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강제한 법령의 내용이나 입법취지도 참작해야 한다. 나. 원고가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원고의 운임채권이 확정되고 A에게 책임재산이 없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므로, 그로부터 복합운송주선업 영업보증금 및 보증보험가입금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에서 정한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에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Ⅲ. 평석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소멸시효 규정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권리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것이 소멸시효 기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고발생요지시설과 보험사고발생시설이 대립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시부터 진행이 개시된다고 할 것이나, 소멸시효의 취지에 비추어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도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구권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보험금청구상 절차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상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개시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보증보험의 성격과 특수성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지위는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지위와는 다른 것으로 피보험자는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며(대법원 1981년 10월6일 선고 80다2699판결), 책임보험에 있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계약의 해제(해지)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스보증보험계약에 있어서 리스료의 연체사실만으로 보험사고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리스계약이 해지된 때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며(대법원 1997년 2월13일 선고 96다19666판결), 또한 지급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는 주계약이 해제되어 중도금 등 반환채무가 발생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8년 11월27일 선고 98다39404 판결). 인·허가보증보험은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허가나 인가 등 출원자가 허가관청에 예치해야 할 각종 인·허가보증금에 대신하여 체결하는 보험으로서, 보험사고에 있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보험금지급 청구에 있어서 특별한 절차를 요하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대한 검토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고 발생시점, 보험사고발생을 안 시점 그리고 소멸시효 기산점 등이 언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바 (i) 운송사고가 발생한 시점 (ii) 운임 등 청구사건 확정시점 (iii)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 (iv)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 (v)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보험사고 발생시점을 (i), (ii)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i), (ii)는 단순히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채권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추가요건을 요하는 본 건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건 보험약관이나 관련법령에 비추어 볼 때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인 (iii)을 보험사고 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도산 등’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 한편, 원고가 보험사고를 알 수 있었던 시점은 (iv) 또는 A가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한 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보험금청구 절차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므로 (v)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A가 도산 등의 사유로 변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듯하며, 원고가 보험사고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은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으로 보고, 소멸시효 기산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한 때’로 보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지 않고, 본 건 보험계약상 필요한 보험금청구 절차를 고려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것은 본 건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보증보험과 같은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은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함에 있어 보험금청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은 대법원판례로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2009-02-23
갑판적 자유약관
1.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2005년 4월1일 부산에서 선적된 컨테이너 화물 7대는 같은 달 6일 나고야에 도착했는데, 같은 달 14일 개봉해 보니 갑판적 컨테이너 4대에 적입됐던 화물에 침수손과 녹손이 발견됐다. 이는 갑판적 운송 중 해수노출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밝혀졌고, 선창 내 적부 운송된 컨테이너 3대의 화물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 피고 1은 복합운송업자이고 피고 2는 해상운송업자였는데, 피고 1, 2의 선하증권 표면에는 화물을 갑판적 운송한다는 유보문구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피고 2가 발행한 마스터 선하증권 이면약관에는 “제15조. 갑판적: (1) 운송인은 컨테이너 화물을 선창 이외에 갑판 위에 선적할 권리가 있다. (2) 화물이 갑판적 운송될 때, 운송인은 선하증권 표면에 이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피고 1 발행의 하우스 선하증권에는 갑판적 관련 규정이 없었다. 나. 판결요지 법원은 피고들이 화물을 선창에 안전하게 적부해서 운송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하면서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피고들은 포장당 책임제한을 항변했으나, 법원은 (1) 화물이 로봇으로서 정밀하고 예민했고, (2) 갑판적은 강한 바람이나 파도, 비, 해풍, 직사광선, 태양열, 극심한 온도변화에 의해 용기나 화물이 손상될 위험이 크며, (3) 갑판적 화물이 손상된 경우 이를 공동해손액에 산입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 갑판적 약정없이 화물을 갑판적 운송한 것은 무모한 행위에 해당해 포장당 책임제한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피고 2는 갑판적 자유약관이 있으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1) 피고 2가 피고 1이나 원고에게 갑판적 자유약관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고, (2) 피고 2 발행의 선하증권 표면에 갑판적 규정이 없으며, (3) 피고 1이 원고에게 발행한 선하증권 표면과 이면에 갑판적 규정이 없으므로 피고 2는 원고에 대해 선하증권 이면약관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2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의 청구 중 물건 가액에 대해서는 전부 인용하고, 원고 직원들의 해외출장비용 부분은 기각했다(현재 본 사건은 쌍방이 항소해 서울고법에 계속 중이다). 2. 평 석 가. 갑판적의 의미 갑판적은 화물을 선박의 갑판에 적부하는 것으로서, 선창 내 적부하는 것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갑판적 운송은 다수 국가의 법률에서 금지돼 왔고, 다만 운송인이 운송물을 갑판적으로 할 수 있다는 당사자의 특약이 있거나 관습이 있는 경우 등에 인정돼 왔다. 최근 컨테이너 운송과 더불어 갑판적이 일반화되고 있으나, 컨테이너 형태에 따라 갑판적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나. 운송약관 조항 설명의무 법원은 피고 2가 갑판적 자유조항에 대해 화주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그간 이면약관의 내용이 상관습 내지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운송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던 운송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통상 갑판적의 경우 적하보험에서 담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화주들이 사전에 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또한 운송업계 종사자들은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가 비교적 광범하게 인정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상판결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특수한 성격의 제품(고가의 정밀 제품)이면 단지 이면약관에 의존하지 말고 개별 운송계약서를 별도로 체결해서 쌍방간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 판례의 경향 대법원은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 없이 로우어 쉘 1상자를 갑판적으로 운송한 사안에서 운송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가 있다고 보아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배제한 바 있다(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다27082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법원에서는 화주가 갑판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점을 중요한 논점으로 언급하고 있다. 영국법원은 화주의 동의없는 갑판적을 근본적 계약위반의 유형으로 논의해 왔으나, Photo Production v. Securicor Transport 판결이 근본적 계약위반의 이론을 폐기하고 개개의 계약내용의 의미를 해석해서 운송인의 면책여부나 책임제한 적용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한 이후 확립된 견해가 없는 듯하다. 다만 하급심판결로 화주의 동의없는 갑판적 운송에 대해 헤이그-비스비규칙에 규정하고 있는 포장당 책임제한 조항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있으나(Wibau Maschinenfabric Hartman v. Mackinnon Mackenzie(챤다호 사건)(1989) 2 Ll.R.494.), 영국법원(The Commercial Court of London)은 운송인이 임의로 갑판적 하여 항해하던 중 황천으로 화물이 멸실된 사건에서 헤이그규칙상의 책임제한권을 인정해 위 챤다호 판례의 취지와 다르게 판단한 바 있다(The Kapitan Petko Voivoda [2002] EWHC 1306 COMM). 한편 함부르크규칙 제9조에는 갑판적에 대한 화주와 운송인의 계약관계나 관습이나 법령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그 법률 효과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즉 당사자의 의사나 갑판적 관습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고의나 무모성 등을 판단해 책임면제 또는 책임제한 여부를 정하고 있으며, 운송인이 화주와 명시적으로 선창에 선적해 운송하기로 한 약정에 반해 갑판적 운송을 한 경우에는 운송인은 포장당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함부르크규칙이 화주의 입장을 고려한 국제협약임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갑판적의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간의 명시적인 갑판적 약정이 없는 경우 개별사안에 따라 책임제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영국법원의 판례경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라. 평 가 대상판결의 경우는 당자자간에 명시적으로 갑판적으로 운송할 것으로 또는 운송하지 않을 것으로 약정한 경우가 아니므로, 함부르크규칙과 관련해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해 운송인의 책임면제 또는 책임제한 배제여부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우리 상법 책임제한규정은 화주에게 심히 불리해 책임제한 배제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운송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점, 통상의 컨테이너에 비해 Flat-Rack 컨테이너의 경우 갑판적에 적합하지 않아 화물이 손상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본 건 화물이 정밀한 제품이라는 점, 갑판적의 경우 보험에 부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상판결에서 설시하고 있는 갑판적으로 인해 증가하는 위험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운송인이 갑판적 자유조항을 이면약관에 부동문자로 인쇄하는 것만으로 책임제한 항변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화주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배제한 것은 타당하다. 마. 결 론 이 판결은 이전의 대법원 판결과 비교해 볼 때, 갑판적을 이유로 고의 또는 무모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그 외에도 설명의무나 갑판적 표시방법 등을 다루고 있어 실무상 의미있는 판결이다. 입법론적으로는 갑판적과 관련하여, 함부르크 규칙과 같이 각 당사자들의 합의나 관습의 존재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나누어 상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함부르크규칙에 의하더라도 개별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바,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2008-04-07
손익상계,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1) A증권회사는 B보증보험회사와 A증권회사의 직원인 甲을 피보증인으로, A증권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신원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甲이 고객 乙로부터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아 계좌를 관리하던 중 과당매매행위를 하여 乙에게 과당매매수수료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2) 이에 乙이 A증권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함에 따라 A증권회사는 乙에게 합의로 그 손해를 배상하고 B보증보험회사에 그 합의금 전부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으나, B보증보험회사가 수수료 수익 상당의 손익상계 및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주장하며 거절하자 이 건 소송을 제기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원보증보험의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해 책임이 제한되는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내지 구상채무인지(이하 변상책임이라 함) 아니면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인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원보증보험의 성질을 파악함에 있어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과 ‘보험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귀착된다. 2.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5949 판결) 가. 거래수수료의 손익상계 주장에 대하여, 신원보증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 중 피보험자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상하기로 약정한 부분은 피보험자의 피용인인 피보증인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게 된 결과 피보험자가 그 제3자에 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손해보험 중에서도 일종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영업책임보험은 영업주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의 위험에 대비하여 영업주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인한 위험을 보험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기업유지의 안전을 꾀하는 데 그 효용이 있으므로 직원의 과당매매행위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예상치 않게 과당수수료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 그로 인하여 잃게 된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영업책임보험의 본질과 보험의 공공성에 부합되고 한편 증권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거래 수수료를 증권거래소에 대한 수수료, 직원에 대한 인건비 및 성과급, 증권회사의 물적 설비 유지·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증권회사의 이윤으로 취득함으로 과당매매로 인한 수수료 상당의 수익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신원보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인 회사에게 피보증인인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의 성격에 비추어 신원보증법 제6조 제3항 또는 신의칙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신원보증보험약관에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절도,강도,사기,횡령,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보통약관과 피용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이 있는바, 대상판결은 피보증인인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과의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따라 계좌를 관리하던 중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혀 증권회사가 사용자로서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이므로 이는 신원보증보험 약관 중 피보증인이 피보험자에게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상의 간접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다30206 판결 참조). 나. 손익상계 및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 인정여부 (1) 영업책임보험성 여부 대법원 판결(대상판결 및 위 2002다30206판결 참조)은 신원보증보험의 간접손해를 담보하는 부분은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영업책임보험은 보통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되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자기를 위한 보험’임에 반하여, 신원보증보험은 보통 피용자가 자신의 위법행위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 사용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변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사용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어서 영업책임보험과는 그 목적 및 구조에 있어 상이하다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단체계약특별약관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된 경우이므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서 영업책임보험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경우 역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및 사용자가 신원보증보증보험을 체결하는 목적은 피용자의 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자신이 입은 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그 손해에 대한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담보 받고자 체결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2)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보증보험은 ‘보험성’과 ‘보증성’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법률문제에 있어서 구체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해서 보험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보증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부분은 보증의 법리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증보험은 민법상의 보증처럼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경제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상의 손해보험이나 책임보험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도 ‘보증보험은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99다53483판결 참조) 또한, 보증보험이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의 당연한 귀결로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본질적으로 보증책임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97다1013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도 ‘보증보험의 일종’으로서 다른 보증보험과 달리 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므로 담보하는 손해는 보증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변상책임의 범위와 구상권의 조화 대법원은 “민법 제441조 이하에서 정한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95다46265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 보통약관 제13조에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보증인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다만 보험자가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대위권(구상권)제한특별약관이 당연적용되어 구상권이 없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에 지급보험금 전부에 대하여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는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하여 책임이 제한되는 손해에 대하여 변상책임을 부담하지만(대법원 95다52611판결,대법원 69다887판결 참조)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을 강조하여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본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변상책임을 넘어서서 변상책임을 이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29023 판결과의 통일적 해석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증인이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손해 또는 피보험자가 위의 사유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간접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판결·감사원의 판정·기관장의 변상명령에 의해 피보증인에게 변상책임이 있다고 확정된 경우에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는 바,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2005다29023판결은 “피보증인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로서 그 변상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는 것을 말하며, 피해자가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받은 확정판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에 입각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서 담보하는 손해를 해석한다면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의 확정판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결 론 신원보증보험은 보증보험으로서 주채무를 담보하는 것이고, 신원보증보험의 주채무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직·간접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 부담하는 변상책임이라 할 것이므로 주채무인 변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 인정되는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은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보험자의 보험금산정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이 과당매매 수수료 상당의 이익에 대한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 중, 신원보증보험을 영업책임보험적 성격으로 설시한 것은 부당하지만, 다른 한편 과당매매수수료는 직원의 과당매매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이득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손익상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증권회사의 직원이 과당매매행위를 한 경우에는 증권회사에게도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에서도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1-14
예금자우선변제제도에 대한 위헌결정
I. 서 론 작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게 예탁금의 한도 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2)는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다수의견6, 반대의견2). 즉 상호저축은행(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 대하여만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예금자 우선변제제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금자 우선변제제도는 부실한 상호저축은행이 파산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 등이 투입한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종래의 이러한 방식의 공적자금회수는 본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본 결정의 의미와 그로 인한 문제점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헌법재판소 2003 11. 30. 2003헌가 14,15(병합) 1. 사 안 파산자 A상호신용금고는 부실한 운영으로 인하여 1997. 7. 23.부터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영관리를 받아오다가 1999. 3. 29.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편 B상호신용금고는 부실상호신용금고의 영업·계약을 양수하여 이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3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가 전액출자하여 설립된 정리금융기관으로서, A가 파산하기 전인 1998. 11. 30.부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A의 예금채권자들의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A의 파산절차에서 B는 위와 같이 매입한 예금 및 이자채권 약 49억원을 우선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한편 상호저축은행중앙회(C)는 A에 대한 기존 대여금 등 약 344억을 일반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는데, A의 파산관재인은 B가 신고한 채권의 우선권을 부인하였다. 그러자 B는 A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하여 서울지방법원에 파산채권확정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B의 일반채권자인 C는 B를 위하여 보조참가를 하였다. 1심법원이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에 따라 B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우선채권으로 확정한다고 판결하자, C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C는 항소심 재판 계속중, 재판의 전제가 된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하였고 이에 서울고등법원이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건의 사건이 병합되었는바 사안은 거의 동일하다.). 2. 심판대상 법률조항 구 상호신용금고법(1999. 2. 1. 법률 제57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의2 (예금자등의 우선변제권) 예금 등을 예탁한 자는 예탁금액의 한도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공탁한 재산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요지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게 예탁금의 한도 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는 다른 일반채권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반 금융기관의 예금과 달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만을 우선변제권으로써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위 법률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 III. 예금자우선변제제도 1. 의 의 예금자우선변제제도 즉 예금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Depositor Preference)은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금융상품계약자)가 다른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파산재단으로부터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금자보호장치를 말한다.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제도와 함께 예금자를 보호하는 장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2)에서 상호저축은행 예금자의 우선변제권과, 보험업법 제33조에서 보험계약자의 우선변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실한 보험회사의 구조조정과정에서는 기존 보험회사가 부실한 피인수보험회사의 보험계약을 전부 인수해왔기 때문에 보험업법 제33조가 적용된 예가 없었다. 본래 이러한 우선변제권은 예금자의 예금채권을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규정된 것이나, 최근에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즉 예금보험공사는 부실한 상호저축은행의 예금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예금자보호법상 보험금을 예금자들에게 지급하거나, 또는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하여 설립한 정리금융기관(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3)이 같은 방식으로 예금채권을 매입하거나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의2)을 받아 예금채권을 인수한 후, 예금보험공사 또는 정리금융기관은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절차에서 예금채권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고 배당을 받게 된다. 이때 예금보험공사 또는 정리금융기관이 가진 예금채권은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게 되므로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두텁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외국의 경우 예금자보호장치로서 예금자우선변제권과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여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에는 예금보험제도를 두고 있으나 예금자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독일의 경우에는 양자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호주의 경우에는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예금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다만 최근에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한편 미국은 종래의 예금보험제도를 보완하고자 1993년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를 제정하여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예금자우선변제권은 예금자보호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금의 지급으로 인하여 누적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의 손실, 즉 재정적자의 감소를 주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미국의 예금자우선변제권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J. A. Marino and R. L. Bennett, “The Consequences of National Depositor Preference”, FDIC Banking Review, Vol.12 No.2, 1999). 그밖에도 많은 나라에서 예금보험제도의 시행여부와 무관하게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외국에서는 예금자우선변제권이 대체로 은행(금융기관)전반의 예금채권에서 인정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호저축은행과 보험회사에 대해서만 특별히 인정해 왔다는 차이가 있다. IV. 검 토 1.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대상결정에서는 상호신용금고의 건전한 경영과 부실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고 업무 역시 일반 금융기관과 다를 바 없게 된 점과 은행예금과 동일하게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만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을 다소 오해한 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대상결정은 제도적 보완 등으로 상호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이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고 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호저축은행은 여전히 일반 은행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반 은행이 파산한 경우는 없는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최근까지도 부실경영으로 인해 영업이 정지되고 파산하는 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본 사건 역시 2개의 부실 상호저축은행 파산절차에서 문제된 것인바, 이것 외에도 현재 수건의 부실 상호저축은행 파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상호저축은행이 경영의 건전성과 자산내실화에 있어서 일반 은행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IMF 당시 일반 은행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은행의 예금계약이 모두 인수은행으로 이전되는 등 예금채권이 보험업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부 보호되어온 반면,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그러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그 처리과정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금융현실상 일반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상결정에 의하면 결국,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과정에서 예금채권자는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배당을 받게 된다. 통상 상호저축은행의 일반채권자는 대부분 다른 금융기관으로서, 본건 사안에서는 상호신용금고연합회가 일반채권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예금채권자들은 상호신용금고연합회와 동일한 순위에서 안분비례에 따른 배당을 받게 될 것인바, 이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되고 기능하는 상호신용금고연합회의 이익을 위해 거꾸로 예금자의 이익을 해하는 모순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대상결정의 반대의견).” 뿐만 아니라 이는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의 성격차이에 비추어 타당하지 못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은 모두 채권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일반채권자는 채무자인 상호저축은행의 예금자우선변제에 따른 변제능력과 회수가능성, 담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금전을 대여한 것인 반면, 예금채권자는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가, 감시·감독을 신뢰하고 금전을 (대여한다기보다) 예치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과 보호의 필요성이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상결정에 의하면,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정리금융기관)는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배당을 받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나 정리금융기관이 취득한 예금채권은 예금자에게 사실상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로서, 예금보험공사로 하여금 부실 상호저축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회수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상호저축은행의 도산이 반복되면 이로 인하여 예금보험공사를 부실화하게 할 수 있다. 결국 그로 인한 재정손실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셈이 된다. 2. 결 론 헌법재판소의 결정(다수의견)은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을 다소 오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있다. 여전히 상호저축은행은 그 건전성과 안정성에서 일반 은행과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예금자보호의 현실적 필요성이 현저히 다르다. 또한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은 그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보호의 필요정도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예금보험제도의 보완과 예금보험기구의 부실화방지를 위하여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호저축은행뿐 아니라 일반 은행의 예금채권에 대한 예금자우선변제권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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