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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動機說의 검토
I. 판결이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2. 7. 1.부터 시행된 민사집행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은 민사채무불이행에 대한 간접강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산명시신청에 성실히 응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대하여 바로 형벌을 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위와 같은 형벌조항 대신에 민사집행법상의 특수한 처벌인 監置규정을 신설하여 그 법 제68조 제1항 제1호에서 법원의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는 바, 민사집행법 부칙 등 어디에도 그 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위와 같은 법률의 변경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의 규정을 적용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免訴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위 범죄사실과 판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II. 사실관계와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자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財産明示申請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명령을 하고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5 제1항에 따라 재산명시기일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2002. 7. 1.부터 민사집행법이 시행되었고, 동법 제68조 제1항 제1호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구 민사소송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명시기일불출석으로 기소되었고, 본건 소송에서는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할 것인지 또는 형법 제1조 제1항에 의해 신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면소판결을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항소심인 전주지방법원은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02. 4. 18. 선고, 2001노1264 판결).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본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하였다. III. 문제점 대상판결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의 動機에 따라 法律理念(法的 見解)의 변화에 의한 변경의 경우엔 유리한 신법을 적용하고, 事實關係의 변화에 의한 변경이면 구법을 적용한다는 종래의 동기설적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의 형벌을 부과하던 것에서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점에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이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종래의 동기설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동기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되풀이하여 노정하고 있다. 동기설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의 문언을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으로 축소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해석에 있어선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으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게 된다. 그리고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벌법규의 구성요건과 가벌성에 관한 규정에 준용되는데, 위법성 및 책임의 조각사유나 소추조건 또는 처벌조각사유인 형면제사유에 관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유추적용하게 되면 행위자의 가벌성의 범위는 확대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되는 바, 이는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범죄구성요건을 유추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6도1167 판결)라고 판시하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과 대상판결이 취하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좀더 근본적으로는 원래 限時刑法의 시간적 효력과 관련하여 제시된 이론인 동기설이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원용되고 있다는 점이 논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IV. 평석 원래 動機說(Motiventheorie)은 한시형법의 효력에 관한 독일형법 제2조 제4항의 해석론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법은 행위자에게 유리한 신법의 적용을 규정한 제2조 제3항(우리 형법 제1조 제2항에 해당함)에 대한 예외규정인 제2조 제4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효력을 갖는 법률(한시형법)은 그 유효기간 중에 행해진 범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이 실효한 후에도 적용된다. 단 그 법률이 다른 규정을 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한시형법의 추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형벌권의 확대를 줄이기 위하여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의 경우에는 추급효를 부정하여 신법을 적용하고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변경에 있어서만 구법의 추급효를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벌규정을 축소해석하는 것이 동기설의 등장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설이며, 우리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1도104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한시형법의 追及效를 인정하는 규정을 따로이 두지 않고 있어 이 문제를 형법 제1조 제2항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제1조 제2항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동기설을 채택하게 되면 동기설은 독일형법의 해석에 있어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동기설에 따른 해석은 단순한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넘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을 하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 동기설의 취지를 한시형법의 경우를 넘어서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적용함으로써(대법원 1984. 12. 11. 선고, 84도413 판결 참조)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점은 앞으로 연구가 더 요구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기설은 법률변경의 동기가 법률이념의 변화인지 사실관계의 변화인지에 관한 명백한 구별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는 법률이념의 변천으로 종래의 규정에 따른 처벌 자체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상황의 변화에 따른 식품접객업소의 영업시간제한 필요성의 감소와 그 위반행위의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특수한 정책적인 필요 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취하여진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를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것으로 취급하였는데(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도764 판결), 그러나 영업시간의 제한을 해제한 데에는 영업시간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이므로 그렇다면 이는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변경의 경우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아 신법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형법 제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함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고 있음은 일응 다행이라고 보겠지만,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되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도 동기설을 부정하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2004-02-05
의약품 소송(3)
미국 법원이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두통약 타이레놀을 술과 함께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785만불의 실제 손해배상과 100만불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이다(Benedi v. McNeil-P.P.C., Inc., 66 F.3d 1378). 원고 Benedi는 평소 매일밤 서너잔의 와인을 마시는 애주가로서 1993년 2월 몸살 때문에 5일동안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따름인데 간과 신장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다. 배심원들은 피고 McNeil사가 1992년말까지 60건의 간손상사례를 보고 받았고, 또한 의학학술지에도 타이레놀을 술과 같이 복용했을 때의 간손상 위험이 증대된다는 논문이 여러차례 발표되어 그 위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 McNeil사는 이와 같은 위험에 대하여 경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법원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관련, 매우 엄격한 입장 다른 회사 약과 함께 복용할 때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경고의무 이 사건 이후 타이레놀에는 ‘당신이 하루에 3잔이상 술을 마신다면, 이 약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십시요’라는 Alcohol War ning이 추가되었다. 환자는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약회사는 자기회사의 약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이것이 다른 약과 함께 복용되면 상승작용으로 인하여 부작용의 위험이 높아지는지를 시험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경고할 의무가 있다. 원고 Wagner의 피부과 의사는 그녀의 심한 여드름을 치료하기 위하여 기존에 처방하였던 테트라싸이클린계 항생제 Minocin에 추가하여 피고 Roche사의 Accutane을 처방하였다. 약 50일간 두가지 약을 복용했던 원고는 눈이 잘 안보이고, 두통이 생겨 의사를 다시 찾게 되었다. 검진결과 가뇌종양(pseudotumor cerebri, 약칭 PTC), 즉 약때문에 뇌가 부어 안압상승, 시력저하, 구토, 심한 두통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고의 PTC를 치료하기 위하여 스테로이드요법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뼈에 혈액공급이 감소되어 원고는 골반관절과 어깨 관절을 교체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배심원들은 피고 Roche사가 Accutane의 구조가 비타민 A와 매우 유사하여 비타민 A 중독으로 발생하는 PTC가 Accutane에 의하여 유발되는 지를 확인했어야 했고, 원고가 복용하고 있었던 Minocin도 PTC를 초래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환자가 이 두가지 약을 복용할 경우 상승작용으로 PTC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으므로 피고 Roche사는 Accutane복용시 Minocin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를 했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35만불의 승소평결을 내렸다(Wagner v. Roche Laboratories et. al., 671 N.E. 2d 252). 지금 미국에서는 의약품에 대하여 대규모의 소송들이 여러건 진행되고 있다. Parke-Davis사(Pfizer의 계열사)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동안 190만명이 복용한 인슈린저항성 Type II 당뇨병치료제인 Rezulin이 간을 손상시키는 부작용 때문에 많은 환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다. Parke-Davis사는 Rezulin으로 인하여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61세 여환자인 원고 Sanchez에게 4천3백만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원고와 3천만불에 화해하였다(Sanchez v. Parke-Davis Co., No. 00-6523-F, Nueces Co., Texas, Dist. Ct.). Johnson & Johnson사는 위산역류치료제인 Propulsid가 심장부정맥을 초래하는 부작용으로 집단소송에 걸려있고, Bayer사는 콜레스테롤강하제 Baycol이 근육세포가 근육에서 빠져나가는 횡문근변성을 초래하는 것 때문에 많은 제소를 당하고 이중 1,683건을 화해하면서 6억2천만불 가량을 지급하였고, 갱년기 여성호르몬 치료제인 Prempro를 판매한 Wyeth사는 유방암, 혈전, 뇌일혈 등의 부작용 때문에 집단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jasonha@lawdw.com
2003-11-13
의약품 소송(2)
의약품소송에서 원고들은 제약회사가 개발과정에서 충분한 시험을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된 약품의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면서 문제된 약품에 설계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약회사가 독성시험·임상시험 등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은 부작용은 당시의 과학기술수준으로서는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보아 제약회사의 과실이나 설계결함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른바 「개발위험의 항변」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약회사는 개발과정 또는 판매후 관찰과정(post-marketing surveilance)에서 인지하게된 부작용에 대하여 이를 즉시 적절하게 경고해야 할 의무를 진다. 제약회사는 신약 판매후에도 자체 연구실에서 부작용연구를 계속함과 동시에 부작용보고서를 통해 접수된 field 사례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즉시 발견된 부작용에 대하여 추가 경고를 하고, 부작용이 심각할 경우에는 판매중단조치까지 취하여야 한다. 제약회사가 인지한 부작용에 대하여 적절한 경고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한 판결들이 상당수 있고, 대부분의 의약품소송이 제약회사의 경고의무위반을 문제삼고 있다. 제약회사의 충분한 시험에도 발견 안된 부작요은 회사책임 면제 의사처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약의 부작용은 의사에게만 경고하면 돼 의사의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OTC약(over-the-counter drug)의 경우에는 제약회사는 부작용에 대하여 환자에게 직접 경고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처방약(prescription drug)의 경우에는 제약회사는 원칙적으로 의사에게만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경고를 하면 족하다. 따라서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경고한 문제된 처방약의 부작용을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의료과오소송을 할 수 있을지언정 제약회사를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 이를 「전문가 개입자 원칙」(learned intermediary rule)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learned intermediary rule은 FDA가 사용자를 위한 설명서(patient package insert)를 교부하도록 강제한 경구피임약, 제약회사가 미디어를 통하여 직접 광고한 처방약, 그리고 의사가 일일이 환자를 면담하지 아니한 채 접종을 실시하는 백신의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되고 있다. 피고 Ortho사가 판매한 경구피임약 Ortho-Novum에 첨부된 사용자설명서에는 “이 피임약의 알려진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비정상적 혈전이다”(The most serious known side effect is abnormal blood clotting which can be fatal)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 Carole MacDonald는 혈전으로 인한 위험에 뇌일혈(stroke)이 포함되어 있는 줄 몰랐으며, 만약 stroke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었다면 Ortho-Novum을 복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피고 Ortho사가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배심원은 위와 같은 사용자 설명서 경고문구가 비록 사망의 위험까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stroke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은 경고결함에 해당된다고 평결했고, 이와 같은 배심원 평결은 상급법원에 의하여 확정되었다.(MacDonald v. Ortho Pharmaceutical Corp., 475 N.E. 2d 65) 이 판결은 적절한 경고가 되기 위하여는 제품의 사용으로 인하여 초래될 위험에 대하여 그 위험에 상응하는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specific and intense warning)를 해야한다는 점을 밝힌데 그 의의가 있다. (jasonha@lawdw.com)
2003-10-09
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미국의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
I. 槪觀 정부는 지난 2001. 12.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의 근본 취지는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게된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효율적 구제 수단을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증권시장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기업 비용의 증가, 경쟁력의 약화, 주가하락시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의 대외신인도 추락, 합의금 및 패소 비용으로 인한 기업의 집단도산 초래 우려 등의 이유로 이 제도의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여 왔다. 그런데, 증권집단소송제도를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미국의 경우, 증권집단소송이 전문적 원고(이른바’Professional Plaintiff’)들이 합의금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이들에 의한 남소가 만연됨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집단소송제도의 남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입법과 사법 분야에서의 여러 시도들이 나타나게 되었는바,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1995년 제정된 증권민사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 of 1995)이라고 할 수 있다. II.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 1.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제정前 미국 증권집단소송제도의 展開 우선 절차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미국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는 미국연방민사소송규칙에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바, 동 민사소송규칙 제23조(a)는 집단소송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제23조(b)는 당해 소송의 충분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집단소송의 성립을 위하여 동 규칙이 제시하고 있는 필요조건으로서는 다수성 요건(Numerosity), 공통성 요건(Commonality), 전형성의 요건(Typicality) 및 공정한 보호의 요건(Adequacy of representative)이 있고, 그외 판례법상 인정되고 있는 필요요건으로서는 구성원의 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요건과 대표당사자가 집단의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요건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집단소송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들 요건 전부가 구비되어야 한다. 미국 증권집단소송의 실체법적인 근거는 1933년 제정된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과 1934년 제정된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증권거래법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고, 그 내용은 증권거래위원회 규칙(‘SEC Rule’)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들 법과 규칙 중 증권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허위공시와 기망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제10(b)와 SEC Rule 제10(b)-5인데, 이들 규정은 단독으로 혹은 다른 규정들과 중첩적으로 주장 및 적용된다. SEC Rule 제10(b)-5은 명시적인 배상책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1946년 법원은 판례법상 사기를 이유로 한 제소를 허용하였고 이와 같이 법원이 ‘시장에서의 사기이론’을 수용한 뒤 증권집단소송의 활용이 증대되었다. 2.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制定 증권집단소송제도는 그 근본 취지와는 달리 주로 전문적인 원고들이 치부를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변호사와 대표당사자들은 의뢰인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제소와 화해 여부를 결정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전문적 원고들의 남소는 수많은 기업들이 화해 비용으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게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게 되었고 그 비용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 연방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을 통과시키고 지체없이 시행되도록 하였다. 동법은 대표당사자로 하여금 서약서(Certification by Plaintiff)를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동 서약에서 대표당사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또는 소송전문가의 권고에 의해 당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님을 포함하여 6가지 주요 항목에 관하여 서약하여야 한다. 또한 동법은 대표당사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최근 3년간 5개 이상의 증권집단소송에서 대표당사자나 대리인이었던 자는 법원이 특별히 허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대표당사자가 될 수 없도록 하였다. 특히, 동법은 원고로 하여금 소장에 피고의 어떠한 행위가 원고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인지(‘misleading’)를 기재(‘Particulized Pleading’)하게 함으로써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가 그러한 허위공시 등의 행위를 함에 있어 악의가 있었음을 추론케 하는 사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하였는데(‘State of Mind Requirement’), 이는 원고들이 아무런 증거 없이 일단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증거개시 절차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보완하고 입증 자료를 얻는 이른바 투기적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동법이 소각하 신청이 제기된 경우 증거개시 절차를 중단하도록 한 것(‘Stay of Discovery’)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동법은 남소를 방지하기 위하여 패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으며, 연대책임을 배제하여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였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유도하기 위하여 전망공시에 대하여 책임을 면제하는 이른바 ‘Safe harbor’ 규정을 두었다. 3.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적용된 판례들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시행된 이후 판례의 변화에 관하여는 스탠포드 법대의 Joseph A. Grundfest 교수 등이 발표한 ‘Security Litigation Reform;The First Years’ Experience’라는 보고서에 잘 정리되어 있는바, 이하에서는 동 보고서에 나타난 판례들 중 특히 ‘사기의 강한 추정’(‘Strong Inference of Fraud’) 요건에 관한 의미 있는 몇 개의 판례들, 즉, 증권사기를 주장하는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악의였음을 강하게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한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제21D(b)(2) 규정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1) Marksman Partners, L.P. v. Chantal Pharmaceutical Corp. 927.F. Supp.1297(C.D. Cal., May 21, 1996) 이 사건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에 의한 소송요건 강화가 최초로 언급된 사건으로, 중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국회가 연방항소법원에서 제시한 기존의 기준에 비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을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동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표이사와 CEO들이 소송기간 이전 3년간은 주식을 매각한 바 없으면서도 소송기간 중에 2630만 달러에 회사 지분 20%를 매각한 사실을 들어 이는 사기의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소송을 유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2) Zeid v. Kimberley. 930 F. Supp. 431 (N.D. Cal., June 6, 1996) 원고들은 Firefox Communicati -ons, Inc.와 그 임직원들을 피고로 하여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들이 회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와 매출실적 및 마케팅 프로그램에 대하여 허위공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수익의 인식 및 준비금 적립 등과 관련하여 GAAP와 SEC Rules에 어긋나는 회계처리를 하였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남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원고들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소장에서 충분히 주장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즉, (i) 언제 어떻게 잘못된 보고서가 시장에 전달되었는지 (ii) 회사가 어떤 분석전문가의 보고서를 채택한 것인지, 그리고, (iii) 왜 당해 보고서가 잘못된 것인지가 소장에 충분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동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들은 피고의 행동이 의도되었거나 중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킬 사실을 주장하는데 실패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3) In re Silicon Graphics, Inc. Securities Litigation. 1996 U. S. LEXIS 16989, Fed. Sec. L. Rep. (CCH) 99, 325(N.D. Cal., Sept 25, 1996)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 판례들과는 달리,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기존 연방항소법원에 의해 유지되어 온 악의의 추정 요건을 단순히 성문화한 것이 아니며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의 의식적 행동(‘Conscious Behavior’)을 입증할 정황적 증거를 구성하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주장하도록’ 요구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소송 장벽(‘a higher pleading barrier’)을 입법화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들이 잘못된 보고서에 대하여 이미 내부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기의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에 대해 재소답(‘Repleading’)하도록 결정하였다. (4) Steckman v. Hart Brewing, Inc. No. 96-1077-K (RBB) (S.D. Cal., Dec.24, 1996) 이 사건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시행 이후 원고에게 재소답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바로 소송을 각하한 첫 번째 사례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특정 증권집단소송을 각하하는 경향을 강화하였다고 언급하고, 법원으로서는 ‘원고가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고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통해 화해를 시도하는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1933년 증권법상 청구권에 근거한 원고의 소송을 각하함에 있어서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합리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시행 이후-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의 제정 그러나, 스탠포드 법대의 Joseph A. Grundfest 교수가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제정 이후 2년간 증권집단소송의 추이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그 기대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다. 증권집단소송의 제기율은 예상과 달리 크게 감소되지 아니하였고, 연방법원에의 제소비율은 떨어진 반면 주법원에의 제소율은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이와 같은 증권집단소송이 연방법원으로부터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을 따르지 않는 주법원으로 이동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998년 11월에 주법에 의한 집단소송을 제한하기 위하여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을 일부 수정하는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Securities Litigation Uniform Standards Act of 1998’)이 제정되게 되었다. III. 맺음말 수십년전부터 집단소송제도를 운영해온 미국에서조차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을 제정해가며 濫訴의 폐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쓰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일응 순기능을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남소의 폐해를 마음 편히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입증책임의 문제와 관련하여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집단소송법안이 적용되는 증권거래법 제14조(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 허위기재)등의 규정을 살펴보면 사업설명서등에 허위의 기재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 원고의 충분한 입증이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피고가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다만 피고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책임이 면제되도록 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원고에 대하여 소장에 피고의 詐欺 내지 惡意를 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기재하도록 하고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원고에게 재소답 명령을 내리거나 소송을 각하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 정부안은 미국의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비하여 피고에게 상대적으로 무거운 입증의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보다 높은 濫訴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된 증권거래법 제14조 등에서의 입증책임에 관한 태도를 집단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증권거래법 제14조등을 그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며, 집단소송제도를 통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보다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등 별도의 조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3-05-01
나이트클럽화재소송-미국소송사례탐방-
2백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 때 미국도 최근 두 차례의 나이트클럽 화재로 최소한 백이십여명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참사를 겪었다. 첫번째 나이트클럽 화재는 시카고에 있는 E2 Nightclub에서 지난 2월17일 새벽 2시경 E2 나이트클럽 경비원(Security Guards)들이 고객들간의 싸움을 제압하고자 최루가스를 뿌려 이에 놀란 사람들이 출구로 몰려나갔는데 일부 출구가 잠겨있어 출구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혀 넘어지고 짓밟혀 20여명이 압사하였다. 두번째 나이트클럽 화재는 2월24일 새벽 2시경 로드아일랜드주 웨스트 워윅시 소재 Station Nightclub에서 한때 그래미상 후보까지 올랐던「Great White」라는 하드록 밴드가 연주하면서 불꽃(pyrotechnics)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커텐을 타고 천정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여 최소한 98명이 불에 타거나 압사하여 사망하였다. 이들 화재사고와 관련하여 소송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 E2 나이트클럽 피해자 가족들은 소장에서 나이트클럽 주인에 대해서 ① 출입구를 잠궈놓은 과실, ② 건물로 나가는 적절한 출구를 마련하지 않은 과실, ③ 다중을 제어할 수 있는 보안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과실, ④ 나이트클럽의 수용인원보다 많은 고객을 입장시킨 과실, ⑤ 사려 깊지 못하게 보안요원들로 하여금 최루가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과실, ⑥ 적절한 환기 및 배기시설을 갖추지 않고서 고객을 입장시킨 과실, ⑦ 시카고시 건축법을 위반한 장소에 고객을 입장시킨 과실에 기하여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하면서, 보안회사에 대해서는 보안요원들을 적절히 훈련시키지 않음으로써 고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 최루가스를 뿌리도록 한 과실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고, 시카고시에 대하여는 건물의 안전시설준수여부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한 과실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다. 미국에서 나이트클럽 화재소송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164명이 사망한 1977년 켄터키주 사우스게이트 소재 Beverly Hills Supper Club화재 소송이다. 이 소송으로 유명해진 Stanley Chesley 변호사는 알미늄전선의 과열로 발화되어 PVC전선피복이 탈 때 나오는 유독가스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었다면서, 비록 어느 특정업체의 제품이 사용되었는지를 밝힐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든 제조업자를 상대로 시장 점유율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Enterprise Liability」이론에 근거하여 알미늄전선 제조업체들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에서 배심원들이 11주에 걸친 재판 끝에 패소평결을 내렸다.[In Re: Beverly Hills Fire Litigation, C. No. 77-79(E.D. Ky. Nov. 14, 1979)]. 그런데, 이 평결 후 배심원이었던 사람이 자신이 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기 집에 설치된 알미늄전선을 원고 전문가 증인 말대로 직접 시험해보았더니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이와 같은 시험결과를 다른 배심원들에게 알려주었다고 밝힌 편지를 Kentucky Enquirer 신문에 익명으로 보내 이것이 신문에 실리게 되었다. 이에 원고들은 배심원의 이와 같은 행동은 다른 배심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공정한 배심원 평결을 방해하였다며 항소를 제기하였다. 미연방 제6항소지구법원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새로운 배심재판(new trial)을 하도록 판결하였다.(In Re: Beverly Hills Fire Litigation, 695 F.2d 207) 새로운 배심재판중에 알미늄전선 13개업체들은 420만불에 화해했고, 마지막까지 버틴 GE는 배심원 평결직전에 1000만불에 화해했다. Chesley변호사는 별도로 PVC피복제조업체들을 상대로 화재시 유독가스 발생을 경고하지 않은 것이 결함이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이들로부터 185만불의 화해를 이끌어냈다. Chesley변호사는 이 소송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이 소송은 이후 대규모 집단소송의 효시가 되었다.
2003-03-20
기초의회의원선거 정당표방금지의 위헌성
I. 사건개요 및 결정요지 1998년 6월 4일에 실시된 제2차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의원선거의 경우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의 표방’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으로 칭함) 제84조에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후보자가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1심(대전지방법원)에서는 벌금 3백만원이, 항소심(대전고등법원)에서는 동조 단서에서 허용하고 있는 ‘당원경력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고, 대법원은 금지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전고등법원은 환송사건의 심리중 선거법 제47조 제1항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의 부분과 동법 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의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헌재는 선거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고, 제84조에 대해서만 본안판단을 하여, 헌재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의견을 변경(1999.11.25, 99헌바28 결정 참조),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논거는, 첫째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선거후보자에 대하여 정당표방을 금지하여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정당표방의 금지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바, 우선 그 적합성이 부인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정치형성적 기능이나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에 따른 순기능을 최근 정치환경의 급속한 발전추세에 비추어 볼 때,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일체의 표방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과 균형성의 요청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는 선거법 제84조 본문에서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반면에 단서에서는 정당표방과 분명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 바, 이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허용 또는 형벌과 연계되어 금지되는 의사표현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셋째는 지방선거 중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만을 불리하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자치기능보장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 및 기초단체장선거나 광역의회의원선거는 기초의회의원선거와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견해이다. 특히 정당영향배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치·행정적 기능과 역할, 공천헌금 등 선거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감안할 때 그것이 우선 적용되어야 할 기초단체장선거에서는 오히려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는 바,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게만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II. 평석 1. 개요 전술한 바와 같이 이 결정은 헌재 사상 두 번째의 의견변경이다. 동일한 법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합헌결정이 내려진 후 약 3년 2개월 정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다. 당시 합헌결정에 관여한 재판관 중 8명은 교체되었고, 다른 재판관 두 명과 함께 반대의견을 제시한 한대현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이번 결정에 참여하였다.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이례적으로 위 99헌바28 결정의 요지로서 반대의견의 說示를 대신하는 방법으로 판례를 뒤집을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제정되어 약 30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된 이후 계속 논란되어 온 바, 첨예하게 찬반양론이 대립되어 온 사정은 세 번에 걸친 입법(1990.12.31, 1994.3.16, 1995.4.1)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입법변천의 과정이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대립과 절충의 산물임은 물론이다. 그 타당성 여부는 떠나서 정당참여를 전면 허용한 통합선거법(법률 제4379호) 규정은 실제로 한번도 시행되지는 못하였고, 지방선거 직전에 급조된 나머지 두 번의 입법은 제도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여·야당간의 정략적인 타협을 통한 ‘승리확률 나누어먹기’였다. 2. 정치와 헌법(재판) - 입법형성의 자유 위에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에 대한 입법변천과 판례변경의 배경을 굳이 개술한 것은 그 자체가 정치와 헌법, 정치와 헌법재판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 유용한 소재로서 본 평석의 입론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일차적으로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우선 의회입법자의 일이다. 정당한 가치실현과 배분의 방법과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의 방법과 형식을 규율하고, 가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형성의 한계와 지침을 제시한다. 이러한 헌법규범의 한계와 지침에서 일탈하지 않는 한 정치는 정치에 맡겨져 있다. 입법은 투쟁과 타협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의 과정과 형식인 동시에 그 결과이다. 당부 및 우선순위 등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어떤 정책목적을 설정하고, 여러 수단 중 어떤 수단을 가장 합목적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 즉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다. 본질성이론에 따른 법률유보 또는 의회유보의 원칙이 최종결정권한의 배분에 관한 기준이라고 한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배분된 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책임정치의 자유이다. 전자가 의회와 행정부간의 권력분립을 대상으로 한다면, 후자는 의회와 헌법재판소상호간의 권한배분, 즉 헌법재판소에 의한 입법통제의 가능성과 한계의 문제와 연계되는 바, 이 둘은 대상은 달리하지만 권력분립의 문제에 대한 판단준거라는 점에서는 같다. 따라서 본질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옳은 결정’ 또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funktions- gerechte Organstruktur)’의 논리형식, 즉 결정의 주체, 즉 기관의 구성과 조직, 의사형성 및 결정의 절차와 형식 등의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최종결정권을 배분하는 관점은 입법형성의 자유의 범위와 그 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단순히 결정의 실질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방법의 정당성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이렇게 본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헌법재판의 통제밀도의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로 이해되고, 이는 결국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정치와 헌법재판의 적정한 분계선 설정의 문제로 귀착된다. 입법형성의 자유는 그 영역과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 법리적 설득력은 전술한 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입법자를 전제조건으로 해서만 인정된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지방자치운영의 현실과 제반 정치환경의 현황과 발전추세 등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야 하고 또한 선거와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타협과 절충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비교적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정치문제’(political-question)의 하나이다. 그러나 또 한편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 입법자의 입법형성이라는 점에서 헌법상의 민주적 선거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그 자체가 지방자치의 제도보장에 내포되어 있는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헌법적 한계가 분명한 문제이다. 이 한계 및 한계유월 여부의 확인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한다. 이러한 양면성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법통제에는 과단성과 함께 절제가 요구된다. 전술한 입법변천의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허용할 만한 입법자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방적이고 성급한 ‘사법자제’(judicial self-restraint)의 요청을 반박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는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무제한 입법후견인의 입장에서 정치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한 시각은 논리학 용어 그대로 ‘발생학적 오류’일 뿐이다. 3.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 헌법재판을 통한 입법통제의 적정한 범위와 양식은 ‘기능적 한계’(funktionelle Grenzen)의 관점에서 사안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차별화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그 적정성을 검토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의 논거는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이다. 이 중 우선 명확성원칙 위배의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정당표방과 당원경력의 표시가 선거현실에서 분명하게 구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대법원과 하급심법원이 상반된 해석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동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입법으로서는 법령체계상 중대한 결함이 의심되고, 더구나 이 해석의 불분명함이 형벌권행사의 예측불가능성으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헌재의 엄격한 헌법해석과 적극적인 입법통제가 요구되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의 판단은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여기에서 지방자치제도 운영의 실태나 지방선거의 현실, 기타 제반 정치환경의 발전추세 등에 대한 헌재의 판단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비교평가의 내용상의 당부는 논점에서 배제된다. 또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 허용의 당위성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접근·판단 자체와 결정형식의 적정성 여부이다. 헌재가 이 두 가지 원칙과 관련하여 제시한 위헌의 논거는 대부분이 정당운영 및 선거문화 등의 정치현실과 정치환경의 발전추세나 기타 지방자치제도의 운영 등에 대한 정책적·정치적 판단들이다. 적합성원칙의 위배의 이유로 지적된 정책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이나, 이에 대한 논거로 제시된 정당표방의 허용과 지방분권 및 지방자율성의 저해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이 그러하다. 또한 균형성의 원칙과 관련, 지역주의의 상대적인 약화나 혁신정당의 제도권 진입, 1인 2표의 정당비례대표제의 시행 기타 상향식 공천제도의활용 등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당정치와 지방선거문화의 발전에 대한 전망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취급의 이유로 제시되는 바, 즉 정당영향의 배제 또는 정당참여허용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단체장과 의회의원 선거가 ‘서로 법적으로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나, 정당영향배제의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초의회의원보다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우선 해당된다는 인식도 정치적 사실의 확인에 해당된다. 어쨌든 헌재의 이러한 사실확인과 전망에 터잡은 판단은 이전의 합헌결정과는 상반된 것인 바, 이는 결정적으로 지난 3년여 세월에 담긴 정치환경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따른 결론이다. 최근 대선과정을 통해서 지방분권이 새삼 국정의 중심어젠더로 부각되고 있는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도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의 관점에서 앞으로 정치·사회적 구조와 정치환경변화의 불확실성만을 감안하여도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형성과정을 통해 재론·정리되어야 할 사항이 아니었는가? III. 결론 원 사건이 발생된 충남 공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지방의 정치사회구조와 지방선거현실에 대한 인식, 특히 대도시와 큰 차이가 있는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公論場의 모습 또한 그 속에서의 정당의 역할을 비롯한 사회·문화적 특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대내외적인 권력구도와 권한행사의 구체적인 양상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헌재의 획일적인 인식과 미흡한 이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평가의 정확성 여부나 결론의 원론적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다만 과연 이러한 정치현실과 정책수단의 합목적성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헌재의 몫이 될 수 있는지, 헌재가 대체입법자 또는 입법후견인으로 나서서 정치적 형성기능을 전면적으로 대신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깊은 이론적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헌재가 미흡한 입법자를 대신하여 지방자치와 정치발전의 선도자로 나서야 할 당위성과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결정은 성급하고 지나치게 단호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법률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면 선결하는 내용의 위헌결정 보다는, 입법개선을 촉구하되 재량의 기회와 여지를 남겨두는 헌법불합치결정이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2003-03-17
-석면소송(하)-미국소송사례탐방
석면과 관련하여 두번째로 널리 알려진 판결은 1982년에 선고된 Beshada v. Johns-Manville Prods.(447 A.2d 539, 1982)사건이다. 이 사건은 과실책임이론이 아닌 엄격책임(Strict Liability) 이론하에서는 피고 제조회사가 비록 석면의 위험성에 대하여 알 수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와 같은 위험을 경고하지 않은 것을 경고결함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이른바 과학·기술수준항변(state-of-the-art defense)을 배척하였다. 이 판결은 발견할수 없었던 위험에 대하여 경고하지 않은 것을 경고결함으로 보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하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 후에 다른 소송에서 석면제조회사들이 석면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를 이미 알고 있었고 나아가 이와 같은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들을 취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와 같은 비판이 사실상 수그러들게 되었고, 다만 그후 의약품의 경우에는 Beshada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를 확인하는 판결이 내려졌다(Feldman v. Lederle Laboratories, 479 A.2d 374, 1984)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사항은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 제4조 2항은 제조물계속감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판매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제조물의 위험에 대하여 연구하고 위험이 발견된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설계변경, 추가경고, 리콜 또는 판매중단의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자들은 제조물판매후에 제품의 위험이나 부작용에 대해 나몰라라 할 수 없으며 계속적으로 제품의 위험에 대하여 연구분석하고 발견된 위험을 감소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석면소송과 관련해서 세 번째로 중요한 판결은 얼마전에 선고된 Norfolk & Western Railway Co. v. Ayers 판결인데, 이 판결은 석면으로 인하여 석면침착증(Asbestosis)을 앓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향후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증가된 것과 관련하여 고통받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은 현재 발생하지 않은 폐암에 대하여 단순히 폐암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근거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피고측에서 미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여 미 연방대법원이 이점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판결을 할 예정으로 있는데, 현재 발생하지 않은 질병에 대하여도 단순히 발생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서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석면소송은 여태까지 미국 소송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송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말까지 60만명이 석면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 계속해서 소송제기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피고로 지목된 회사가 6000개가 넘었으며, 이중 1980년대에 16개, 1990년대에 18개,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Owens-Corning Fiberglass, W.R.Grace 등 22개의 회사가 파산 또는 회사정리절차를 신청했다. 근래에는 자동차회사, 석유회사, 보일러제조회사, 전자제품회사등 석면을 부품으로 사용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석면이 공기중에 날아다니는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도록 한 회사들에 대하여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미화 540억불이 석면소송관련비용으로 지급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2650억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면소송으로 인하여 파산한 회사중 대표적 회사는 Johns Manville사인데 이 회사는 1982년 회사정리 절차를 신청하고 1986년에는 석면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신탁기금(Manville Personal Injury Settlement Trust)을 설립하여 석면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1991년 1월까지 Manville Trust는 무려 17만건의 손해배상청구를 접수, 기금이 바닥나게 되어 파산법원에 배상계획안의 수정을 요청하였고 1995년에 원래 손해배상지급액의 10%만을 지급하도록 수정되었으나 다시 2000년에 들어서 손해배상청구가 급증함에 따라 2001년 7월에는 손해배상액의 5%만 지급하겠다고 신탁기금관리책임자가 공표하였다. 석면소송은 엄청난 손해배상청구 건수와 규모 때문에 연방집단소송제도를 활용하여 모든 손해배상청구를 일거에 해결하는 Global Settlement를 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는데, 미연방 대법원이 1999년 6월에 Borel 소송으로 유명한 Fibreboard사가 추진한 Global Settlement안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Global Settlement로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연방대법원 7:2의 판결에서 Firreboard사가 손해배상청구를 충족시키는 재원으로 회사자산을 너무 적게 내 놓았고, 집단소송 참여자들중에 상호이해가 상충되는 소규모 집단은 각각 독자적인 변호사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서 Global Settlement를 파기하였다(Ortiz et al. v. Fibreboard Corp. et al.) 이 판결이후 석면소송이 회사정리절차 또는 파산절차에서 집단으로 해결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처리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석면소송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2002년 10월 일본 요코하마지방법원이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미해군 함정에서 작업한 일본인 근로자 17명에 대하여 약 20억원 상당의 승소판결을 내린 사실이다. 석면은 미해군함정의 스팀파이프의 단열재로 사용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일본인 근로자들이 폐암, 진폐증에 걸렸다는 사실이 일본에서도 인정되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 이어 석면소송이 제기되고 판결이 선고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2003-02-17
재건축결의 하자 추완과 매도청구권행사의 효과
Ⅰ. 사건 개요 S재건축조합은 1995. 5. 28. 창립총회에서 재건축결의를 하고, 1996. 4. 5.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재건축 미동의자인 피고 이모씨에 대하여 같은 해 5. 23.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재건축 참여 여부를 묻는 최고서를 발송하였다. 당시 S재건축조합은 단지 내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의 재건축동의를 받았으나 피고가 속해 있는 3동 건물 구분소유자는 40명중 31명만이 재건축에 찬성하고 있었다. 한편 1996. 11. 29.부터 1997. 6. 19.사이에 당초 재건축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였던 3동 건물의 구분소유자 7명이 뜻을 바꾸어 추가로 재건축에 찬성함으로써 위 동에 대하여도 구분소유자의 5분의 4가 재건축에 참여하였고, 조합은 1997. 7. 8. 피고에게 다섯 번째 최고를 하였으며, 원고 조합의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48조가 규정한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전제로 한 구분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의 소장 부본이 같은 해 7. 19.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위 소송이 진행 중이던 1999. 6. 21. 원고 조합은 1997. 7. 8.자 최고에 따른 매도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 조합이 1997. 7. 8. 피고에게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하였으나, 피고가 2개월이 경과하도록 이에 대하여 회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 조합의 매도청구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부본이 1997. 7. 19. 피고에게 송달되어 그 매도청구가 비록 1997. 7. 8.자 최고로부터 2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진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1997. 9. 8.에 이르러 최고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됨으로써 그 하자가 치유되어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에 1997. 9. 8.자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 Ⅲ. 대법원판결의 요지 추가로 재건축에 찬성한 구분소유자로 인하여 3동 건물의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이 재건축에 찬성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초 정족수 미달로 무효가 된 최초의 재건축 결의가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정족수가 추완된 때부터 비로소 종전의 결의가 유효하게 되거나 혹은 그 때 새로운 결의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이라 할 것인데, 가사 그렇게 본다고 하더라도 그 때 비로소 발생한 원고조합의 매도청구권은 새로이 같은 법 제48조 소정의 최고를 거친 다음 적법한 행사기간(위 1997. 7. 8.자 최고를 기준으로 하여 1997. 9. 8.부터 같은 해 11. 7. 까지)안에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원고조합이 그 행사기간 경과 후에 새로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예비적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적법한 매도청구권의 행사로 볼 수 없음은 물론, 그 행사기간 전에 최초의 재건축결의에 의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새로이 발생한 매도청구권의 행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 Ⅳ. 재건축결의와 매도청구권의 관계 1. 재건축결의와 매도청구권에 관한 일반론 재건축은 구건물의 철거와 구분소유권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재건축불참자를 구분소유관계로부터 배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에 재건축불참자의 입장에서는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적 불이익을 입어서는 안되므로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단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집합건물의소유에관한법률 제48조는 재건축참가자의 불참자에 대한 구분소유권 등의 매도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인정되는 재건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므로 재건축불참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헌재 97헌바 73, 98헌바60,62.결정, 대법원 97다49398판결 등 참조). 한편 이러한 매도청구권은 집합건물법이 정한 대로 단지 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과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이상의 유효한 재건축결의가 전제되어야 한다(제47조 제2항, 대법원 2000. 11. 10.선고 2000다 24061판결 참조, 1999. 2. 8. 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은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정). 재건축결의가 성립한 때에는 집회를 소집한 자가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재건축에의 참가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하여야 하고, 최고를 받은 구분소유자는 2월 이내에 회답하여야 하며, 회답하지 않은 구분소유자는 재건축에 참가하지 아니할 뜻을 회답한 것으로 본다(동법 제48조 제1항 내지 3항). 미동의자로 확정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재건축결의에 찬성한 구분소유자 등은 최고가 도달한 날로부터 2월이 경과한 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동법 제48조 제4항). 집건법상의 매도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보통은 구분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의 소장부본의 송달로) 당사자사이에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되며, 회답기간 만료일로부터 2월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매도청구권은 소멸한다(대법원 2000. 6. 27.선고 2000다11621판결) 2. 매도청구권과 관련한 재건축실무 재건축추진현실을 보면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재건축 동의서를 받아 확보된 동의서가 전체 구분소유자 및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5분의 4(주택건설촉진법의 개정이후에는 각 동별로는 3분의 2)이상이 되면 추진위원장의 명의로 조합설립총회 개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조합설립총회에 구분소유자의 5분의 4가 참가하여 재건축을 결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집합건물법이 정하는 서면동의를 통해 재건축결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에게 받는 재건축동의서는 집합건물법이 정한 건물의 철거 및 신건물의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산액,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지 않은 막연한 내용이고, 결의정족수 충족도 조합설립인가가 나고 사업계획승인을 앞둔 시점에서야 이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측에서는 신속한 사업진행을 위하여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소송을 남발하여 왔고, 하급심에서는 소송 진행 중 결의정족수가 충족되면 재건축결의의 하자치유와 매도청구권 행사의 소급적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조합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매도청구소송에서 미동의자들은 조합이 재건축결의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항변하는데 소송 진행 중 추가동의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패소에 이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조합은 결의정족수를 충족한 후 새로운 최고나 매도청구의 의사표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조합이 결의정족수 충족을 위하여 과도한 비용으로 미동의자 중 일부를 회유하고 나머지 미동의자의 구분소유권은 소송을 통하여 확보하는 편법도 이용되곤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의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소송은 대부분 조합승소로 귀결되었고 조합집행부의 일방적 사업진행과 남소의 폐해가 증가되었다. Ⅴ. 본 판결의 검토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재건축결의의 하자 추완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재건축결의에 관한 실무의 현실은 대다수의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집합건물법이 정한 ‘재건축결의’가 아닌 단순한 ‘재건축동의’를 받아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할관청도 창립총회의사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단순한 재건축동의를 재건축결의로 인정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있다. 미동의자나 조합원들의 조합을 상대로 한 소송은 서면에 의한 재건축결의가 인정되는 이상 패소로 귀결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단순한 재건축동의서를 제출하였던 조합원들이 추후 집합건물법이 정한 내용이 포함된 재건축결의서를 제출하거나, 미동의자 중 일부가 번의하여 재건축에 찬성하게 되면 결의정족수가 충족되어 하자가 치유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수 구분소유자가 재건축 추진에 동의하고 있는 이상 한 번 이루어진 절차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비경제적이고,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추진위원회에게 재건축결의의 엄격한 요건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에 비추어 지나치게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건축결의 하자 치유 내지 추완을 인정한 대법원 판시는 올바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재건축결의의 하자 추완이 이루어진 경우라도 애초의 재건축결의를 전제로 한 매도청구권행사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이다. 집건법상의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수의 구분소유자와 미동의 구분소유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수단이자, 법적요건을 갖추어야만 인정되는 형성권이다. 따라서 매도청구권 행사당시 그 법률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면 형성권행사 효과로서의 법률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고, 뒤늦게 법률요건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새로운 형성권의 행사가 없는 한 이전의 매도청구권 행사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형성권에 관한 일반법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결의 하자의 치유 내지 추완과 이로 인한 매도청구권 행사의 소급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조합의 매도청구권 남용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합이 추가동의로 재건축결의요건을 갖추었다면 최소한 하자추완 이후에 이에 따른 최고와 회답기간을 부여하고 매도청구권행사 기간 내에 매도청구소송을 진행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원심판결 취소사유로 이러한 점을 명백히 지적함으로써 재건축조합의 절차준수의무를 강제한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하자 치유 내지 추완을 명백히 인정하지 않은 채 가정판단에 그쳤고, 하자 치유 내지 추완이 인정되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판단에까지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재건축에 관하여 중요한 쟁점이 되고 많은 재건축현장의 관련 소송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관하여 최고 법원의 입장을 명백히 밝혀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Ⅵ. 마치며 재건축과 관련하여 많은 구분소유자들이 재건축제도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심각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아직 몇 십 년은 더 쓸만한 주택을 허물고 새로이 주택을 건설한다는 점과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원만했던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투기세력과 건설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수가 재건축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여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묻히고 그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소유자들이 조합에 깨끗이 승복하고 재건축사업에 탈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재건축조합이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과 협조를 통하여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조합이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사한 후속 판례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2002-11-14
유료직업소개사업 허가제의 위헌성
Ⅰ, 들어가는 말 1996년 10월31일, 헌법재판소는 (구) 職業安定및雇用促進에관한法律(1967.3.30. 법률 제1952호로 제정되고 1989.6.16. 법률 제4135호로 최종 개정된 것) 제10조제1항 등 違憲訴願에 관한 93헌바14의 결정에서,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위 법의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상의 「職業紹介」라 함은 「구인자와 구직자간」에 「雇傭契約」의 「성립을 斡旋」하는 것이다(법 시행령 2조1항). 그러한 점에서, 1998년 2월24일 제정되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派遣勞動者保護등에관한法律」에 따른 근로자파견 즉 「자기가 고용하는」근로자를 「타인의 지휘·명령을 받아」「타인을 위하여」「근로에 종사케 하는」파견의 개념과 똑같지는 아니하지만, 「有料」직업소개사업은 일정 대가성을 전제로 하면서 그 대상이 근로자의 노동력이며 이를 알선하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供給契約에 의하여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시키는 사업인 「勤勞者供給事業」(법 3조1항)과 성격이 유사하기에, 유료직업소개-근로자공급-근로자파견 간의 比較에 따른 評釋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Ⅱ, 事件의 槪要·經過 및 憲裁의 決定1, 事件의 槪要 이 사건은, 청구인들이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였다는 공소사실과 구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이 법률은 1994년1월7일 법률제4733호의 「職業安定法」으로 대치되었다. 직업안정법에서도 (구)법에서와 같이 「有料」직업소개사업의 경우 「國內」유료직업소개사업이라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國外」인 경우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법 19조) 제30조, 제10조제1항을 적용 법조로 각 기소되어 그 사건(92고단2411)이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계속중 위 법률 제10조제1항(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2항(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의 종류·요건·대상 기타 허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92초5384), 1993. 4. 26. 기각되자, 같은해 5.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헌법재판소 판례집 제8권 2집(1996), 426면 참조). 2, 請求人들의 主張과 關係機關의 意見 請求人들의 주장은, 「직업안정법 제10조제1항에서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대한 허가제를 실시하여 국민의 기본권적인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하면서도 허가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한계의 설정을 예측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도 법률에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법 제10조 제2항에서 허가의 종류, 요건, 대상 기타 일체사항을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 난 위헌법률이고 또한 헌법 제15조가 보호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다.」는 것이다. 法院의 違憲提請棄却理由는, 「직업소개사업은…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긴 하나…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 또한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직업소개사업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므로…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만으로도 명확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 난 것이 아니다.」(헌판집 8-2, 427-428면). 勞動部長官의 意見도 대체로 법원의 이유와 같다(헌판집 8-2, 428-429면). 3, 憲法裁判所의 判斷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쟁점 내지 판시사항은, 직업안정법 제10조제1항 유료직업소개사업의 허가 규정이 직업선택의 자유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 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유료직업소개업도 헌법 제15조에서 보장하는 직업에 해당」하며 (헌법판례집 8-2, 430면), 직업소개업무는 성질상 사인이 영리목적으로 운영할 경우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상의 위험, 근로조건의 저하, 공중도덕상 해로운 직종에의 유입, 미성년자에 대한 착취, 근로자의 피해,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위 법률 제10조제1항에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정당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치어 볼 때 합리적인 제한이고 직업선택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하였다(헌판집 8-2, 432면). 또한 「유료직업소개사업의 허가는 금지된 영업의 자유를 회복하여 주는 것이고, 그 허가기준을 미리 법률로 상세하게 정하기는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 법 제10조제2항에서 더욱더 구체적으로 허가기준을 정하지 아니하였다고하여 포괄위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헌판집 8-2, 433-434면). 裁判官 김진우, 황도연, 이재화, 조승형은 反對意見에서, 「위 법률 제10조제2항은 기본권침해영역을 규율하면서 간접적으로 형사처벌을 위한 구성요건을 정하는 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그에 관한 입법의 위임은 명확성·구체성의 요건이 엄격히 갖춰진 경우에 한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그 法文…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살펴보아도 국민이 직업소개업의 허가에 관한 요건의 기본적 윤곽을 이끌어 낼 수 없으므로 입법위임에 있어서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Ⅱ, 憲裁決定의 評釋 헌법재판소가 내린,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대한 「허가」를 정한 법 규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포괄적인 위임입법도 아니어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논점은 모두 「유료직업소개업」의 「의의」가 법 규정상 명확하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가려지는 사항이므로, 이에 주목해서 평석을 행하고자 한다. 1, 有料職業紹介事業의 法制的 意味 유료직업소개사업은 노동부장관이 결정한 요금을 받고 행하는 직업소개사업이다(구 직업안정법 시행령 2조6항). 즉 일정한 對價를 받고 행하는 직업소개이다. 이때 「직업소개」라 함은 「구인자와 구직자간에 雇傭契約의 성립을 斡旋하는 것」이다(법 시행령 2조1항). 그렇다면 「유료」직업소개사업은, 供給契約에 의하여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시키는 사업인 「勤勞者供給事業」(법 3조1항)과 그 성격이 유사 내지 같다고 하겠다. 고용계약이나 공급계약 모두 「사람의 노동력」을 대상으로 하며, 「공급계약」이란 구인자와 구직자간의 「노동력」의 성립을 알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공급이나 알선은 계약이기에 유료직업소개업은 민법상의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아, 직업안정법상 자체의 제한을 論外로 하는 한, 유료직업소개업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지 않는 한 무효로 되지 아니하고(민법 제103조 참조), 민법상 雇傭(제655-663조)과 都給(제664-674조) 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 누구라도 당연히 이를 행할 수 있다. 나아가 상법(제46조제5호)에서는 「勞務의 都給의 引受」를 「營業」으로 하는 것을 상행위로 보므로 누구라도 자기명의로 그러한 행위를 영업으로 행하면 상인으로서 자유로이 행할 수 있다. 다만 유료직업소개업의 목적물은 물질적 객체가 아니라 사람의 노무 즉 勞動力이다. 때문에 그 노동력의 주체인 근로자의 권익보호라는 입장에서 이에 관하여 정한 최고의 규범인 憲法에서 인정하는 근로기본권(헌법 32조 및 33조)에 합치되는 범위 내에서의 직업소개업이 인정된다. 기본권은 그 객관적 가치질서로부터 나오는 파급효과에 의하여 사인간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때 유료직업소개업의 許·否 判斷의 기준이 되는 規範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에 노력하여야…」한다는 조항이며(헌 32조1항1문, 2문전단), 공급자 즉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직업의 자유이다(헌 15조). 따라서 그와 같은 양 基本權的 價値간의 調和關係의 적절한 판단이 중요 부분이다. 노무의 도급의 인수에 관한 계약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헌법 10조2문), 다만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 제한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은 보호된다(헌 37조2항 참조). 구체적으로 유료직업소개업 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을 위한 사회적·경제적 방법에 해당되어야 하고 나아가 근로의 권리의 보호 관점에서도 제한된다. 물론 그것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의 제한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勤勞基準法 제8조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노동력의 중간착취의 원칙적 금지 즉 유료직업소개업 내지 근로자파견 또는 근로자공급「業」의 원칙적 금지를 정한 것이다. 이때 「타인의 就業에 介入하여」라 함은 근로관계의 당사자간에 제3자가 개재해서 근로관계의 개시 및 존속 등에 관하여 알선 또는 주선을 하는 등 그 근로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관여를 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되므로(日本最高裁 1956. 3. 29.), 명칭이 유료직업소개업이든지 노무의 도급의 인수이든지 근로자 공급사업이든지 또는 근로자의 파견이든지 금지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특정의 직업에 한하여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할 수 있는 바, 그것이 (구) 職業安定法이므로 제10조제1항의 법 규정이 직업의 자유(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자만 사업이 가능하므로)와 포괄적 위임입법금지(기본적 사항이 법률아닌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과잉금지(명백·현존의 위험이 없음에도 노조외의 자에게는 사업을 금지하므로), 그리고 신체의 자유(그 자체의 위헌·무효인 조항에 근거한 처벌이므로)를 침해하는 위헌규정인가의 여부가 논의된다. 2, 有料職業紹介業의 槪念과 範疇設定 不明確性에 기한 違憲性 유료직업소개업은 공급사업주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있는 근로자파견사업과 그러한 관계가 없는 근로자공급사업 등과 구별하면서 그 합법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이때 유료직업소개업에 대한 허가제나 신고제는 알선자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일반적으로 고용관계에 있다면 누구나 그러한 소개업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공급사업주와 근로자간에 ① 고용계약 관계가 없음, ② 사실상 지배관계가 있음, ③ 고용계약 관계가 있음 등의 어느 경우에 속하느냐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행하는 유료직업소개업은 불법이 되든지 아니면 노동력 공급사업까지 포함해서 누구나가 상행위로서 행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 되든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료직업소개업」에 대한 개념이 법에는 규정되지 아니하고 법 시행령에서, 「노동부장관이 결정한 요금을 받고 행하는 구인자와 구직자간의 고용계약의 성립을 알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법 시행령 2조1항, 6항). 그런데 이 조항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한 알선자와 사용자 사이의 공급계약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그 알선자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간의 법률적 관계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는 등, 槪念設定이 不明確하게 되어 있다. 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어떠한 범주의 설정도 동 조항이나 시행령에서는 정하지 않고 있다. 자기의 지배관계(사실상 지배관계나 고용계약관계 모두를 포함)하에 있는 근로자를 타인의 요구에 따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유료직업소개업인지, 알선자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없을 때에도 그에 속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개념 설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유료직업소개업에 관하여 정한 직업안정법과 동 법 시행령의 해당 조항은 불명확성을 지닌다. 결국 유료직업소개업이 지니는 근로자공급사업이나 근로자파견사업과의 한계를 확실하게 가리지 아니 하는 한, 위 법은 包括的 委任立法의 禁止라는 헌법 제75조에 위반되는 위헌규정이다. 유료직업소개업의 개념을 「사실상의」 지배관계나 계약관계가 있는 경우로 볼 경우에도, 위 법과 동 시행령에 따르면 반드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받지 아니 했을 때에는 형사벌을 받는 만큼, 허가를 받아야 할 사업의 의의와 범주에 대한 정의와 기본되는 사항은 중요사항으로서 최소한 법률에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시행령에 규정함은 헌법 제75조의 包括的 委任立法禁止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불명확한 구성요건 규정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형벌법규의 明確成을 요구하는 罪刑法定主義(헌 12조, 13조)에 위배되며, 법률이 아닌 명령에 의한 처벌이라는 점에서도 法律없으면 범죄없다는 원리에 어긋난다. 3, 職業自由와 勤勞基本權의 規範的 不調和性에 기한 違憲性 직업안정법이 유료직업소개업을 특히 제한함은 알선된 근로자의 근로권의 보호를 위해서이며, 그러한 취지는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알선 사업주의 직업 내지 영업의 자유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제한이 된다. 따라서 직업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업에 대한 노동부장관의 허가는 알선 사업주의 직업의 자유와 알선된 근로자의 근로기본권이 規範的으로 調和되어야지, 알선 근로자의 근로권만이나 알선사업주의 영업의 자유만을 무한으로 보장하는, 양자택일의 利益衡量에 의한 법 규정 형식은 어느 한 기본권을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잉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직업안정법에는 최소한의 본질적인 중요사항만을 정해야 함에도, 그 개념과 범주가 불명확한 유료직업소개업이라는 용어, 노동부장관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허가제 등 국가영역에서의 권위적인 裁斷만 있을 뿐, 社會領域에서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이냐에 관한 헌법규범적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유료직업소개업을 하고자 하는 자의 직업의 자유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제한되어 법앞의 평등(헌 11조)에도 위배된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가 1933년(제34호) 유료직업소개협약(Free-Charging Employment Agencies Convention)을 개정한 1949년의 제96호 협약에서 영리목적의 유료직업소개소의 폐지 및 기타 직업소개소의 규제를 하든지 아니면 유료직업소개소의 전반적 규제를 하는 것중의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을 규정했음을, 우리는 참작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승인한 국제법규」(헌법 6조1항)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인정되어 위 위헌소원 사건에서의 판단에 참조될 수 있다. 결국 규범적 가치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거나 국제적 태도에서 보거나 구 직업안정법상의 유료직업소개업의 규정내용은 헌법 제37조제2항의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한계범주를 넘었다. 즉 알선 사업자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 目的의 正當性은 인정될 수 있으나 제한방법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없이 일절 허가를 받은 자 외에는 근로자의 노무의 도급의 인수로서의 성격이 있는 유료직업소개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適切性을 지니지 못한다. 그리하여 일반 국민이 받게 되는 경제적·사회적 피해가 직업의 자유의 본질뿐만 아니라 평등권을 침해할 정도의 過剩이고, 나아가 단순한 행정 질서벌인 과태료에 그치지 아니하고 형사상 처벌도 과하는 점에서 그 制限의 最小性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알선된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보호와의 법익 형량에서도, 규범조화적 해석에 의한 實質的 調和의 考廬에 따른 입법이 되지 못함으로써, 균형성 역시 지키지 못하였다. 현실적으로도 유료직업소개업의 범주설정이 명확히 되어 있지 아니 하여, 필요한 단속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량한 사업자가 사회적 방법에 의하여 행하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도 막게 되는 등, 사실상 취업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권익만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오히려 가져 올 수 있다. Ⅲ, 결 론 유료직업소개사업-근로자공급사업-근로자파견사업 등 각 제도의 한계를 「법률상」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구) 직업안정법상의 유료직업소개사업의 허가에 대한 제10조1항과 제2항은,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 3권, 그리고 행복추구권 등에 합치하지 않는 違憲 條項으로 評價된다.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법률」이 제정되었음은 헌법재판소의 위 합헌결정이 「立法論上으로도」타당성이 부족함을 반증하는 예이다.
199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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