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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와 소멸시효 중단사유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3313 판결의 후속판결로써, 위 판결에서 다루어진 쟁점이 동일하게 다투어진 것이다. 쟁점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즉 과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체결된 명의신탁 약정의 경우에 명의수탁자는 어떠한 내용의 반환의무를 부담 하는가 또한 그러한 반환의무는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인가이다. 이러한 논의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성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위 2009다23313 판결에서 이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담하는 반환의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근간은 본건 대상판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위 사안에서의 원고 피고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둘러싸고 항변과 재항변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대상판결은 원고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유형의 명의신탁인지 밝히고 있지 않았고,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2009다23313 판결을 참조판례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 대해 유형론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따라서 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내용은 언제나 부동산 자체(=등기명의의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으나(박재혁, '부동산명의신탁의 3대 과제', 진원사(2012. 11.) 참조), 이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를 소멸시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대법원의 시각에서 본건 대상판결을 위 2009다23313 판결에 비추어 재음미해 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1) 원고는 피고의 처삼촌이고, 피고는 1977년경 원고가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상무이사의 직에 오르기까지 승진하였고 1997. 5.경 퇴사하였다. 2)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는 매매계약서상 1989. 4. 24. 매도인 ○○○로부터 위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1989. 6. 12.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원고는 위 토지에 대한 등기필증을 보관해 오고 있다(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신청으로 2004. 7. 1.경 토지가 분할되고, 분할된 토지의 등기필증은 피고가 보관함). 3)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토지분) 납부고지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원고 회사 직원에게 건네주어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해 왔고, 피고가 대외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보유함으로 인하여(=소유자별 토지분 과세표준 합산과 누진세율 적용으로) 종합토지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되자 그 증가분 상당액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정산을 받아 왔으며(같은 사유로 증액된 의료보험료에 관하여도 정산을 받음), 반면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토지분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소 제기 후인 2009. 9. 28. 처음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원고는 언제든지 위 약정을 해지하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피고는 위 법 시행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소는 유예기간이 경과한 날인 1996. 7. 1.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점유 사용하여 온 경우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는 위 법률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위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종합토지세 등 정산금을 지급받아 왔으므로 이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원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정산금의 요청에 나아갔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2004년경까지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볼 것이다(파기환송). 4. 검토의견 1) 위 판결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소유권 이론이라 할 명의신탁 이론이 때아닌 소멸시효 논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일 뿐 아니라, 목적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능을 그 핵심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사용 수익이 뒷받침되는 한 소유권이 소멸시효에 걸려 소멸할 수 없고, 이러한 의미에서 소유권의 귀속 여부를 소멸시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동산 자체에 대한 반환청구권의 법적성질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청구권이라고 보아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을 물권적 청구권이 아닌 채권적 청구권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신탁해지를 하고 신탁관계의 종료 그것만을 이유로 하여 소유 명의의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고 소유권에 기해서도 그와 같은 청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양 청구는 청구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소송이라 할 것이다."라고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80. 12. 9. 선고 79다634 전원합의체판결 ; 동지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5171 판결 등). 3)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의 금지가 종전의 명의신탁자에 의한 소유권 보유 내지 회복 그 자체에까지 미친다고 보지 않는 이상, 물권자로서의 회복권능은 여전히 명의신탁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현저하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참조).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는 불이익은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 것에 지나지 않고(법 제12조), 유예기간이 지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물권자체가 소멸하거나, 그 유예기간 경과 후에는 명의신탁자의 회복권능에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 아닌 제3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 할 것이다. 4) 앞서 대법원은 2009다23313 판결에서, 명의신탁자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법 위반자에게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사용 수익한 사정만으로는 소멸시효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종합토지세와 의료보험료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정산을 요구하면서 정산금 상당액을 받아왔다면, 이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이하 자인행태)"로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5) 그러나 이러한 자인행태는 모든 명의신탁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사용 수익관계는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대외적 소유자로 취급됨에 따른 불이익의 금전적 보상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점유 사용에 대한 차임 상당액을 요구하는 경우란 존재할 수 없다. 소유권과 용익권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사 신탁부동산을 명의수탁자가 점유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사용을 허여해 준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6) 대상판결의 문제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하면서도 그 중단 내지 승인의 사유로써 명의신탁에 특유한 사정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상판결의 이론에 의하면, 명의수탁자는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는 있으나 그 항변은 언제나 배척될 수밖에 없고, 결국 표면적으로는 소멸시효 문제로 접근하나 실제에 있어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5. 결론 2009다23313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실명법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은 법률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본건 대상판결로써 위와 같은 입장은 급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재산세를 누가 냈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누가 용익권을 행사했느냐 하는 문제가 더욱 소유권의 본질에 가까운 문제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상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할 것이나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소유권을 소멸시효의 중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점은 추후 재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2013-11-25
조정의 본질과 효력
1. 대상판결의 개요 (법률신문 10월 9일자 보도) (1) 사실관계 K씨는 J금속에게 2억여 원의 물품대금 채무가 있어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K는 J금속을 상대로 J금속의 자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J금속이 K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자 K는 S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자신이 시효이익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을 하도록 하여 J금속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판결에 기하여 K는 C신용조합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D에게는 근저당설정등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K와 S는 이후 위 사건에서의 위증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다시 J금속은 K를 상대로 확정된 위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계속 중에 J와 K는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K는 말소등기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J금속은 C신용조합과 D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회복등기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1심은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조정조항은 효력이 없고 확정판결의 효력은 재심의 소에 의해서만 배제(취소)될 수 있다고 하여 J금속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2심은 재심청구가 인용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루어진 조정의 경위를 감안할 때 조정조서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이상 조정조서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J금속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 2010다97846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성질상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는 허용될 수 없고, 설령 그에 관하여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더라도 효력이 없어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조정의 본질 1) 이른바 조정재판설 조정을 재판의 일종 또는 판단작용의 일종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는 조정을 당사자가 아니라 조정인(조정기관)이 절차를 주재하고 조정인이 옳다고 판단하는 조정안을 당사자들에게 제시하여 설득해 나가는 절차로 인식한다. 조정의 중점은 당사자 간의 합의보다 조정기관의 공권적 판단에 있으며 조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조정조서에 기재하는 재판이라고 생각하며 신속한 분쟁종결이 강조된다. 우리 민사조정법 제30조에서 조정담당판사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설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conciliation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하나, 조정조서에 재판상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우리 특유의 제도로 볼 수 있다. 2) 조정합의설 당사자 간 합의가 조정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절차는 조정당사자가 주도해 나가며, 조정인은 철저히 조정을 촉진하는 사람(facilitator) 또는 중개하는 중립인(neutrals)이 된다. 법원 연계조정의 경우에도 조정인의 조정은 법원의 재판과 철저히 분리되고, 조정당사자의 비밀은 철저히 보호된다. 이 입장에서는 조정인의 이해관계조절능력과 협상능력을 강조하며, 조정인의 조정인 자질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하는 특징이 있다. 조정실적을 높이기 위한 당사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coercion)이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절차진행이나 결정은 허용하지 않는다. 외국의 mediation이 여기에 속한다. (2) 조정의 본질에 대한 대법원의 관점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기판력이 있는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는 확정판결의 효력을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한 것으로, 조정의 효력 또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의 입장은 일견 조정재판설과 조정합의설 중 그 어느 것과도 어울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정합의설만이 아니라 조정재판설에 의하더라도 조정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가 당사자가 조정에 임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처분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보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례의 논지만으로 대법원이 조정의 본질을 재판으로 본 것인지 합의로 본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법원이 철저한 조정재판설을 취하는 경우라면 전소의 확정판결 이후 행해진 당사자들의 임의조정은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받게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을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판력은 법적 평화와 법적 안정이라고 하는 소송법상, 공법상의 필요에서 인정되는 규준성으로 직권조사사항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신청에 의해 또는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거나(한정설) 또는 직권탐지주의와 변론주의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것(중간설)으로 법원이 일정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조정자체는 성립될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확정판결과 조정 간에 기판력 저촉의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조정합의설을 소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입장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해석해 보면 조정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처분권을 가지는 권리관계를 조정합의에 의하여 정하는 것이고 확정판결의 취소를 합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의 입장이 조정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 역시 가능하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후속조정이 성립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조정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든 조정이 재심절차의 대용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는 주장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기판력의 저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를 숙제로 남긴다. 필자는 대법원이 확정판결의 취소는 재심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확정판결의 취소를 당사자들의 순수한 합의에 기초한 조정합의로 취소하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내용의 조정이 있었고 그 조정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의 저촉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결어 우리 민사소송법은 화해·청구의 포기·인낙조서(조정조서 포함)에 흠이 있는 경우 무효·취소의 주장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1961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래 소송행위설을 취하여 준재심에 의해서만 이를 다툴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판례는 화해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경우나 반사회적인 경우에도 그 화해가 무효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점차 확대되어 민사조정에도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었고, 심지어 법원을 완전히 벗어나 행해지는 각종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도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조정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주는 본 건 판결은 앞으로 우리의 조정제도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의 문제와 맞물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조정을 재판의 일종이나 재판의 변형된 형태(판결문을 쓰지 않는)로 보는 입장(조정재판설)은 조정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조정의 실제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수없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분쟁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또는 적극적 불합의는 아닌 선에서 못이기는 척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도 사회와 당사자들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조정을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입장(조정합의설)은 조정의 원래의 효용증대와 함께 조정이 교섭력이 약한 당사자들을 억압(coercion)하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이는 기존의 분쟁해결절차가 지나치게 대결위주로 분쟁을 신속히 종결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소송의 반복(상소심 등)이 만연하게 되었고 결국 분쟁의 신속한 해결조차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분쟁은 신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압박을 하면 할수록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발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즉, 현재의 우리의 소송현실은 법원의 신속한 사건처리에 대한 부담과중과 그로 인한 불충분한 심리로 오히려 분쟁이 확대되어 한 심급만 보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었지만 전 심급을 통산하면 분쟁해결의 총시간은 더욱 길어졌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 서고자 한다. 왜냐하면 엄격한 처벌만으로 범죄의 수가 줄지 않듯, 흠이 있는 상태로 종결된 민사절차를 기판력을 인정하는 제도로 막는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소송사건이 줄어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분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해·포기·인낙·조정조서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한 것이 오히려 소송심리를 더욱 충실히 하거나 조정에 노력을 기울여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킨 면은 없는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손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무기를 옆에 두고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자제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의 조정절차가 mediation절차의 장점을 좀 더 수용하고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2-12-10
소유물 반환의무 위반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1. 사실관계 X의 선대가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 미등기 토지에 관하여 1974년 6월 26일 Y(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었다가 1988년 1월 22일 B, C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X는 Y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B, C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는데, 법원은 2009년 4월 2일에 Y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B, C에 대한 청구는 2008년 1월 22일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그러자 X는 다시 Y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Y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그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Y는 X의 B, C에 대한 소송에서 X의 패소판결이 최종 확정된 때인 2009년 4월 30일 당시의 이 사건 토지의 시가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물권적 청구권으로서의 방해배청구권의 성질을 가지는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으며, 원고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애초 피고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논할 여지는 없다. 대법원 2008년 8월 21일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년 6월 11일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한다. 이 판결에는 종전 판례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별개의견 및 양창수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다. 3. 검토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이미 지원림 교수가 법률신문에 다수의견을 지지하는 평석을 발표한 바 있다(법률신문 2012년 6월 11일자). 이 글도 기본적으로는 지원림 교수와 의견을 같이하지만, 다소 방향을 달리하여 위 판결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처분권주의 위반이 직접적인 파기사유가 되었지만, 이하에서는 이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가. 종래의 판례 여기서 문제되고 있는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판례가 있었다. 그 하나는 증여계약의 취소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계약관계가 없었는데 법률상 무효인 등기가 경료된 경우였다. 앞의 판결들(대법원 2005년 9월 15일 선고 2005다29474 판결 등)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유사하다. 원고가 1980년 무렵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의 강박으로 인하여 국가에 부동산을 증여하였다가 나중에 그 증여계약을 취소하였는데, 증여된 부동산이 이미 제3자에게 이전되었고, 원고의 제3자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는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 또는 제3자가 선의의 제3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자, 원고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이다. 대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돌아간 때로부터 진행되고,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그 이행불능이 될 당시의 목적물의 시가 상당액이며, 그 이행불능의 시기는 원고의 제3자에 대한 청구의 패소판결 확정시라고 보았다. 뒤의 판결들은 무권리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 명의로 등기를 마치고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였으며, 원고의 제3자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는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된 경우였다. 대법원은 앞의 판례들을 인용하면서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뒤의 판결들은 변경하였으나, 앞의 판결들은 변경하지 않았다. 나. 학설상의 논의 종래 이 문제는 학설상 그다지 많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교과서 가운데에는 물권적 청구권에는 채무불이행 등에 관한 채권법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설명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주심이었던 양창수 대법관은 이행지체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부인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民法注解 Ⅴ, 188~189면). 그리고 金濟完 교수는 2005다29474 판결에 대한 판례평석에서, 소유권에 기한 등기말소청구권이 불능으로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이행불능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民事裁判의 諸問題 15, 2006, 102면 이하). 다. 방해제거와 소유물반환 우선 종래의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라는 개념은 문제가 있다. 이 사건에서 X의 손해는 소유권 상실로 인한 것인데, X의 소유권 상실은 제3자가 등기부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반사적 효과이고,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이 X의 소유권 상실 때문이라고 하여야 한다. 즉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여 X가 소유권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X로서는 제3자뿐만 아니라 Y에 대하여도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X의 말소등기청구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인데, 방해배제를 갈음하는 전보배상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방해배제로서의 등기말소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소유자가 바로 소유권 상당의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제3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인하여 Y의 소유물 반환의무가 불능으로 된 경우에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별개의견은 소유물반환의무와 방해제거의무에 대하여 다같이 언급하고 있으나, 양자를 명확히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라. 소유물반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X가 Y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Y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유권 상실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외에도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도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민법은 소송계속 후의 점유자나 악의의 점유자는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물건이 손상되거나 멸실하거나 다른 이유로 물권을 반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에 관하여 책임을 지며, 악의의 점유자의 경우에는 지체로 인한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89조, 제990조). 이러한 점유자의 책임에 관하여 입법자의 의도나 대다수의 학설은 이를 일종의 법정채권관계(gesetzliches Schuldverha˙˙ltnis)로 파악하고 있다. 즉 소송계속 후 또는 악의의 점유자는 소유자에 대하여 보호와 가치유지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경우에는 면책가능성이 없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법정대리인 및 이행보조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 규정(제278조)이 적용된다는 것이다(Staudinger/Gursky, 2006, Vorbem zu §§ 987~993 Rdnr. 37). 그러나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역시 이러한 채무불이행 내지 채무불이행에 준하는 관계는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관계가 없는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할 필요는 없고, 불법점유로 소유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를 다른 불법행위의 피해자보다 더 우대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러한 책임을 인정한다면, 예컨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그 반환을 거부하는 자의 차임 상당 지급의무는 불법행위책임이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넘어서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 될 것이지만, 이와 같이 주장하는 견해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민법 제202조가 규정하는 점유자의 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종래 불법행위책임으로 해석되고 있었다(金炯錫, 註釋民法 物權 1, 제4판, 380면 등). 참고로 제202조 제1항은 선의 점유자에 대하여 현존이익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Y가 선의라면 손해 전부의 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유력한 학설은 위 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점유자는 선의일 뿐만 아니라 과실도 없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梁昌洙, 民法注解 Ⅳ, 404면 등). 마. 소유물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르는 법적 효과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성질을 불법행위책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채무불이행 유사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는 결과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별개의견은 소유권의 상실과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을 달리 볼 경우에는 소유권 상실 시점과 그 이행불능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소멸시효의 기산점 내지는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이라는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제3자에 대한 패소 확정시로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이 점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이 변경하고 있지 않은, 증여계약이 취소된 경우에 관한 일련의 판례를 살펴본다. 보충의견은 위 판례들을 변경하지 않는 이유로서, 계약 등이 강박 등으로 취소된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의 소멸로 인하여 그 '반환'을 구하는 채권적 성질의 원상회복청구권도 인정되고, 위 판례가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권에 관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한 경우에는 당사자는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뿐만 아니라 소유물 반환과 같은 원상회복을 위한 급부부당이득의 반환청구권이라는 채권적 청구권을 아울러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尹眞秀, 民事裁判의 諸問題 17, 2008, 76~77면 등 참조).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소유물반환의무 위반으로 인한 전보배상이라는 채무불이행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위 변경되지 않은 판례들도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라는 법적 구성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경된 판례들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증자가 부담하는 소유물반환의무가 채권적인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 이행불능 시점 내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이지 제3자에 대한 패소판결 확정시로 볼 수는 없다. 위 2005다29474 판결은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8196 판결을 인용하고 있고, 위 판결은 타인의 권리매매에 관한 대법원 1973. 3. 13. 선고 72다2207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타인의 권리매매의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시점인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를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매도인의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패소판결 확정시를 기산점으로 삼는 것도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계약 취소와 같은 경우에는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때에 소유물 반환의무가 불능인 것으로 확정되는 것이고,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3자의 소유권 취득 후 계약이 취소된 때에는 金濟完 교수의 주장과 같이 계약취소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金濟完, 위 논문, 116 ~117면). 4. 나가면서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가 인정하고 있던,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만으로는 그러한 법률구성의 차이가 실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서 어떠한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계약 취소의 사례들을 포함하여 이 점을 명백히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2-08-13
'변론주의 원칙위배론'에 대한 반론
1. 대법원 판결의 요지 최근의 대법원판결(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후3509판결)에서 변론주의 위배를 이유로 파기 환송한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행정소송의 일종인 심결취소소송에 직권주의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변론주의를 기본 구조로 하는 이상, 심결의 위법을 들어 그 취소를 청구할 때에는 직권조사사항을 제외하고는 그 취소를 구하는 자가 위법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먼저 주장하여야 하고, 따라서 법원이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법률요건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2] '화장용 팩 마스크'에 관한 등록디자인이 그 출원 전에 국내에서 공지된 비교대상디자인 등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서, 당사자가 심결의 위법사유로서 등록디자인이 비교대상디자인 등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디자인보호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한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을 하였음에도, 그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채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유에 기초하여 등록디자인이 비교대상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하므로 디자인보호법 제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출처 : 대법원 2011.3.24. 선고 2010후3509 판결【등록무효(디)심결취소의소】[공2011상,842]) 2. 판결에 대한 반론 대법원의 이 판결(변론주의 원칙위배라는 판단)은 첫째로 심결불복사건을 심결취소소송 이라 하여 행정소송의 일종으로 보고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한다고 단정한 것은 특허심결취소소송의 성질에 대한 판단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둘째로 특허권의 본질에 대한 인식, 즉 민법상의 소유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셋째로 특허법의 명문 규정을 간과내지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주의 관련 규정이 특허법에 명시되어 있고 실용신안법, 디자인 보호법, 상표법은 특허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특허법을 중심으로 살피기로 한다. 첫째로 심결취소소송을 행정소송의 일종으로 보고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한다고 단정한 것은 심결취소송의 특성을 간과한 것으로 본다. "행정소송의 일종인 심결취소소송에 직권주의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변론주의를 기본 구조로 하는 이상…"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바로 이 점에서 사건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결취소소송'이라는 명칭은 특허법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심결(또는 ... 결정) 에 대한 소'(특허법 제186조)라고만 표현되어 있고 특허청장(또는 당사자)을 피고로 하는 경우가 있어(특허법 제187조), 이런 경우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므로 이를 심결취소소송이라고 이름 부친 것이다. 이 명칭만으로 특허법에 의한 심판사건을 특허청장의 행정처분취소소송으로 보아 행정소송법의 일반 원칙이 적용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법령의 명문규정(직권주의원칙; 특허법 제159조)에 반한다. 특허법에 의한 심결이라는 행위를 행정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하더라도 일반적 행정처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첫째로 심판과 심결의 형성과정은 그 심결취소소송에서 피고로 규정하고 있는 특허청장의 관여나 지시 감독은 전혀 불가능하고 법률적으로 독립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심판관의 자격은 따로 정하고 심판관은 직무상 독립하여 심판하고(법 제143조) 심판은 3인 또는 5인의 합의체가 행하고 심판관에 대하여 제척, 기피 등의 규정이 있고 무효심판은 구두심리에 의하고 심결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며 심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에 의해서만 가능하고(행정소송에 의하지 아니함) 확정 심결에 대하여는 수정, 변경 등이 불가능 한 공정력, 확정력을 가진다. 사실상의 사법적 재판의 일심판결과 같은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법 제149조 이하. 확정심결에 대한 재심은 민소법의 절차에 따라서만 가능) 다만 그 심결기관이 행정기관에 소속되어 있고 심판관의 신분이 일반직공무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반 행정처분과 동일 한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심결취소소송이 행정소송의 일종이라고 단정하고 변론주의를 기본구조로 하는 사건으로 단정한 것은 법률의 규정에 명시된 특징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로 특허권은 사적권리로 등록되지만 공공성을 띤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민법상의 소유권과 다르다. 따라서 변론주의 원칙을 입법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특허법(제1조)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상표법(제1조)은 "…산업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허의 등록이나 그 무효화의 과정도 결코 당사자만의 이해관계에 있는 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등록된 특허의 권리는 비록 특정 권리자의 권리로만 등록이 된다 하더라도 그 권리의 존속과 행사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권리로 보기 때문에 (1)그 권리의 설정등록 과정에 누구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법 제59조에 의한 심사청구, 제 87조에 의한 등록공고) (2)그 권리의 불행사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등의 경우에 이를 취소하거나 강제로 실시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88조, 제106조 내지 114조) (3)나아가 공무의 집행자인 공무원이 심사관의 자격으로 특허권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3조) (4)뿐만 아니라 권리의 존속에 일정한 기간을 설정하고 그 이후에는 국민에게 이를 개방하고 독점권은 소멸된다.(법 제88조) (5)또한 특허권을 침해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고 (법 제225조)기타 행정적 사법적 제재규정도 설정되어 있다. 민사소송사건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와 함께 변론주의는 국가는 당사자들의 분쟁에 있어 그들에게 사실의 주장과 자료의 수집이나 증거의 신청을 일임하고, 국가는 그것들을 법규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만을 하고, 당사자가 변론에서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신청하지 아니한 증거들을 재판의 기초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함은 당연하다. 예컨대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지 아니하였는데 법원이 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이 소멸되었다고 판단한다든가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직권으로 조사하여 이를 인정한 것은 변론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판결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많은 판례가 확인하는 사적자치의 원칙, 주장책임의 원칙이다. 특허법상의 심판사건에서는 이 같은 변론주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음은 민법상의 소유권과 특허법상의 특허권의 본질적 차이 때문에 불가피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셋째로 특허법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행정소송법이나 민사소송법상의 변론주의를 배제하는 직권주의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1] 특허법 제159조는 "심판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하여도 이를 심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오래 동안 특허 심판원이나 법원의 판결에서도 이점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없이 변론주의 원칙을 배제하고 직권으로 심리 판단하여 왔다. (대법원1972.4.28 선고, 71후 33판결 등) [2] 또한 특허법 제158조는 "심판장은 당사자 또는 참가인이 법정기간 또는 지정기간 내에 절차를 밟지 아니하거나……규정한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도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3] 나아가 특허법 제133조는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이해당사자만이 아니라 국가의 공익을 대변하는 공무원인 심사관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특허권이 공익적 요소가 있는 권리라는 사실에 입법적 근거를 명백히 제공한다 할 것이다. 넷째로, 외국의 예를 보아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제도와 관행이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직접비교하기가 적절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제도와 관행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구 일본 특허법 제152조(직권에 의한 심리) …불출석하더라도 심판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구 일본특허법 제153조(직권심리) 당사자 또는 참가인이 신청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하여도 심리할 수 있다. 이때 그이유의 결과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에게 통지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3. 결론 특허심판사건의 심결취소소송(심판원의 특허심판 절차를 포함하여)에 있어서 특허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 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나 명문으로 민사소송법을 배제하는 직권주의규정과 불출석 심리의 진행 등 특별 심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론주의 원칙을 특허 심판에 적용하려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 판결에서 직접 언급된 바는 없지만, 위와 같은 특허권의 특성과 특허법의 규정에 비추어 '당사자 쌍방이 2회 이상 불출석하거나 출석하여도 변론하지 않으면 1월내에 기일 지정신청이 없는 한, 소의 취하가 있는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268조2항) 는 소위 쌍불취하의 민사소송법의 제도도 특허심판사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원칙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2012-08-06
유치권 그리고 신의칙
1. 사실관계 대법원 2011. 12. 선고 2011다 84298 사건 채무자 甲 주식회사 소유의 건물에 관하여 乙 은행 명의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2순위 근저당권자인 丙 주식회사가 甲 회사와 건물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일부를 점유하고 있던 중 乙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丙이 유치권 신고를 한 사안에서 丙의 유치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04. 1. 15. 선고 2002나 5475 판결 채무자는 이 사건 공사 당시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유치권자)로 하여금 무리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도록 도급을 주어 공사대금을 발생시켰고, 결국 피고는 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해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한 사안. 2. 서설 위 사건들의 공통점은 유치권자로서 유치권의 형식상 성립요건은 모두 갖추었으나 법원이 민법 제2조 신의칙을 원용하여 낙찰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다. 이하에서 법원은 어떠한 이유로 민법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신의칙 법리까지 동원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배척하였는지 살펴본다. 3. 유치권 제도의 취지 유치권은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고자 발생한 제도이다. 즉 타인의 물건에 용역 등을 투여하여 가치를 상승시킨 자가 채권을 변제받기 전에 목적 물건의 점유를 이전해야 한다면 용역을 투여한 자 입장에서는 추심이 곤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물건의 소유자는 상승된 가치만큼 부당이득 할 수 있는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상사 유치권은 민법의 유치권의 요건 중 물건과 채권사이에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단지 채권의 성립과 물건에 대한 점유의 취득이 쌍방적 상행위로부터 발생한 것이라면 성립하며, 상사 유치권이 민사 유치권과 다르게 비교적 용이하게 유치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거래마다 담보의 설정을 요구하였을 경우 절차상 번잡하여 거래의 신속을 해하며 그 실행을 용이하지 않게 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인간의 신용을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고 확실한 거래관계를 지속하고자 만들어졌다. 4. 유치권 제도의 현실적 문제점 그러나 문제는 위와 같이 공평의 원칙에서 출발한 유치권이 시중에서는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유치권의 피담보채권 금액은 당사자만 알 수 있고 담보물권의 불가분성으로 인하여 유치권의 효력은 물건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채권금액을 파악할 수 없는 낙찰자는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금액 전부를 변제하지 않은 한 점유를 이전 받을 수 없다(즉 현행법상 유치권자는 현행법상 경매절차에서 유치권 및 채권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치권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정확한 채권 금액이 파악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유치권은 다른 담보물권 보다 사실상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권리이므로 "시간에서 앞선 사람은 권리에서도 앞선다."라는 담보물권의 기본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킬 위험성이 다분하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형식상 유치권이 성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권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5. 유치권의 요건 여기서 간단히 유치권의 요건을 살펴보자. 민법상 유치권은 민법 제320조에 규정되어 있는 것과 같이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서, ① 피담보채권, ② 채권과 목적물의 견련성, ③ 목적물의 점유 및 변제기 도래의 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 담보물권이다. 이에 반하여 상사유치권은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를 통하여 그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로서 ① 양 당사자가 상인이어야 하고 ② 당사자 쌍방의 상행위로 발생한 피담보채권임을 요구한다. 다만 민법과 다르게 목적물과 채권간의 견련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6. 유치권 성립과 관련된 판례의 경향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치권은 위 요건들만 충족하면 당연히 성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4.항에서 언급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음의 사안에서 유치권 주장과 관련하여 그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즉 ⒜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 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는 당해 유치권의 취득은 압류의 효력에 반하여 유치권자는 대항할 수 없다는 판결(2005다 22688), 최근 고등법원에서 선고된 ⒝ 유치권자가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임차물을 타인에게 임대하고 있었다가 소유자가 바뀐 경우 사용수익하고 있는 유치권자가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의 승낙으로서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11. 12. 21. 선고 2011나 27983 판결)는 판례, 그 외 하급심 판례로서 ⒞ 소멸시효가 완성된 공사대금 채권의 채권자가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 결정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공사대금 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도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로서 앞의 점유 이전의 경우와 같이 보아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가합 15029)는 판결, ⒟ 거주목적으로 공사를 하였을 경우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부동산 인도명령 결정 사례 등 형식상 유치권 관련 법률요건은 갖추어져 있으나 유치권의 요건과 관련된 법률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거나 유치권 이외의 법리를 원용하여 유치권의 성립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7. 대상판결 그리고 대상판결들은 민법의 일반조항으로서 최후 수단인 신의칙까지 동원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배척하였던 것이다. 고등법원은 위 대상판결에서, '… 이러한 경우에는 위 피고가 전 소유자와 사이에 위 건물 부분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하고 그 계약에 따른 공사를 일부라도 실제로 진행하여 상당한 공사비용을 투하하였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러한 경우에까지 유치권의 성립을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전 소유자와 유치권자 사이의 묵시적인 담합이나 기타 사유에 의한 유치권의 남용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어 공시주의를 기초로 하는 담보법질서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피고의 공사도급계약 전에 가압류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자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의 매수인(낙찰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 제320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위 피고가 위 공사대금채권에 기초한 유치권을 주장하여 그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거나, 그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상 판결의 대법원(2011. 12. 선고 2011다 84298) 역시 '…丙 회사는 상사유치권자로서 甲 회사에 대한 채권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목적물인 건물 일부를 점유할 권리가 있으나, 위 건물 등에 관한 저당권 설정 경과, 丙 회사와 甲 회사의 임대차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및 체결 후의 정황, 경매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丙 회사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乙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건물 등에 관한 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유치목적물을 이전받았다고 보이므로, 丙 회사가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유치권 주장을 배척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함으로서 담보물권의 기본원칙을 지키고자 고심하였던 흔적을 내비치고 있다.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 함으로써 앞서 본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8. 결어 지난 경매 통계를 살펴보면 2006년 평균 낙찰률은 71.83%이었으나 유치권이 신고 된 물건의 평균 낙찰률은 불과 56.41%로서 평균을 거의 15%p이상 하회하고 있고, 2007년 연간 평균 낙찰률은 74.43%이나 유치권 신고 된 물건의 평균 낙찰률은 62.23%로서 일반적인 물건보다 12.2%p나 하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과 더불어 담보물권의 기본원칙 및 이해당사자간의 형평성 등을 모두 고려한 최근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본다.
2012-07-23
물권적 방해배제청구의 이행불능과 전보배상
1. 사실관계 1) 乙이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군 소재 임야에 관하여 1974. 6. 26. 피고(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고, 위 임야 중 각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1998. 1. 22. 甲 등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2) 乙의 재산을 최종적으로 단독상속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보존등기의, 甲 등을 상대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각 말소등기를 구한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4375호. 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에서 법원은 위 소유권보존등기가 원인무효임을 들어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에 따라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임을 들어 甲 등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2009. 4. 30. 최종 확정되었다. 2. 소송의 경과 1)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51498호)과 원심(서울고등법원 2009나85122호)은 공히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됨에 따라 피고의 위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었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선행소송에서 원고의 패소판결이 확정된 때인 2009. 4. 30. 이행불능에 이르렀으므로 피고는 위 임야의 그 당시 시가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이와 달리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물권적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유자가 그 후에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이제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를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의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3. 검토 1) 물권적 청구권의 기초인 소유권이 소멸하여 말소등기가 불능으로 된 경우에 이행불능의 법리가 적용되어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물권적 등기말소청구를 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전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별개의견은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도 그에 기한 급부 이행의무가 불능으로 되면 전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참고로 파기사유 중 원심이 처분권주의를 위배하였음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였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대립의 핵심은 결국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권이 발생한 후 소유권이 상실된 경우에 그 청구권이 소유권의 소멸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별개의견은 선행소송의 확정에 따라 기판력이 발생하였음 등도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근거로 들고 있지만, 지면관계상 보충의견을 원용하기로 한다). 2) 그런데 물권적 "청구권"이 그 발현형태에 있어서 특정한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채권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動態的"인 채권법은 현상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靜態的"인 물권법은 현상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바, 이행을 통한 채권자의 만족을 목표로 하는 채권과 달리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실현이 방해받고 있는 경우에 방해원인의 제거를 통하여 물적 귀속상태를 교정함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즉 채권의 실현이 불능으로 좌절되더라도 그로 인하여 채권이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으며, 그에 갈음하는 이익을 채권자에게 실현시킬 필요가 있고, 이것이 전보배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면 가령 제3자의 소유권 취득에 따라 물권 자체가 소멸하면 물권적 청구권도 당연히 소멸한다. 요컨대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관철을 위한 도구적 권리로서 어디까지나 물권에 "종된" 권리이고(따라서 물권과 분리하여 물권적 청구권만이 양도될 수 없다), 물권이 소멸하면 그 청구권도 소멸하는 것이지, 그 청구권이 이미 발생하였음을 들어 이행불능의 법리에 따라 전보배상을 인정할 수는 없다. 가령 "점유할 권리"(민법 제213조 단서)의 존재에 따라 귀속의 교정이 일시적으로 좌절된다면 그 권리의 소멸과 함께 다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방해원인이 제3자의 지배범위로 이전된다면 그 자를 상대로 다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당연히 ① 소유자가 ② 소유권 실현의 방해원인을 자기의 사회적 지배범위 내에 두고 있는 자를 상대로 ③ 그 방해원인의 제거(또는 예방)를 청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이에 대하여 상대방은 민법 제213조 단서 소정의 "점유할 권리"의 존재 등 방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있음을 항변할 수 있지만, 귀책사유의 부존재로 항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방해원인이 이미 제거된 경우에 더 이상 물권적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것(방해와 손해를 구별하는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 참조)과 마찬가지로 방해원인의 제거를 구하는 자가 원래 소유자가 아닌 경우(대법원 1969. 5. 27. 선고 68다7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 밖에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다50044 판결 및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3612 판결도 참조)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 물권적 청구가 허용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피고가 최종명의자의 등기부시효취득 항변을 원용하여 원고의 소유권 상실을 주장하고 있는 경우에 관한 대법원 1995. 3. 3. 선고 94다7348 판결 참조). 결국 물권적 청구권이 불능으로 되었다고 하여 ―애초 지향을 달리하는― 채권에 관한 규정 내지 법리를 적용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채권인 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법리가 물권적 말소등기청구권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3) 이제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가 불능으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를 살펴보자. 먼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물권적 방해배제로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가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 등기말소의무가 "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물권적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다(별개의견은 "침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원소유자의 소유권이 소멸된 경우에 그 이유만으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물에 대한 점유 또는 등기명의의 반환을 구할 필요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한편 물권적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하여 모든 법률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즉 물권적 청구권은 장래에 향하여 방해원인의 제거 자체를 목표로 하는바, 방해에 따른 사후적 교정은 손해배상(위 2003다5917 판결 참조. 이때 손해배상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방해원인의 제거와 별개의 것이다) 또는 부당이득에 의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등기부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행불능의 성립을 전제로 제3자 상대의 말소등기청구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때라는 판례의 태도(가령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다29474 판결. 이러한 태도는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관한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8196 판결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1973. 3. 13. 선고 72다2207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와 달리― 취득시효가 완성된 때에 발생하고,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도 이때라 할 것이다(별개의견은 불법행위에 기한 보호가 전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보다 더 불리할 수 있고, 특히 이행불능의 법리를 따른다면 소유권의 상실시점과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서 소유자의 권리보호에 유리함을 강조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보충의견을 원용한다). 4) 결국 대상판결의 의미는 물권적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위 2007다17161 판결, 위 2008다53638 판결 등(모두 공간되지 않아서 법원 외부의 필자로서는 대상판결을 접하기 전까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위 2007다17161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불능에 관한 위 2000다18196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을 변경함으로써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5) 끝으로 대상판결의 유효범위를 검토하여 보자. 우선 말소등기청구가 통상 물권적 방해배제청구에 속하지만, 가령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야 할 의무와 같이 채권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말소등기청구권이 채권적 성질의 것이라면 당연히 이행불능 그리고 전보배상의 법리가 적용된다(물권적 방해배제청구로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의 기판력이 채권적인 권리에 기한 말소등기청구소송에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다1353 판결 참조). 반면 물권적 방해배제청구로서 말소등기청구가 불능으로 되었다면 이행불능의 법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데(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에 따른 후속의 법률관계는 가령 불법행위나 부당이득에 의하여 조정되어야 한다), 무권리자에 의하여 위법한 등기가 경료된 후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외에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었지만 민법 제107조 내지 제110조의 선의 제3자 보호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 2005다29474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51703 판결 등은 강박 등을 이유로 취소된 계약에 기하여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안에서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전보배상을 인정하였는데, 그 청구권이 물권적 청구권에 해당한다면(판례의 입장인 유인성설에 따르면 통상 그렇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관철되어야 한다(이와 달리 채권적인 원상회복청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면 전보배상이 인정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한편 비금전급부청구가 집행불능으로 될 때에 대비한 대상청구와 관련하여 ―물건의 인도청구에 관한 대법원 1975. 7. 22. 선고 75다450 판결에서 시작하여 "채권적인" 이전등기청구권을 거쳐 마침내―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0666,30673 판결 등은 "물권적인" 말소등기청구권의 경우에도 이를 허용하였다. 그런데 이행불능은 실체법상의 개념인 반면, 집행불능은 집행법상의 개념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물권을 상실하면 그 실현을 위한 물권적 청구권도 당연히 소멸하고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집행불능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으며, 따라서 ―보충의견도 밝히는 바와 같이― 이행불능을 원인으로 하는 실체법적인 대상청구권도 허용되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과의 병합이 부정될 이유는 없다.
2012-06-11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과 그 소멸시효기간
1. 문제의 제기 1)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의 집행보전을 위하여 잠정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제한 또는 박탈하여 그것을 확보하는 임시의 재판이다. 2) 이처럼 가압류는 널리 강제집행의 일환으로써 집행권원을 취득하기에 앞서 채무자의 재산을 확보하는 보전처분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써 당연히 실체법적인 권리관계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민법 제168조 제2호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써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실체법적인 효과를 가진다. 3)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 종전 시효기간은 산입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하는바, 가압류의 경우 어느 시점에 중단사유가 종료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2. 대상판결 및 관련판결의 요지 1)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에 의하여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인바, 가압류에 의한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가압류채권자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계속된다(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다32781 판결). 2)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압류가 행하여진 경우에 그 후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그 집행이 취소되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소급적으로 소멸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53273 판결). 3)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집행한 경우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 효력은 가압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된다. 그러나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 집행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시효중단 효력이 없고, 집행절차를 개시하였으나 가압류할 동산이 없기 때문에 집행불능이 된 경우에는 집행절차가 종료된 때로부터 시효가 새로이 진행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다10044 판결). 3. 견해의 대립 1) 계속설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시효중단이 계속된다는 견해로서, ①가압류의 효력이 계속되고 있는 이상 채권자의 권리행사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②가압류만 해 놓고 방치하고 있는 경우, 채무자는 제소명령신청권, 이의신청권, 사정변경에 의한 취소신청권 등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이러한 수단을 취하지 않은 이상 시효중단이 계속된다고 보더라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이균용, '가압류와 시효중단효력의 계속여부', 대법원판례해설 34호(2000. 상반기), 김진수, '가압류와 시효중단의 계속', 판례연구 12집, 부산판례연구회(2001. 6)). 일본 최고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하나, 그 거듭된 판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계속설의 입장에 선 하급심판결이 선고되고 있고, 일본 학설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 적지 않다고 한다. 2) 비계속설 가압류의 집행행위가 종료한 때 중단사유가 종료되고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고 보는 견해로서, 부동산 가압류의 경우 등기부에 가압류등기가 된 때를 재진행의 시점으로 본다. ①가압류는 권리의 구체적인 확정절차가 아닐 뿐더러, 채권자의 소명에 의하여 비교적 쉽게 발령되는 잠정적인 재판에 불과하고, ②가압류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그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지속된다고 보면, 판결의 확정으로 중단되었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는 재판상 청구보다도 훨씬 강력한 중단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균형에 어긋난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양창수, '부동산가압류의 시효중단효의 종료시기', 민법연구 제6권(2001)). 4. 검토의견 1) 우리 민법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재판상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은 채권자의 취하 또는 법률규정을 따르지 아니함으로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게 대하여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보전재판은 통상 서면심리 또는 심문절차에 의하나, 변론을 거치는 경우에도 재판의 형식은 결정으로 하고, 그 결정은 당사자에게 송달함으로써 고지하여야 한다(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 4). 다만, 보전처분을 기각하거나 각하하는 재판은 채무자에게 고지할 필요가 없다. 2) 압류 가압류 가처분으로 인한 시효중단의 발생시기에 관하여, 통설은 집행의 신청시라고 보고 있으나, 압류의 효력은 압류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때 또는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된 때 발생하므로 시효중단의 효력도 그 때부터 생긴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같은 취지에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가압류란 가압류가 적법하게 집행된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즉, ①부동산가압류의 경우 가압류재판에 관한 사항이 등기부에 기입됨으로써 ②채권가압류의 경우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지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재판의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됨으로써 ③동산가압류의 경우 집행관이 가압류할 동산을 점유(또는 봉인)함으로써 적법하게 집행됨으로써 각 가압류가 집행되고, 또한 그 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되어야 그 때 비로소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으로 볼 것이다. 특히, 채권가압류의 경우, 일본판례는 가압류명령이 채무자에게만 송달되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지 않거나 가압류의 대상인 채권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시효중단 효력이 생긴다고 하나, 제3채무자에게 가압류결정이 송달되지 않으면 가압류를 집행할 수 없고 채권가압류가 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시효중단 효력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민법주해[Ⅲ], 총칙(3), 527면 ; 주석민법 제4판 총칙(3), 640면). 앞의 2011다10044 판결은 "집행절차를 개시하였으나 가압류할 동산이 없기 때문에 집행불능이 된 경우에는 집행절차가 종료된 때로부터 시효가 새로이 진행된다."고 판시하고 있고, 통설 역시 압류할 물건이 없어 집행불능된 때에는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민법 제175조의 해석상 집행불능된 경우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3)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효력은 가압류가 취하 또는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이는 일단 적법하게 집행된 가압류라 할지라도 그 가압류가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급하여 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압류 취소시점으로부터 새로이 소멸시효기간이 재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재판상의 청구는 이와 다르다. 즉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으나, 6월내에 다시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하면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4) 가압류신청서에는 청구채권을 표시하고 가압류의 이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즉 가압류로써 보전하고자 하는 청구채권의 액수 및 그 발생원인을 명시하여야 한다.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 효력은 그 청구채권의 액수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므로, 가분채권의 일부분을 피보전채권으로 주장하여 채무자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를 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채권자가 주장한 피보전채권의 범위에 한하여 미친다(대법원 1976. 2. 24. 선고 75다1240 판결). 또한 그 소멸시효기간은 가압류채권자가 피보전권리로 주장한 채권의 성질에 의하여 정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가압류채권자가 가압류를 집행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소멸시효 완성된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집행된 가압류에는 소멸시효 중단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다68902 판결). 5) 계속설의 첫 번째 논거인 권리행사의 계속의 점을 본다. 가압류는 2주의 집행기간 내에 집행을 마치면 가압류 자체의 집행은 종료된다. 즉, 재판상 청구, 압류가 각 재판절차의 진행, 매각절차의 진행을 예정하고 있고, 그 절차의 진행 중에는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가압류는 가압류에 내재된 후속 절차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 가압류결정은 잠정적인 재판에 불과하고, 그 권리범위는 본안소송에서 가려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본안소송을 후속절차로서 요구한다. 본안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그 소 제기 자체가 독자적인 시효중단사유가 되는 것이므로, 시효중단에 관한 한, 가압류는 본안의 재판상 청구가 있기까지 청구채권의 시효소멸을 막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흡수설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계속설의 입장에 선다 하더라도, 피보전채권에 관한 본안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가압류의 시효중단 효력은 위 확정판결에 흡수되어 본안판결 확정시로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는 견해 ;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다11102 판결은 이를 배척한다) 6) 다음으로 가압류채무자는 제소명령신청권, 이의신청권, 사정변경에 의한 취소신청권 등을 가진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이들 권리는 민사집행법상 가압류를 취소 변경시키기 위한 집행법상의 대응수단일 뿐이어서, 이러한 사정은 실체법상의 효력인 가압류의 소멸시효 중단효 논의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한 형식적인 사유만으로 가압류는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나, 민사집행법 시행 전부터 진행된 법정기간과 그 계산은 종전 규정에 의하는 것이므로 종전에 집행된 가압류의 경우 최대 10년간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더라도 사정변경에 의한 가압류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 또한 3년 미만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한 가압류의 경우에는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가압류 자체의 소멸시효 중단효는 실체법적으로 그 범위가 가려져야 한다(예컨대 1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 ; 2006다68902 판결). 5. 결론 1) 우리 민법은 가압류, 가처분을 재판상 청구 또는 압류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한 시효중단이 앞당겨지는 범위 내에서 본안소송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보전처분은 장래에 있을 확정판결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므로, 본안판결의 강제집행의 범위를 넘을 수 없고 본안소송에서 확정되는 권리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 이는 보전처분의 본질적인 한계이다. 계속설에 의하면 보전재판으로써 본안소송에서 인정되는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되는바, 이는 논리가 역전된 것이다. 소멸시효 중단의 원칙적인 모습은 재판상 청구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소멸시효가 임박한 경우 그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본안소송을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2) 민법 개정시안은 보전처분을 소멸시효 정지사유로 정하고, 그 결정이 있는 때부터 1년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완성유예의 효력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김성수, '시효 및 제척기간에 관한 민법개정시안', 민사법학 50호, 188면).
2011-10-27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계약명의수탁자의 부당이득 내용과 소멸시효 진행여부
Ⅰ. 사안의 개요 甲은 乙과 함께 丙으로부터 丙 소유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면서, 甲과 乙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당해 토지 중 甲 매수지분에 대해서도 그 계약명의를 乙로 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전체 등기를 乙 앞으로 하였다. 당시에 丙은 甲과 乙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을 알지 못하였다. 甲은 당해 토지 매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를 계속 점유·경작하여 왔다. 甲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乙이 위 지분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1996. 7.1.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6. 10.12. 乙을 상대로 당해 토지 중 위 지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결 요지 [1]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경우 위 법률의 시행 후 같은 법 제11조의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실명화 등의 조치 없이 위 유예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같은 법 제12조 제1항, 제4조에 의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로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할 것인데, 같은 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이와 같은 경위로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회복을 위해 명의수탁자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그 성질상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한다.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 따라 그 권리를 상실하게 된 위 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자가 그 대신에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법률상 취득하게 된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 무효로 된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처음부터 명의신탁자가 그 부동산의 점유 및 사용 등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하여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자체의 실질적 행사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명의신탁자가 그 부동산을 점유·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한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면, 이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의 유예기간 및 시효기간 경과 후 여전히 실명전환을 하지 않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부동산 거래의 실정 및 부동산실명법 등 관련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Ⅲ. 검토 1.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법률관계 구성에 대한 이의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는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하는데,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화됨으로써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이미 대법원 2002. 12.26. 선고 2000다21123 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나타났고,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62687 판결에서도 계속되었는데(다만, 이들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것이었다는 느낌을 주었으나,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두 차례에 걸친 판결과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판례가 설시하는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하였기 때문에 유예기간 경과시 그 소유권이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즉,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명의수탁자의 소유명의 취득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없는 경우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할 수 없었어야 한다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물론 이러한 '관계'가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유예기간이 경과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계약명의신탁의 존부 및 효력과 관계없이(가령 명의신탁 약정이 의사흠결상태에서 체결되어 무효이거나,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하여 체결된 후 취소된 경우를 생각해보자)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원 소유자와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하여 돌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당해 부동산을 소유할 법률상 원인을 상실하였다고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받은 급부는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할 것인데, 그 급부가 바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의 경과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반환할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은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 아니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매수자금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어떤 법률이 새로이 시행되면서 기존에는 유효로 보았던 법률관계를 무효로 보는 경우에 이 법률에서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은, 당해 법률의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기존의 법률에 기하여 이루었던 사실상태를 새로운 법률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변경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계속되는 중에는 기존의 관점에 따라 당해 사실상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지만,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기존의 사실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이제는 새로운 법률의 관점에서 당해 사실상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에는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신탁관계 종료 또는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함으로써 명의수탁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이후에 계약명의신탁이 행해진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즉, 매도인이 선의인 것을 전제로 한다)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되,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조달해 주었던 매수자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을 뿐 당해 부동산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 1.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면서 신탁관계 종료 또는 소유권에 기한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와 동일하게 당해 계약명의신탁은 무효가 되고, 이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고 그 내용은 ⓑ 매수자금 상당액의 반환청구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되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당해 부동산에 관한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이한 교차'에 의한 법률관계 구성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 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실명법상 허용될 수 없는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2.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대한 이의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의 경과시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판례의 태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대상판결은 여전히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대상판결도 인용하고 있는 매매목적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경우 채권적 청구권인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판례(대법원 1976. 11.6. 선고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3.18. 선고 98다32175 전원합의체 판결 등)는 매수인은 이미 소유권에 포함되는 사용·수익·처분권능 중 사용·수익권능을 행사하고 있고, 그에 반하여 당해 매매목적물을 매각하여 인도함으로써 매도인은 더 이상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게(최소한 매수인보다 그 이해관계가 작게) 되었음에도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자체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인정하고, 그 결과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오히려 매수인보다 매도인이 보호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대내적 소유권에 기하여 적법하게 당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해 왔고,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기하여 여전히 당해 부동산을 적법하게 사용·수익해 왔으며,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의 이익이 명의수탁자의 이익보다 크다는 평가가 내려졌음을 의미할 것이므로,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마찬가지로 계약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 후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명의신탁자의 당해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이 계속되는 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대상판결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 후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명의신탁을 억제하려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나, 그러한 문제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인정함으로써가 아니라, 애초에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부정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기왕에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수탁자에 대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인정하였다면,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Ⅳ. 결론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甲의 乙에 대한 지분이전등기청구를 배척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그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바, 대상판결은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그대로 둔 채로 왜곡된 법률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운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대법원이 명의신탁 약정이 당사자 사이에 채권적 효력만 가지는 것으로 판단하거나, 부동산실명법이 판례의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론'을 명의신탁 약정 자체를 무효화함으로써가 아니라 명의신탁 약정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함으로써 극복하는 편이 옳았다고 보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본 사안과 같은 계약명의신탁뿐 아니라 등기명의신탁에서도 일관되게,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의 내용에 따라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며,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림에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보는 극단적인 입법적 결단을 내린 이상, 그리고 그러한 결단을 내린 입법자의 '선의'를 인정할 수는 있는 이상, 부동산실명법의 태도를 충실히 받아들이는 전제에서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아쉽지만' 최선일 것이다.
2010-02-25
실명법 이전 계약명의신탁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1. 문제의 제기 1) 대법원 2009년 7월9일 선고 2009다23313 판결은 실명법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회복을 위해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그 성질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고, 유예기간 경과일인 1996년 7월1일부터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고 판시하였다. 2) 위 판결은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 중 그 한 축인 계약명의신탁자의 법률적 구제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아니하다 할 것이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 시행 전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경우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후 같은 법 제11조의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실명화 등의 조치 없이 위 유예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같은 법 제12조 제1항, 제4조에 의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로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할 것인데, 같은 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 바(대법원 2002. 12.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6268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경위로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회복을 위해 명의수탁자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그 성질상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한다. 3. 명의신탁 효력론 1) 명의신탁은 일제초기 판례이론에서 발전된 것으로 그 역사가 깊다. 실명법 이전부터 명의신탁은 탈법과 탈세 등에 악용되는 등 사회적 폐단이 많아 이를 통정허위표시라고 보아 무효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었으나 확립된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 학설은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2) 그러던 것이 1990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일부 조문을 두어 규율하다가 1995년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실명법’이라 함)’에서는 명의신탁 약정 및 그에 따라 행하여진 물권변동의 무효를 직접 법률로 규정하였고, 이로써 명의신탁의 효력론은 일단 입법적으로 정리되었다. 한편 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과 단서에서 각 유형에 따라 효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명의신탁의 주요 과제는 그 유형론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3) 다만 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실명법에서 규정하는 ‘무효’의 의미 및 그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실명법 제정 당시 ‘명의신탁자의 재판상 반환청구권을 부인하여 부동산을 명의수탁자의 소유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는 하였으나 이 방안은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등 위헌의 소지가 있어 채택되지 못하였다고 한다(양창수,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의한 명의신탁의 효력’,「민법연구」 제5권 121면). 4) 요컨대, 실명법 시행 이후의 다수의 학설 및 판례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 회복 자체는 허용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리하여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말소를 구할 수 있고(대법원 2002. 3.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는 직접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 자체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2.26. 선고 2000다21123 판결)고 해석한다. 그러나,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5) 대상판결은 위 2000다21123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① 그 반환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는 점, ②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4. 검토의견 1) 2000다21123 판결 및 대상판결은 실명법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함으로써 명의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한다(이하 ‘완전한 소유권 취득론’이라 함). 그러나 한편 명의신탁자는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유예기간 경과일인 1996. 7.1.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부동산 자체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한다. 2) 생각건대 대법원이 ‘명의수탁자의 완전한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는 동시에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자체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김미리, ‘간접대리명의신탁의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부당이득 반환관계’, 법조 2004. 2. 202면). 명의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면, 유예기간 경과로써 명의수탁자가 부담하는 부당이득반환의 내용은 부동산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졸고, ‘명의신탁 유형론’, 인권과 정의(2009. 9. 게재예정)). 3) 대상판결의 ‘완전한 소유권 취득론’에서 말하는 소유권의 실체는 무엇인가? 소유권은 그 성질이 전면적 지배권으로 항구성을 가지며 소멸시효에 걸리지도 않는다(민법주해(Ⅴ) 물권(2) 29면, 김상용 집필부분).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명의신탁자의 청구에 명의수탁자가 대항할 수 없다면, 명의수탁자가 취득한 소유권은 그 내용이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소유권자는 명의수탁자라고 하면서 바로 그 소유권자가 법률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였음에 불과한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 자체의 반환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는 소유권의 전면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명의수탁자가 취득하였다고 하는 소유권은 전면적 지배권이 아니라 전면적 반환의무일 뿐이지 않은가. 4) 대상판결의 사안을 보면 명의신탁자인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점유 경작하여 왔다. 원고는 목적물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매수인의 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대법원 1976. 11.6. 선고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을 원용하기도 하였으나, 대법원은 만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실명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아 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5) 대상판결에 의하면 명의수탁자는 1996. 7.1.자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전제로 볼 때, 용익관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완전한 소유권을 명의수탁자가 취득하였다고 보는 이상, 명의신탁자의 점유 사용이익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 되어 1996. 7.1. 이후의 사용이익은 명의수탁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예기간 후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계약명의신탁의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상실할 뿐 아니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점유 사용으로 인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까지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6) 그러나 이는 소유권의 이중박탈이요, 명의신탁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대체 명의신탁자는 어떠한 불법을 저질렀기에 형벌, 행정벌, 사권의 이중박탈을 견뎌야 하는가? 명의수탁자는 어떠한 공덕을 쌓았기에 자신의 땀 한 방울도 섞이지 아니한 타인의 재산을 마침내 취득하게 되고, 그 취득을 대법원이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가? 7) 명의신탁이 초래하는 사회적 부조리는 형벌 및 과징금으로 대응해야 하고, 이로써 족하다고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국가가 개입하여 소유권의 귀속을 인위적으로 뒤바꿔 버리는 것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이 규제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독점할 어떠한 명분도 당위성도 없는 자이기 때문이다. 8) 대법원 및 다수의 학설은 실명법의 출발점에서 명의신탁 자체를 불법원인급여로 보거나 명의신탁자의 소유권회복 자체를 막는 것으로 구성하지는 않았다. 이는 우리 헌법질서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었고 정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계약명의신탁자의 소유권회복권원을 소유권 그 자체에서 구하지 않고 한낱 법률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불과한 것으로 구성하는 것은 위와 같은 출발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9) 등기명의신탁과의 균형도 문제이다.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위 76다148 이후 확립된 판례이론에 의하여 대위말소하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아 명의신탁자는 소멸시효의 문제없이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보게 되면, 결국 소송의 실제에서는 매도인의 선악의 여부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명의신탁에 있어서 매도인은 이른바 제3자방 이행약정에 의하여 자신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자로서,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 받은 이상, 명의신탁 재산이 실제 누구의 소유에 속하는지는 관심이 없는 자이다. 그런데 그의 내부적 용태에 따라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의 회복 여부가 좌우된다는 결론은 이를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다 할 것이다. 10) 계약일로부터 10년이 지난 명의신탁 사건에서 등기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의 구별이 명료할 리 없다. 아마도 허다한 사건에서 매도인에게 송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건의 심리에서 과연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누가 계약당사자로 나섰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5. 결론 1)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을 규율함에 있어,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달리 규율할 근거가 없다 할 것이다.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을 이해함에 있어서, 특히 계약명의신탁의 유형에 해당하는 명의신탁만을 달리 취급한 예도 없었고 현행 실명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계약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근거에 관하여는 여전히 이론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동지 정상현, ‘명의신탁약정의 효력과 신탁재산의 반환여부에 대한 법리 재검토’, 「성균관법학」 제19권 제1호(2007), 155면). 2) 생각건대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실명법의 시행으로 비로소 창설된 권리가 아니다. 만일 그렇다고 했다면 실명법 이전에는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명의신탁을 불법원인급여로 보지 않는 이상, 또한 같은 의미에서 실명법의 입법취지를 명의신탁자의 소유권 및 그 회복을 법률로써 부인하고 명의수탁자의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서 새로운 소유권 질서를 확립함에 있다고 보지 않는 이상, 명의신탁자는 실명법 시행 전후를 불문하고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언제나 소유권자였고, 실명법이 생기기 전에도 소유권자로서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유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이상 이러한 회복권능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3) 결론적으로 실명법 시행 전 후의 명의신탁은 이를 구분하여 달리 해석해야 할 것이다.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그 실질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라고 새겨야 할 것이다. 여기에 등기명의신탁이니 계약명의신탁이니 하는 유형론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해야 한다. 실명법의 해석으로는 유예기간이 도과함으로써 명의신탁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돌아갈 뿐이고(법 제12조 제1항, 제4조),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신탁을 해지할 필요도 없이 법률에 의하여 명의신탁이 무효로 됨으로써 복귀된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명의를 회복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해배제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도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2009-09-10
정리절차와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재진행
Ⅰ. 사실관계 나라종금은 1992년 10월15일 피고의 연대보증하에 대한유화와 사이에 어음거래 한도액 199억 원, 변제기 1993년 10월14일로 된 어음거래약정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대한유화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1995년 3월20일 나라종금에 대한 어음채무에 관하여 변제기를 1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연기하고 이율을 감경하는 내용의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되었고, 1998년 7월30일 정리절차의 종결결정이 확정되었다. 대한유화는 정리계획이 정한 바에 따라 2005년 7월10일까지 분할상환에 의하여 주채무의 원금 및 감액된 이자를 모두 상환하였다. 원고가 보증인인 피고를 상대로 감경 전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보증채무는 정리계획 인가결정의 확정일인 1995년 3월20일 또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의 확정일인 1998년 7월30일부터 주채무와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그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리계획에 의해 주채무의 변제기 유예 또는 이율 감경이 있더라도 보증채무는 그와는 관계없이 전액을 즉시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가산해야 하는 것이므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주채무와는 별도로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1. 회사정리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내려진 때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을 개시한다. 2.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가사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따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정기적으로 채무를 일부씩 변제함으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에는 그 중단의 효과가 보증채무에도 미친다. Ⅲ.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정리계획에 의하여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되거나 이율이 경감된 경우 그 면제 또는 경감된 부분의 주채무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때에 소멸하게 됨에 따라 그 시점에서 채권자의 정리절차에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어 그 부분에 대응하는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위 인가결정 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대법원 1995년 5월26일 선고 94다13893 판결, 1995년 11월21일 선고 94다55941 판결 등 참조). 정리계획에 의해서도 주채무가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리절차 참가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그 정리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종결결정이 확정되어 정리절차에 있어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면 그 시점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된다(대법원 1988년 2월23일 선고 87다카2055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 의해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정리절차 참가 및 정리절차 종결결정 이후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인하여 생긴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는 모두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어, 분할상환에 의해 이 사건 주채무의 원본채무가 완제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피고의 보증채무도 시효소멸함이 없이 존속하고 있었으므로 원심의 가정적 판단은 옳다(상고기각). Ⅳ. 평석 1.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통하여 정리절차에 참가하면 구 회사정리법(‘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보증인에 대해서는 구법 제240조 제2항에 관계 없이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민법 제440조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규정이 아니라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규정이므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이 있다 하여 민법 제440조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단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언제 재진행하는 것인가에 있다. 이하에서는 정리계획에 주채무의 변제기가 정리절차 종결 후로 연장된 경우에 한하여 논의한다. 2. 대상판결은 유형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①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된 경우 : 면제된 주채무에 대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의 확정에 의하여 주채무가 면제되어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그때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 대법원은 주채무를 면제하거나(대법원 94다13893 판결) 지연손해금에 대한 연체이율을 감경하는(대법원 94다55941 판결) 내용의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사안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인가결정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 1978년 11월20일 판결과 국내 학설도 일치한다. ② 주채무를 면제하지 아니하고 변제기를 연장한 후 분할하여 변제하기로 한 경우 : 정리절차 폐지 또는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선례인 대법원 87다카2055 판결의 사안은 정리계획안에서 원금은 1981년부터 1990년까지 분할변제하고, 이자는 1990년 이후부터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1982년 8월16일 정리절차폐지결정을 하고 원고가 보증인에 대하여 1986년 5월22일 원리금의 청구를 한 것이다. 원심은 중단된 소멸시효는 정리절차폐지결정시가 아니라 인가된 정리계획에 따라 유예된 주채무의 변제기 도래시로 보아 원리금 전부에 대하여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리절차 폐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은 사실관계가 ②의 유형, 즉 주채무의 변제기 분할 연장형에 해당하므로 역시 87다카2055 판결의 법리에 따라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한 점을 꼬집어 이 점이 잘못되었다고 설시하였다. 그 근거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들고 있다. 대법원의 견해는 일본의 소수설을 따른 것이다. 3. 필자는 원심의 판결 이유에 찬동하고 대법원의 판결 이유에 반대한다. 첫째, 보증채무의 부종성 배제와 소멸시효의 중단은 무관하다. 구법 제240조 제2항은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제240조 제2항이 회사정리계획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법 제440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한다”라는 점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86년 11월12일 선고 86가합2589 판결은 정리절차개시결정의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채권자는 즉시 보증인에 대하여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증인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시키려면 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인에 대하여 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잘못되었다. 회사정리절차에의 참가는 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인 바, 정리절차참가로 인정되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는 것이고, 그 효력은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를 논하는 것은 보증채무의 부종성 완화와 민법 제440조의 법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삼는다면 애초부터 민법 제440조를 거론할 필요 없이 하급심판결의 논리대로 보증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재진행을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둘째, 대상 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반한다. 민법 제440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당사자 및 승계인에게만 규정한 민법 제169조의 예외규정으로서 그 정책적 취지는 주채무자에 대한 소멸시효의 중단효력이 보증인에도 미치고 그렇게 함으로써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보증인을 세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채권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정리계획 소정의 변제기가 정리절차종결 후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정리계획의 수행과 회사정리법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해진 변제기부터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진행함은 견해의 다툼이 없다. 따라서 민법 제440조가 회사정리절차에도 적용된다면 주채무와 보증채무 역시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도래해야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만일 대상 판결을 따르면 주채무는 정리계획에 의하여 연기된 변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이는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치하게 되는 것으로 대상판결이 적확하게 지적하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어긋난다. 민법 제440조가 적용되는 한 정리절차참가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이 재진행하는 시기도 주채무와 보증채무를 일치시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다. 4. 그 동안 학설이 주채무 면제형과 변제기 유예형을 구별하지 않고 논의하였으나 대법원이 유형을 나눈 점과 전자의 경우에는 정리계획 인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에는 필자도 찬동한다. 그러나 변제기 유예형에 관하여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재진행시기를 달리 취급하여 주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에서 정한 정리절차 종결결정 후에 도래하는 변제기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한 것에 반대한다. 일본의 통설 역시 인가 후에 정리절차가 폐지된 때에는 정리계획에 정하여진 변제기와 폐지결정시 중 늦은 시점부터 보증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의 회생갱생법이 임의적 파산선고를 규정한 것과 달리 구법 제23조는 계획인가 후 정리절차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야 하고 기한부채권이라도 파산선고시에 변제기에 이른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구 파산법 제16조) 주채무와 보증채무 모두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아니라 파산 선고시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와 구법 제240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앞으로 대상판결과 선례들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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