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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자자가 제기한 손배소송서 과실상계의 적정범위
1. 각 사건의 개요 가. 대상판결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67261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9578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42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46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04999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59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39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5583판결) 나. 사건의 개요 (1)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 제2호(이하 '이 사건 제1호, 제2호 펀드'라 한다)를 설정하여 그 수익증권을 발행한 회사이고, 피고 은행은 피고 자산운용회사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위 각 펀드의 판매업무를 담당한 회사이다. 장외파생상품 투자신탁인 이 사건 제1호 펀드는 그 신탁자산의 대부분을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수익구조는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있는데,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은 112개 종목의 해외 특정 주식의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롱숏 주식디폴트스왑(long/short Equity Default Swaps, long/short EDS) 포트폴리오와 담보채권을 주요자산으로 하여 손실부담순위에 따라 발행된 합성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다. 투자원금 중 만기에 상환되는 금액은 0%에서 100%사이에서 결정되고 상환금액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초자산이 되는 112개 종목의 주가를 관찰함으로써 산출되는 '펀드이벤트 수'이다. 이 사건 제1호 펀드는 만기에 회수되는 원금액수와 상관없이 설정일로부터 만기일까지 연 6.7%의 확정수익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2011. 현재 심각한 손실율을 기록하고 있다. (2) 법원은 ①피고 자산운용회사가 작성하여 피고 은행 등 판매회사에게 배포한 이 사건 각 광고지나 Q&A자료 등에는 이 사건 각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각 펀드를 국민주택채권 등과 비교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대한민국 국채의 부도확률과 유사하고, 은행예금보다 원금보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로 강조하였고, ②피고 자산운용회사는 이 사건 각 펀드가 원금손실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이나 기타 여유자금을 연금식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를 판매하도록 하였고, ③피고 은행의 판매담당 직원들은 이 사건 각 펀드의 구조에 대하여 교육받지 않아 그 특성이나 위험성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주로 상품요약서 등을 활용하여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고수익상품으로서의 안전성만을 강조하였다고 인정하였다. (3) 이에 법원은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신탁의 수익과 위험에 관하여 균형성을 상실한 정보를 판매회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하였고, 피고 은행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는데, 이는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인바, 자산운용회사와 판매회사인 피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다만, 대법원 2010다77613판결은 자산운용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 각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인정된 과실 가.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은 '투자자인 원고들은 자기책임의 원칙 아래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를 게을리하여 펀드 가입시의 거래신청서 확인사항에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약관 및 투자설명서를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이를 교부받아 그 내용을 확인해 보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의 과실비율을 55%로 하였다. 나.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42 판결이 원고들에게 과실을 인정한 이유는 위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과 사실상 동일하나, 다만 이 사건 각 펀드 가입 전에 투자경험이 없었던 원고들에게는 과실비율을 60%로, 이 사건 각 펀드 가입 전에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들에게는 과실비율을 70%로 하였다. 다.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59 판결 위 사건의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5583판결은 투자금액이 적고 투자경험이 없던 원고에게는 60%, 투자금액이 적고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에게는 70%, 투자경험은 없으나, 투자금액 거액(4억원)인 원고에 대해서는 거액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신중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5%의 과실비율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39판결은 투자금액은 고려대상으로 하지 않고, 투자경험이 없는 원고에게는 60%,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에게는 70%의 과실을 인정하였고, 상고심은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편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하여 원심에서 인정한 과실비율에 위법이 없다 하였다. 3. 검 토 가. 금융상품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과실인정에는 일반사건과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 오늘날 판매되는 금융상품의 특성을 투자자가 안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운용사가 투자설명서에 투자상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거나, 판매회사가 투자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금융상품의 투자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는 해당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투자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를 게을리하였다는 이유로 큰폭의 과실상계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은 투자자의 금융상품 투자경험의 유·무를 과실인정 비율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는데, 오늘날 판매되는 금융상품은 모두 각각의 특성(투자위험성과 수익구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종전에 금융상품 투자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에게 과실을 인정한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상품을 판매, 운용하는 곳은 대부분 은행, 증권회사 등 일반인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기관임에 비추어 판매사나 운용사가 투자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서 투자자가 해당 상품이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종전 투자경험 등을 이유로 과실을 인정해서는 않된다고 생각된다. 나. 위와 같은 취지에서 투자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그 과실비율을 적게 인정한 아래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1) 서울고등법원 2010. 3. 31. 선고 2009나97606 판결(획책된 과실) 위 사건은 사망보험금과 적립금을 포괄하는 생명보험의 일종인 유니버설 보험(Universal Life Insurance) 또는 변액보험과 유니버설 보험을 결합한 변액 유니버설 보험(Variable Universal Life Insurance)에 있어서, 일반인들이 일반 정액보험에 비하여 보험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험기간이 장기간 또는 종신이며, 특히 변액보험은 정액보험과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계약자들은 보험자의 사회적 신뢰성을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계약자들이 이를 이해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자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결과 계약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므로,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가 입은 손해(납입한 보험료 합계액과 수령한 해약환급금의 차액)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특히, 법원은 설명의무 또는 적합성의 원칙 등을 위반한 투자권유는 투자자로 하여금 경솔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투자자의 과실을 야기하는 속성을 가지는데, 이와 같이 야기된 투자자의 과실은 이른바 '획책된 과실'로서 권유자의 위법과 별도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 2011. 11. 11. 2010나3980판결(위 판결도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 제2호 사건에 관한 것임) (가) 법원은 피고 은행과 피고 자산운용사가 원고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 "원금손실 가능"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투자자에게 어떤 경고의 의미도 없으며, 투자자들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실제 의미가 있는 것은 그런 원금손실의 이론적 가능성 '유무'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즉 투자수익에 비교하여 감수할 만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판단자료의 제공여부라면서, 일반 투자자가 이 사건과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에서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원금손실가능"이라는 경고는 무의미한 것이라 하였다. (나) 아울러, 피고 자산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설명서는 개별 주식들의 변동성에 대해 정통한 투자전문가가 검토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을 전혀 추정할 수 없게 설명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불충분하거나 투자자를 오도하는 정보만이 제공된 상태에서 단순히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기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피고들의 책임면제는 물론 제한도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 책임의 제한에서도 이 사건 펀드는 위험성이 매우 높고, 금융파생상품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도 이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 피고들은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이 사건 펀드를 일반투자자인 원고들에게 정기예금과 유사한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그 가입을 적극 권유하였으며, 이 사건 펀드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교부하지도 않았으며, 개인투자자인 원고들이 금융전문기관인 피고들의 설명과 권유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 자산운용사는 이 사건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에 관하여 불충분한 정보만을 제공하면서 안전성을 불합리하게 강조하는 자료를 작성함으로써 원고들의 판단을 오도하였고 피고 은행은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매우 난해하고 위험성도 높은 상품을 퇴직자나 노령자, 생계형 저축자에게 적합한 매우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등 피고들의 고객보호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과실을 70%로 보았다.
2012-02-06
장외파생상품 투자 펀드 사건에 대한 소고
I. 사건의 개요 우리금융지주그룹 산하의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이하, '판매회사들'이라고 한다.)은 2005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우리 Power Income 파생상품투자신탁"(이하 '우리파워인컴펀드') 제1호 및 제2호를 판매하였다. 그런데, 판매 당시 안정성이 강조되던 이 펀드는 펀드 설정일 이후부터 점차 기준가가 하락하더니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을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손실액이 확대되어 현재 1호 펀드는 -75%, 2호펀드는 -95%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 사건 펀드는 복수의 해외 특정 주권의 가격에 연계된 CEDO(Collateralized Equity and Debt Obligations)Ⅱ라는 장외파생상품 중 "Tranche K : 원금비보호형 자산담보 고정금리 2011년 만기채권(Non-Principlal Protected Asset-Backed Fixed Rate Notes due 2011, 이하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이라 한다)"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고 '5년 만기의 국고채 금리 + 연 1.2%'를 예상수익률로 하며 6년 2주(2011. 11. 22.)를 만기로 하는 단위형·공모형 파생상품투자신탁으로서, 아래에서 살펴 볼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펀드 이벤트'의 발생횟수가 58 미만일 경우에는 원금 전액을 지급하고, 위 이벤트 발생횟수가 58 이상일 경우에는 원금 × {1 -(펀드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 / (최대손실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를 지급하도록 설정되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건의 경우 원고는 무학문맹으로서 이 사건 펀드 가입 전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없었던 자였다. 원고는 이 사건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신탁상품 신규가입·청약신청서를 작성하고,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확인서, 고객상담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하여 이를 피고 은행에 교부하였는데, 고객상담서에는 부동문자로 "이 상품은 실적배당형 상품임을 설명 들었음", "이 상품의 수익구조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들었음"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각 확인란에 "0" 표시를 하였으며, 피고 은행 대송지점 PB 담당 차장은 상품요약서, 상품제안서를 펼쳐 놓고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6년간 매 분기마다 고정적인 수익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A3 등급을 부여해 원금상환가능성이 국채 수준 정도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설명을 하고 위 상품요약서 및 상품제안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그러나 담당직원은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에 관한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실제로 제시하거나 교부하지는 않았다. II. 사건의 경과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 8. 14. 선고 2008가합20578판결의 요지 손해배상책임의 점에 대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 우리자산운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자산운용회사는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판매은행으로 하여금 투자자에게 펀드상품의 거래에 수반하는 위험성이나 투자내용에 관하여 정확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판매은행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또 피고 판매은행도 은행원이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펀드의 고수익성과 안전성만 강조하면서 운용방법이나 만기시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고 투자설명서의 제시·교부도 하지 않은 채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고객들을 상대로 펀드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는, 고객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은행이 그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 고객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2. 서울고등법원 2010. 8. 12. 선고 2009나87852 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자산운용회사와 판매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을 1심법원과 같이 인정하였다. 증권투자신탁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부담하게 되나, 증권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정보의 현저한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자기책임의 원칙은 위험부담의 중요한 사항인 투자신탁의 구성, 투자대상, 투자비중 등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결정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다. 자산관리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간접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다53197 판결 등),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에 신탁재산에 관한 유리성(안정성·수익성 등)에 과도하게 치우친 설명·정보제공을 하거나 위험성에 관하여 과소하게 설명·정보제공을 할 것이 아니라, 제공된 정보의 균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판매은행은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바, 판매은행은 고객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원고에 대한 피고 은행의 담당직원의 이러한 펀드 가입권유행위는 원고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원고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고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III. 검토 1.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82판결의 요지 이 사건 대법원의 판시에서 유의할 점은 판매회사는 수익증권 판매에 있어 단순히 자산운용사의 투자설명서나 판매보조자료를 신뢰하여 이를 설명한다고 해서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투자설명서 등의 의문이 있는 점에 대해서 확인하여 이를 보완하여 판매하는 상품의 위험과 수익에 대하여 균형성을 갖춘 설명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였다. 한편 판매회사의 지위에 대하여도 자산운용회사의 대리인이 아니라 판매의 주체로서 투자자의 거래상대방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음도 확인하였다. 또한 자산운용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로서 투자신탁에 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와 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자산운용회사가 판매회사에 제공한 투자설명서에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제공되는 투자설명서 등에 담긴 정보가 균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고객보호의무의 법리에 기초하여 직접 판매를 하는 판매회사와 자산운용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은 증권투자신탁에서 위탁회사가 판매회사와 수익증권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인 위탁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로서 투자신탁약관을 제정하여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후 그 약관에 따라 수탁회사와 함께 증권투자신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탁회사와 공동으로 증권투자신탁을 설정하고, 투자신탁설명서를 작성하여 수익증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에게 제공하여야 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판매회사의 경우에도 단순히 투자설명서 등의 내용을 설명함에 그치면 면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자설명서 및 설명보조자료를 분석하고, 분명히 숙지하여 균형성 있는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판매은행의 주의의무내용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다만 1심은 중과실을 인정하여 착오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투자상품 계약체결과정에서 계약체결 동기와 관련하여 그간 대법원이 취한 유발된 동기의 착오와 관련된 중과실 판단기준(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등)을 적용할 여지는 없었는지에 대하여 논의의 실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1-11-07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약관규제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가
Ⅰ. 사안의 개요 ⑴ 원고는 전자제품의 도소매 등을 영위하는 한국회사, 피고1은 반도체제품의 제조·판매 등을 영위하는 캐나다 회사이며 다른 피고들은 피고1의 자회사들이다. ⑵ 원고는 2003. 8. 1. 피고들과간에 온타리오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배급·판매대리계약을 체결했다("이 사건 계약"). 위 계약상 원고는 한국내에서 주문을 받아 피고들 제품판매를 대리하고 피고들 제품을 구매하여 한국내에서 배급할 수 있는 비독점적 권한을 가진다. ⑶ 제21조에 따르면 일방당사자는 편의상 언제든지 60일 전 사전 통보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시 어떤 당사자도 상대방의 손해에 대해 책임이 없다. 피고들은 2007. 3. 원고에게 제21조에 따라 통지일로부터 60일 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⑷ 원고는 피고들의 부당계약파기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은 약관인 바 피고1은 해지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제21조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상 계약내용으로 편입될 수 없고 또한 제21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들의 계약해지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31323 판결 요지 첫째, 원심법원은 위 계약이 약관이라고 보았으나 그 준거법은 온타리오주법이고, 우리 국제사법(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목적을 볼 때, 약관규제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동법은 위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피고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하였다거나, 위 계약에 온타리오주법이 적용됨으로써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첫째,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함으로써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근거가 없어 준거법약정은 유효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둘째, 국제사법 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 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약관은 국제거래에서도 널리 이용되므로 법률가들은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약관의 경우 ① 준거법지정이 유효한지, ② 그렇다면 준거법이 외국법이어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항상 의문을 가진다. 이를 해소하고자 필자는 2003년 한국국제사법학회지에 "國際去來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적용"이라는 글을 썼다. 당시 이 쟁점을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 대상판결은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라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실무상 및 이론상 큰 의미가 있는 쟁점을 소홀히 취급한 탓에 뒷맛은 씁쓸하다(대상판결이 공보에 공간된 것은 다행이다). 이는 국제사법의 중요성에 대한 대법원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대상판결 직후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은 대상판결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하 첫째, 약관에 의한 준거법지정의 유효요건과, 둘째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셋째 9월 판결의 취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약관규제법의 행정적 규제를 언급한다. 2. 약관에 의한 준거법 지정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되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필자는 이를 원용하여 준거법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원심판결은 이 법리를 따른 것이고 대상판결도 그 결론을 수용하였다. 3.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 약관에 의한 계약 준거법이 외국법인 데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려면 동법이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국내적 강행규정일 뿐 아니라, 준거법이 외국법이더라도 그 적용이 관철되는 국제적 강행규정이어야 한다.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자면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어야 하나 동법상 이를 간취할 수 없다. 특히 국제사법(제27조)이 소비자계약의 경우에도 준거법합의를 인정하면서 소비자 상거소지법의 보호를 관철하는 데 그치므로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는 것은 균형에 반한다. 가사 이를 긍정하더라도 약관이 사용되는 모든 국제거래에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기준(내국관련성 등)이 필요한데, 동법의 해석상 기준을 도출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나16900 판결도 강행규정은 그 법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 법체계와 사회질서 및 거래안전 등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거나, 법규정 자체에서 준거법과 관계없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의 국제적 또는 영토적 적용범위를 스스로 규율하고 있는 경우 등을 의미하는데, 약관규제법 제3조의 명시·설명의무 규정이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하였다. 국제적 강행규정에는 ① 초개인적인 국가적·경제정책적인 공적 이익에 봉사하는 간섭규범과, ② 계약당사자들간의 유형적인 불균형상태의 조정, 즉 약자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사법이 포함된다. 간섭규범의 개념은 로마Ⅰ규정(제9조)에 반영되었다. 어떤 법규가 명시적으로 인적 또는 장소적 적용범위를 명시하는 경우 그로부터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도출할 수 있다.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법원이 당해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조사하여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떤 법규가 간섭규범인가는 법규의 성질결정의 문제인데, 이를 위하여는 법규의 목적과 그의 언명을 우선 특정하고 분석해야 하며, 이 경우 문제된 규범의 언명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지 하나의 법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당해 법규가 행정법적 절차내에서 전속적 관할을 가지는 관청을 통한 정규적 집행을 규정한다면 이는 비교적 확실한 간섭규범의 징표가 된다. 의문이 있으면 일반원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간섭규범이 아니라고 추정해야 한다. 특별사법인 국제적 강행규정의 경우도 국제적 강행규정성은 법의 문언 또는 목적으로부터 도출된다. 예컨대 과거 독일 약관규제법(AGBG)(제12조)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더라도 당해 계약이 독일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경우 동법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결과 동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 특별사법으로 이해되었다. 영국의 1977년 불공정계약조건법(제27조 제2항)도 같다. 4. 대법원 2010년 9월 판결의 취지 9월 판결의 사안에서 리스이용자인 한국회사는 한국보험회사와 (한국선적의) 국내용 선박에 대해 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했다. 그 사건에서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존부가 다투어졌는데 대법원은 이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필자는 위 보험계약은 준거법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제25조 제4항)에 따라 국내적 강행규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고 보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옳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법리를 채용한 적이 없으므로 9월 판결이 약관규제법을 적용한 근거는 이해할 수 없다(이정원, 저스티스 통권 제122호 평석 참조). 판결문을 읽어도 논거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좌절한다. 5. 약관규제법과 행정적 규제 외국법이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으로 유효하게 지정될 경우 약관규제법의 司法的 統制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 규제도 동일한 법리에 따르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국제사법은 약관규제법이 한국에 상거소를 둔 소비자(자연인)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관철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에 대한 행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적 통제는 사법적 통제와 다르다는 것이나 이 경우 그 기준이 모호하다. 필자는 해석론으로는 전자를 지지한다. 6. 맺음말 대상판결의 결론은 사견과 같은 것으로서 타당하다. 종래 약관에 의해 불이익을 입은 당사자의 변호사들은 계약의 준거법을 불문하고 약관규제법에 의해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쟁점의 해결을 피해 왔던 대법원이 모처럼의 기회를 맞이해서도 깊이 논의하지 않은 채 결론만을 던진 것은 실망스럽다. 오히려 원심판결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더욱이 대법원이 대상판결 선고 직후 상충되는 듯한 판결을 선고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필자는 양자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보나 종래 대법원판결을 보면 상충된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앞으로는 대법원이 國際私法 爭點을 좀더 충실하게 다루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2011-03-21
자동차종합보험상 플러스보험 관련 보험사기
I.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09. 9.30. 선고 2009고합128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7. 10.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08. 12.4. 같은 죄 등으로 금고 4월을 선고받은 자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해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피고인은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 최모(여, 69세)씨를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은 2007. 5.14. 충남 보령시 소재 도로에서,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김모(여, 74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2,800여만원(그 중 7,37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됨)을,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위와 같이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최모씨를 들이받아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740여만원을, 2008. 9.5. 충남 서천군 소재 해안도로에서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박모(여, 66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그 중 4,00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지급)을 각 편취하였고, 2008. 9.12.경 다른 보험회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 나. 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김모씨, 박모씨에 대한 각 살인의 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이미 처벌받아 다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살인미수, 사기, 사기미수의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하였다. II.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플러스보험의 문제점과 관련 보험사기 억제 1. 서설 이 글은 최근의 위 대상판결에 대한 판례 평석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위 판결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지는 아니하였다. 필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동안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을 전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느낀 소회와 위 대상판결을 접하면서 느낀 당혹감과 충격이 어우러져 위 대상판결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관한 입법적 대안까지 포함하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데 그쳤다면 가해자의 고의를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교통사고의 특성상 완전범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의 위협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급박한 양상을 띤다고 본다. 2.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 범죄와 이 사건 보험사기 범죄의 구별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재산적인 피해, 더 나아가서는 보험가입자 일반에의 피해 전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의 약점을 가진 피해자의 형사처벌 등의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나 범죄자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치는 것을 예상하고 저지르는 범죄인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피해자의 인명피해는 그다지 중하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사기는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어 형사합의금이 많이 책정되는 상황일수록 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이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 다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일사부재리원칙과의 관계 위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보험사기,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의자가 이미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동일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보험사기를 노린 계획적 살인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사기죄로 추가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재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이러한 처벌의 흠결은 더더욱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죄에 대한 대처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게 하며 이에 대한 대처가 즉각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4.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의 의의와 그 실태 가. 플러스보험의 의의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이하에서는 ‘플러스보험’이라고만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을 지원하는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민사소송상의 방어비용 제외, 상법 제720조 제1항), 면허정지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을 통칭하며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보험상품군을 통칭하는 것이며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손해보험계약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므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조사하여 그 손해만을 보상하며 보험가액이나 실제손해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플러스보험의 실태 보험금 지급의 실태와 관련하여 주된 항목인 형사합의지원금의 경우를 보면 그 특성상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피보험자로서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하여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금액까지 금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보험자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한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플러스보험의 실태를 보면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 면허정지위로금 명목으로 피보험자에게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형사합의지원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최대 2,000만원 내외, 방어비용으로 대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5. 형사합의금의 의의와 관련 실무 가. 형사합의금의 의의 형사합의금이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형사사건에서의 선처를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며, 이 금원은 피해자 측이 민사상 지급받는 손해배상액 또는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형사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라는 등의 문구로 표시되며, 이러한 형사합의금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돈이 아니라 오로지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다. 나. 형사합의금 관련 실무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을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구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아니라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을 표시하여 피해자 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보험금에서 가해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법원에 금원을 공탁한 때에는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공탁금액 상당의 금원을 구상할 채권을 피해자 측에 양도하고 위 금원이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으로 표시하며, 제3채무자인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함으로써 공탁된 금원이 사실상 형사위로금으로 기능하게 하여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원 실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액수를 고려하는 예가 보이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재산 출연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자가 면책되는 결과가 되고, 형사합의금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6.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행의 억제방안 가. 피보험이익과 초과보험의 무효 규정 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상법 제669조 제4항). 그런데 플러스보험은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므로 형사합의금은 당사자의 합의, 협상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 형사합의금 항목에 관하여는 초과보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논할 실익이 별로 없다. 중복보험에 있어 보험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초과보험이 되고, 중복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때에는 그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형사합의금 항목의 위와 같은 특성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초과보험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피보험이익을 따져 중복보험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중복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상법 제672조 제2항), 이를 어긴 경우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효과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터에 그것만으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나. 약관규제당국에 의한 규제 가능 여부 이 사건 플러스보험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두터운 보호와 플러스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한 폐해가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보험사기 및 살인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약관규제당국이 형사합의지원금 액수에 제한을 가하고, 중복보험의 경우 미통지시 플러스보험 부분에 한하여 무효화하는 규정 등을 두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 법원실무상의 주의사항 앞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면책 여부나 양형상의 고려를 위하여 ‘종합보험가입사실원’을 제출받음에 있어,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비전형적이고 중과실로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추가로 가입되어 있는지와 플러스보험상의 형사합의지원금 상당액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살피고, 플러스보험이 중복가입된 경우에는 과실 여부의 판정에 있어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라. 신속한 양형기준 설정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은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가능하게 한 자양분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로 교통사고사범에 대한 온정적인 양형을 들 수 있겠다. 피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그 합의금이라는 것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하여도 온정적인 양형을 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살인죄, 뇌물범죄, 성범죄, 강도범죄, 횡령겧窩達滑? 위증범죄, 무고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고, 순차적으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범에 관한 양형기준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마. 입법론적 해결방안-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인정의 필요성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하며(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도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조). 한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이 사건 플러스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지출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고,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민사 손해배상금과는 구별되어 지급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로부터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바로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망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은 마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 되고, 그 금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형사합의지원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 측이 그러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보아 양형을 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책임보험의 절이라 체계상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상법 제724조에 별도의 항을 두어, ‘자동차종합보험에 부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형사합의금, 형사위로금, 형사보상금 등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재판 등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의 지급을 부보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약정 보험금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7. 결어 위 판결이 위 신종 보험사기와 그 수단으로서의 살인범행에 대하여 엄정한 양형을 한 것과 일사부재리원칙에 근거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은 부분에 대하여 재차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주된 임무여서 범죄의 진압과 관련하여 입법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목적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법원의 임무라고 본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명권 침해라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신종 보험사기 범죄를 접한 마음의 충격을 전하면서 부족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9-11-30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
Ⅰ. 사실관계 1.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체결 복합운송주선업자인 A는 1996년 9월3일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피보험자를 건설교통부장관, 보증내용을 ‘화물유통촉진법(1999년 2월5일 법률 제58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화물유통촉진법’)에 의한 복합운송주선업자 영업보증금 보증’으로 정하여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이하 ‘본 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 피고 보조참가인은 A가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하였다. 2. 운임등청구소송의 진행경과 원고는 A로부터 미지급 운임을 지급받기 위해 1996년 11월22일 부산지법에 A와 피고를 상대로 운임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피고에 대한 소송은 1심진행 도중 취하함), 제1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변론이 종결되어 1998년 2월12일 원고의 운임청구는 전부인용 되었고, A가 항소한 후 다시 상고를 하였으나 1999년 9월3일 상고가 기각되었다. 3. 보험금청구소송 제기경위 및 진행경과 (1) 원고는 피고에 대한 운임등청구소송을 취하할 즈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 건 보험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폐지신고 되는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A와 같은 등록업체의 경우에는 변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 운임 등 청구소송 확정 후에도 A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재산관계명시신청에 따라 진행된 2000년 5월29일 재산명시기일에 A는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법은 2000년 6월3일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는 A의 채무불이행자등재결정 이후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1)항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받고, 2002년 2월22일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2심법원은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때’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고,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보조참가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상고가 기각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하고 특히 법령상의 의무이행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인·허가보증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강제한 법령의 내용이나 입법취지도 참작해야 한다. 나. 원고가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원고의 운임채권이 확정되고 A에게 책임재산이 없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므로, 그로부터 복합운송주선업 영업보증금 및 보증보험가입금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에서 정한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에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Ⅲ. 평석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소멸시효 규정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권리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것이 소멸시효 기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고발생요지시설과 보험사고발생시설이 대립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시부터 진행이 개시된다고 할 것이나, 소멸시효의 취지에 비추어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도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구권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보험금청구상 절차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상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개시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보증보험의 성격과 특수성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지위는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지위와는 다른 것으로 피보험자는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며(대법원 1981년 10월6일 선고 80다2699판결), 책임보험에 있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계약의 해제(해지)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스보증보험계약에 있어서 리스료의 연체사실만으로 보험사고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리스계약이 해지된 때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며(대법원 1997년 2월13일 선고 96다19666판결), 또한 지급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는 주계약이 해제되어 중도금 등 반환채무가 발생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8년 11월27일 선고 98다39404 판결). 인·허가보증보험은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허가나 인가 등 출원자가 허가관청에 예치해야 할 각종 인·허가보증금에 대신하여 체결하는 보험으로서, 보험사고에 있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보험금지급 청구에 있어서 특별한 절차를 요하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대한 검토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고 발생시점, 보험사고발생을 안 시점 그리고 소멸시효 기산점 등이 언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바 (i) 운송사고가 발생한 시점 (ii) 운임 등 청구사건 확정시점 (iii)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 (iv)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 (v)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보험사고 발생시점을 (i), (ii)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i), (ii)는 단순히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채권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추가요건을 요하는 본 건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건 보험약관이나 관련법령에 비추어 볼 때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인 (iii)을 보험사고 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도산 등’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 한편, 원고가 보험사고를 알 수 있었던 시점은 (iv) 또는 A가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한 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보험금청구 절차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므로 (v)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A가 도산 등의 사유로 변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듯하며, 원고가 보험사고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은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으로 보고, 소멸시효 기산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한 때’로 보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지 않고, 본 건 보험계약상 필요한 보험금청구 절차를 고려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것은 본 건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보증보험과 같은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은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함에 있어 보험금청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은 대법원판례로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2009-02-23
통일도메인분쟁해결정책의 구속력 인정의 한계
Ⅰ. 사실관계 1. 피고와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의 서비스표 피고는 프랑스에 660여개의 지점을 두고 개인 및 기업금융, 투자은행업, 자산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금융회사인바,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여러 나라에 ‘CCF’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다수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1989. 8. 31. ‘CCF’ 표장을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소외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HSBC Holdings Plc., 이하 ‘소외 회사’)는 HSBC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80여 개국에 약 7,000개의 지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HSBC’는 지주회사인 소외 회사와 소외 회사의 계열사를 표창하는 상호 및 영업표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소외 회사는 ‘HSBC’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전 세계 수십여 개 국가에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998. 12. 4.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2. 소외 회사의 피고 인수와 원고의 도메인이름 등록 소외 회사가 피고를 인수하기로 하였다는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협정이 2000. 4. 1. 발표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그 다음날인 2000. 4. 2. 국내의 주요 일간신문에도 보도되자 원고의 남편인 A는 위 보도당일인 2000. 4. 2. 인터넷 도메인 이름 ‘ccfhsbc.com’과 ‘hsbcccf.com’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이하 ‘ICANN’)로부터 ‘.com’등으로 끝나는 일반최상위 도메인(gTLD) 이름의 국내 등록기관으로 인증받은 한강시스템 주식회사에 등록하였고, 이후 A는 원고에게 위 각 도메인이름의 명의를 이전하였다. 피고는 2000. 7.경 소외 회사의 피고 주식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피고가 HSBC 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는 발표를 하였고, 2001. 3. 5.에는 소외 회사로부터 ‘HSBC’ 표장의 프랑스 내 사용권을 정식으로 허여받았다. 피고와 소외 회사는 그 통합 이전부터 ‘ccf.com’, ‘hsbc.com’을 비롯하여, ‘ccf’와 ‘hsbc’를 포함하는 다수의 도메인 이름을 각 등록하여 사용하여 왔으며, 앞서 본 2000. 4. 1.자 기업인수 발표 이후로 ccf와 hsbc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ccfhsbc.com.fr’, ‘hsbcccf.com.fr’, ‘ccf-hsbc.com’, ‘hsbc-ccf.com’ 등의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여 두고 있다. 3.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방침(UDRP) 가. ICANN은 인터넷 도메인 이름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의 신속하고 저렴한 해결을 위하여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방침(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및 동 규칙(Rules for 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규칙’)을 마련하고, 등록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채택하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한강시스템도 도메인이름등록약관 제1조에 위 약관에 동의한 도메인 이름 등록인은 UDRP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는 한편 위 UDRP의 한국어 번역문을 한강시스템의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는데, A와 원고는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 및 이전등록하는 과정에서 한강시스템이 마련한 위 도메인이름등록약관에 각 동의하였다. 나. 이 사건과 관련된 UDRP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UDRP 제3조(등록취소, 이전 및 변경) 등록기관은 당해 사건에 대하여 적법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 또는 중재기관으로부터 명령이 있는 경우(b항), 또는 ICANN이 채택한 UDRP에 따라 진행되고 등록인이 당사자가 된 의무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에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취소, 이전 또는 변경 결정이 있는 경우(c항)에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을 취소, 이전 또는 변경한다. (2) UDRP 제4조(의무적 행정절차, 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 a항 (적용대상분쟁) :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은 제3자(이하 ‘신청인’이라고 한다)가 분쟁조정기관에 대하여 UDRP 규칙에 따라 다음에 열거된 사항을 이유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에 의무적 행정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 절차에서 신청인은 다음 각 호의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하여야 한다. ⅰ) 도메인 이름이 신청인에게 권리가 있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 ⅱ)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이 당해 도메인 이름에 관하여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것. ⅲ) 도메인 이름이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 및 사용되고 있다는 것. 4.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경과 피고와 소외 회사는 2001. 7. 27. 및 8. 14. 원고에게 ‘ccfhsbc. com’과 ‘hsbcccf.com’을 이전하여 달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으나,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고는 2001. 12. 3.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의무적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할 권한을 부여받아, 2002. 1. 29. UDRP 및 동 규칙에 따라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WIPO 중재조정센터에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의무적인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 중재조정센터는 2002. 2. 27. 원고에게 피고의 신청내용과 행정절차개시의 통지를 발송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은 중재조정센터의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이에 중재조정센터 담당 행정패널은 2002. 4. 30. 원고는 피고와 소외 회사가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위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등록 및 사용에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한강시스템은 위 결정 이후 2002. 5. 27. 원고에게 10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제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겠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2. 6. 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인터넷도메인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기각되자 이에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원심은 이 사건의 쟁점을 피고가 UDRP 제4조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로 보고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사용은 UDRP 제4조 a항 ⅰ) 내지 ⅲ)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상고를 제기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Ⅱ.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의 법적 성격 및 위 방침이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ICANN이 마련한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DRP)은 도메인이름 등록기관과 도메인이름 등록인 사이에 합의된 등록약관의 내용에 편입되어,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제3자) 사이에 도메인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등록의 유지·취소·이전 등에 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등록기관의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에서는 위 분쟁해결방침이 상표 등에 관한 권리와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등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는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위 분쟁해결방침이 정한 요건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도메인이름 등록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없다. 따라서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 하는 법원은 위 분쟁해결방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판단 하여야 한다. Ⅲ.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절차(UDRP)의 법원에 대한 구속력 1. 견해의 대립 먼저 ‘구속력인정설’은 UDRP를 법원의 판단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인데, UDRP는 기본적으로 등록기관과 등록인 사이의 약관으로서 제3자와 등록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등록인은 제3자와의 분쟁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UDRP를 적용할 것을 사전에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3자는 UDRP를 이용한 분쟁해결을 원하여 신청을 하면 UDRP의 적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어, UDRP은 단지 분쟁해결절차 안에서 뿐만 아니라 법원의 심리에도 규범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반면, ‘구속력배제설’은 UDRP을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인데, UDRP는 위 기준을 분쟁해결절차 내에서만 규정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따라야 할 분쟁해결준칙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도메인 이름 등록인으로서는 자신의 방어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불리한 UDRP 규정을 강제적 행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넘어서 법원의 재판기준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소송의 상대방인 분쟁해결절차 신청인도 UDRP를 소송에 있어서 사법적 판단의 준거로 수용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법원이 UDRP 규정에 구속된다면 특정국가의 법원심리가 국제적인 절차인 UDRP 판정의 항소심 내지 재심의 형태가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등록으로 인해 분쟁해결신청인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 하급심 판례의 혼란 지금까지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대상판결의 원심처럼 당사자들이 다툼 없이 해당 도메인이름이 UDRP 제4조 a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한 사안에서 UDRP의 요건충족여부를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UDRP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왔다. 반면 일부 하급심판결(startv.co.kr에 관한 서울지방법원 2003.12.26. 선고 2002가합79664 판결, imbc.co.kr에 관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4가합2018, 3363 판결 등)은 비적용설의 입장에서 분쟁조정규정의 적용을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라고 바로 상표법 내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만을 판단하여 하급심의 판단기준에 일치되지 않았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분쟁해결정책(UDRP)은 상표권자인 피고와 도메인이름 등록인 원고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이 없으므로,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은 위 도메인이름 등록이 위 분쟁해결방침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위 금융회사가 자신의 상표권에 터 잡아 위 도메인이름 등록인의 도메인이름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구속력배제설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하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해결정책(UDRP)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hpweb.com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2005. 11. 8. 선고 2005나23049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Ⅳ.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도메인이름 관련 소송은 통상 ① 상표권자 등이 등록인을 상대로 등록말소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 ②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과 상관없이 상표권자 등을 상대로 등록말소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 ③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분쟁해결신청인을 상대로 금지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이나 도메인이름 이전청구를 구하는 소송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①과 ②의 경우 법원은 UDRP를 분쟁해결의 준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인데, ③의 경우 UDRP에 의한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앞의 유형들과 차이가 없으므로 관련 법률에 의거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법원의 판단기준을 통일하는 차원에서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도메인이름 관련소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UDRP이 아닌 우리나라의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의 적용 결과에 따라 그 당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2008-09-01
갑판적 운송과 운송인의 책임제한배제
I. 문제제기 2004다27082(대법원 2006.10. 26. 선고)판결은 갑판적과 관련해 운송인의 책임제한이 배제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판결로 관심을 모았었다. 본 판결도 위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판례평석이 지난 4월7일자(김현 변호사)에 게재됐다. 필자는 이러한 경향에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해상운송인에게는 포장당 책임제한권이 주어진다(상법 제789조의2 제1항). 본 사안에서 운송인에게 책임제한이 허용되면 운송인은 원고에게 약 900만원(포장 13개x500SDR)만 지급하면 되지만, 책임제한이 배제되면 4억원의 손해를 배상해야만 했다. 따라서 동 제1항 단서의 책임제한배제 사유(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생긴 때에는 책임제한을 할 수 없다)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II. 사실관계 1. 원고는 로봇 제조 회사이고, 피고 B는 복합운송주선업자, 피고 C는 외항해상운송사업자이다. 2. 원고는 2005년 4월1일 일본에 로봇을 수출하기로 하고, 피고 B에게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고 운임으로 약 1,700만원을 지급했다. 피고 B는 C와 부산에서 일본 나고야까지의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피고 C는 화물을 선적하면서 원고를 대리한 피고 B에게 무하자 마스터선하증권을 발행했고, 피고 B는 원고에게 무하자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3. 화물은 플랫트 랙 컨테이너(Flat-Rack Container) 7대(34개 포장단위)에 넣어져 4월1일 부산항에서 선적됐고, 4월6일 나고야 항에 도착해 같은 달 14일 D에게 인도됐다. 갑판적을 했던 컨테이너 4대(13개 포장단위)에 해수로 인한 침수손이 발생했다. 4. 원고는 피고 B에게 화물의 운송주선을 맡기고 피고 B는 피고 C에게 화물운송을 맡겼는데 화물 일부를 임의로 갑판적으로 운송해 해수에 노출시키는 등 손상시켰으므로 피고들은 손해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피고 C가 피고 B에게 발행한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갑판적 화물운송을 허용한다고 기재돼 있어 화물 일부를 갑판적 운송한 것이 피고 C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그 배상책임은 포장 단위당 500SDR로 제한된다고 피고는 주장한다(이상 판결문에 의함). III. 법원의 판시내용 1. 청구원인 피고들은 화물을 안전하게 선창에 적부해 운송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화물을 갑판적으로 운송해 손상을 야기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B는 운송주선인으로서, 피고 C는 운송인으로서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115조, 제788조). 2. 책임제한여부 (i) 화물은 직교 좌표형 로봇으로서 정밀하고 예민한 제품인 점, (ii) 화물은 부산항에서 나고야 항까지 4일 동안 해상으로 운송되었는데 갑판적은 선창 내 적부에 비하여 강한 바람이나 파도, 해수,… 태양열, 극심한 온도변화 등에 의해 용기나 화물이 손상될 위험이 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별도의 갑판적 운송 약정없이 화물 일부를 임의로 갑판적으로 운송한 것은 위 제789조의2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무모한 행위로 평가된다. 3. 결 론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자 약 4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 IV. 평 석 1. 청구원인과 B(운송주선인)의 법적 입지 법원은 B는 운송주선인으로서 C는 운송인으로서 원고에게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한다. 실무적으로 명칭은 운송주선인이지만, 주선인은 (i) 순수한 주선인이거나, (ii) 운송인이거나, 또는 (iii) 대리인으로 기능한다. 위 판결의 내용에 따르면 동일한 사건에서 한 사람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한 것으로 보이는 오해를 자아낸다. B가 순수한 운송주선인인 경우이거나 B가 운송인인 경우에 원고가 실제운송인인 C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면 청구원인은 불법행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은 본 사안에서 언급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상법의 책임제한규정을 실제운송인이 이용하여 책임제한을 주장했을 것이고 법원은 이에 따라 판단하면 되었을 것이다. 만약 B가 원고의 대리인이었다면 C가 발행한 선하증권상 운송인의 상대방은 원고가 되는 것이고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이 바로 효력을 미치게 된다. 하우스 선하증권과 마스터 선하증권이 발행됐다면, B는 명칭은 운송주선인이지만 그가 원고와의 사이에서는 계약운송인이 되고 다시 이번에는 그가 화주의 입장에서 실제운송인 C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2. 갑판적 운송의 쟁점 갑판적(on-deck)의 반대되는 개념은 갑판하 선적이다. 화물창 안에 화물을 싣고 갑판에 있는 화물창 덮개를 닫게 되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안전하다. 그런데 비바람을 맞아도 문제가 없는 화물, 예컨대 원목·컨테이너 등에 대해서는 갑판적 선적이 관행이 됐다. 이들 선박은 이러한 화물의 적재가 가능한 장치들을 갑판에 하고 있다. 일반 화물을 갑판적하게 되면 화물이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증대된다. 그러므로 갑판하 선적이 약정된 경우에는 갑판적을 하게 되면 중대한 계약위반이 된다. 그런데 아무런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예컨대 컨테이너만 적재하는 컨테이너 선박에서는 약정이 없어도 갑판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이해되고 선하증권에도 갑판적 약관이 있다. 약정에 위반해 갑판적한 경우 화물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에 관한 다양한 법제도가 발전돼 왔다. 미국법은 準離路의 법리로서, 영국은 계약의 근본위반의 법리로서 갑판적을 엄격하게 처리해 왔다. 운송인은 처음부터 책임제한 등의 이익을 향유할 수 없다. 그런데 컨테이너 운송의 발달로 갑판적을 하더라도 침수로 인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됐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과 우리 상법은 원칙적으로 갑판적한 경우에도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 단계에서 책임제한배제사유가 있다면 책임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다. 결국 우리 법제 하에서는 운송인에게 책임제한배제사유가 있었는지, 즉 갑판적을 결정할 당시에 ‘운송인 자신’이 고의 혹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작위 혹은 부작위를 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3. 무모한 행위 무모한 행위의 법률적 의미에 대해서는 학설상 중과실설, 인식있는 중과실설, 미필적 고의설 등이 있다. 위 2004다27082(대법원 2006.10.26.선고)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는 ‘willful misconduct’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인식있는 중과실’로 이해한다(인권과 정의 2007. 6.).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갑판적한 운송물에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가능성이 아니라)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갑판적을 결정하는 마음상태가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 상태가 운송인 자신에게 있은 경우에는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없다. 법원은 무모한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789조의2 제1항 단서규정을 본 사안에 적용하여 무모한 행위로 평가받을 행위가 진정 운송인에게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 했는지 의문이다. III. 2(ii)에서 단순히 4일 동안 해상으로 위험이 높은 갑판적 운송을 했다는 것이 인식있는 중과실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는 없다. 부산항에서 나고야 항까지의 4일 동안의 해상운송은 일본의 內海인 세도 나이가이를 거쳤다면 거의 일본연안을 따르는 항해로서 큰 위험은 없다. 또한 일기가 상대적으로 좋은 4월의 항해이다. 따라서 운송인은 단기간의 항해이고 4월의 연안항해이므로 침수될 정도의 해수를 컨테이너가 맞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있다. 겨울의 북태평양 항해시에 운송인이 갑판적을 한 경우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한 III. 2.(i)에서 예민한 운송물이라는 것이 무모한 행위로 바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우선은 예민한 물건임을 운송인이 알았어야 할 것이다. 송하인은 예민한 물건이면 갑판하에 선적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 송하인은 더 높은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또 송하인은 이렇게 함으로서 책임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높은 운임을 내지 않으려고 송하인은 이를 고지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위 (i)(ii)에 제시된 근거를 보면, 임의로 갑판적으로 운송한 것이 무모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시는 객관적인 사항에 대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평가돼야 하는 것은 운송인의 주관적인 심리상태이다. 과연 손해발생의 위험이 개연성에 이를 정도로 위험함을 인식하였는지가 우선 판단돼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가 또 평가돼야 한다. 4. 운송인 자신 위에서 말한 무모한 행위는 운송인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차장 및 대리의 직에 있는 자의 행위까지를 운송인 자신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필자는 이는 지나친 확장해석으로 생각한다. 법원이 인정한 무모한 행위가 ‘누구의 것’인지 이 판결에서 읽을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5. 결 론 본 판결은 청구원인부분에서 운송주선인의 지위에 대해 법원이 실무에서 일어나는 법 현상을 명확히 구별해 설시하지 않아 법률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사유로서의 인식있는 중과실(혹은 무모한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운송인 자신의 갑판적 결정에 투시하여 파악하지 않은 점, 운송인 자신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미흡함이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항소가 됐다면 필자의 위와 같은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하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 본 판결이 갑판적 운송에서 위 대법원의 판결의 뒤를 이어 운송인에게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원의 경향으로 자리 잡지 않기를 바란다. 운송인의 책임제한권이 배제되는 사유는 ‘운송인 자신’의 손해발생에 대한 고의에 근접하는 ‘인식있는 중과실’이라는 심리상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인정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08-05-05
갑판적 자유약관
1.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2005년 4월1일 부산에서 선적된 컨테이너 화물 7대는 같은 달 6일 나고야에 도착했는데, 같은 달 14일 개봉해 보니 갑판적 컨테이너 4대에 적입됐던 화물에 침수손과 녹손이 발견됐다. 이는 갑판적 운송 중 해수노출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밝혀졌고, 선창 내 적부 운송된 컨테이너 3대의 화물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 피고 1은 복합운송업자이고 피고 2는 해상운송업자였는데, 피고 1, 2의 선하증권 표면에는 화물을 갑판적 운송한다는 유보문구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피고 2가 발행한 마스터 선하증권 이면약관에는 “제15조. 갑판적: (1) 운송인은 컨테이너 화물을 선창 이외에 갑판 위에 선적할 권리가 있다. (2) 화물이 갑판적 운송될 때, 운송인은 선하증권 표면에 이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피고 1 발행의 하우스 선하증권에는 갑판적 관련 규정이 없었다. 나. 판결요지 법원은 피고들이 화물을 선창에 안전하게 적부해서 운송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하면서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피고들은 포장당 책임제한을 항변했으나, 법원은 (1) 화물이 로봇으로서 정밀하고 예민했고, (2) 갑판적은 강한 바람이나 파도, 비, 해풍, 직사광선, 태양열, 극심한 온도변화에 의해 용기나 화물이 손상될 위험이 크며, (3) 갑판적 화물이 손상된 경우 이를 공동해손액에 산입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 갑판적 약정없이 화물을 갑판적 운송한 것은 무모한 행위에 해당해 포장당 책임제한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피고 2는 갑판적 자유약관이 있으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1) 피고 2가 피고 1이나 원고에게 갑판적 자유약관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고, (2) 피고 2 발행의 선하증권 표면에 갑판적 규정이 없으며, (3) 피고 1이 원고에게 발행한 선하증권 표면과 이면에 갑판적 규정이 없으므로 피고 2는 원고에 대해 선하증권 이면약관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2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의 청구 중 물건 가액에 대해서는 전부 인용하고, 원고 직원들의 해외출장비용 부분은 기각했다(현재 본 사건은 쌍방이 항소해 서울고법에 계속 중이다). 2. 평 석 가. 갑판적의 의미 갑판적은 화물을 선박의 갑판에 적부하는 것으로서, 선창 내 적부하는 것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갑판적 운송은 다수 국가의 법률에서 금지돼 왔고, 다만 운송인이 운송물을 갑판적으로 할 수 있다는 당사자의 특약이 있거나 관습이 있는 경우 등에 인정돼 왔다. 최근 컨테이너 운송과 더불어 갑판적이 일반화되고 있으나, 컨테이너 형태에 따라 갑판적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나. 운송약관 조항 설명의무 법원은 피고 2가 갑판적 자유조항에 대해 화주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그간 이면약관의 내용이 상관습 내지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운송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던 운송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통상 갑판적의 경우 적하보험에서 담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화주들이 사전에 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또한 운송업계 종사자들은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가 비교적 광범하게 인정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상판결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특수한 성격의 제품(고가의 정밀 제품)이면 단지 이면약관에 의존하지 말고 개별 운송계약서를 별도로 체결해서 쌍방간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 판례의 경향 대법원은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 없이 로우어 쉘 1상자를 갑판적으로 운송한 사안에서 운송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가 있다고 보아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배제한 바 있다(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다27082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법원에서는 화주가 갑판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점을 중요한 논점으로 언급하고 있다. 영국법원은 화주의 동의없는 갑판적을 근본적 계약위반의 유형으로 논의해 왔으나, Photo Production v. Securicor Transport 판결이 근본적 계약위반의 이론을 폐기하고 개개의 계약내용의 의미를 해석해서 운송인의 면책여부나 책임제한 적용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한 이후 확립된 견해가 없는 듯하다. 다만 하급심판결로 화주의 동의없는 갑판적 운송에 대해 헤이그-비스비규칙에 규정하고 있는 포장당 책임제한 조항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있으나(Wibau Maschinenfabric Hartman v. Mackinnon Mackenzie(챤다호 사건)(1989) 2 Ll.R.494.), 영국법원(The Commercial Court of London)은 운송인이 임의로 갑판적 하여 항해하던 중 황천으로 화물이 멸실된 사건에서 헤이그규칙상의 책임제한권을 인정해 위 챤다호 판례의 취지와 다르게 판단한 바 있다(The Kapitan Petko Voivoda [2002] EWHC 1306 COMM). 한편 함부르크규칙 제9조에는 갑판적에 대한 화주와 운송인의 계약관계나 관습이나 법령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그 법률 효과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즉 당사자의 의사나 갑판적 관습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고의나 무모성 등을 판단해 책임면제 또는 책임제한 여부를 정하고 있으며, 운송인이 화주와 명시적으로 선창에 선적해 운송하기로 한 약정에 반해 갑판적 운송을 한 경우에는 운송인은 포장당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함부르크규칙이 화주의 입장을 고려한 국제협약임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갑판적의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간의 명시적인 갑판적 약정이 없는 경우 개별사안에 따라 책임제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영국법원의 판례경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라. 평 가 대상판결의 경우는 당자자간에 명시적으로 갑판적으로 운송할 것으로 또는 운송하지 않을 것으로 약정한 경우가 아니므로, 함부르크규칙과 관련해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해 운송인의 책임면제 또는 책임제한 배제여부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우리 상법 책임제한규정은 화주에게 심히 불리해 책임제한 배제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운송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점, 통상의 컨테이너에 비해 Flat-Rack 컨테이너의 경우 갑판적에 적합하지 않아 화물이 손상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본 건 화물이 정밀한 제품이라는 점, 갑판적의 경우 보험에 부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상판결에서 설시하고 있는 갑판적으로 인해 증가하는 위험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운송인이 갑판적 자유조항을 이면약관에 부동문자로 인쇄하는 것만으로 책임제한 항변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화주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배제한 것은 타당하다. 마. 결 론 이 판결은 이전의 대법원 판결과 비교해 볼 때, 갑판적을 이유로 고의 또는 무모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그 외에도 설명의무나 갑판적 표시방법 등을 다루고 있어 실무상 의미있는 판결이다. 입법론적으로는 갑판적과 관련하여, 함부르크 규칙과 같이 각 당사자들의 합의나 관습의 존재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나누어 상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함부르크규칙에 의하더라도 개별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바,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2008-04-07
손익상계,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1) A증권회사는 B보증보험회사와 A증권회사의 직원인 甲을 피보증인으로, A증권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신원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甲이 고객 乙로부터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아 계좌를 관리하던 중 과당매매행위를 하여 乙에게 과당매매수수료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2) 이에 乙이 A증권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함에 따라 A증권회사는 乙에게 합의로 그 손해를 배상하고 B보증보험회사에 그 합의금 전부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으나, B보증보험회사가 수수료 수익 상당의 손익상계 및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주장하며 거절하자 이 건 소송을 제기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원보증보험의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해 책임이 제한되는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내지 구상채무인지(이하 변상책임이라 함) 아니면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인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원보증보험의 성질을 파악함에 있어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과 ‘보험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귀착된다. 2.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5949 판결) 가. 거래수수료의 손익상계 주장에 대하여, 신원보증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 중 피보험자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상하기로 약정한 부분은 피보험자의 피용인인 피보증인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게 된 결과 피보험자가 그 제3자에 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손해보험 중에서도 일종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영업책임보험은 영업주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의 위험에 대비하여 영업주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인한 위험을 보험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기업유지의 안전을 꾀하는 데 그 효용이 있으므로 직원의 과당매매행위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예상치 않게 과당수수료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 그로 인하여 잃게 된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영업책임보험의 본질과 보험의 공공성에 부합되고 한편 증권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거래 수수료를 증권거래소에 대한 수수료, 직원에 대한 인건비 및 성과급, 증권회사의 물적 설비 유지·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증권회사의 이윤으로 취득함으로 과당매매로 인한 수수료 상당의 수익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신원보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인 회사에게 피보증인인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의 성격에 비추어 신원보증법 제6조 제3항 또는 신의칙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신원보증보험약관에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절도,강도,사기,횡령,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보통약관과 피용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이 있는바, 대상판결은 피보증인인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과의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따라 계좌를 관리하던 중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혀 증권회사가 사용자로서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이므로 이는 신원보증보험 약관 중 피보증인이 피보험자에게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상의 간접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다30206 판결 참조). 나. 손익상계 및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 인정여부 (1) 영업책임보험성 여부 대법원 판결(대상판결 및 위 2002다30206판결 참조)은 신원보증보험의 간접손해를 담보하는 부분은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영업책임보험은 보통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되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자기를 위한 보험’임에 반하여, 신원보증보험은 보통 피용자가 자신의 위법행위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 사용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변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사용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어서 영업책임보험과는 그 목적 및 구조에 있어 상이하다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단체계약특별약관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된 경우이므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서 영업책임보험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경우 역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및 사용자가 신원보증보증보험을 체결하는 목적은 피용자의 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자신이 입은 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그 손해에 대한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담보 받고자 체결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2)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보증보험은 ‘보험성’과 ‘보증성’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법률문제에 있어서 구체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해서 보험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보증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부분은 보증의 법리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증보험은 민법상의 보증처럼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경제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상의 손해보험이나 책임보험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도 ‘보증보험은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99다53483판결 참조) 또한, 보증보험이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의 당연한 귀결로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본질적으로 보증책임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97다1013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도 ‘보증보험의 일종’으로서 다른 보증보험과 달리 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므로 담보하는 손해는 보증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변상책임의 범위와 구상권의 조화 대법원은 “민법 제441조 이하에서 정한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95다46265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 보통약관 제13조에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보증인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다만 보험자가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대위권(구상권)제한특별약관이 당연적용되어 구상권이 없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에 지급보험금 전부에 대하여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는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하여 책임이 제한되는 손해에 대하여 변상책임을 부담하지만(대법원 95다52611판결,대법원 69다887판결 참조)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을 강조하여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본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변상책임을 넘어서서 변상책임을 이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29023 판결과의 통일적 해석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증인이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손해 또는 피보험자가 위의 사유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간접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판결·감사원의 판정·기관장의 변상명령에 의해 피보증인에게 변상책임이 있다고 확정된 경우에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는 바,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2005다29023판결은 “피보증인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로서 그 변상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는 것을 말하며, 피해자가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받은 확정판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에 입각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서 담보하는 손해를 해석한다면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의 확정판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결 론 신원보증보험은 보증보험으로서 주채무를 담보하는 것이고, 신원보증보험의 주채무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직·간접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 부담하는 변상책임이라 할 것이므로 주채무인 변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 인정되는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은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보험자의 보험금산정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이 과당매매 수수료 상당의 이익에 대한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 중, 신원보증보험을 영업책임보험적 성격으로 설시한 것은 부당하지만, 다른 한편 과당매매수수료는 직원의 과당매매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이득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손익상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증권회사의 직원이 과당매매행위를 한 경우에는 증권회사에게도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에서도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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