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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행정사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문제
Ⅰ. 사실관계 2013년 9월 23일 당시 노동부장관(현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라 한다)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하였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이 사건 부칙 조항을 2013년 10월 23일까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시정요구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다('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라 한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법외노조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하여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법외노조통보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를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하급심(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 6. 19 선고 2013구합26309 판결)에서의 판단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12인의 대법관이 참여하여 10인의 대법관은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가 위법한 것으로 본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그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였고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근 7년의 소송 끝에 국가 전체를 달구었던 오랜 숙제가 해소되었다. 대상판결의 판시와 관련해서 특기할 만한 점은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각기 법학방법론, 해석론 및 입법론에 바탕을 두고서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개진하였는데 특히 상호 간에 매우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가령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규정임을 간과한 것이거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을 위하여 법규정의 의미를 임의로 축소하는 편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개개의 행정법, 공법적 쟁점에 관한 상론은 다른 곳에서 하고 여기선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및 그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은 법외노조통보의 직접적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및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여 법률유보의 차원에서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접근하였는데 반면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법외노조통보 그 자체의 위법성을 논증하였다. 다만 기본적 시간에서 헌법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김재형 대법관 별개의견)과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철회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안철상 대법관 별개의견)으로 나뉜다.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는 하급심에서 피고측이 본안전 항변으로 "교원노조법 제1조, 제2조, 제14조 제1항,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곧바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원고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발생하였음을 단순히 확인해 주는 사실 또는 관념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주효하지 않았다. Ⅴ.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관련해서 다수의견은 그것을 형성적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확인적 행정처분으로 보는데 이는 사안을 법률유보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법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낳는다. 반대의견 역시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마찬가지로 확인적 성질을 인정하기에 다수의견의 입장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하였다. 결국 이 문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성격의 문제이다. 여기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그것의 타당성은 차치하고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는 입법자의 의사를 표방한 것이다. 즉 노동조합의 적격성(허용성)의 물음이다. 이 점에서 논증의 출발점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바람직하다. 확인적 행정행위의 기능은 개별사건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구속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데 있는데 그것은 행정청과 수범자를 위해 법효과를 증명하는 의사(意思)로써 행해진다(김중권, 행정법, 235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자체는 이미 법효과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외노조통보에 의해 비로소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된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지적처럼 현재의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설령 사실상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그 주체, 대상, 절차 및 효과 등이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의 노동조합의 적격성 규정에서 비롯된 이상 법률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시행령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외노조통보를 하기 전에 시정명령을 통해 노동조합의 부적격 상황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과 설령 마치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취급되나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신고제에 해당하는 점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창설적인 설권적 처분으로 보는 것은 체계에 반한다. 이처럼 법외노조통보를 확인적 처분으로 접근하는 이상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을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철회로 보고서 이익형량과 비례원칙의 차원에서 검토하는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법외노조통보가 기속행위인 점에 더욱 그러하다. Ⅵ. 관견(管見):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법원은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판례(Rechtsprechung)는 법(Recht)을 말하는 것(Sprechen)이다. 실현되고 있는 법의 타당근거(妥當根據)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김형배, 법학방법론, 1981, 41면). 따라서 법을 말한다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개별사례를 위해 법률의 언명을 현재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사전에 규정된 것(입법)을 사후에 말하는 것 이상(以上)이며 항상 불완전한 규정을 숙고하여야 한다. 결국 법원은 법률에 의한 미래선취의 범주에서 법치국가의 미래개방성을 보장한다. 다만 법률흠결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법형성을 통해 '창조적 법발견'이 강구되더라도 그것이 입법이 되어선 곤란하다. 일찍이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을 평석하면서 필자는 "사안에서 쟁점대상은 신고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법규정{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중심으로 해직자가 완전히 배제된 현재의 근로자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본 해석의 문제이다. 처음부터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비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조합의 설립을 불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해직자의 경우에는 그리고 사안처럼 기왕의 조합을 합병하여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나름의 (판례의) 법형성적 접근도 강구할 만하다. 나아가 사안에 대한 노동조합법 차원의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김중권, 안암법학 제47호, 2015.5., 9면).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고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법상황이 문제인데 이런 문제인식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비록 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 판결의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이 내려졌지만(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결정 등) "만일 법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회에 법개정을 청원하여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정도이다. 일찍이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은 별다른 추가적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서 집회미신고를 집회해산명령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상황에 즈음하여 추가적 요건을 더해서 집회해산명령을 정당화시켰다. 이처럼 현행법의 해석의 차원(de lege lata)에서 기본권과 노동조합의 본질 등에 의거하여 새로운 해석의 방법으로 현안의 문제점을 타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전교조
법외노조
해직교사
노동조합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0-09-21
민사일반
직사살수와 관련한 최근 판례의 문제점
Ⅰ.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 살수는 경찰장비의 사용의 일환이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2항). 그 법적 성질은 사실행위이다. 경찰장비의 사용에 대해 직접강제와 즉시강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직접강제란 하명처분에 의해 가해진 일체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직접 의무자의 신체나 재산 또는 이 양자에 물리력(실력)을 가하여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고, 즉시강제는 일반적으로 목전의 긴급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미리 의무를 명하는 것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청이 하명처분을 하지 않고서 직접 상대방의 신체·재산에 실력을 가함으로써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독일 주 경찰법과 연방 직접강제법(UZwG)은 포승, 무기나 살수차 등을 직접강제에 해당하는 물리력의 보조수단으로 명문으로 들고 있다((가령 UZwG 제2조 제3항). 독일에서는 직접강제 역시 대집행과 마찬가지로 계고 등의 절차를 거쳐서 행해진다(주제와 관련한 제도 등에 관한 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한다). Ⅱ.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1. 판결요지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2. 검토 (1) 해산명령의 위법성의 살수행위에로의 이전 문제 대상판결은 해산명령 자체가 위법한 이상 실행행위로서의 직사살수 역시 당연하게 위법하게 되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살수행위를 하명처분의 실행행위로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후자를 위한 강제절차로 보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절차에서 기본행위(당초의 하명처분)의 적법성은 강제집행의 수단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 기본행위(하명처분)에 따른 행정상의 강제집행에서 기본행위의 하자가 고려되지 않는다(W-R Schenke. Polizei- und Ordnungsrecht, 8.Aufl., 2013, §10 Rn.540). 즉 양자 사이에는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상 해산명령의 위법성이 살수행위에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독일 연방헌재 역시 살수형식의 직접강제의 적법성은 기본처분의 적법성에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BVerfG, NVwZ 1999, 290(292)}. (2)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의 문제 판례는 집시법상의 해산명령에 대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거하여 높은 절차적 요청을 설정한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7193판결).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이 과연 정당한가? 해산명령에서의 사유의 고지는 일종의 처분의 이유제시에 해당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이유제시의무가 면제된다.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인식 없이 해산명령에 대해 법규정상의 구체적 해산사유의 고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하면 해산명령을 하기 전에 먼저 주최자 등에게 종결 선언을 요청한 후 주최자 등이 그 요청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집회 또는 시위를 계속하는 경우에 직접 참가자들에 대하여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 자진 해산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 한하여 세 번 이상 자진 해산을 명령한 후 직접 해산에 나설 수 있다. 해산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해산명령을 발하지 않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서 해산명령을 발하고 실행되게 함으로써 해산사유가 구체적으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해산명령에 대한 높은 절차적 요청은 절차하자를 쉽게 인정하게 하는 과도한 절차적 철조망이다. 물론 직사살수가 관련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해진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적법절차의 요청에 대한 과도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9, 553면 이하). Ⅲ. 헌재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1. 결정요지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 백○○는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를 통하여 청구인 백○○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하였던 반면 청구인 백○○는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2. 검토 과거 헌재 2011헌마815의 법정의견은 물포발사행위와 관련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은 물론 심판의 이익까지도 부인하였지만 그 반대의견은 물포의 반복사용이 예상되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음을 들어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는데 이번에는 후자와 같은 논거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헌재 2011헌마815의 반대의견과는 달리 살수와 관련한 경찰관직무집행법령상의 규정은 제외하고 직사살수행위만을 심판대상을 보고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먼저 살수가 직접강제이든 즉시강제이든 해산명령의 실효성확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점에서 헌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파생원칙을 개별적으로 대입하여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사안의 직사살수가 살수와 관련한 법규정에 위배하여 행해졌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리고 헌법소원심판의 보충성으로 인해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20899 판결). 판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상의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관 제지행위를 즉시강제이자 권력적 사실행위로 본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2016도19417 판결). 일부 문헌에서처럼 경찰관집무집행법상의 대인적 강제수단을 즉시강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찰장비의 일환의 살수차의 사용에 따른 살수행위 역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심각한 재판관할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Ⅳ. 맺으면서-행정강제와 행정소송의 시급한 발본적 개혁 독일 대부분 주 경찰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된 무기사용과는 달리 경찰의 살수행위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경찰직무규정 122'에 상세히 규율되어 있다. 살수와 관련해서 무기사용처럼 법률의 차원에서 규율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었지만 일찍이 독일 연방헌재는 살수가 무기사용과 비슷한 잠재적 위험상황이 야기된다는 점과 무기사용처럼 법률에서 자세히 규정했어야 하는 점이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였다{BVerfG, NVwZ 1999, 290(291)}. 또한 경찰직무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직접강제의 일환인 살수행위와 관련한 권리구제는 기본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직접강제가 실행된 데 따른 계속적 확인소송의 차원이나 살수행위를 포함한 일련의 경찰조치의 위법성의 확인을 구하는 일반적인 확인소송의 차원에서 검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배상책임이 강구된다. 살수를 포함한 경찰장비의 사용을 독일처럼 직접강제의 차원에서 시급히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직접강제를 포함한 행정강제 전반을 시대에 맞게 확립하여야 한다. 현행 행정소송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상회복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살수와 관련한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강구할 수 없다. 행정강제와 행정소송 전반에 대한 발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살수차
물포
집회
해산명령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0-08-18
선거·정치
형사일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범위 및 선거 관련 정치자금의 허용 여부
1. 사건 개요 및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2018년 1∼4월경 기초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A 등 5명은 공모하여, ○○사무실에서 A의 SNS 작업, 유권자 DB 작업, 문자메시지 문안 작성, 선거운동 관련 회의 등을 하여 ○○사무실을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로 이용하고, ② SNS 홍보팀장인 B는 후보자 A에게 월 임료 198만원의 ○○사무실을 무상제공하여 588만원 상당의 재산상이익을 기부하고 A는 이를 제공받아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하였다는 것이다.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압수수색에서의 적법절차를 비롯하여 여러 쟁점이 다루어졌으나, 실체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피고인들이 ○○사무실을 사용한 행위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공직선거법위반 여부), 둘째, B가 A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였고 이는 A가 선거준비, 정책개발을 하는데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A의 '정치활동'을 위한 것인지(정치자금법위반 여부) 등이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1심과 원심의 판단은 동일하였는데,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하여는 ○○사무실을 이용하여 한 행위가 '선거운동'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선거 준비행위' 차원에서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부적 행위이거나 '경선운동'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사무실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이용된 것으로서 선거사무소·선거연락소와 유사한 활동이나 기능을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위반에 대하여는 B가 A에게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하였고 그 목적은 A를 위한 선거준비 및 정치인으로서 인지도, 지지도 향상 등 정치활동을 지원하는데 있었다며 A, B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90만원씩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피고인 A, B가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피고인들의 상고를 전부 기각함으로써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후보자가 선거를 준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행위유형이 포함되어 있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모두 적용된 사건이다. 2016년 대법원 2015도11812호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선거운동'을 전제로 성립하는 사전선거운동죄·유사기관이용죄에 대하여는 이 사건 행위가 후보자의 긍정적 이미지 및 인지도 제고를 넘어서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A가 B로부터 사무실을 무상 대여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임대료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받았으므로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규제 대상인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면서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정치활동'에 대하여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 선거운동의 자유는 국민주권 원리, 의회민주주의 원리 및 참정권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 자유선거 원칙으로부터 도출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의 한 모습으로 선거권 행사의 전제 내지 선거권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선거의 공정성이란 선거의 자유와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의 기회 균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거의 공정성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 자유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은 선거의 자유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선거의 자유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공직선거법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선거운동의 주체·기간·방법 등에 대하여 상세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선거운동의 '원칙적 제한, 예외적 보장'으로 체감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법원은 규제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점차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판례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왔다. 즉, 문제된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인 '경선운동' 또는 '선거준비행위'에 불과하므로 선거운동을 전제로 한 금지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해오다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 자체를 축소해석하며 판례를 변경하였다. 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의미와 범위 2016년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로서,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 인정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정치활동은 종래의 선거운동 범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후보자들의 주된 목적이 선거인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향상시키려는데 있음에도 이를 제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선거 자유의 보장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관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정치활동이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으로서 선거운동은 대표적인 정치활동에 해당한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구분 실익은 선거사건에서 금전과 관련하여 문제된 행위가 비록 선거운동 범위에는 포섭되지 않더라도 정치활동에는 해당할 경우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는데 있다. 이 사건에서도 문제된 행위가 판례상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치활동'에는 해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수수하였다면 정치자금법위반죄가 성립함을 명확히 하였다. 라. 이론 및 실무상 문제점 판례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에 대하여는 법이론상 몇몇 문제점이 제기된다. 헌법적 관점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위헌법률심판이나 법률개정을 통해 선거운동의 기간·방법 등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함에도 법률에 규정된 선거운동의 개념 자체를 제한해석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통상적인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를 법원이 우회적으로 판단한 셈이 되었다. 형사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법원이 선거운동의 목적성 여부를 '선거인'의 관점에서 외부 행위를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범의 목적성 존부에 대한 종래 판단기준과도 어긋난다. 즉 목적범의 목적은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 아닌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족하고 이는 주관적 의사가 객관적 직접 증거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확인될 수 있으면 충족된다는 일반적 기준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일탈함으로써 법체계정합성을 갖추지 못한 해석이 되었다. 실무상으로도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선거운동의 목적성 판단을 피고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의 관점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선거운동 개념이 불명확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규제 대상 선거운동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의도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었다. 선거인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법에서 사전선거운동이나 유사기관설치·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소위 '조직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이나, 본 판결 사례와 같이 인적·물적 조직을 이용한 인지도 제고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면서도 외부 자금 유입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원천적으로 막을 경우, 재력을 갖춘 정치인만 선거운동 개시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치적 기반 조성을 위한 정치활동이 가능하게 되고 사전에 조직을 구성·운영할 만한 경제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4. 결론 선거의 핵심가치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법원은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축소해석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선거 관련 금전적 유입에 관해서는 정치자금법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최근 판례의 경향은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체계 하에서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선거관리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활동은 규제대상인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조직까지 허용하면서 정치자금의 외부 유입은 차단할 경우, 법이론상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꾸릴 여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이렇듯 해석을 통해 선거법과 선거현장과의 현격한 괴리를 메우려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깜깜이 선거'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식의 성숙도와 새로운 선거홍보방식의 발달 등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위한 투명한 정치자금의 유입은 허용하되, 수입·지출에 대한 사후적 감독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률을 개정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정치활동
정치자금
선거운동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2020-04-20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의 취소가능성
Ⅰ. 들어가며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은 '세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과세의 형평과 해당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세기본법이 1974년 12년 21일 제정될 당시부터 있어 왔는데, 그 구체적 의미와 세법상 기능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단지 조세법 해석에 관한 훈시적 규정 내지 일반적인 법해석방법을 선언한 규정 정도로 이해되어 왔다. 그런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0두3138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과세처분을 취소하면서 그 처분의 위법성 판단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을 제시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고, 향후 그 적용의 확대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해 본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곽태훈,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재판규범성', 조세법연구 25-1권, 한국세법학회, 2019. 참조). Ⅱ. 대상판결의 요지 및 의의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부산시 강서구 소재 문화재로 지정된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다. 이 사건 토지는 2005·2006년 현재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행정자치부장관은 2003년경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문화재로 지정된 상업용 부동산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감면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 감면조례표준안'을 시달했다. 이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위 표준안에 따라 조례를 개정했으나, 부산시 강서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2005·2006년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신고·납부했다가, 위 신고·납부가 조세평등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피고(서부산세무서장)에게 경정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거부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참고로, 2005년 1월 5일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종합토지세가 폐지되었고, 동시에 종부세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제는 1단계로 지방세인 재산세, 2단계로 국세인 종부세라는 이원적 과세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 국세기본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국세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및 공통적인 사항과 위법 또는 부당한 국세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규정함으로써 국세에 관한 법률관계를 확실하게 하고, 과세의 공정을 도모하며, 국민의 납세의무의 원활한 이행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3조 제1항에서 '이 법은 세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정하며, 제18조 제1항에서 '세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과세의 형평과 당해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히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체계 및 ① 종부세는 과세기준일을 지방세법에 규정된 재산세의 과세기준일로, 납세의무자를 과세기준일 현재 주택분 재산세 및 토지분 재산세의 납세의무자로 각기 정하고 있는 등 그 과세요건에서 지방세인 재산세와 공통되는 측면이 있으나, 국세로서 국세기본법이 우선하여 적용되는 이상 종부세의 과세표준과 세율 및 감면 여부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그 납세의무자들 사이에 과세의 형평이 이루어져야 하는 점, …(중략)…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등에 위반하여 종부세의 과세대상인 부동산의 소재지에 따라 그 감면 여부를 달리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한 처분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원고는 문화재 지정 토지의 소유자인데, 결과적으로 오로지 그 토지가 부산시 강서구에 소재한다는 이유 때문에 종부세를 부담하게 되었다. 종부세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전국에 소재한 부동산을 합산하여 부과하는 국세임을 고려하면, 원고는 다른 지역에 소재한 문화재 지정 토지 소유자와 차별적으로 취급될 이유가 없음에도 차별적으로 종부세를 부담한 셈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조세평등주의 침해임에는 큰 의문이 없어 보이고 대상판결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종부세를 면제해 줄 수 있는 종부세법상의 명시적 근거는 없다. 즉, 종부세법 제6조 제2항에 따르면, 원고에게 종부세를 감면해 주기 위해서는 지방세법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의 감면조례가 있어야 하는데 부산시 강서구는 관련 감면조례를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입법 불비 내지 부진정입법부작위). 따라서 피고의 거부처분은 종부세법만 놓고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일견 '법대로' 과세처분이 조세평등주의 침해 결과를 발생시킨 상황이 된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답답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의 취소가능성을 제시했다. 국세기본법은 실질과세원칙(제14조), 신의성실원칙(제15조), 조세법령 불소급의 원칙(제18조 제2항), 비과세관행에 반하는 소급과세 금지의 원칙(같은 조 제3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들 원칙에 대하여 실질적인 재판규범성을 인정하여 개별 세법규정에 따른 과세요건이 충족된 처분, 즉 일응 '법대로' 과세처분으로 보이는 처분이라도 위 각 규정에 위반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조세평등주의 등을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에 위반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과세처분을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다시 말해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직접적인 재판규범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처분이 과세의 형평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위법성 판단의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직접적인 재판규범성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대법원은 종부세법 제6조 제2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개선입법이 이루어진 후에야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판결은 굳이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의 결과가 과세의 형평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향후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이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적극 활용되어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Ⅲ. 남은 과제 1.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확대 적용 가능성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은 조세평등주의를 세법적으로 확인하는 규정이다(헌법재판소 1991. 11. 25. 선고 91헌가6 결정). 한편, 조세평등주의는 수평적 공평과 수직적 공평을 포함하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수평적 공평이란 국가가 과세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같게, 다른 상황에 있는 것은 그 상황에 맞추어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요구를 의미하고, 수직적 공평이란 세금 부담이 담세력에 맞게 적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의미한다. 대상판결은 조세평등주의 중 수평적 공평이 문제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법원이 향후 수직적 공평이 문제된 경우에도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논리적으로는 이러한 확대적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만약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적용범위가 수직적 공평 사안까지 넓혀진다면, 담세력에 맞지 않는 과세처분 내지 비례원칙에 반하는 과세처분도 그 적용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독일법상 형평면제판결 제도가 도입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이 이른바 '한국형 형평면제판결'의 근거 규범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형평면제판결이란 합헌적 법률을 적법하게 적용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불형평한 과세 결과가 초래된 경우 조세형평을 이유로 과세처분을 면제하는 판결을 말한다. 2.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적용의 한계 과세처분의 위법성 판단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이 남용되면 자칫 헌법재판소의 세법규정에 대한 위헌법률 심사 권한이 형해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과세처분을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위반으로 취소하는 경우는 과세근거 규정의 개선입법이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에 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적용 영역은, 입법자가 예정한 통상적 상황에서는 과세근거 법률의 위헌성이 문제되지 않아 그 위헌성 여부 자체가 불분명하고 개선입법의 필요성도 크지 않지만, 해당 사안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과세처분이 형평에 심히 반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대상판결 사안을 예로 들면, 만약 부산시 강서구 이외에 감면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1군데 더 있어서 원고와 마찬가지로 종부세를 부담하게 된 납세자가 더 있었다고 가정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여전히 타당할까? 2군데, 3군데, 그 이상이라면 또 어떨까? 형평에 심히 반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판례가 집적되면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적용요건이 보다 구체적이고 정치하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곽태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종합부동산세
문화재
조세평등주의
곽태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0-02-24
행정사건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근거한 재심개시결정
1. 사안의 내용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년 7월 4일부터 1979년 7월 13일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법 1981. 9. 10. 선고 79노1637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은 당시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허용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의 법령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검사 재항고를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2. 재심제도의 의의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해석론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6도12400 판결).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면, 2)와 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3. 동 결정의 근거에 대한 비판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 직무범죄에 저항하는 범죄이거나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떄문이다. 결국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u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는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에서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대법원 2013.3.28. 선고 2012재두 299 판결).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항고
체포
구금
재심
수사기관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0-01-09
정보통신
행정사건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취약점도 과징금 부과 대상인가
2016년 2,500만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 당한 인터파크에게 방통위는 44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참고로 민사에서 최대 배상금액을 기록한 소송은 단연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다). 인터파크는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서울행정법원 및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소송에서는 인터파크의 법위반행위와 해킹 간 인과관계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법원은 방통위 처분을 지지하면서 “유출사고가 난 이상 이것과 법위반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본고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인터파크가 당한 해킹의 유형은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이다. 이는 해커가 특정 목표 대상을 정한 후 그 허점을 집요하게 노려 침입하는 기법이다. 해커는 인터파크 직원 A의 가족사진을 가지고 화면보호기(SCR 파일)를 만들고 여기에 악성코드를 심어 A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면서, 마치 A의 친동생이 보내는 것처럼 발신 이메일 주소를 위장하고 동생의 어투까지 흉내냈다. A는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보호기의 확장자가 EXE가 아니라 SCR이라서 A는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첨부파일을 열었을 것이나, SCR 파일도 악성코드 유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정 공격을 위해 특별 제작된 악성코드는 백신에도 탐지되지 않는다. 해커는 악성코드를 감염시킨 A의 PC를 거점으로 삼아 DB 관리자 직원 B의 PC에 원격 데스크탑 접속했다. 당시 B가 퇴근한 시간이었는데, 그때까지 DB 서버와의 접속이 유지된 터미널이 B의 PC에 그대로 떠 있었다고 한다. 자동 로그아웃(이하 ‘idle timeout’) 설정이 제대로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커는 DB 서버에 손쉽게 침입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인터파크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바로 이번 사고이다. 정보통신망법의 위임을 받아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의 내용을 정한 방통위 고시는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idle timeout 설정을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법상 의무를 위반하면 그 자체로 과태료, 개인정보 유출까지 되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부수적으로, A의 PC를 손에 넣은 해커가 인터파크 사내 네트워크를 스캔했더니 업무용 파일서버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있었다. 직원들이 수많은 인터파크 서버들의 접속계정을 외우기 어려워 이를 메모해둔 것이었다. 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된 DB 서버의 접속 패스워드는 여기에 없었다고 한다. 즉, 패스워드 장부 노출이라는 법위반행위와 개인정보 유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idle timeout 미설정은 물론 및 패스워드 장부 노출까지 모두 처분원인사실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터파크는 행정소송에서 idle timeout 미설정은 APT 해킹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나아가 패스워드 장부 노출과 개인정보 유출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파크를 패소시킨 1심 및 항소심 법원은 인과관계 자체가 과징금 부과 요건이 아니라고 근거법률을 해석했다. 개정 전 법조문은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구조로서 '미조치'가 '유출'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명확했다. 이와 달리 2014년 개정된 법조문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 한 경우로서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유출'이라는 결과와 '미조치' 행위가 인정되기만 하면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해킹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즉 ‘인과관계’ 없는 사업자의 위반행위까지 과징금 처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법해석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사료된다. 민사와 형사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행위와 인과관계 없는 결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형법 제17조(인과관계) 및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모두 ‘인과관계’를 법적 책임의 성립요건으로 요구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행정상의 제재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마찬가지이다. 행정상 금전제재는 크게 과징금과 과태료로 나뉜다. 일반론적으로, 단지 절차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의 일종인 과태료(가벼운 제재)가 부과되는데 그치는 반면, 행정목적을 침해하는 결과까지 야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벌의 일종인 과징금(무거운 제재)이 부과된다. 정보통신망법 또한 이 체계에 따라 과태료와 과징금의 각 구성요건이 차등되어 있다. 사업자가 단지 idle timeout과 같은 법상 조치를 불이행한데 그쳤다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지만(제76조 제1항 제3호), 더 나아가 개인정보 유출(해킹)이라는 결과까지 야기했다면 관련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제64조의3 제1항 제6호). 해킹을 당했다는 결과에 대해 사업자에게 과징금이라는 법적 책임을 지우려면, 마땅히 사업자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사료된다(만약 해킹과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면 굳이 행정질서벌을 운영할 필요가 없으니 과태료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균형에 맞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 전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는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누출’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함으로써 미조치가 해킹의 원인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3. 11. 21.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에서 “현재 대규모 개인정보 누출 등 침해사고 발생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위반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움” 이라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 부과요건 중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할 것이 제안되었다. 참고로 이때까지는 개인정보 유출(해킹) 사고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전력이 없었다(2014. 6. 26. 비로소 첫 과징금 사건인 KT 마이올레 사건의 방통위 처분이 내려졌다). 위 방통위가 제안한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 개정안은 독자적인 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신 2014. 5. 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안법안의 일부로서 반영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안법안의 의안원문 및 이에 관한 국회 검토보고서, 소관위 회의록 등 가운데 ‘인과관계’ 입증 없이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재는 어디에도 없다. 즉,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라도 되었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그 당시는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실이 2014. 1. 8.자 검찰 발표에 의해 알려진 이래 국회에서 앞 다투어 개인정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시점이어서, 위 대안법안에는 무려 18건의 발의안이 통합되어 있었다(예컨대 300만 원 이하 법정손해배상 규정도 이 때 신설된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도에 ‘인과관계’ 요건 삭제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불명확한 측면이 있으며, 만약 진정한 입법의도가 그러했다면 위헌 소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인과관계’를 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과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정작 본인의 정보를 유출 당한 이용자는 사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업자의 과실과 해킹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행정청은 피해자인 일반 국민들보다 현저히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졌음에도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이라는 공법적 제재를 손쉽게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지, 응보와 억지가 피해배상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향후 만약 행정청이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번 판결이 해석한 입법의도와는 오히려 반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별도로 인과관계 요건을 입증하는데 곤란을 겪어 이용자 구제에 흠결을 낳을 수도 있다. 한편, 만약 본고의 주장에 따라 ‘인과관계’를 여전히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요건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파크 사건에서 두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는 존재하는가. 제1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곧 “Idle timeout 조치를 취했을 때 인터파크가 당한 유형의 APT 해킹을 통상 막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점철된다. 이는 세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 여지가 있는 문제이다. 인터파크 사건의 경우, 해커가 DB 관리자 B의 PC(관리용 단말기)에 원격 데스크탑으로 접속해보니 마침 B가 퇴근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로그아웃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다. 이와 달리, 위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에 최대접속시간이 설정되어 있었고 해커가 B의 PC에 접속했을 때 위 터미널이 로그아웃 된 상태였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해커가 DB 서버에 침입할 수 있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예컨대 해커가 B의 PC에 키로거 등을 용이하게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커로서는 수고스럽더라도 위 PC에 키로거를 심어 내부망 ID·PW 및 DB 서버 ID·PW를 도청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경우 idle timeout 조치를 했었더라도 해킹은 막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싸이월드 판결은 DB 서버 계정 ID·PW가 해커에게 이미 도청당한 상태에서 idle timeout 설정은 무용지물이라는 이유로 그 미설정과 해킹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바 있었다. 달리 가정하여, 만약 해커가 B의 PC 제어권한을 완전히 탈취하지 못했거나, 또는 해커의 관점에서 우연히 접속해 본 B의 PC가 DB 관리자의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idle timeout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던 것이 해킹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셈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적어도 두 번째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DB 서버의 관리자 비밀번호는 문제된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에 쓰여 있지 않았고, 해커는 다른 경로로 DB 서버에 침입했으므로, 위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노출된 것은 DB 서버 해킹의 원인과 무관하다.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위반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터파크의 입장에서는 다른 경로로 해킹을 당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해킹의 원인이 아닌 행위에 대해서까지 경한 과태료 대신 중한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 셈이다. 요컨대, 정부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이것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뺀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정부의 역할은 침해사고 원인조사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해킹과 ‘인과관계’ 있는 취약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현장에서 밝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고시는, idle timeout과 같은 지엽적인 의무를 나열할 것이 아니라, 로그(Log) 보존 등 사고조사에 꼭 필요한 조치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개인정보유출
과징금
인터파크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2019-12-23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외국납부세액공제
1. 쟁점의 정리 지방세법 제103조의19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은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과세표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각 사업연도의 소득'이라는 말의 의미는 법인세법 제14조제1항에서, '각 사업연도에 속하는 익금 총액에서 손금 총액을 뺀 금액'으로 규정한다. 법인세법 제15조에서, '익금'이라는 말의 의미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한 수입을 익금으로 보되 몇 가지 경우를 특별히 익금가산 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익금가산 항목 중에서 법인세법 제15조제3항제2호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에 상당하는 금액은 세액공제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익금에 넣는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적용으로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가 그 소득의 원천지국에 납부한 외국법인세액에 대하여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의 규정에 따라 내국법인이 법인세 세액공제(이른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을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에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 부분이 가산된다. 이렇게 계산된 법인세 과세표준이 바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된 금액'으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이다. 여기에다가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지방세법 제103조의20제1항)을 곱하여 법인지방소득세액이 산출된다. 여기서 납세자들은 지방세법상 법인지방소득세 단계에서 법인세법 제57조제4항과 같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주지도 않으면서도 법인세법상 과세표준을 동일하게 가져와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의 외국법인세액이 가산되도록 함은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있어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법인지방소득세 감액경정을 구하였고 이를 거부한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하여 다투는 사건이 여러 건 진행중이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그러하다. 2. 대상판결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법문대로 해석할 것인데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상 법인세법에 따른 의제익금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법 2017. 12. 20. 선고 2017구합68067 판결). 반면, 대상판결은 1심과 달리 아래 요지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시 익금산입된 외국납부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배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두50000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①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법 제57조는 동일한 소득에 대한 국가 간의 중복과세를 방지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감경하려는 취지가 있고, 법인세법 제15조제2항제2호는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규정인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을 익금으로 보는 데에는 이에 대한 세액공제가 뒤따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② 만일 법인지방소득세에서 외국법인세액이 세액공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익금에 포함시킨다면 오히려 법인세법 제57조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액공제를 전제로 의제되는 익금에 대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③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은 그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④ 원고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이 사건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받을지 손금에 산입할지 선택할 수 있었으나,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위와 같은 선택 권한이 없었다. 3. 평석 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문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법인세 과세표준과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위 규정의 문언은 그 자체 의미가 분명한 것으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지 법인세법 제13조의 '방법에 따라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별도로 계산하라는 뜻이 아니다. 설령 후자에 의한다 해도,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었다면, 법인세법 제13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란 공제된 간접외국납부세액이 과세표준에 가산되는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대상판결의 해석은 이 지점에서 여전히 논란을 남긴다). 결국 대상판결의 해석론이란 법문언의 자연스런 문언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정 방향의 결론을 바라고서'문언에도 없는 의미를 부가해야만 나오는 소위 '목적론적' 해석일 뿐이다. 당초 법문언의 의미가 애매하지 않은데도 목적론적 해석을 동원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화되기 어렵다. 나.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입법의도 대상판결도 법규정의 문언상 의미가 대상판결의 결론과 조화되지 않음을 의식한 듯, '입법취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작 처분 근거법령인 지방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를 외면하고 법인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만 강조하고 있어 문제이다. 처분의 근거규정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은 2014년 1월 1일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어 들어왔다. 당시 입법자료와 정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법개정의 배경과 취지를 알 수 있다(상세한 내용은 拙稿, '법인지방소득세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가부', 조세법연구, 25-2, 2019.8.,143쪽 이하). 쟁점 관련 부분만 요약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의한 취득세율 인하로 초래되는 지방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② 그래서 개인지방소득세와 법인지방소득세를 종전의 부가세에서 독립세로 전환시키되 과세표준은 소득세,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그대로 공유한다. ③ 개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종래 소득세법 단계에서 적용되던 공제, 감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되,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이러한 공제, 감면 규정을 폐지하여 지방세수 확보를 도모한다. 근거규정의 입법의도는, 법인세법상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더라도 지방세법상 이를 고려하지 않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의 해석은 입법자의 입법의도와 어긋난다. 다. 대상판결은 왜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을까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응능부담의 원칙, 국제적 이중과세방지의 문제, 납세자의 선택권 침해를 거론한다. 이로 보건대 법원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할 때 초래될지 모를 불합리를 우려하여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인세에 대하여도 정책상 필요에 따라 순자산 증감과 무관한 익금산입, 익금불산입, 손금산입, 손금불산입이 적용된다. 예컨대 접대비, 기부금, 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이 그것이다. 순자산의 증감과 과세표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 등은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은 경우를 전제로 하여 법인지방소득세에서의 과세표준을 실제 소득보다도 늘려 잡겠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늘려 잡는데 아무런 정당성의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법인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0% 내지 25%, 법인세법 제55조)이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 내지 2.5%, 지방세법 제103조의20)보다도 훨씬 높으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법인지방소득세에서 과세표준이 증가되더라도 법인세에서 받은 세액공제 혜택에 비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의 혜택이 법인세법과 지방세법의 개별법 단위에서 각각 관철되어야만 한다는 헌법적 근거가 없고, 입법재량이 그러한 한계 내에 묶여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오히려 납세자는 법인세법 제13조의 규정과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법인세 및 지방세의 궁극적 부담을 고려하여 법인세 단계에서 세액공제와 손금산입 중 최종 세부담의 차원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기회가 있다. 지방세법 개정은 납세자가 종래부터 가지고 있던 선택권의 의미를 변경하여 최종적 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줄인 것일 뿐이다. 납세자의 선택권 축소를 문제시하면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과 달리 해석하는 것은 법논리로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런 논리를 연장하면 세부담이 증대되는 모든 법개정은 일단 잘못이라고 보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설령 법문언에 따른 결론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이는 법개정이나 위헌법률심판 절차에서 논의될 내용이지 근거 규정의 문언을 함부로 어의와 달리 해석해서는 아니된다. 기본적으로 조세부담 증대 혹은 감소의 입법이 정당한지 여부는 정책의 문제이고 이는 입법부가 담당할 영역이지 사법부의 영역이 아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반대한다.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2019-10-31
헌법사건
과거사 사건에서 소멸시효의 적용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입법한 '국가배상법'은 자체적으로 소멸시효를 규정하지 않고, '민법'과 '국가재정법' 상 소멸시효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했다. 이에 국가배상청구에도 일반적인 소멸시효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지 논란이 됐다. 특히 ‘과거사 사건’에서 더 불거졌다. 법원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 위반이라며 원고 청구를 인용하다가, 상고심에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기간을 극도로 제한하는 법리로 기존 판결을 뒤집고 청구를 배척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오랜 심리 끝에 지난 2018년 8월 30일 과거사정리법의 특정 범주 사건에서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도록 한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등(병합) 결정, 이하 ‘헌법재판소 결정’). 1.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청구인들은 국가기관이 날조한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불법 증거에 근거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아 1982년 내지 1986년경 판결이 확정됐던 사람과 그 가족(상속인)이다. 2005년 5월 31일 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내지 2009년경 청구인들의 사건에 관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청구인들은 2007년경부터 재심을 청구했고, 2009년경 내지 2011년경 재심절차에서 기존 유죄판결이 취소되어 무죄로 확정됐다. 2009년 내지 2011년경에는 형사보상금지급결정이 확정되어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2010년 내지 2012년경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하급심에서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항소심도 1심판결의 결론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상고심에서 하급심판결의 논리를 뒤집는 파기환송판결이 선고됐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다59810 판결 등).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채권자의 권리행사 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한 논리(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를 원용하고 청구인들의 권리행사기간을 더욱 축소한 것이다. 파기환송심도 대법원의 논리를 좇아 청구를 기각했다. 위헌심판제청신청도 법조항에 관한 법원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어서 각하하거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정하고 있는 것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했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위헌으로 선언했다. 이를 근거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및 제4호에 규정된 사건들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이 적용되지 않는 대신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주관적 기산점 및 이를 기초로 한 단기소멸시효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3인은 심판청구가 법원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는 것이 옳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가.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제거한 일부위헌결정 법원이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각하했던 논리(심판대상조항에 관한 법원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는 논리를 말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반대의견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됐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법원의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툰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해석에 의해서 의미가 확정된 '법률조항의 가분된 의미영역'에 대해 위헌성을 다툰 것이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법정의견도 심판대상조항이 과거사 사건에까지 아무런 예외 없이 적용되도록 규정한 입법 자체의 결함이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한 청구를 인용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일부에 대해 위헌을 선언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일부위헌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실질은 한정위헌결정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부위헌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따라 기속력이 인정되지만, 한정위헌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변형결정 중 하나로 기속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 다툼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대해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바 있으므로(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등), 헌법재판소 결정의 실질을 한정위헌결정으로 본다면 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기초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청구인들은 또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기속력이 인정되는 일부위헌결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문 중 위헌을 선언한 문장을 살펴보면, “1.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되어있다. 특정 범주의 사건들을 기준으로 그 부분까지 적용되도록 입법되어 있는 법률조항 일부에 대한 위헌결정의 주문이다. 이처럼 법률의 특정 조문 또는 구절에 대한 일부 무효를 의미하는 소위 양적 일부위헌결정이 위헌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론이 없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일부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수용했다(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8176 판결, 대법원 2005. 8. 2.자 2004마494 결정,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1도1602 판결 등). 심판대상조항은 예외 없이 적용되도록 규정하여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을 복수의 해석 가능성을 전제로 단순히 특정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표명한 한정위헌결정(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에서 명시적으로 효력을 부정하고 재심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결정유형)으로 보기는 더욱 어렵다. 나. 권력분립원칙과 법치주의에 입각한 판단 헌법재판소 결정은 과거사 사건에 소멸시효 적용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다. 객관적 기산점 및 장기소멸시효기간의 적용만 배제했다.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주관적 기산점 및 단기소멸시효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들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는지, 알았다면 그 시점이 언제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국가의 증명책임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이를 일부위헌결정으로 보고 직접 인용하여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하급심판결이 선고됐고, 종전 국가배상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을 취소하고 재심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향후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상급심 및 파기환송심, 재심사건에서의 상급심 및 후속판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 결정은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적이 없는 피해자, 국가배상청구를 했으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판결을 받고도 더 이상 다투지 않은 피해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권리구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이나 과거사정리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한 적극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이처럼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모든 문제에 확실하고 유일한 답을 내놓지는 않은 헌법재판소 결정은, 법원과 국회에 대한 존중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구제의 관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한 다음 재심사유와 함께 그 공을 법원으로 넘기고,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통해서도 구제되기 어려운 부분은 국회가 궁극적인 해결을 도모하게 했다. 4. 결어 작은 진전조차 물거품이 될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납득할 수 없는 대법원 판결의 논리를 떨치고 과거사 사건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했다. 법원과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고, 위헌성이 제거된 심판대상조항을 합헌적으로 해석 및 적용하여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과거사정리법의 입법목적이 실현될 수 있기를, 일생을 숨죽여 지낸 피해자들이 겪은 지난 세월의 고통과 아픔이 조금이나마 달래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보영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헌법
국가배상법
과거사사건
박보영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8-26
헌법사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검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재판관 7대2의 결정으로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제269조 제1항)과 업무상승낙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2017헌바127, 이하 '대상결정'). 다만, 위헌의견 7인 중 4인이 ‘헌법불합치 및 계속적용’을 주장하여 결국 주문(主文)은 '헌법불합치 및 2020년 12월 31일까지 계속적용'이 선택되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7년 전에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었고(2012. 8. 23. 2010헌바402, 이하 '종전결정'), 당시에는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이 4대4로 나누어졌었다. 대상결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관점에서 상세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지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그 의미와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기본권의 충돌'에 대한 이해의 변화(?)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종종 '기본권의 충돌'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권충돌이 문제되는 상황과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기본권충돌은 충돌하는 기본권의 조정을 위한 입법단계에서 혹은 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일반법원의 재판이나 재판소원) 충돌하는 두 기본권을 조정하는 원리이고, 일단 입법이 이루어진 후 그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대립하는 기본권이 이미 공익(입법목적)으로 전환되어 과잉금지원칙(또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적용만이 문제될 뿐 기본권충돌 논의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한수웅, 헌법학, 법문사(제5판), 516-517면).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면서도 사안을 과잉금지원칙에 의해 심사하였고, 기본권충돌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실제적 조화의 원리’도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2013. 6. 27. 2012헌바37, 판례집 25-1, 506, 512),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결정의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심사기준' 항목에서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앞에서 본 학설의 비판을 수용하는 듯한 설시를 하였다. 다만, 법률의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 논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견해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바(과잉금지원칙은 자유권 행사가 공익침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이어서, 자유권 행사가 직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기본권충돌의 경우에는 문제되는 충돌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은 의미가 있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김하열, '자유권 제한입법에 대한 위헌심사', 동아법학 제56호, 1-35면), 기본권충돌 논의가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이 보다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시할 필요는 있었다. 이 부분은 기본권충돌에 관한 종래 헌법재판소 입장과 명백히 구별되는 것으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 '자기결정권'인가, '자기운명결정권'인가? 헌법재판소는 간통죄(2011헌가31등), 성매매(2013헌가2), 혼인빙자간음죄(2008헌바58등), 연명치료중단(2008헌마385) 등의 사건에서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고, 낙태죄에 대한 종전결정에서도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에서는 청구인이 '자기운명결정권'을 주장했음에도 위헌의견과 합헌의견 모두 '자기결정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완전히 호환가능한 개념인가? 두 표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인가?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의미도 다르고 보호영역도 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은 자기운명결정권보다 훨씬 넓다. 자기결정권에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어서, 그 자유박탈의 의미가 매우 추상적이다. 반면, 자기운명결정권의 경우 그 제한의 의미는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진다. 헌법재판소가 성적자기결정권이 문제된 사건들을 자기운명결정권으로 표현하고 낙태가 문제된 사건에서 자기결정권으로 표현한 것은 어딘지 기이하다. 하나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 그의 부모가 되는 것, 그와 함께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 아니면 그 모든 가능성들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결정만큼 운명적인 결정이 또 있겠는가?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가 아닐까? 3. 위헌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 정당성과 수단적합성은 인정되지만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는데, 그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출산 여부를 결정할 권리도 포함된다. (2)인간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를 달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3)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주)가 보호의 정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4)태아의 착상시부터 독자적 생존가능시기까지는('결정가능기간')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에게 낙태를 허용하여야 한다. (5)낙태죄 조항이 모든 낙태에 대해 예외없이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태아는 생존을 위해 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독자적 생존가능시기를 기준으로 태아의 생명권 제한에 규범적 판단을 달리하는 것은 가능한 입론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죄 조항이 위헌인 이유 또는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대해 예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일정한 규율영역으로 확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입법자에게 명확한 입법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단순위헌의견은 위에서 본 다수의견 논거들에 동의하면서, 더 나아가 임신 전체 기간을 3분기(trimester)로 나누어 제1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한없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기간에 자유로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임신기간을 3분기로 나누는 것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사유로 안전한 낙태를 드는 것은 '1분기에는 왜 태아의 생명침해가 정당화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임신여성에게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4. 합헌의견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태아는 그 시기를 불문하고 생명보호 필요성에 있어 출생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므로 위헌의견에서 말하는 결정가능기간이나 3분기에 의한 구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임신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본다. 다만, 합헌의견은 대상결정의 사안을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이라고 하였으나,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명시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본권의 충돌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주문의 문제점 대상결정이 자기낙태죄가 위헌으로 판단되면 논리적으로 위헌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을 굳이 '의사' 부분으로만 심판대상을 한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입법개선이 필요한 헌법불합치 주문을 내면서 형법 제270조 제1항 전부가 아닌 '의사' 부분만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대상결정은 형벌조항에 대해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데, 위헌으로 판단된 형벌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에 위반되고, 형벌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도 반한다(제47조 제3항). 위헌인 형벌조항을 계속적용하는 도중에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그 개선입법이 당연히 소급하는지, 소급한다면 그 시기는 어디까지인지도 문제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개선입법이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그 개선입법의 위헌 여부가 다시 문제될 수 있고 개선입법이 재차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그 소급효의 범위 또한 다시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법적공백의 방지를 명분으로 헌법불합치 주문을 선택하지만 헌법불합치결정과 개선입법 사이에, 혹은 그 이후까지 법적 규율의 불확정으로 인해 법적안정성이 위협받는다. 무엇보다도 대상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은 스스로 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을 부인하고 그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하였음에도, 단순위헌결정으로는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긴다고 한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이른바 법률의 흠결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적인 주문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검토 없이 헌법불합치 주문을 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상결정에서는 위헌의 영역을 특정하여(예컨대, 독자적 생존가능시기) 한정위헌을 선고하거나, 위헌 영역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단순위헌을 선고했어야 할 것이다.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형법
의사낙태죄
낙태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6-17
민사일반
셀카소송과 셀카봉판결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고 - 작년 10월 18일에 대법원은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새로운 종류의 확인의 소, 즉 이미 확정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원고가 내가 지금 시효중단을 위해서 소를 제기한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말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음은 판결이유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 판결에 대하여 찬반의 논란도 더러 있었다. 여기서는 그 동안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문제점 몇 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첫째, 이 판결 다수의견의 내용은 명백한 위헌적 발상에 터잡았다. 법원은 재판하는 곳이지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 내는 곳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상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소송을 제시하고 이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재판기관인 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 입법부가 할 일을 사법부가 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 침해다. 물론 법원은 법률에서 규정한 내용대로만 판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범의 흠결이 있을 때에는 법의 해석을 통해서 흠결을 메울 수 있고, 그렇게 하여 새로운 법형성 내지 법발견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역할은 입법의 흠결이 있을 때에 현행 법규를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 즉 현행 법규의 규정 취지를 참작하여 같은 방향으로 법규를 해석해서 규범의 흠결을 메우는 것이지, 현행 법규의 취지를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흠결을 메우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법부에서는 대법원이 ‘정책법원’이라는 점을 강조하여왔다. 마치 대법원이 법률과 재판제도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이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아마도 미국 연방대법원에 붙는 ‘policy making court’에서 온 것이 아닌가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이 표현은 불문법체제인 common law 국가에서나 통용될 수 있지, 성문법체제인 civil law 국가에서는 쓸 수가 없다. 대법원의 역할이 법령해석의 통일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policy가 ‘정책’을 의미하는지도 의문이다. 이 말에는 정책뿐만 아니라 원칙, 방침, 방향, 표준 등의 뜻이 있는데, 이 말을 임의로 ‘정책’으로 못박아 번역해서 쓰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매우 크다. 둘째, 이 판결 다수의견은 민사소송법의 기본원리를 무시하였다. 본래 재판이란 구체적인 사건이 있어서 그 사건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의 소송상 청구도 구체적 분쟁에 관한 청구, 즉 ‘사건성’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표현한 것이 권리보호요건 중 권리보호자격의 첫 번째로 등장하는 ‘구체적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일 것’이다. 단지 추상적인 법적 의문을 풀려는 소송상청구는 권리보호자격이 없고 따라서 그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해야 한다. 법원의 재판도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원고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리 법령해석의 통일을 책무로 하는 대법원이라도 그 사건에서 문제되지 않은 논점에 관하여 판시할 권한은 없다.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 이러한 신종 확인소송을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장한 것도, 당사자 사이에서 다투어진 적도 없는데, 대법원이 직권으로 스스로 이런 확인소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사자들이 주장하거나 다툰 것이 아니고 직권조사사항도 아닌데, 대법관들 끼리 주장하고 다툰 것에 관해서 다수결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판례’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는 하급법원이 사건을 심리하다가 법적 판단에 의문이 있으면 최고인민법원에 문의를 하고, 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재판을 한다고 한다. 법관의 독립과는 동떨어진 매우 기이한 제도이지만 그 대답은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므로 적어도 사건성은 있다고 너그럽게 볼 수는 있다. 우리 대법원처럼 직접 심리한 사건에서 문제도 되지 않은 논점을 들춰내어 스스로 선행적으로 판단을 한다면, 이는 중국의 최고인민법원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셋째, 이 판결 다수의견은 ‘소송’의 기본 개념에 반하는 판단을 하였다. 하기는 우리 실무에서는 소와 소송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심지어는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소제기’라고 할 것을 ‘소송제기’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송을 사실관계를 둘러싼 쟁송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송의 본래 개념이 ‘법적 쟁송’이다. 다수의견은 원고가 시효중단을 위하여 소를 제기한 것을 확인해달라는 것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권리, 법률관계 확인이라고 열심히 주장하지만, 이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시효중단이라는 소제기의 효과는 문자 그대로 권리행사라는 법적 행위의 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시효중단을 위한 소’라는 소의 형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행의 소든 확인의 소든 통상적인 권리행사 방법의 하나로 소를 제기하면 법규정에 의하여 시효중단이라는 효과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가 소를 제기하였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그 내용이 실체법상의 권리행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에 지나지 않다. ‘시효중단을 위하여’라는 목적이 있다고 해서 사실의 확인청구가 권리나 법률관계 확인청구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소는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가 아니므로 위에서 말한 권리보호자격이 불비되어 부적법, 각하되는 전형적인 경우이다. 넷째, 다수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송에서는 채권자의 채권 존부 등 실체적 심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점은 얼핏 보면 학설, 판례에서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학설과 판례가 이렇게 보는 것은 전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판력의 시적 범위 밖에 있는 변제 등 전소송 변론종결 이후에 생긴 새로운 사정을 이유로 해서는 당연히 실체적 심리를 할 수 있다. 채권자의 후소 제기가 시효중단이라는 목적이 있더라도 그 후소송에서 채무자는 변제 등 채권의 소멸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원고의 소제기 목적에 피고가 구속되어 방어권 행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채권자의 시효중단이라는 목적에만 매몰되어 후소송에서 채무자인 피고가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했음을 주장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후소송에서 이러한 쟁점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 신종 확인소송을 구상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변제한 채무자는 이런 신종 후소송에서는 방어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다른 기회에 청구이의의 소로 대항하란 말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으로 채무자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언제나 청구이의의 소로 대항할 수 있는데, 후소송으로 통상적인 이행소송이나 확인소송을 허용하면 채무자가 그 소송에서 바로 변제 등의 항변을 해야 하므로 채무자에게 이른 시기에 방어를 강제하는 부당함이 있다고 한다. 본래 채무자는 이행지체에 빠지는 순간 채무불이행으로 위법한 상태가 되고, 채권자는 바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민법의 기본인데, 이런 채무자에게 무슨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 이 두 태도를 종합하면 다수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채권자의 후소송에서 이미 변제한 채무자가 방어할 기회를 가져서는 안 되고, 채무자 스스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시기를 선택할 여유는 주겠다는 말인데, 이것은 우리 소송법 체계와 너무 멀리 동떨어진 발상이다. 반대의견은 원고가 소를 제기하면서 자기가 소를 제기하였다는 확인판결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순환논법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점잖은 표현이고 요새말로 ‘셀카소송’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소를 제기하는 목적이 지금 소를 제기한 것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니 셀카와 다를 것이 없다. 반대의견의 말대로 이러한 확인은 법원의 판결로 받을 것이 아니라, 통상의 이행의 소나 확인의 소를 제기하고 법원 사무국에서 증명서만 발급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송상 청구는 당연히 권리보호자격이 없어서 부적법하다. 반대의견에서는 이러한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비판하나, 확인의 이익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피고가 방어할 아무런 기회도 이유도 없는 이러한 절차는 소송이 아니라 오히려 비송에 가깝다. 형식적으로 소장에 피고가 적혀있어도 과연 두 당사자 대립 구조가 성립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이런 셀카소송을 허용하겠다고 했으니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셀카봉판결이라 할 수 있겠다. 반대의견 중에는 이 문제는 입법사항이고 법원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입법으로도 이런 우리 소송법 체계를 파괴하는 기형적인 소의 형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법조인이나 법학자 어느 누구도 우리 대법원에서 이러한 새로운 획기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자랑삼아 외국에 소개하는 것도 삼갈 일이다. 호문혁 명예교수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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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명예교수 (서울대)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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