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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선하증권의 효력
I.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甲으로부터 甲과 브라질 소재 乙과의 섬유원단 수출거래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의 인수를 요청받고 이를 승낙하여 2000. 1. 4.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나. 甲은 사실상 乙과의 사이에 섬유원단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乙에게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들을 구비한 후 2000. 6. 10. 丙은행에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신청하였고 위 은행은 원고가 발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환어음과 선적서류를 매입함으로써 甲에게 미화 98,430달러를 대출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甲과 해상운송주선계약을 맺고 甲으로부터 원단이 적입되었다는 봉인 컨테이너를 수령한 뒤 2000. 6. 9. 甲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다음의 화물이 실렸다고 들었음(said to contain)”이라고 하는 소위 부지문언이 부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甲으로부터 수령한 컨테이너에는 이 사건 원단이 적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컨테이너가 2000. 6. 9. 산토스(Santos)호에 선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컨테이너는 실제로는 2000. 6. 24. 라 보니타(La Bonita)호에 선적되었다. 라. 한편 丙은행은 위와 같이 매입한 환어음을 추심하고자 하였으나 乙로부터 섬유원단수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송받자 2000. 9. 23. 신용보증서에 기해 원고에게 위 미화 98,430달러의 상환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丙은행에 위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뒤 동 은행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소송의 경과 및 대법원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에 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경우에 부지문언을 부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는 외에 추가로, 선하증권 상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이 실제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과 달라 피고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허위의 선하증권이라고 하더라도 乙이 환어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乙과 甲과의 사이에 계약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허위 선하증권 발행과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丙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품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도 더 심리겿풔洑臼㈍?할 것인데도 이 점에 관하여 심리겿풔洑舊?아니한 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실과 다른 선적일과 선박명의 기재는 丙은행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1991년 개정 전의 우리 舊상법은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화물상환증의 문언증권성에 관한 상법 제131조를 준용하고 있었다(舊상법 제820조). 이러한 舊상법하에서의 空선하증권의 효력과 관련하여 空화물상환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요인증권성설), 문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문언증권성설), 그리고 절충설의 대립이 있었으며 판례는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공선하증권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 9. 14. 80다1325판결). 그런데 1991년 해상법을 개정하면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상법 제131조의 준용규정을 폐지하고 헤이그 비스비 규칙의 내용을 수용하여 제814조의 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현행 상법하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이 舊상법 시대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현행 상법하에서 空선하증권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다. 2. 현행 상법의 해석론 가. 선하증권 기재의 추정적 효력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제8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그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추정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운송물의 외관 상태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없는 운송물의 품질이나 밀봉된 컨테이너 내부의 운송물의 상세에 관하여는 추정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에 운송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 선하증권 기재의 확정적 효력 한편 현행 상법 제814조의 2 단서는 “그러나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 반대의 증거를 들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을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가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통설은 현행 상법이 舊상법에 비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소수설 있음). 이러한 통설에 의할 때 空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운송인은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空선하증권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현행 상법상 운송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선의의 소지인 측에서 선하증권의 기재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경우 선의의 소지인은 空선하증권임을 들어 동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인에게 空선하증권을 발행한 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지인은 운송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상법상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채무불이행 책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소지인으로서는 구태여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실익이 없다할 것이다. 3. 대법원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空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舊상법 시대에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과 동일한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선하증권의 추정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일응 空선하증권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운송인이 운송물이 수령 또는 선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못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 비록 선하증권으로서의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의의 제3자가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 사건에서 空선하증권의 소지인의 권리를 대위하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연히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空선하증권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의 입장을 반영하여 空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이나 선의의 제3자 측에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 뒤 이 사건에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空선하증권이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더구나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설시하는 판시내용이 舊상법 시대의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치 대법원이 현행 상법하에서도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할 여지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IV. 맺음말 현행 상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따라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규정을 개정하였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인은 空선하증권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의 해석으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효력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舊상법 시대의 학설 대립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시대의 대법원 판례도 현행 상법 하에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현행 상법의 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며 空선하증권이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마치 대법원이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814조의 2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空선하증권은 유효이나 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 측에서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2007. 4.)에 실린 필자의 “공선하증권의 효력”이라는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임.
2007-07-09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대한 대법원판결의 문제점
[다수의견] 형법 제335조에서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준강도로서 강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는 취지는,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다고 보기 때문인바, 이와 같은 준강도죄의 입법 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별개의견] 폭행·협박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인정하는 외에 절취행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이를 준강도죄의 미수범이라고 보아 강도죄의 미수범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함이 상당하다. [반대의견] 강도죄와 준강도죄는 그 취지와 본질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하며, 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되었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사실관계>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합동하여 양주를 절취할 목적으로 장소를 물색하던 중, 2003. 12. 9. 06:30경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522-24 소재 5층 건물 중 2층 피해자 1이 운영하는 주점에 이르러, 공소외인은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서 피고인과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면서 망을 보고, 피고인은 위 주점의 잠금장치를 뜯고 침입하여 위 주점 내 진열장에 있던 양주 45병 시가 1,622,000원 상당을 미리 준비한 바구니 3개에 담고 있던 중, 계단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공소외인을 수상히 여기고 위 주점 종업원 피해자 2, 이윤룡이 주점으로 돌아오려는 소리를 듣고서 양주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열고 나오다가 피해자 2 등이 피고인을 붙잡자,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목을 잡고 있던 피해자의 오른손을 깨무는 등 폭행하였다. <평 석> 1. 문제의 소재 준강도죄(형법 제335조)에 관하여 최근 논란이 많다. 특히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종래의 ‘폭행협박시설’을 폐기하고, ‘절취행위시설’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이는 일부학설의 태도와 괘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절취행위시설은 그 논리와 결론에 있어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본죄를 신분범으로 볼 것인지, 결합범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는 논란이 있다. 주로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에 의할 때, 대상판결은 내재적으로 모순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 판례평석에서는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준강도죄의 본질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대하여 논하기 이전에 먼저 준강도죄의 본질 또는 성격이 무엇인지 정리하여야 한다. 판례와 학설의 일부는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본다. 즉 절도범인이라는 행위주체가 탈환의 항거, 체포의 면탈 또는 죄적의 인멸이라는 목적으로 폭행, 협박을 가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신분범설이라고 하자. 신분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의 행위주체는 절도범인이고, 절취는 절도범인이라는 행위주체를 성립하는 선행행위에 불과하다. 준강도죄의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이 될 뿐이다. 이에 반하여, 준강도죄는 절도라는 제1의 실행행위와 폭행·협박이라는 제2의 실행행위가 결합하여 준강도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는 결합범설이다. 결합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는 두 개의 실행행위가 결합된 것이고 누구나 준강도죄를 범할 수 있으므로 신분범이 아니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학설은 준강도죄를 결합범이라고 보고 있다(한상훈, 결합범의 구조와 신분범과의 관계, 법조, 2005.1, 96면; 한상훈, 형법상 결합범의 유형과 입법론적 검토, 형사법연구, 22호 특집호, 2005, 88면). 3. 신분범설과 결합범설의 구별실익 신분범설과 결합범설은 일견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분석하면 많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사후적 가담자에 대한 법리가 달라진다. 갑이 절도를 범하고 체포를 면탈하기 위하여 폭행할 때에 을이 가담한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신분범설에 의하면, 갑의 절도사실을 인식하고 폭행에만 가담한 을에 대하여 절도범인이라는 신분자의 범행에 가담한 비신분자의 행위로 파악된다. 즉 공범과 신분에 관한 형법 제33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와 동일한 사후강도죄(일본형법 제238조)에서 일본판례와 학설은 공범과 신분의 문제로 해결한다. 이에 반하여 결합범설에 의하면, 사후에 가담한 을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문제가 된다. 신분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가 진정신분범인지 부진정신분범인지, 그리고 형법 제33조의 본문과 단서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준강도죄를 부진정신분범으로 보고 형법 제33조에 대한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사후가담자인 을은 준강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되 그 처벌은 폭행죄에 의하게 된다. 준강도죄를 독립된 범죄로서 진정신분범으로 보면, 갑과 을은 모두 준강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 이와 달리 결합범설의 입장에 서면, 승계적 공동정범의 학설에 따라 을은 폭행죄로 처벌되거나 폭행죄와 준강도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미수와 기수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중 기수시점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4. 준강도죄의 기수시점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와 일부학설은 준강도죄의 기수시점을 인정함에 있어서 폭행·협박시설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논리적, 체계적으로 불가피한 귀결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범죄의 기수라는 것은 당해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모두 충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요건요소는 행위주체, 객체, 실행행위, 결과, 인과관계 등을 말한다. 거동범이라면 행위객체에 대한 실행행위가 존재하여야 하며, 결과범이라면 행위객체에 대한 실행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가 발생하여야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행위주체도 그러한 구성요건요소 중에 하나일 뿐이다. 행위주체가 결여되어 있으면 기수에 이를 수 없겠지만, 반대로 행위주체가 존재한다고 언제나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행위주체 이외의 다른 구성요건요소가 충족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즉 행위주체는 범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판례와 같이 신분범설에 의할 때, 준강도죄에서 절도는 행위주체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행위주체인 절도가 기수인지 여부가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정작 실행행위인 폭행·협박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점에서 대상판결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여 버렸다. 대상판결의 논지를 일관되게 적용하면, 위증죄는 증인이 되는 때에 기수에 이르고 진술여부는 관계가 없다. 수뢰죄의 기수시기는 공무원이 되는 시점이고 뇌물을 수수, 약속했는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결론의 오류는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5. 준강도죄와 강도죄의 관계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기수시점에 대한 체계적, 논리적 원칙보다는 준강도죄와 강도죄의 규범적 동일성에 주목한다.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고’,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강도죄와 준강도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고 양형의 균형성을 고려한다면, 다수의견과 같은 절취행위기준설이 아니라 별개의견과 같이 절도와 폭행·협박이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 한다는 종합설을 취해야 한다. 강도죄는 폭행·협박에 의해 외포된 상태에서 강취하여야 기수에 이른다. 즉 폭행·협박과 절취가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만 기수에 이른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미수인 상태에서 절취하였다면 강도미수나 공갈죄가 성립할 뿐이다. 강도죄는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와 절취라는 실행행위가 결합된 결합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도죄의 본질을 시간순서상의 전후만을 바꾸어 생각한다면, 절취라는 실행행위와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가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만 준강도죄도 기수에 이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동가치성을 역설하고 나서는 오히려 준강도죄는 폭행·협박에 관계 없이 절도만 기수에 이르면 성립된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다수의견 자신의 전제에 의할 때에도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6. 준강도죄의 미수시점 준강도죄는 미수범을 처벌한다(형법 제342조). 준강도죄의 실행의 착수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학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분범설에 의하면, 실행행위가 개시되거나 이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시점이라고 볼 것이다. 준강도죄의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이다. 즉 절도범인이 폭행·협박을 개시할 때에 준강도의 미수가 성립된다고 볼 것이다. 결합범설에 의하면, 전체 결합범의 고의로 제1의 실행행위를 개시할 때에도 결합범 전체에 대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야간주거침입절도의 의사로 주거에 침입할 때에 이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미수가 성립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준강도의 의사로서 절취를 개시할 때에 준강도죄의 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준강도죄의 실행의 착수를 언제 인정할지 문제된다.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에 의하면,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인데, 기수시점은 이미 절도가 기수에 이르면 인정된다. 즉 절도기수에 이른 범인은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를 아직 하기 이전에도 준강도죄의 기수에 이르러 버린다. 준강도죄의 미수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기수가 성립한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7. 맺음말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계, 그리고 다수의견 자신의 논리로 보아도 다수의견의 결론은 부당하다.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준강도죄는 강도죄와의 관계에서 보아도 결합범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준강도죄는 단순히 강도죄의 시간적 변형 이외에 체포면탈, 죄적인멸이라는 국가적 법익에 대한 보호도 포함하고 있는 범죄라고 할 것이다(문제가 있다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절도와 폭행·협박 모두의 기수를 요구하는 별개의견보다는 절도는 미수이든 기수이든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기수여부를 판단하는 종래의 판례나 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07-03-12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
I.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원고는 1987년에 설립되어 반도체 LED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이고, 피고 A는 2002년부터 LED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원고의 경쟁회사이다. 피고 B는 1997년부터 원고의 부사장 겸 기술고문으로 재직하면서 LED 제품의 설계ㆍ시험을 비롯하여 관련 기술 연구 및 시장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3. 2. 퇴사한 후 같은 해 3. 피고 A에 입사하였다. 피고 C는 2001년부터 원고의 영업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영업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2. 4. 퇴사한 후 같은 해 5. 피고 A에 입사하였다. 피고 BㆍC는 피고 A에 입사하면서 원고의 LED 제조 관련 기술이 수록된 자료를 가지고 나와 이를 피고 A에게 교부하였고, 원고는 피고들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중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의 청구에 대해 제1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79477 판결)은, 원고의 LED 제조 관련 기술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그 침해행위를 중지하여야 하지만, 피고 A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LED 제품을 개발ㆍ제조ㆍ판매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없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 판결의 요지 영업비밀은 그 속성상 공연히 알려지지 아니하여야 그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실제로 사용되든 또는 사용되지 아니하든 상관없이 영업비밀 보유자 이외의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감소되는 것인바, 부정하게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이를 공개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만으로도 영업비밀 보유자는 침해행위자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따라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배상으로서 구할 수 있다. III. 대상 판결의 검토 1. 서언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는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추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의 곤란을 구제하기 위한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 취지의 규정으로 특허법 제128조와 상표법 제67조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보호법상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의 성격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특허법 제128조와 상표법 제67조에 관한 기존의 해석론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특허법 제128조 및 상표법 제67조의 해석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1항ㆍ제2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제128조 제1항ㆍ제2항 또는 상표법 제67조 제1항ㆍ제2항의 해석에 관하여, 위 규정은 모두 어디까지나 일실이익의 추정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의하여 추정되는 것은 일실이익에 한정될 뿐이고, 따라서 일실이익 발생의 전제가 되는 사실은 여전히 권리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대법원 96다43119 판결). 따라서, 권리자가 침해행위와 손해발생 및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한 경우에 비로소 위 규정에 따라 손해액이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을 다투고자 하는 침해자로서는 반대사실을 들어 실제 손해액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입증(추정의 효력을 복멸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본증이고 반증이 아님)하여야 한다. 한편,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제128조 제3항의 해석에 관해서는, 특허발명은 그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권리자의 현실적인 실시 여부를 불문하고 실시료 상당의 손해를 법정최저배상액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즉, 위 특허법 규정에 의해 손해의 발생은 물론이고 나아가 침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및 손해액 모두가 의제된다는 것이다(송영식 외, 지적소유권법 상, 제8판, 469면). 반면, 상표는 특허발명과 달리 단순한 출처표시수단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상표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권리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까지 실시료 상당의 손해를 법정최저배상액으로 인정해 주어야 할 논리필연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상표법 제67조 제3항의 경우에는 손해발생 자체가 의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대법원 2003다62910 판결). 3.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 특허법 제128조와 상표법 제67조에 관한 논의에 비추어 보면,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1항 및 제2항에 의한 추정의 효력 역시 단지 손해액에 관해서만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영업비밀이 침해된 경우를 특허권이나 상표권이 침해된 경우와 다르게 볼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의한 추정의 효력은, 특허법 제128조 제3항에 준하여 해석할 것인지 또는 상표법 제67조에 준하여 해석할 것인지 문제된다. 영업비밀이란 그 개념상 ‘공연히 알려지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영업비밀보호법 제2조 제2호). 따라서, 영업비밀 보유자가 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또한 실제로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이상, 그것이 보유자의 의사에 반하는 방법으로 제3자에게 공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영업비밀로서의 객관적ㆍ경제적 가치가 감소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특정 기술을 영업비밀로 보호할 것인지 또는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는 그 기술 보유자의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업비밀이라는 관념 자체가 단순한 출처표시를 의미하는 상표보다는 기술적 사상을 의미하는 특허에 보다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은 특허법 제128조 제3항에 준하여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은 단순히 손해액만을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의 발생은 물론 침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추정함으로써, ‘영업비밀 보유자가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최저배상액으로 의제하는 성격의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영업비밀 보유자로서는 영업비밀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 입증하게 되면 위 규정에 따라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 및 손해액까지도 추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상 판결이 이 사건과 같이 피고 A가 실제로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부정하게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이를 공개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대상 판결은 “달리 이 사건 영업비밀에 대하여 통상사용료를 얻을 가능성조차 전혀 없다는 점에 관한 피고들의 주장ㆍ입증이 없는 이상” 피고들에게 위 영업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설시하여, 반대사실의 입증을 통해 위 규정에 의한 추정의 효과를 복멸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업비밀이란 그 개념상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사용료를 얻을 수 없는 경우란 사실상 생각하기 어렵고, 따라서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은 사실상 최저손해액을 의제한 것에 가까운 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에 의한 손해배상액의 산정 이상과 같이,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의 성격을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 및 손해액까지 의제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영업비밀 보유자가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문제된다. 법문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 표현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영업비밀의 내용과 우수성ㆍ영업비밀 보유자의 이용 정도와 그 효과ㆍ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의 영업적 관계ㆍ침해행위의 태양ㆍ영업비밀의 사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상당한’ 내지 ‘정당한’ 사용료를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대상 판결은, 피고 A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여 백색 LED 제품을 제조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A의 매출액에 기술사용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손해액을 산출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영업비밀의 속상상 이를 타인에게 공개하여 사용료를 받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반 사정을 참작해 금 5,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비밀로 유지ㆍ관리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제3자에게 사용허락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또한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우가 바로 이 사건과 같이 영업비밀의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취득한 영업비밀을 실제로 사용하였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점에서, 대상 판결이 이 사건을 만연히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로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영업비밀과 유사한 기술에 관하여 관련 업계에서 체결된 바 있는 라이센스 계약에 관한 자료들이 제출된 이상, 법원으로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IV. 결 론 대상 판결은,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3항이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액은 물론이고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까지도 추정한 것임을 분명히 밝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대상 판결이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상당의 손해를 산정하지 않고 단순히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명목상의 손해배상액만을 인정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의 입법 취지가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라면, 법원으로서는 만연히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손해액 산정에 관한 자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참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7-01-08
공해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
I. 事案의 槪要 한국전력공사는 1983. 3.경부터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소재 서해안 부근에 서천화력발전소를 설치, 가동하여 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서천화력발전소로부터 2 내지 8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서면 앞바다인 비인만 해역에서 김양식어업에 종사하여 왔다. 서천발전소에서는 발전기를 냉각시키는 공정에서 온배수를 배출한다. 서천발전소는 1983. 3. 가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이 온배수를 배수구를 통하여 인근 바다로 배출하여 왔고, 그 배출량은 발전량의 증가와 함께 매년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김은 저온성 생물로서 수온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피해자들 주장에 의하면, 위 온배수가 해류를 따라 밀물시에 하루 6시간씩 피해자들의 김양식어장에 유입되어 해수온도를 상승시켰고, 그로 인하여 수온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 그곳의 김수확량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서천발전소의 온배수 배출로 인한 김수확량 감소가 처음 문제된 것은 1986년이었다. 당시의 피해자들(이하 ‘1987년 피해자들’이라 함)은 1983. 3. 서천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시작된 이후 김수확량이 감소되었다는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였고, 가해자는 1987년 피해자들의 동의 하에 군산수산전문대학교 부설연구소에 용역조사를 맡겨, 1987년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피해액이 산정되었다. 그리고 이 용역조사결과에 따라 1987년 피해자들은 원고로부터 피해배상금 및 지원금으로 1,520,000,000원을 지급받으면서 비인만 해역 김양식 피해를 원인으로 한 나머지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권리포기조항을 포함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이하 ‘1987년 손해배상합의’라 함). 그런데, 1987년 피해자들을 포함하여, 피해자들은 그 후 온배수 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피해지역이 확대되어 왔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여 왔다. 특히 1993년산 수확량의 급격한 감소를 문제삼았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온배수 배출량 증가와 피해지역 확대는 1987. 11. 24.자 합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므로, 1987. 11. 24.자 합의에도 불구하고 배상청구할 수 있다고 다투었다. 판결요지 과거는 물론 앞으로 영구적으로 피해보상에 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 권리포기조항은 합의당시 실제로 예측이 되었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해석, 합의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는 것은 그 실 손해액을 배상청구 할 수 있다. 연구요지 대상판결은 예견가능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기 곤란하므로 실제 예견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으며 또 연도에 따라 책임액 제한을 달리 인정한 것이 타당한 지도 역시 의문이다 . II. 各級法院의 判斷 대상사건의 심리에 있어서는 인과관계의 유무도 문제되었는데, 각급법원은 피해자의 과실 내지 자연력의 기여분에 대한 판단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는 일치된 태도를 보였다. 그 근거는 원인물질의 배출, 원인물질의 유해성, 원인물질의 피해물건에의 도달, 그리고 손해의 발생이라는 간접사실이 각각 입증되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사실상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1. 一審判決(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1995. 12. 22. 선고 93가합1753, 2428) 1심법원은 1987년 손해배상합의에 의하여 ‘……과거분은 물론이고 앞으로 영구적으로 원고를 상대로 하여 위 비인만 해역의 김양식장에 대한 피해보상에 관하여 일체의 민, 형사상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고 하면서도, 1987. 11. 24.자 합의서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포기조항은 그 합의 당시에 실제로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위 1987. 11. 24.자 합의는 당시의 온배수 배출량을 고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나타날 김수확량감소율을 전제로 한 합의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1993년산 김양식 흉작은 1987. 11. 24.자 합의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므로,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그 실손해액 전부를 배상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1심법원은 원고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를 전부기각하고, 피고(반소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과실상계 및 손익상계를 인정하여, 일반적으로는 총 10%의, 1987년 합의서에 의하여 배상받은 해당 어장에 관해서는 총 20%의 책임제한을 인정하였다. 즉, 그 근거의 하나로서 ‘……피고들은 위 1차 분쟁 당시 위 군산수산전문대학 수산과학연구소의 용역조사결과에 따라 위 발전소로부터 배출되는 온배수가 위 비인만 해역에 유입되어 김의 생육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는 해수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그후 원고가 위 발전소의 발전량을 늘릴 경우에는 온배수 배출량이 증가하여 위 온배수의 영향권 즉 피해해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들었다. 2. 原審判決(대전고등법원 2000. 10. 25. 선고 96나738, 745 판결) 항소심에서는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의 범위에 관한 1심법원의 법률론 및 사실판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만, 책임액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손익상계에 대한 언급을 없애고, 과실상계만을 근거로 하였다. 그리고, 과실상계의 근거로서, 자연적 요인과 함께 피해자들이 손해발생가능성을 ‘이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사항의 하나로 언급하였다. 그리고, 책임제한의 비율을 다소 높여, 대개 20%(1987년 손해배상합의에서 문제되었던 어장의 경우에는 30%)로 정하였다. 3. 對象判決 대법원에서도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의 범위에 관하여 1심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태도를 지지하였다.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손해배상합의에 포함된 권리포기조항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는 항소심법원의 판시를 인용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책임액제한에 관해서도 항소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지지하되, 근거설시에 있어서는 자연적 요인만을 근거로 하고, 피해자들의 예견 내지 예견가능성이라는 점은 고려대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실상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III. 評釋 1. 損害賠償合意의 拘束力이 미치는 法律關係의 범위에 관한 일반론: 교통사고·의료사고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1) 문제제기 교통사고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후 당해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일체의 손해에 관한 배타적 합의손해배상의 합의를 작성하는 예가 많다. 그런데, 그 합의 당시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후유증에 대해서도 그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는가 라는 문제가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에 관해서는, 손해배상합의 당시 피해자가 예견할 수 없었고 따라서 실제로도 예견하지 못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도록 한다는 의사 없이 손해배상합의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라는 의사해석의 원칙이 판례에 의하여 확립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되어 왔다. 公害不法行爲의 경우에도 이미 벌어진 공해물질 배출행위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의사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영업행위에 수반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사안유형에서는 문제상황이 다르다. 손해배상합의의 당사자는 향후에 동일양상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손해배상합의를 한 것으로 의사해석할 것인가? 이와 같이 의사해석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합의 이후 유해물질의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손해발생의 정도가 확대되는 경우에 관해서는 손해배상합의를 어떻게 의사해석해야 할 것인가? 아래에서는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판례의 법률론을 먼저 개관한다. (2) 權利抛棄約定의 制限的 解釋: 不測의 後發損害論 교통사고와 의료사고 인한 후유증에 관해서는, 판례의 법률론이 매우 유효적절한 도구로서 이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즉,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에 대하여 손해배상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측의 후유증에 대하여 추가로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배상액의 합의당시에 당사자 사이에 배상범위내에 들어갈 손해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일치가 있었어야 하며, 후발손해는 합의 당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예견불가능하였어야 하며, 그 후발손해는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자가 그 사실을 당시에 알았더라면 그러한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될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다1284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423 판결 등). (3) 權利抛棄約定의 解釋上 否定: 損害賠償金의 一部支給論 손해배상합의에 권리포기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것인지 문제되는 경우 이를 해석에 의하여 부정하고, 당해 손해배상합의에 근거하여 지급된 손해배상금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론이 타당한 경우도 있다.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4108 판결은 이러한 해석론을 적용한 예이다. (4) 錯誤를 이유로 한 取消 손해배상합의도 화해의 일종이므로 민법 제733조 단서의 소정범위 내에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장래에 새로 행하는 가해행위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런 후발손해의 발생 여하는 가해자의 의사라고 하는 주관적인 요소에 달린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가해자의 의사 여하에 대하여 일방당사자가 착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취소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5) 不公正行爲 대상사건에서 1987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하여 공동보조를 취하고, 가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비용으로 조사용역을 의뢰하게 하였으며, 가해자, 피해자 쌍방이 모두 조사용역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손해배상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법 제103조의 불공정행위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경우로 보인다. 2. 對象判決의 檢討 가. 實際 豫見與否를 기준으로 하는 不測의 後發損害論 대상판결은 不測의 後發損害論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1987년 손해배상합의에 의하여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요건에 대한 설시는 교통사고 및 의료사고에 대한 기존 판례의 설시와 지극히 흡사하다. 다만, 1987. 11. 24.자 합의서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포기조항은 그 합의 당시에 실제로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태도이다(1심법원, 항소심법원도 동지). 따라서, 손해배상합의 당시 피해자의 예견가능성 여하는 문제되지 않는다. 1심법원에서는 피해자들의 예견가능성이 있었음을 지적하여 과실상계의 이유로 삼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항소심법원 및 대법원은 과실상계가 아니라 자연적 요인을 고려한 책임액 제한이라고 성질규정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논리적 일관성을 기하고자 한 듯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기존의 손해배상합의시에 나타나고 있던 온배수배출량이 ‘고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만 예상하였고, 결코 그 이상 조금도 온배수배출량이 증가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는 의사해석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서천화력발전소의 온배수배출량은 차차 증가하여 왔으며 그 점을 1987년 피해자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상판결은 예견가능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기 곤란하므로 실제 예견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것이 타당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나. 責任額制限論 대상판결은 책임액제한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우회적으로 공해불법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형평을 기하고자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대법원의 판지를 선해한다면, 다음과 같은 법률론으로 볼 수도 있다. 첫째, 이 사건과 같이 장래 가해행위(특히 그 폭)가 가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예견 내지 예견가능성을 이유로 한 과실상계는 인정할 수 없다. 둘째, 이처럼 인과관계 여하가 다소 불분명한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일단 긍정하되, 자연적 요인을 비율적으로 배제하여 책임액을 제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근거에 기한 책임액 제한은 1987년 피해자와 기타의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이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한편, 대법원은 1987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30%의 책임액 제한을, 기타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20%의 책임액 제한을 인정하였는데, 책임액제한이 자연적 요인에만 근거를 둔 것이라면, 이는 그 타당성은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온배수 배출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1987년 피해자들 해당구역)일수록 자연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적고, 먼 곳(기타 피해자들 해당구역)일수록 자연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3. 對象判決의 意思解釋論에 대한 代案 향후 가해자의 계속적 영업활동 등으로 인하여 지속될 것임이 예상되고, 따라서 향후의 배출량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는 공해불법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합의를 하면서 향후의 손해배상청구를 영구적으로 포기한다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을 때 이러한 손해배상합의를 어떻게 의사해석할 것인가? 이러한 형태의 공해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손해배상합의에 표시된 당사자의 효과의사 자체를 보다 면밀히 해석하는 일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며, 또한 실제 사례의 해결에 있어서도 유효적절한 해결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의사해석이 유력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 손해배상합의 당시의 공해물질 배출량이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한(또는 그로 인한 손해의 범위가 손해배상합의 당시의 수준으로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일체의 향후손해의 배상청구권은 포기한다. 둘째, 그 범위내인 한 향후손해가 그보다 적게 발생하거나 아예 방지된다 하더라도 가해자는 이 손해배상합의에 여전히 구속된다. 셋째, 반면에 그 범위를 넘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손해배상의 합의도, 권리포기의 약정도 아직 성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손해배상합의의 의사해석 여하는 구체적인 사례별로 상이할 수 있음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2003-06-26
다른 생명보험계약의 통지의무
【사실】 “이○○이 피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해상’이라고 한다)와 원심 판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된 청약서에는 다른 보험계약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이○○이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이 기망에 의한 계약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그 계약기간이 장기간(3년 내지 20년)이며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계약기간 내지 상당기간이 경과하면 보험수익자가 상당한 금액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저축적 성격을 가진 보험계약도 다수 있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숫자가 많고 보험료와 보험금이 다액(多額)이며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경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러나 “이○○이 자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원고의 보험금지급청구에 대하여, 피고 현대해상은 사회질서위반 또는 신의칙위반, 기망, 자살, 고지의무 위반, 안전벨트 미착용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판지】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전부 배척하였는데, 특히 고지의무위반 주장에 대하여“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2001. 2. 13. 선고 99다13737 판결 등 참조). 한편, 보험자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하였다면 이는 그러한 사정을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하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그러한 사항에 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하여 이를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이 피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해상’이라고 한다)와 원심 판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된 청약서에는 다른 보험계약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이○○이 이를 기재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이○○이 위와 같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피고 현대해상에게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 현대해상은 그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평석】 1. 緖論 : 약관에 규정된 다른 보험계약 통지의무 위반의 효과에 관하여 보험에 대한 기본적 관점의 차이로 견해가 대립되어 있는데, 대법원은 손해보험에 관하여 2000.1.28 선고 99다50712 판결[채무부존재확인]에서 “단지 통지의무를 게을리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사기로 인한 중복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데 이어(拙稿, 重複保險 通知義務, 쥬리스트, 제382호 2002년7월호 ; 拙著, 判例演習 保險法, 三宇社 2002, 51면 참조), 본 판결에서는 인보험에 관하여도 다른 보험계약 통지의무 위반도 고지의무 위반이 될 수 있으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알리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는 그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다음에 다른 보험계약통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2. 問題點 : 상법은 제672조 제2항에서 “동일한 보험계약의 목적과 동일한 사고에 관하여 수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이 규정은 그 위치로 보나 초과중복보험의 체결을 방지하려는 입법취지로 보나 손해보험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상법은 인보험에 관하여는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손해보험에 관해서도 이 통지의무는 초과중복보험 방지의 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그 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험실무에서는 본 사안에 있어서와 같이 인보험에 관해서도 약관으로 다른 계약을 통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 아니라 그 위반에 대해서 고지의무 위반과 같은 해지권을 보험자에게 부여한다. 3. 大法院의 態度 (1) 이 약관의 효력에 관하여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보험자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하였다면 이는 그러한 사정을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약관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한편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3) ‘중요한 사항’의 기준에 관하여는 客觀說과 主觀說이 대립되어 있다. 주관설은 보험계약을 실제로 체결하는 것은 당해 보험자이므로 이 보험자가 위험측정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객관설은 이 주관설에 따를 때에는 상대방인 보험계약자가 고지할 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의의 손해를 볼 염려가 있으므로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주관설은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려면 보험계약자 측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불의의 손해를 볼 염려는 없다고 반박한다. 이 견해들 중에서 대법원은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객관설에 따르는 듯 하지만, 결론에서는 보험자가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함으로써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였다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이 두 학설 중 어느 쪽인지 이해하기에 혼란스러운 견해를 표명하였다. 4. 프랑스法의 立場 프랑스에서도 예전에는 1913년 화재보험 모범약관, 1930년 모범약관 등 보험실무에서 중복보험통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적이 있었는데, 1941년 모범약관에서는 이러한 혼동은 사라지고, 1959년 모범약관에서 중복보험 통지의무가 다시 규정되었다. 인보험에 관하여 몽펠리에 항소법원이 1936.11.14. 판결에서 다른 보험계약을 통지하지 않았어도 성질상 보험사고의 위험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명한 데 대하여, 프랑스 破棄院 민사부 1941.11.9. 판결은 보험사고의 가능성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동기의 영향도 받으며 과다한 보험금액은 계약체결은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인한 경우도 있으므로 보험자는 보험사고의 위험을 파악하기 위하여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에 가입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보험계약자의 「주관적 위험」을 측정하기 위한 사실도 고지사항에 속한다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 그후 破棄院은 1991년에 5월14일 판결과 7월11일 판결에서 定額保險인 인보험에서 다른 보험계약을 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약관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1997년5월13일 판결에서 다른 계약통지의무를 규정한 약관의 효력은 중복보험에 관한 보험법 제L.121조의4(우리나라 상법 제672조 제2항)의 문제가 아니라 고지의무에 관한 제L.113조의8(우리나라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유효라고 판시하여 1941년 판결의 입장으로 돌아왔다. 학설도 대체로 이에 찬성한다(Jean-Luc Aubert, Dalloz 1997, J 351 ; Picard/Besson, Les Assurances Terrestres en Droit Fran ais, tome I, Le Contrat d’Assurance, 3。 d., LGDG 1970, n。72 p.121). 5. 結語 1) 우리나라 대법원이나 프랑스 破棄院은 모두 인보험에 있어서도 약관에 규정된 다른 보험계약 통지의무를 법률이 규정한 고지의무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고지의무는 원래 보험계약자 측이 보험자의 질문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上告審은 약관에 이 통지의무위반으로 인한 해지 또는 무효에 관한 규정이 없었어도, 상법에도 규정이 없는 인보험에 관하여, 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일한 제재를 하였을까. 2) 주의할 것은 프랑스에서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와의 사이에 因果關係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았으면 이유가 어떠하든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詐欺로 인한 경우에는 계약은 무효이면서 보험료는 보험자에게 귀속하고, 詐欺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감액한다(보험법 제113조의8). 그래서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없고 따라서 보험료에 영향이 없는 「주관적 위험」에 관한 사유의 고지의무를 선의로 (즉, 詐欺의 입증 없이) 위반한 경우에 보험금 감액비율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다(Berr/Groutel, Les Grands Arr ts du Droit de l’Assurance, ditions Sirey 1978, p.101). 그러나 우리나라 상법은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객관적 위험」사유의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보험자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제655조 단서). 그러므로 다른 생명보험계약 통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상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상법의 입장에 맞지 않는다. 3)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보험계약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청구를 인용하였다. 본 판결에서 보험계약자가 스스로 체결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몰랐다든지 보험계약 청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일반화된 통지의무를 몰랐고 중대할 과실도 없다고 인정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대법원은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데 대하여 주저하는 것일까.
2002-07-08
하자로 인한 확대손해의 배상
【대법원판결요지】 매도인에게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확대손해 내지 2차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하여는 매도인이 목적물 인도시에 매수인이 요구하는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보증하였는데 공급받은 제품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무위반의 사실뿐 아니라 매도인에게 그러한 의무위반에 대한 귀책사유가 존재해야 한다(이 사건에서는 하자의 부존재 및 매도인의 의무위반이 없음을 이유로 배상책임을 부정했다). 【사실관계】 농기계의 제조판매업을 하는 원고(A, 매수인)는 피고(B, 매도인)가 제조판매하는 커플링(coupling)을 개당 1천원에 8백개를 공급받아(1994년9월) 그것을 부품으로 하여 농업용난로를 제작하여 판매했다. 소외인 C(최종소비자)는 A로부터 난로를 구입하여(1994년10월) 비닐하우스에 설치, 가동했으나 난로의 작동불량으로 농작물의 냉해피해를 입고 A로부터 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소외인 D도 A로부터 구입한(1994년10월) 농업용난로의 작동불량으로 냉해를 입어 1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커플링은 버너와 모터와 오일펌프를 연결하는 동력전달장치이다. 그런데 냉해사고를 일으킨 난로의 버너부분을 분해한 결과 마구리부분이 마모되어 오일펌프의 축과 커플링이 헛도는 현상이 발생했음이 판명되었다.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실을 기초로 C와 D가 A로부터 구입한 난로의 작동불량의 원인은 B가 판매한 커플링의 하자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B는 A에게 냉해의 손해배상금에 관한 배상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심은 과실상계를 인정하여 A가 C와 D에게 배상한 총2천5백만원중 2/3에 해당하는 1천5백만원과 그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하였다(수원지방법원 1996년8월7일 선고, 95다7526). 【대법원판결】 대법원은 커플링의 제조판매자인 피고는 난로의 작동불량으로 인한 농작물냉해에 대해 전혀 손해배상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중 피고패소부분을 파기하여 환송했다. 【판례평석】 【문제의 제기】 이 사건에서 문제의 초점이 된 법률문제는「하자담보책임」이다. 하자담보책임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 즉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당사자 사이에서 문제되는 책임으로서「물건의 하자」가 책임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 사례는 통상의 하자담보책임에서와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을 가진다. 이 사례에서 매도인은 부품을 제조, 공급하는 사업을 하였고 매수인은 완제품을 제조, 공급하는 사업을 하였기 때문에, 통상 담보책임에서 문제되는「상인과 소비자 사이의 책임」과는 달리 이 사건에서는 「부품제조자와 완제품제조자 사이의 책임」이 문제되었다. 또한 통상 담보책임에서 매수인이 입은 직접피해가 문제됨에 반하여 이 사례에서는 매수인의 매수인, 즉 최종소비자 입은 피해로 인한 매수인의 간접피해(2차손해)가 문제되었다. 이 사례는 농업용구 및 그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영세업자들의 문제로서 손해액이 그리 크지 않지만, 이 판례의 법리가 부품공급업자와 완제품제조자 사이의 부품하자를 둘러싼 분쟁에 언제나 적용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게 될 것이다. 【하자의 존재 및 인과관계】 이 사건에서는「문제된 커플링에 하자가 있는가」및 하자가 인정된다면「그 하자로 인하여 난방기의 작동이 중단되었는가」라는 점에 관해 원심과 대법원이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즉「하자의 존재」및「하자와 손해와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판단을 달리하였다. 하자의 존재 및 인과관계의 인정은 순수하게 사실입증의 문제만이라고는 볼 수 없고 하자담보책임 및 손해배상의 인정을 위한 규범판단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서는 C와 D가 구입한 난방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B가 A에게 판 커플링자체의 하자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즉 커플링의 샤프트가 모터의 회전중력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일펌프가 연결된 흠의 미끄럼방지장치가 쉽게 마모되어 버려 커플링이 모터의 동력을 오일펌프에 전달하지 못하고 공회전하여 오일펌프에서 연료가 분사되지 않은 때문에 난방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대법원판결에서는 다음의 근거에서 문제된 커플링(플라스틱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첫째, 대법원은 이 사건 DK커플링 2개가 플라스틱 커플링의 샤프트가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능조차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는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커플링이라고 하여 언제나 불량하다고 볼 수 없고 커플링의 용도를 떠나서는 하자의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 피고는 개당 1천원짜리 DK커플링 이외에 특수고무로 제작한 개당 2천원 내지 3천5백원짜리 커플링도 판매하고 있었다는 사실, 피고가 1994년 약1만8천개 정도의 DK커플링을 제작판매했으나 내한성이 문제된 경우는 이 사건 농업용난로에 사용된 2개뿐이었던 사실, 이 사건 농작물냉해가 발생한 날의 기온이 다른 날에 비하여 유난히 낮았던 사실, 농업용난로가 상당기간 잘 가동되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날에 가동이 중단된 점등이다. 둘째, 대법원은 B가 A에게 이 사건 커플링에 관하여 품질과 성능을 보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농업용난로의 제작자인 A가 커플링의 재질에 따라 등급, 가격, 용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으며 B가 A에게 이 커플링을 냉해용으로 공급한 것은 아니라는 점등이다. 셋째, 대법원은 감정의견을 원심과 달리 해석하여 난로의 작동불량의 원인이 커플링에 있다는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사견으로는 이 사건 커플링은 하자있는 부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품제조자가 커플링이 농업용난로에 사용되는 부품이라는 점을 알았다는 사실, 농업용난로는 추운 날씨에도 잘 작동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는 점, 부품제조자가 싸기 때문에 성능이 미달하는 커플링을 팔때에는 그러한 성능미달을 매수인에게 알려 주었어야 한다는 점등을 근거로 한다. 【품질보증】 대법원판결은 품질보증에 관한 종전 판례(大判 1995년6월30일, 95다2616, 2623 공 1995, 2564)의 입장을 답습하고 있다. 1995년 판례는「매매계약 당시 매수인 스스로 매도인이 제공하는 카달로그 등에 의하여 자신이 매수하여 가공·완성할 제품의 재원과 사용 목적, 사용 방법을 검토, 고려하여 성능과 용량이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중 특정종류를 선택하였다면, 매수인으로서는 매도인에게 매매목적물에 관한 성능과 용량의 차이로 인한 결함을 들어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하여 그 매매계약 체결당시의 특약 등에 관한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사견으로는 매도인이 성능이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을 제공할 때에 그 중 어떤 제품은 통상 기대되는 성능을 갖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매수인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이 판례가 일률적으로「성능차이로 인한 결함을 들어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상품은 그 가격에 불구하고 통상 그 제품에 기대되는 성능을 갖추어야 하며 선택가능성은 더 우월한 기능을 보증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생각된다. 통상 기대되는 기능에 관하여는 특별한 품질보증은 필요없다고 보아야 한다. 【2차손해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 대법원판결은 하자로 인한 확대손해 내지 2차손해에 대한 매도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은「매도인이 채무의 내용으로 된 하자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한 의무위반사실」과「그러한 의무위반에 대한 귀책사유」라고 판시하였다. 이것은「확대손해는 하자담보책임으로는 물을 수 없고 채무불이행책임으로만 물을 수 있다」는 취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하자에 의한 2차손해가 민법 제580조 및 제581조에 의해 배상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제581조 종류매매를 직접 언급하는 이론은 없고 제580조의 특정물매매에 관해서만 이론이 전개되고 있다. 부정설은 2차손해(부가적 손해)는 제580조의 규정에 의하여 구제될 수는 없으며 귀책사유를 요건으로 하는 채무불이행책임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김형배, 채권총론 2백46면). 긍정설을 취하는 사견으로는 민법의 담보책임규정에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함만 정하고 있고 배상범위에 관하여는 언급이 없으므로 배상범위는 일반원칙(제393조)에 의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졸저, 채권각론, 2백28면). 따라서 하자로 인한 2차손해, 확대손해, 하자결과손해등도 담보책임의 범위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대법원판결은 이상의 학설대립을 의식하여 부정설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앞에서 보듯이 대법원이 이미 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여 손해배상의무는 발생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론의 피력은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대법원은 그 하자로 인하여 담보책임은 물론이고 채무불이행책임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사견으로는 하자로 인한 2차손해가 담보책임에 의해서 배상될 수 있다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겠다. 첫째, 우리 민법에는 담보책임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둘째, 담보책임을 본질적으로 채무불이행책임을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면 구태여 배상범위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 셋째, 근래 독일에서는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을 통합하여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법의견이 강하다. 그리고 독일민법의 해석론으로서도 부정설과 긍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원래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배상범위를 구별하려는 법리는 독일의 양책임구분의 이원적 사고에서 기인하는데 현재에는 적절치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넷째,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처리하더라도 물건의 인도채무에서 채무자의 의무위반 및 귀책사유는 실제로 중요하지 않다. 하자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현재 과학기술로 개선책이 없는 경우를 하자라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대법원판결에서도「하자존재의 판단」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했는데, 그것은 이러한 법리를 반영한 것이다. 다섯째, 손해배상청구권을 발생시키는 하자에「1차손해만 배상하는 하자」와「2차손해까지 배상하는 하자」의 두 종류가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부정설을 취하면 이 두 종류의 하자를 구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過失相計】 원심은 과실상계를 인정하여 A가 C와 D에게 배상한 총2천5백만원중 1/3에 해당하는 부분은 원고 A의 과실부분으로 보고 피고 B에게 2/3에 해당하는 1천5백만원을 배상토록 명하였다. 과실상계를 인정한 근거는 B는 A로부터 그 커플링을 사용하여 제작한 농업용난방기가 작동되지 않아 C가 피해를 입었다는 연락을 받고 공급한 8백개의 커플링을 개당 3천5백원짜리의 것으로 교체해 준 사실(1995년1월), 커플링의 교체작업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인정했다. 따라서 A로서도 그 피해사건 이후 사고원인을 정확히 규명한 후 B가 공급한 커플링을 사용한 난방기의 구입농가를 파악하여 새 커플링으로 신속하게 교체해 주어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이는 D가 입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 B의 배상액산정에 참작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과실상계인정은 대법원에서 배척하였다. 사견으로는 원심이 책임분담을 위해 사용한 과실상계의 법리는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여기서는 무과실의 담보책임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손해배상범위에 관하여는 과실상계의 기본원리를 유추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품제조자와 완제품제조자는 소비자피해에 대하여 공동원인을 제공했지만 소비자는 완제품제조자에 대하여만 매매계약상의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배상액분담은 과실상계의 법리에 따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커플링의 매수인(A)은 최종소비자가 아니라 완제품(난로)의 제조자로서 자기의 제품의 완전성을 위하여 각부품의 성능을 검사하고 우수한 부품을 선택하여 사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완제품제조자는 자기 제품의 하자를 막기 위하여 적절한 부품을 선택하여 사용할 의무를 소비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담한다.「부품의 하자」와「완제품제조자의 과실」이 합성하여 완제품의 하자의 원인을 구성한 경우에, 각 원인제공자는 자기의 관여분에 따라 손해배상의무를 분담해야 할 것이다. 【맺음말】 대법원은 이 사건 커플링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사견으로는 원심과 같이 그 커플링은 하자있는 부품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상 기대되는 기능에 관하여는 특별한 품질보증은 필요없으며, 어떤 상품이 그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하자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모든 상품은 그 가격에 불구하고 통상 그 제품에 기대되는 성능을 갖추어야 하며 선택가능성은 더 우월한 기능을 보증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하자로 인한 2차손해에 대하여는 채무불이행책임만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사견으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2차손해도 담보책임으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법에 담보책임의 배상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고전적 책임분리론에 따라 담보책임을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하자」의 인정이므로 실제 결과는 담보책임이든 채무불이행이든 책임성립상 차이가 없게 된다. 한 건의 손해배상사건은 담보책임이든 채무불이행책임이든 한 소송에 의해 처리되는 것이 소송경제상 바람직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97-06-23
산재보험법상의 재요양승인요건
法律新聞 2457호 법률신문사 産災保險法上의 再療養承認要件 일자:1995.9.15 번호:94누12326 全光錫 翰林大法學科助敎授 法學博士 ============ 14면 ============ I. 머리말 업무상의 원인으로 질병 또는 부상이 발생하면 산재보험법상의 요양급여가 지급되고,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훼손이 더 이상 치유될 수 없는 고정된 상태에 이르면 장해급여가 제공된다. 그런데 장해등급이 결정되고 장해급여가 제공되고 있는 중 다시 치료의 필요성이 생기는 경우 요양급여가 제공된다. 이때 장해로 판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필요성이 긍정되어 다시 요양급여가 제공되는 요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 평석의 대상판결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평석은 원래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쓰여진 것이다. 그리고 고등법원의 판결이 이 사건과 관련된 쟁점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결론 부분에 간략히 언급하도록 한다. II. 事件의 內容과 高等法院 및 大法院 判決의 內容 원고는 1979년11월 산재보험적용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상해를 당하여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았으며, 이 요양은 1985년3월 종결되었다. 원고는 장해급여를 받고도 장해부위에 대해서 계속해서 통원 혹은 입원치료를 받아왔으며, 이러한 치료는 재요양 신청전까지는 간헐적으로 계속되었다. 이에 원고는 1992년11월 재요양신청을 하였다. 원고의 재용양신청에 대해서 피고인 관할 지방노동사무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승인을 하지 않았다. 즉 치료종결시나 장해급여지급 당시의 상병상태에 비하여 그 증상이 현저하게 增惡되어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태가 아니며, 재요양을 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의학적인 소견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 불승인처분에 대해서 원고는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첫째, 요양대상이었던 신체상태와 재요양이 신청된 상태에 同一性이 인정되어, 後者는 前者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적극적인 치료를 하여도 현저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셋째, 치료종결후 재요양신청까지의 기간 및 원고의 나이(1924년생)등에 비추어 원고의 현재의 증상은 기존의 장해가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自然的으로 증가된 것이다. 네째, 일상적인 생리활동 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정만으로 재요양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단에 違法이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재요양승인요건으로서 첫째, 최초의 상병과 인과관계가 있고, 둘째, 재요양조치를 통하여 어느정도 치료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상태가 현저히 악화되어 적극적인 치료효과가 기대되어야 하는 것이 재요양승인의 요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III. 評 釋 1. 최초의 상병과 재요양신청 대상인 상병과의 同一性에 관한 문제 먼저 고등법원이 들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패소판결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최초 요양급여를 필요로 했던 증상과 재요양신청의 원인이 된 증상간에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것은 오히려 재요양신청된 상태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징표하는 중요한 사실이다. 즉 반대로 만약 최초의 증상과 재요양신청된 증상간에 동일성이 없다면 業務基因性을 부인하는 하나의 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동일성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업무기인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고 보다 세밀한 因果關係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惡化의 程度 및 治療의 必要性 (1) 再遼養承認과 관련된 行政指針 재요양승인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요양관리 및 요양급여 업무처리규정」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를 재요양승인의 기준으로 들고 있다. 첫째, 최초의 상병과 재요양신청된 상병사이에 醫學的 因果關係가 있어야 한다. 둘째, 재요양신청된 상태가 최초의 상병상태에 비해서 현저히 增惡되어 적극적인 治療의 必要性이 있고, 재요양함으로써 治療의 效果가 충분히 기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등법원은 위 행정적 기준이 법적 기속력이 없다고 하면서 실제는 이 기준을 그의 판결의 기초로 삼고 있다. 따라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비평하는 것은 재요양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는 행정지침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2) 疾病과 障害 이 사건에서 중심적인 쟁점은 원고의 현재의 상태가 疾病인가, 아니면 장해에 따르는 自然的인 現象으로서 연금에 의한 보호외에 현행법상 다른 보호조치를 예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가하는 점이다.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治療의 必要性과 可能性이 인정되어야 한다. 반면 장해는 비정상적인 건강상태가 고정된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치료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치료의 필요성 역시 부정되는 상태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장해로 확정된 후에도 장해의 후유증으로 장해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번째는 신체의 훼손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러 장해급여를 하였으나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발생하여 치료의 필요가 생기는 경우이다. 둘째는 치료의 과정이 장기간 계속되어 요양급여개시후 2년이 지난 후 장해상태가 제거될 수는 없지만 치료의 필요성은 계속 있는 경우이다. 이 후자의 경우에는 특별히 傷病補償年金이 지급된다. 실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왜 상병보상연금이 아니고 장해급여지급의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는 명확치 않다. 원고에게 판정된 장해등급 제3급3호는 상병보상연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폐질등급 제3급제3호와 동일하다. 이러한 의문은 일단 접어두고라도 장해급여 결정후 재요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질병으로서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상태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중요한 기준은 원고가 재요양을 신청하는 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自然的인 身體機能의 減少로서 판단될 것인가, 아니면 최초의 업무상의 災害와 因果關係를 갖는 疾病인가 하는 점이다. 생각건대 이러한 상태는 단순히 자연적인 신체기능의 퇴화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관계를 보면 1985년 최초 요양급여가 종결되고 1992년 재요양신청을 하기까지 원고는 계속해서 동일한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아왔다. 물론 이 사실이 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법원은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일단 치료의 필요성 인정여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이 사건을 보면 원고에 대한 요양급여가 단순히 원고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질병상태가 장기간 계속된다고 해서 이에 대한 의료적 처치가 요양급여로서의 성격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그 다음 치료효과가 충분히 기대될 때 재요양급여가 승인된다는 것도 질병의 본질에 기초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의사의 소견서를 보면 모두 치료조치를 통해서 현저한 치료효과가 기대될 수는 없으나 경미한 호전은 기대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특히 원고를 치료한 의사의 소견서에는 재요양신청 당시 원고의 상태는 치료종결시에 비하여 현저히 악화되어 있으며, 치료를 통해서 현 상태의 유지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질병의 요건인 치료의 필요성이란 개념은 疾病의 完治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의료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질병상태의 惡化를 防止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된다. 나아가서 적어도 의료조치의 도움으로 고통을 멈추게 하거나 줄일 수 있다면 이때에도 치료의 필요성이 긍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행정적 기준이 말하는 현저한 치료효과, 즉 치료조치와 치료의 정도와의 관계를 재요양승인의 요건으로 드는 것은 질병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해석이다. 현저한 치료효과의 정도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요양급여를 할 경우 치료효과가 나타날 可能性이 충분하면 이로써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요건은 충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치료의 필요성의 개념을 넓게 이해하면 원고의 상태에 대해서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재요양급여신청은 승인되어야 했다. 따라서 대법원도 지적했듯이 현저한 상태의 악화를 요건으로 하고 있는 행정기준의 태도는 비판되어야 한다. 3. 目的論的 解釋의 必要性과 可能性 및 限界 장해급여는 장해로 인한 소득의 상실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장해를 당한 자가 의학적, 직업적 혹은 일반 사회적 재활조치를 통해서 사회에 再復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고등법원이 제시하는 네 번째 판결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解釋上의 問題와 政策的인 問題가 混在되어 있는 질문이다. 위와 같은 장해보호의 정책론적 취지는 목적론적 해석의 기초를 제공하며 또 위와 같은 결론에 보충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즉 이미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장해에 대한 보호에 있어서는 현금급여를 통한 소득의 보전 뿐만 아니라 社會에의 再復歸를 위해서 재활조치가 필수적인 보호의 방법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산재보험법은 이러한 급여의 종류를 청구권의 형태로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는 이러한 법의 불충분을 어느 정도는 해석론적으로 극복하여야 한다. 그 이론구성이 바로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질병의 개념요소에 대한 해석을 넓게 하면서 되도록이면 장해의 후유증을 산재보험급여를 통해서 보호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은 일상적은 생리활동 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정만으로는 재요양신청이 승인될 수 없다는 점을 원고패소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물론 고등법원의 판결대로 단순히 介護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요양이 승인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호를 필요로 하는 상태도 장해에 수반되는 중요한 사회적 위험의 하나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책론적으로는 산재보험법에 개호급여를 보충하는 정책론적 개선을 통해서 극복되어야 하는 문제이며 입법론적 과제를 제시해주고 있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개호를 급여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지만 요양급여의 한 종류로서 규정되어 있어 장해에 대한 보호를 위한 특유한 급여로서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IV. 맺는말 이미 언급했듯이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여 사회보장에 충실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필자 역시 대법원의 판결결과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치료의 결과 증세의 호전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대법원이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였더라면 좋았다는 아쉬움은 있다. 즉 증세의 호전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악화의 방지라든가 혹은 고통의 경감등을 치료의 필요성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재요양승인의 요건을 보다 확대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우리에게 산재피해를 극복하기에 필요한 해석론적인 시도를 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며, 동시에 정책론적인 과제를 부과하는 판결이다. 정책론적인 문제에 관한한 보다 産災危險의 構造를 多元的으로 이해하고 이에 상응하는 입법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법원에게는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서 현행법의 불충분함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1995-11-27
고지의무와 인과관계
法律新聞 2343호 법률신문사 告知義務와 因果關係 일자:1994.2.25 번호:93다52082 鄭鎭世 弘益大法大副敎授 法學博士 ============ 14면 ============ 【사 실】 「소외 오광수가 피고(석경완)의 명의로 승용차를 구입하고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안국화재 보험주식회사)와의 사이에 위 승용차에 관한 개인용자동차운전 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승용차의 주운전자가 26세의 미혼인 소외 석경윤임에도 보험료를 적게 부담할 생각으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지 아니할 46세의 기혼자인 소외 조정현으로 고지하였고, 위 오광수는 사고당시 27세의 친구인 소외 망 원용학으로 하여금 위 승용차를 운전하게 하여 병문안을 가던 중 1990년 12월 18일 18시 20분경 경북영천군금호읍구암리 소재 경부고속도로상에서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차선으로 들어간 잘못으로 트럭과 정면충돌하여 위 승용차에 타고 있던 오광수, 원용학 등 7인이 사망하였다」. 被告의 이로 因한 保險金請求에 대하여 原告會社는 保險契約者의 告知義務違反을 理由로 保險契約을 解止하고 債務不存在確認의 訴를 提起하였다. 【판 지】 告知義務違反에 관하여, ①「고지의무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간의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점에 관한 입증 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당원 1992년10월23일 선고 92다28259판결, 1993년4월13일선고 92다52085 각 참조)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고」 ②「피고의 고지의무위반사실과 사고발생간에 인과관계가 부존재한다고 할 수 있기 위하여는 보험계약자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가 사고당시 운전자의 운전활동과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된다」 ③「또한 소론이 주장하는 바와같이 고지된 주운전자이외의 자가 운전한 경우에도 부보되는 이 사건과 같은 개인용 자동차종합보험에 있어서 보조운전자로서의 운전수행에 해당되는 한 주운전자가 부실고지되었다 하더라도 보험사고발생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주운전자에 관한 사항은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 되지 아니하게 되고 주운전자의 부실고지는 보험계약의 해지사유가 되지 아니하는 기이한 결과가 초래된다」. 【평 석】 一. 序 論 大法院은 商法 제655조 但書에 대한 立法論的 批判을 배경으로 因果關係를 지나치게 넓게 생각하여 解釋論의 범위를 넘어선 感이 있다. 이 但書에 관한 立場對立을 살펴본 다음, 이 因果關係의 意味에 대한 本判決의 解釋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二. 商法 제655조 但書에 관한 立場의 對立 이 但書의 立法趣旨와 이에 대한 立法論的 批判을 다음에 살펴본다. 1. 立法趣旨: 商法 제655조 但書는 保險加入者 保護의 精神에서 나온 것으로서, 默秘된 事實 또는 不實告知된 事實과 現實로 發生한 保險事故와의 사이에 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保險者에게 保險金의 支給責任을 免할 수 없게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보면 保險者에게 意外의 不利益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日本 大審院의 昭和 4년(1929년)12월11일 第3民事部判決도 결론에 있어서는 保險者의 免責을 인정하면서도 이 但書의 趣旨를 설명하기를 因果關係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保險者로서는 相對方이 告知義務를 遵守하였더라도 또는 하지 않았더라도 결국 同一하게 되고 保險者에게]는 필요한 知識에 아무런 增減이 없는 경우이므로 危險이 發生한 以上 保險者에게 保險金을 支給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說示하였다. 2. 立法論的 批判: 告知義務制度는 保險者가 事典에 不良한 危險을 排除 또는 制限할 機會를 줌과 동시에 告知義務違反이 있으면 保險契約 成立 後라도 保險者는 契約을 解除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保險關係의 公正과 衡平을 維持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告知해야 하는 「重要한 事項」을 保險契約者가 默秘하였거나 不實告知한 경우에 그것이 政當하게 告知되었더라면 保險契約은 締結되지 않고 또는 적어도 同一한 條件으로는 締結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後에 현실로 발생한 事故가 默秘한 事實 또는 不實告知한 事實에 基因하지 않은 것이었더라도 保險關係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告知義務違反이 있는 保險契約은 本來 모두 不良한 契約으로 이미 保險者의 解除權의 대상으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後에 發生한 事故의 性質 如何에 따라서 保險者가 保險金의 支給義務를 負擔하는 일이 있어야 할 理由는 없다고 주장한다(梁承圭, 法律新聞 제2300호 1994년4월4일). 三. 因果關係의 意味 이 因果關係의 意味에 관하여 위에 열거한 判旨를 차례로 검토하기로 한다. 1. 判旨 ①-立證責任과 因果關係의 解釋 商法 제655조 但書에 대한 立法論的 批判은 상당히 강렬하여, 그 適用을 될 수 있으면 억제하기 위하여 因果關係를 넓게 解釋하는 경향이 있다. 立證責任도 法文言의 構造上(規範說) 被保險者가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위의 傾向에도 맞아서, 本判決 및 本判決이 위에서 引用한 大法院 判例는 이에 따르고 있다. 다만 本判決이 이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위①)고 하여, 마치 立證責任의 負擔가 위 但書의 適用範圍 縮小와의 사이에 論理必然의 關係가 있는 것처럼 說示한 點은 疑問이다. 立證責任이 保險契約者에게 있으면, 그로 인하여 그에게 有利한 但書의 適用이 그만큼 制限될 可能性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立證責任이란 法官이 事實認定에 있어서 心證을 얻지 못하고 있을 때에, 裁判은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므로, 누구에게 不利한 事實認定을 토대로 法을 適用할 것인가의 問題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保險契約者에게 立證責任이 있다 함은 事實이 不分明하여 法官의 心證이 不可能할 때 保險契約者에게 不利한 事實을 眞實인 것처럼 假定하여 裁判을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本件의 事案에는 이러한 不分明한 事實이 문제되어 있지 않고, 「證明된」 事實이 이 但書에 該當되느냐, 즉 이 事實에 있어서 두 事項 사이에 因果關係가 없다고 「解釋」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위 傾向과 本判決은 이 因果關係를 넓게 解釋하여 위 但書에 該當하는 경우를 줄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本判決이 이 但書의 適用範圍 縮小가 被保險者의 立證責任 負擔으로부터 나오는 論理的 歸結인 것처럼 說示한 것은 錯覺으로 인한 것이거나 誤解를 일으키기 쉬운 表現이라고 생각된다. 2. 判旨 ②-因果關係의 內容: 여하튼 本判決은 因果關係를 넓게 解釋함으로써 위 但書의 適用範圍를 지나치게 축소하여 保險契約者가 負擔하는 立證責任의 內容에 관하여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사실과 사고발생간에 因果關係가 부존재한다고 할 수 있기 위하여는 보험계약자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가 사고당시 운전자의 운전활동과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判示하였다. 만일 평소에는 實際上의 主運轉者인 석경윤이 운전하였는데 本件 事故當時에는 契約上 虛僞로 申告된 主運轉者인 조정현이 운전하였었다고 假定하면, 그래도 「이 사건사고가 사고당시 운전자의 운전활동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여, 因果關係를 認定할 것인가? 本判決의 結論에 贊成하는 梁承圭교수도 이러한 假定下에서는 因果關係를 否認한다(前揭書 15面 제9段). 本件에 있어서 自動車의 用途에 관한 不實告知는, 事故가 病問安을 가던 중에 발생하였으므로 不實告知된 대로 家庭用에 해당되어서인지, 本判決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梁교수가 이러한 判旨를 理論的으로 支持하기 위하여, 本件에서 「그 契約相 主運轉者로 指定된 運轉者가 실제로 그 車를 運轉하였다면 다른 運轉者로 하여금 運轉을 하도록 하지 않았을 可能性도 전혀 排除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虛僞申告와 사고사이에 전혀 因果關係가 成立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前揭書 12面 8段)고 하는 것은 無理한 主張이다(金星泰, 本判決評釋, 法律新聞 第2333號, 1994년8월8일, 15面, 10段은 이 主張이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主張이 위에서 假定한 경우에 適合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善意性이 특히 강조되는 保險契約에 있어서 保險契約者가 保險料를 적게 내기 위하여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밉다. 그래도 이에 대하여 어떠한 制裁를 加할 것인지는 感情으로 決定할 일은 아니다. 그의 잘못에 對應하는 制裁를 纖細히 測定해야 할 것이다. 保險者側에는 이러한 不實告知에 아무 責任이 없었던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梁承圭교수는 主運轉者의 告知가 重要한 事項이라고 하지만 그 不實告知가 事故發生時에 保險金의 支給을 全額 拒否하게 할 만큼 重要한 事實이라고 하는 것은 主運轉者 以外의 者가 運轉한 경우에도 付保되는 이 事件과 같은 保險에 있어서는 지나친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本件에 있어서 고지된 바와 같이 조정현이 眞正한 主運轉者라고 假定해보자. 事故當時에 석경운이나 원용학이 運轉을 했어도 保險金을 지급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主運轉者가 그토록 重要한 告知事項이라고 할 수 있을까. 3. 趣旨 ③: 위 判決理由에서 「주운전자가 부실고지되었다 하더라도 보험사고발생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주운전자에 관한 사항은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 되지 아니하게 되고」라고 한 部分은 理解하기 어렵다. 告知義務의 對象인 重要한 事項도 保險事故 發生과 아무런 因果關係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商法 제655조 但書가 規定된 것이다. 判決理由는 위에 이어 「주운전자의 부실고지는 ============ 15면 ============ 보험계약의 해지사유가 되지 아니하는 기이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主運轉者의 不實告知가 위 商法 規定의 本文에서 解止事由가 된다고 하였지만 그 但書에서는 이 不實告知가 「保險事故의 發生에 影響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證明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規定하고 있으므로 解止事由가 되지 아니하는 것이 모두 奇異하다면 이 但書規定이 奇異하다는 뜻인가? 四. 結 語 本事案에 있어서 保險者는 保險契約者와 對立되어 있다. 保險者라도 契約相對方과 利害關係가 對立되어 있는 한 當事者에 不過하다. 法의 趣旨에 따라 保險契約者의 過失로 인한 不利益을 客觀的으로 定해야 한다. 이와 같은 契約上의 衡平의 觀點을 떠난다면, 제651조가 除斥期間을 정하고 保險者側의 故意 또는 重過失이 있으면 解止를 못하게 制限한 것도 保險團體의 다른 構成員들에게 害를 끼치는, 衡平에 어그러지는 規定이 될 것이다. 제655조는 제651조와 같이 背後에 있는 保險團體에도 不拘하고, 契約當事者로서의 保險者를 眼中에 두고 保險契約者와의 利害關係의 調整을 企圖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保險者가 거짓말에 대한 制裁로 因한 利得을 받는다 해도, 이 거짓말로 因하여 損害본 만큼만 利得을 許容해야 할 것이다. 保險者가 이 거짓말로 본 損害는 保險料를 받을 만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結局은 保險料가 問題의 中心이 될 것이다(保險의 本質에 反하는 超過保險과 比較). 이 點을 考慮한다면, 위에 引用한 日本 大判 昭和4(1929)年의 說示는 지나친데가 있다. 實定法 解釋論의 限界를 度外視하더라도, 本件과 같이 不實告知事項과 事故發生이 因果關係가 없고 保險者側의 制度運營에도 一部의 責任이 있는 事案에서는 不實告知에 대한 制裁로서는 不實告知에 의한 保險料와 誠實하게 告知했더라면 支給했을 保險料에 比例해서 保險金을 減額하여 支給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解決方法일 것이다. 
1994-09-12
주운전자의 부실고지와 보험사고와의 인과관계
法律新聞 2300호 법률신문사 主運轉者의 不實告知와 保險事故와의 因果關係 일자:1994.2.25 번호:93다52082 梁承圭 서울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判決要旨〕 (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고지의무위반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부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그 부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다할 것이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나) 보험계약자가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승용차의 주운전자가 26세의 미혼인 ㅅ이나 보험료를 적게 부담할 생각으로 그 승용차를 운전하지 아니할 46세의 ㅈ으로 고지하였고, 사고 당시 27세의 ㅇ으로 하여금 운전하게 하다가 자동차의 충돌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경우에 고지된 주운전자 이외의 자가 운전한 때에도 부보되는 자동차종합보험에 있어서 보조운전자로서의 운전수행에 해당하는 한 주운전자가 부실고지되었다 하더라도 보험사고발생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주운전자에 관한 사항은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 되지 아니하게 되고, 주운전자의 부실고지는 보험계약의 해지사유가 되지 아니하는 기이한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다. 〔事實槪要〕 (가) 1990년11월3일에 丙의 이름으로 구입한 승용차의 實所有者 甲은 保險者 乙과의 사이에 記名被保險者 丙, 主運轉者 ㅈ(남46세), 출퇴근 및 가정용, 保險期間 1년(1990년11월3일 24시00분부터 1991년11월3일 24시00분)으로 하는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1990년12월18일 18시20분경 피보험차량의 실제소유자인 甲의 부탁으로 ㅇ이 운전하여 경북영천군금호읍구암리 소재 경부고속도로에서 釜山방면으로 운행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차선으로 들어간 잘못으로 반대차선에서 오던 트럭과 충돌하여 甲과 운전자 ㅇ을 포함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丙은 乙에게 이로 인한 保險金을 청구하였다. (다) 保險者 乙은 이 차의 실제의 주운전자는 ㅅ(남26세)이고, 주운전자의 不實告知로 保險料 33만3천5백9원의 차액이 생긴 사실을 발견하고 被保險者의 주운전자의 허위고지를 이유로 保險契約을 解止하고 債務不存在確認의 訴를 제기하여 제1심(서울남부지원 1992년7월23일선고, 91가합1692판결)과 제2심(서울고법 1993년9월10일선고, 92다53820판결)에서 각각 승소하여 丙이 上告한 것이다. 〔評釋〕 1. 保險契約과 告知義務 保險契約은 危險團體를 전제로 각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성실하게 告知하여 적정하게 산정된 保險料를 지급하고 危險에 대비하기 위한 특수한 契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保險契約에서는 어떠한 契約에서보다도 당사자의 善意性이 요구되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告知義務를 위반 한 때에는 保險保護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商法 제651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故意 또는 중대한 過失로 중요한 사항을 告知하지 아니하거나 不實의 告知를 한 때에는 이른바 告知義務違反으로서 保險者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날부터 3년내에 契約을 解止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商法은 告知義務違反의 경우에 保險者의 契約解止權을 인정하고 있으나, 保險契約者가 保險契約을 맺을 때에 保險者에게 중요한 사항에 대한 虛僞의 告知로서 保險料를 적게 지급하고 保險者로 하여금 높은 危險을 담보하도록 하는 것은 그 契約의 善意性으로 말미암아 이를 無效로 돌리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프랑스보험법 L113-8조 제1항참조). 2. 告知義務違反事實과 保險事故와의 因果關係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告知義務를 위반한 때에는 保險者는 保險事故가 발생한 후에도 保險契約을 解止하고 保險金支給을 거절할 수 있다(상법 제651조, 제655조 본문). 그러므로 保險者는 保險事故가 발생한 후에 그 事故의 원인이나 損害의 정도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保險契約締結 당시에 保險契約者의 告知義務違反이 있음을 알았을때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이를 立證하여 보험계약자에 대하여 그 契約을 解止할 수 있다. 그러나 商法제655조 단서는 告知義務에 위반한 사실이 保險事故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證明된 때에는 保險契約을 解止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保險事故가 발생한 후에 保險者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保險契約을 解止하는 경우에도 保險契約者가 그 保險事故의 발생에 不告知 또는 不實告知한 사실이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을 證明한 때에는 保險者는 保險契約을 解止할 수 없고, 따라서 保險金支給責任을 면할 수 없게되는 것이다. 保險事故와 告知義務違反事實이 因果關係가 없다는 이유로 保險者의 保險契約解止權을 제한하는 것은 하나의 예외에 속한다. 그러므로 保險事故가 발생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不實告知한 사실과 因果關係가 없다는 점에 대한 立證責任은 保險契約者에게 있고, 또한 이를 엄격하게 다루어 조금이라도 因果關係의 존재를 엿볼수 있으면 商法 제655조 단서의 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대법원 1992년10월23일선고, 92다28259판결 참조). 3. 主運轉者의 不實告知와 保險事故와의 因果關係 유무 自動車 綜合保險에서 피보험차량을 운전할 운전자는 중요한 요소로서 主運轉者의 나이, 성별, 운전경력, 사고 유무등에 따라 保險料率에 차등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主運轉者는 보험계약상 가장 중요한 사항의 하나로서 保險料를 적게 내기 위하여 피보험차량의 운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제3자를 주운전자로 告知하여 保險契約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詐欺에 해당하고, 保險者는 그 契約을 取消할수 있다고 풀이한다(民法 제110조, 독일보험계약법 제22조참조). 이에 따라 主運轉者에 대한 不實告知가 있는 경우 다른 運轉者에 의한 운행중 사고가 생긴때에 그 事故와 告知義務違反事實이 因果關係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保險契約의 取消를 전제로 할 때에는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保險事故와 不實告知의 事實과의 사이에 因果關係의 유무를 논하는 경우에도 다른 운전자의 운전 중에 생긴 사고가 主運轉者로 不實告知한 그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였어도 발생하였음을 立證하여야만 因果關係의 不存在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自動車保險에서 被保險自動車의 운전자가 누구이냐는 가장 중요한 사항의 하나이고, 保險料를 절감하기 위하여 主運轉者의 不實告知가 있는 경우에는 그것이 保險事故와 因果關係가 없다는 이유로 保險者의 補償責任을 인정하는 것은 自動車保險制度의 성질상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자동차종합보험약관 제40조제2항제4호에서 「고지의무위반사실이 보험자가 위험을 측정하는 데에 관련이 없는 때 또는 적용할 보험료에 차액이 생기지 아니한 때」에만 계약해지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4. 判決에 대한 批判 이 大法院判決은 自動車綜合保險에서 保險契約者가 主運轉者를 不實告知하여 保險料를 적게내고, 실제의 주운전자가 아닌 다른 운전자에 의하여 운행하다가 생긴 사고에 대하여 告知義務違反事實과 保險事故사이에 因果關係가 있느냐 없느냐를 다툰 사건에 관한 것이다. 保險契約者가 不實告知한 실제의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事故를 일으킨 경우에는 그 因果關係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 自動車保險에서 運轉者限定約款을 두지 아니한 이상 다른 운전자가 운전할 수 있으므로 제3의 운전자가 운전하다가 일어난 事故는 不實告知와는 因果關係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26세의 ㅅ대신에 46세의 ㅈ을 主運轉者로 告知하여 保險料를 싸게 물었다면 이는 詐欺에 의한 保險契約으로서 保險者의 契約取消權을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고, 因果關係의 존재 여부를 따지는 것은 뜻이 없다 할 것이다. 만일 因果關係의 문제를 따지는 경우에도 自動車運轉契約에서 주운전자를 허위고지하여 保險料를 싸게 하고, 실제의 주운전자가 아닌 다른 운전자가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그 契約에서 주운전자로 지정된 운전자가 실제로 그차를 운전하였다면 다른 운전자로 하여금 운전을 하도록 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그 不實告知와 事故 사이에 전혀 因果關係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大法院判決이 告知義務違反事實과 保險事故 사이의 因果關係는 엄격하게 다루어야 하고, 主運轉者에 관한 사항이 告知할 중요한 사항인데, 이를 不實告知한 경우에 다른 운전자가 보조운전자로서의 운전수행중에 생긴 事故라고 해서 因果關係가 없다고 보는 것은 주운전자의 부실고지를 保險契約의 解止事由가 되지 않게하는 기이한 결과를 가져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保險制度가 危險團體를 전제로 우연한 事故에 대비하는 특수한 제도로서 保險契約者가 故意로 不實告知를 한 경우에는 그 保險契約을 無效로 돌리고 因果關係의 유무를 따지지 않도록 하는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여겨진다. 
1994-04-04
아미노필린 주사사고의 과실판단요소
法律新聞 1969호 법률신문사 아미노필린 注射事故의 過失判斷要素 일자:1986.10.28 번호:84다카1881 石熙泰 京畿大法大副敎授 法學博士 ============ 11면 ============ [事實및 鑑定結果槪要] 被告 崔某는 某市성모병원의 修鍊醫로서 1982년11월9일0시30분 현재 응급실 당직을 하던 중 訴外 亡李某(60세) 측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호흡곤란의 치료를 요구받고 이를 專門醫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이후 同日 1시30분경 위 李某가 직접 來院하여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므로 被告는 혈압측정 (160/110)·問診·聽診을 거쳐 對症療法으로서 아미노필린주사를 처방하게 되었다. 被告는 診斷·處方후 자리를 떠났으며 施注는 간호원이 담당하였다. 간호원이 亡人에게 절반가량의 주사액을 注入하였을 무렵 亡人은 가슴이 답답하다며 고통스러워하고 극심한 호흡곤란을 보였으며, 이에 간호원은 施注를 중단하고 산소호흡기로 산소공급을 하였다. 그러던 중 同日 2시경 被告가 응급실로 돌아와 곧 진정제인 바륨 5mg의 施注·기관지 管·强心劑인 에피네프린 施注·人工呼吸·심장맛사지등 蘇生術을 실행하였으나 결국 同日 2시50분경 李某는 사망하고 말았다. 李某는 아미노필린의 부작용으로 心筋梗塞을 일으켜 사망하였음이 밝혀졌는데, 본래 아미노필린은 心筋刺戟作用이 있어 일반적으로 및 특히 心臟疾患者에게는 心筋梗塞으로 인한 突然死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李某는 평소 心臟冠狀動脈硬化및 협착증의 持病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原審및 大法院 判決要旨] 原審은 위와같은 認定事實에 입각하여, 被告는 먼저 호흡곤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했어야 하고, 대증요법으로서 호흡촉진제아미노필린을 주사하려면 사전에 心電圖檢査 등을 통해 心臟疾患有無를 면밀히 확인했어야하며, 그러한 檢査없이 위 藥劑를 주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위험발생에 대비하여 施注中患者의 반응을 주시하고 긴급사태시 적절한 事後措置를 취했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李某에게 앞에서와 같은 心臟疾患이 있음을 진단치 못한 채 위 藥劑를 施注케 하였으며 또한 그 주사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난 被告에게는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서울高法1984년7월10일선고, 83나4128 판결). 한편 大法院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原審判決을 破棄·還送하였다. 즉, 大法案은 이事件 주사와 사망사이에 因果關係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다음과 같이 과실의 존재에 관하여는 부정적판단을 내렸다. 첫째, 對症療法의 선택에 관하여는, 被告가 한밤중에 修鍊醫로서 홀로 당직근무를 하다가 극심한 호흡곤란만을 호소할 뿐 問診에 대하여 심장질환은 없다고 하는 환자를 진료함에 임하여, 被告가 자신의 醫學知識에 따라 心電圖檢査나 X線촬영 등을 할 겨를도 없이 우선 호흡곤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대증요법을 원용한 것은 정당하며, 어떤 檢診을 하는 등 대증요법이 아닌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할만한 資料는 없다고 하였다. 둘째, 藥劑 아미노필린의 선택에 관하여는 먼저 被告는 修鍊醫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에 의하여 그 대증요법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주사약제를 선택하였다고 전제한 뒤에, 이 약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진술과 약제설명서가 있는 반면, 또한 전문가진술에 따르면 心電圖檢査를 하더라도 전문의가 아니면 심장의 病的 症勢가 곧 문제의 心臟冠狀動脈硬化症이라고 정확히 알지 못하고 더우기 환자에게 외관상 감기증세가 있었다면 醫師로서 주의를 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하면서 결론적으로,「위 증거들만으로는 아미노필린이 심장관상동맥경화 또는 협착증에 미치는 약리작용 및 그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정도등에 관한 실례나 연구결과 그리고 의료계의 사용관행등에 대하여 합리적인 근거로 삼을수 없고 또 위와 같은 근거나 일반적으로 대증요법에 사용되는 약제가 무엇들인지를 밝히지 않고서는 피고가 이사건과 같은 상황하에서 대증요법으로 아미노필린을 선택하는 과정에 어떤 과실이 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세째, 事後處置에 관하여는, 특히 被告가 주사처방 후 자리를 떠난 것의 평가에서, 그것이 과실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피고가 환자를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면 그 부작용을 간호원보다 더 빨리 알 수 있고 더 빨리 알았으면 사망치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事實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와같은 豫見可能性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기록상 어디에도 없다고 하였다. 요컨대 大法院은 위 세가지 요소에 관하여 審理未盡이 있었다고 하였다. [評 釋] 1. 判例의 論理와 問題點 (1)아미노필린주사요법 선택의 문제 大法院 判例는 먼저「치료방법의 선택에 관하여」라는 題下에서, 환자의 상태(피고의 問診結果및 환자자신의 호소)와 被告醫師의 의학지식에 따라, 어떤方法의 檢診을 하고 그에따른 어떤 조치를 취함이 없이 바로 대증요법을 시행한 점에 문제가 없다고 하고있다. 그리고나서「약제의 선택에 관하여」라는 題下에서, 아미노필린 주사제의 위험성 및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관한 전문가진술과 心臟冠狀動脈硬化症 진단의 어려움에 관한 전문가진술을 인용하면서 문득, 이러한 증거들만으로서는 아미노필린 약제선택에 과실이 있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하고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우선 중요한 사항은 대증요법의 선택 자체의 타당성 여부가 아니라 그 대증요법의 구체적 방법으로서의 주사요법, 그것도 아미노필린주사요법의 當否라고 할 것이다. 대증요법으로는 주사외에 이경우 산소호흡기에 의한 호흡촉진요법이 있을 수 있고, 나아가서 주사약제로는 아미노필린외에 그보다 효능이 약하나 위험성이 덜한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증요법=주사요법이라는 전제아래 判例는 후자의 當否判斷을 건너뛴채 약제선택의 당부판단에 바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被告가 전문의가 아니라 수련의인 점과 관행을 쫓은 점을 강조하므로써, 그것이 피고의 무과실판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영향에 관한 理論的 根據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한 藥理作用및 그 인식정도등에 관한 판단의 合理的 根據로 삼을 수 없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아미노필린의 위험성 및 그 인식실태에 관한 자료를 擧示한 것은 다소간의 論理齟齬를 느끼게 한다. (2)事故發生 對應의 문제 大法院 判例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사후처치에 관하여」라는 題下에서, 단지 주사과정에 被告가 자리를 뜬것과 사고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존부에 관해서만 판단하고 있는바, 그 존재를 부정하고있는데 이 결론은 被告의 의학지식이 강조되는 文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非專門醫性」에 강한 영향을 받은 듯이 보인다. 이에 관해서도 上述한 바와 같이 理論的 根據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2. 다루어져야할 爭點 이 事案에서 피고醫師의 과실유무를 탐구하기 위하여 다루어져야할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미노필린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醫師의 인식가능성에 관한 原審의 법적판단은 정당한가? 둘째, 醫師는 일반적으로 호흡곤란의 증세를 통해 심장질환의 존재를 豫見할 수 있는가? 세째, 일반적으로 대증요법의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때, 각 방법의 효능이나 위험성에 관한 판단은 불문에 붙인채 그것은 醫師의 裁量에 맡겨져 있는 것인가? 네째, 對症療=注射療法=아미노필린注射療法의 처방은 과연 관행이며, 그 관행의 추종은 적법한가? 다섯째, 이 事件의 情況은 비록 위험이 수반될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劇的 果發生을 꾀해야 할만큼 긴급한 것이었는가? 여섯째, 아미노필린주사 결단시 그 예견되는 위험성에 관한 被告醫師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는 어느정도까지여야 하는가? 일곱째, 주사실행시 약제혼합·외부적 감염방지·施注速度調節등에 관해 기울여야할 注意의 정도는 어떠한가? 여덟째, 일반적으로 專門醫가 아닌 수련의의 경우는 사실판단(危險性·病因·裁量範圍·慣行適法性·긴급성·설명범위등의 판단)에 관한 주의의무가 경감되는가? 3. 結 論 위에서 살핀바와 같이 大法院 判例는 그 논리전개에서 몇가지 중요한 論點을 간과하였으며, 또한 어떤 論點에서의 法理適用에서는 모호한 혹은 부당한 판단을 함으로써 결국 부당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것으로 짐작된다. 생각컨대, 첫째 아미노필린의 일반적인 위험성과 그 인식가능성에 관한 原審의 판단은 오늘날 醫療界의 認識實態(보통「劇藥」으로 인식되어 있음)와 그 藥劑의 설명서내용(보통「劇」으로 표시되어 있고 위험성이 비교적 詳記되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正當하였다고 하겠다. 둘째, 일반의사로서 호흡곤란의 원인이 心臟疾患일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고, 한편 만약 心電圖檢査를 실시한다면 구체적 病名의 診定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어떤 心臟異狀이 있다는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세째, 구체적 療法의 선택에서 醫師의 裁量權은 制限的이다. 위험성이 높은 療法이나 藥劑의 선택은 裁量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며, 다만 그 療法의 선택에 의한 극적 효과를 추구할 긴급사정이 있을때에만 그 선택이 허용될 뿐이다. 이사건 환자와 같은 경우에는 산소호흡기에 의한 호흡촉진등 다른 對症療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네째, 의료관행의 무비판적 추종은 그 관행 자체가 醫學原則에 적합하지 않은한, 적법성을 획득할 수 없다. 다섯째, 이사건의 정황은 原審의 事實認定結果에 입각하여 판단해 볼 때 (처음 전화로 호흡곤란을 호소한때로부터 상당시간이 지난 후 환자 자신이 來院하여 또 진료를 요구한 사실등에 비추어)일응 이 藥劑를 처방해야 할만큼 긴급한 사정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요법으로써 필요한 처치를 하면서 專門醫의 초빙·전문의에게로의 轉送 혹은 가능한 限의 원인규명등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여섯째, 긴급사정 아래에서 아미노필린과 같은 위험성이 상당한 藥劑를 處方하여 治療하는 경우에는 그 위험에 관하여 적절한 설명이 醫師로부터 있어야 하고, 그뒤 환자의 가족등으로부터 診療同意가 있어야 한다. 그 범위는 긴급성의 정도에 의존한다. 설명과 동의를 결여한 진료는 그 자체 醫學原則에 적합하다고 하여도, 醫師는 일정한 責任을 면할 수 없게된다 (다만 설명과 동의의 有無에 관하여는 原審에도 나타나 있지 않아서 여기서는 구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일곱째, 주사실행시 醫師는 긴급성의 정도에 따른 적절한 技術上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이에 관하여도 判決에는 나타나 있지 않아서 구체적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여덟째, 일반적으로 과실판단의 기준이 되는 醫師는 일반 보통의 專門醫이므로, 수련의라 할지라도 어떤 事實判斷에 관한 注意義務를 경감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 判例에서 수련의라는 이유로 義務가 경감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은 타당치 못하다.
199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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