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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의 퇴직금에 대한 개정 최저임금법 적용 여부
1. 배경 - 택시근로자와 최저임금제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근로자')의 임금체계는 여객자동차 운수업법상 전액관리제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납금제(택시사업주에게 일정한 사납금을 내고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고정급을 받되, 사납금을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을 택시근로자의 수입으로 함)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임금지급 형태는 도급제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판단되어 종전에는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여 최저임금 위반여부를 판단하였기에 많은 경우 택시근로자의 고정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택시근로자의 저임금구조가 고착화되고 최저임금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반영되어 최저임금법은 2007. 12. 27. 생산고(生産高)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개정되었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개정 최저임금법은 시 단위 지역에는 2010. 7. 1.부터 시행되었고, OO시에서 택시운송업을 영위하는 피고회사는 1998. 10. 입사하여 격일제로 택시운전을 하고 2010. 11. 퇴직한 원고에게 퇴직 전 3개월간 실제 지급된 평균임금에 따라 계산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은 개정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계산된 평균임금을 적용하였을 경우 지급되어야 할 퇴직금과 실제 지급된 금액과의 차액을 청구하였다(소송 계속 중 원고가 사망하여 상속인이 소송수계인이 됨). 나.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2. 7. 11.선고 2012나2710판결 원심판결은 "피고회사에게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①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 전 기준으로 계산된 퇴직금과 개정 최저임금법으로 계산된 퇴직금 금액이 6.69배나 차이나는 점 ②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월 최저임금이 원고가 한 달 만근 시 피고회사에 납입한 운송수입금보다 많다는 점 ③ 퇴직한 날이 언제인지에 따라 퇴직금의 액수가 몇 배의 차이가 나는 것은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원고의 평균임금은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퇴직금의 65%로 감액함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14. 10. 27.선고 2012다70388판결)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퇴직금제도는 강행규정이라는 기존 판시내용(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을 확인하면서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조항 시행일 이후 퇴직한 근로자가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아왔던 경우에는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위 근로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임금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으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를 함부로 감액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3. 검토 가. 평균임금은 '통상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평균임금은 퇴직금 등의 산정 시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며 근로자의 통상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기본원리로 삼는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을 즈음한 일정 기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임금액 변동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이를 기초로 퇴직금을 산출하는 것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그 평균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또한 택시근로자가 퇴직 직전 5개월 동안에 의도적으로 평소보다 1.76배 많은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납부하여 현저하게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해당 5개월 기간 동안의 평균임금이 아닌 그 직전 3개월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10. 15.선고 2007다72519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은 위 ① 내지 ③의 관점에서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여 산정된 원고의 평균임금은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판단은 상당부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대상판결은 퇴직금 제도의 강행규정성을 지적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판례의 법리에 의해 합리적인 조정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 원심판결이 위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개정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도 평균임금의 산정방식에 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대법원은 종래 초과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동 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만, 이를 택시근로자 수입으로 직접 귀속시켜 회사에 지배·관리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대법원 2002. 8. 23.선고 2002다4399판결), 이런 입장을 일관하자면 초과운송수입금을 피고회사에 납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사납금에 상응하여 지급받아온 원고의 고정급을 기초로 산정된 평균임금이 원고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반영한다고 할 것이고,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 직후 퇴직하여 평균임금이 6.69배가 된 것은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아진 것이므로 조정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가능할 것이다. 나. 최저임금법의 존재목적과 개정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지적한 사항들에도 불구하고 개정 최저임금법에 의한 평균임금 산정이 적법하다는 판단의 구체적 이유에 관해서 적극적으로 설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대법원이 대상판결에 있어서 아래의 점을 고려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개정 최저임금법의 취지 및 이를 통해 확인한 입법자의 의사이다. 개정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는 택시근로자의 저임금구조가 장기간 고착화되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택시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이고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근로자의 기본 급여는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원고의 '12년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220여만 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겠다는 개정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법 시행 전후로 퇴직금 액수가 상당히 차이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섣불리 감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비록 개정 최저임금법시행 전후로 평균임금 액수가 몇 배나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최저임금법이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최저임금의 존재목적임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산정된 평균임금을 특수하고도 우연한 사정으로 '과다'하게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비록 평균임금 산정방식은 최저임금법과는 별개라고 하더라도 최저 기준에 의해 산정된 퇴직금을 감액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법이 2007년 12월27일 개정되어 그로부터 약 2년 6개월 후인 2010년 7월1일 시단위에 시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정 최저임금법의 시행을 '특수하고도 우연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거도 가능해보인다. 4. 결론 평균임금은 '통상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원심판결도 수긍할 만한 점이 있으나, 최저임금법의 존재목적과 개정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를 함께 고려하자면 대상판결의 결론이 보다 타당해 보인다. 택시근로자의 저임금 구조는 최저임금법만의 문제는 아니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관련 규정들(제58조, 제59조)과 서로 연동되어 있는 만큼 개정 최저기준법이 그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집행기관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2014-01-05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관련한 국제재판관할
본 판례평석은 2012. 11. 14. 한국국제사법학회 연차학술대회(제1회 ILA/한국국제사법학회 공동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 청구원인의 개요 및 판결의 요지 1. 청구원인의 개요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 후 일본 기업에서 강제노동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원고가 되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하여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 (4)임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국내 법원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미지급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관한 판결이다 2. 국제재판관할과 관련한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청구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는데, 그 이유로서 ①피고가 과거에 부산에 연락사무소를 두었던 점, ②피고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점, ③증거가 대한민국에 있고, 사안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 및 정치적 변동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④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미지급임금 지급청구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II. 외국법인의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의 문제 1.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에 대한 비판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에서는 외국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있는 이들의 사무소·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따라서 보통재판적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판례는 외국법인의 영업소가 한국에 있으면 당해 사건이 그 영업소와 관련이 없더라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외국법인의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을 과잉관할(exorbitant jurisdiction)로 보는 것이 우리의 다수견해이다. 다수견해에서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을 과잉관할로 보는 주된 이유는 첫째 피고가 그 국가에 영업소를 갖고 있거나 상업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분쟁이 피고의 영업소 또는 상업적 행위와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둘째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국내 법원 중 어느 법원이 관할을 갖는가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마련한 1999년 「민사 및 상사사건에 관한 외국판결과 관할에 관한 예비초안」제9조 및 「민사 및 상사사건의 판결의 승인과 집행 및 재판관할에 관한 유럽연합 규칙」제5조 제5호에서는 영업소 소재지 관할을 당해 영업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쟁에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민사소송법 제12조의 영업소 소재지 특별재판적과 동일하다. 2. 외국법인 영업소 소재지의 중요성 필자도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다수설에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대상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제사법 제2조에서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의 원칙으로 분쟁 또는 당사자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질적 관련성은 매우 추상적 규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웠고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동조 제2항에서는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의 유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재판관할규칙 = 토지관할규정」은 아니다(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 박영사, 2012, 76면). 대상판결은 피고의 영업소가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지 및 증거와의 관계, 역사적 사실과 분쟁 간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외국법인의 영업소가 소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지만, 대한민국에 영업소가 있다면 분쟁이 그 영업소와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영업소가 없는 경우보다는 손쉽게 소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피고는 소송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소송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영업소가 소재한다는 사실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을 위한 고려이익 중 피고가 손쉽게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 이익에 해당하고, 동시에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이 된다. 따라서 영업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제재판관할 결정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피고의 영업소가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국제재판관할 결정을 위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III. 불법행위청구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1. 소송물이론과 국제재판관할 불법행위 특별재판적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18조는 불법행위에 관한 소를 불법행위지 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뒤 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증거수집이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별재판적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서도 적용 또는 유추적용 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피고의 불법행위는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으로서 행위의 연속성은 있지만 시간과 장소가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일련이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함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가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소송물에 관한 구실체법설에 따르면 원고의 불법행위 주장은 각 행위마다 시간과 장소를 분리할 수 있으므로 별개의 소송물로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별개의 소송물로 보고서 불법행위 특별재판적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원고의 청구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불법행위는 강제연행에 한정될 것이고, 다른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해야 한다. 2. 토지관할규정으로부터의 해방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사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르면 토지관할이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실질적 관련성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토지관할은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이 소송물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피고의 행위를 일련의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하나의 불법행위로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불법행위를 강제연행 이외의 불법행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방법으로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꾀한 점에서 민사소송의 원칙인 소송의 신속 및 경제에 합당한 결론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내토지관할규정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사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소로 제시한 점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토지관할 위주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바, 향후 올바른 지표를 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IV. 소의 객관적 병합에서의 관련재판적과 국제재판관할 1. 관련 논의 대상판결에서는 병합된 청구 상호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그 중 하나의 청구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면 다른 청구에 대하여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민사소송법 제25조의 관련재판적을 국제재판관할에서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국내에서 논의가 많지 않지만, 청구 상호간에 기초되는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견련관계를 가질 경우에 법정지 법원이 어느 한 청구에 대하여 관할권을 갖는다면 다른 청구에 대해서도 관할을 인정해도 무방하다는 견해가 있다(한충수, '국제사법의 탄생과 국제재판관할', 법조 536호(2001), 63-64면). 그리고 비록 하급심판결이지만 인천지법 2003. 7. 24. 선고 2003가합1768 판결에서는 청구의 객관적 병합에서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한 관련재판적의 요건에 대하여 상세히 설시하고 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객관적 관련성'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실관계나 쟁점이 동일하거나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는 포함된다고 보인다. 하지만 원고가 주장한 불법행위들인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련의 연속된 불법행위로 보아서 하나의 소송물로 취급하면서 미지급임금을 이와 별개의 소송물로 본 점은 찬성하기 어렵다. 일련의 연속된 불법행위와 임금미지급은 연속된 행위 중에서 발생하였고, 이러한 행위들이 피고의 연속된 불법행위 속에 매몰되어 역사적 및 정치적으로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미지급임금 지급청구는 비록 근로계약을 근거로 하여 청구권원을 달리하지만 실질적으로 피고의 일련의 불법행위 과정 중에 발생하여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다른 불법행위와 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 덧붙여 대상판결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사건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한민국에 주요 증거가 있으며, 원고들로서는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구제받을 이익이 있다는 점 및 판결 상호 간의 모순저촉을 피할 정책적 필요성 등 개인적 이익과 공익적 이익을 비교형량을 할 때에도 대상판결의 청구를 하나의 소송물로 처리하여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V. 끝내며 대상판결이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규정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결정요소를 제시하였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제재판관할에서 소송물의 구분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과 소송물의 구분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는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2013-01-07
단체협약의 불이익 변경과 사법심사의 범위
1. 사건의 개요 학교법인 甲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2005년·2006년 임·단 특별협약'을 체결하면서 근로자들의 정년을 60세에서 54세로 단축하기로 합의하고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도 같은 내용으로 변경한 후, 그에 따라 54세 이상인 乙을 포함한 일반직원 22명을 정년퇴직으로 처리하였다. 2. 판결의 요지 (1)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에게서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 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일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들을 정년 단축의 방법으로 일시에 조기 퇴직시킴으로써 사실상 정리해고의 효과를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보이고, 모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객관적·일반적 기준이 아닌 연령만으로 조합원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협약 중 정년에 관한 부분 및 이에 근거하여 개정된 취업규칙은 근로조건 불이익변경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이고, 乙등에게 한 퇴직처리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한다. 3. 평석 1) 문제의 제기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저하시키는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종래에는 노동조합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개별 조합원의 수권이 없는 한 불이익한 변경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협약당사자의 자치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불이익한 변경도 원칙적으로 인정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일부 조합원에게 특별히 불이익한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이익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에 관하여 사법심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협약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단체협약의 절차뿐만 아니라 그 내용까지도 법원에 의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논란이 있다. 2) 판례의 태도 대법원 판례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측과 불이익하게 변경된 퇴직금 지급률을 따르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불이익변경에 대한 개별 조합원의 수권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즉, 기득 이익을 침해하게 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 종전의 퇴직금 지급률이 적용되어야 함을 알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그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변경된 퇴직금 지급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다만,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보았고, 이 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 내용과 체결경위, 협약체결 당시 사용자측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그리고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41384 판결). 아울러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여 부정하였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3) 학설의 대립 이에 대해 학설은 사법심사의 범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① 절차심사설 이 견해는 노사자치의 관점에서 단체협약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합리성 판단 등의 내용심사는 기본적으로 사법심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하고, 조합내부의 의사결정 등 공정성의 관점에서 절차심사만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견해도 오로지 절차심사만으로 족하다는 것은 아니고 불이익의 정도에 따라서는 내용심사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② 내용심사설 이 견해는 민주적 절차의 필요성은 조합내부의 사항이므로 사법심사에 적합하지 않지만, 내용면에서는 '집단적 규제와 개인이익의 조정의 필요성' 및 '조합의 공정대표의 요청'에 기해 '조합원의 합리적 기대'의 관점에서 제반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내용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조합원의 신뢰보호, 조합가입시의 기대 및 조합원의 균등대우원칙의 관점에서 내용심사만을 인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③내용 및 절차 양면심사설 이 견해에 따르면, 근로자의 계약자유를 실질화하는 것이 단체협약이라는 입장에서 조합원전원이 참가하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사전 혹은 사후)승인된 경우가 아니라면 규범적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 상호간의 균등대우원칙의 입장에서 아무리 다수결원칙이 준수되더라도 조합원의 일부에 대해 '통상 감수하기가 기대범위를 넘는 불이익한 변경'의 경우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부정하자는 견해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를 근거로 내용과 절차 쌍방의 심사를 인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우선 규범적 효력의 전제로서 조합원의 명확한 집단적 위임이 필요하다고 하고, 개별조합원의 의향을 충분히 그리고 공정하게 반영하는 내부절차가 요청된다고 한다. 특히 조합내의 특정집단(예를 들면 연령층)에 대한 불이익변경에 관해서는 이해대립에 상당한 이유가 있고, 아울러 대립에 따른 공정한 내부적 조정 및 결정방법이 완비되어 있지 않으면 노동조합의 대표성에 결함이 있다고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조합전체의 의향에 따른 점을 고려하여 규범적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④사법심사억제설 학설 중에는 노사자치를 존중함에 따라 사법심사 자체를 억제하려는 견해도 있다. 법원이 조합의 민주성에 대한 절차심사를 하는 것은 현행법이 근로조건은 노사가 자주적으로 형성한다는 요청에 반하는 것이고, 또한 그것이 내용심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4) 정리와 과제 ① 협약당사자에 대한 신뢰부족 취업규칙과는 달리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자치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념적으로는 사법심사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별노조가 일반적인 경우에는 협약당사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므로 조합내부의 실태에 따라 사법심사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② 사법심사의 근거와 기준 사법심사의 근거와 기준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합리적 기대, 신뢰보호원칙, 공정대표의무, 균등대우원칙 등 다양하게 주장되었다. 이 중에서 합리적 기대와 신뢰보호원칙은 내용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다수결원칙에 따라 조합원의 다수를 지나치게 우선한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공정대표라는 관념도 조합민주주의와 균등대우원칙과 관련하여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공정대표의 공정성이란 것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사법심사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생각건대 조합원간의 균등대우원칙이 사법심사의 근거와 기준으로서 비교적 명확하다고 본다. 개별조합원의 이해관계는 상이하기 때문에 단체협약의 불이익변경시 개별조합원에 대한 균등대우원칙은 무시될 수 없다. 그러나 개별조합원에 대한 균등대우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자치와 모순되는 것이고, 양자를 조정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실제로 조합원의 일부에 대한 차별과 관련하여 '통상 감수하기가 기대범위를 넘는 불이익'이라는 기준은 명확하게 그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체로 연령이나 직종과 같은 조합내 특정집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면 조합원의 일부에 대해 상이하게 취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첫째, 당사자의 의사와 달리 조합원의 일부에 대해 상이한 취급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둘째, 사용자든 노동조합이든 협약당사자에게 부여되는 신의칙상 균등대우의무와 관련하여 조합원의 일부에 대해 통상 감수하기가 기대되는 불이익의 범위에 해당되어야 한다. 물론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자치를 강조할 것인지 개별조합원에 대한 균등대우원칙을 강조할 것인지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연령이나 직종과 같은 조합내의 특정집단에 대한 불이익변경은 공정한 내부적 조정 및 결정을 통해 개별조합원의 의향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이 판결은 일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통상 감수하기가 기대범위를 넘는 불이익한 변경으로서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래에는 단체협약의 불이익변경과 관련하여 절차심사를 중심으로 하는 사법심사가 중심이었다면, 이 사안은 일정 연령이상의 근로자들을 정년단축의 방법으로 정리해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연령에 의한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법원은 단체협약의 불이익변경이 조합원의 일부인 특정연령집단에 대해 균등대우원칙을 위반하여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불이익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해 사법심사를 한 것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2012-05-07
공사대금 양수금 청구 사건에서 피고의 공제항변 인정 범위
1. 서울 서부지법 2009가합15077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는 2008. 8. 6. 소외 효정건업으로부터 빌딩신축공사 중 골조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대금 29억 8001만원으로 정하여 하도급받았다(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 하도급계약 특수조건에는, 제4조(공사대금지급) ① 본공사와 관련하여 소외 회사의 부도나 기성금 일부압류 또는 가압류발생시 피고는 하도급대금을 유보하거나 효정건업의 채권자에게 집행가능한도 내에서 직접지급할 수 있다. ② 노임체불이 확인되는 경우 피고는 기성채무액 한도내에서 노임을 소외 회사의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 제5조(직불 사전동의) ① 소외 회사는 전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피고가 근로자/시공참여자로부터 소외 회사의 미지급 채권신고를 받아 하도급대금에서 직접 지급하는 것에 사전 동의한다. ② 본 공사와 관련하여 현장노무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노임이 체불되어 분규가 있거나 그 우려가 있을 때에는 피고는 체불된 노임을 직접 지불할 수 있다. 소외 회사는 2009. 9. 1.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2009. 8. 기성분 3억8백만원의 채권을 양도하고, 2009. 9. 14. 피고에게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그 후 피고는 소외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노임미불에 따른 작업자 농성 등으로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2009. 9. 30.경 현장노무자들에게 노임으로 1억3천406만7936원을 직접 지불하였다. 2. 노임직불조항과 채권양도에 따른 양수금 청구에서의 대항력의 법리 가. 채권양도에 관하여 민법 제451조 제2항은 「양도인이 양도통지만을 한 때에는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노임직불약정(조항)의 의의 ①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면, 건설업자가 도급받을 수 있는 건설공사를 도급한도액이나 시공능력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건설산업기본법 제25조,제23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업자는 당해 공사중 일정 비율의 전문공사에 대하여는 해당 업종의 전문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여(건설산업기본법 제30조) 건설업의 대형화, 계열화를 도모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형건설공사의 경우 일반건설업면허를 가진 대형건설업체가 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부문별 또는 업종별로 보다 소규모의 건설업체 또는 전문건설업체에게 하도급을 주어 실제 공사의 시공은 그러한 하수급인들에 의하여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② 하수급인은 그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에 있어서 발주자에 대하여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그에 상응한 권리의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므로,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이 기성금을 받은 때에는 15일 이내에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 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상당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선급금을 받은 때에는 그 선급금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하수급인에게 선급금을 지급하여야 하도록 규정하는 외에(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 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인하여 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하는 경우 등에는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바(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같은법 시행령 제4조), 이 사건 직불조항도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에 관한 위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각 조항과 그 취지를 같이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및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가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하수급인의 보호육성을 도모하고 있는 점, ③ 건설공사 등 부동산공사에 있어서 수급인의 보수채권에 관하여는 일정한 경우 그 목적물에 대한 저당권설정청구권이 인정되는(민법 제666조) 점, ④ 수급인은 도급공사대금과 하도급공사대금의 차액을 그 영업수입으로 하는 것으로서, 수급인이 위 영업수입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은 위 영업수입을 초과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정상적인 경우라면 수급인도 위 영업수입의 범위 내에서 자금을 차용하든지 할 것이므로, 수급인에 대하여 임금채권을 가지는 근로자나 기타 수급인에 대한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는 위 영업수입을 수급인의 책임재산으로 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고, 그 실질에 있어서 하수급인에게 귀속되어야 할 하도급공사대금까지 수급인의 책임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하수급인의 재산으로 수급인에 대한 채권자가 만족을 얻도록 하는 셈이 되어 오히려 부당한 점, ⑤ 만일 하도급공사대금도 수급인의 책임재산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수급인이 부도난 경우 그로부터 하도급받은 하수급인들도 연쇄도산을 면할 수 없을 것이어서 하수급인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둔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각 규정 및 직불조항의 취지는 몰각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반조건의 직불조항은 단순히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 하수급인은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음을 규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직불조항에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에게 발주자에 대하여 직접 하도급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0083 판결 참조). 다. 노임직불조항에 근거한 공제항변의 인정범위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같은법 시행령 제4조는 저가낙찰공사에 해당하여 발주자가 하수급인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인하여 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법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어찌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0. 5. 30. 선고 2000다2443 전부금 판결에서, "전부명령에 의하여 피전부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집행채무자로부터 집행채권자에게 이전되고, 제3채무자는 채권압류 전에 피전부채권자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항변사유로서 전부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지급조로 직접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존재한다면, 도급인은 수급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상당의 공사대금에 대하여는 수급인에게 그 지급을 거부할 수 있고, 따라서 전부채권자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항변사유를 가지고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다음,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소외 주식회사 대영방수의 동의를 얻어 대영방수의 현장 근로자들에게 그 임금 상당액을 공사대금에서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원고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피고에게 송달된 1998. 4. 11. 보다 이전인 1998. 3. 28.에 이루어졌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직접 지급 약정에 따른 지급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가 소외 대영방수의 근로자들에게 전부명령 송달 이후인 1998. 4. 11.과 1998. 4. 13. 지급한 임금상당액에 대하여도 그 지급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 라. 이 사건 서울 서부지법 대상 판례의 판시사항 위 사건은, 하도급인 피고가 "하수급인인 소외 회사와 사이에 체결된 하도급계약의 특수조건 제5조에 따라 공사현장 노무자들에게 노임을 직불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유로 양수금 채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법원은, "채권양도에 의하여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채무자는 채권양도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항변사유를 가지고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인바,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의 근로자나 납품업자 등에게 임금 또는 납품대금 지급조로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임금이나 납품대금 상당의 공사대금에 대하여는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양수인에 대하여도 임금이나 납품대금과 관련된 '노무의 제공이나 납품이 채권양도통지 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와 같은 항변사유를 가지고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0. 4. 27. 선고89다카2049 판결, 대법원 2000. 5. 30. 선고 2000다2443 판결 등). 또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별도로 직접 지급 요청을 하지 않거나, 적용되지 않는 경우더라도 단지 위와 같은 직불합의만으로도 하수급인이 발주자에 대하여 하도급 공사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소외 회사와 피고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직불합의는 2008. 8. 6. 성립하였고, 그 후 2009. 9. 12.경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 노무자들이 피고에게 노임을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하도급인인 피고가 2009. 9.말경 소외 회사의 노무자들에게 노임 합계 1억3천406만7936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09. 9. 1.자 이 사건 채권양도가 2008. 8. 6.자 직불합의 이후에 이루어진 이상 피고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2009. 9. 14. 이후에 위 노임직불합의에 따라 노무자들에게 실제 노임을 지불(2009. 9. 30.경 지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 지급채무는 위 1억3천406만7936원의 범위 내에서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4. 본 판결의 의의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와 서울 서부지법 하급심 판례에 의하면, 공사대금을 직접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채권양도 통지 이전에 이미 있었다면 그와 같은 약정의 존재만으로 양도통지를 받고 난 이후에 위 약정에 근거하여 현실적으로 금전을 지급한 이상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법리로서, 제3채무자의 공제 항변의 인정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사건은 제3채무자의 기대와 이익을 넓게 인정함으로써 제3채무자로 하여금 이중변제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형평의 원칙에도 지극히 부합하는 타당한 판례라고 본다.
2011-08-25
국제사법상의 선결문제-최근 대법원판결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Ⅰ. 사안의 개요와 쟁점 위 대상판결의 사안은, 문제된 세 척의 선박(‘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1순위 선박저당권을 취득한 원고(금융업에 종사하는 노르웨이 법인)가, 배당표상 선박우선특권자로 인정되어 원고에 앞서 배당을 받게 된 라브라도르(와 승계인인 피고)(편의상 ‘피고’)에 대해 선박우선특권(maritime lien)의 부존재를 주장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쟁점은,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세인트 빈센트’) 법상 피고의 선박우선특권의 취득 여부였다. 즉 임금을 받지 못한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이 사건 선박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취득했는데, 세인트 빈센트 법원의 허가 없이 선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피고가 대위변제에 의해 선박우선특권을 취득했는가였다. 원심인 부산고등법원 2005년 6월2일 선고 2004나10602 판결(‘원심판결’)은 이를 긍정했으나 대상판결은 부정했다. 양자의 결론이 다르게 된 이유는, 실질법인 세인트 빈센트의 상선법상 피고가 대위변제에 의하여 선박우선특권을 취득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원 허가가 필요한지에 대해 견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는 대상판결에서 제기된 국제사법 논점을 간단히 언급하고 선결문제를 주로 논의한다. 상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회 자료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Ⅱ. 국제사법 쟁점에 관한 법원의 판단 1. 원심판결의 판단 원심판결은, 우리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적국법이므로 세인트 빈센트의 상선법(즉 1993년 협약의 주요조항을 도입한 개정 상선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보았다. 즉 원심판결은 선원들의 선박우선특권의 취득과, 피고의 변제에 의한 선박우선특권의 이전(즉 대위변제)에 대해 세인트 빈센트의 상선법을 적용했을 뿐이고, 피담보채권의 발생의 준거법과, 피담보채권의 법률에 의한 이전(즉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2.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에서 더 나아가 우리 국제사법 제60조에 의해 결정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과, 피담보채권의 준거법 및 그 채권의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판단했다. 즉, 대상판결은, 선박우선특권은 일정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법률에 의하여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일반적으로 그 피담보채권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이전되기는 어려우므로, 선박우선특권이 유효하게 이전되는지 여부는 피담보채권의 이전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논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피담보채권의 발생과 대위에 관한 사항은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가 아니라, 각각 국제사법 제28조(근로계약)와 제35조 제2항(법률에 의한 채권의 이전)에 의해서 규율된다고 보았다. 즉 이 사건에서 문제된 선원임금채권은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는데,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의해 선적국법이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이 된다고 보았다. 나아가 선원임금채권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국제사법 제35조 제2항에 의하여 채권 자체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보았다. 즉 원심판결은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선적국법이 대위변제의 준거법이라고 보았으나, 대상판결은 선박우선특권의 대위변제를 피담보채권의 대위변제의 결과로 보고, 우리 국제사법에 따라 피담보채권의 발생과, 그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각각 판단했다. 필자는, 원심판결이 간과한 국제사법 쟁점을 대상판결이 정확히 포착하여 판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대상판결이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과,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便宜置籍’(flag of convenience)의 국제사법적 함의(含意)를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국제사법 제8조(예외조항)가 신설되었고, 종래 선적국법원칙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견해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아래에서 보듯이 대상판결은 선결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Ⅲ. 국제사법에서 선결문제의 개념과 그의 준거법 결정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세인트 빈센트법상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자면 동 법이 정한 일정한 피담보채권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피담보채권의 존재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라는 본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선결문제이다. 만일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법정지법(즉 한국법)이면 피담보채권의 준거법은 우리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고, 또한 만일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피담보채권의 준거법이면 선결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나, 이 사건에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외국법이므로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선결문제는 어떤 국제사법적 이익을 존중할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 국제사법은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명시하지 않지만, 강학상 선결문제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고 그 준거법 결정에 관해 종래 다양한 견해가 있다. 1. 법정지법설(독립적 연결설) 이는 원칙적으로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한다. 이의 장점은, 본문제가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선결문제의 준거법이 일정하다는 점이다. 이는, 만일 준거법설을 취하면 동일한 선결문제가 ‘본문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상이한 준거법에 의하게 되므로 법적 정신분열증을 초래하게 되고, 국제사법의 이상의 하나인 내적 판결의 일치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독일의 종래 다수설과 판례이다. 2. 준거법설(종속적 연결설) 이는 원칙적으로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국제사법에 따라 선결문제의 준거법을 결정한다. 선결문제는 본문제의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 발생하는 문제인데, 본문제의 해결은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법질서가 행하는 선결문제의 판단을 전제로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선결문제가 외국적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국제사법에 따른다고 본다. 즉 법정지 법원은 선결문제에 관하여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법원이 판단하는 것과 동일하게 판단함으로써 외적(또는 국제적) 판결의 일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절충설 이는 일률적으로 법정지법설 또는 준거법설에 따르는 대신 구체적 상황에 따라 국제사법적 이익을 고려해 판단하는 견해로, 독일과 일본에서 점차 유력하게 주장되는데, 개별사안에서 법관이 판단해서 타당한 결론을 끌어내는 데 장점이 있다. 예컨대 사안의 내국관련이 큰 경우 내적 판결의 일치를 위해 법정지법설에 따르나, 외국관련이 큰 경우에는 외적 판결의 일치를 위하여 준거법설에 따른다. 4. 기타 학설 그 밖에도 선결문제는 본문제와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이므로 본문제의 준거법 소속국의 실질법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실질법설)와, 저촉규범을 통한 우회적 법선택을 피하고 목적론적으로 선결문제와 관련성을 분석하여 중요도와 집중도가 더 큰 법규정을 적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Ⅳ. 대상판결의 논리구조와 그에 대한 평가 학설 대립을 고려하면, 선결문제인 선원임금채권의 준거법 결정에 있어, 대상판결로서는 한국의 국제사법을 적용할지, 세인트 빈센트의 국제사법을 적용할지, 아니면 세인트 빈센트의 실질법을 적용할지를 판단해야 했다. 선해하면 대상판결이 법정지법설을 취했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피담보채권의 발생이 국제사법(제60조 제1호, 제2호)의 법률요건 중에 규정된 법률효과는 아니므로 이는 선행문제(Erstfrage)는 아니고, 대상판결도 그렇게 파악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즉 대상판결은, 본문제인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세인트 빈센트법을 적용한 결과, 피담보채권의 발생이라는 선결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준거법을 결정했어야 하나, 단순히 우리 국제사법을 적용했다(피담보채권이 대위변제에 의하여 이전되는 결과 선박우선특권이 이전되는지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에 따를 사항인데, 1993년 협약 제10조에 따르면 피담보채권의 대위변제는 선박우선특권의 대위를 수반하므로 피담보채권의 이전도 선박우선특권의 이전의 선결문제이다). 논점을 명확히 하고자 선결문제가 논의되는 전형적 사안을 보자. 예컨대 피상속인(A국인)이 배우자(B국인)를 두고 사망한 경우, 우리 법원은 국제사법 제49조(상속)를 적용해 피상속인의 본국법(A국법)을 상속의 준거법으로 판단하고, A국의 상속법에 따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한다. 만일 피상속인과 배우자 간의 혼인관계의 존재가 다투어지면, 법원은 선결문제인 혼인관계의 존부의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법정지법설을 따르면 혼인의 성립에 관한 우리 국제사법(제36조)이 적용되나, 준거법설을 따르면 A국의 국제사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논리를 따르면, “일반적으로 배우자로서 상속을 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가 존재해야 하는 바, 혼인관계는 국제사법 제49조(상속)에 의할 사항이 아니고 국제사법 제36조(혼인의 성립)에 따라 혼인의 성립 및 방식의 준거법을 적용하여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게 된다. 이렇게 접근하면 선결문제는 항상 실질법적으로 해소되거나 선행문제로 취급되고, 준거법설과 절충설 등은 아예 배제된다. 준거법설을 취하면 세인트 빈센트의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피담보채권의 발생 및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결정한다(이 사건에서 한국의 관련성이 법정지 및 경매지일 뿐이라면 절충설도 동일한 결론이 된다). 요컨대 대상판결이 선결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대상판결이 선결문제를 인식하고, 선원임금채권의 발생 및 대위변제의 준거법 결정에 관한 세인트 빈센트의 국제사법을 조사한 뒤 우리 국제사법과 결론이 같다고 판단했더라면 탁월한 판결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세인트 빈센트의 관점에서 위 쟁점들의 준거법이 세인트 빈센트법이라면 선결문제를 논의할 실익은 없다. Ⅴ. 맺음말 대상판결이, 원심판결이 간과한 피담보채권의 발생과 대위변제의 준거법을 판단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과 선원임금채권의 준거법을 판단하면서 편의치적의 국제사법적 함의를 판단하지 않은 점과, 선결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대상판결이 명확히 법정지법설을 취했다면 필자는 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필자가 비판하는 것은, 대상판결이 선결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논리를 전개한 점이다. 필자의 오해가 있다면, 질정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
2008-07-14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1. 사건의 내용 원고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노르웨이국 법인인데, 글래샬 쉽핑 리미티드라는 회사(이하 ‘글래샬’이라고 한다)에 대출을 해주고 그 담보로 글래샬 소유의 선박(이하 ‘위 선박’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1순위 우선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이 저당권 설정 당시 위 선박은 에르빅 마린 서비스라는 회사(이하 ‘에르빅’이라고 한다)가 선박에 대한 관리, 운영을 맡고 있었는데 에르빅은 선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도 부담하고 있었다. 한편 글래샬이 원고에 대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자, 원고는 위 선박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위 선박이 경락된 후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 1순위로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게 정박료, 감수보존비용 등을, 2순위로 에르빅을 대신하여 선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피고(실제로 2순위로 배당받은 것은 ‘라브라도르 에이에스’라는 회사이나 이 회사가 소송계속 중 피고에게 흡수, 합병되어 피고가 소송을 수계하였으므로 편의상 피고가 2순위로 배당받은 것으로 사실관계를 단순화한다)에게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여 임금 상당액을, 3순위로 선박저당권자인 원고에게 나머지 금액을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해당 선원들의 권리를 대위 행사하기 위해서는 선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는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에 대한 배당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부산고등법원은 원심판결(2004나10602)에서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에 의하여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적국법에 의하는바 위 선박의 선적국은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이하 ‘세인트’라 한다)이므로 세인트 상선법이 그 준거법이 되며, 세인트 상선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피고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위 선박의 선원들에게 임금을 대위 변제함으로써 선원들의 선박우선특권있는 임금채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원고의 저당권에 우선하므로 경매법원의 피고에 대한 배당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선박우선특권은 일정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법률에 의해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일반적으로 그 피담보채권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이전되기는 어려우므로, 선박우선특권이 유효하게 이전되는지 여부는 그 선박우선특권이 담보하는 채권의 이전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논할 수 있다.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에서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 선박우선특권의 순위 등으로서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 자체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석되므로, 그 피담보채권의 임의대위에 관한 사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35조 제2항에 의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준거법에 의해야 한다. 그런데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발생되는 임금채권인 경우 그 임금채권에 관한 사항은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에 의하여야 하고, 선원근로계약에 관하여는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어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발생되는 임금채권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선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결국 선원임금채권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그 선원임금채권을 담보하는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사항과 마찬가지로 선적국법에 의한다. 한편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 적용되고 있는 의미, 내용대로 해석,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송 과정에서 그 외국의 판례나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 법원으로서는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 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 3. 평 석 가.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선박우선특권은 선박에 관한 특정한 법정채권에 관하여 선박관련 채권자가 당해 선박과 부속물 등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특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정담보권으로서, 상법 제861조 제1항은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 및 내용을 열거하고 있는바 여기에는 ‘선원 기타 선박사용인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채권’이 포함되어 있다(동항 제2호). 이는 위험한 선박의 항해상 노무에 종사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선장과 선원 및 가족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사회정책적인 견지에서 선원우선특권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국제사법 제60조는 해상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한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동조 제1호),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동조 제2호), 선장과 해원의 행위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책임범위(동조 제3호), 선박소유자, 용선자, 선박관리인, 선박운항자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책임제한의 범위(동조 제4호), 공동해손(동조 제5호), 선장의 대리권(동조 제6호) 등의 사항은 모두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상에 관한 법률관계는 주로 선박을 중심으로 발생하므로, 당해 선박이 국적을 가지고 있는 국가, 다시 말해 선적국이 그 문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쟁점인 선원들의 임금채권을 피고가 적법하게 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사항도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고 국제사법 제60조를 직접 적용하여 선적국법을 준거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국제사법 제60조가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하여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 즉 피담보채권 자체의 대위에 관한 사항은 국제사법 제60조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의 준거법에 관한 일반조항으로 돌아가 국제사법 제35조에 의하여 ‘이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여야 하고, 이 사건에서 이전되는 채권은 임금채권이므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하는바, 선원근로계약에서는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선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는 것이다. 나. 대법원 판결의 평가 대법원은 이 사건의 준거법이 선박의 선적국법, 즉 세인트 빈센트 법이 된다는 점에는 원심판결과 결론을 같이 하고 있으나, 그 법리구성에 있어서 원심판결과는 다른 논리를 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이 선원근로계약상의 임금채권이었으므로 당해 채권의 준거법이 선적국법이 되어 결국 일반적인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과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으나, 피담보채권의 종류에 따라서는 채권 자체에 관한 사항의 준거법이 선적국법 이외의 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 점을 정확히 지적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즉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임의대위 여부에 관한 사항은 당해 채권 자체의 문제로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나 적용 범위, 우선 순위 등 선박우선특권의 요건이나 효력, 범위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므로 국제사법 제60조가 적용될 수 없으며 당해 채권의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바 필자는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찬동한다. 이 사건은 오히려 준거법 문제보다는 세인트 상선법의 해석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실질적 쟁점이 된 사건이고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세인트 상선법의 해석에 대하여는 원심판결과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 판례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규정한 국제사법 제60조에 대한 해석 및 당해 규정의 적용범위를 언급한 대법원의 흔치 않은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비단 해상법 분야뿐만 아니라 국제사법 학계에서도 중요한 참고가 될 판례라고 생각된다.
2007-12-27
운송인의 법인격이 부인되면서 포장당책임제한이 배제된 사례
Ⅰ. 事實關係 한국의 을 회사가 선박소유자인 선박을 갑이 정기용선을 하였다.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 갑은 甲板積(운송물을 선박의 갑판하의 안전한 선창이 아니라 갑판위에 적재하는 것)에 대한 약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물을 갑판에 적재하게 되었고, 이 화물이 파도에 의한 손상을 입게 되었다. 한편, 갑은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에 회사를 둔 편의치적회사로서 을 회사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원고는 갑이 아니라 을 회사를 피고로 소를 제기하였다. 을 회사는 자신은 단순히 갑의 국내대리점일 뿐으로 손해배상청구는 운송인 갑을 상대로 제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편 상법상 향유하는 포장당책임제한의 이익을 향유하고자 하였다. 원고 화주는 포장당책임제한이 운송인 자신의 무모한 행위가 있으므로 책임제한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2003나481765)은 (1) 피고적격에 대하여 갑 회사는 피고 을 회사가 만든 종이회사로서 동일한 법인격처럼 운영되었고, 회사가 형식상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상 완전히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 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이는 경우에는 회사는 물론 배후자에게도 회사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을 회사도 운송계약에 따른 채무를 부담한다고 하였다. (2) 운송인이 갑판적을 한 행위는 상법의 책임제한배제사유가 되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 (3) 운송인 갑회사의 대리 및 차장이 갑판적에 대한 결정을 하였고, 비록 차장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가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운송인 자신의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 (4) 따라서 운송인인 갑회사의 행위는 회사자신의 무모한 행위로서 상법 제789조의2 제1항 본문에 따라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었다. Ⅱ. 大法院의 判示內容 대법원은 법인격부인여부에 대하여, “원심이 갑은 해상운송에서 운송인의 책임을 부당하게 회피할 목적으로 피고와 영업상 실질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상으로만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소위 paper company)로서 피고와 동일한 법인격처럼 운영되어왔다. 이 사건 운송계약이 외관상 원고와 갑 사이에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갑의 배후자인 피고는 갑과 별개의 법인격임을 주장하며 이 사건운송계약에 따른 채무가 갑에만 귀속된다고 주장할 수 없고, 피고역시 운송계약에 따른 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상법 제789조의2의 제1항 단서의 포장당책임제한의 적용이 배제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조항의 문언 및 입법연혁에 비추어, 단서에서 말하는 운송인 자신은 운송인 본인을 말하고 운송인의 피용자나 대리인 등의 이행보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겠으나, 법인 운송인의 경우에 있어, 그 대표기관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만을 법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한정하게 된다면, 법인의 규모가 클수록 운송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하부의 기관으로 이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 단서조항의 배제사유는 사실상 사문화되고 당해 법인이 책임제한의 이익을 부당하게 향유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법인의 대표기관뿐 아니라 적어도 법인의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당해 법원의 관리 업무의 전부 또는 특정 부분에 관하여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사실상 회사의 의사결정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자가 있다면, 비록 그가 이사회의 구성원 또는 임원이 아니더라도 그의 행위를 운송인인 회사 자신의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수출화물을 원고와의 합의 없이 임의로 갑판에 선적하도록 지시한 피고의 관리직 담당직원은 대외적으로 대표권을 갖는 갑의 대표기관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 운송계약의 체결과 그 이행과정에 있어서 갑의 직무분장에 따라 회사의 의사결정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대표기관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 사건 화물을 갑판에 선적한 행위는 운송인 자신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기록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따라서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판례공보, 2006, 1966면). Ⅲ. 評釋 1. 法人格否認論 영미에서 판례법으로 발전되어온 법인격부인론이 1988년 11월 22일의 대법원판결에서 처음으로 인정될 때의 사안도 편의치적선이 관련되어있다. 편의치적선이란 선박에 국적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자국 국민의 선박소유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지만, 단지 서류상의 연결만 있어도 국가가 자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제경쟁에 노출되어있는 선주들이 싼 임금, 저렴한 세금 등을 목적으로 선박을 파나마 등 행정규제가 느슨한 국가에 선박의 국적을 옮겨둔다. 실무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편의 치적된 회사와 배후의 회사(실질 선주)가 동일하다는 점을 밝혀내는 것이다. 원심에서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하기 위하여 사용된 사실로서는 (i)사무실의 주소가 동일한 점, 직원들의 이메일 주소도 피고를 의미하는 sevenmt.co.kr로 동일하게 사용한 점 (ii)직원들의 월급명세서 및 근로소득원천징수 증명서의 사업자명의도 피고인 점 (iii)피고의 명칭 내지 갑회사의 명의로 된 운임청구서를 사용한 점 (iv)대표자 역시 동일인이라는 점 등이었다. 이는 법인격부인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2. 責任制限排除事由로서의 甲板積과 無謀한 行爲 해상법에서는 선주와 운송인을 보호하는 제도로서 책임제한제도가 있다. 연혁적인 이유와 함께 운송인의 안정적인 보험부보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것이 낮은 운임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 유력하다. 현재의 추세는 이를 폐지하기보다는 책임제한액수를 증액하여 운송인이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면서 책임제한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유류오염손해배상제도가 좋은 예임). 한편, 운송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책임을 운송물의 포장 수에 따라 일정한 액수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포장당 책임제한제도라고 한다. 그런데 운송인이 고의에 가까운 행위를 하여 운송물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까지 예외적인 책임제한 제도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상법 제789조의2 제1항 단서는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책임제한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책임제한배제 여부에서 운송인 ‘자신’과 무모한 행위가 쟁점이 된다.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사유는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극히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갑판적은 선창이 아니라 갑판위에 적재되어 운송됨으로써 파도와 바람에 노출되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통상 갑판 하에 운송되는 화물을 화주와의 합의 없이 갑판 상에 선적하게 되면, 손해발생에 대한 인식이 있는 무모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각국의 판례와 학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포장당책임제한 제도는 책임제한의 인정으로 얻는 운송인의 이익과 이에 비례한 운임의 인하가 상관관계를 갖도록 구조화되어있다.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책임제한의 배제는 극히 어렵도록 구성되고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장치로서 운송인의 과실은 제외되고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 없게 하였다. 또한 운송인의 사용인이나 대리인의 무모한 행위는 배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하였고, 운송인 ‘자신’의 무모한 경우에만 책임제한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되었다(상법의 책임제한제도의 모법이 되는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 및 1968년 헤이그 비스비규칙이 이전의 조약에 비하여 이런 점들이 다른 점이다). 외국의 판례와 학설은 운송인 자신이라고 할 때 자신은 운송인의 분신(alter ego)에 해당하는 자라고 한다. 이는 회사의 임원에 해당하는 자라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원심판결에 의하면 대리와 차장이 갑판 적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다른 의사결정자들이 없는 경우에는 차장이라도 임원과 같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원심과 대법원의 판시내용이다. 이러한 경우에 항상 대표기관을 운송인 자신이라고 한다면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경우는 없어 사실상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고 대법원은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제한제도의 입법취지가 선주 혹은 운송인은 책임제한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향유하게하면서 책임제한액수는 높여 화주를 보호할 것에 선주 혹은 운송인과 화주의 합의가 이루어져 발전되어 왔고, 따라서 책임제한의 배제는 가능하면 허용되지 않도록 입법화되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운송인의 책임제한배제가 인정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에서도 이것은 확인된다. 3. 結 본 사안은 법인격부인론과 책임제한배제가 함께 인정된 사안이다. 법인격이 부인되는 회사는 종이회사일 것이므로 경영조직이 느슨할 것이므로 편의치적회사인 운송인의 법인격이 부인되면 운송인의 포장당책임제한권이 부인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운송인 자신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일반적으로 차장에까지 확대 적용하여 책임제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입법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법원도 차장급으로 운송인 자신의 범위를 일반적으로 확대한 것이 아니라, 차장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적어도 법인의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당해 법원의 관리 업무의 전부 또는 특정 부분에 관하여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사실상 회사의 의사결정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자라는 조건을 붙여서 운송인 자신으로 본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상법상 운송인의 책임제한배제사유는 화주로서는 여전히 입증하기 어려운 사항으로 이해된다.
2007-03-26
기소를 이유로 한 휴직명령의 정당화 요건
1.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87. 11. 3. 축협중앙회에 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98. 8. 6.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1998. 11. 6. 위 형사사건의 제1심인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1999. 2. 23.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각 선고받았으나, 상고심인 대법원은 2001. 4. 27. 원고에 대한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이에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01. 7. 20.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를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01. 7. 28. 확정되었다. 한편, 1999. 9. 7. 법률 제6018호로 제정되고 2000. 7. 1.부터 시행된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농협중앙회(이하 ‘피고’)는 위 법 부칙 제7조 제1항에 의하여 축협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면서 원고를 비롯한 축협 직원들에 대한 고용관계도 승계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2001. 8. 20. 원고를 복직시켰으나, 같은 날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해 대기발령을 하였다가, 2002. 1. 3. 대기발령 사유가 해소되자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고를 피고의 목포 신안군 지부에서 근무하도록 명하였다. 한편, 2000. 7. 1.부터 원고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1항 제1호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에는 판결확정 후 1월까지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4조 제1항 제4호는 ‘징계사유에 해당되어 인사위원회에 부의될 때에는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原告의 主張 원고는, 정당한 이유 없는 휴직을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피고의 인사규정에서 명령휴직사유로 규정되어 있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는 형사사건으로 구속기소되어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을 의미하는데, 원고는 1998. 9. 1. 석방됨에 따라 그 이후에는 휴직사유가 소멸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석방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00. 1. 1.부터 2002. 1. 2.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3. 對象判決의 要旨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불구속기소된 이상 사용자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명령휴직의 사유 그 자체는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명령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에는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명령휴직규정의 설정 목적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라고도 볼 수 없어 위 명령휴직처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 4. 起訴休職의 意義 및 正當化 要件 사기업의 취업규칙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그 사건이 법원에 계속되는 기간 동안(혹은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휴직시킨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흔한바,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근로자가 기소되었음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을 명령하는 조치를 기소휴직이라 하는바, 이러한 기소휴직은 기업의 사회적 신용의 유지, 직장질서의 유지, 징계 또는 해고 등의 처분의 유보나 유예 등을 그 취지로 한다. 이처럼 기소휴직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이라고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인사조치에 비하여 신중한 취급이 요구될 것이다. 특히, 기소된 근로자의 신병이 구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소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근로자는 여전히 노무제공이 가능하고, 또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의 추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기소휴직 중에는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더욱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기소휴직의 정당성에 관하여, 국내의 학설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을 가지고 그 자를 기소휴직 처분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는바, 학설의 주류적인 태도는 기소휴직이 정당성을 갖기 위한 요건으로서, (i)기소에 의하여 범죄혐의가 상당한 정도로 객관화되었다고 평가되고, 기소사실의 종류, 태양 및 당해 근로자의 지위, 직무에 비추어 그 형사기소로 말미암아 기업의 대외적 신용이 실추되고, 직장질서를 유지하는데 지장이 있는 경우(제1요건), 또는 (ii)구속된 채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는 물론 불구속인 경우에도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 때문에 노무제공이 불가능 혹은 곤란하고 이로 인하여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정이 있어서, 이를 피하기 위하여 기소된 근로자를 잠정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배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제2요건)에만 기소휴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위 제1요건의 경우에 있어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경우의 대부분은 직무 이외의 사생활상의 비행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은 대개의 경우에 직무수행과 관련성이 없다고 하여 이 요건의 충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제1의 요건과 관련하여 기소휴직은 기업외 비행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징계처분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기소휴직과 징계처분과의 균형도 기소휴직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기소휴직이 남용되기 쉬운 제도라는 점에서 요건을 한층 엄격히 해석하는 견해도 있는바, 이에 의하면 기소휴직은 (i)기소사실의 내용에 관하여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는 가능성을 지닐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懲戒可能性), 나아가 (ii) 당해 근로자의 배치전환 등에 의하여 기업의 영향을 회피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한다(補充性). 한편, 위 제2요건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구속을 당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2요건이 충족될 수 있으며, 근로자가 보석 등의 이유로 불구속기소되어 단순히 공판 출석 시에만 노무 제공에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에는 제2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자가 불구속기소된 경우에 있어서의 공판기일 출석은 유급휴가의 사용으로 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근로자가 불구속기소된 경우에 있어 공판기일의 출석으로 인하여 당해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소휴직 발령 당시에는 위 요건 중의 어느 하나를 충족하여 기소휴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휴직기간 도중에 보석이나 1심에서의 무죄판결 등으로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때에는 휴직사유가 종료된 것으로 사용자는 복직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판례 중에는 기소휴직기간 도중에 보석과 1심에서의 무죄판결 등에 의해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휴직사유가 종료된 것으로서 사용자는 복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全日本空輪 事件 東京地判 平11. 2. 15. 勞判 760號 46項). 5. 休職事由 消滅의 效力 근로자의 휴직사유가 소멸되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휴직사유는 일시적이며 휴직사유가 소멸한 경우에는 당연히 직무에 복귀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휴직사유가 소멸된 경우뿐 아니라 휴직기간 중 휴직사유가 소멸하지 않는 때에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휴직기간의 만료에 의해 복직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휴직사유 소멸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소휴직의 경우에는 휴직기간의 도중에 무죄판결이나 보석 등으로 인하여 휴직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 즉 휴직사유가 소멸한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근로자가 복직을 신청한 때 사용자는 복직을 승인해야 한다. 복직의 절차에 관한 제도로서는 휴직사유가 소멸함으로써 당연히 복직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의 복직신청과 이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을 거쳐 복직하는 경우도 있으며, 휴직의 종류에 따라 절차를 달리하는 수도 있다. 여기서 ‘복직’은 원직복직을 원칙으로 하다고 할 것이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 등을 고려하여 종전과 업무나 작업장소가 크게 다르지 않고 근로자에게 합당한 업무를 시키는 경우에는 원직복직이 아니더라도 근로계약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휴직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복직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이는 사용자에 의한 휴업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무수령의 거부가 사용자의 고의, 과실 등 민법상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6. 對象判決의 檢討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목적과 그 실제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 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착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여, 명령휴직의 정당화 요건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하고, 원고에 대한 휴직처분(이하 ‘본건 명령휴직’이라 한다)의 휴직기간을 원고의 신병이 구속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 후, 원고가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구속됨을 이유로 한 명령휴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구속취소로 석방된 이후 원고가 복직을 신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령휴직을 지속시킨 행위의 정당성은 부정하고 있는바, 기소휴직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이라고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인사조치에 비하여 신중한 취급이 요구되고, 따라서그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본건 명령휴직은 그 휴직기간이 상당히 장기간이라는 점과 상당기간 무급으로 취급되었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구속이 취소된 이후의 기간에 대하여 그 정당성을 부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의 이유 중에서 '본건 명령휴직의 실질에 있어 해고와 다름없다'는 표현은 본건 명령휴직이 근로자에게 주는 불이익이 해고의 경우에 상응하는 정도로 크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으로 의미가 있을 뿐, 더 나아가 본건 명령휴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근로관계의 중단에 불과한 휴직은 그 기간이 아무리 장기간이라 하더라도 개념상으로는 근로관계의 종국적인 소멸인 해고와 명백히 구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이 본건 명령휴직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본건 명령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없다”는 논리를 원용하기 보다는 ‘피고의 입장에서 본 본건 명령휴직의 필요성’과 ‘본건 명령휴직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비교·교량하여 기소휴직의 정당성에 대한 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2006-08-10
보험료 등의 징수순위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의 시적(時的)적용범위
1. 관계법령 국민건강보험법[1999. 02. 08. 법률 제5854호로 제정] 제73조 (보험료 등의 징수순위) 보험료 등은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기타의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한다. 다만, 보험료 등의 납부기한 전에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의 설정을 등기 또는 등록한 사실이 증명되는 재산의 매각에 있어서 그 매각대금 중에서 보험료 등을 징수하는 경우의 그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부칙 제1조 (시행일) 이 법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부칙 제4조 및 제5조의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1999. 12. 31. 개정) 제9조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취득 등에 관한 경과조치) ③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 제13조 (다른 법령과의 관계) ① 이 법 시행 당시 다른 법령에서 종전의 의료보험법 또는 국민의료보험법을 인용하고 있는 경우에 이 법 중 그에 해당하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갈음하여 이 법 또는 이 법의 해당 규정을 인용한 것으로 본다. 의료보험법[1999.02.08 법률 제585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8조 (보험료의 징수우선순위) 보험료의 징수순위는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 구 국민연금법[2000. 12. 23. 법률 제62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연금보험료의 징수의 우선순위) 연금보험료 기타 이 법에 의한 징수금의 징수의 순위는 의료보험법에 의한 보험료와 동순위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중소기업은행,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소외 주식회사 와이이통상(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의 소유이던 부동산에 관하여 2001. 9. 7. 채권최고액을 2억 8,000만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고, 피고(국민연금관리공단,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2002. 9. 30. 소외 회사가 1998. 10.분 이래로 계속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른 압류등기를 마쳤다. 나. 원고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03타경5026호로 부동산임의경매신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위 법원은 임의경매절차를 진행하여 2004. 4. 30. 배당기일에 매각대금 등에서 집행비용을 공제한 실제 배당할 금액 99,422,952원 중 1순위로 교부권자인 피고에게 위 저당권 설정일 이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것으로서 소외 회사가 체납한 1998. 10.분부터 2001. 7.분(납부기한은 매 익월 10일)까지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28,203,590원을, 홍성군에게 805,180원을 각 배당하고, 2순위로 원고에 대하여 70,414,182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는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에 대한 위 배당액 중 1998. 10.분부터 2000. 5. 분까지의 체납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15,676,735원에 관하여 이의를 진술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대전지방법원 2005. 4. 14. 선고 2004나10051 판결)의 요지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2000. 7. 1.부터는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 등의 징수의 순위는 국세 및 지방세에는 우선하지 못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단서에 의하여 이미 납부기한이 도래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 우선하는 반면(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 참조), 위 시행일 이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는 위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에서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하고 있고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제58조에 의하면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을 뿐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는 두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조세채권,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보다는 후순위로, 일반채권보다는 우선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배당기일에 이의한 피고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15,676,735원의 납부기한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일 이후인 2001. 9. 7. 설정된 원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일자보다 앞서는 이상, 피고의 위 보험료 및 연체금 채권이 원고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대상판결(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24394 판결)의 요지 - 파기환송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제58조(이하 ‘구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을 뿐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는 두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법률 시행 당시에는 납부기한이 경과된 연금보험료라 하더라도 일반채권에는 우선하나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해석된다. 구법에 의한 연금보험료 등의 징수우선순위가 위 해석과 같고,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가 위 법 시행 당시 이미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일인 2000. 7. 1.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연금보험료 등은 저당권 등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그 저당권 등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이후에 설정된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연금보험료 등은 저당권 등의 등기, 등록일자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전인지, 후인지를 불문하고 저당권 등의 피담보채권보다 후순위에 선다.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1)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제13조 제1항, 구 국민연금법 제81조를 종합하면,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이하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를 편의상 ‘보험료’라고만 한다)가 납부기한 전에 설정된 저당권, 전세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하 ‘저당권, 전세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을 편의상 ‘저당권 등’이라고만 한다)에 대하여는 우선하지 못하나, 그 납부기한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과 기타 일반채권에 우선하게 됨은 의문이 없다. 예를 들면 납부기한이 2000. 8. 10.인 보험료는 2000. 9. 1.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으나, 설정일이 2000. 8. 1.인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후순위 권리자로 배당받아야 한다. (2)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는지에 대해서는,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58조 등이 위 각 법에 의하여 징수하여야 할 보험료 및 징수금의 순위에 관하여 국세 및 지방세의 다음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징수절차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실무상 저당권 등이 보험료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고(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Ⅱ 496쪽, 497쪽), 판례의 입장도 동일하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428판결). 따라서 납부기한이 2000. 4. 10.인 보험료는 2000. 3. 1. 설정된 저당권 등은 물론, 설정일이 2000. 5. 1.인 저당권 등에 대하여도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없다. (3) 문제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설정일이 2000. 7. 1. 이후인 저당권 등에 우선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은 “보험료 기타 국민연금법에 의한 징수금의 징수의 순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13조가 시행된 2000. 7. 1.부터는 그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에 대한 관계에서 그 납부기한이 저당권설정등기일자보다 앞서는 경우에는, 그 납부기한이 2000. 7. 1. 이전에 도래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이에 우선한다.”고 판시하였고(위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납부기한이 2000. 3. 10. - 6. 10.인 보험료가 2000. 10. 14.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은 위 2002나4263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위 2003다27481 판결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과 조화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편에는 이 부분에 관한 기재가 없어 실무례는 여전히 통일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 원심판결은 위 2003다27481 판결을 근거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설정일이 2000. 7. 1. 이후인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종전의 판결을 사실상 변경하였다. 나. 검토 (1) 원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의 내용에 의하면, 원심판결이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이후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 국민건강보험범 시행 전에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하였으나(의료보험법 제58조,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등),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2000. 7. 1.부터 보험료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지 후인지에 관계없이(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 중 밑줄 그은 부분 참조)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이를 편의상 ‘제1논거’라고 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은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관한 규정으로(원심판결 중 밑줄 그은 부분 참조) 이에 의하면, 보험료는 설정일이 2000. 7. 1. 전인 저당권 등에 대해서는 우선할 수 없다(이를 편의상 제2논거‘라고 한다). ? 따라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하지 못하나,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한다. (2) 원심판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이 시행될 경우 그 법이 시행일 이후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를 근거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보험료가 그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는 보험료의 징수순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시적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고, 동법 부칙 제1조는 동법의 시행일이 2000. 7. 1.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가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의 효력에 대하여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으로부터 곧바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종의 논리의 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법이 그 시행일 이전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경과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목적론적, 역사적 해석의 도움을 받아 문언의 흠결을 보충하여야 할 것인데,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은 바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의 효력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과규정에 해당한다. 원심판결이 제시한 ‘제1논거’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법률관계를 경과규정인 동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고려하지 않고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심판결의 ‘제2논거’는 무엇보다도 법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원심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3항이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는 저당권 등에 대한 기재가 전혀 없고 2000. 7. 1.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보험료의 징수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제2논거’와 같이 해석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이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3항과 관계없이 원심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것에 비추어 보면 위 ‘제2논거’는 원심판결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불가결의 근거라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와 동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분리하여 해석한 것으로 인한 일종의 논리적 부산물이라 할 것이다. (3)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부칙 제9조 제3항은 상호 연관 하에 해석되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하고(의료보험법 제58조,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등), ?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보험료는 그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며(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의료보험법 제58조가 적용되므로(동법 부칙 제9조 제3항)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에 대하여도 우선하지 못한다. (4) 이와 관련하여 원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이 어떠한 이유로 대상판결과 다른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 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이 위 부칙 제9조 제3항을 주장내용에 포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재판부도 그 존재를 간과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원심 재판과정에서는 원고가 위 부칙 제9조 제3항을 언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고의 청구원인은 대상판결의 내용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이와 같이 원심 재판과정에서는 위 부칙 제9조 제3항에 관한 당사자의 실질적인 공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결이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이 제3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위 2003다27481 판결과 같이 확립된 원칙이 존재하지 아니하던 영역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경우, 그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고, 법원공보에 수록되지도 않은 판결이라 하여도 하급심의 입장에서 그와 반대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추측에 불과하지만, 만약 위 2003다27481 판결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원심판결의 결론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5. 마치며 민법은 저당권 등에 대하여 설정일 이후의 담보권이나 일반 채권에 우선하여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개별법에서는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액임차보증금채권과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최종 3년간의 퇴직금채권은 저당권 등에 우선하고, 당해세는 소액임차보증금채권과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최종 3년간의 퇴직금채권에 대해서는 후순위이나 역시 저당권 등에 대해서는 우선한다. 이러한 특별규정은 경제적 약자인 소액임차인, 임금채권자의 보호, 조세징수의 편의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기는 하나 담보권의 본질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매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최선순위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거나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다액의 임금채권이나 조세채권의 존재로 인하여 신청채권자가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명백히 경매신청인에게 가혹하다 할 것이다. 의료보험법 제58조가 보험료의 징수순위는 조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에 의하면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종래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한다고 해석되어 왔던 것은 이와 같은 담보권자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역시 담보권의 효력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그 적용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담보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해석이 바람직하고, 그 규정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보험료가 담보권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을 둘러싼 실무상 혼란을 정리하고 보험료의 징수순위 및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2005. 12.경부터는 경매업무의 대부분이 사법보좌관에게 이전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그 전에 그에 관한 논란이 해소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2005-11-21
기소휴직자가 공소기각된 경우 봉급 차액 지급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 A는 의무부사관으로 임관된 이후 여러 군부대, 병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원사로서 1996. 6년경부터 1998. 12.경까지 국군창동병원에서 외래과 담당관으로 일하였고 2000. 11. 21. 뇌물공여혐의(이른바 병역비리)로 구속되어 같은 해 12. 8. 피고산하 국방부보통군사법원 2000고45호 뇌물공여사건(후에 2001고13호 뇌물공여사건이 병합됨, 이하 형사사건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2) 그러나 위 각 기소당시 각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였던 군의관 이○○과 성△△은 2001. 3. 28. 13:00경 열린 위 군사법원 제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진술함에 있어, 위 원고로부터 뇌물을 받은 바 없고 이와 다른 내용의 종전 진술은 모두 허위였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당시 공소유지검찰관 소외 이□□는 그 자리에서 원고 A에 대한 위 각 공소를 취소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위 원고에 대하여 검사의 공소취소를 이유로 한 위 형사사건의 공소기각결정을 고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원고는 당일 석방되고 자동복직되었다가 2001. 6. 30. 군인사법 제41조 제1호에 따라 전역하였다. 3) 원고 A는 구속이후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기소휴직되면서 봉급의 1/2를 수령하게 되었고 형사사건 종료 후에 전역이전인 2001. 5.경까지 지급이 유보된 임금 및 수당의 합계 금 6,880,270원을 청구하자 국방부는 원고 A가 무죄선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A는 급여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 1심, 항소심, 대법원 판결요지 1) 대법원은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은, ‘장교 · 준사관 및 하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를 제외한다)에는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제4항은 ‘…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한다. 다만, 제2항의 규정에 해당되어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휴직명령을 받아 봉급의 반액을 지급받은 자는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 그 차액을 소급하여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른 형사보상법은 단순히 무죄선고 뿐만 아니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그와 같은 재판을 할 만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의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때에는 국가에 대하여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형사보상법 제25조 참조)하여 그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 헌법상 인정되는 인간의 존엄권 및 기본적 인권 보장, 평등권, 무죄 추정의 법리 등 헌법이념에 비추어 보면, 위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한계내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판시하였다. 2) 제1심(서울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2가단256464판결)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4. 4. 14. 선고 2003나61452판결)도 대법원과 같이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기소휴직제 1. 의의 기소휴직이란 임용권자가 장교·준사관·부사관에 대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일정한 기간 동안 휴직을 명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48조). 공법상 휴직제도는 일정기간 동안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본인의 신청 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직무수행의무만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공무원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신분보장제도의 일종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10면) 휴직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직무에는 종사하지 않는 점에서 직위해제 · 정직처분과 같으나 본인의 원에 의하여 휴직할 수도 있고 제재적인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위해제와 구별되고 징계처분과 휴직은 그 목적 및 성격이 다를 뿐만아니라 징계사유가 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휴직과 징계와는 구별된다. 특히 정직처분은 징계처분의 일종으로 징계절차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2. 제도의 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휴직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한편 피고인인 군인에게도 공무담당의 의무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소송당사자로서 공판과정에서 변론준비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군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2조의2,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2에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직위해제 사유로,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서는 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기소휴직제도의 취지·목적은 일반적으로 기소된 직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의해 직무의 수행, 직장규율내지 질서유지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나아가서 관직 전체의 신용을 추락시킬 우려가 있고, 또한 기소된 직원은 원칙적으로 공판기일에 출두할 의무를 지는 등으로 공무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소되어 장차 실직할지도 모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자를 계속 직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공무의 능률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직원을 그 신분을 보유시키면서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시키지 않는 것으로 하여, 이로 인해 직장규율내지 질서를 유지하고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나아가서는 관직 전체의 신용을 보지(保持)하고, 더욱이 공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東京高 昭45.4.27.判, 行裁集 21권4호 741면), 3. 요건 및 효과 1) 휴직권자는 임용권자가 되며, 휴직기준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소휴직의 요건으로는「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으로 족하고, 범죄의 성부나 신체의 구속 유무를 묻지 않는다(東京地 昭32.10.4.判, 行裁集 8권10호 1858면). 다만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휴직기간은「당해 사건의 계속기간」동안이다. 2) 휴직중인 군인은 직무에 종사하지는 않으나 군인신분은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군인의 의무 중 그 신분상 당연히 지게 되는 의무(비밀엄수 · 품위유지등)는 부담하게 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무상 의무(직장이탈금지 등)는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하고, 다만,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Ⅲ. 판결의 쟁점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형식상 무죄뿐만아니라 내용상의 무죄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그 동안 국방부 실무는 공소기각과 면소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지 않았다(국법무810-98(1972. 2. 5)).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은 인사관계법령에서 정한 유 · 무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고 있었다. 본 사안에 있어서 원고는 처음부터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고, 군의관들의 허위 진술, 또한 원고와 군의관들 사이의 금품수수내역을 입증할 만한 다른 정황증거는 없었던 사실 등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검찰관의 공소취소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군인사법은 휴직된 자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휴직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회복시켜주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을 받은 경우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었다(졸고, 군인사법상의 기소휴직제, 저스티스(통권 제79호), 2004/6. 146면). Ⅳ.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군인의 권익보호에 크게 기여한 판결로 보여진다. 이 판결은 개인의 권익에 관계된 조문에 있어서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합헌적 법률해석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다. 행정실무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문의 규정이 없이 내용상 무죄재판까지 확대 해석하여 봉급의 차액을 지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가 가나, 위 판결은 앞으로 행정해석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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