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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옥외집회 금지규정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소고
Ⅰ. 서설 헌법재판소는 2014년 3월27일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10조 본문 부분과 이에 위반하여 시위에 참가한 자를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3호 부분은 각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9년 야간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 경찰관서장이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10조(이하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바 있다. Ⅱ. 결정 이유의 요지 가. 다수의견 집시법 제10조 법률조항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는데, 시위 주최자나 참가자의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방법은 여러 방향에서 검토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전부 적용을 중지할 경우,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 전부가 시간대와 관계없이 주간 옥외집회나 시위와 마찬가지로 규율됨에 따라,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높아 일반 옥외집회나 시위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법체계 내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한 규율의 측면에서 볼 때,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부분의 경우에는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한하여 위헌 결정을 한다. 나아가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전부위헌 의견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심판대상 조항에 위헌적 부분과 합헌적 부분이 공존하고, 헌법재판소가 야간시위 중 위헌적인 부분을 직접 특정하는 것이 적정하지 아니하므로 야간 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 및 일반 국민의 사생활 평온을 조화시키는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을 입법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재가 스스로 일정 시간대를 기준으로 하여 법률조항의 위헌 부분과 합헌 부분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제약으로 권력분립원칙을 침해할 수 있으며,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에 반할 우려가 있다. 결국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적인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특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대상 법률조항에 대하여 전부위헌 결정을 하여야 한다. Ⅲ. 판례 평석 1. 합헌적 법률해석의 문제점 대상사건에서 헌재가 선고한 한정위헌 결정은 이른바 합헌적 법률해석을 적용한 것인데, 합헌적 법률해석이란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는 법률해석기술을 뜻한다. 그 근거로는 첫째 헌법의 최고법규성에서 나오는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일성의 원칙'이 있고, 둘째 권력분립 정신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의회의 입법기능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권력분립 정신(입법권의 존중)'이 있다. 그리고 합헌적 법률해석에도 한계가 있다. 먼저, 어의적(문의적) 한계가 있는데, 이는 헌법의 정신에 맞는 합헌적 해석은 법조문의 말뜻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법목적적 한계가 있는데 입법의 목적과 완전히 다른 것의 추구는 법률해석이 아닌 입법기능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은 본래의 입법의 목적이나 내용을 다소 제한하거나 보충하는 것이어야지 본래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헌법수용적 한계가 있는데, 이는 합헌적 법률해석은 헌법의 규범내용이 왜곡·의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으로 법률의 합헌적 해석이 헌법의 합법률적 해석(법률합치적 헌법해석)으로 전도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이다. 2. 합헌적 법률해석의 본래적 취지에 반하는 헌재의 월권적 결정 합헌적 법률해석의 근거 중 하나로 '법률의 합헌성추정 원칙'이 있다. 그런데 정신적 자유 우월론에 기초하여 정신적 기본권을 규제하는 법령에 대해서는 경제적 기본권을 규제하는 법령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합헌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 기준의 하나가 '합헌성 추정배제 원칙'이 있다. 이렇게 보면 합헌적 법률해석은 정신적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적극적으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금번 헌재의 야간옥외 집회금지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은 그와 정반대로 간 느낌이다. 즉 헌재가 지나친 사법적극주의에 치우쳐 권력분립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수의견처럼, 현행 집시법 제10조는 장차 개정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헌재는 단순 위헌결정을 한 뒤 구체적인 개정작업은 입법부에 맡기야 하였음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헌재는 (대)법원이 그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지금껏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는 한정위헌 결정을 사용하여 '밤 12시 이후에는 시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월권적 결정을 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껏 헌재가 권력분립 관점에서 해 온 한정위헌 결정은 법조문이 불명확해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있고, 그런 해석이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에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대상 결정은 무늬만 한정위헌 결정이지 기존에 내려 온 다른 한정위헌 결정들과는 그 배경이 다르다. '해가 진 후에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의 집시법 제10조 규정은 누가 봐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헌재가 밤 12시를 집회 시위 금지 시간으로 선언한 것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문의적, 법목적적 한계를 유월한 것으로서 사실상 법 조항 자체를 변경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다. 3. 합헌적 법률해석권을 둘러싼 법원과 헌재의 충돌 현재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대상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와 무관하게 관행대로 야간옥외 집회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물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이 2009년도에 선고된 헌법불합치결정의 입법시한 경과로 집시법 10조가 실효되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예는 있다. - 2008도10960 판결) 최근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 개정의견에는 아울러 헌법불합치, 한정합헌, 한정위헌 등 변형결정의 법적 근거와 그 기속력을 명시하도록 하였다. 헌재가 해묵은 논쟁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연히 대법원은 재판소원금지와 헌재의 한정합헌과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헌재가 국회에 제출한 의견처럼 법원의 재판 모두를 포함시키는 방안은 기본권보장에 충실하고 헌법소원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임이 분명하지만, 남소문제와 재판이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대법원의 상급심이 됨으로써 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의 합리적 기능배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국회에서의 법 개정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 대안의 제시 그럼에도 길은 남아있다. 국회가 직권으로 집시법을 개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의 현행 집시법 제10조에 대한 개정안을 소개(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10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제한시간) 일출시간전, 일몰시간 후에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주최자는 평화적인 집회 및 시위의 질서유지를 위해 질서유지인을 두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우리 헌법이 주, 야간을 불문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이상, 야간 옥외집회라 하여 금지를 원칙으로 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만,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야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도 사전금지로 발전해서는 안 되며, 집회 및 시위 개최 후에 집회가 현실적으로 공공의 질서나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보충적으로 제한 또는 해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에 따라 집회 주최자에게는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 평화적 질서유지 의무가 부여되고, 경찰 등은 평화적 집회를 위해 협력할 보조적 조력자로 역할을 다해야 하며 두 당사자 모두 그 위반 시 사후 행정벌이나 형사처벌로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야간 옥외집회나 시위가 사전허가제로 언제든 운용될 수 있는 현행 집시법 제10조 등 관련 조항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2014-04-21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관련한 국제재판관할
본 판례평석은 2012. 11. 14. 한국국제사법학회 연차학술대회(제1회 ILA/한국국제사법학회 공동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 청구원인의 개요 및 판결의 요지 1. 청구원인의 개요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 후 일본 기업에서 강제노동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원고가 되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하여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 (4)임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국내 법원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미지급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관한 판결이다 2. 국제재판관할과 관련한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청구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는데, 그 이유로서 ①피고가 과거에 부산에 연락사무소를 두었던 점, ②피고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점, ③증거가 대한민국에 있고, 사안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 및 정치적 변동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④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미지급임금 지급청구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II. 외국법인의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의 문제 1.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에 대한 비판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에서는 외국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있는 이들의 사무소·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따라서 보통재판적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판례는 외국법인의 영업소가 한국에 있으면 당해 사건이 그 영업소와 관련이 없더라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외국법인의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을 과잉관할(exorbitant jurisdiction)로 보는 것이 우리의 다수견해이다. 다수견해에서 영업소 소재지 보통재판적을 과잉관할로 보는 주된 이유는 첫째 피고가 그 국가에 영업소를 갖고 있거나 상업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분쟁이 피고의 영업소 또는 상업적 행위와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둘째 민사소송법 제5조 제2항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국내 법원 중 어느 법원이 관할을 갖는가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마련한 1999년 「민사 및 상사사건에 관한 외국판결과 관할에 관한 예비초안」제9조 및 「민사 및 상사사건의 판결의 승인과 집행 및 재판관할에 관한 유럽연합 규칙」제5조 제5호에서는 영업소 소재지 관할을 당해 영업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쟁에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민사소송법 제12조의 영업소 소재지 특별재판적과 동일하다. 2. 외국법인 영업소 소재지의 중요성 필자도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다수설에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대상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제사법 제2조에서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의 원칙으로 분쟁 또는 당사자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질적 관련성은 매우 추상적 규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웠고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동조 제2항에서는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의 유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재판관할규칙 = 토지관할규정」은 아니다(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 박영사, 2012, 76면). 대상판결은 피고의 영업소가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지 및 증거와의 관계, 역사적 사실과 분쟁 간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외국법인의 영업소가 소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지만, 대한민국에 영업소가 있다면 분쟁이 그 영업소와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영업소가 없는 경우보다는 손쉽게 소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피고는 소송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소송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영업소가 소재한다는 사실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을 위한 고려이익 중 피고가 손쉽게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 이익에 해당하고, 동시에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이 된다. 따라서 영업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제재판관할 결정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피고의 영업소가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국제재판관할 결정을 위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III. 불법행위청구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1. 소송물이론과 국제재판관할 불법행위 특별재판적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18조는 불법행위에 관한 소를 불법행위지 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뒤 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증거수집이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별재판적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서도 적용 또는 유추적용 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피고의 불법행위는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으로서 행위의 연속성은 있지만 시간과 장소가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일련이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함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가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소송물에 관한 구실체법설에 따르면 원고의 불법행위 주장은 각 행위마다 시간과 장소를 분리할 수 있으므로 별개의 소송물로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별개의 소송물로 보고서 불법행위 특별재판적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원고의 청구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불법행위는 강제연행에 한정될 것이고, 다른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해야 한다. 2. 토지관할규정으로부터의 해방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사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르면 토지관할이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실질적 관련성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토지관할은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이 소송물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피고의 행위를 일련의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하나의 불법행위로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불법행위를 강제연행 이외의 불법행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방법으로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꾀한 점에서 민사소송의 원칙인 소송의 신속 및 경제에 합당한 결론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내토지관할규정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사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소로 제시한 점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토지관할 위주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바, 향후 올바른 지표를 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IV. 소의 객관적 병합에서의 관련재판적과 국제재판관할 1. 관련 논의 대상판결에서는 병합된 청구 상호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그 중 하나의 청구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면 다른 청구에 대하여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민사소송법 제25조의 관련재판적을 국제재판관할에서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국내에서 논의가 많지 않지만, 청구 상호간에 기초되는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견련관계를 가질 경우에 법정지 법원이 어느 한 청구에 대하여 관할권을 갖는다면 다른 청구에 대해서도 관할을 인정해도 무방하다는 견해가 있다(한충수, '국제사법의 탄생과 국제재판관할', 법조 536호(2001), 63-64면). 그리고 비록 하급심판결이지만 인천지법 2003. 7. 24. 선고 2003가합1768 판결에서는 청구의 객관적 병합에서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한 관련재판적의 요건에 대하여 상세히 설시하고 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객관적 관련성'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실관계나 쟁점이 동일하거나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는 포함된다고 보인다. 하지만 원고가 주장한 불법행위들인 (1)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2)원자폭탄 투하 후 구호조치의 불이행, (3)안전한 귀국조치 의무 위반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련의 연속된 불법행위로 보아서 하나의 소송물로 취급하면서 미지급임금을 이와 별개의 소송물로 본 점은 찬성하기 어렵다. 일련의 연속된 불법행위와 임금미지급은 연속된 행위 중에서 발생하였고, 이러한 행위들이 피고의 연속된 불법행위 속에 매몰되어 역사적 및 정치적으로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미지급임금 지급청구는 비록 근로계약을 근거로 하여 청구권원을 달리하지만 실질적으로 피고의 일련의 불법행위 과정 중에 발생하여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다른 불법행위와 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 덧붙여 대상판결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사건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한민국에 주요 증거가 있으며, 원고들로서는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구제받을 이익이 있다는 점 및 판결 상호 간의 모순저촉을 피할 정책적 필요성 등 개인적 이익과 공익적 이익을 비교형량을 할 때에도 대상판결의 청구를 하나의 소송물로 처리하여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V. 끝내며 대상판결이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있어서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규정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결정요소를 제시하였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제재판관할에서 소송물의 구분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과 소송물의 구분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는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2013-01-07
경찰의 CIMS를 통한 피의자 정보관리는 법률유보원칙에 합치
Ⅰ. 사실관계 1. 원고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피의사실로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 경찰은 원고들에 관한 사건번호, 수사단서, 접수(송치)죄명, 종결일자 등과 피의자신문조서 등 정보를 '경찰 범죄정보관리시스템'(Crim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CIMS'라 한다)에 입력하여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5월 1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CIMS에 입력되어 있던 각종 정보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justice Service, 이하 'KICS'라 한다)으로 이관되었다. 3. 원고들은 2010년 6월경 경찰청장에 대해 CIMS 또는 KICS에 들어 있는 사건관련 정보의 삭제를 청구하였고, 경찰청장은 원고들이 청구한 대로 정보를 삭제하였다고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4. 원고들은 2010년 8월경 피고(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개인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정보를 삭제한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각 1,100만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가단315870 판결)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되며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누설하였거나 목적 외에 사용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2. 30. 선고 2011나40198 판결)은 제1심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 이유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하여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제5조,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 제9조 등의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보관·이용 행위와 그 삭제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재수사를 대비하여 기초자료를 보존하여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는 한편,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확인하여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찰관이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이용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은 CIMS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등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설시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2. 구체적 검토 (1) CIMS의 개요 CIMS는 일선 경찰서의 담당자가 사건접수 단계부터 검찰송치 단계까지 시스템에 입력하여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단계별 처리과정에서 입력된 자료를 기초로 범죄수사와 다양한 통계 산출에 활용하기 위한 전자적 관리체계로서 CIMS에 입력되는 정보는 사건정보(발생일시, 장소 등)와 대상자정보(사건관련자 인적사항)이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라는 단행법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KICS와 달리 CIMS는 경찰내부지침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는바, 2010. 5. 1.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되어 KICS가 운영됨에 따라 CIMS에 있던 정보는 KICS로 이관되었다. (2)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의 존부에 관한 학설 대립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가 경찰작용의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 일반적(개괄적) 수권조항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긍정설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6호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하는 견해, 같은 법 제5조 제1항 '기타 위험한 사태'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 제5조 제1항 제3호를 유추해석하여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를 개괄수권조항으로 인정하되 제5조를 제2개괄수권조항, 제6조를 제3개괄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부정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법상 일반규범이므로 경찰권 발동의 근거가 아니라고 보고, 입법필요설은 개괄조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권한규정이 아니므로 입법을 통해 일반적 수권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청원경찰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청원경찰의 직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경찰관의 직무에 비추어 허가 없이 창고를 주택으로 개축하는 행위를 청원경찰이 단속하는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이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소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도2448 판결). (4) 헌법재판소 결정례 경찰이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 헌재 2005. 5. 26. 99헌마513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0조 제2항 제6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밖에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도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막아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문제된 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결정에서 경찰권 발동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문제되었다. 이 부분 견해를 표명한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2대2로 팽팽하다. 2009헌마406 결정의 보충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은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의 임무,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항들로서 이들 조항을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009헌마406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박한철)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일반시민의 공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행위를 제한한 것으로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그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로 복잡다기하고 변화 많은 현대사회에서 빠짐없이 개별적 수권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며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경찰권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 일반적 수권조항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점, 일반적 수권조항은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경찰권 발동에 관한 조리상 원칙이 발달되어 있어 남용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5) 결론 긍정설이 타당하다. 대상 판결은 경찰법 제3조도 법적 근거로 보았으나, 경찰법이 국가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인 점, 경찰의 직무와 권한을 구분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 점(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조직법인 경찰법이 제정된 1991년 이전인 1981년 신설된 조항인 점 등에 비추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독일의 경우 임무규범으로부터 권한규범을 도출하는 전통이 있었고 크로이쯔베르크 사건에서 그 입장이 확인되었다.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도입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나, 현행법 해석상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한 경찰권 발동은 보충적·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일반적 수권조항의 불확정 개념은 학설·판례로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찰권 발동과 시민적 법치주의의 절충점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2012-11-08
법인이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가 정하고 있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법인인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법률신문 8월27일자 5면 보도). 다만 위헌법률심판제청법원(이하 '위헌제청법원')이 위헌사유로 든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으나, 이 글에서는 논의를 한정하여 법인에게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인이 이러한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유지 내지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하여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법인의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보았다. 3. 평석 가. 법인이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위헌제청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행정청이 권력작용을 통해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신념에 반하여 자기의 행위가 심의규정 위반행위가 된다는 윤리적 판단을 형성·강요하여 사과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의 왜곡·굴절이며 이중인격 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함을 위헌제청이유로 들고 있다. 위헌제청법원은 법인에게도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전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이 기본권의 성질상 허용되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양심의 자유는 성질상 법인에게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법인은 공공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정한 회사 정책을 가질 수는 있어도 자연인이 아니어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양심을 향유할 수도 양심의 자유를 누릴 수도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방송사업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위헌제청이유를 명시적으로 소개하면서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방송사업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법인에 대한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인지,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언론사의 양심의 자유와는 관련성이 적은 문제라고 보아서 양심의 자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문제된 1991. 4. 1. 선고 89헌마160 결정에서, 사죄광고의 강제는 양심도 아닌 것이 양심인 것처럼 표현할 것의 강제로 인간양심의 왜곡·굴절이고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형성의 강요인 것으로서 침묵의 자유의 파생인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의 제약이며, 법인의 경우라면 그 대표자에게 양심표명의 강제를 요구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여 사죄광고의 위헌성을 매우 강조한 것과 비교하여 보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법인에 대하여는 양심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하여 본다. 참고로 필자는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의 소관청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대리하여, 법인은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나. 법인이 헌법상의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인격권이란 일반적으로 권리주체와 분리될 수 없는 인격적 이익, 즉 생명, 신체, 건강, 명예, 정조, 성명, 초상 등의 향유를 내용으로 하는 권리를 말한다고 한다(권영성, 헌법학원론, 2009, 449면 등). 우리 헌법은 법인 내지 단체의 기본권 향유능력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자연인에게 적용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법인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에 한하여 법인에게 적용되는 것이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따라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혼인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자연인인 사람을 전제로 하는 기본권이나 사람의 감성과 관련한 기본권과 같이 자연인으로서 누리는 기본권은 기본권의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없다.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재산권, 언론·출판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등 자연인인 사람을 전제로 하지 않거나, 사람의 감성과 무관한 기본권만이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인격권을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기본권이라고 보아왔다(헌재 1999. 5. 27. 97헌마137; 헌재 2002. 7. 18. 2000헌마327;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등 다수). 그런데 법인은 감성을 가진 자연인이 아니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가 아니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가진다는 것은 논리 모순이다. 물론 법인에게도 인격권 유사의 권리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 사건 결정 또한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김종대 헌법재판관은, "법인은 결사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법률에 의해 비로소 창설된 법인격의 주체여서 관념상 결사의 자유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할 수 없고, 그 행동영역도 법률에 의해 형성될 뿐이므로, 자연인처럼 감성에 바탕을 둔 기본권영역은 상정할 수 없거니와 상정할 필요도 없다. …… 법인은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을 누릴 수는 없지만, 법률에 의하여 법인에게 인격권 유사의 내용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법인은 법률적 수준의 인격권적 권리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고 하여 다수의견에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법인의 명예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에서 직접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권리로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2-09-24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주요 요지 및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결정이유의 요지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1)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해설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법령조항들 중 법률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 한정되고 있어서, 동법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이유의 대부분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와 그 운영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도 이번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012-09-03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의 매도청구권행사
1. 사건의 개요 서울시는 2008. 3. 6. 서울특별시 고시 2008-58호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동 633-31일대 4만3303㎡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하였고, '인덕마을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 사건 정비구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 노원구청장으로부터 2008. 8. 8. 설립인가를 받아 2008. 8. 27. 설립등기를 마친 정비사업조합이다. 청구인들은 정비구역 내에 아래와 같이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로서 이 사건 재건축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청구인들을 상대로 매도청구를 하게 되면 청구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토지 및 건축물을 시가로 매도하여야 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들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8. 9. 12.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문제의 소재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바, 법률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은 헌법이 요구하는 공공필요가 있어야 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공공필요, 재산권 수용, 정당한 보상 등은 공익사업법이 준용되는 재개발과정에서의 토지수용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개념적 징표인지, 아니면 이를 확대하여 주택법상 주택건설사업 및 도시정비법상 주택 재건축사업에서의 토지 취득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매도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되어 위 매도청구제도가 헌법상 근거있는 제도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즉, 현행 도시정비법 등은 주택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시행구역내에 소재하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법으로는 각 강제수용방식과 매도청구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위 토지취득방식 중 매도청구방식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자의 권리로서 강제성을 수반하는 점에서는 사실상 강제수용과 유사한 것임에도 민사소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와 같이 민사소송을 취하면서도 매도청구로 말미암아 강제로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도청구 행사의 상대방은 행복추구권,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주거의 자유 등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매도청구제도가 헌법이 정한 위와 같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헌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3. 헌재 결정례 요지 과거 헌법재판소는 과거 집합건물법 규정 매도청구권제도와 관련하여 '건물의 노후화로 인하여 그 건물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게 되는 경우에는 재건축을 찬성하는 구분소유자와 반대하는 구분소유자들 간의 권리관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건물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건축을 원하는 다수의 구분소유자들의 권리보호와 사회·경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며 재건축 제도가 재건축을 원하지 않는 구분소유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이 기본권 제한의 원리로서 제한하고 있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위헌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9.9.16. 선고 97헌바73 결정) 그 후 헌법재판소 대상 결정인인 2008헌마57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위헌확인】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주택재건축사업시행자에게 매도청구권을 인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노후·불량주택을 재건축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수단도 적절하다. 그리고 매도청구권은 통상의 재개발절차에서의 수용제도보다는 조금 완화된 제도라고 볼 수 있고, 그 매도청구권 행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며, 재산권을 보다 덜 침해하는 다른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며, 침해받는 재건축 불참자의 사익은 위와 같은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 참고로, 헌재는 2009.11.26. 선고 2008헌바133 결정 【주택법 제18조의2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민간 건설업자에게 매도청구권을 부여한 주택법 제18조의2 조항이 개인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위 판시 내용과 거의 동일한 취지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4. 위 헌재 결정에 대한 검토 도시정비법상의 매도청구권의 경우, 토지 또는 건물만을 소유하여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들의 반대가 있는 경우 이들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하는 것도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까지 모두 매도청구를 인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경우는 침해되는 사익이 이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아 그 위헌성 시비가 꾸준히 있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매도청구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여 왔는데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합헌 판단을 함에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논증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최근에는 대상 결정과 같이 합헌성 판단을 함에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도청구제도는 해당 토지소유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변동, 박탈시킬 수 있는 수용적 성질이 있다. 이 경우 토지의 매도대금에 대해서는 헌법상 정당보상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민간사업주체가 보유하는 매도청구권이 헌법 제23조 제3항에 근거한다고 의제하려면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 등이 공공필요의 범위에 해당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즉, 주택건설사업은 헌법상 공공필요에 해당되어 이는 민간사업주체에 대한 매도청구권의 허용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위헌의견에 의하면, 비록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소위 알박기라 불리는 투기세력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필요이상으로 인정할 우려가 크므로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한다. 즉 민간사업주체의 주택건설(재건축)사업은 헌법상 공공필요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매도청구권의 헌법적 허용근거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생각건대, 민간사업주체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비록 사기업체의 이익 독식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법과 도시정비법이 추구하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안정 확보라는 입법목적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처럼 헌법상 공공필요의 범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매도청구권 제도가 형성권의 성질을 가지면서 미동의 토지소유자의 토지를 사실상 강제 수용하는 등으로 인하여 그들의 토지 재산권에 침해를 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주택법상 주택건설사업과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 사업은 공익성이 보다 강화되어 있는 점, 사실상 재건축사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에서는 공용수용 등에 의한 강제적 토지소유권 취득방법이 인정되고 있는 점, 도시정비법이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도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인정한 취지는 토지등 소유자의 반대에 따른 (재)건축이 지연되는 것(이른바 알박기)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업시행을 통해 국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매도청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헌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동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도시정비법과 주택법 등에서 인정되고 있는 매도청구는 사인의 재산권을 본인 의사에 반하여 박탈한 채 환가보상만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근본취지인 존속보장에 위배될 여지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매도청구제도를 재개발사업에서의 공용수용제도로 동일하게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2012-06-04
제2차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의 범위
1. 대상판결의 요지 현행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혼자 권리를 행사하는 주식의 비율이 과반수 미만이더라도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권리를 행사하는 주식의 비율이 과반수라면 이들 특수관계인 모두가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규정하는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5두8498, 대법원 2008.1.10. 선고 2006두1910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두18386).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이 합헌이라 판단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바42·49). 2. 법률의 개정경과와 헌법재판소의 이전 결정들 1993. 12. 31, 법률 제4672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은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제2차납세의무의 취지상 주식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를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즉 법인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과점주주로서의 요건 즉 당해 법인의 발행주식총액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하여 위헌이라 판단하였다(1997.6.26. 93헌바49, 94헌바38·41, 95헌바64 결정). 1993. 12. 31, 법률 제4672호로 개정된 법률은 과점주주 중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하는 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자'라도 '당해 법인의 발행주식총액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가 아닌 과점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 하여 전의 결정을 재확인하였다(1998.5.28. 97헌가13 결정).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행법은 과점주주 중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3. 현행법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과 문제점 헌재결정취지와 개정법률의 문리해석에 의하면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 1인만이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대법원은 여전히 과점주주 전체가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된다고 해석한다. 대법원은 혼자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주식의 비율이 과반수에 미달되어도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면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되며(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5두8498)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주주 1인이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 한다(대법원 2008.1.10. 선고 2006두1910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두18386). 대법원은 난데없이 법문에 전혀 나타나 있지도 않은 '더불어'를 가져와 제2차납세의무자의 범위를 과점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법문에 반하는 해석이다. 2호 가목 어디에도 남과 더불어 과반수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라 적혀 있지 않다. 주식회사제도는 남과 더불어 회사를 소유하는 방법이다. 회사를 남과 더불어 소유하는 수단이 주주권이다. 그러나 주주권 자체는 자기 혼자 행사하는 것이지 남과 더불어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행사하는 주주권을 대상으로 더불어 주주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판별하라는 대법원의 기준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다. 주주권으로 소유비율 즉 지배비율을 나누었는데, 다시 너 주주권 행사할 때 내 주주권 조금 반영해주고 내 주주권 행사할 때 너 주주권 조금 반영해줄게 하는 식의 주주권을 더불어 행사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어떤 과점주주의 의견에 다른 과점주주가 동의하더라도 그것은 그와 더불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대법원은 주식에 관한 권리의 실질적 행사는 반드시 현실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실적이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원래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더불어' 기준은 주주권의 구체적 행사 모습이라기보다는 주주간의 관계를 의미하는데 불과하게 된다. 그런데 과점주주들은 개념상 특수관계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판결에서 특별한 검토 없이 과점주주들이 주주권을 더불어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의 '더불어' 기준에 의하면 모든 과점주주들이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될 것이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 판단한 구법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4. 대법원의 해석을 합헌이라 판단한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바42·49의 문제점 헌재는 이 결정에서 과거의 결정과 달리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보는 대법원의 해석이 위헌이 아니라 판단하고 있다. 헌재의 논거는 단순하다. 현행법을 문언 그대로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 1인만을 제2차납세의무자로 보는 경우, 소규모의 폐쇄적인 비상장법인에서 과반수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며 그 주주권을 행사하는 1인이 없으면 그 누구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서는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법률이 제2차납세의무자를 규정하면 그 법률에 의해서는 어떤 경우에나 제2차납세의무 해당자가 나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일반적인 해석으로 제2차납세의무 해당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법률조항에 없는 문구까지 집어넣어서 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소규모 폐쇄적인 비상장법인에서도 이 법률조항에 의해 제2차납세의무자가 반드시 발생하도록 하고 싶다면 법률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지 헌재가 이게 문제야 하면서 없는 문구를 끌어넣어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헌재가 걱정하지 않아도 나목 다목에 의해서 소규모의 폐쇄적인 비상장법인에서도 제2차납세의무자가 발생하게 된다. 대법원은 주식의 소유 자체를 곧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라 보고 특수관계인 과점주주들이 더불어 과반수의 주주권을 소유 즉 행사하므로 과점주주 전체가 제2차납세의무자로 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이 해석은 헌재가 위헌결정한 구법의 내용과 동일하다. 그런데 헌재는 구법을 위헌결정한 헌재의 선결정과 이번 결정 사이의 모순을 변명하기 위해 조세평등주의 위배 검토부분에서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는 소유 이외에 의결권 행사의 모습, 과점주주 사이의 협력 또는 대립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규정은 헌재가 과세요건의 명확성 검토 시에 주식에 관한 권리의 실질적 행사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인용한 후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이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내용이 명확하다고 결론짓는 부분과 모순된다. 헌재는 하나의 결정문 내에서 동시에 두 개의 다른 법해석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소유와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가 다르다는 것이 헌재의 진정한 의도라면 그와 달리 해석한 대법원의 해석에 대해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했어야 한다. 실제 조대현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대법원이 '실질적 행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으로 해석하였다고 하여 한정위헌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에 대한 개념규정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대법원이 과반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더불어'라는 완화요건을 추가하여 다른 사람의 주주권까지 고려한 것이 위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쟁점이다. 헌재는 핵심쟁점에 대해선 법이 있으면 해당자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황당한 논리로 대충 지나가고, 이번 결정과 구결정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변명하다가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에 대해 모순되는 이중의 개념규정을 하고 있다. 5. 결 국민에 의무를 부과하는 세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법률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과세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과반수의 주주권을 판단함에 있어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더불어'라는 완화요건을 부가할 수는 없다. 특히 법률의 개정경과를 보면 도저히 어떤 근거로도 '더불어'라는 완화요건을 추가할 수는 없다.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과반수의 주주권을 소유하는 주주가 과점주주인데 과점주주 모두에게 제2차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구법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과점주주 중에서 과반수의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만을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였는데,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다시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해석하는 것은 황당무계하다. 제2차납세의무는 주주의 유한책임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회사자산의 유출가능성이 매우 커서 채권자취소권 등을 통해서는 국세징수의 효율이 저해될 수 있는 경우에 효과적인 징수방법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므로, 모든 자산 유출가능성에 제2차납세의무가 출동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의 지배나 경영과는 사실상 무관한 특수관계인들을 획일적으로 제2차납세의무자로 지정하는 것은 가혹하며, 징세의 효율성은 도모할 수 있을지라도 이들에 대한 국가의 재산권보호의무를 위배하는 것이 된다. 헌재가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한 구법을 위헌이라 결정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법기능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분할되어 있는 경우 장점은 한 기관의 실수를 다른 기관이 보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헌재가 대법원의 실수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대법원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있다. 한정위헌이라는 껄끄러운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짓밟고 의회가 만든 법률을 왜곡하고 있다. 이는 양 기관에 의한 사법날강도행위라 볼 수 있다. 기관의 자존심 또는 기관간 원활한 관계라는 사사롭고 하찮은 것에 눈이 멀어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있다. 다음 사건에서는 대법원과 헌재가 과감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길 기대한다. 국세청은 대법원과 헌재의 황당한 논리에 기대어 위법한 과세를 하는 것을 중단하여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11-11-03
약관규제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가
Ⅰ. 사안의 개요 ⑴ 원고는 전자제품의 도소매 등을 영위하는 한국회사, 피고1은 반도체제품의 제조·판매 등을 영위하는 캐나다 회사이며 다른 피고들은 피고1의 자회사들이다. ⑵ 원고는 2003. 8. 1. 피고들과간에 온타리오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배급·판매대리계약을 체결했다("이 사건 계약"). 위 계약상 원고는 한국내에서 주문을 받아 피고들 제품판매를 대리하고 피고들 제품을 구매하여 한국내에서 배급할 수 있는 비독점적 권한을 가진다. ⑶ 제21조에 따르면 일방당사자는 편의상 언제든지 60일 전 사전 통보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시 어떤 당사자도 상대방의 손해에 대해 책임이 없다. 피고들은 2007. 3. 원고에게 제21조에 따라 통지일로부터 60일 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⑷ 원고는 피고들의 부당계약파기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은 약관인 바 피고1은 해지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제21조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상 계약내용으로 편입될 수 없고 또한 제21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들의 계약해지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31323 판결 요지 첫째, 원심법원은 위 계약이 약관이라고 보았으나 그 준거법은 온타리오주법이고, 우리 국제사법(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목적을 볼 때, 약관규제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동법은 위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피고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하였다거나, 위 계약에 온타리오주법이 적용됨으로써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첫째,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함으로써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근거가 없어 준거법약정은 유효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둘째, 국제사법 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 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약관은 국제거래에서도 널리 이용되므로 법률가들은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약관의 경우 ① 준거법지정이 유효한지, ② 그렇다면 준거법이 외국법이어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항상 의문을 가진다. 이를 해소하고자 필자는 2003년 한국국제사법학회지에 "國際去來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적용"이라는 글을 썼다. 당시 이 쟁점을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 대상판결은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라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실무상 및 이론상 큰 의미가 있는 쟁점을 소홀히 취급한 탓에 뒷맛은 씁쓸하다(대상판결이 공보에 공간된 것은 다행이다). 이는 국제사법의 중요성에 대한 대법원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대상판결 직후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은 대상판결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하 첫째, 약관에 의한 준거법지정의 유효요건과, 둘째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셋째 9월 판결의 취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약관규제법의 행정적 규제를 언급한다. 2. 약관에 의한 준거법 지정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되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필자는 이를 원용하여 준거법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원심판결은 이 법리를 따른 것이고 대상판결도 그 결론을 수용하였다. 3.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 약관에 의한 계약 준거법이 외국법인 데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려면 동법이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국내적 강행규정일 뿐 아니라, 준거법이 외국법이더라도 그 적용이 관철되는 국제적 강행규정이어야 한다.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자면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어야 하나 동법상 이를 간취할 수 없다. 특히 국제사법(제27조)이 소비자계약의 경우에도 준거법합의를 인정하면서 소비자 상거소지법의 보호를 관철하는 데 그치므로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는 것은 균형에 반한다. 가사 이를 긍정하더라도 약관이 사용되는 모든 국제거래에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기준(내국관련성 등)이 필요한데, 동법의 해석상 기준을 도출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나16900 판결도 강행규정은 그 법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 법체계와 사회질서 및 거래안전 등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거나, 법규정 자체에서 준거법과 관계없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의 국제적 또는 영토적 적용범위를 스스로 규율하고 있는 경우 등을 의미하는데, 약관규제법 제3조의 명시·설명의무 규정이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하였다. 국제적 강행규정에는 ① 초개인적인 국가적·경제정책적인 공적 이익에 봉사하는 간섭규범과, ② 계약당사자들간의 유형적인 불균형상태의 조정, 즉 약자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사법이 포함된다. 간섭규범의 개념은 로마Ⅰ규정(제9조)에 반영되었다. 어떤 법규가 명시적으로 인적 또는 장소적 적용범위를 명시하는 경우 그로부터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도출할 수 있다.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법원이 당해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조사하여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떤 법규가 간섭규범인가는 법규의 성질결정의 문제인데, 이를 위하여는 법규의 목적과 그의 언명을 우선 특정하고 분석해야 하며, 이 경우 문제된 규범의 언명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지 하나의 법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당해 법규가 행정법적 절차내에서 전속적 관할을 가지는 관청을 통한 정규적 집행을 규정한다면 이는 비교적 확실한 간섭규범의 징표가 된다. 의문이 있으면 일반원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간섭규범이 아니라고 추정해야 한다. 특별사법인 국제적 강행규정의 경우도 국제적 강행규정성은 법의 문언 또는 목적으로부터 도출된다. 예컨대 과거 독일 약관규제법(AGBG)(제12조)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더라도 당해 계약이 독일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경우 동법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결과 동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 특별사법으로 이해되었다. 영국의 1977년 불공정계약조건법(제27조 제2항)도 같다. 4. 대법원 2010년 9월 판결의 취지 9월 판결의 사안에서 리스이용자인 한국회사는 한국보험회사와 (한국선적의) 국내용 선박에 대해 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했다. 그 사건에서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존부가 다투어졌는데 대법원은 이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필자는 위 보험계약은 준거법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제25조 제4항)에 따라 국내적 강행규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고 보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옳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법리를 채용한 적이 없으므로 9월 판결이 약관규제법을 적용한 근거는 이해할 수 없다(이정원, 저스티스 통권 제122호 평석 참조). 판결문을 읽어도 논거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좌절한다. 5. 약관규제법과 행정적 규제 외국법이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으로 유효하게 지정될 경우 약관규제법의 司法的 統制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 규제도 동일한 법리에 따르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국제사법은 약관규제법이 한국에 상거소를 둔 소비자(자연인)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관철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에 대한 행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적 통제는 사법적 통제와 다르다는 것이나 이 경우 그 기준이 모호하다. 필자는 해석론으로는 전자를 지지한다. 6. 맺음말 대상판결의 결론은 사견과 같은 것으로서 타당하다. 종래 약관에 의해 불이익을 입은 당사자의 변호사들은 계약의 준거법을 불문하고 약관규제법에 의해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쟁점의 해결을 피해 왔던 대법원이 모처럼의 기회를 맞이해서도 깊이 논의하지 않은 채 결론만을 던진 것은 실망스럽다. 오히려 원심판결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더욱이 대법원이 대상판결 선고 직후 상충되는 듯한 판결을 선고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필자는 양자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보나 종래 대법원판결을 보면 상충된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앞으로는 대법원이 國際私法 爭點을 좀더 충실하게 다루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2011-03-21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國會法상의 一事不再議의 원칙
Ⅰ. 序 지난 2009년 7월22일 국회는 방송법개정법률안(이하 이 議案이라 칭함)을 비롯한 여러 법률안을 의결하였다. 이들의 무효를 주장하며 여러 의원이 헌재에 권한쟁의 신청(2009헌라8, 9, 10)을 제출하였다. 헌재는 2009년 10월29일 이들에 대하여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이유 중에는 국회법상의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관한 판단이 들어 있다. 이 議案(헌라8)에 대한 판결이유 중에 그 판단이 보인다. 本稿는 그 판단만을 평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1. 이 議案에 대한 표결 상황 이 의안에 대한 一次 표결 시 145인이 표결에 참가하고 그 중 142인이 찬성하였다. 의장이 일단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가 議事定足數 미달(재적의원 294인의 과반수인 148인이 표결에 참가하여야 함)임을 확인하고 再表決에 부치었다. 재표결에 153인이 참가하고 그 중 150인이 찬성하여 의장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헌재의 재판관 중 5인이 이 의안에 대한 再議決은 一事不再議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견해를 취하였지만, 헌재는 이 의안에 대한 再議決은 유효하다고 결정하였다. 정부가 이 의안을 2009년 7월31일 공포하였다. 2. 일반 회의규칙상의 一事不再議의 원칙 가. 일반 회의규칙이란 민주적 단체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총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회의규칙을 말한다. 1,000여년에 걸쳐 英美의 의회에서 형성된 이 규칙을 Henry M. Robert가 Robert's Rules of Order(Peresus Publishing, 2000, 이하 RR이라 약칭함)에 集大成하여 놓았다. UN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의 헌장과 회의규칙, 모든 민주국가의 헌법, 법률과 회의규칙, Jaycees, Lions, Rotary Club 등 각종 사회단체의 정관, 회의규칙이 모두 RR을 골격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RR은 오늘날 萬人의 회의규칙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회의규칙은 기본원칙과 세부규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론자유, 회원평등, 다수결의 원칙이 기본원칙이다. 기본원칙은 모든 단체가 달리 적용할 수 없다. 一事不再議, 一議題, 會期不繼續, 각종 動議에 관한 제 규칙 등이 세부규칙이다. 세부규칙은 각 단체가 달리 적용하여도 된다. 나. 총회가 최종적으로 가결 또는 부결 처리한 의안은 같은 會期 중에 再議決할 수 없다(RR 72p). 이것이 일사부재의의 원칙이다. 일단 처리된 결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少數派의 회의진행 방해를 억제하기 위한 회의규칙이다. 단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일반 회의규칙상 예외적으로 再審議의 길이 열려 있다. 국회법에도 飜意의 길이 열려 있다(제91조).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처리되었다는 말은 議事定足數의 회원이 출석한 가운데 처리된 것을 말한다. 定足數 未達의 회원이 출석한 가운데 처리된 것은 아직 최종적으로 처리된 것이 아니므로, 그런 상태에서 처리된 의안을 再議決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일단 가결된 것을 부결 또는 修正 可決하거나 일단 부결된 것을 가결 또는 修正 可決하는 것만이 이 원칙에 위반되지, 일단 가결된 것을 혹시 하자가 있을는지 몰라 재의결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결의에 내용상 또는 절차상 瑕疵가 있는 경우라도 그 하자가 경미하면 그 결의는 유효이고, 그 하자가 중대하면 그 결의는 무효이다. 유겧ト였?누군가의 제소로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유동적이다. 총회는 이런 경우 追認決議로 기왕의 하자를 治癒하여 그 결의를 확정적으로 유효한 결의로 만들 수 있다(대법원 1996. 6.14. 선고 96다2929 판결, 동 1995. 4.11. 선고 94다53419 판결, 동 1991. 12.13. 선고 90다19676 판결, RR 96, 119p). 기왕의 결의에 경미한 하자가 있었으면 추인결의는 유동적인 상태를 종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기왕의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으면 추인결의는 그 하자를 치유하여 기왕의 결의를 확정적으로 유효한 결의로 만들어 준다. 하자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거나 혹시 하자가 있을는지 몰라 재의결하는 것은 바로 추인결의이다. 추인결의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國會法상의 一事不再議의 원칙 가. 헌재의 재판관 중 5인은 어느 議案에 대한 표결 시에 의사정족수 미달의 의원이 표결에 참가하여 유효한 결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면 그 議案은 부결로 확정된 것이므로, 그 뒤 재의결하는 것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반면 재판관 중 4인은 의사정족수 미달의 의원이 표결에 참가하여 결의한 것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그 뒤 재의결하는 것은 위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위에서 일반 회의규칙상 총회가 최종적으로 처리한 의안을 재의결하는 경우, 그것도 부결한 것을 가결하는 경우 등만이 위 원칙에 위배되지, 최종적으로 처리되지 아니한 의안을 재의결하는 경우, 가결한 것을 다시 가결하는 경우는 위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회의 경우에도 위 원칙을 이와 달리 적용할 근거가 없다. 위 원칙에 위배된다는 재판관 중 5인의 견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견해이다. 나. 국회법은 否決된 의안만을 再提出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2조). 일반 회의규칙 중 세부규칙인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관하여 국회법이 달리 적용하고 있는 예이다. 여기에서 부결된 의안이란 議事定足數의 의원이 표결에 참가하고 표결에 참가한 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여 부결된 의안을 말한다. 이 의안에 대해서는 의장이 議事定足數 미달인 상태에서 표결에 부쳐 일단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가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재의결에 부쳐 다시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국회법상으로는 더욱 가결된 것을 再 可決하는 것은 위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Ⅱ. 結語 이 의안에 대한 국회의 재의결은 일반 회의규칙(萬人의 회의규칙)에 비추어 一事不再議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특히 一次 表決에 대한 追認決議로서 유효하다. 위 원칙에 위배된다는 재판관 중 5인의 견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견해이다.
200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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