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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개의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위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선고된 다른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는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내용을 근거로,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 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반적인 위탁,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 부터 직접채용 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대법원은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1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13. 12. 20. 선고 2012가합2067 판결)에서 인정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였으므로, 아래의 내용은 1심 판결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이 판결(이하 '방송사 판결')은 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은 그 결론이 다른데, 결론을 달리할 만큼의 사실관계의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은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이 종료된 후 기존 운전자들이 새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피고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피고 업무를 지시한 점, 원고들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그 실질적인 기준이나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판결에서도 원심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판결을 통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 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본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합 판결에서는 제3자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판단의 예시로 ①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전형적인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된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15. 선고 2012다79439 판결)}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2015-09-14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후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임차인의 보호
1. 사안의 개요 논의와 관계되는 범위에서 대상판결의 사안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甲이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지위에 있던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다음날 乙이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丙 주식회사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이 요구된다(이하 '판시①'). (2) 甲이 최고가매수신고인에 불과한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갖추었다는 것만으로 그 다음날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므로 파기한다(이하 '판시②'). 3. 검토 가. 판시①에 대한 검토 (1) 판시①은 이미 여러 판결에서 설시가 되어 왔기 때문에 판례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보이지만, 그 문언 자체에서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하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사례들을 통하여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범위 내에서 임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므로 소유권 외에도 전세권 등 주택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함하는 물권(이하 '소유권 등'이라 하고 소유권 등을 가지는 자를 '소유자 등'이라 한다)이 여기의 적법한 임대권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등 판결은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소유자 등에 대한 채권을 가지는 데 불과한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라는 것만으로는 적법한 임대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으나, 주택에 관한 채권적 권리만을 가지고 있는 자로부터 임차한 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대항력이 생기는 민법의 기본 원칙(제621조)의 예외로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채권인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한 것이다{민일영, 주택경매에 있어서 임차인보호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04년) 23면 참조}. 그렇다면 임대인은 임차권 등기를 해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이 전제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항력을 인정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3) 보다 근본적으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해당 주택을 임차한 자가 대세적인 권리를 취득한다는 것은 임대인이 자기 권리 이상을 처분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권리의 이전에 관한 일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소유자 등으로 하여금 타인(임대인)이 자기 권리를 처분하는 것을 용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가 지켜져야 하나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임차인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권리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보호되면 충분하고, 임대인의 권리와 관계없이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임차인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4) 따라서 판시①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의 사용수익에 관한 물권을 가지는 임대인과 사이에, 그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포함된다"라고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2007다38908 등 판결이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나. 판시②에 대한 검토 임차인의 보호에 기울어 있다고 생각되는 판시①과 달리 판시②는 오히려 임차인의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준다. (1) 판시②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甲이 인도 및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마친 다음날부터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甲이 丙보다 앞서 우선변제권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았다면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전혀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임대권한이 없는 자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는 이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임대권한을 취득한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丙이 乙의 소유권 취득 당일 근저당권을 취득한 이상 甲은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2) ㉠과 같이 보는 것은 가령 丙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타당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고, 기존의 판결례들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나아가 ㉡의 입장을 취할 때에도 甲이 丙보다 후순위라도 우선변제권을 갖기는 하는지 여부가 추가로 문제될 수 있는데, 긍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이나 대상판결에 대한 필자의 결론에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상세는 생략한다). ㉡과 같이 이해하는 것은, 가령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9306 판결 등이, 소유권자가 타인에게 주택을 매도함과 동시에 이를 다시 임차하여 계속 거주하기로 약정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사안에서, '주민등록은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날로부터 임대차를 공시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갖는 것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익일부터'라고 본 것과 일관되는 면이 있다. 입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대항요건을 갖추는 시점과 대항력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둠으로써 임차인의 보호에 의도적인 공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도 및 주민등록 시에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유사한 취지로 민일영, 전게 논문 97면 등 참조). 이렇게 개정이 되면 甲이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도 甲은 乙의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인도 및 주민등록이 그 다음날부터 효력을 가지는 것은 이들 요건과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같은 날 행하여질 경우 그 선후 결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대비한 것이다(민일영, 전게논문 96면 및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23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대항력 발생 시기에 관한 규정은 인도 및 주민등록 시점의 불명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용되면 충분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 따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후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경우 대항력 발생 시기는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날의 다음날 0시와 임대인의 소유권 등 취득 시점 중 나중에 오는 시점으로 보면 되지, 더 나아가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날에 새로이 인도와 주민등록이 있는 것처럼 보아 그 다음날을 기준으로 다른 등기와의 선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38361 등 판결 및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58026 등 판결은 임차인이 인도 및 주민등록을 갖춘 후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사안에서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즉시'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는데, 이들 판결도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위 99다59306 판결 등에서도 기존의 소유자였던 임차인은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甲은 인도 및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상 확정일자를 받은 날의 다음날 0시 이후로서, 乙이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므로, 그 후에 근저당권을 취득한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가진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2015-08-10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 의미
1. 들어가며 현 우리나라 등기법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권(이하, '소유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해당 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로 인하여 소유권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소유권이 있다고 추정될 뿐이다. 이는 불완전한 공시 방법인 등기를 사용함에 따른 부득이한 선택 및 하나의 정책적인 의미로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실질적 소유권 여부와 무관하게 등기된 소유자만을 '소유자'라고 판단함으로써 전통적인 소유권 개념에 다소 비껴간 해석을 하였다. 2. 사실관계(간략히 정리하였다) 가. 피고는 소외1, 2에게서 A부동산을 매수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3 명의로 경료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외3과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위 계약에 따라 소외3은 자신의 명의로 A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피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다. 이후 소외3은 원고들과 A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에게 각 지분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원고들은 위 매매계약이 기망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고 확정되었다. 라. 미처 원고들 명의의 지분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는 위 근저당권을 기초로 원고들을 소유자로 하여 A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절차 신청을 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 마. 집행법원은 A부동산의 매각대금 1억3815만8813원 중 1억2700만원을 근저당권자로 되어 있는 피고에게, 잉여금 1055만283원을 소유자로 되어 있는 원고들에게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배당액 전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후 이 사건 배당이의 소를 제기하였다. 바. 이에 피고는 원고들이 A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3. 대법원 판단(2015. 4. 23. 선고 2014다53790 판결) 대법원은 원심(서울고등법원 2014. 7. 11. 선고 2013나54644 판결)과 같은 구체적인 근거(?배당이의의 소의 본질,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취지, ?신의칙 등)를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의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자만 포함되고 오히려 실질적 소유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 배당이의 소의 원고적격이 있는 사람은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한 채권자 또는 채무자에 한하고, 다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에서 경매목적물의 소유자는 여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 그런데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고, 그 후 등기를 갖추고 집행법원에 권리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같은 조 제4호의 부동산 위의 권리자로서 그 권리를 증명한 사람도 아니므로,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에게는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없고, 그 이의를 진술하였더라도 이는 부적법한 것에 불과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다. 나. 반면에,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 4. 판례평석 우리나라 현행 등기제도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등기기재에 부합하는 실체상의 권리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 등기의 유효성이 인정될 뿐이며, 다만 예외적으로 관련법에서 제3자 보호규정이 있는 경우 공신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등기부 자체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우리 법제는 기본적으로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를 취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등기부 자체에 공신력을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채권행위가 무효로 된 경우에는 이에 기한 물권행위 역시 무효로 되는바 소유권이 원상회복 되는 경우 '실질적 소유자'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가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 '채무자 및 소유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소유자'의 개념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법리와 동일하게 '등기 무효여부와 무관한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등기의 원인이 무효임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어찌되었든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를 가지고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조항에 규정된 '소유자'가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행위가 무효임으로 인하여 등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부상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기만 하면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등기부의 효력과 관련하여 이제까지와는 다른 법리를 적용하였는바, 흡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듯 한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즉,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규정된 '소유자'란 단호하게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다'라고 확정 짓고 오히려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원심에서는 실질적 소유자 이외 형식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배당이의를 할 수 있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마치 실질적 소유자 및 형식상 소유자 모두가 배당이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설시하였으나 대법원은 명확히 실질적 소유자가 아닌 경매개시 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만이 경매절차의 당사자라고 판시하고 있다). 사견으로는 법원이 위와 같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를 경매개시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로 한정한 이유를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인 '채권자 보호' 그리고 '집행 절차의 안정성'에서 찾고 싶다. 대법원에서는 아무런 논거 없이 곧바로 위 조항의 소유자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등기된 자로 한정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집행 절차의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원심에서도 설시된 것과 같이, 국가 특히 법원이 진행하는 경매절차에는 첨예한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매절차의 안정성이라는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이 엄격하게 이어져 왔다. 이와 같은 태도를 근거로 대법원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가압류를 한 채권자의 범위에 "가압류 결정을 받았으나 배당요구 종기까지 등기가 되지 않은 가압류권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거나(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696 판결),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더라도 배당요구 종기까지 지급명령정본을 제출하여야만 배당요구가 적법하다"고 선고하여(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96045 판결) 그 절차와 형식을 엄격하게 해석하였던 것이다. 이는 압류 이후의 발생한 유치권에 관하여 이를 채권자의 처분행위로 보아 인정하지 않았지만,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은 인정하였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의 다수 의견(일명 절차 안정성설)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것이다(필자의 법률신문 2014. 7. 10.자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의 효력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도 위 판결들과 같은 맥락에서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였다. "집행법원은 등기명의인 등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로 취급되었던 자'의 채권자에게 배당받을 기회를 준 다음 배당을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배당단계에서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를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면,'소유권 없는 등기명의인'의 채권자가 한 배당요구 등은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또한 '새롭게 소유자로 취급되는 진정한 소유자'의 채권자는 본래 부여받았을 배당요구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배당절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절차의 안정성'과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2015-07-23
우리사주조합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우선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지 여부
Ⅰ. 사건의 경과 및 판결의 내용 주권상장법인인 피고는 2009. 3.경 자금조달을 위하여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다. 피고의 우리사주조합의 조합원인 원고들은 피고가 구 근로자복지기본법 제32조 제1항 등을 직접 또는 유추 적용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 중 20%를 우리사주조합에게 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위적으로 원고들에게 우선배정했어야 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따른 주식의 교부를, 예비적으로 주가와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의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우리사주조합원이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 '당해 주식'에 사채의 일종인 신주인수권부사채가 포함되지 아니함은 문언의 해석상 분명하고, 나아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미리 확정된 가액으로 일정한 수의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점을 제외하면 보통사채와 법률적 성격에서 차이가 없고,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부여된 신주인수권은 장래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 주식의 양도차익에 따라 신주인수권의 행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사주조합원의 주식우선배정권과는 법률적 성격이나 경제적 기능에서 차이가 있는 점,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소속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채택된 제도이고, 동 제도의 취지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부여된 주식우선배정권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법률상 제한하는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주식 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유추해석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Ⅱ.평석 1. 서론 구 근로자복지기본법 제32조 제1항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7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들')은 주식에 관한 우리사주조합원의 우선배정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신주인수권부사채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서 이 사건 조항들을 직접 적용 또는 유추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직접 적용 여부 자본시장법상 '주식'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는 그 본질이 '사채'(社債)로서 '주식'과는 기본적으로 법적 성질을 달리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직접 적용될 수 없는 것임은 명백하다.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로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원이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 '당해 주식'에 사채의 일종인 신주인수권부사채가 포함되지 아니함은 문언의 해석상 분명하다고 보았다. 3. 유추해석 여부 (1) 유추적용과 유추해석은 개념상 구분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무상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되기도 하므로 여기에서는 편의상 유추해석이라고만 표현한다. 유추는 시민법 체계에서 성문법이 문제가 된 특정 문제를 명확히 다루지 않을 때 법률의 흠결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유추'라는 개념 자체에서 볼 때 비교대상들 간에 본질적 요소를 같이 하는 사안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하는 경우에 유추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률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률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민법 제496조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 입법취지나 적용결과에 비추어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 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4.8.12. 선고 93다52808 판결). 결국 본건에서는 실정법 조항의 흠결이 있고, 그리하여 법률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본질적 요소를 같이 하는 사안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하는 조항을 유추해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하여 유추해석을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유추해석이란 법관이 입법자가 제정한 실정법에 법흠결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보충하는 법형성을 하는 것으로서 문언적 해석에 대한 예외가 되는 것이므로, 민사법 영역에서도 유추해석의 필요성을 함부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일반적인 절차에 의한 신주발행과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부착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에 의한 신주의 발행은 그것이 '주식을 발행'하는 절차에서는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신주발행에 의하여 인수되는 것은 주식이고 신주인수권부사채에 의하여 인수되는 것은 사채라는 점에서 그 법률적 성격이 다르고 또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자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어 신주가 반드시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을 신주발행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만약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우선배정권이 인정될 경우,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기로 선택한 우리사주조합원 중에는 주가의 추이를 보다가 행사가격 미만으로 주가가 계속 형성되는 경우에는 신주인수권 행사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이는 주식의 보유로서 자사에 대한 귀속의식 고취 및 일체감 조성 등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는 우리사주조합제를 인정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이는 전환사채에 대하여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배정권이 인정된다고 볼 경우, 전환사채를 인수한 우리사주조합원이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법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우리사주조합원의 주식우선배정권은 그 법률적 성격이나 경제적 기능에서 차이가 있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결국 그 본질적 요소를 같이 하는 사안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아 유추해석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된다. (3)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우선배정이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상법은 원칙적으로 주주의 본질적인 권리로서 신주인수권을 인정하되(제418조 제1항), 다만 일정한 경우 이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418조 제2항). 한편 대법원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세력에 대하여 신주를 발행한 사안에서 현 경영자의 지배권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제3자 배정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바(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참조), 이러한 상법의 규정 형식이나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규정한 상법 제418조는 주식회사의 본질 내지 회사법의 기본원칙을 반영한 강행규정성을 띤 조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우리사주조합원의 신주 우선배정권은 종업원 복지차원에서 시혜적으로 인정되는 것일 뿐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권리는 아니고, 우리사주조합원이 특별히 이에 대한 어떠한 기득권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한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우선배정권 인정 여부나 인정한다면 얼마나 인정할지 여부가 각국별로 통일되어 있지 않은바, 이는 각국의 입법정책의 문제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들은 우리사주조합원의 주식에 관한 우선배정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신주인수권부사채에 관한 우선배정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항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유추해석하게 되면,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혜적 권리인 우리사주조합원의 우선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주의 본질적 권리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배정권 제도의 도입배경에 비추어 보면 법령에서 명확히 인정된 것 외에 우선배정권을 함부로 유추적용하기가 어려운바,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이 사건 조항들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는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유추해석 여부에 대한 타당한 판단기준을 적용하였다고 본다. 4. 결론 결국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주식 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유추해석할 사안구조적 유사성이나 필요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반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에 우리사주조합원의 우선배정권을 인정하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등 유추해석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유추해석의 필요성을 함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유추해석의 실질적 기준을 제시하고 우리사주조합원의 우선배정권의 적용 범위를 확인한 판결로서 가치를 가진다.
2014-12-29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인정 여부
1. 서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부동산 등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물건(이하에서는 편의상 "부동산"이라 하고, 그 외의 물건을 "동산"이라 한다)의 경우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하나인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아니함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우리 법은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에 비하여 독일 민법은 토지 소유권이전의 합의에 조건을 붙일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하여 쉽사리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판례나 통설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해 왔는데(그에 따라 부동산등기법에서도 해제조건부 물권변동을 허용하고 있다),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달리 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의 당부에 대한 논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부동산과 같이 등기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등기를 대금완납시까지 미룸으로써 담보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고, 일단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 자동차, 중기, 건설기계 등은 비록 동산이기는 하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등록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역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 3. 검토 가. 조건과 물권변동에 대한 판례의 태도 개관 (1) 정지조건과 물권변동 먼저,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부동산의 경우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하나인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비하여 판례는 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93671 판결 등 참조. 참고로 2009다93671 판결의 판시사항을 부동산에 대한 것으로 적절히 바꾸면, 가령 동산을 부동산으로, 인도를 등기로, 선의취득을 허위표시의 선의의 제3자 보호 등으로 적절히 변경하면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인정된다는 무척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지는데, 직접 해보시길 권한다). (2) 해제조건과 물권변동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 이미 발생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문제되는데, 판례는 해제조건 성취 시 동산과 부동산의 소유권이 원래의 소유자에게 곧바로 복귀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대법원 1976. 12. 28. 선고 76므41, 76므42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5584 판결 등 참조). 참고로 학설도 해제조건부 처분행위의 해제조건이 성취된 경우,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그 처분행위는 효력을 잃고, 물권은 곧바로 처분행위자에게 돌아간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는 민법에서 토지 소유권이전의 합의인 Auflassung에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해제조건부매매도 인정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변동열, 실권약관부 매매계약-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 민사판례연구XX, 167면 및 173면 이하 참조). 나.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1) 대상판결의 논리 전개에 대한 의문 대상판결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지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유권유보부매매라는 측면에서 동산과 부동산을 달리 취급할, 양자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설시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상판결로 인하여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게 된 자동차는 종래에 소유권유보부매매의 설명에 단골로 등장하였는데, 이는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2)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의 허용 여부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쉽게 결론을 내기에 조심스러운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결론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보다 일반적으로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가) 우리 민법상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a) 법률행위(물권행위)와 (b) 그에 합치하는 등기에 의하여 발생하는 이상,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경우 정지조건이 성취될 때까지는 등기가 행해졌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볼 수가 없고, 따라서 정지조건 성취 시에 해당 이전등기는 비로소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가 되어 이때에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허위표시에 따른 등기가 있는 경우 소유권이전은 효력이 없더라도 그 후 허위표시의 당사자들이 새로이 소유권이전에 대한 합의를 하면 그때부터 유효하게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점을 부인할 이유가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합하여 정지조건부로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합의를 하는 것을 불허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생각된다(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서 더 세밀한 법률관계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등기에도 불구하고 매매대금이 완납된 때에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하는 합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의 소유권이전을 인정하는 것은,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달리 소유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달리 소유권을 취득하는 결과를 인정하는 것인데, 당사자 쌍방이 합치하여 의도한 바를 무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나) 더욱이 이러한 정지조건을 두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여 누가 부당하게 불리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보인다. 즉, 정지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부동산의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에 따라 외관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선의의 제3자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한 법률행위 무효의 경우에 외관을 보호하는 기본 제도인 허위표시에서의 제3자 보호 규정(민법 제108조 제2항)의 적용(또는 유추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어서,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제3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 또한 가령 매매대금의 지급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매매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부동산을 매매하고 등기를 이전하는 방식'을 허용하면서, '매매대금 완납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그 성취 시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합의를 하고 미리 등기를 이전하여 주는 방식'을 허용하지 아니할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 (라) 결국 법령에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는 이상, 부동산의 경우에도 동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 대상판결을 위한 논리 제공의 시도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합의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보이지만, 부동산의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인정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물론 이러한 우려가 정말로 있는지, 그 우려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를 고려하면, 대법원의 태도가 변경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의 태도를 변호할 수 있는 논리 구성을 생각해 보는 것도 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대상판결에서 전제된 것으로 보이는, '물권변동은 그 성립요건인 등기나 인도가 갖추어진 시점에 발생하여야 하므로, 물권변동의 성립요건인 등기나 인도가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 비로소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약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규범'으로 설정하자(그 타당성은 논외로 한다). 이제 기존의 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를 "매매대금이 완납될 때까지, 담보를 위하여, 매도인이 매매대금의 완납 전에 매수인으로 하여금 해당 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현실인도(간접점유의 설정으로서, 소유권이전을 위한 인도가 아니다)하여 주되,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완납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간이인도' 방식으로 소유권이전을 위한 인도가 이루어지는 매매계약"으로 해석하여 보자(당사자의 의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구성은 법률행위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대금이 완납된 때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물권적인 합의가 있고, 동산 소유권이전의 성립요건인 '인도' 또한 대금 완납 시에 이루어지며, 그 소유권이전은 인도 시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금 완납 시에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목적도 그대로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위 규범에 따라 물권변동 시점을 인도 시점과 동일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성이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인도가 그 목적에 따라 달리 표현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의사표시에 의한 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등기의 경우에는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음에도 매매대금의 완납 시에 비로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는 것'으로 구성할 수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이 동산과 부동산을 구분하여 규율한 것은 어느 정도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2012-12-24
물권적 방해배제청구의 이행불능과 전보배상
1. 사실관계 1) 乙이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군 소재 임야에 관하여 1974. 6. 26. 피고(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고, 위 임야 중 각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1998. 1. 22. 甲 등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2) 乙의 재산을 최종적으로 단독상속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보존등기의, 甲 등을 상대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각 말소등기를 구한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4375호. 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에서 법원은 위 소유권보존등기가 원인무효임을 들어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에 따라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임을 들어 甲 등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2009. 4. 30. 최종 확정되었다. 2. 소송의 경과 1)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51498호)과 원심(서울고등법원 2009나85122호)은 공히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됨에 따라 피고의 위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었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선행소송에서 원고의 패소판결이 확정된 때인 2009. 4. 30. 이행불능에 이르렀으므로 피고는 위 임야의 그 당시 시가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이와 달리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물권적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유자가 그 후에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이제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를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의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3. 검토 1) 물권적 청구권의 기초인 소유권이 소멸하여 말소등기가 불능으로 된 경우에 이행불능의 법리가 적용되어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물권적 등기말소청구를 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전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별개의견은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도 그에 기한 급부 이행의무가 불능으로 되면 전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참고로 파기사유 중 원심이 처분권주의를 위배하였음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였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대립의 핵심은 결국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권이 발생한 후 소유권이 상실된 경우에 그 청구권이 소유권의 소멸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별개의견은 선행소송의 확정에 따라 기판력이 발생하였음 등도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근거로 들고 있지만, 지면관계상 보충의견을 원용하기로 한다). 2) 그런데 물권적 "청구권"이 그 발현형태에 있어서 특정한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채권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動態的"인 채권법은 현상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靜態的"인 물권법은 현상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바, 이행을 통한 채권자의 만족을 목표로 하는 채권과 달리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실현이 방해받고 있는 경우에 방해원인의 제거를 통하여 물적 귀속상태를 교정함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즉 채권의 실현이 불능으로 좌절되더라도 그로 인하여 채권이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으며, 그에 갈음하는 이익을 채권자에게 실현시킬 필요가 있고, 이것이 전보배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면 가령 제3자의 소유권 취득에 따라 물권 자체가 소멸하면 물권적 청구권도 당연히 소멸한다. 요컨대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관철을 위한 도구적 권리로서 어디까지나 물권에 "종된" 권리이고(따라서 물권과 분리하여 물권적 청구권만이 양도될 수 없다), 물권이 소멸하면 그 청구권도 소멸하는 것이지, 그 청구권이 이미 발생하였음을 들어 이행불능의 법리에 따라 전보배상을 인정할 수는 없다. 가령 "점유할 권리"(민법 제213조 단서)의 존재에 따라 귀속의 교정이 일시적으로 좌절된다면 그 권리의 소멸과 함께 다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방해원인이 제3자의 지배범위로 이전된다면 그 자를 상대로 다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당연히 ① 소유자가 ② 소유권 실현의 방해원인을 자기의 사회적 지배범위 내에 두고 있는 자를 상대로 ③ 그 방해원인의 제거(또는 예방)를 청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이에 대하여 상대방은 민법 제213조 단서 소정의 "점유할 권리"의 존재 등 방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있음을 항변할 수 있지만, 귀책사유의 부존재로 항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방해원인이 이미 제거된 경우에 더 이상 물권적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것(방해와 손해를 구별하는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 참조)과 마찬가지로 방해원인의 제거를 구하는 자가 원래 소유자가 아닌 경우(대법원 1969. 5. 27. 선고 68다7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 밖에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다50044 판결 및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3612 판결도 참조)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 물권적 청구가 허용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피고가 최종명의자의 등기부시효취득 항변을 원용하여 원고의 소유권 상실을 주장하고 있는 경우에 관한 대법원 1995. 3. 3. 선고 94다7348 판결 참조). 결국 물권적 청구권이 불능으로 되었다고 하여 ―애초 지향을 달리하는― 채권에 관한 규정 내지 법리를 적용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채권인 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법리가 물권적 말소등기청구권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3) 이제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가 불능으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를 살펴보자. 먼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물권적 방해배제로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가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 등기말소의무가 "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물권적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다(별개의견은 "침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원소유자의 소유권이 소멸된 경우에 그 이유만으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물에 대한 점유 또는 등기명의의 반환을 구할 필요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한편 물권적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하여 모든 법률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즉 물권적 청구권은 장래에 향하여 방해원인의 제거 자체를 목표로 하는바, 방해에 따른 사후적 교정은 손해배상(위 2003다5917 판결 참조. 이때 손해배상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방해원인의 제거와 별개의 것이다) 또는 부당이득에 의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등기부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행불능의 성립을 전제로 제3자 상대의 말소등기청구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때라는 판례의 태도(가령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다29474 판결. 이러한 태도는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관한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8196 판결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1973. 3. 13. 선고 72다2207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와 달리― 취득시효가 완성된 때에 발생하고,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도 이때라 할 것이다(별개의견은 불법행위에 기한 보호가 전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보다 더 불리할 수 있고, 특히 이행불능의 법리를 따른다면 소유권의 상실시점과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서 소유자의 권리보호에 유리함을 강조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보충의견을 원용한다). 4) 결국 대상판결의 의미는 물권적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위 2007다17161 판결, 위 2008다53638 판결 등(모두 공간되지 않아서 법원 외부의 필자로서는 대상판결을 접하기 전까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위 2007다17161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불능에 관한 위 2000다18196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을 변경함으로써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5) 끝으로 대상판결의 유효범위를 검토하여 보자. 우선 말소등기청구가 통상 물권적 방해배제청구에 속하지만, 가령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야 할 의무와 같이 채권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말소등기청구권이 채권적 성질의 것이라면 당연히 이행불능 그리고 전보배상의 법리가 적용된다(물권적 방해배제청구로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의 기판력이 채권적인 권리에 기한 말소등기청구소송에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다1353 판결 참조). 반면 물권적 방해배제청구로서 말소등기청구가 불능으로 되었다면 이행불능의 법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데(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에 따른 후속의 법률관계는 가령 불법행위나 부당이득에 의하여 조정되어야 한다), 무권리자에 의하여 위법한 등기가 경료된 후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외에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었지만 민법 제107조 내지 제110조의 선의 제3자 보호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 2005다29474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51703 판결 등은 강박 등을 이유로 취소된 계약에 기하여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안에서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전보배상을 인정하였는데, 그 청구권이 물권적 청구권에 해당한다면(판례의 입장인 유인성설에 따르면 통상 그렇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관철되어야 한다(이와 달리 채권적인 원상회복청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면 전보배상이 인정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한편 비금전급부청구가 집행불능으로 될 때에 대비한 대상청구와 관련하여 ―물건의 인도청구에 관한 대법원 1975. 7. 22. 선고 75다450 판결에서 시작하여 "채권적인" 이전등기청구권을 거쳐 마침내―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0666,30673 판결 등은 "물권적인" 말소등기청구권의 경우에도 이를 허용하였다. 그런데 이행불능은 실체법상의 개념인 반면, 집행불능은 집행법상의 개념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물권을 상실하면 그 실현을 위한 물권적 청구권도 당연히 소멸하고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집행불능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으며, 따라서 ―보충의견도 밝히는 바와 같이― 이행불능을 원인으로 하는 실체법적인 대상청구권도 허용되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과의 병합이 부정될 이유는 없다.
2012-06-11
기업개선작업 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의미
I. 사안의 개요 쌍용건설 주식회사(이하 甲)가 1990년대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98. 11. 12. 기업개선작업절차에 들어간 후 경영이 정상화되어 2004. 10. 18. 기업개선작업절차가 종료되었다. 이 사건 원고 우리은행(이하 乙)과 쌍용건설은 위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체결된 1999. 3. 29.자 기업개선작업약정에 따라,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150억 원의 기업어음 매입채권 및 13,485,000,000원의 대출금 채권(이하 위 두 채권을 함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쌍용건설로부터 1주당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였다. II. 평석 1. 출자전환의 의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이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신주발행회사의 채권자가 신주발행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을 출자하여 자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소멸시키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는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의 목적으로 하는 현물출자 방식을 취할 수도 있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할 채무와 기존의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현물출자 방식의 경우, 현물출자자와 신주발행회사간에 현물출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는 현물출자계약서는 현물출자하는 자의 성명, 그 목적인 재산의 종류, 수량, 가액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이를 신주발행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 되며, 따라서 출자전환은 채무의 자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기업개선작업(소위 '워크아웃(work-out)')에서 채권자과 채무자 회사간의 합의에 의해서 출자전환을 하면, 회사의 부채비율을 떨어지게 되므로 출자전환을 통해서, 신주발행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후 이 회사가 흑자전환(turn-around)하는 경우 채권은행단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upside potential)을 주주로서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이기는 하지만,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채무자를 재무적 위기에 이르도록 한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이 기업개선작업의 의사결정을 채권회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면도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현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가 된다. 2. 출자전환의 대상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의 부에 기재될 수 있는 채권이다.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가 가능하여야 하고, 양도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대여금 외상매입금, 선급금, 가수금, 보증채무금, 미지급금 등의 채무가 있다. 반드시 채무의 전부를 출자전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일부만을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회사의 장·단기 차입금은 모두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신주발행회사의 외상매입금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바, 모회사에 대한 외상매입금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 상품거래는 수시로 발생하고, 물품대금의 지급도 빈번하므로, 이를 외상매입금 원장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 이를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의 가수금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여금의 출자전환과 함께 실무상 흔히 발생하는 경우이다. 그 외 전환청구기간내에 전환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만기가 지나면 만기 다음날부터 전환사채는 전환권이 소멸한 일반사채가 되며 이 일반사채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3. 출자전환의 효과 (1) 채무의 소멸 현물출자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권은 일시적으로 신주발행회사의 대차대조표의 자산의 부에 채권으로 계상된 후, 곧 채무와 혼동이 일어나서 소멸됨이 원칙이다. 한편 출자전환으로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무의 보증채무도 소멸한다. 이러한 효과는 상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출자전환시 소멸하는 채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채무자이며, 신주발행회사의 재무내용을 반영한 출자목적물인 채권의 평가액인 시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시가평가설)이다. 2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현물출자의 목적물인 채권의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권면액설)이다. 일본에서 시가평가설이 유력하다가 검사인의 검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적이지 못하며, 평가결과를 신빙하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인하여 2000년대 초 동경지방재판소에서 2설(=권면액설)을 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여, 1설(시가평가설)을 취하였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8다18376 판결) (2) 이 사건 출자전환의 법적 성격 1) 상계로 보는 견해(=절대적 효력설) 이 사건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하며, 이러한 상계계약의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취했다. 다수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 및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면서,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무관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상대적 효력설을 취하였던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 등에서 정립한 판례를 변경하였다. 상계라고 보면서도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합의로 보면서도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같이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를 취하였다. 절대적 효력설이 구상관계의 간략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상대적 효력설이 갖는 채권자 및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소수의견 1) 2) 대물변제로 보는 견해 이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신영철 대법관은 채권자 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채무자 乙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에는 갑 은행의 을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乙 주식회사가 甲 은행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위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甲과 乙이 위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과 乙은 위 출자전환에 의하여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甲이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소수의견 2) 3) 검토 이 판결은 출자전환과 관련된 판결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판례법리였던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소수의견 1에 대해 다수의견에 대한 양창수, 민일영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의 채무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인 '급부의 1회성' 및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배상책임의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수의견 1은 잘못된 견해라고 반박하였고, 이 보충의견에 대한 재반박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소수의견 2의 견해는 출자전환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채무면제부분은 상대적 효력만이 인정되어 분식결산에 기하여 대출금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상법상 임원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해석을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해석으로 향후 추가적인 검토의 실익이 있다고 본다. 한편 향후 실무상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상계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 채권단은 이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여 상계합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2011-07-18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재진행의 요건
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이 사건 대지에 관해서는 1982년 2월15일 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 1988년 3월25일 소외 2 명의로, 1988년 9월10일 원고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로 마쳐졌다. 한편 피고는 1961년 1월경 이 사건 대지와 연접한 같은 동 토지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매수하면서 이 사건 대지의 일부인 이 사건 계쟁토지의 점유를 승계하여 텃밭으로 점유 사용하여 왔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본소)을 제기하자, 피고는 위 토지에 관하여 원고를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에 소외 2 및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로 마쳐졌으므로 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시점을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하여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의 본소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으나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 및 다수의견에 대한 2개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2.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의 요지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우라 하더라도 당초의 점유자가 계속 점유하고 있고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도 다시 취득시효의 점유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점유자로서는 제3자 앞으로의 소유권 변동시를 새로운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2차의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점유자의 종래의 사실상태의 계속을 파괴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취득시효를 중단할 사유가 되지 못하므로, 새로운 소유명의자는 취득시효완성 당시 권리의무 변동의 당사자로서 취득시효완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할 것이어서 시효완성자는 그 소유명의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는 바, 이러한 법리는 위와 같이 새로이 2차의 취득시효가 개시되어 그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다시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종래 이와 달리 부동산의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토지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2차의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려면 그 새로운 취득시효기간 중에는 등기명의자가 동일하고 소유자의 변동이 없어야만 한다는취지로 판시한 종전의 판결들(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Ⅱ. 評釋 1. 이 판결의 의미 종래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관해서는 판례가 정립한 5가지 원칙이 있었다. 제1원칙: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경우에 점유자는 원소유자에 대하여 등기 없이도 그 부동산의 시효취득을 주장하여 대항할 수 있다. 제2원칙: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던 중에 등기부상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에는 이는 시효중단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점유자는 점유취득시효완성 당시의 등기부상의 소유자에 대하여도 취득시효완성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 제3원칙: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등기를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제3자가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에는 점유자는 그 제3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완성의 효과를 주장하여 대항할 수 없다. 제4원칙: 점유자는 실제로 점유를 개시한 때를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야 하고 그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제5원칙: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자의 변동이 있은 경우에도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기산점으로 다시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는 경우에는 점유자는 소유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 이 중 제5원칙은 대법원 1994년 3월22.일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위 판결은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새로이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요건으로서 그 소유권 취득 후 현재까지 소유자의 변동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원심판결은 위 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의 취득시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인정한 제5원칙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면서도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의 새로운 소유자에 대한 2차의 취득시효가 개시되어 그 취득시효기간이 경과되었으면 그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다시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여, 그 한도 안에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2. 제3원칙의 합리성 위와 같은 5개의 원칙 가운데 특히 제3원칙에 대하여는 종래부터 논란이 많았다. 제4원칙과 제5원칙도 제3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가 제3원칙과 제4원칙의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은, 그렇게 보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등기 없이 언제나 제3취득자에 대하여 시효의 완성을 주장하고 그에 관해서 등기를 청구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권리관계를 주장할 수 있게 되어 등기제도의 기능을 몹시 약화시키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대법원 1976. 6.22. 선고 76다487, 488 판결 등). 그러나 그에 대하여 비판하는 견해는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전의 부동산 취득자와 완성 후의 취득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더 오랫동안 점유한 자에게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종래의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도 대체로 적극적으로 판례이론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종래의 판례이론에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상판결 가운데 박시환 대법관의 보충의견도 이러한 취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견으로는 점유취득시효기간 진행 중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와 취득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를 달리 취급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된다. 시효기간 진행 중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점유자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반면, 취득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유자에게 이를 주장할 수 있기 위하여는 그 취득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소유자가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한다면 소유자에게도 이를 위한 방어수단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취득시효의 중단이 이러한 방어수단에 해당한다. 만일 소유자가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취득시효의 완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소유자에게 방어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이 되어 점유자와 소유자를 공평하게 다루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종래 제3원칙을 전제로 하는 제4원칙(취득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이른바 고정설)에 대하여는 점유자가 그 기산점을 임의로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역산설이 주장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점유자가 그 기산점을 임의로 주장할 수 있게 한다면 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의 취득시효 중단 주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점유 기간이 20년을 넘기만 한다면 새로운 소유자가 취득시효 중단을 주장하더라도 그 시점에 앞서서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시효 완성 후의 새로운 소유자는 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를 승계한 것이기 때문에, 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보다 더 유리하게 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만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이 당해 토지에 대한 물적 부담에 해당한다면 이를 가지고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취득시효 완성을 물적 내지 물권적 부담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취득시효 완성을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물권적인 것으로서 인정한다면, 제3자는 전혀 공시되지 않은 부담을 승계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소유자에게는 점유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었는지, 점유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전혀 공시되지 않아서 새로운 소유자는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래의 판례가 제3원칙이나 제4원칙의 근거로서 등기제도의 기능을 몹시 약화시키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하는 점을 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3. 점유취득시효 재진행의 요건 이처럼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그 당사자가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게 되면, 제5원칙의 근거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판례가 설명하는 것처럼, 당초의 점유자가 제3취득자의 등기 후에도 계속 점유함으로써 다시 취득기간이 완성되었는데도 시효취득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일단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후 제3자 명의로 이전등기된 부동산은 새로운 권원에 의한 점유가 없는 한 영구히 시효취득의 대상이 아니게 되는 불합리한 점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로부터 새로 시효기간을 진행하게 한다면 새로운 소유자로서도 그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불합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밀고 나간다면, 대상판결에서 문제되고 있는,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후 다시 시효기간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소유자가 바뀐 경우라고 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이 경우에도 다시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역시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94년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이 새로운 소유자의 소유권 취득 후 취득시효 기간이 완성되기 전까지 소유자의 변동이 없을 것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이 점에 관하여 판례를 변경한 것은 타당하다. 그런데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취득시효 완성 후에 새로운 소유자가 나타난 경우뿐만 아니라, 취득시효 진행 중에도 소유자가 변경되면 점유자로서는 그때부터 다시 새로운 시효가 진행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점유개시시부터는 20년이 경과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지만 시효진행 중에 소유권이 변동된 때로부터는 20년이 경과하지 않은 제3자에 대하여는 소유권 변동 후 20년이 경과하면 바로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인정하기 곤란하다. 일단 점유개시시부터 20년을 경과하면 그 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하다가 새로운 소유자가 나타난 경우에 그에 맞추어 시효의 기산점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취득시효 완성 후에 비로소 소유자가 바뀌었는가, 아니면 완성 전에 일단 소유자가 바뀌고 완성 후에 다시 소유자가 바뀌었는가 하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점유자만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餘論 그런데 입법론적으로는 현행의 점유취득시효제도는 불합리한 점이 있으므로 그 개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가 스스로 불법을 행한 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비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산점에 관한 복잡한 논의가 있는 것은 등기된 부동산에 대해서도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점유취득시효제도는 등기제도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취득시효제도에 대하여도 개정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귀추를 주목하여 볼 필요가 있지만, 사견으로는 부동산의 점유취득시효는 등기되지 않은 토지에 대하여만 인정하고, 취득시효 기간이 완성되면 공시최고절차를 거쳐 법원의 판결을 받아 등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우리 민법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되는 만주국 민법이나 스위스 민법의 태도이기도 하다.
2009-08-10
2차 점유취득시효 요건의 완화와 그 파급효과
I. 부동산취득시효제도의 부동산거래안전제도로서의 기능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의 취득시효제도(민법 제245조 제247조 및 제248조)가 부동산거래의 안전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의 시효취득을 어렵게 하는 판결도 하였으나, 부동산의 취득시효제도가 부동산거래의 안전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판결을 하여 왔다. 그 대표적인 판례가 등기부취득시효에 있어서 종전에는 등기기간의 승계합산을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나(대법원 1985. 1.29. 선고 83다카1730 전원합의체 판결), 지금은 등기기간의 승계합산을 인정하여(대법원 1989. 12.26. 선고 87다카2176 전원합의체 판결) 등기부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였다. 그리고 지금 살펴보고자 하는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서도,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후에 등기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고 그때로부터 다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경우에, 종래에는 2차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제3자명의의 등기가 20년 이상 계속되어야 하며 20년의 기간 중에 그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다시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나(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2.12. 선고 98다40688 판결), 지금은 20년의 기간중에 그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다른 사람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도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여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였다(대법원 2009. 7.16. 선고 2007다15172, 15189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하여 2차 점유취득시효와 관련하여서 종전에는 등기명의자의 소유권 처분에 사실상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었으나,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지금은 등기명의자의 처분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부동산에 관한 등기와 점유의 효력에 관하여 등기보다는 점유에 우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II. 동일부동산에 대한 1차 점유취득시효와 2차 점유취득시효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20년간 당해 부동산을 점유한 다음에 그의 명의로 등기해야 한다(민법 제245조 제1항). 20년의 점유기간이 경과하였으나 그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경료되지 아니하면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판례에 의하면부동산의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당해 부동산의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에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면 그 점유자는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76. 3.9. 선고 75다2220 판결). 그러나 부동산을 20년간 점유하여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나, 그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20년간 당해 부동산을 점유한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는 비록 점유취득시효의 기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그에게는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1983. 2.8. 선고 80다940 판결). 이와같이 20년의 점유시효취득의 기간이 경과하였으나 점유자명의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등기가 경료되지 아니하는 동안에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그 점유자에게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였으나, 점유자가 당해 부동산의 점유를 계속하여 그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20년을 점유한 경우에는 그 제3자명의의 등기시점을 기산점으로 한 새로운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어 2차로 20년간을 점유한 자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2차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기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리하여 20년간 점유하였으나 등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 않은 첫번째의 점유취득시효를 이해의 편의상 1차 점유취득시효라 하고,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20년이 경과하여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를 2차 점유취득시효라 한다. 그러나 편의상 1차, 2차 점유취득시효로 분류하지만 판례에 의하면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는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어도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III.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 완화로의 판례 변경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는 2차 점유시효취득기간의의 기산점이 되는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그 제3자명의로 20년간 계속되었을 때에 비로소 그 부동산의 점유자는 그 제3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서 소유권을 취득하고, 20년의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그 제3자가 다시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점유자의 점유가 새로이 20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을 부인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2차 점유시효취득기간의 완성전에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점유자의 새로운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을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종전의 판례는 등기명의자인 제3자의 소유권 처분에 사실상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의 효력을 인정하였으나, 지금의 변경된 판례는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사실상의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을 부인하였다. 그 결과로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와 동일하게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사실상의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판례의 통일성은 이루게 되었으나 과연 그러한 판례의 결론이 바람직한 법리인 지는 검토를 요한다. 私見으로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자기의 소유권을 처분하면 그것은 당해 부동산에 대한 권리의 행사로서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점유자의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며,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면 그 점유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고, 따라서 20년이 경과한 다음에 등기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도 점유자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물권적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다음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은 점유자의 시효취득에 장애가 되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는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판례는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점유자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당시의 소유명의자에 대해서만 점유취득시효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채권적인 청구권으로서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당시의 소유명의자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해서는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IV. 2차 점유취득시효 요건의 완화로 인한 파급효과 대법원이 이와같이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함으로서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이 더 쉬워지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나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나 동일하게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것은 결국 부동산물권의 공시방법이며 부동산물권변동의 요건인 등기보다는 부동산에 대한 점유에 더 우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물론 반대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을 이전받는 자들은 부동산의 점유의 이전까지 받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다. 변경된 판례는 1차 점유취득시효나 2차 점유취득시효나 동일하게 각각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전에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이 있고 그것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더라도 점유자의 점유시효취득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판례의 일관성은 유지되게 되었다. 그러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전의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과 그것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 판례는 그것이 점유자의 점유상태의 계속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대법원 1966. 9.30. 선고 68다2215, 2216 판결; 대법원 1973. 11.27. 73다1093 판결), 그것은 소유권자의 정당한 소유권의 행사이며, 따라서 점유자의 점유시효취득에 대한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점유자의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그 점유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게 되고, 그 물권적 기대권은 본질적으로 물권이기 때문에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자가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후에 당해 부동산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현재의 소유명의자에 우선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는 현재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이론정립함이 타당하다. V. 결론 이번의 판례 변경에 의하여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 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소유권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그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점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나, 그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2차로 점유자의 새로운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그 20년의 기간 중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의 변경이 있어도 2차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와같이 판례는 당해 부동산의 점유가 계속된 경우에 첫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과는 별개 독립의 두번째의 20년간의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점유자의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한다. 私見도 판례와 마찬가지로 첫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후의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의 성립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법리구성은, 첫번째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으로 점유자는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물권적기대권을 취득하고, 점유자가 첫번째의 20년의 점유기간이 완성된 후에 이루어진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새로이 20년이 경과하여 두번째의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첫번째의 20년의 점유기간의 완성으로 인한 점유취득시효이익은 이를 묵시적으로 포기하고 새로운 2차의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론정립함이 타당하다. 이 때에도 판례와는 달리 새로운 20년의 점유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제3자명의의 소유권으로부터 그 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있고 그 각각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그것은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점유자의 새로운 2차 점유취득시효는 부인되어야할 것이며, 새로운 20년의 점유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3자명의의 등기로부터 다른 사람의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도 그 점유자는 2차의 새로운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현재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결과는 판례와는 다른 법리구성이며, 따라서 그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본 事案에서는,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이 만료된 후에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고 그 후에 다시 다른 사람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져 최종 등기명의자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로부터 2차의 점유가 20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달리 2차 점유취득시효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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