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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저성과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의 한계
- 서울고등법원 2016나 2029751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1981년 피고 은행에 입사해 계속 근무한 근로자인데, 저성과로 인해 2012. 1. 26. 성과향상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후 곧장 다른 지역본부로 전보 발령되었고, ① 2012. 3. 30. 위 지역영업본부 내 성과향상추진유닛으로 전보 발령되었으며, 2012. 4. 1.부터 성과향상추진유닛 연수를 받았다. 피고 은행은 원고가 연수과정에 자주 불참하였다는 이유로 주의환기조치를 내렸고, 위 성과향상추진유닛 인사발령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고는 2012. 5. 2.부터 2013. 7. 15.까지 성과향상 프로그램에 따라 근무하던 도중 피고 은행으로부터 ② 2012. 7. 3.에는 무단결근·지각·잦은 연수불참·자기성과기술서 작성 거부 등을 이유로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③ 2013. 7. 10.에는 자기성과기술서 미작성·업무태만·무실적 등을 이유로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각 당하였고, ④ 2013. 7. 12.에는 피고 은행의 인사운영지침에 따라 타 지역본부 업무추진역(후선역)으로 전보되는 인사발령을 받았다. 원고는 위 2013. 7. 12.자 인사발령 후 첫 6개월의 기간 중에는 현직 유지점수에 해당하는 50점 이상으로 업무추진역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다음 6개월의 기간 중 직위하향점수에 해당하는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고, 피고 은행은 ⑤ 2014. 9. 3. 원고에게 업무추진역에서 상담역으로 지위를 하향하는 인사발령을 행하였다. 이후, 피고 은행은 상담역 발령 이후의 실적을 후선역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원고에게 ⑥ 2015. 2. 26.에는 대기발령을, ⑦ 2015. 8. 26.에는 명령휴직을 하였다. 원고는 ⑤의 상담역 인사발령에 대하여, 주위적으로는 당해 인사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것과 예비적으로는 위법한 하향 인사발령 때문에 깎인 급여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첫째, 당해 인사발령은 다른 선행 인사발령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것인바, 선행의 인사발령은 무효이므로, 당해 인사발령 역시 무효이다. 둘째, 후선역 평가기준과 관련해, 사회봉사활동을 그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 즉, 사회봉사활동은 피고 직원으로서의 업무와 무관하고, 평가기준이 요구하는 봉사활동시간이 과다하며,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한 것과 다름없다. 셋째, 후선역 평가기준으로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점수의 산정방법 및 수익실적점수 산정방법을 넣은 것은 자의적이다. 넷째, 피고의 후선역 평가주기 기산점을 잘못 산정해 엉뚱한 기간의 점수를 가지고 피고를 인사발령 하였으므로 위법하다. 다섯째, 피고는 직원들에게 후선역 평가기준을 제대로 알려주었어야 하나 이를 미리 고지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위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피고 및 노조 간의 합의는 성과향상유닛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아니고, 인사관리기준 개선시행문의 상위규범인 인사운영지침에도 후선역 배치의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사회봉사활동을 평가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피고 및 노조 간에 명시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자의적이지 않고, 3개월간 최대 1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하도록 한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으며, 사회봉사활동의 기준이 근로자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고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세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피고가 원고의 강의수강 전부터 연수점수가 인정되는 강의인지 판별할 근거를 나름대로 미리 갖춰놓았고, 단말기를 스스로 조작해 실적을 입력하지 못하거나 과거 영업실적을 무시한다고 해서 이를 자의적이거나 불가능한 실적달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네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후선역 평가주기 기산점을 바로잡아 다시 평가를 하더라도 원고의 점수는 여전히 50점 미만으로 직위하향을 피할 수 없어, 당해 인사발령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섯 번째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인사운영지침과 후선역 평가기준이 사전 공지되었고 특히 인사운영지침은 피고와 노조 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원고와 개별적으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판결은 당해 인사발령은 위법 무효가 아님을 밝혔고, 위 인사발령이 위법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항소심에서도 종전 주장들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대상판결은 그 중 두 번째 주장, 즉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후선역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후선역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둔 것은 현업 복귀를 희망하거나 적어도 기존 근로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피고 은행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근로계약 또는 자치규범에 근거도 없는 비자발적인 봉사활동을 강요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사회봉사활동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제32조 제3항을 위반하고, 자원봉사활동의 자발성을 강조하고 이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자원봉사활동기본법 등 법의 정신에 반한다고 보아, 근로자에 대한 피고 은행의 업무명령권의 합리적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사회봉사활동 평가점수 만점을 받으려면 3개월에 120시간 6개월에 240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실적을 위한 영업활동과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과중한 부담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은 원고가 약 22개월간 259회에 걸쳐 883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는 유죄를 범한 형사 피고인의 경우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 제59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회봉사명령의 최대치 500시간보다도 많은 것임을 지적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저성과 근로자의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둔 것은 위법하고 피고 은행이 보유하는 인사에 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한 인사발령 또한 무효임을 확인하였으며,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감액된 임금 상당액만큼의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3. 판례해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해고에 국한시켜 보면, 위 규정이 사용자의 근로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제한하는 이유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이외에 어떤 경우가 정당한 이유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사회통념상 계속 고용을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해석된다. 해고사유를 근로자측의 해고사유와 사용자측의 해고사유로 분류할 경우, 전자는 다시 징계해고와 통상해고로 분류될 것이다. 이 중 통상해고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는 없으나 근로자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사유로 인해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 및 근로계약 등에 규정된 근로제공의무를 충분히 이행할 수 없음을 이유로 하는 해고처분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업무능력의 결여나 근무성적의 부진으로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또 그의 개선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면 통상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근로자가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저성과자라고 해서 개선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해고한다면 이는 정당한 해고가 될 수 없다. 사용자는 성과가 부족하거나 태도가 불량한 근로자에게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장래 개선가능성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용자의 경영권에 기초한 인사평가가 중요해진다. 판례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로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것인바, 모든 평가요소를 객관화하기 곤란해 원칙적으로 그 평정을 위한 평가기준이나 항목의 설정, 점수의 배분 등에 있어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인사평가에 대한 사용자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 7. 14. 선고 2010구합 32587 판결 [부당인사고과평가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그리고 판례는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용자가 인사평과결과에 기초해 저성과 근로자를 하향 전직시켰다면 이를 곧바로 위법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사용자의 인사평가 및 인사권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권도 그것이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정해진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 또는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자의적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 기준이 근로자에게 미리 고지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량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당해 인사처분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상 판결은 저성과 근로자인 후선역 평가기준에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포함시킨 것 자체가 ? 설령 그것이 노사 간 합의에 의해 포함된 것이더라도 - 봉사활동의 자발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용자의 인사평가 및 인사권에 대한 하나의 한계를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은행
저성과
직위
대기발령
성과향상
근로자
윤동욱 법률사무소 서희 변호사
2017-03-14
민사일반
[판례해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미지급 물품대금과 남한본사의 채무인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개성공단에 입주한 A회사에게 물품을 납품하고도 개성공단폐쇄로 인해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원고가 A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남한본사인 피고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것은 채무인수”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6. 선고 2016가합551088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미합중국통화 1,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개성공업지구에 A회사를 설립하였다. 원고는 미싱침, 부품의 도매업자로서 A회사에 물품을 납품하였으나, 2016. 2. 경 개성공단이 폐쇄되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실태를 조사하였는데, 원고는 2016. 3. 28. 피고에게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90,774,240원)가 첨부된 이 사건 공문을 보냈고, 피고는 첨부된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 하단에 피고의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피고의 법인인감증명서와 함께 원고에게 회신(회신하여 준 확인서를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하여 주었다. 이 사건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해를 돕기 위해 판결문에 언급된 것을 그대로 싣는다). 수신: 피고회사 대표이사 참조: 피고회사 개성 법인장 2.(생략) 통일부 주관 실태조사서를 작성하기 위해 본 공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당사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3. 귀사와의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보내며, 본 내용은 2016. 2. 7. 까지 납품된 물품에 대한 미지급 내용만 표시하였습니다.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 하단에 대표이사의 이름과 함께 법인인감을 날인하여 주시고 법인인감증명서 1부와 함께 등기발송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첨부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90,774,240원) 원고는 피고가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작성해줌으로써 90,774,240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면서 물품대금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이는 원고가 통일부에 피해실태를 작성 제출하여야 하므로 원고와 A회사 간의 채권채무관계를 피고가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은 원고는 피고가 아닌 A회사에게 물품을 납품한 점, 이 사건 확인서에도 물품대금 90,774,240원을 피고가 지급하겠다는 명시적인 문구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이 사건 확인서는 원고의 통일부에 대한 피해실태보고 용도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인정되나, ① 원고는 이 사건 공문에서 ‘귀사와의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보낸다’면서 90,774,240원의 물품대금을 피고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를 밝힌 점, ② 피고는 원고로부터 물품을 납품 받은 회사가 아님에도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에 피고의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법인인감증명서도 첨부하여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 원고에게 회신해 준 점, ③ 피고와 A회사의 특수한 관계, ④ 원고가 A회사로부터 물품대금을 직접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쉽게 찾기 어렵고, 이러한 사정을 피고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함으로써 A회사의 물품대금채무를 인수하여 원고에게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확인서는 채권자(원고)와 인수인(피고)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민법 제453조) 형식이다. 민법 제453조에 의한 채무인수가 되기 위해서는 채무가 특정되고 인수 가능하여야 하며, 인수인이 해당 채무를 인수한다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이 사건 확인서가 작성되게 된 경위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A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인수할 의사였는지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확인서는 ‘A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액수’가 아니라 ‘원고에 대한 미지급채무액수’를 피고가 확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통상 회사에서 법인인감과 법인인감증명서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라는 문서에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법인인감증명서까지 첨부한다는 것은 1심 법원처럼 채무인수의 의사로 볼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대법원도 신탁회사가 건설회사에 ‘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경우, 신탁회사가 건설회사의 레미콘 납품업체들에 대한 레미콘대금 지급채무를 보증하였거나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 피고로서는 원고가 보낸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에 그대로 날인해 주는 것 아니라 “A회사의 원고에 대한 납품대금 미지급 금액이 90,774,240원임을 확인한다”라고 회신했어야 할 일이다.
법인인감증명서
남한
납품대금
물품대금
개성공단
채영호 변호사
2017-02-28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판례해설] 성공보수, 변호사와 의뢰인의 동상이몽
서울고등법원 2017. 2. 2. 선고 2016나2057008 판결 의뢰인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합니다. 1심은 승소합니다. 상대방은 항소하고 같은 변호사와 다시 위임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패소하고 상고기각으로 판결은 확정되어 버립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1심 위임계약에서 정한대로 성공보수를 달라고 합니다. 계약서에는 “승소로 얻은 경제가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공보수로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의뢰인은 거절합니다. 사건이 ‘성공’한 게 없으니 보수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 심급대리라는 단어는 낯설 뿐입니다. 당장 피부로 와 닿는 건 아무 소득 없는 판결 결과, 그간 변호사에게 지출한 착수보수, 소송비용입니다. 성공보수를 둘러싼 변호사와 의뢰인의 동상이몽이 빈번한 이유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1심 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 지급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위임계약의 문언이 분명하고, 소송대리권의 범위가 원칙적으로 당해 심급에 한정되는 이상(대법원 1994. 3. 8. 선고 93다52105판결), 처분문서에 반하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공보수를 심급별로 지급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승소한 경우에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법원은 그러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2심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1심 위임계약의 성공보수금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하는 경개계약이 있었다는 의뢰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법원은 변호사에게 지급할 성공보수금을 감액합니다. 사건수임경위, 의뢰인과의 관계, 착수금 액수, 사건처리의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얻는 구체적 이익, 변호사회의 보수규정 등을 토대로 성공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일정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50190 판결 등). 법원이 감액사유로 판단한 기초사실은 (1) 변호사가 본안사건과 가처분사건의 착수금을 이미 수령하였고, (2) 전부 패소판결 확정으로 의뢰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은 전혀 없으며, (3) 감정료 등 소송비용은 대부분 의뢰인이 부담하였고, (4) 사건 난이도가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의뢰인이 ‘승소로 얻은 경제가액’ 자체가 실질적으로 없다는 점을 십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성공보수금은 1억 7,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감액됩니다. 당사자들이 처분문서에서 정한 약정금액을 법원이 후견적으로 조정하는 형태의 판결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1심 위임계약에서 약속한 성공보수금을 변호사에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경제적 이득을 기준으로 사건의 ‘성공’을 판단하는 의뢰인으로서는, 심급별 위임계약의 성공보수약정이 갖는 법적 의미를 선뜻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비전문가인 의뢰인과 전문가인 변호사의 보수약정모델 개선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의 ‘착수금+성공보수’ 모델이 아닌, 민사소송법이 예정한 변론준비 및 변론에 대한 기본보수와 특정 결과를 조건으로 하는 초과보수 약정을 ‘기본보수+초과보수’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판시사항은 귀담아들을만 합니다. 다만 장기적 제도개선과제는 말 그대로 과제로 남겨두고, 실무적으로는 ‘성공보수’의 의미와 법적 효과에 대한 충분한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오해의 소지없는 위임약정을 체결하는 일이 급선무라 하겠습니다. 동상이몽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대화입니다.
성공보수
이혼소송
재산분할
상고기각
소송비용
의뢰인
장품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02-28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있어서의 준거법의 기준
이 사건 판결(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므4133 판결)은, 러시아국 사람인 원고가, 마찬가지로 러시아국 사람들인 피고 1, 2가 한국에 소재한 부동산을 매매한 것을 사행행위라고 하며 채권자취소권을 주장한 사안에서,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준거법이 어느 나라 법인지와 관련하여 원심과 달리 그 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채권자취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이 사건에서 원심은, 원고가 매수인(피고 2)에 대해 주장하는 채권자취소권에 관하여는 그 피보전채권의 준거법(러시아국법)과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인 법률행위의 준거법(대한민국법)이 누적적으로 준거법이 되어 양쪽 준거법 모두에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피보전채권의 준거법인 러시아국법상 일반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채권자취소권의 근거 규정이 있다거나 러시아국법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이 성립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채권자취소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서 피보전채권은 단지 권리행사의 근거가 될 뿐이고 취소 및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해행위이며, 사해행위인 매매계약의 당사자들인 피고들이 모두 러시아국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매매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 매매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할 것이고(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또한 그 매매계약이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부동산이 소재하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할 것이므로(국제사법 제26조 제3항),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결국 피고들의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가 소재한 대한민국법이 위 사해행위인 매매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어서,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와 관련한 법률관계에 적용할 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라고 본 위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채권자취소권
사해행위
외국인
2017-02-10
노동·근로
민사일반
판례해설 - "위약벌의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0. 12. 선고 2016가합283 판결 - 1. 사건의 개요 - 원고는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법인인데, 피고는 2010. 7. 원고에 입사하여 원고의 중국 내 자회사에서 영업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15. 1. 자진퇴사 하였음. - 피고는 2015. 3.부터 화장품 제조 판매업을 하는 A법인의 중국 청도 지사 영업부문 상무로 재직하면서 원고의 기존 판매대리상들과 거래를 하고 있음. -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4. 1. 1. 체결된 경영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은 경업금지(제5조), 유인금지(제6조), 비밀유지(제7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손해배상에 관한 조항은 아래와 같음. 제13조(손해배상) 1. 피고는 본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기타 관련 법률에 의한 어떠한 처벌 및 불이익을 감수하며, 본 계약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원고가 입은 일체의 민, 형사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2. 피고가 제5조 내지 제7조를 위반하는 경우 피고는 위 제1항과 별도로 피고가 지급받는(지급받았던) 연봉의 2배를 원고에게 위약벌로 배상한다. 2. 쌍방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하, '이 사건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을 하였는데, 피고는 원고 퇴사 이후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회사에 취업하여 원고 재직 당시와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위약벌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①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은 피고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② 설령,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위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피고에게 약정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위약벌 규정은 일부 무효에 해당하여 감액되어야 한다. 3.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피고가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을 위반하였으므로 위약벌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해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 만으로는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 등으로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위약벌 규정이 과도하게 무거우므로 일부 무효에 해당하여 감액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위약벌 규정 외에도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무의 강제로 인하여 얻어지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겁다고 판단되므로, 위 위약벌 조항은 피고가 지급받은 연봉의 1.5배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유효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가 위약벌로 청구하는 금액 중 3/5 정도를 인용하였다. 4. 이 판결의 의의 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구별 위약벌은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때 채권자가 손해배상과 별도로 몰수하기로 한 위약금"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는 위약벌과 동시에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위약벌의 주된 기능은 채무자를 압박하여 그가 계약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도록 강제하는 데 있다. 한편,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을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미리 계약으로 정하여 두는 것'으로 정의된다.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은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한 요건 및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판단하는 방법>에 관하여,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ㆍ증명되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주요 구별 기준 내지 실질적인 차이는 "위약금 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여부"라 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 제13조 제1항은 손해배상에 관하여 정하고 있고, 제2항은 이와 별도로 "위약벌" 배상에 대하여 정하고 있어, 제13조 제2항의 금원이 위약벌로 해석되는데 이견이 없고, 이 사건 제1심에서도 이 부분은 다투어지지 않았다. 나. 과도한 위약벌에 대한 통제수단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민법 제398조 제4항),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그렇다면 위약벌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위와 같이 위약벌의 일부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으나, 의무의 강제로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다만 위약벌 약정과 같은 사적 자치의 영역을 일반조항인 공서양속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할 때에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위약벌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고 있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따르고 있지만 처음으로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내용에도 들어 있듯이 민법 제103조는 일반 규정이므로 일반 조항으로의 도피가 쉽게 일어나지 않도록 그 적용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법 제103조를 위약벌의 통제수단으로 적용함에 있어, 민법 제103조는 법률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공서양속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계약을 위반한 전체기간이나 일부 이행여부와 같은 계약 이후의 사정을 반영하여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위약벌을 일부 무효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학계에서는 위약벌에 대해서도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직권감액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도 있으나, 법원은 위약벌에 대하여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의 민법 개정시안 제398조는 손해배상액 예정에 대해서만 규정하던 민법 제398조의 적용범위를 위약벌을 포함한 위약금 전반으로 넓히면서 제3항에서 부당히 과다한 위약금은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과도한 위약벌에 대하여 민법 제103조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이래, 이 사건 제1심과 같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을 일부 무효라고 판단하는 하급심 판결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과도한 위약벌이 문제되는 개별 사안에서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라는 공서양속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위약벌
경업금지약정
공서양속위반
2016-11-07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2차적저작물 양도에 원저작물 이용허락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5333 판결 [사실관계] 삼성 SDS(이하 '피고', 이 사건 발생 당시는 2012년 삼성 SDS에 합병된 EXECNT 주식회사임)는 2004. 1. 5.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업체 원고 로지스큐브(이하 '원고')로부터 창고관리 프로그램(이하 'B 프로그램')을 공급받기로 하는 개발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본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작동환경으로 하는 창고관리 프로그램(기존 프로그램, 이하 'A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IBM사가 제공하는 서버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용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서버에 접속하여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ASP' 방식의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할 목적으로, A 프로그램을 수정하여 IBM 사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인 DB2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B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한 것이었다. 한편 개발위탁계약서 제7조에는 원고가 제출한 용역수행결과 산출물에 대한 권리는 모두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개발을 마친 원고는 2004. 2. 26. 피고에게 이 사건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제공함도 동시에 그에 대응하는 오라클 기반의 소스코드도 같이 제공하였다. 그런데 위 개발위탁계약서 제7조에는 B 프로그램에 관한 모든 권리가 피고에 귀속된다고만 되어 있을 뿐, B 프로그램을 개작할 경우에 원고로부터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즉 위 개발위탁계약서의 내용으로 보아 B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볼 만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고는 B 프로그램과 같은 창고관리 프로그램을 스스로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물류 사업을 영위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위 개발위탁계약 체결 당시부터 향후 이용환경 등의 변화에 대응하여 B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원고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피고는, 2004. 8.경 B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른 업체에게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DB2를 기반으로 하는 B 프로그램의 작동환경을 오라클로 전환한 새로운 프로그램(이하 'C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른 업체에게 공급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가 B 프로그램을 개작한 C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른 업체에게 제공한 것은 원저작물인 '기존 프로그램(A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피고에게 8,000만원의 손해배상 이행을 선고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으나,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피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쟁점] o 프로그램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이 피고에게 양도된 경우, 그에 따라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의 저작권도 양도되는지 여부 (제1쟁점) o 프로그램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이 피고에게 양도된 경우,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양도되는지 여부 (제2쟁점) o 원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모두 보유한 자가 그 중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의 의사표시에 원저작물 이용에 관한 허락도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제3쟁점) [해설] 1. 제1쟁점에 관하여 우리 저작권법은 2차적저작물을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하며, 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제5조). 즉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과는 별개의 저작물이므로, 어떤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이 양도되는 경우,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에 관한 별도의 양도 의사표시가 없다면 원저작물이 2차적저작물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이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양도에 수반하여 당연히 함께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은 비록 이 사건 개발위탁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인 B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이 피고에게 양도되었더라도 그에 의하여 곧바로 그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까지 함께 양도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개발위탁계약을 통하여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피고에게 양도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2. 제2쟁점에 관하여 제2쟁점에 관하여는 법문에 명기되어 있는바,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본 사안은 컴퓨터프로그램에 관한 것으로서,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본문이 아닌 단서가 적용된다. 즉 피고는 원고로부터 B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았고, 달리 2차적저작물에 대한 제한 특약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B 프로그램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보유하고 있다. 3. 제3쟁점에 관하여 본 사안의 핵심쟁점은 제3쟁점인바, 피고가 B 프로그램을 개작하여 C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원고의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이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B 프로그램을 양도한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도 같이 하였는지의 문제로 파악하였다. 만일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 피고의 B 프로그램의 개작 또는 C 프로그램의 개발은 원저작물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지만, 반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면 피고의 B 프로그램의 개작 또는 C 프로그램의 개발은 원저작물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B 프로그램을 양도한 원고가 피고에게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도 같이 하였는지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모두 보유한 자(= 원고)가 그 중 2차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의 의사표시에 원저작물 이용에 관한 허락도 포함되어 있는지는 양도계약에 관한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로서 그 계약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2차적저작물양도에 원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이 포함되었는지를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 또는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로 보았고, 양도계약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본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B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면서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의 이용허락을 했다고 판단하였는데, 첫째, 이 사건 개발위탁계약의 내용을 보건대, B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권리가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되어 있어(제7조), B 프로그램을 개작할 경우 원고로부터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거나 B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볼 만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점, 둘째, 피고가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목적, 셋째, 피고가 B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원고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넷째, 원고는 피고에게 B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뿐만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오라클' 기반의 소스코드도 함께 제공한 점, 다섯째, 피고가 B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창고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DB2' 기반의 B 프로그램의 작동환경을 '오라클'로 전환하여 공급하였는데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되었다.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B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면서 원저작물인 A 프로그램의 이용허락을 하였는바, 피고가 B 프로그램을 개작하여 C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원고의 원저작물 A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발주자와 개발자 사이의 개발위탁계약을 통해 산출물인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양수한 발주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또는 개작권의 범위에 대하여 판시하고, 특히 그 산출물의 원저작물에 해당하는 개발자의 원본 프로그램과의 관계에 대하여 계약 또는 의사표시 해석의 방법을 적용하여 발주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범위를 확정한 것으로서, 실무상 발생하는 많은 SW 개발 분쟁에 있어 그 침해 기준을 제시하였다.
2차적저작물
저작권
프로그램
2016-10-26
민사일반
판례해설 - 건물 벽을 뚫고 침입한 절도 사건에서 경비업체가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5가단5297118 판결 - 1. 사건의 개요 - 2013. 11. 11. 원고회사는 경비업체인 피고와 원고회사가 관리하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경비서비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 - 2014. 1. 25. 22:33부터 다음날인 1. 26. 00:52 사이에 절도범 2명이 이 사건 건물에 2차례에 걸쳐 침입을 시도함 → 피고가 설치한 열선감지기에 감지되어 피고 직원들이 2014. 1. 26. 00:07 및 01:29 이 사건 건물에 2회 현장출동하여 이상여부 등 확인함. - 2014. 1. 27. 00:50~02:10경까지 절도범 2인은 용달차를 이용하여 이 사건 건물에 도착한 후 건물 뒷편 벽을 뚫고 건물 내로 진입하여 에나멜 각동선, 동판 등을 절취한 후 도주함(이하, '이 사건 사고'). - 2014. 2. 29. 절도범 2인은 이 사건 건물의 유리창으로 침입하여 에나멜 환동선, 동판 등을 절취하였고, 피고는 이 부분 피해를 보상함. 2. 쌍방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경비업무를 담당하였고, 이 사건 건물 내 물품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원고에게 손해(절취품 시가 + 영업손실)를 야기하였으므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건물의 열선 감지기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가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이므로 피고는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설령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사건 건물 뒷편 벽면의 재질이나 상태가 절도범행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에게 전적인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손해공평부담의 원칙에 반한다. 3.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계약에 의할 때 경비서비스 제공자인 피고는 경비 대상물에 대한 모든 절도 범죄를 예방·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무인경비기기 설치·관리, 침입 감지 신호 수신시 직원 출동 및 출동 후 조치 등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시간을 지체함으로써 경비 대상물에 손해가 발생·확대된 경우에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거나 시간을 지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제1심이 위와 같이 판단하며 설시한 주요 논거는 아래와 같다. - 절도범들은 2014. 1. 25. 22:33부터 1. 26. 00:52까지 2차례에 걸쳐 이 사건 건물에 침입을 시도하였는데, 그 직후 피고 직원들이 2차례에 걸쳐 이 사건 건물에 현장 출동하여 이상여부 등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이 사건 건물 중 어느 부분이 감지범위에 포함되는지 확인하였음. 절도범들은 2014. 1. 27.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피고가 설치한 열선 감지기의 감지범위가 아닌 이 사건 건물 뒷편 벽을 뚫고 절취하였음. 이 사건 사고 당일 절도범들은 피고가 설치한 열선 감지기의 감지 범위를 벗어나서 이동하였으므로 사고 당시 피고측에서 현장 출동을 하지 못하였음. -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경비계획을 확정할 때, 이 사건 건물 뒷편(출입문, 창문이 없음)은 외부인의 출입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여 열선 감지기의 감지범위에서 제외시켰음. - 절도범이 출입문 또는 창문이 아닌, 이 사건 건물의 벽면을 뚫고 침입한다는 사정은 일반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인데, 이 사건 계약상 그러한 침입경로까지 대비하고 현장에 출동할 의무까지 피고에게 있다고 보기는 어려움. 4. 이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의 특이성은 문제의 절도범들이 사전에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열선감지기의 감지 범위를 파악한 후, 감지 범위를 벗어난 건물 외벽을 뚫고 침입했다는 점에 있다. 제1심은 "절도범이 출입문 또는 창문이 아닌, 이 사건 건물의 벽면을 뚫고 침입한다는 사정은 일반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하였다. 원고와 피고 역시 계약을 체결하기 전 경비계획을 확정할 때, 창문과 문이 전혀 없는 건물 외벽으로 외부인이 출입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고, 열선 감지기의 감지 범위에서 이 부분을 제외한 바 있다. 제1심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가 통상적으로 취하여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거나, 시간을 지체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위와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피고가 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24. 선고 2014가합572531 판결에서도 절도사건에 대한 경비업체의 책임유무가 다루어졌는데, 절도범이 빌라의 1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침입하여 금고에 보관 중이던 금품을 절취한 사안이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절도범이 침입한 베란다 창문 아래에 적외선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아래에 치우쳐 있어 창문의 상단으로 침입할 경우 감지되지 아니하는 문제점이 있었고, 절도범이 도주할 때 이상신호가 작동하였으나 경비업체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현장요원을 출동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다가 피해자의 방문요청을 받고서야 신호감지 후 26분이 지나서 현장요원이 출동하였다는 점 등을 들어, 경비업체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책임을 일부 제한하였다(항소심에서도 경비업체의 책임이 일부 인정되었고 상고포기로 확정되었다). 위 판결과 판례해설 대상판결을 비교하여 본다면, 법원이 어떠한 경우에 경비업체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경비업무
절도
경비서비스
2016-08-23
노동·근로
민사일반
판례해설 - 수 년간 소속 용역업체를 변경한 경우 불법파견 인정
- 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 1. 들어가며 기업들이 경비절감이나 관리상의 용이함 등의 이유로 건물관리나 청소, 경비 등의 업무를 용역업체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경우 위탁계약이 종료하여 새로운 용역업체로 변경되더라도 해당 건물에서 위탁업무를 수행하던 기존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에 채용되어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기업 내부의 전산시스템 위탁 관리를 외부 IT업체에 맡겨 관리하는 형태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당 IT업체(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전산시스템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역시 피고가 방범용 CCTV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를 용역업체 위탁하여 운영하면서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매년 종료됨에 따라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던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해 온 사안이었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군포시)는 관내 범죄취약지역에 설치한 방범용 CCTV에 관한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면서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 업무를 2008. 6. 1. A회사에 위탁하였다. 원고들은 A회사에 2008. 6.경 또는 2008. 8.경 입사하여 관제센터에서 CCTV 모니터링 요원으로 근무하였고, 피고가 용역업체를 변경할 경우 계속해서 새로운 용역업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동일하게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해 왔다(총 4개 용역업체에서 약 3년 6개월 정도 근무). 그런데 새로운 용역업체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원고들은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자파견과 관련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의 5가지 판단지표 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 파견여부를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의 근무지시를 받고 매일 근무상황을 피고에게 보고하고, 휴가ㆍ병가등을 관제센터장에게 보고하였다는 점, 용역업체의 경우 모니터링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최초 업무교육도 시키지 않았으며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직원도 없는 점, 피고가 모니터링 용원 간 업무 인수인계사항에 관해 관제센터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을 지시한 점, 용역업체가 매년 변경되었음에도 원고들이 새로운 용역업체로 소속만 변경하면서 모니터링 요원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점 등을 바탕으로 원고들의 경우 피고의 관제센터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모니터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피고가 원고들을 사용한지 2년이 초과된 시점에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용역계약이 변경됨에 따라 용역업체만을 바꾸면서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 형태를 근로자파견의 부정적 요소 중 하나로 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대상판결이 위 요소 하나만을 이유로 근로자파견으로 본 것은 아니므로, 건물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소속 근로자를 해당 건물이나 위탁업자의 사업장에 보내어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많은 위탁계약이 곧바로 근로자파견 관계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현장대리인도 없이 위탁인의 사업장에 자신의 근로자만을 보내어 놓고 위탁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위탁인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지휘ㆍ감독을 하면서 용역업체가 변경되었음에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면 이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에서는 건물의 주차관리 등을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해당 건물에서 주차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역업체가 아닌 위탁자(건물소유자 등)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 경우가 많고, 용역계약이 종료하거나 해지될 경우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채 기존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업들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해 주는 IT 업체 소속 근로자 역시 전산시스템 관리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소속 IT업체에 복귀하지 않은 채 새로운 IT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존과 동일한 업무(특정 업체의 전산시스템 관리)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주차나 전산시스템 관리를 위탁하는 업체는 용역업체로 하여금 현장관리인을 두도록 하고 현장관리인이 직접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태관리, 업무 지휘ㆍ감독 등을 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의 원심판결 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다79439 판결)을 근거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휘ㆍ명령을 한 것은 경비업법 등의 법령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은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경비업무'의 경우 경비업법에서 엄격히 국가중요시설의 시설주, 경비업자, 특수경비원의 직무ㆍ의무에 대해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시설주가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지휘ㆍ감독과 마찬가지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실무에서도 경비업무를 위탁한 경우 위탁자가 경비업법을 이유로 경비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탁업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인지, 경비업법의 취지가 무엇인지 등 경비업법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법파견
노무
근로자파견
2016-08-22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 공인중개사가 취득세의 세율을 잘못 알려준 경우 배상책임 유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12. 선고 2015가단134106 판결 - 우리나라도 비교적 규모가 큰 주택·상가 등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가 일반화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거래당사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각종 권리관계,공법상 이용제한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중개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 또는 공제제도를 통한 피해회복의 길도 열려있어 당사자간 직거래에 따른 거래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다. 중개사고와 관련하여 그동안 누적된 판례를 보면 대부분은 권리분석을 잘못하여 매수인 또는 임차인이 소유권 등 권리를 이전받지 못하였거나 임차보증금을 회수받지 못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본 판결은 이와 달리 공인중개사가 해당 부동산에 부과될 조세의 세율을 잘못 알려준 케이스를 다루고 있고 이를 중개사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사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주택의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를 작성하면서 '취득시 부담할 조세의 종류 및 세율'란에 '취득세 1%, 농어촌특별세 0.2%, 지방교육세 0.1%'라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지상 주택은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져 취득세 등이 중과세됨으로써 매수인 B는 예상과 다르게 현저하게 많은 취득세 등을 납부하게 되었다(A가 설명한 세액 750만원, B가 실제로 납부한 세액 7300만원). 이에 대하여 B는 A와 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 위 차액 상당의 금원(655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먼저 A의 과실 유무에 대하여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하므로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등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조사·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하여야 할 대상에는 중개의뢰인이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함에 따라 부담하여야 하는 조세의 종류와 세율이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는 B에게 위와 같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조세의 세율에 대한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A의 재산적 손해배상 책임 유무에 대하여는 B가 청구한 위 차액뿐만 아니라 실제 납부한 금액 전체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하여 법률상 당연히 납부하여야 하는 세금으로서 법령상 부담하는 납세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지출된 것이므로 A의 중개행위상 과실과 인과관계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A가 B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에 따른 조세의 세율을 잘못 설명함으로써 실제 납부하게 될 고액의 세금을 감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 또는 고액의 세금을 납부하여야 함을 이유로 매매금액을 추가 협상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상실한데 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 500만원을 인용하였다. A의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공인중개사법 및 보험약관상 보증보험회사의 재산상 손해배상책임 또한 인정할 수 없고 정신적 손해는 보상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보증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다. 공인중개사법에 중개사고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공인중개사의 고의·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본 판결은 결론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중개 대상 부동산에 부과될 취득세 등 조세의 세율을 틀리게 고지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부한 세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므로 이를 중개사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이다.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대법원은 일관되게 자연적 또는 사실적·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다고 판시해 왔고 본 판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 발생에 조건적 관계에 있는 원인 사실이라고 하여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긍정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특별히 세액의 크기가 매수 여부를 좌우할 중요 고려요소로 작용하였거나 이 사건 부동산 주변에 실질적 유사성을 지닌 부동산 중 중과세가 아닌 일반과세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에 대한 선택가능성이 있었다면 A의 과실과 위 차액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인중개사
중개사고
상당인과관계
2016-07-27
민사일반
판례해설 - 대법원 "연명치료 중단 판결 후 병원비도 가족이 부담해야"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9769 진료비 사건 - 이른바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 사건에서 환자의 자녀들은 원고 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장치제거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08. 11. 28.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않았고 이 판결은 2008. 12. 4. 원고 병원에 송달되었다. 원고 병원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09. 2. 10. 항소기각이 되었고 판결의 성질상 확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원고 병원이 다시 상고하였으나 2009. 5. 21.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되어 제1심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판결확정에 따라 원고 병원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뗀 후 환자는 2010. 1. 10. 사망하였다. 위 사건에서 환자 유가족들은 진료개시일부터 환자가 사망한 2010. 1. 10.까지의 진료비 8,700여만 원 중 8,690여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고 병원이 환자 유가족들을 상대로 진료비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진료비청구 소송의 제1심 재판부는 "환자와 원고 병원 사이의 의료계약은 환자의 진료중단 의사가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담긴 연명치료중단 제1심 판결이 원고에게 송달된 2008. 12. 4. 해지된 것으로 보아야하므로 위 날짜 이후의 진료비는 환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1가단62048 판결).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의 경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고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명치료중단 사건에서의 판단이었던 점, 연명치료중단 사건의 제1심 법원은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아니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판결의 성질상 확정을 기다려 집행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환자의 의료계약 해지의사표시의 효력발생 시기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때, 즉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인 2009. 5. 21.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아울러 "환자의 연명치료중단의 의사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로 해석되므로 원고 병원이 중단해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될 뿐이며 그 이외에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와 병실사용에 관한 부분은 의료계약이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위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 측이 미납한 2010. 1. 10.까지의 진료비 8,690여만 원 중 원고 병원의 진료과정에 선택진료의 해지가 명백한 기간 동안의 선택진료비 49만여 원을 제외한 나머지 8,840여만 원을 원고 병원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나2536 판결). 환자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6. 1. 28. 원심판결의 논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판시를 하면서 환자 측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9769 판결). 대상판결은 특히 환자 본인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 측이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토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고 병원 측이 이에 대하여 다투면서 진료를 계속할 경우 의료계약의 해지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한 최초 판결이고, 아울러 의료계약의 해지범위에 대해서도 무의미한 연명장치인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필수적이고도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는 해지범위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로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노령인구가 늘어가고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되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향후 연명치료중단 관련 사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위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이나 최근 국회를 통과하여 2018년부터 시행예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료비 분쟁의 해결지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명치료중단
진료비
의료계약해지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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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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