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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녀문제
판례해설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1.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대법원은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효력이 없고(94다8334 판결),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의 양육비채권은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포기나 상계를 할 수 없다(2006므751 판결)는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 나.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면서,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2002므1787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에 의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재산분할청구권
이혼
사전포기
2016-02-12
노동·근로
판례해설 -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절차상 정당성 요건
- 서울중앙지법 2014가합 557402 임금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문제가 노동계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위 사건에서 원고들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개정에 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집단적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피고 회사는 2009. 6. 1.자(1차 임금피크제) 및 2011. 1. 1.자(2차 임금피크제)로 시행되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확대하였다.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1차 임금피크제는 84.4% 직원의 찬성, 2차 임금피크제는 91.4% 직원의 찬성으로 도입되었다. 임금피크제의 주요 내용은 정년을 2년 연장하되, 직무등급별 직급정년 편입대상자와 일정연령 도달자의 임금을 순차로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다퉈지지 않았고, 주로 취업규칙 변경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주요 법리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0.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라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쟁점과 관련하여, 법원은 직원들을 상대로 취업규칙의 개정 필요성 및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의 실시로 인한 영향 등을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1차 취업규칙 개정시 5일간, 2차 취업규칙 개정시 3일간 전국 단위로 산재한 근로자들로부터 동의 여부에 관한 의사를 취합하였기 때문에 개정내용에 관한 토론과 의견교환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 피고에게 속한 가장 말단의 조직을 대상으로 찬반 의견을 취합함으로써 집단적 논의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였다는 점, 관리자가 소수 단위의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여 동의서를 교부·징구하면서 기명 방식으로 의견취합을 한 점 등을 이유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정년에 도달한 후 임금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정년으로부터 7년 전, 직급에 따라서는 정년으로부터 10여 년 이전부터 임금을 삭감하고, 위 연령기준에 이르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직급정년제 적용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는 달리 근로조건의 저하 정도가 큰 이례적인 제도라고 보았고, 그러한 점 때문에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거나 감내할 만한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보았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어도 될 정도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취업규칙 등의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비록 전형적인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쟁점이 된 사례는 아니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의 해석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2015-10-19
민사일반
판례해설 - 조건만남에 따른 금원 지급과 불법원인급여
원고는 1971년생 유부남이고 피고는 1987년 미혼녀로서 2008. 3. 20.경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만남 사이트를 통해 만나 2014. 5. 하순경까지 성매매를 지속한 사이이고, 그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금전을 대여해 주고 이와 관련하여 차용증도 받았으며 정기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차용금의 이자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지속하였는데, 이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차용증서에 의하여 상환하기로 약정한 금원을 청구한 사안에서,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단211921 대여금)은 이 사건 대여금 중 원, 피고 사이에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성매매 관계 이후에 지급된 금원은 성매매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거나, 원, 피고 사이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조건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된 돈으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선고하였다. 우리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나, 다만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먼저, 민법 제746조에서 의미하는 '불법'은 위법과는 다른 개념으로 예컨대 사해행위, 범죄행위, 불륜행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급부의 내용 자체가 불법인 때(도박에 건 돈의 급부)뿐만 아니라, 급부 자체에는 불법성이 없더라도 그것이 불법한 원인관계에 대한 대가(첩 관계의 지속을 위한 금전증여)이거나 불법행위를 조건으로 하는 급부인 때에는 불법원인급여가 된다. 그리고,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급부자는 급여한 것을 반환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746조 단서), 급여자와 수익자의 불법성을 비교형량 하는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급여자의 불법성이 수익자의 불법성에 비해 미약한 정도이고 급여자의 반환을 부인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 때에는 급부자의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이 사건 금액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46조 본문에 의해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법원은 위 금액은 성매매의 대가로 지급된 돈이거나 원, 피고 사이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조건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된 돈으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 반환을 구할 수 없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되나, 다만 우리 대법원이 급부자와 수익자 모두에게 불법성이 인정되더라도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부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큰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대법원 1997. 10. 24. 선고 95다49530 판결 등), 이 사건 사안에서 피고의 불법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이 사건 성매매가 시작된 시기는 피고의 성년 이후이고, 피고 또한 어머니의 병원비로 사용한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여 원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였다), 그렇다면 왜 원고의 불법성이 피고의 불법성보다 커서 원고가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인지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판단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성매매
불법원인급여
대여금
2015-10-01
가사·상속
헌법사건
판례해설 - 유전자검사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친생추정의 효과
서울가정법원 2015. 7. 21. 선고 2014드단 1. 사실관계 A와 B는 호적상 남매간으로 아버지 C는 어머니 D와 1971. 혼인하였으나 1987. 협의이혼하였다. C는 2014. 2. 사망하였는데 사망 직전 병원에서 기관삽관 과정에서 치아 하나가 빠져 A에게 교부되었다. A가 위 치아를 가지고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결과 A와 C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고, B와 C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B를 상대로 C와 B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의 요지 (1) 유전자검사결과와 친생추정 민법 제844조(친생추정)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부부의 한 쪽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별거하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 나아가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제도에 관한 입법은 부성의 정확한 감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던 시대적 배경 하에 이루어진 것인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적 친자감별기법의 발달로 친자감정을 함으로써 친생추정이 혈연에 반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점, 동서의 결여로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도, 이와 달리 보다 더 과학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는 유전자검사 등에 의하여 부의 자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까지 그 추정이 미친다고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부부 사이의 동서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유전자검사의 대상 치아가 망인의 것인지 여부 망인이 사망 직전 기관삽관 등의 처치를 받는 과정에서 치아 하나가 이탈되어 그것이 A에게 전달된 점, 위 치아는 플라스틱 용기에 불상의 액체에 담겨 A에게 건네졌는데, 그 용기에 부착된 라벨에는 망인의 성명과 진료번호, 전달일자가 기재되어 있고, 이는 당시 작성된 의무기록과도 일치하며 이에 어떤 조작이나 변조의 개연성이 엿보이지 않는 점, 유전자검사 시험성적서에 첨부된 치아의 사진과 원고가 병원으로부터 교부받은 망인의 치아 사진을 비교하면 그 치아의 형상과 기능 등의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치아는 원고가 병원으로부터 교부받은 망인의 치아와 동일한 것으로 봄이 옳고, 사정이 이와 같다면 망인과 B는 유전학적으로 서로 부녀 관계에 있지 아니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평석 (1) 친생추정의 법리 처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되는데(민법 제844조 제1항), 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출생자는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야지만 친생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 민법은 혼인 중의 출생자에 대하여 친생추정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정방식은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진실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친생추정 규정은 계속 다툼의 대상이 되어 올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은 부부의 한 쪽이 사실상의 이혼으로 별거하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그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85 판결 등). 헌법재판소 또한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친생추정 규정(민법 제844조 제2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2013헌마623). 이와 같이 친생추정이 완화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하여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오늘날 사회적, 법률적 상황은 친생추정의 기준이 만들어진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으며, 또한 친생추정제도는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고, 유전자검사 등을 통하여 친자관계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대상 판결은 기존의 법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부 사이의 동서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위 판결에 의하면 민법의 친생추정의 규정 자체가 사문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유전자검사에 의해서 친생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면 친생추정 규정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규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과학기술의 발달과 법리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진실에 접근하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실체적, 규범적 판단을 제한할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 또한 오류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유전자검사와 관련해서 보면 검사 자체에 관해서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반복적인 검사로 인한 검증이 가능하다. 다만, 그 전제에 대한 정확성은 별개의 문제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검사 대상의 정확성과 적정성이다. 이 사건에서 C는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C로부터 직접 유전자를 채취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A가 보관하고 있는 치아가 과연 C의 치아인지 여부, 그리고 C로부터 발치한 치아가 과연 검사대상인 치아와 동일한 치아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고, 대상 판결 또한 그 동일성을 심리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자검사에 관하여도 법관의 판단이 여전이 개입될 필요가 있고, 특히 당사자가 사망하여 그로부터 직접 시료를 채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에 부합하는 정도의 검사대상의 정확성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검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의 상황과 달리 오늘날 친자관계를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생추정 규정을 예전처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친생추정 규정이 목적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안정이라는 가치 또한 여전히 필요한 것이므로 유전자검사결과만으로 친생추정이 배제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한 조화로운 해답은 장래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
친생추정
유전자검사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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