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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재판청구권'과 '사법권'에 비추어 본 이동통신사 등의 사법방해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법원의 사법권 모든 국민은 기본권으로서 재판청구권을 갖는다(헌법 27조). 법률상의 쟁송(爭訟)을 심판하는 사법권은 법원의 권한에 속한다(헌법 101조, 법원조직법 2조). 자력구제(自力救濟)가 금지되는 법치국가에서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불법행위가 범죄로 인한 것이라면 민사소송 이외에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를 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통신자료 제출 거부 및 이에 대한 제재 M씨는 아내 F씨의 불륜 상대방인 L씨를 피고로 하여 인천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M씨는 아내의 전화에 찍힌 L씨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 뿐 이름과 주소를 알지 못해 L씨의 인적사항을 비워둔 채 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피고의 인적사항을 보완하라며 M씨에게 보정명령을 내렸고, M씨는 이동통신사에 L씨의 인적사항을 요청하는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법원에 했다. 법원은 이동통신사에 해당번호에 대한 '개통여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알려달라는 문서제출명령을 내렸으나, 이동통신사 S는 고객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동통신사 S는 2015년 중반 무렵부터 지속적으로 법원의 요구를 거부해 왔다. 종전에는 주로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하였는데, 이동통신사 S가 회신을 거부한 이후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는 형식으로 통화내역 조회를 요구했는데, 이동통신사 S는 이마저도 거부해 왔던 것이다. 이에 M씨 사건(2016가단235144)을 심리하던 인천지방법원 민사7단독 오현석 판사는 최근 이동통신사 S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민사소송법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351조, 318조, 311조 1항). 재판청구권과 기본권의 제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헌법 37조 2항). 법치주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제한 정도가 큰 것은 법원이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 체포나 구속에 대하여는 헌법에서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거래정보(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나 과세정보(국세기본법, 지방세기본법) 그리고 의료정보(의료법) 등 특히 중요한 법익과 관련된 사항이라도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문서제출명령이 있는 경우에는 자료 제공이 가능하도록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이 생겨 사건의 당사자는 물론 법원도 확정된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기판력의 정당화 근거를 소송당사자로서 절차상 권리의무의 존부에 대하여 변론을 하고 소송을 수행할 권능과 기회를 보장해 준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양쪽 당사자에게 변론의 권능과 기회가 주어진 이상 패소 결과를 다시 다투는 것은 공평의 관념 내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재판청구권이라는 기본권을 기판력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하려면 소송 당사자에게 절차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고(헌법 17조)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헌법 18조). F씨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자유를 갖고, 이동통신사 S는 직업수행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를 갖지만(헌법 15조), M씨의 재판청구권이나 법원의 사법권과 관련하여 법률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등에 대한 거부와 제재 가능성 A씨는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아내 B씨와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다.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이 문제된 사건에서 A씨는 최근 수년간 자신의 급여가 입금된 직후 출금된 사실을 알게 된 후 B씨가 근무하는 보험회사에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제출명령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았고, 법원이 수차례 독촉을 하였으나 변론종결 때까지 끝내 회신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 경우 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사소송법 12조, 민사소송법 351조, 318조, 311조 1항에 의하여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을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4조 1항 1호의 ‘제출명령’을 민사소송법 제347조의 ‘문서제출명령’으로 본다면 과태료 제재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관련 법률(법원조직법, 민사소송법, 금융실명법 등)에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벌이나 행정벌 등 제재를 가하는 규정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법원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 필요성 법원은 검찰이나 경찰과는 달리 물리력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법원의 권력은 권위에서 나온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려는 국민의 의지와 이에 기초한 다른 국가기관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법원의 권위가 설 수 있다. 법원이 국민을 위하여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은 법원이 권위를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1년6개월 가까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동통신사가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인천지방법원 민사7단독의 적극적인 민사소송법 적용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변호사는 국가기관인 법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이 적다. 변호사의 힘은 오직 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비롯한 수범자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률지식을 갖고 있고, 그 지위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문서제출명령 거부 행태가 1년6개월 가까이 지속된 것에 대한 변호사(소송대리인)의 책임은 법원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새로운 헌법, 새로운 법률도 좋지만 현행 헌법과 현행 법률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것은 지금 당장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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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2016-12-21
행정사건
판례해설 - 개인정보 제공 대가를 경품 추첨인 것처럼 광고한 행위는 기만적 광고
서울고등법원 2016. 10. 19. 선고 2015누45177 판결 홈플러스(원고)는 2011. 8. 11.부터 2014. 6. 18.까지 12회에 걸쳐 경품행사를 실시하면서 홈페이지, 구매영수증, 전단지 등을 통해 “홈플러스가 올해도 10대를 쏩니다”, “홈플러스 창립 14주년 고객 감사 대축제”, 2014 새해맞이 경품대축제, 홈플러스에서 다이아몬드가 내린다”, “가정의 달 경품대축제, 황금이 쏟아진다”, “그룹탄생 5주년 기념, 가을 愛 드리는 경품대축제” 등을 광고(“이 사건 광고”)하면서 경품행사를 통해 수집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 등에 제공한다는 사실을 기재하지 아니한 채 수집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230억여원을 챙겼다. 공정거래위원회(피고)는 “홈플러스는 이 사건 광고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추첨의 형태로 고가의 자동차, 다이아몬드, 순금 등의 경품을 지급한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경품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홈플러스 및 보험사 등 제3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그와 같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누락하였으므로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광고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처분을 내렸고, 홈플러스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서울고등법원에 이러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제6행정부)은 “일반적인 소비자가 이 사건 광고를 접하게 되는 경우 홈플러스가 오로지 고객들에 대한 사은행사의 일환으로 경품추첨 이벤트를 실시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고, “이 사건 광고를 접한 소비자 입장에서 이 사건 경품행사가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단순 사은행사인지, 아니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보험사 등 제3자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추첨을 통하여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인지 여부는 거래조건에 관한 핵심적 사항이므로, 소비자가 이 사건 경품행사에 응모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라고 보인다”고 하면서 “광고 이후 응모권의 작성 단계에서 비로소 올바른 정보를 얻어 오인된 인식을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기만적인 광고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또 “간략하게나마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된다는 것을 광고에 나타내고,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작하라고 기재하는 방식도 어렵지 않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그리고 재판부는 “응모권 뒷면과 홈페이지 응모화면은 매우 작은 글씨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보험사 등에 제공되어 생명·손해보험 상품 등의 안내를 위한 마케팅자료로 사용된다고 기재되어 있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반면 응모권 뒷면의 주민번호란 아래는 ‘경품 당첨시 본인확인을 위하여 생년월일을 기재 받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휴대번호란 아래는 ‘경품 당첨 시 휴대폰 번호로 연락드리니 정확히 기재하셔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각 두꺼운 빨간색 글씨로 기재되어 있어 마치 개인정보 수집목적이 본인확인과 당첨시 연락처 확인을 위한 것처럼 오인될 우려도 있다”고 판시하였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동 시행령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기만적인 광고”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를 말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두26708 판결 등). “경품추첨”이라고 하면 소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단순 사은행사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고, 근래 개인정보 무단 수집·이용에 관한 행정제재, 형사처벌, 민사소송 등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보험사 등 제3자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추첨을 통하여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인지 여부’는 경품추첨행사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단순히 “경품”, “감사대출제”, “쏩니다” 등의 단어를 강조하면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 등에 제공한다는 사실은 적극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현저히 가독성이 떨어지는 방법(게다가 응모권 뒷면에는 오인 우려가 있는 표시)으로 개인정보에 관한 표시를 하였는데, 이는 고객들이 사실을 잘못 이해하도록 유인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만약 이 사건과 같은 방식의 광고를 계속 허용한다면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도 분명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위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홈플러스와 대표이사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형사사건에서 1,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나, 이와 같이 기만적인 방법으로 고지를 한 것은 의사표시해석상 하자가 있는 것이어서 취소할 수 있는 것인데 이것만으로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고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지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고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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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산재·연금
헌법사건
판례해설 -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
- 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공보 제240호, 1474-1482. - 1.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 자기 차를 운전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다툼이 되었다. 2. 심판대상 조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사업장 규모나 재정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의사나 근로자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은 종래 해석을 통해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 정의 조항에서 요건을 끌어냈다. 근로자가 출·퇴근 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추출했다. 즉,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4. 대법원이 판시한 요건은 입법으로 반영됐다.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어 2008. 7. 1.부터 시행된 산재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했던 문구 그대로다. 개정이유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5. 입법자의 기대와 달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판례에 대한 찬반이 법률개정 논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구하는 청구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13. 9. 26. 선고 2012헌가16결정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초래될 산재보험 재정지출 증가", "산재보험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언급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선언에 필요한 6인에 미달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6. 이번 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결정은 3년 전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지었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은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근로자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교통수단을 제공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재해를 입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하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교통수단 관련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면서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7. 재판관 3인은 여전히 합헌의견을 고수했다. 우선, 비혜택근로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줄곧 '공무원'이 출·퇴근하던 중 입은 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누19309 판결 등). 일을 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고 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출·퇴근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 행위다.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직장이 없으면 통근이 없다. 통근이 없으면 노무 제공도 없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없다.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대법원 2007.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대법원은, 업무행위 자체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시간 중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두6423 판결 등). 출·퇴근 행위 역시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 행위로 노무제공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출·퇴근 재해를 제외하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9. 나아가 소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인 구현을 위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종전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12. 24. 98헌가1결정, 헌재 2001.6. 28. 99헌바32결정 등)를 원용했다. 이처럼 국가가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의 차별을 잠정적이고 불가피한 현실로 규정함으로써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비혜택근로자 보호를 위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단계적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으므로 평등원칙위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도 종래 단계적 실시를 평등원칙 위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취했다. 예컨대,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현상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결정). 중학교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하도록 한 입법에 대해서도, 전면실시할 때 수반되는 국가 재정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결정). 10. 국가가 단계적 제도개선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입법형성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취급의 합헌성을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법자가 택한 방법으로 발생한 잠정적인 차별은,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한도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 개선을 위해 단계를 나눈 기준과 우선 순위 선택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섬이나 외딴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의 부유한 동네 중학교부터 먼저 의무교육혜택을 주었더라도, 단계적 실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4인 이하 사업장부터 우선 근로기준법상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단계적 제도개선을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었을지 의문이다. 출·퇴근용 통근버스는 영세한 회사 근로자보다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 많이 제공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교통수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 그럼에도 단계적 조치는 그와 반대의 순서로 취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입법자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국가가 단계적 입법을 형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 수단을 제공받는 혜택받은 근로자를 더 먼저 보호하는 입법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 과도기적 임시조치라는 이유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과도기'의 잠정적인 차별 역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재원이 유한한 현실에서, 입법자는 흔히 과도기를 되뇌이며 타협한다. 입법은 대개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도기 입법의 합헌성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긴절하다. 11. 3년만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변경된 직접적인 이유는 안창호 재판관이 견해를 바꿔 헌법불합치 의견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를 변경한 이유를 따로 밝혔다.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해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성 심사를 하면 종전과 같이 합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로 견해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화된 평등심사 기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 위배 심사를 할 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면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고, 그 외에는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합리성 심사를 해 왔다. 보충의견에 담긴 심사기준은 이러한 틀을 넘어선다. 산재보험수급권처럼 사회 보장수급권과 관련된 영역의 평등심사에서는 심사강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높일 필요성, 산재보험수급권의 잠재적 재산권성을 고려해 심사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의금지보다는 강화된 심사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의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① 보호영역의 특성, ② 보호의 긴절성,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비혜택근로자를 차별하는 데에 헌법상 허용될 만한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가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강화된 심사기준은, 자의금지원칙에 터잡은 합리성 심사 혹은 차별취급의 비례성 심사와 구분된다. 12. 보충의견과 달리 법정의견은 합리성 심사에 머물렀다. 합리성 심사보다 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충의견이 제시한 더 강화된 심사,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는 법정의견으로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자의금지보다 강화된 심사를 해야 하는지, 심사의 세부기준은 무엇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심사기준 제안은,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평등원칙위배 심사구조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심사기준은 주로 사회적 기본권 보호와 관련해 입법형성권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순차로 단계적 조치를 취할 때 합헌성을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하고 충분한 이유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세 가지 요소는, 단계적 조치의 합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잣대로 치환될 수 있다. ① '보호영역의 특성'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단계적 개선이 문제되는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②'보호의 긴절성'은 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의 합헌성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③ '보호수준의 적절성'은 어떤 대상자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인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심사기준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수급권 침해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등원칙 위배여부를 살펴보는 심사를 했다. 이처럼 우회된 심사를 한 한계는, '정당하고 충분한 차별이유' 심사가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원칙 위배를 심사하는 두 가지 방법, 합리성 심사와 엄격한 비례심사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더욱 정교해지길 기대한다.
촐퇴근재해
업무상재해
산재법제37조제1항
2016-11-15
금융·보험
행정사건
판례해설 - 서울고등법원 “복수개설금지 규정 위반 의료기관도 요양급여비용 받을 여지 있어”
- 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4누69442 판결 - 이 사건은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위반되어 설립된 네트워크병원 모지점(이 사건 병원)의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신이 개설자로 되어 있던 기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사건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인 서울행정법원(2014구합11526)은 이 사건 병원은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며, 한편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병원은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위 요양기관에 해당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병원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위 환수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원심과 달리 서울고등법원(2014누69442)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에 의료기관이 받은 개설허가에 일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연 무효가 아닌 한(처분의 공정력) 해당 의료기관은 건보법상의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 요양기관의 개설과 관련하여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까지 건보법상 환수사유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해당 요양기관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동 법원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부당이득반환의 특칙에 해당하는바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요구되며, 국민건강보험제도하의 요양급여 제공은 진료계약이라는 사법관계와 요양기관이 보험자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공법관계가 양립하고 있는바, 만일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징수당하더라도 피보험자인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유효하므로 진료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보험자가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 사무장 병원 등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한 경우 또는 의료법을 위반한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공단부담금(및 환자본인부담금)이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공단이 환자에게 환자본인부담금을 돌려주는 방법은 어떠한지, 의료기관이 환자본인부담금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는지 등이 문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까지 대체로 이 사건 원심과 같은 취지에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요양급여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에서 처분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의료법위반의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가치가 없는 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체계를 교란시키는 정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와 같이 판시함으로써 위와 같은 일률적인 환수처분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생각건대 국민건강보험법이 채택하고 있는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법의 목정, 제재방식의 차이,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의료법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에 까지 공단이 환자본인부담금 부분을 환수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료법 위반의 요양급여 행위 중 환수처분의 대상을 구분하여 판단하는 태도가 법적안정성의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다만 그 위반행위의 반사회성의 정도 판단을 위한 기준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2016. 10. 20. 상고를 제기한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다.
요양급여
건강보험급여
네트워크병원
2016-10-24
노동·근로
판례해설 -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여부
- 대법원 2015다 253986 퇴직금 지급 청구의 소 -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 계약상대방인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탁판매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하였다. 위 사건은 피고 회사와 야쿠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고객에게 배달하거나 판매하고 그 대금을 피고에게 전달하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약 12년간 일한 위탁판매원이 위탁판매계약이 종료되자 자신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위 사건에서, 원심, 항소심, 대법원 모두 위탁판매원인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약형태가 근로계약인지, 위탁계약인지 등 계약 형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1. 7. 14.선고 2009다 37923 판결)라고 판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해석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기준은 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위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오전 8시 이전에 관리점에 출근하여 유제품을 전동카트에 싣고 고정고객에게 배달을 하고, 그 이후에는 오후 4시경까지 남은 제품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위탁판매원들은 고정 고객 및 일반 고객으로부터 받은 제품대금을 모두 피고 회사에게 전달하였고, 피고 회사로부터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각종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위탁판매원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매월 제품판매금액의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산정되었다. 위탁판매원들은 피고 회사로부터 근무복과 제품 운반을 위한 전동카트를 제공받았는데, 위탁판매원이 받아야 할 수수료에서 전동카트 유지·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금원이 공제되었다. 또한 위탁판매원들에 대해서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취업규칙 등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복무규정에 따른 제제를 부과할 수도 없었다. 위탁판매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때 사업소득 형태로 수수료가 지급되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토대로 법원은 위탁판매원이 피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로 볼 만한 사정, 즉 피고회사가 위탁판매원에게 근무복을 제공한 점,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를 일부 지원한 점, 매월 2회 정도의 교육을 한 점, 관리점 내에 일정표를 게시하고 서약서를 징구한 점이 인정되었지만, 이러한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결국, 위 사건에서 위탁판매원이 출퇴근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배달 및 판매 일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업무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은 점, 위탁판매원에게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보기 어려움 점에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은 분쟁은 주로 계약이 종료된 후에 퇴직금 및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 또는 계약종료를 통고받자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다투는 사건들에서 발생되고 있다. 주로 전형적인 근로제공의 근무형태가 아니라 영업실적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업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형식적으로는 위탁계약 또는 위임계약의 형태로 체결된 경우가 많으며,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의 형태로 대가를 지급하며, 기본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골프장캐디,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퀵서비스 배달원, 지입차주, 학원강사, 미용사, 헬스트레이너 등 여러 종류의 직종에서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례가 많다. 유의하여야 할 점은 특정 업종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이 동일 업종의 타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된 사건이 있는가 하면(대법원 2015.7.9.선고 2012다20550판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사건도 존재한다(대법원 2015.9.10.선고 2013다 40612·40629판결).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경우에도 이 사건과 달리 지급된 수수료의 성격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볼 만한 간접사실이 많이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결론을 달리하여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근로자성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임금소득 목적),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사용종속관계)를 주요 기준으로 하여, 이 기준에 부합되는지 여러 간접사실을 토대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쿠르트
위탁판매원
근로자성
2016-09-06
금융·보험
판례해설 - “보험약관 상 중재합의 조항의 효력”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8. 19 선고 2012가합76831 보험금 (사안 및 판결 요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캐나다의 A사와 원자력발전소 내 관교체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 중 발생하는 위험 담보를 위하여 A사를 피보험자로 포함시켜 영국식 영문조립보험에 가입하였다. 동 보험 약관 상 손해액 또는 보상액의 결정에 관해 분쟁이 생긴 때에는 손해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맡겨 그 판정에 따르기로 하는 중재조항이 있었는데, 보험기간 중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214억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는데 보험사는 면책약관 및 손해액에 관하여 다투는 한편 중재합의를 이유로 소각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A사측은 1) 한수원과 보험사간에 유효한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2) 보험계약의 계약자가 아닌 피보험자인A사에는 중재합의의 효력이 없으며 3) 약관상 중재합의는 보험금 지급의무 유무에 대한 다툼이 없고 보험금의 액수에 대해서만 다툼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므로 면책이 다투어지는 이건의 경우 적용이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다. 이러한 쟁점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1) 비록 일부 문제는 있지만 유효한 전속적 중재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2)보험약관 상 중재합의 조항은 보험계약으로 인한 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위에 있는 당사자인 피보험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며, 3) 손해액 또는 보험금의 액수는 면책사유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양자간의 구분이 어려워 중재합의 조항은 이건에도 적용된다고 보아 소각하 판결을 하였다. (해설) 국내에서는 약관상 강제중재조항을 넣는 경우가 드물지만 영미에서 영업배상책임보험 (CGL보험)증권에 강제중재조항을 넣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분쟁을 최종적, 확정적으로 조기에 종결함으로써 소송에 드는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절차적 유연성도 있어서 고객과의 비즈니스 관계 유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이므로 향후 국내에서도 상품의 특성에 따라 중재조항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보험계약에서 강제중재조항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이건의 경우에도 국내 존재하지도 않는 기관을 중재기관으로 표기한 1991년경 일부 보험사가 사용하던 영문약관 조항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제소 후 상당기간이 지나서야 본안전 항변을 한 것에 비추어 보아 보험사 측도 중재 조항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되는데, 그러서인지 몰라도 A사측도 중재조항 항변이 제출된 이후에도 중재 절차에 대한 심각한 검토 없이 3-4년 동안 면책여부 및 손해 액수에 관하여 공방을 주고받다가 결국은 지금에 와서 소각하 판결로 종결된 것인데, 만일 이대로 확정이 된다면 소멸시효 등 쟁점까지 얽혀 향후 보상 절차에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상기한 바대로 국내 보험 실무에서 약관상 강제조정조항은 거의 쟁점이 되어 있지 않는데, 대상 판결을 계기로 하여 영문약관의 경우 강제조정조항 유무에 대하여 세심히 살펴볼 필요를 각성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보험계약
한국수력원자력
중재조항
농협손해보험
KB보험
피보험자. 손해보험분쟁조정위원회
중재합의
2016-09-02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 공인중개사가 취득세의 세율을 잘못 알려준 경우 배상책임 유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12. 선고 2015가단134106 판결 - 우리나라도 비교적 규모가 큰 주택·상가 등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가 일반화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거래당사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각종 권리관계,공법상 이용제한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중개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 또는 공제제도를 통한 피해회복의 길도 열려있어 당사자간 직거래에 따른 거래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다. 중개사고와 관련하여 그동안 누적된 판례를 보면 대부분은 권리분석을 잘못하여 매수인 또는 임차인이 소유권 등 권리를 이전받지 못하였거나 임차보증금을 회수받지 못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본 판결은 이와 달리 공인중개사가 해당 부동산에 부과될 조세의 세율을 잘못 알려준 케이스를 다루고 있고 이를 중개사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사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주택의 매매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를 작성하면서 '취득시 부담할 조세의 종류 및 세율'란에 '취득세 1%, 농어촌특별세 0.2%, 지방교육세 0.1%'라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지상 주택은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져 취득세 등이 중과세됨으로써 매수인 B는 예상과 다르게 현저하게 많은 취득세 등을 납부하게 되었다(A가 설명한 세액 750만원, B가 실제로 납부한 세액 7300만원). 이에 대하여 B는 A와 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 위 차액 상당의 금원(655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먼저 A의 과실 유무에 대하여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하므로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등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조사·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하여야 할 대상에는 중개의뢰인이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함에 따라 부담하여야 하는 조세의 종류와 세율이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는 B에게 위와 같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조세의 세율에 대한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A의 재산적 손해배상 책임 유무에 대하여는 B가 청구한 위 차액뿐만 아니라 실제 납부한 금액 전체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하여 법률상 당연히 납부하여야 하는 세금으로서 법령상 부담하는 납세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지출된 것이므로 A의 중개행위상 과실과 인과관계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A가 B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에 따른 조세의 세율을 잘못 설명함으로써 실제 납부하게 될 고액의 세금을 감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 또는 고액의 세금을 납부하여야 함을 이유로 매매금액을 추가 협상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상실한데 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 500만원을 인용하였다. A의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공인중개사법 및 보험약관상 보증보험회사의 재산상 손해배상책임 또한 인정할 수 없고 정신적 손해는 보상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보증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다. 공인중개사법에 중개사고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공인중개사의 고의·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본 판결은 결론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중개 대상 부동산에 부과될 취득세 등 조세의 세율을 틀리게 고지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부한 세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므로 이를 중개사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이다.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대법원은 일관되게 자연적 또는 사실적·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다고 판시해 왔고 본 판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 발생에 조건적 관계에 있는 원인 사실이라고 하여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긍정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특별히 세액의 크기가 매수 여부를 좌우할 중요 고려요소로 작용하였거나 이 사건 부동산 주변에 실질적 유사성을 지닌 부동산 중 중과세가 아닌 일반과세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에 대한 선택가능성이 있었다면 A의 과실과 위 차액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인중개사
중개사고
상당인과관계
2016-07-27
금융·보험
판례해설 - 보험사와 ‘향후 부제소’ 합의 뒤 보험금 수령했어도
- 서울고등법원 2014나2040600판결 - 1. 들어가며 상해보험에서 보장하는 장해는 보험사고 즉시 확정되는 경우도 있으나 장해 확정까지는 상당한 기간의 경과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피보험자의 장해에 대하여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이후 장해가 악화된 경우 추가 장해 보험금을 지급에 대해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보험금 지급 당시 부제소합의를 한 경우 추가 보험금 청구가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인지 문제가 되고 있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장해지급률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가 부제소합의를 하였더라도 추후 장해상태가 악화되었다면 추가지급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결인데, 이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이 사건의 개요 및 진행경과 원고(보험계약자)는 자신을 피보험자로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피고(보험회사)의 이 사건 보험을 가입하였고, 원고는 보장기간 중인 2011.9.24. 추락사고로 발생한 척추장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보험의 장해분류표에 의하면 척추장해의 경우, "약간의 기형"을 남긴 때는 장해지급률 15%, "뚜렷한 기형"을 남긴 때는 장해지급률 30%로 정하고 있다. 원고는 A 병원으로부터 척추전만곡의 각도가 15 °로 약관상 "뚜렷한 기형(장해지급률 30%)"을 진단을 받아 장해지급률 30%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의 척추전만곡의 각도에 대하여 B병원으로부터 13 °로 "약간의 기형(장해지급률 15%)"에 해당한다는 진단 회신과 C병원으로부터 척추전만곡의 각도 14.5. °로 그 오차범위는 ±2 °로 "약간의 기형(장해지급률 15%)"에 해당한다는 진단 회신을 받자, 원고는 2012.11.26. 원고의 장해에 대해 약간의 기형(장해지급률 15%)으로 합의를 하고, 피고로부터 보험금을 받으면서 향후 추가 청구, 민원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함)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확인서 작성 이후 113일이 경과한 2013.3.19. C 병원으로부터 척추후유장해가 17°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아 이를 근거로 원고의 후유장해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1심 법원은 이 사건 확인서는 부제소합의이므로 원고의 척추장해로 인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으나, 2심 법원은 이 사건 보험약관 제 16조 3항의 "다만, 장해지급률이 결정된 이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기간 중에 장해상태가 더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된 장해 상태를 기준으로 장해지급률을 결정한다"는 약관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확인서의 효력은 이 사건 합의 이후에 원고의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원고가 추가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3. 해설 상해보험에서 장해지급률에 대하여 합의를 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부제소합의를 한 경우, 부제소합의 당시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범위내의 손해에 관하여는 당연히 합의의 효력이 미친다. 그러나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가 있었다면 추가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상해보험에서 장해지급률 결정과 관련하여 장해 확정시까지 상당한 기간의 경과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렇다고 장해가 명백히 판정될 때까지 보험금 지급을 연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가 장해지급률에 합의를 했더라도 약관 16조 3항 단서와 같이 장해사태가 더 "악화"된 경우는 그 악화된 장해상태를 기준으로 장해지급률을 결정하도록 약관에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약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장해상태가 악화된 것이라면 약화된 장해지급률에 기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험금
상해보험
부제소합의
2016-07-11
금융·보험
산재·연금
판례해설 - 태아에 대한 산재보험의 적용
1. 사실관계 원고들은 A의료원 소속 간호사들로, 2009년에 아이를 임신하고 2010년에 출산하였다. 그런데 2009년 임신한 소속 간호사들 중 4명(원고)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5명은 유산을 한 일이 노사 간 쟁점이 되자, A의료원은 서울대학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역학조사보고서에서는 간호사들이 임신 중에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태아 및 임산부에게 해로운 약물취급 등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그 원인을 밝혔다. 원고들은 위 보고서를 토대로 「임신 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 심장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12. 11.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애·사망만을 의미하고,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2012. 12. 27.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논증과정은 다음과 같다 : ① 모체와 태아는 원칙적으로 단일체이고, 태아에게 미친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한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한다. 이는 산재보험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②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그런데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태아의 건강손상은 곧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했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이다. ③ 산모가 건강이 손상된 태아를 출산한 경우, 물론 이 아이는 독립한 법주체이고 근로자가 아니다. 그러나 현행 산재보험법은 질병의 발병시점이나 보험급여 지급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고 하여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더 이상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바뀔 수는 없다. 원심판결은 산재보험법을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으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면서, 한편으로는 1977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한정위헌결정(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업무상 질병으로 태아에게 선천성 이상이 발생해 산재보험을 신청한 사건에 대하여, 당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이 경우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한다면 태아의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결정했다)을 인용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업무에 기인해 유산한 여성근로자에게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업무에 기인해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한 여성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불합리한 차별이다. 입법적·행정적 흠결로 발생한 기술적인 문제는 현행 급여체계의 정비를 통해 해소할 수 있으므로, 수급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을 정당화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을 들었다. 이로써, 원심판결은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이고,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는 제한 없이 지급되어야 한다면서, 피고의 2013. 11. 6.자 처분을 취소했다. 그러자 피고는 원심판결에 항소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여성근로자의 업무상 사유로 생긴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비롯된 출산아의 선천적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질병과 원고들의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 논증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산재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이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를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본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② 그런데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면, 근로자인 모체가 입은 질병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으로 바뀌게 된다. ③ 따라서, 설령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을 '보험사고'로 보더라도, 적어도 출산으로'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이 아니게 된 원고들은 산재보험수급권자가 아니고,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산재보험수급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헌법상 제 원칙의 위반은 아니다. ④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신체의 완전성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업무에 기인해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업무에 기인해 유산하거나 유산증후가 발생한 경우와 달리 신체기능이나 노동능력 감소에 별 다른 영향이 없다. 따라서 원고들을 유산한 여성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더라도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은 아니다. ⑤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수급권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보험급여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출산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이 아니게 된 원고들은 산재보험수급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은 자녀의 선천성 질병에 대한 산재급여청구를 할 수 없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질병은 원고들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하였다. 4. 해설 규범적으로, 원고들 및 선천선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자녀들은 A의료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있었다. 원심판결은 A의료원이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원고들을 비롯해 임신 중인 간호사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근무지시를 하였다는 점 및 원고들이 취급한 의약품들 중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태아에 대한 위험이 증명되어 임산부 및 가임기 여성에게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한 의약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음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가 여성근로자의 태아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지, 일단 태아가 출산되어 선천성 장애를 가진 독립한 법주체가 된다면 그가 과연 A의료원을 상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게다가, 설령 A의료원에 실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원고 측은 임산부인 여성근로자에게 가해진 여러 유해요소가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이어졌음을 입증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만으로는 원고들이 실제로 A의료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A의료원을 상대로 민사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산재보험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의 복리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운영해왔고, 일반인의 법 감정에서는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가 산모와 태아에게 해로운 근무환경에서 시달리다 기형아 내지 선천성 질환아를 출생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태도로 보인다.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권리이고(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2헌바5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 따라 만들어진 현행 산재보험법 제40조 제1항은 요양급여 수급권자를 업무상의 사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 본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문리적으로만 따지면, 여성근로자가 낳은 선천성 질환아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 결국 일반인의 법 감정과 현실의 법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다. 원심판결도 위 괴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출산 이후에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의 주체를 출산한 자녀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태아 또는 출산한 자녀에게 보험급여수급권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있다면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을지언정..."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마치 선천성 질환을 가진 자녀가 자기 이름으로 다시 요양급여 청구를 하면 받아들여질 것처럼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위 판시 내용을 근로복지공단이 수긍하여 원고들의 자녀가 청구하면 요양급여를 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상고심에서 그대로 유지된다면 산모였던 원고들과 자녀 중 그 누구도 2010년부터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그 피해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만다. 법은 수학이나 기교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지 받을 수 있는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끝.
태아
산재보험
업무상재해
2016-06-03
금융·보험
판례해설- 보험가입 2년 경과 후 자살 사고의 재해사망 보상 여부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사안 및 2, 3심 판결 요지 갑은 2004. 8. 16 K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주계약 +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후 2012.2. 21 경 신병비관으로 철도에 누운 채 화물열차에 역과되어 사망하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 가입 당시 재해사망특약 제11조는 면책사유로 자살을 면책으로 규정하면서 그 단서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는 면책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건의 경우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상 경과된 후의 사고이므로 위 단서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주보험계약(일반사망보험)의 경우 위 단서조항의 적용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재해사망특약의 경우 사망 사고 중 우연한 재해임을 전제로 추가 보상하는 상품이므로 위 단서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다. 2심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9. 9 선고 2015나14876 판결)은 재해 특약은 추가 보험료를 납입하고 체결하는 특약으로서 약관 전체 체계상 재해사망의 경우로만 한정하여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고 자살은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위 면책 단서 부분은 약관 제정 과정에서 부주의 하게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고 하여 재해사망 보험금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엄연히 존재하는 특정 약관조항에 대하여 약관해석에 의하여 이를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그러한 점이 명백하여야 하는데, 위 조항은 자살의 경우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해설) 위 문제가 되는 자살 면책 단서규정은 2010. 1. 29 약관 개정 시 삭제되어 현재 문제되고 있는 것은 그 이전 판매 상품에 국한되지만 그에 따라 지급되어야 할 지급보험금만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으므로 보험업계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로 인정하여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 하는 위험단체로서의 보험본질론에 관한 쟁점이 아니라 (오히려 파기된 2심 판결이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 면이 보인다) 위험 본질론에서 다소 문제가 되더라도 어떤 경위로든 보상하는 것으로 약관에 들어간 이상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보험약관의 해석론으로 의미를 제한하여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한 법원 측 공식 설명에서도 자살에 관한 보험금 지급범위가 더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높은 자살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칫 자살보험금 지급범위 확대가 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부담이 고려된 것이 아닌가 이해된다. 여하튼 보험약관의 경우 고객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것은 무효, 내용이 불명확할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작성자불이익의 원칙(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 참조)에서 볼 때 문리상 명백하게 고객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내용을 '잘못된 표시'라는 이유로 적용을 제한하는 것은 해석론 상 허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상 대법원 판결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 가입 후 2년 경과된 후의 자살을 일반사망으로 보상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2년이나 경과하였을 경우 보험금을 의식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인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신변비관 자살이 아니라 명백히 보험금을 이유로 하여 자살한 것임 밝혀진 경우 동일하게 자살 면책의 예외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이와 다른 일반 고의 사고 면책 근거에 의하여 위 단서 조항과 별개로 면책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 또한 부수적인 문제로 이와 같은 법리논쟁으로 인하여 청구가 지연되는 동안 상당수 보상 대상 자살사고에서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경과하였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새로운 법적 분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판례상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기 어려운데, 감독관청은 지급을 권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자살
면책조항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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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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