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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사지마비 20년 병원 신세 아내에 이혼소송 냈지만
아이를 낳다가 사지가 마비돼 20년 동안 병상에 누워있는 부인을 상대로 남편이 이혼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A씨는 1992년 B씨와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 B씨는 이듬해 4월 아이를 출산하다 사고가 생겨 긴급 자궁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도중 경부척추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돼 현재까지 20년간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B씨는 판단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고 의사소통도 가능하지만 운동능력이 없어 침대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B씨의 치료 책임은 병원이 모두 부담하기로 해 A씨가 치료비나 간호비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었다. A씨는 몇 년 간 병원에 꼬박 다니며 B씨의 병간호를 도맡았지만 점점 방문 횟수가 줄다가 결국 발길을 끊게 됐다. 아이가 6살이 되었을 무렵에는 다른 여성 C씨를 만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아이도 C씨가 친엄마인 것으로 알고 자랐다. C씨와 정식으로 결혼하고 싶은 A씨는 최근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사실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정곤 판사는 최근 A(50)씨가 부인 B(50)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2012드단75577)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부부공동생활관계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런 상황은 출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부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A씨가 부인이 입원한 후 불과 몇 년 만에 다른 여성을 만나 지금까지 사실혼관계로 지내오고 있으며, 병원 치료비도 부담할 필요가 없으므로 B씨와 법률상 혼인관계를 지속하며 살아가라고 하는 것이 A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에게는 가족의 보살핌과 간호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데도 A씨는 발길을 끊고 방치했으며 아이조차 보여주지 않는 등 배우자로서의 부양·협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결국 악의로 유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B씨를 악의로 유기한 A씨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삼화(51·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난 상황이지만 법원이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우리 법원이 '파탄주의'가 아니라 '유책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혼인관계의 주 원인책임은 부부 누구에게도 있는 것이 아니지만, 장기간 아내의 병간호를 하지 않고 아이도 보여주지 않은 부분을 유책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지마비
이혼소송
부양의무
유기
혼인파탄
유책주의
홍세미 기자
2013-12-16
가사·상속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시누이 혼외자라더니' 억장 무너진 며느리에 법원…
남편이 전 부인과 사이에 낳은 아이를 시누이의 혼외자인 줄 알고 키워준 30대 여성이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했다. 김모(31)씨는 2011년 남편 최모씨를 만나 임신한 뒤 최씨 집에서 가족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김씨는 최씨 집에 3살 난 남자아이가 있는 것이 이상했지만, 손위 시누이가 "내 혼외자인데 동생(남편) 호적에 올렸다"고 말하자 철석같이 믿었다. 김씨는 남자 아이를 1년여간 성심껏 키웠고, 그러는 사이 뱃속의 아이도 태어나 혼인신고도 했다. 그러나 남자 아이가 남편과 너무 닮은 데다 남편이 친아들처럼 대하는 것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자 애가 남편의 아들임을 알게 됐고 남편의 이혼경력도 발견했다. 더욱이 남편 최씨가 자신과 동거를 시작할 때 전 부인과 이혼소송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김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고 자신을 속인 시어머니 이모(61)씨와 시누이 최모(32)씨를 상대로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단36369)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진혜 판사는 지난달 29일 "피고들은 연대해서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최씨의 결혼 및 이혼, 아이와의 관계를 고지할 의무가 있는데도 알리지 않고 오히려 김씨를 속였다"며 "혼인에 대한 기망행위로 김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혼외자
시누이
시어머니
이혼경력
이혼소송
혼인파탄
홍세미 기자
2013-12-09
가사·상속
형사일반
'남편 몰래 자녀 데리고 출국' 베트남 여성 "무죄" 확정
부모 일방이 배우자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인 자녀를 해외로 데려갔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불법적인 유형력이 동반된 게 아니라면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0일 남편의 동의없이 생후 13개월된 아들을 베트남 친정으로 데려간 혐의(국외이송약취)로 기소된 A(26)씨에 대한 상고심(☞ 2010도14328)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지 않고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보호·양육을 계속했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 남용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행위는 어떤 실력을 행사해 종전의 보호·양육상태로부터 이탈시킨 것이라기보다 친권자인 어머니로서 출생 이후 줄곧 맡아왔던 아이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를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해 아들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긴 약취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영철·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은 "친권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부모 일방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혼하려는 경우에도 상대방과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친권행사를 배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부모 일방이 유아를 임의로 데려가면서 행사한 사실상의 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적인 것이고, 특히 장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유아를 데리고 간 경우에는 그 불법성이 훨씬 크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2006년 한국인 정모씨와 결혼해 이듬해 8월 아들을 출산한 A씨는 평소 한국생활에 답답함을 느낀데다 남편과 시댁이 자신을 베트남인이라며 무시하자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다. 2008년 9월 A씨는 당시 생후 13개월이던 아들을 데리고 남편 정씨 몰래 한국을 떠났고, 아들을 베트남 친정에 맡긴 A씨는 양육비를 벌기 위해 혼자 입국했다가 기소됐다. 1·2심은 "남편과 사전 협의 없이 아들을 베트남으로 데리고 간 행위는 남편의 감호권을 침해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미성년자인 아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 동의없이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로 이러한 행위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되는지 판단 기준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난 3월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사법사상 처음으로 인터넷과 TV를 통해 생중계했다.
베트남
국제결혼
미성년자약취
다문화가정
상대방동의
국외이송약취
좌영길 기자
2013-06-20
가사·상속
행정사건
위장결혼으로 입국했지만 화목한 결혼생활 하고 있다면
위장결혼으로 입국했으나 실제로 가정을 꾸리고 화목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주여성의 귀화를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중국인 여성 조모(42)씨는 2004년 10월 한국인 장모(55)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다음 해 1월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조씨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꾸며진 위장결혼이었다. 결국 조씨 부부의 위장결혼은 탄로가 났고, 부부는 2009년 공전자기록 불실기재 및 공전자기록 행사 혐의로 형사법정에 섰다. 이들의 재판을 담당한 재판부는 조씨가 입국 뒤 계속 남편과 동거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남편의 아들들도 조씨를 '새어머니'라고 부르며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을 참작해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고 벌금 1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받고 나서 조씨의 한국국적 취득은 더 어려워졌다. 조씨는 2007년에 귀화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2년 동안이나 시간을 끌다 법원의 유죄판결을 근거로 들며 '범죄경력'을 이유로 조씨의 귀화를 거부했다. 조씨는 2010년 다시 귀화신청을 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거부당하자 지난해 10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인성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조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불허처분 취소소송(2012구합35641)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장결혼이라는 범죄는 가볍지 않지만, 조씨가 입국 후 남편과 실제로 가정을 이뤄 가족들과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며 "조씨를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지장이 있는 품성이 아닌 이상, 조씨의 귀화를 허락하지 않아 가족들의 법적 지위를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위장결혼
이주여성
혼인신고
법적지위
실제결혼생활
귀화허가
신소영 기자
2013-05-22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부부강간죄' 대법원 판례 변경 의미와 파장은
부부간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성식(45·사법연수원 24기)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판결은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 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혜(31·37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도 "강간죄 대상에서 배우자를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판결"이라며 "가정폭력 문제에는 성폭력도 포함되고 있으므로 뒤늦게나마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우자간 성관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져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에 법률상 배우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간죄 객체인 부녀에는 '처(妻)'도 포함"= 이번 판결은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종전에도 부부간 강간을 인정한 사례(2008도8601)가 있긴 하지만, 이혼을 하기로 합의가 되는 등 실질적인 부부관계라고 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강간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7조상의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는 여자를 말한다"며 "형법이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배우자가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는 민법상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하는 것은 부부간 의무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때에는 남편이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했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70도29)를 변경했다. 유럽에서는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은 1960년대까지 '배우자 강간면책'을 인정해 왔으나, 미국은 1984년, 영국은 1991년 판결에 의해 이 이론을 폐기했다. 독일은 1997년 형법을 개정해 배우자 강간을 인정했다. 프랑스는 오히려 부부 강간을 일반 강간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아직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태도다. ◇부부강간 신고사례 증가 예상, 가사사건에도 영향 줄 듯= 그동안 배우자 강간이 사법심사 대상이 된 것은 1970년 대법원 판결을 포함해 5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부부간 강간범죄가 발생해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판결이 없어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로 피해 당사자는 물론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형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가사·민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혼가정이 증가하고, 민사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는 "부부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폭행, 협박 등의 행위가 있다면 이혼사유가 됐지만, 폭행이나 협박보다 중범죄인 강간죄가 인정된다면 이혼소송은 물론 위자료를 청구하는 면에서도 피해자인 여성 배우자가 한층 유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섭(38·33기) 이혼사건 전문 변호사도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일반적인 사례보다는 위자료 액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는 위자료 지급 상한이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변호사는 "그동안 이혼사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의 간통을 형사고소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간통 대신 강간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섰던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가 있다면 강간죄가 성립하기 전에도 폭행이나 협박을 이혼사유로 삼았기 때문에 이혼가정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부당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부부간 강간 '친족 강간'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나= 다음달 18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법)은 가중처벌되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처벌 대상에 '동거하는 친족'을 추가했다. 일반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성폭력법상 친족간 강간죄는 법정형이 7년 이상으로 훨씬 올라간다. 7년 이상의 법정형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3년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동거하는 친족에 배우자가 포함된다면 배우자 강간이 일반 강간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되는 불균형이 생기는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리상 '동거하는 친족'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고 봐야겠지만, 법 개정 취지가 배우자를 가중처벌하려는 것인지는 이후 사건이 들어왔을 때 법원이 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도 민일영(57·10기) 대법관은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게 되면 처벌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점을 지적한 뒤 참고인에게 의견을 물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을 할 때 양형단계에서 처벌상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참작할 수는 있지만 엄연히 법정형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입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부강간죄
성적자기결정권
배우자강간
친족강간
성폭력법
좌영길 기자
2013-05-20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 인정된다"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부부 사이라도 남편이 폭행·협박을 동원해 아내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을 위해 별거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성폭행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인정된 사례(2008도8601)는 있었지만,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婦女)'에 아내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가정생활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의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란 성년·미성년,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법률상 처(妻)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53년 제정된 구 형법은 강간죄를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 규정했지만, 1995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그 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됐다"면서 "이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배우자와의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폭행·협박에 의한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의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아내의 반항을 억압하고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 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훈·김용덕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제적인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그것이 부부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굳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2001년 결혼한 A씨는 아내 B(40)씨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두고 한집에 살아왔다. 하지만 2~3년전부터 불화를 겪었다. 특히 아내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지난 2011년 11월 11일 밤 10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찌를 듯이 위협한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A씨는 이틀 뒤 다시 흉기로 아내 B씨의 옷을 찢고 같은 방법으로 한 차례 더 간음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강간죄를 인정해 징역 6년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초범인데다 피해자인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냈다"면서 징역형량만 3년6월로 낮췄다.
정상적부부
부부강간죄
부녀
혼인파탄
양성평등
간음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5-16
가사·상속
형사일반
애 여섯 낳아 셋 버린 30대女 집행유예…이유 봤더니
아이 여섯을 낳아 절반인 셋을 버린 비정한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저지른 일인데다 남은 애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며 고심 끝에 젊은 엄마를 풀어줬다. A(35·여)씨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모두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2009년과 2010년, 2012년에 출산한 아들 둘과 딸 하나를 인근 주택이나 교회 앞에 갖다 버렸다.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고 한겨울에 모두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를 버리긴 했지만 그녀도 엄마였다. 행여 아이가 얼어 죽을까 두려운 마음에 두꺼운 겨울 점퍼나 긴팔 티셔츠로 우는 아이를 꽁꽁 싼 다음 종이 상자에 넣어 이웃집 빌라 건물 복도나 교회 건물 안에 갖다 뒀다. 하지만 결국 덜미를 잡혔고 A씨는 영아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제성 의정부지법 형사4단독 판사는 지난 2일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3고단494). 고 판사는 판결문에서 "엄마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채 아이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따를 수 있는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지만 , 극심한 생활고 속에 벌어진 일인데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참회의 눈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다행히 버려진 세 아이 중 두 아이는 다른 가정에 입양돼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점, 마지막으로 유기한 아이는 현재 피고인이 다른 세 자녀와 함께 키우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를 조사했던 경찰은 김씨의 딱한 사정을 주변에 알려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에서 양육비와 보육비를 지원하도록 했으며, "산후조리와 기저귀 구입에 보태쓰라"며 수십만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영아유기
생활고
딱한사정
젊은엄마
여섯자녀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5-06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부부 강간죄' 공개 변론 "갑론을박"
동거 의무가 있는 배우자를 폭행이나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부부 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전례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인을 흉기로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사람'으로 개정됐을 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혼 상태인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없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피고인 A씨의 변호인인 신용석(55·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와 이건리(50·16기)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다. 참고인으로는 피고인 측에서 윤용규 강원대 교수가, 검찰 측에서는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와 전문가 의견을 진술했다. ◇"부부간 동거의무에는 강제 성관계 포함 안 돼"=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2심은 형법은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에 출석한 이 공판송무부장도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동거의무를 근거로 주장되는데, 민법상 동거의무는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수인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강간죄 대상에서 처를 제외한다면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간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부부관계를 이유로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사회가 보호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 교수도 "결혼한 여성은 처 이전에 성적 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이고,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사이의 강간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강간죄의 대상에 법률상의 처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보다 가정 보호 먼저"= 하지만 신 변호사는 배우자를 강간죄 대상으로 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론을 펼쳤다. 그는 "강간죄 구성요건 중 '부녀'개념에 법률상 처가 포함되느냐의 문제는 형법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 정책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이 주장될 것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강간의 특성상 남녀 진술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형사통계에서 사기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사의 형사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통계 수위를 강간죄가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부부간 강간죄 인정을 위해 실질적 혼인관계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 의한 것인데, 60년간 법률조항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부강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인 윤 교수는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하자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사안은 구성요건을 확장할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초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형법이 모든 걸 떠맡게 된다면 형법 이전에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없이 처벌이 강화돼 신 응보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일영 대법관, '처벌 불균형 문제' 우려도=당사자와 참고인 진술이 끝난 후 대법관들의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면서 대법정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 사건 주심인 신영철 대법관은 "남편으로부터 야만적인 성행위를 당한 부인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다음, 자식들이나 자기 장래를 생각해 가정을 유지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가정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처벌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공판송무부장은 "가정폭력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가정을 해체하는 쪽으로 강간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이 아닌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보호사건'제도를 두고 있다. 이상훈 대법관도 "그릇이 금간 경우 새로 떼워서 쓸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사서 써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폭력있는 가정은 회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별사안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는 있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가정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가정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가정유지를 원한다면 보호조치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우자를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데, 국가에게는 혼인 파탄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며 "부부강간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사건을 통해 가사나 민사 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얘길 많이 한다"고 하자 김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있다면 강간 성립 이전에 폭행·협박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겠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일영 대법관은 부부강간죄를 인정할 경우 처벌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이게 침해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입장인데, 친족간 성폭력은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어 처를 강간하면 일반 형법조항이아닌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돼 양형상 심한 불균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머뭇거리자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질의 응답 순서를 마쳤다. 양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마치며 "대법원은 오늘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해 최선의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은 가정 내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간 성의 의미와 기능, 배우자 강간죄가 인정될 경우 부부와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변화와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부부강간
동거의무
특수강간
부녀
보호의무
실질적혼인관계
좌영길 기자
2013-04-22
가사·상속
기업법무
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아내 황산 테러… "남편 회사는 책임 없어"
이혼을 요구했다가 남편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한 40대 여성이 남편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대기업 화학실험실에서 일하는 남편이 회사 황산을 몰래 빼내 일을 저질러 회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식 울산지법 민사3단독 판사는 지난 5일 윤모(49)씨가 남편 김모(53)씨의 직장인 대기업 H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2가단31399)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민법 제760조2항이 교사자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긴 하지만, 이 경우의 과실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사가 직원인 김씨에게 화학실험실에서 황산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생길 수 있는 모든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당연히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고, 적어도 김씨가 화학실험실에서 취급하던 황산을 이용해 윤씨에게 상해를 가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 비로소 H사에 주의의무가 발생한다"면서 "H사가 이를 예측했거나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집 화장실 변기가 막히자 이를 뚫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화학실험실에서 회사 몰래 황산 100㎖를 가져 나와 반을 변기에 부어 사용하고 나머지는 물에 희석해 등산용 물통에 담아 보관했다. 아내 윤씨가 김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씨는 두달여 뒤인 같은해 6월 늦은 밤 우유배달을 하고 나오던 아내 윤씨에게 보관하고 있던 황산을 뿌려 눈과 얼굴, 머리와 허벅지 등에 전치 6주의 화상을 입혔다. 당시 김씨에게는 아내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윤씨는 H사가 황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지 못해 사건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1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편 윤씨에게 황산을 뿌린 남편 김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윤씨가 김씨의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해 항소심에서 형이 징역 1년6월로 깎였다. 김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윤씨와 이혼하고 재산을 분할하기로 합의했다.
황산테러
아내
화학실험실
연구원
주의의무
불법행위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4-12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아이 데리고 간 외국인 아내 처벌해야 하나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포함해 공개변론을 할 필요성이 높습니다. 어린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일방과 협의하지 않고 자녀를 데리고 출국한 것을 미성년자 약취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쟁점입니다. 공개변론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양승태 대법원장)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는 평소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졌다. 곳곳에서 방송용 조명이 켜지고, 공중에서는 지미집(Jimmy Jib, 크레인을 이용해 공중촬영이 가능한 장비)카메라가 떠돌며 대법관들의 면면을 비췄다.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법정 공개변론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변론이 열린 사건은 13개월 된 자녀를 남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데리고 출국한 혐의(국외이송약취 등)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A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4328)이었다. 이날 변론내용은 사법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법원은 당초 인터넷 중계만을 고려해 20분 지연중계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사가 중계에 참여하면서 생중계하기로 했다. 장내에는 300여명의 청중과 기자들이 방청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공판검사인 이건리(50·사법연수원16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미성년자 약취를 형법에 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 적용 여부를 임의로 선택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실력 행사로 미성년 자녀를 임의로 데리고 나가 보호감독권을 침해하고 자녀 복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묵인한다면 사법부의 존재 이유도 무너지게 되므로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A씨의 국선변호인인 김용직(58·12기) 변호사는 “아버지가 직장에 나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13개월 된 아이를 그대로 두고 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A씨가 아이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으므로 약취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측 참고인으로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 오영근 한양대로스쿨 교수가 출석해 각각 의견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가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형법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과 가정에 형법이 개입하지 않으면 인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형법이 가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지나치게 흉포하거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벗어난 행위까지 놔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A씨가 약취죄로 기소됐는데 평화롭게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부 중 일방이 아이를 데리고 간 것을 과연 약취에서 요구하는 법이 허용하지 않는 유형력 행사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곽 교수는 “A씨는 의사능력이 없는 영아를 데리고 갔으므로 사실상 힘의 행사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변론은 양 대법원장이 “제출된 모든 근거자료와 변론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 추후 기일을 정해 판결하겠다”고 선언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대법원을 방문한 나승철(36·35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그동안 공개변론이 일반인에 공개돼 있어도 선뜻 찾아가 방청하기가 여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변론과정이 생중계돼 사법부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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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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