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납북어부였던 남편을 찾아온 수상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여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너무 늦게 내는 바람에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지난 2007년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2014다89201)에서 이들에게 1억1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지난달 23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2009년 2월 12일 재심무죄확정 판결을 했고 같은 해 3월 형사보상금도 지급했지만, 김씨의 유가족은 이로부터 6개월이 훨씬 지난 뒤인 2011년 2월 28일에서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지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남편 백모씨는 1967년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조기를 잡던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가 5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후 수상한 사람들이 백씨를 찾아왔고, 김씨는 1969년 이들이 간첩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며 반공법상 불고지죄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8년 김씨가 불법 감금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2009년 2월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그해 3월 형사보상금 1190만원을 받았고, 2011년 2월 국가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냈다.
원심은 국가의 불법 행위로 김씨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으므로 이를 배상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